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 집밥…서구시니어클럽 운영 '행복소반'

60·70대 11명 조리·서빙·배달 맡아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
비빔밥 청국장 수제비 잔치국수 등 다양한 메튜 친숙한 맛 입소문
손님 "음식 담백하고 물리지 않아요"

 

할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담아내고 있는 행복소반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맨 오른쪽이 청일점 이삼덕 씨. 최재수 기자 할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담아내고 있는 행복소반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맨 오른쪽이 청일점 이삼덕 씨. 최재수 기자

 

행복소반(대구 서구 평리동 서부도서관 입구)은 할머니들의 손맛과 정성을 밥상에 담아내는 작은 식당이다. 할머니들이 가족을 위해 준비하듯 정성스럽게 재료 손질부터 요리, 반찬, 서빙까지 직접한다. 행복소반을 지휘하고 있는 최화자(67) 팀장은 "내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손님이 식사 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는 말을 들으면 힘도 나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할머니 손맛나는 밥상

2016년에 개점한 행복소반은 서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시장형 일자리 사업이다. 개점 초기에는 손님이 그다지 많이 않았지만 지금은 할머니들이 직접 요리한다는 밥집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회사원은 물론 주변 주민들까지 많이 찾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은 모두 11명(여자 10명, 남자1명). 5명씩 A, B조로 나눠 번갈아가며 일한다. 최화자 팀장과 이정순(73), 김두리(73) 씨는 주방을 맡고 있다. 유종열(69) 씨는 반찬을, 강선애(75) 씨는 홀과 카운트를 담당하고 있다. 점심만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오전 9시쯤이면 대부분 출근한다. 최화자 팀장은 "점심을 일찍 드시러 오는 손님이 있어 미리 준비해놓기 위해 이른 시간에 나온다"면서 "연세 드신 분들이라 아침 잠이 없어 모두 일찍 출근하는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메뉴는 비빔밥과 청국장, 김치·된장 찌개, 잔치국수, 칼국수, 수제비, 파전, 부추전 등등. 처음에는 비빔밥과 잔치국수만 했지만 지금은 메뉴가 많이 늘었다. 반찬은 김치와 나물, 어묵, 깻잎김치, 진미채 등 대여 섯 가지으로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최 팀장은 "그날 재료는 그날 소비하는 것을 원칙이다. 2개 조가 격일로 일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같은 음식 맛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요즘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일정한 맛을 내고 있다.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해오다보니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했다.

손님은 서구청과 서부도서관 직원, 주변에 있는 사무실 회사원과 주민들이다. 주민 한남주(49·서구 평리동) 씨는 "벽에 걸려있는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으로 만듭니다'이라고 쓴 표어처럼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이다. 친정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챙겨주신다. 음식이 담백하고 물리지 않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행복소반은 도시락 배달도 한다. 도시락 배달은 11명 가운데 청일점 이삼덕(77) 씨가 맡고 있다. "운전을 도맡아 하는데, 바쁘면 카운트를 보면서 손님 반응을 주방에 전달한다"고 했다.

백정민 서구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는"할머니들이라 책임감이 강해 너무 잘하고 있다. 어르신 스스로도 뜻뜻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경제적·정서적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또래 친구들은 집에 있거나 병원을 드나드는데 이곳 어르신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어르신들은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을 조리하고 서빙하는 등 몸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 힘들지만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화자 팀장은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 출근하는 것이 너무 좋다. 같이 식사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개점 때부터 줄곧 일하고 있는 유종열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이 있어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집에만 있으면 게을러진다. 거울도 한 번 볼 것을 두세 번 본다. 격일로 하니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아침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출근하는 맛이 난다"고 했다.

강선애 씨는 건강을 위해 일을 시작했다. 동료들과 즐겁게 떠들며 웃고 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손님을 대하다보니 성격이 밝아져 몸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일을 시작한 이정순 씨는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면서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면서 수다 떨다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고 했다.

김두리 씨 역시 "혼자 일하면 힘들지민 여럿 명이 함께 일하면 힘도 덜 들고 재미도 있다"면서 "할머니들의 은빛 손맛이 담긴, 정겨운 행복소반으로 오셔서 몸도 마음도 행복으로 채워가시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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