[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치매 치료의 단서, 뇌 신경줄기세포

뒷산에 불이나 수십 년 자란 아름드리나무들이 불길에 휩싸여 죽어가듯이 우리 머릿속 뇌세포가 하나 둘 죽어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하나씩 뇌세포가 죽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뇌에 병이 생겨 뇌 신경세포가 한꺼번에 많이 죽어버리면 큰일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이 생기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던 산에 불이 나 나무들이 타죽는 것처럼 뇌세포가 한꺼번에 많이 죽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인지와 학습 기능뿐 아니라 손과 발을 움직이는 운동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을 제대로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조금이라도 뇌세포가 죽는 것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써왔다. 그런데 최근에 뇌에서 잠자고 있던 신경줄기세포를 깨운 과학자가 등장했다. 뇌 신경줄기세포를 깨워 일하게 하면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뇌 신경줄기세포를 깨웠다!

숲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어른의 뇌에 신경줄기세포가 조용히 잠들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어린 시절 뇌가 한창 발달할 때는 신경줄기세포가 열심히 새로운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뇌의 신경줄기세포는 더 이상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잠들어 있다. 그래서 어른의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잠들어 있는 신경줄기세포를 깨워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도록 일하게 만든다면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연구에 몰두한 과학자들이 있다. 일본 교토대학 료이치로 가게야마 박사팀이다. 이들은 잠들어 있는 신경줄기세포를 깨울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해 올해 5월 '유전자와 발달'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Hes1'과 'Ascl1' 유전자가 신경줄기세포의 활성화에 관련되어 있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어른의 뇌에서는 신경줄기세포가 조용히 잠든 상태, 즉 비활성화된 상태로 있다. 그런데 Hes1과 Ascl1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조절하면 신경줄기세포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들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어른 쥐의 뇌세포에서 Hes1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 때문에 Ascl1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Hes1 유전자가 신경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Ascl1 유전자의 발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시동 걸린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료이치로 가게야마 박사팀이 유전자를 조작해 브레이크를 걸고 있던 Hes1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했더니 Ascl1 유전자 발현이 증가해 대부분의 신경 줄기세포들이 활성화되었다. 뇌에서 잠들어 있던 신경줄기세포가 깨어나 일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뇌에서 잠든 신경줄기세포를 깨운 다른 연구팀도 있다. 영국의 플리머스대학 클라우디아 바로스 박사팀이다. 이들은 '스트리팍(STRIPAK)'이라는 복합체가 뇌에서 신경줄기세포를 깨워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초파리를 이용해 실험했는데 스트리팍 복합체가 마치 전등을 켜는 스위치와 같이 작동해 잠들어 있는 신경줄기세포를 다시 활성화시켜서 깨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셀 리포츠' 학술지에 올해 6월 발표되었다.

 

◆뇌졸중을 유전자 치료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뇌졸중이 발생하면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3~6시간 안에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해야 한다. 만약 골든타임을 놓치고 치료가 늦어지면 환자는 회복 불가능한 신경 손상을 입어 영구적 장애를 가지고 살게 된다.

우리 뇌에는 86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뇌졸중이 생기면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이처럼 많은 신경세포가 죽으면 뇌손상을 복구할 수 없다.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죽은 신경세포를 대신할 새 신경세포들이 뇌에서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죽은 뇌 신경세포를 다시 살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손상된 뇌에서 새 신경세포가 생겨나도록 한 과학자가 등장했다. 뇌졸중이 일어난 후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유전자 치료기술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공 첸 교수팀이 개발해 '분자 치료' 학술지에 올해 9월 발표한 것이다.

이 연구팀은 뇌의 손상된 신경세포를 복구하기 위해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연구에 매진했다. 놀랍게도 이 연구는 뇌졸중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많이 죽은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생겨나도록 만들어 뇌 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뇌세포는 신경세포와 신경아교세포로 구분되는데, 신경아교세포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신경세포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이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열쇠는 '뉴로D1' 유전자였다. 연구팀이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를 가진 쥐에 뉴로D1 유전자 치료를 진행했는데 쥐의 뇌에서 신경아교세포가 신경세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뉴로D1 유전자 치료 직후 쥐의 운동 기능이 향상된 것을 연구원들이 관찰했다고 한다. 이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해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들은 기존의 신경세포들과 성질이 비슷할 뿐 아니라 다른 신경세포들과 신경 전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과 같은 뇌질환은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뇌에서 잠들어 있던 신경줄기세포를 깨워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 연구 결과와 유전자 치료법으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 연구 결과는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연구 결과는 쥐와 초파리를 이용해 얻은 결과지만 향후 뇌질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하게 이용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좀 더 발전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나 뇌졸중 및 파킨슨병 등과 같은 뇌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관련기사

라이프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