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블록체인, 의료 혁신을 이끈다.

 

 

사랑의 자물쇠는 우리의 사랑을 지켜줄까? 퐁데자르 다리 위에서 남녀 주인공이 다리 난간에 자물쇠를 하나 채우고 열쇠를 세느 강에 던져버렸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는 이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이들처럼 전세계에서 온 연인들이 프랑스 파리의 퐁데자르 다리에 자물쇠를 걸며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어느새 수십만 개의 자물쇠가 다리 난간에 빼곡하게 달리더니 급기야 2014년 6월에 자물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난간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파리시는 다리의 모든 자물쇠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물쇠로 단단히 채워 놓아야하는 것은 연인과의 사랑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소중한 의료정보도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채워 놓아야 한다. 최근에 블록체인이 의료정보 지킴이가 되겠다고 나섰는데 블록체인은 어떻게 지켜줄까?

 

 

◆블록체인, 의료정보를 지키는 자물쇠가 되다!

우리의 의료정보에는 병원에서 작성하는 전자의무기록, 혈당수치나 운동량과 같은 개인건강정보, 우리 몸의 DNA가 가진 유전체 정보 등이 있다. 정보화시대를 지나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료정보에 대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정밀의료 등 첨단기술들이 의료기술과 연결되면서 환자 개개인에 딱 맞는 고품질 맞춤형 질병치료와 건강관리를 제공하기 위한 첨단의료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의료정보가 중요하게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의료정보를 병원과 정부 기관에서 관리하며 필요할 때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치료약을 개발하거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들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 및 각종 보험회사와 여러 기관들에서도 의료정보를 필요로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의료정보가 위조되거나 해킹되면 큰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며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로서 블록체인이 등장했다.

 

 

◆블록체인, 어떻게 작동할까?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단어가 아직은 낯설게 여겨진다. 블록체인이란 거래데이터를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유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금융위원회에서 정의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 과정에서 공인된 제3자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금융거래와 같은 중요한 거래를 할 때에 안전하게 거래하기 위해서 반드시 공인된 제3자를 통해서 진행한다. 여기서 공인된 제3자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계좌이체할 때 계좌를 확인해서 돈을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은행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이제 블록체인의 작동과정을 보자. 우선 블록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암호화한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정보가 담긴 암호화된 블록들을 만들어서 기존 블록에 순차적으로 연결하여 장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부를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참가자들이 복사된 동일한 장부를 분산 관리한다. 또한 거래가 새로 발생할 때에 모든 참여자가 동의하여 거래를 인증하고 새로운 정보도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담아 놓은 정보는 삭제도 안되고 위조도 안되며 해킹도 불가능하다. 바로 이 블록체인에 의료정보를 담아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 시대

블록체인이 의료분야에서 일으키는 혁신적인 변화로서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 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병원 중심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던 의료정보를 이제 환자가 주체가 되어 관리하고 사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찾아가서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의료정보가 병원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의료정보가 환자 개인의 의료정보이기도 하다. 따라서 환자가 의료정보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이용하게 되면 병원을 옮길 때나 보험금을 청구할 때에 쉽고 편리하게 의료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환자의 의료정보가 위조되지 않은 믿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블록체인이 이것을 담보한다.

메디블록 기업은 여러 의료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환자 자신의 의료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 블록체인이 개발되면 환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료정보를 이용하고 유통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IBM 왓슨 헬스 인공지능 사업부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기 위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계약을 2017년에 맺었다. 이 사업을 통해서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의무기록, 임상시험, 유전체정보 등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된다.

 

 

◆가짜 약 잡고, 약물 관리도 척척

가짜 약을 팔다가 적발되거나 병원에서 특정 약물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가끔 뉴스에 보도된다. 국내외 위조의약품 유통 및 관리 현황에 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적인 위조의약품 문제로서 유효성분 부재(32.1%), 표준품과 상이한 유효성분 함량(20.2%), 효과가 다른 유효성분 함유(21.4%) 등이 있다고 한다.

약의 생산과 유통 및 사용 과정이 매우 복잡해서 가짜 약을 적발하거나 약의 오남용을 방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약이 제약사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순간부터 유통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사용되는 전체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관리한다면 이러한 가짜 약의 문제와 약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알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약물의 유통 과정을 안전하게 관리해주는 블록체인 기술로서 의약품의 운반과 공급을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인 '젬 헬스'와 의약품의 운반과 공급망 관리를 위한 '메디레저' 등이 개발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10대 유망기술로 선정되었다. 의료분야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많은 변화들을 일으키며 발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블록체인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기술로서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될 것이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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