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큰 손들 모십니다" 대구 의료관광 어벤져스

'설립 3주년' 한중의료관광協 배현숙·박설매·안금화·이연화 씨
“대구 의료관광 고급화에 큰 역할, 보람 느껴”

대구 의료관광의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임원들이 7일 사무실에서 손하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안금화 이사, 배현숙 이사장, 박설매 이사, 이연화 이사.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 의료관광의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임원들이 7일 사무실에서 손하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안금화 이사, 배현숙 이사장, 박설매 이사, 이연화 이사.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스스로 대구의 홍보대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죠.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매력 있는 일이 틀림 없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드러났다.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이하 의료관광조합)을 이끌고 있는 배현숙 이사장과 박설매, 안금화, 이연화 이사는 "중국동포 출신인 우리 모두, 대구가 '제 2의 고향'이 됐다"며 "입만 열면 대구 자랑하기에 바쁘다"고 입을 모았다.

설립 3주년을 맞은 의료관광조합은 탄탄한 운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까지 2천500명에 달하는 중국 관광객을 대구로 유치했다. 지난해 '메디시티 대구' 조성에 기여한 공으로 대구시장 표창을 받았고, 대구의료관광 선도유치업체에도 지정됐다.

이쯤되면 대구의 대중(對中) 의료관광 '어벤져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어벤져스 사총사는 진지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임하다가도 "중국 14억명 인구 모두한테 대구를 알리는건 불가능하려나?"라는 능청스러운 안금화 이사의 말에 소녀처럼 꺄르르 웃었다. 그 웃음에서 한없이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메가시티대구 중국 석가장 의료홍보설명회.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메가시티대구 중국 석가장 의료홍보설명회.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국내 최초 '의료관광통역사'

배 이사장은 중국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종합병원에서 16년간 근무하다 2000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대구에는 '의료관광'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던 터. 그녀는 통역 경력을 쌓아오다 2010년 쯤부터 의료 전문지식,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의 교육을 받은 이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의료관광 통역 업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의료관광통역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안 이사와 이 이사, 법무사로 일하던 박 이사 등이 합류해 지금의 의료관광조합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의료관광조합의 첫 걸음은 순탄치 않았다. 설립을 한달 앞둔 2017년 2월,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간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중국 정부는 한국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고,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했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안 이사는 "당시 손님이 한명도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설립을 추진했다. 그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다"고 회상했다.

1년 가량 사무실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나아질 때를 대비해, 관광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하며 관광객들의 수요를 파악해나갔다.

박 이사는 "마음을 비우고 시스템을 탄탄하게 정비해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다행히 이듬해 사드 사태가 사그러들면서 유치 실적이 눈에 띄게 뛰어올랐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큰 파도를 잘 넘었기에, 이제 웬만한 큰 일은 두렵지 않다. 단단히 준비가 돼 있으니 손님이 오기만 하면 환영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의료관광조합은 현재 이들 4명의 이사 외에 2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배 이사장은 "외국인 통역 경력 5년 이상에 의료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이들로만 구성돼있다"며 "정기적으로 의료 관련 심화 교육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사진가협회 올포스킨 피부과 방문 체험.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상하이 사진가협회 올포스킨 피부과 방문 체험.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대구 의료관광 고급화 추세

의료관광조합은 최근 대구의 의료관광이 '소규모화', '고급화'하는 데에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이사는 "예전에는 몇백명씩 우르르 몰려와 대구를 가볍게 훑고만 갔다면, 최근에는 10명 내외 소규모로 방문하거나, 개인적으로 찾아와 고가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기존 단체 관광보다 질이 높고,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안 이사는 "100명 단위 단체 관광객은 단가와 식당 수용 문제 등으로 특색 없는 식사를 하고, 유명 관광명소 몇 곳만 감상하다 갔다"며 "반면 소규모 관광객들은 SNS에서 유행하는 골목 속 '맛집'을 탐방하고, 약선 요리 만들기나 한복 입고 인생샷 찍기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큰 손'들을 대구 의료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3년간 유치한 중국 관광객 2천500명 중 절반 이상은 1~2명씩 유치한 VIP 관광객이다.

안 이사는 "1년에 한두번씩 꾸준히 찾는 VIP들은 의료 투어는 물론이고, 백화점 등을 찾아 수천만원을 쓰고 간다. 한번 방문만으로 대구의 경제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왔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대구의 병원들도 믿음직하지만 우리가 중간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종합병원 위주로 운영되는 데다 인구가 많다보니 예약하려해도 몇 달씩 걸리지만, 대구는 과별로 진료 보기가 수월해 중증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중국이 대규모 의료 시설은 잘 갖추고 있는 반면 기술적인 면에서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현실. 때문에 최근에는 성형 등 재수술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안 이사는 "특히 대구시가 선도의료기관들을 지정해놓은 덕에 우선 예약이 가능하다. 대구는 의료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돼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바둑협회와 중국아동센터 청소년바둑교류 . 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대구바둑협회와 중국아동센터 청소년바둑교류 . 사진은 한중의료관광협동조합 제공

 

◆민간교류 행사로 유치 확대

의료관광조합은 이제 민간교류 프로그램 개발, 유치로 발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교류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구를 찾게 함으로써 의료관광을 알리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

사총사는 '갈수록 할 일이 태산'이라면서도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배 이사장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한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대구시 의료관광진흥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덕에 더욱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영 초창기와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적 이익을 떠나서 봉사 이상의 노력을 쏟아붓는다. 일을 하며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인정 받는 것이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우리의 단합력 또한 지금까지 조합을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달려간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들은 손에 귤을 가득 쥐어주며 기자를 배웅했다. "직접 출장을 다니다보면 여행객의 마음을 알게 된다. 열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힘들게 대구를 찾은 손님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는 배 이사장의 따뜻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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