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에 얽힌 이야기 <21> 지휘자는 지휘봉을 꼭 써야 하나?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하는 모습.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하는 모습.

 

지휘봉 지휘봉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의 손끝 움직임에 따라 100명이 넘는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그의 손에는 지휘자의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지휘봉'이 들려 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사용하는 것은 더 명료하고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다. 지휘봉을 든 손으로는 박자를, 다른 손으로는 강약의 표현과 호흡, 정지를 지시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지휘봉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전까지는 종이 두루마리나 지팡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활 등을 사용해 손뼉이나 발구르기, 고함 지르기로 박자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지휘봉의 사용으로 훨씬 다양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휘봉은 막대 부분인 케인(cane)과 손잡이 부분인 핸들(handle)로 나뉜다. 케인은 탄소섬유나 나무,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고 핸들은 알루미늄이나 코르크 등으로 만든 것을 많이 쓴다. 지휘자에 따라 길이부터 재질, 굵기도 다르다. 지휘자 정명훈은 올리브 나무의 나뭇가지를 잘라 직접 지휘봉을 만든다. 자신에게 꼭 맞는 무게와 균형감을 지닌 지휘봉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나뭇가지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살려가며 손수 깎은 그의 지휘봉은 소장 가치가 높아 종종 자선 경매에 나오기도 한다.

대다수 지휘자들은 대부분 오른손으로 지휘봉을 드는데 왼손으로 지휘봉을 잡는 왼손잡이 지휘자도 드물게 있다. 어떤 지휘자는 지휘봉을 과감히 버리고 맨손만 사용하는 이도 있고, 곡 성격과 분위기에 따라 지휘봉과 맨손 지휘를 섞어 쓰는 지휘자도 있다. 두 지휘법이 각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 지휘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맨손으로 지휘를 하지만 개별 악기군에 좀 더 정확한 지시가 필요할 경우 이쑤시개처럼 생긴 작은 지휘봉을 꺼내 든다.

청중은 지휘자의 극적이고 격렬한 지휘 동작을 좋아하지만 결국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절묘한 앙상블에 가장 크게 감동한다. 어떤 지휘봉을 쓰고 어떤 포즈로 지휘대에 서는 것은보다는 연주자를 잘 이끌어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것이 지휘자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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