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섭의 북한 화첩기행]<5>북한의 먹거리

 

 

옥류관너머로 대동강과 릉라도에 5.1경기장,양각도 호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옥류관너머로 대동강과 릉라도에 5.1경기장,양각도 호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방북 일정 중에 우리는 무엇을 먹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음식은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다."라고 힐러리 전 미 국무장관이 말했다.우리는 외교까지야 거론 할 일은 아니지만 북한사람들과 관계를 하는데 중요한 부분이었다.

 

북한은 실제로 외교,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는 식당들이 있다. 옥류관, 대동강수산물식당, 보통강가의 청류관, 단고기집, 온면 옥수수 국수집 등이다. 평양방문 며칠 전 경남 진주에서 통일전시를 하자며 한 갤러리 주인이 북한에 가면 꼭 냉면을 먹고 진주냉면과 비교를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과 청류관을 찾았다.

 

옥류풍경 (조선화가 김영철작) 옥류풍경 (조선화가 김영철작)

 

옥류관은 대동강가에 옥색으로 된 화려한 몇 겹의 기와집으로 대동강 건너 릉라도를 바라보고 있다. 릉라도에는 5.1경기장, 양각도호텔, 주체사상탑을 연결하는 옥류교, 청류다리가 대동강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우리는 옥류관에서 냉면 맛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반짝이는 놋 그릇에 쫄깃한 면발도 특이하지만 안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옥류관 랭면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정겨웠다. 그릇 위에 젓가락으로 고명은 제치고 면만을 떠 올려 X선으로 놓고 식초를 쳐서 먹으면 더욱 맛이 있다고 했다.

북한 안내원의 먹는 법 설명에 따라 필자가 고명을 제치고 냉면 그릇위에 젓가락을 X자로 걸쳐놓고 있다. 북한 안내원의 먹는 법 설명에 따라 필자가 고명을 제치고 냉면 그릇위에 젓가락을 X자로 걸쳐놓고 있다.

 

하지만 식사 후 의도치 않게 계산도 하지 않고 옥류관을 나와 버렸다. 이럴테면 평양에서 먹튀였다. 을밀대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화폭을 펼치고 있는데 안내원이 우리를 힐끗 힐끗보며 당황해 하며 전화를 받은 후 우리 팀이 옥류관에서 식사 값을 내지 않고 왔다는 것이다. 한동안 술렁대다가 마침 관광길에 만난 프랑스서 온 뒷 손님에게 계산을 부탁 했다.

옥류관은 하루에 1만2천 그릇의 랭면을 팔아 외화벌이도 하지만 많은 평양시민들이 외식으로 즐겨 찾는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보다 값의 1/100만 낸다고 했다.

평양 보통강가에 있는 배 모양의 현대식 건물인 평양 보통강가에 있는 배 모양의 현대식 건물인 "청류관"

 

대동강에 비하면 샛강같은 '보통강'을 따라 뒷 골목으로 들어섰다. 배 모양의 현대식 청색 건물인 청류관 역시 잔칫집 분위기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청류관파와 옥류관파는 매년 요리경연대회에서 우열을 가리는 경쟁 관계이다.

얼마전 문재인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자랑했던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에는 어장 같이 널다란 수족관에 철갑상어들이 놀고 있었다. 실내 장식도 이채롭고 산, 강, 바다의 요리들과 가공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어 마치 요리 박물관이라 할수 있다.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야경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 야경

 

동양료리관, 서양료리관, 2.3층에는 황금회 식사실, 봄맞이 식사실, 연회장, 결혼식장도 있다. 우리는 '민족 료리식사실'로 갔다.한복을 입은 여성 안내원들 곁에서 막걸리까지 걸죽하게 한 잔을 걸치게 됐다. 취기가 약간 올라 언성을 높이며 서로의 현실를 주장하는 남북 맞장 토론장이 되기도 했다.

 

몇일 째 식당을 찿아 다녀서 평양먹거리 길이 좀 익숙해진 것 같았다.감자전, 농마(녹말)국수, 면발이 넓고 쫄깃한 짜장면은 춘장대신 된장을 쓴다. 최근 서양음식문화가 들어오며 '평양버거' 피자, 파스타,와플버거도 유행하고 있었다.

11월 16일은 북한의 어머니 날이었다. 그 날 나온 음식은 가물치회와 매운탕에 나무가지에 색색의 방울 토마토를 조롱 조롱 달아 어머니 날을 기념한다며 서비스가 나왔다. 어머니 날을 기념하는 날짜는 다르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같으니 마주한 북한사람들과 만감이 교차됐다.

대동강수산물식당 민속료리실.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안내원이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대동강수산물식당 민속료리실.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안내원이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안내원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미국 한 교회에서 건강식곡류를 하나 가져왔는데 UN대북제재가 풀리면 몇 톤을 기부하겠다는데 접수할 단체를 정해주실래요?" 하고 요청을 했다. 다음 날 저녁을 먹고 곡물 샘풀을 건내 주었다. 받아든 안내원께 기념 사진을 찍자고 했다.

형 아우하며 친절하던 담당자는 의외로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에 곡물봉지를 탁! 놓더니 "이거 안 받겠습네다. 미국에 어떤 목사가 시킨 거지요! 권 선생은 그림이나 그리디 이런 심부름을 하지 마시오." 라는 것이다. 나는 어리둥절 당황했다.

고맙다고 할 줄 기대 했던 나를 매우 부끄럽게 했다. 그들의 자존심을 감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우리 이런 것 안 받아도 일 없습네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다 주시어서 세상 부럽없습네다"라는 말이 또 나올 것 같았다. 민망해하든 아내도 "그 봐~ 우리 저거 얼른 버리자"라고 했다. 채식주의자인 나는 아까운 것이라 호텔방으로 되가져와 다시 여행 가방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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