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 교육, 필요한 교구 만들어요…은빛리본협동조합

현장 경험으로 맞춤형 일자리 창출…"어르신 마음을 읽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보여요!"

은빛리본협동조합 직원들이 어르신 교육용 봉재 교구 패키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품의 본격적인 시판은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은빛리본협동조합 제공
은빛리본협동조합 직원들이 어르신 교육용 봉재 교구 패키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품의 본격적인 시판은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은빛리본협동조합 제공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이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고령자, 경력단절여성,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생존문제와 연결된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안성맞춤은 없다.

올해 5월 출범한 은빛리본협동조합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각종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사회공헌 기회를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은빛리본협동조합은 현장의 문제와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진화·발전하며 탄생했다.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은빛리본협동조합의 모기업이자 핵심 (법인)조합원은 두꺼비학교협동조합(이하 두꺼비학교)이다. 두꺼비학교는 2014년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다. 6명의 조합원은 청소년체험활동과 노인교육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진행했다. 일부 조합원은 각종 관련 자격증을 이미 취득했고, 다른 조합원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격과 실력을 갖춰 나갔다.

고령사회라는 특성 때문인지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경로당 등 어르신 관련 교육프로그램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교육 대상이 첫 해인 2015년 55곳에서 2016년 75곳, 현재는 150여 곳에 이른다. 덕분에 정규직원만 24명으로 불어났고, 강사 풀(pool)은 80여 명이 이르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르신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신체활동' '인지활동' '여가활동' '사회적응훈련' '지역사회연계' '기능회복훈련' '잔존기능회복훈련' '가족지지' 등 각 영역에 따라 맞춤형 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해야 합니다. 물론 교육내용에 맞는 교구와 교재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걸 현장 경험을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최혜정 은빛리본협동조합 이사는 "초기 강의는 어쩔 수 없이 시중에 나와 있는 교구를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창의성 없는 천편일률적인 교구로 비슷한 강의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집중도와 교육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안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 대신 친환경적인 나무로 교구를 만들었다. '너무 무겁고 비싸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봉재교구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엔 부직포를 이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탁과 위생상 문제가 드러났다. 소재를 친환경 섬유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시각 및 집중력' '기억인지력' '손유희' '지남력(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등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 및 회상' 등 어르신 교육 프로그램에 맞춘 친환경 섬유로 만든 교구 패키지 제품이 나왔고, 현장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우리가 새로운 시장을 열자!"

"처음에는 두꺼비학교 강좌의 교구로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어떤 교구가 필요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이걸 사업화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성이 어떤지 알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과의 소통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의 시장조사 결과, 어르신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매예방 인지교구' 제품은 아예 시중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제품이 있긴 하지만 최소 수백만원짜리여서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어르신 교육 교구들은 어르신들의 필요에 맞춰 제작된 것이 아니라 유아용이었다.

올해 5월 '노인일자리 창출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은빛리본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정부지원에 힘입어 모기업인 두꺼비학교와 개인 4명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직원은 우선 봉재 전문인력 1명과 4명의 어르신들로 구성했다.

"올해 말까지는 주력제품인 '그림도안 + 교구 제작 재료(반제품)' 샘플링 작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반제품 상태로 패키지 교구를 만드는 것은, 교육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교구를 만들고, 또 자신이 직접 만든 교구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성취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지활동과 신체활동을 함께 하며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은빛리본협동조합은 또 이번달부터 경북 청도군 청도경찰서 옆 로컬매장 3층에 '무료' 평생교육과정(재료비 별도)을 개설했다. 홈패션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우수한 능력과 자질을 보이는 어르신 수료생은 2020년 어르신 봉재 교구 본격 시판에 앞서 협동조합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최혜정 은빛리본협동조합 이사는 "어르신 전문 봉재 교구 사업이 활성화 되면 그에 따라 어르신 등 사회취약계층의 채용을 늘여갈 방침"이라면서 "이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정 수료생 중 요양사나 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어르신들의 경우 봉재 교구를 활용한 어르신 방문케어 전문요원으로 채용하는 또 다른 방식의 어르신 일자리 창출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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