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한마리 수백만원?…수중생물 키우기 취미, 고수익 직업으로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취미활동을 통해 윤택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가끔 취미가 부업(副業)이 되기도 하고 부업이 본업으로 바뀌기도 한다. 어릴 적 동심이 담겨 있거나 우연히 접한 취미활동이 본업이 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쫓기지 않는 삶, 내가 주인공인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취미활동을 통해 본업을 바꾼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

 

조현수씨가 동보는 보아새우는 무늬나 크기에 따라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강민호 기자 kmh@imaeil.com 조현수씨가 동보는 보아새우는 무늬나 크기에 따라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강민호 기자 kmh@imaeil.com

 

◆비싼 취미가 본업으로

조현수(44) 씨는 최근 2천500만원 어치 새우를 구매했다. 새우를 데려온 지 며칠만에 절반 가까이 죽었지만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년 동안 그런 일이 빈번했기에 시행착오쯤으로 여길 뿐이다. 앞으로는 새우 개체 수가 지금의 수십 배로 늘어 날거라 기대한다. 그가 키우는 새우는 식용이 아닌 관상용이다. 조 씨는 우연한 기회로 새우 재테크를 접하면서 '새우 브리딩(동물을 번식시키는 일)'에 입문했다.

2년 전 조 씨는 동물이 아이 정서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을 데리고 수족관에 갔다.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관리가 편하다는 생각으로 열대어나 몇 마리 키워보려 했는데 수중동물 가격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관상용 수중동물 중에는 천만 원을 호가하는 물고기부터 수백 만원대 새우 등 가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아들 녀석이 블랙다이아몬드 가오리가 아니면 싫다고 해요. 이왕 사주려고 마음먹은 거 저 좋다는 걸로 결정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줄은 나중에야 알았지요." 블랙다이아몬드 가오리는 한 쌍에 300만원이었는데 팔뚝만한 새끼 가오리는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수족관이 필요했다. 결국 1.5미터짜리 수족관을 주문 제작했다. 여과제부터 모터, 가오리 먹이인 생 미꾸라지 등 수족관을 하나 두는데 경차 한 대 값이 들어갔다.

집에 수족관이 생긴 후 아들과 조 씨에게 각각 변화가 생겼다. 아들은 가오리가 먹는 미꾸라지 손질을 담당했다. 조 씨는 과연 생 미꾸라지를 소금에 세척해 얼리고 다시 가위로 잘라 주는 일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들은 빠뜨리지 않고 가오리 밥을 챙겼다. 조 씨는 아들이 가오리를 키우면서 책임감도 가지고 감정을 쏟는 대상이 생겨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다.

조 씨도 새로운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금액대가 상당한 수중생물을 보고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우에 관심이 갔다. 물고기보다 키우기 쉽고 냄새도 없는데 번식도 잘하는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관상용 새우는 가격대도 상당했는데 마리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종도 있었다. 새우 브리딩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람도 있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 씨는 올해 말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새우 브리딩을 하고 있다. 새우가 생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명 '물잡기'부터 포란 후 선별 작업까지 계속 시행착오를 이어가는 중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도 본업으로 삼으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새우를 키우는 일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큰 스트레스는 없어 직업으로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좋은 종도 많이 번식시켜 손님 맞을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권우영 씨가 다양한 수초를 관리하고 있다.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권우영 씨가 다양한 수초를 관리하고 있다.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어릴 적 동심을 살려 본업으로

"회사에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수초가 아른거리더라고요. 재미삼아 시작한 부업이 엄연한 본업으로 바뀌었지요." 권우영(49) 씨는 4년 전 십 수 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은 다름 아닌 '수초', 물속에 사는 식물이었다.

어릴 때부터 연못을 좋아한 권 씨는 항상 물 속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가장 즐거운 놀이터가 물가였다. 그의 아버지는 연못을 좋아하는 아들을 자주 냇가로 데려가 구경시켜주었다. "아버지께서는 집 앞 마당에 연못을 만들자고 하셨어요. 말씀을 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는데 지금 그 위치에 대형 수초어항이 자리 잡고 있지요."

초등학생 때부터 금붕어나 열대어를 집에서 키우던 권 씨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물고기나 다른 수중 생물도 좋지만 줄기를 꺾어 꽂기만 하면 자라나는 수초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초에 대해 연구할 것도 많았다.

수초가 자라는 환경이 흙의 배합비율 그리고 주변 온도, 액체비료나 조명, 탄산가스 등 준비할 것도 많았다. 권 씨는 토종 구와말을 채집해 키워보기도 하고 외래 수초 여러 종을 합사하기도 했다.

수초를 이용해 만든 바닷 속 조경.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수초를 이용해 만든 바닷 속 조경.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수초 성장에 좋은 환경을 위해 외국에서 무반사유리를 주문제작하고, 자연스러운 빛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터치스크린을 설치한 어항은 특허를 내기도 했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대기업에서 일할 때도 권 씨는 집에서 수초를 키우는 보람으로 살았다.

단순히 취미로만 수초를 키우던 그의 운명을 바꿔 놓은 건 아내의 한마디였다. 결혼 후 지저분하게 자라나는 수초를 잘라 버리는 것은 아내 몫이었다. 하루는 잘라낸 수초 한 다발을 내다 버리는 아내에게 권 씨는 그것이 삼십 만원 값어치는 한다고 얘길 했다.

"버리는 게 아까우면 수초를 직접 팔아보는 건 어때요?" 아내의 말에 권 씨는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 계정을 만들고 수초 사진을 찍어 올렸다.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수초를 찾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금세 물량이 부족해질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난 셈이었다. 권 씨는 본격적으로 수초사업을 할 작정으로 수족관을 더 장만했다.

비어있던 아버지 집에 수초 수족관을 설치하고 수초를 배양하는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 다양한 종류의 수초를 키웠다. 그는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수족관에서 손님을 맞았는데 어느새 수초로 거둔 수익이 회사 월급을 훨씬 뛰어넘었다. 권 씨는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잘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수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권 씨는 일상이 즐거우니 시간가는 줄 모르며 지내는 중이다. 수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30년 경력을 가진 그에게 몰렸고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채집하러 다니거나 정보를 주고받았다. 물론 수초를 키우면서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직접 채집한 수초를 다른 종류가 자라는 어항에 넣어 두었다가 물이 오염되어 싹 다 버리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권 씨는 최근 수중생물을 좋아하는 후배를 돕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물론 동호회 활동을 통해 경험을 공유한다.

권 씨는 아직까지 발견된 수초가 한정적이고 바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어 더 즐겁고 사업 전망도 좋을 거라 기대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저는 복 받았다 생각해요. 예전 같으면 '평생직장'이라는 틀에 갖혀 살았을 텐데,

다양한 취미가 활성화 된 시대를 사는 덕분에 저와 같은 삶이 가능해진 거지요. 평생 즐기다가 이제는 본업이 된 제 취미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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