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이야기] <31>3대를 이어온 문경새재양조장…복 나누는 '만복생탁배기

정성껏 빚은 술도 맛 없으면 버려…100년 전통 지킨 쌀막걸리

 

이복만 문경새재양조장 대표가 황토방에서 술이 잘 익었는지 체크하고 있다. 최재수 기자 biochoi@imaeil 이복만 문경새재양조장 대표가 황토방에서 술이 잘 익었는지 체크하고 있다. 최재수 기자 biochoi@imaeil

 

쌀과 누룩, 물로 빚어 '함부로', '바로 막' 걸렀다 해서 이름 붙여진 막걸리는 역사가 긴 만큼 부르는 이름도 많다. 배꽃이 필 때 누룩을 만든다 하여 '이화주'(梨花酒), 술 색깔이 우유처럼 희다고 하여 백주(白酒)라 불렸다. 또 술 이 맑지 못하고 탁하다 하여 '탁주'(濁酒), '탁배기' 라고도 하였고, 집집마다 담근다 하여 '가주'(家酒), 농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술이라 하여 '농주'농주(農酒)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문경새재양조장(경북 문경시 정리동)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복만(59) 문경새재양조장 3대 대표는 "우리 전통이 깃든 막걸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새재양조장이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왼쪽부터 만복생오미자택배기, 만복생탁배기, 만복생건배주) 문경새재양조장이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왼쪽부터 만복생오미자택배기, 만복생탁배기, 만복생건배주)

◆100년 묵은 막걸리 맛과 향에 취하다

문경새재양조장은 이복만 대표의 할아버지 이규선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구한말 고종황제 때부터 양조장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연대는 모른다. 술을 좋아했던 할아버지가 집안 행사 때 쓰려고 만든 것이 시초다. 할아버지 연세에 비춰 1900년쯤인 것 같다. 따라서 역사가100년을 훌쩍 넘었다"고 했다.

당시 이름은 '점촌탁주'. 위치도 현 양조장으로부터 16km 떨어지 문경시 점촌동에 있었다. 이후 몇 개 더 양조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 대표의 아버지 종욱(작고)과 큰아버지, 삼촌들이 나눠 가졌다. 이후 1970년대 전국 막걸리공장 통폐합에 의해 흥덕협동양조로 통폐합됐다.

이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것은 2010년. 그 전까지는 전기사업을 했다. "당시 흥덕협동양조는 작은아버지가 대표로 있었는데 수익도 좋지 않아 맡을 사람이 없었다. 집안 회의에서 '막걸리로 먹고 살아온 집안인데 대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며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며 논의 끝에 제가 맡게 됐다. 그때 할 사람이 있었으면 안 했다"고 했다.

점촌탁주는 2009년 문경시민운동장(문경시 모전동) 앞으로 이전했다가 2018년 이곳으로 옮겼다. 막걸리 상품 이름도 '만복생탁배기'로 바꿨다. 이 대표는 "'만복'은 말 그대로 세상의 복을 뜻하지만, 저의 이름이 '복만'이라 벗들이 쉽게 '만복'이라고 농 삼아 부르던 것을 그대로 막걸리 상호로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이명박 정권 때 막걸리 붐이 잠시 불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당시 쌀로 막걸리를 빚었는데 애주가들 사이에서 '쌀 막걸리는 맛이 없다'며 외면했다"고 했다. 햅쌀로 만들어 재료비 상승에다 판매까지 잘 되지 않아 손해가 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쌀막걸리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막걸리를 담을 병도 투명한 누드 술병으로 만들었다. 이물질이 하나도 없는 만복탁배기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다. "막걸리지만 소비자의 눈을 속일 수 없어 구매자가 직접 안을 훤히 들여다보고 구입할 수 있게 누드 병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이 대표의 연구실엔 발효기와 온도를 재는 주정계, 비커와 현미경 등이 놓여 있다. 이 대표는 아침 3시 반이면 일어나 손수 고두밥을 짓고 술을 담근다. 그리고 자신의 입에 맞지 않으면 술을 아낌없이 버린다. 자신의 입을 속인다는 것은 남을 속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탁배기 가문의 명성을 걸고 하는 만큼 한 치의 오차나 어설픔이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의 반응이 나타났다. 쌀 막걸리에 투병한 병, 전통방식의 막걸리가 소비자의 입맛에 맞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만복생탁배기를 비롯해 만복오미자생탁배기, 만복생건배주 등 3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만복생탁배기는 이곳 주력 막걸리로 깊은 맛과 청량감을 지닌 막걸리다. 쌀로 만든 막걸리라 목이나 혀에 걸리지 않고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오미자생탁배기는 입보다 눈이 먼저 맛을 보는 막걸리로 색깔에 유혹당하고, 맛에 점령당한다. 과일 주스처럼 연분홍 색깔이 곱다. 착 감기는 첫맛과 오미자 특유의 맛이 나는 끝맛이 일품이다. 만복생건배주는 느릅나무와 감초의 맛이 깔끔하고 향이 은은해 입안 가득 깊은 맛의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생건배주는 생탁배기 6도보다 1도 높은 7도로 조금 독하다.

이 대표는 "조만간 도라지막걸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질 좋은 재료만 고집…노하우 빗장도 풀어

이 대표는 고집이 세다.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문경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을 고집한다.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오미자도 문경에서 재배한 것이다. 질 좋은 재료만 고집하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값싼 재료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물림된 정성을 자신의 대에서 조상을 욕 보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도 지하 190m 암반수를 퍼올려 술을 빚는다. "재료도 좋아야되지만 막걸리는 뭐니뭐니 해도 물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막걸리 품평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품평회에 열심히 참가했다. 그러나 이제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빚는데 있어 얼마만큼 전통방식을 고수하느냐에 대한 가늠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 술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중요하며 얼마만큼 예부터 내려오던 전통방식을 고수하느냐 또한 따져봐야 한다. 효모가 얼마나 풍부하고 맛의 깊이가 얼마인지 정확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품평회에 참가해보면 전통막걸리에 대한 개념 자체를 뒤흔드는 것을 발견하게 돼 완전 대기업의 들러리로 전략한 기분이 들어 참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막걸리에 대한 비법을 혼자만 가지고 있지 않고 공유하고 있다. 주막에 오랜 노력으로 확립한 담그는 비법을 전수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도 그 비법을 알려준다. 그러면서하는 말이 있다. "맛으로 장난치지 말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꼭 한다

 

 

이복만 문경새재양조장 3대 대표(오른쪽)와 이 대표의 아들 상화 씨. 이복만 문경새재양조장 3대 대표(오른쪽)와 이 대표의 아들 상화 씨.

 

◆"아들이 가업 이어줬으면…"

이 대표의 아들 상화(32) 씨가 이 대표 밑에서 막걸리제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는 운명처럼 양조장을 이어 받아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양조장이 눈앞의 이익을 좇다 흉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지키려 애를 썼다. 아들도 전통과 자존심을 갖고 그랬으면 한다"고 했다. 상화 씨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집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연구해 만복탁배기가 지역을 넘어 전국, 세계로 나가는 막걸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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