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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중국몽(中國夢) 한국상(韓國想)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는 1990년 무렵 중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외교 방침으로 천명하면서 유명해졌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천안문 사태에다 소련의 해체로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한 중국의 활로를 찾기 위해 제기한 것이 바로 도광양회였다.대외적으로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내부적으로는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건설에 집중한 것이다. 사회주의 대국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만 허용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또한 이때 나온 용어이다. 중국은 그렇게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를 거치면서 중국은 명실공히 강대국의 면모를 갖췄다.그래도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의 명분을 앞세웠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의 등장과 함께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소작위도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었다. 할 일은 거침없이 하겠다는 대국의 위세였다. 중화제국의 위대한 부활을 선포한 것이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이다.그 와중에 우리가 혹독하게 겪었던 게 사드 보복의 횡포이다. 중국의 적나라한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중국에서 최근 들어 당 지도부와 지식인 일각에서 '도광양회론'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견주던 G2의 자만심이 무역 전쟁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반성론이다.그러나 이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흐름 또한 도도하다. 인민일보는 "경쟁자가 얼굴에 침을 뱉어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며 발끈했다. 고위 관료 출신 연구원들도 29일 공개포럼에서 아프리카 진출의 저력과 통제 가능한 산업 시스템을 적시하며 "역사적 사상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몽의 회오리 속에 상당한 시련과 모멸을 체험하고서도 아무런 반성도 대책도 없는 한국상(韓國想)이다. 집안 갈등과 혼란의 늪에 빠진 채 저마다의 아우성만 깊어가는 소국의 굴욕이다.

2018-08-31 05:0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30일 약 30%쯤 각료 바꿔 2기 정부 닻 올리며 돈(예산) 이어…

○…문재인 대통령, 30일 약 30%쯤 각료 바꿔 2기 정부 닻 올리며 돈(예산) 이어 대구경북 사람까지 제외. 지역민, 그럼 이제 새마을정신으로 자활(自活)하지 뭐! ○…문희상 국회의장, 30일 의장 공관에 기자들 초청해 앞치마 입고 음식 나르며 특권 내려놓기 강조. 이참에 실천될 때까지 앞치마를 의원복으로 하시죠? ○…대구 경찰, 수색 도중 뱀에 물려 죽은 개 위한 동판 제작 추모 결정. 호국영령, 독립운동하다 죽어도 돌보지 않는 이 많은데 개팔자 상팔자 세상 부럽군.

2018-08-31 05:00:00

[청라언덕] 도대체 날씨가 왜 이래?

올여름 날씨는 참 이상하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끝나는가 싶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폭우를 쏟아붓는다. 한쪽에서는 하루 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데, 다른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폭염 특보가 발효된다.이번 폭우의 배경에는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이 도사리고 있다.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유지하면서 정체전선이 생겼다.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에 풍부한 수증기를 공급해 강수량을 늘렸다.폭염과 폭우,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는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 올여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북반구의 4개 대륙이 모두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았다.북극권에 가까운 북유럽 국가들은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막대한 산불 피해를 겪었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멘도시노 산불로 서울 면적(605㎢)보다 2배가 넘는 삼림이 불탔다. 계속되는 산불 연기에 시애틀의 대기 오염이 중국 베이징보다 3배나 더 나쁠 정도다.수온 상승으로 원전 가동도 줄줄이 중단됐다. 핀란드는 발트해 바닷물 수온이 오르면서 원전 냉각수로 쓰지 못해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강 수위가 낮아져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이 같은 이상기후는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노멀은 가까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의미하는 키워드다. 기후 분야에서 뉴노멀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후의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표준이 생성되는 시대다. 올해와 같은, 혹은 더 심한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이상기후의 근본적인 원인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UN2050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보다 2.5배가 넘고, 지구 표면 온도는 1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과정에서 생물 종의 6분의 1이 사라지고 농지 중 20%는 사막화된다.실제로 대구도 20년 뒤면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아열대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가장 추운 달도 평균 기온이 18도를 밑돌면서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다.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41년부터 대구에서도 올리브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동성로의 가로수가 야자수로 바뀌고 바나나를 따 먹는 일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셈이다.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는 대부분 해역에서 28도를 넘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잡힌 물고기 10마리 중 4마리는 아열대성 물고기였다.기상청은 장기적으로는 도시 계획까지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바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해안가 침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일상을 덮친 극한의 폭염 등 이상기온은 기후변화를 내다본 전문가들의 예측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지독했던 올여름 더위는 내년에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폭염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에 맞게 삶의 기본적인 방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조정할 시점이 됐다. 국가가 나서 근본적인 대응 체계 마련도 나서야 한다. 우리는 과연 바뀌는 기후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2018-08-30 19:01:25

모현철 정치부 차장

[계산동 통신] 업무추진비 조례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논란이 대구시의회 등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국회 특활비가 폐지된 것과 관련, '눈먼 돈'이란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혈세로 지원되는 업무추진비의 '쌈짓돈' 논란도 일고 있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의장이 월 490만원, 부의장 2명이 각 245만원, 상임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등 7명이 월 152만원 등 연간 2억4천5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쓰고 있다. 대구시 8개 구군의 경우 의장은 최고 3천100만원에서 최저 2천200만원까지 연간 업무추진비로 쓰고 있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이 연간 5억5천2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혈세 지급에도 업무추진비는 감사 사각지대에 있으며, 사용처마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적이 많았다. 국회 특활비가 폐지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도개선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중 '업무추진비 사용 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규칙)' 등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는 의회는 찾기 힘들다. 업무추진비는 시민 혈세로 지급되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일부분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개 내역을 보면 마지못해 면피용으로 공개한다는 인상이 짙다. 실제로 업무추진비 집행 사용내역을 보면 누구와 간담회를 했는지가 불분명하다. 업무추진비 공개가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정의당 대구시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추진비의 사용기준과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관련 조례나 규칙은 전국에서 서울과 부산, 광주 등 9개 광역의회와 69개 기초의회에서 제정했는데, 대구와 경북에서는 울진군과 울릉군만 제정했다. 대구시의회는 2015년 7월부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관련 조례는 아직 없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은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 제정 작업을 하고 있으며 속도를 내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회의 업무추진비 관련 조례 제정은 환영할 만하다. 새롭게 출범한 대구시의회가 업무추진비의 투명성을 통해 지역민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

2018-08-30 16:50:42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찬 죽' 점심 약속

"'찬 죽'은 결국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지난해 본지 8월 31일 자에서 필자가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보내면서 '야고부'를 통해 스스로 다짐한 약속이다. 그러나 올해도 이를 잘 지키지 못했다. 올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서만큼은 광복회 대구시지부가 주관하는 행사 참여는 못할지라도 나라 잃은 옛 치욕을 잊지 않으려 '찬 죽'으로 점심을 먹는 일을 실천하려 했으나 결국 절반의 실천에 그치고 말았다.'찬 죽' 먹기는 광복회가 지난 2011년부터 전국 조직을 통해 국치(國恥)를 기억하고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독립정신을 잊지 않으려 시작됐다. 물론 '찬 죽' 대신 '흰 죽'을 먹거나 아예 '금식'하기도 했던 의식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 안팎에서 선조들이 개천절, 기미년(1919년) 3·1운동과 함께 기린 3대 전통 행사의 하나를 새롭게 되살린 셈이다.그나마 다행한 일은 29일 열린 108주년 경술국치일 상기 추념식에 처음 참석, 1년 내내 부르지 않아도 눈치 볼 것이 없을 애국가를 4절까지 따라 불렀고, 탁구공 크기만 한 주먹밥 3개를 받아 선약의 점심 자리에서 경술국치일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주먹밥을 나눠 먹은 일이다. 아, 또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태극기의 조기(弔旗) 달기를 3년째 실천했다.물론 필자의 추념식 참석과 애국가 따라 부르기, 조기 달기로 '찬 죽' 점심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을 위안 삼거나 드러낼 뜻은 없다. 8월은 광복절과 경술국치일이란, 두 갈래의 서로 달리 기릴 의식이 있는 남다른 달이다. 이런 8월을 맞아 잊힌 과거를 알고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찌해야 할지를 스스로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97세의 권중혁 독립지사, 89세의 장병화 독립지사와 한 공간에서 맞은 올해 경술국치일에 다시 스스로 다짐한다. 내년 이날, '조기 달기와 추념식 참석, 온전한 찬 죽 또는 주먹밥 점심'의 3가지 실천으로 제대로 경술국치일을 맞으련다. 두 독립지사와 함께라면 더없이 뜻있는 일이 되리라 믿으면서 두 독립지사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혹 함께할 동행자라도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2018-08-30 05:00:00

[관풍루] 이해찬 민주당 대표, 구미에서 열린 첫 현장 최고위에서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 구미에서 열린 첫 현장 최고위에서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원하겠다”고 발언. 특별관리해서 내년 국비 예산 후려쳤나? ○…미 국방장관 “한미 연합훈련 더 이상 중단할 계획 없다”고 하자 청와대 “한미 간 훈련 재개 논의 없었다”고 언급. 대놓고 재개하기 싫다고는 못하겠으니…. ○…강경화 외교부 장관, “미국이 9월 남북 정상회담 동의했나”는 질문에 “동의 사항 아니다”고 답변. 하긴 대북 제재 위반 물품 북한 반출도 ‘주권 행사’이니.

2018-08-30 05:00:00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1년에 며칠 안 되는 휴가를 궂은 날씨 탓에 망친다면 무척 당혹스럽다. 그것도 모처럼 나선 외국 여행에서라면 자신의 박복(薄福)을 한탄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초 떠났던 아내와의 바캉스가 꼭 그랬다.목적지는 팔라완이었다.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답게 청정자연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하 강'(Subterranean River)이 유혹했다. 하지만 연일 비가 내리면서 일정은 모두 취소됐고 시원한(?) 바다에서 물놀이만 하다 왔다.팔라완이 국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남사군도(南沙群島)에서 가장 가까운 필리핀 최서단 국경이란 점도 내 발길을 이끌었다. 스프래틀리군도(Spratly Islands)라고도 하는 이곳은 중국·필리핀·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미국 브랜드인 갭(GAP)은 얼마 전 남사군도, 대만 등이 제외된 중국 지도를 그린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그런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카누 경기에서다. 지난 26일 드래곤보트 500m 여자 결선에서 남북은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단일팀 첫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국기 게양대에는 독도가 누락된 한반도기가 걸렸다.물론 앞서 18일 개회식 공동입장 때 남북 기수가 들었던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썼다. 이에 드래곤보트 금메달리스트들은 독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흰 테이프를 붙인 한반도기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 무언의 항의를 했다.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력이 약하다는 방증일 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 당시 '정치적 행위'라며 사용을 금지하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이번에 남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우겨 전략적으로 국제 분쟁으로 만든 일본의 꼼수가 스포츠 외교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28일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14년째 반복한 올해 방위백서를 각의에서 채택했다. 백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취임 이후 6년 연속으로 공물료를 납부, 공분을 자아냈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일본의 도발에 매번 '깊은 우려'만 표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가 앞장서 강력한 대응을 하고 민간도 함께 노력해 국제사회에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표명한 대로 2030년 월드컵을 남북이 공동 개최하고, 대구경북 체육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2030년 아시안게임 지역 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반도기를 국기 게양대 가장 높이 올리고도 찝찝한 기분을 털어낼 수 없을 것이다. 제108주기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을 보내며 가슴이 답답하다.

2018-08-30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통계청장 교체 꼼수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는 '만물은 수로 되어 있다'라고 했다. 숫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 우주의 본질과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수란 정수(整數)와 정수의 비(比)로 나타낼 수 있는 수, 즉 유리수(有理數·rational number)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이를 완전하고 절대적인, 유일한 수라고 믿었다.이런 믿음은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의 제자인 히파수스가 무리수(無理數·irrational number)를 발견하면서 송두리째 무너졌다. 히파수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구했더니 제곱해서 2가 되는 수(1.414…)로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음을 알아냈다. 이에 대한 피타고라스학파의 대응은 참으로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었다. 무리수를 수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그 존재를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히파수스는 이를 외부에 알렸고, 이에 격분한 피타고라스학파 동료에 의해 지중해에 산 채로 수장됐다.이런 일은 20세기 들어 소련에서도 일어났다. 1929년부터 시작된 스탈린의 농업집단화로 희생된 사람은 최대 1천 만명으로 추산된다. 스탈린 자신도 1942년 8월 "1천 만명의 농민을 처리했다"고 했다.이오시프 디아드킨이란 소련 학자의 '1927∼1958년 소련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자연사의 추정 평가'라는 연구는 이를 실증했다. 그가 '농업집단화와 계급 청소의 시기(1929∼1936)'라고 분류한 기간에 자연사한 사람은 약 1천 만명으로 집계됐다. 1937년 소련 인구조사에서 이런 통계가 나오자 스탈린은 인구조사위원회 위원들을 처형해버렸다. 죄목은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인구를 줄이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였다.통계청장의 전격 교체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지우거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그것을 찾아낸 사람을 제거함으로써 덮을 수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통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견지한 전임 청장을 면직하고 입맛에 맞는 통계를 '개발'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사를 새 청장으로 앉히면 소득주도성장이 파탄 나고 있다는 사실은 사라지는 건가?

2018-08-29 05:00:00

[관풍루] 복지 예산 늘리고 SOC 예산 줄였다 고용 쇼크에 놀란 정부, 결국 내년 생활 SOC 예산…

○…복지 예산 늘리고 SOC 예산 줄였다 고용 쇼크에 놀란 정부, 결국 내년 생활 SOC 예산 명목 8조7천억원 편성. 돌고 돌아 결국 비빌 언덕은 SOC. ○…대구시,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 태클에 대구시 신청사 이전 건립 말도 못 꺼내고 전전긍긍. 설마 중구청을 옮겨간다는 것은 아닐 터.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 일삼아온 대웅제약 회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입장문. 일 더 커지기 전에 잠수 타는 것이 상책.

2018-08-29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문화도시 대구의 힘!  

'대구는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까 한번 생각해 본다. '대구의 잃어버린 30년'을 살아온 젊은 세대들은 "대체, 뭔 소리?"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를 문화도시·교육도시로 기억하는 기성세대조차도 석재 서병오 선생이나 이상화, 현진건, 이쾌대, 이인성, 박태준, 현재명 등 기껏해야 한국 근현대사 인물들을 회상하게 되는 것이 대구의 현실 아닐까.그런데 대구가 지금도 여전히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객관적 사실'이 전해져 관심을 끈다. 대구산 뮤지컬 '미용명가'(중국명 메이파밍자)의 대본이 올가을부터 중국 대학의 연극과 교본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다. 연말에는 이 교본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작품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인이 쓴 시나리오가 중국 대학 교재가 된 건 사상 처음이다. 문화대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인의 속성상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사실 100% 대구산 미용명가(연출·제작·각색 이상원, 극본 안희철)는 2010년 대구 뉴컴퍼니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국내 300회, 중국(2012년 이후) 내 40회 공연으로 이미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중국CCTV 등의 투자를 받아 한국·중국 배우 동시 캐스팅으로 영화화하기 직전, '사드 사태'가 터졌다. 하지만 계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용명가가 중국대륙에 대구(경북)라는 도시의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고,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또 있다. 9월 14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리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돈 카를로'에 현역 세계 3대 베이스로 꼽히는 연광철 독일 주정부 궁정가수가 출연한다. "그게 대체 뭐, 어쨌다고?", 반문하는 시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유럽 등지의 오페라 애호가들은 난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잘하는 줄은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모든 예술의 총아로 불리는 오페라가 대중화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의지만 있다면 오페라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문화인이 부러워하는 '대구시민의 특권'이다. 올가을에 대구문화의 자부심과 특권을 온전히 누리는 대구시민이 되어 보자.

2018-08-29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우리는 왜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는가.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은 워싱턴, 링컨, 케네디 같은 미국 사람을 훌륭한 대통령 표상으로 삼아야 하나. 보수·진보 다툼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난도질당해 존경받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잔뜩 기대받으며 대통령에 올랐으나 재임 중 여러 잘못으로 대통령직(職)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까닭이 훨씬 크다.대통령의 성공은 국가의 성공으로 귀결된다. 실패한 대통령은 국가에 큰 그늘을 드리운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없이 봤다. 실패한 대통령 역사를 종식할 때가 됐다.작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시련에 봉착했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 미국, 중국 간 알력으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경제지표는 10년 만에 최악으로 추락했다. 서울 집값은 날마다 치솟고 있다. 공무원은 복지부동이고 대기업은 미래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대로 떨어졌다.난관을 돌파할 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을 가르는 것도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가 아닌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달렸다.시간은 모두에 공평하다. 5년 대통령 임기가 긴 것 같지만 그리 길지 않다. 문 대통령 임기도 3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이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MB의 성급함이 4대강 사업에 흠을 남겼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를 쳐 차곡차곡 점수를 내는 데 문 대통령은 주안점을 둬야 한다.대통령이라고 잘못하지 말란 법이 없다. 능력 있는 장관과 참모로부터 조언받아 정책을 결정하지만 잘못으로 드러나기 십상이다. 현실에 맞지 않거나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정책을 즉시즉시 수정하는 게 당연하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바탕으로 정책에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고집만 부려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그 피해는 대통령은 물론 국가에 돌아가기 마련이다.이명박·박근혜 정권과의 이별도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적폐청산 필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제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갈 때가 됐다. 지쳤다는 국민이 많다. 과거에만 눈을 돌려 5년 임기를 다 보낼 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시선을 돌려 나라를 발전시킬 방안을 찾을 것인가를 문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은 결국 사람을 잘 쓰느냐에 달렸다. 청와대 참모진에게 갇혀 있어서는 대통령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에 치중하거나 진영 논리에 파묻힌 참모들은 과감하게 배제하는 게 맞다. 사람을 잘못 써 실패한 전직 대통령들을 문 대통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앞선 대통령들이 워낙 낮은 점수를 받아 문 대통령은 조금만 잘하면 국민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통합을 이뤄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놓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에 차고도 넘친다.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우리도 성공한 대통령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2018-08-28 05:00:00

[관풍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새 대표, 문 정권 집권 2기의 '문빠' 대세론 확정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새 대표, 문 정권 집권 2기의 ‘문빠’ 대세론 확정. 국민을 위한 대도무문(大道無門)인가, 계파를 위한 세도친문(勢道親文)인가? ○…공모를 시작하면서부터 설왕설래가 만발했던 경북도 인사팀장에 여성 공무원 내정.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여무지게 실행하시길…. ○…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 인사 홀대 기류 속에 모처럼 지역 출신 기상청장을 발탁했다는 낭보. 가뭄 든 대구경북에 비는 섭섭잖게 내리겠군!

2018-08-28 05:0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20년 집권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야할 생각이 있었을까?대부분은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한다.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탐욕을 고려하면 절대 권력자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계획에 관한 증언들이 나오긴 했지만, 고인의 명예를 높이려는 의도쯤으로 치부됐다.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제개발의 길목에서'라는 회고록에서 "1979년 경제특보 당시 박 대통령이 식사 중에 '유신헌법을 개정하고 나는 물러갈 거야'라고 말해 놀랐다"고 썼다. 경호원이었던 박상범 전 청와대 경호실장도 2009년 "박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 1~2년 뒤 하야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1970년대 중반 청와대 스피치 라이터였던 모씨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자네, 내일부터 내 연설문, 담화, 지시 사항,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조용하게 수집해줘. 그는 '대통령이 은퇴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예감했다. 얼마 후 이 작업은 흐지부지됐는데, 박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탓이다.대통령 본인은 내려오고 싶어도 부하들이 절대로 놔주지 않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성공하고도 비판받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장기집권 때문일 것이다. 3선 개헌·유신헌법 등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도 집권한 기간은 18년 115일(1961~1979)이었다.며칠 전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 그는 27일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 정부 20년 집권 플랜 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혁적인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최소 20년 정도는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다.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해 투쟁한 이들이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 있음을 보게 된다. 희생노력은 부족하고 오만·독선만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못 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국민을 교화 대상 내지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웃음만 나온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법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2018-08-27 18:17:34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태풍 유감

태풍에 이름이 생긴 것은 1950년대였다. 처음에는 예보관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좋아하는 여자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1999년까지는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아시아 각국이 정한 고유한 이름들이다.20세기 들어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초래했던 태풍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에 한반도를 휩쓴 것이었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루어낸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서 불어닥친 이 이름 없는 태풍으로 무려 1천200명이 넘는 목숨이 쓸려 갔다.가장 큰 재산 피해를 낸 태풍은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로 온 나라가 후끈 달아올랐던 2002년 여름에 이 땅을 강타한 태풍 '루사'였다. 5조원이 넘는 피해에 이재민이 8만8천 명에 이르렀다. '루사'는 일일 최고 강수량 기록도 세웠다. 강릉 지역에 하루 8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내년에 회갑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태어난 해인 1959년 추석 명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특히 경상도 지역을 초토화했다. 6·25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허약한 산하와 인정을 할퀴고 간 '사라'는 전쟁만큼이나 무서운 재앙이었다. 태풍 '루사'가 지나간 이듬해 9월에 발생한 '매미' 또한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와 상당한 재앙을 남기고 간 역대급 태풍이었다.'매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초강력 태풍은 없었다. 아예 태풍다운 비바람을 맞아 보지도 못한 채 깡마른 여름을 보낸 해도 많았다. 올여름은 특히 폭염과 가뭄 때문에 태풍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많았다. 역대급이라는 '솔릭'에 귀가 솔깃했던 까닭이다. 그런데 태풍이 허풍이 되고 말았다.태풍은 자연계에든 인간사에든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이다. 다만 제 역할을 못 하거나 지나친 게 낭패인 것이다. 때를 맞춰서 오는 비를 시우(時雨)라고 한다. 사람도 필요할 때 찾아와야 반가운 법이다.정작 태풍이 지나가고서야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에 강한 태풍 하나가 더 있다니, 이젠 그게 불청객이 될까 걱정이다.

2018-08-27 05:00:00

[관풍루] 국방부, 2018년 국방백서 북한 군사력 평가에 핵 대량파괴무기(WMD) 제외하는 방안 검토 중…

○…국방부, 2018년 국방백서 북한 군사력 평가에 핵 대량파괴무기(WMD) 제외하는 방안 검토 중이라고. 머리를 수풀에 처박으면 위험은 없어지는 타조식 계산법.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고용가계소득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주장. 세상을 속이려면 자신부터 속여야. ○…대구시, 지역 예술인 유품이나 각종 전시회 자료기록 정리한다면서 세금만 쓰고 10년 허송세월. 꿰지 못한 구슬이나 빈 창고는 말은 달라도 같은 소리.

2018-08-27 05:0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혐오에 중독된 한국, 일상화되는 혐오 정치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혐오(嫌惡)다.한남유충, 김치녀, 수구꼴통, 좌빨, 틀딱이, 일베, 메갈, 개독…. 불과 2년 만에 생겨난 혐오 단어다. 모두 여성·남성 혐오, 보수·진보 혐오, 세대 간 혐오, 종교 혐오를 상징하는 말이다.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를 혐오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공동의 혐오 대상을 가진 사람들은 친해지고 뭉치는 현상까지 보인다.인터넷, 정치 게시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움과 혐오가 판을 치고 사람들은 이를 즐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마치 한국은 전 국민이 혐오 중독에 빠진 것 같고, 혐오 에너지가 온 나라를 지배하는 듯 보일 게다.남녀 간, 세대 간, 보수·진보 간 분열과 갈등에는 상대를 인정 않으려는 혐오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최근 워마드와 일부 여성단체가 중심이 된 서울 혜화역 시위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에게 죽으라고 조롱하는 시위 현장에 국무위원이 참석한 것이다. 정 장관에게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진보적 입장을 탓할 수는 없지만 국무위원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한 처신이었다.혐오는 개인을 파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민들 간 신뢰를 무너뜨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혐오가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지는데도 우리 사회의 리더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혐오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오히려 혐오를 앞세워 혐오 정치를 거리낌 없이 한다.혐오는 다수와 소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강자와 약자 간 상대를 서로 비하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챙긴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기는 하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혐오 표현(hate speech)을 활용한 정치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난해 대선 당시 발언과 "동성애로 에이즈가 늘어난다"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발언은 한국에서도 '혐오 정치'가 일상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우리 사회에서의 혐오는 이제 개인적 취향을 떠나 사회적·정치적 취향으로 고착화되면서 사회·정치 리더들의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내가 발산하는 혐오는 언젠가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런 이유로 혐오를 만들고 유포함으로써 자신의 이익과 쾌락, 권력을 생산하고 강화하며 유지하는 자들을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혐오 정치를 막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 선거 때는 다수에게 지지를 얻으면 되기 때문에 혐오 표현 문제가 더 격화될 수 있다.선거 시기 혐오 표현은 선거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혐오 표현을 형사범죄로 다룰 경우 정쟁으로 번지거나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에다 처벌할 수 있는 표현이 극히 일부로 한정될 수 있다.따라서 선관위가 혐오 표현에 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비강제적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혐오 표현에 대한 예방·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해 가장 근본적 대책은 혐오를 저주하는 국민의 매서운 눈이다.

2018-08-26 18:35:5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최악' 경제지표

통계청이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힐까 걱정이다. '최악' 수식어가 붙은 경제지표를 통계청이 잇따라 발표했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고용과 양극화 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났다. 고용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바로 영향을 줬다. 한국갤럽이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6%였다.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갤럽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고용동향 발표 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부각된 영향으로 갤럽은 분석했다. 경제민생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소득계층 간 격차가 1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통계청 발표는 청와대로서는 더욱 뼈아프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1년 넘게 폈는데도 최저소득층 소득이 대폭 줄었다. 최악의 양극화 지표는 성장보다 분배에 역점을 둔 청와대와 여당, 정부를 면목 없게 만들었다. 최저임금을 올려 분배를 개선한다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도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럽다. 서울 한강변의 전용 84㎡ 아파트가 30억원대에 팔렸다. 1, 2주 만에 2억원가량 올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3㎡에 1억원이나 된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수직 상승하는 서울 집값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보유에 따른 계층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소득분배의 공평성을 강조하는 청와대로서는 이 또한 할 말이 없게 됐다. 최악 수준 성적표를 연이어 받고서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은커녕 필요성이 입증됐다며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 몇 번이나 더 낙제 점수를 받고 정신을 차릴 텐가. 그 사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경제와 국민의 삶은 누가 책임질지 청와대에 묻고 싶다.

2018-08-25 05:0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퍼펙트 스톰

위력이 크지 않은 두 개 이상의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파급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기상 현상을 흔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자연과학 용어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위기가 확대되는 사회경제 현상을 언급할 때 더 자주 쓰인다. 기상 등 자연현상에서는 좀체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 용어는 1991년 10월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거대 폭풍을 바탕으로 쓴 세바스천 융거의 소설 '퍼펙트 스톰'에서 비롯했다. 당시 2등급 허리케인 그레이스와 온대 저기압이 서로 작용해 강력한 폭풍이 만들어지면서 미국 동부지역에 큰 피해를 냈다.퍼펙트 스톰과 비슷한 기상 현상으로 '후지와라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일본 기상학자 이름에서 따온 후지와라 효과는 두 개의 태풍이 가까이 붙을 경우 간섭하는 힘 때문에 진로나 세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두 태풍 간 거리가 1천㎞ 이내이면 기상이변이 커진다고 한다. 가까운 예로 2006년 7, 8, 9호 태풍 3개가 거의 동시에 발생해 후지와라 효과를 일으켰다.흔히 허리케인 등 폭풍의 위력을 잴 때 '사피어-심슨' 등급을 쓴다. 1971년 도입한 체계로 최대 풍속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눈다. 최대 풍속이 시속 119~153kph이면 가장 낮은 1등급으로, 피해 정도로 보면 1999년 태풍 올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0년 수도권에 강풍 피해를 입힌 곤파스가 3등급(178~209kph), 1987년 셀마와 2002년 루사, 2012년 볼라벤이 4등급(210~250kph)이다. 최고 강도인 5등급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 2010년 나비로 250kph를 넘었다.많은 비바람을 몰고 느릿하게 움직이던 19호 태풍 솔릭이 오늘 한반도에 상륙했다. 23일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풍속이 초속 62m로 측정돼 기상청조차 관측 장비 오류를 의심할 정도로 위력이 엄청났다. 20호 태풍 시마론도 일본 오사카를 거쳐 동해 쪽으로 북진 중이다. 솔릭은 2012년 9월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다. 큰 인명·재산 피해 없이 스치듯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08-24 05:00:00

[관풍루] 한전, 기록적인 폭염에도 10만원 이상 전기 요금 폭탄 맞은 가구는 전체의 1.4%에 불과…

○…한전, 기록적인 폭염에도 10만원 이상 전기 요금 폭탄 맞은 가구는 전체의 1.4%에 불과하다고. 그것이 전기료 폭탄 겁나 알아서 긴 결과란 사실은 알려나. ○…대구시, 2020년 공원 부지 해제되는 범어공원 보존 방안 두고 고심. 일몰 전 개발하자니 특혜 시비일까 두렵고 일몰 지켜보자니 난개발 뻔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층 소득 줄고 고소득층 소득 늘며 양극화 현상 더욱 심화.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어 성장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문제였지.

2018-08-24 05:00:00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 자료

최근 대구에 소재한 자연염색박물관 관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 10일 자 매일신문 6면에 게재된 '대구경북 지역 박물관 7곳, 하루 관람객 10명 이하'란 기사에 대한 항의성 내용이었다.정부 자료를 인용한 기사는 "자연염색박물관의 하루 이용 관람객은 고작 3명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이용객이 다녀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당 박물관 관장은 '이런 기사가 조그만 사립박물관을 문 닫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관람객 수가 하루 평균 3명이라는 정부 통계 자체가 오류라는 주장이다. 해당 박물관은 지난해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1천500명을 교육했으며, 매주 목요일 지역 노인층을 무료 초청한 '어르신 문화 교육'을 통해서도 660명을 유치했다고 한다. 현실과 다르게 정부 통계가 나온 이유는 관람료를 지불한 이용객 수만 조사하고 봉사 활동 행사와 무료 관람, 체험교육 인원은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 분야 통계를 담당하는 행정 직원이 실수가 많아 철저히 체크하지 않았다는 게 해당 박물관장의 주장이다. 박물관장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타 지역에 비해 대구의 사립박물관 지원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호남 지역은 사립박물관 지원을 위해 1년간 2천만원을 투입하는 반면 대구의 경우 2006년에 500만원이었다가 2016년 950만원으로 증액됐는데 올해 다시 760만원으로 삭감됐다고 한다. 자연염색박물관 관장은 대학교수 부부가 퇴직해 공동으로 설립했다. 자신의 주머니를 털었기 때문에 지금껏 장성한 자녀들에게 집 한 채도 구해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들이 "일방적인 1줄뿐인 총람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 왔다. 정부 측에 확인해 보니 전국적으로 조그만 박물관까지 관리·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충 통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부 통계의 공신력을 통째로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자료에 대해서는 근절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엉터리 자료로는 현장 상황을 반영한 대책과 이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08-23 19:18:03

이창환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보수가 사는 길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혁신을 주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김 위원장 취임은 현실 정치에서 보수 가치의 완전한 몰락을 상징한다. 박근혜 정부의 붕괴가 보수 정치의 몰락을 상징했다면 '원조 친노'인 김 위원장의 취임은 한국당이 추구해 온 보수 가치의 청산을 의미한다.김 위원장이 누구인가.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인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부동산 정책, 전자정부 등의 입안 단계부터 집행과 점검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 감사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원조 친노'이자 참여정부의 보기 드문 '정책통'이었다.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그를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모욕했다. 교육부총리 재직 당시 숱하게 인간적 모멸감을 안겼고, 이명박 정부는 심혈을 기울였던 종합부동산세를 단번에 무너뜨렸다.그랬던 한국당이 보수 혁신의 키를 그에게 맡겼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정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한국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속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우다.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프레임에 가둬 일격을 가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정치는 말싸움이다. 적확한 언어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은 전쟁에서 포탄 수백 발을 명중시키는 것만큼이나 짜릿하다.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갈 길이 멀다. 그는 당내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면서 정부 여당에 정책적 대립각을 세워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당 지지율이 20% 안팎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인적 청산 등 화끈한 변화를 보이는 게 지지율 상승의 지름길이지만 당내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분란만 자초할 수 있다. 결국 보수 가치 재정립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다. 반공과 친기업, 기득권 옹호에 기대온 한국당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내로라하는 정책통인 김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미국 공화당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사임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도덕성 위기에 처하며 "보수와 공화당은 끝났다"는 자조가 흘렀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공화당은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 모면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정교한 반박, 보수 세력의 체계적 규합에 나섰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만들었다. 헤리티지재단은 복지 비용 삭감, 국방비 증액 등을 근간으로 하는 부국강병 노선을 개발했다. 보수 진영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 모임을 조직하도록 지원하는 등 영역을 넓혀갔다. 보수 진영이 내놓은 각종 정책은 '진보는 이상론을 외치지만 보수는 현실적 이슈를 선점한다'는 이미지를 굳히도록 했다. 공화당은 끝내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탄생시켰고, 레이거노믹스는 미국을 초강대국 자리에 올려놓았다.한국당은 김 위원장을 이이제이(以夷制夷)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면의 타개책으로 친노였던 김 위원장을 활용하겠다는 얄팍한 꾀로서는 절대 보수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 2012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했다가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한국당 구성원들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면 누가 운전대를 잡더라도 결국은 도로 아미타불에 그친다.

2018-08-23 16:37:59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장하성의 한가로움

눈꼬리가 위로 치켜진 여자(남자라 해도 상관없다)가 있었다. 자신을 왜 이렇게 낳았느냐고 속으로 부모님을 수도 없이 원망했다. 그래서 2세라도 제대로 된(?) 눈을 갖게 해주겠다며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했다. 결과는? 한쪽 눈꼬리는 위로 치켜지고, 다른 쪽 눈꼬리는 아래로 처진 2세가 태어났다.유전의 이런 '희망 배신'을 잘 알고 있었던 이가 버나드 쇼였다. "우리가 결혼하면 머리는 당신을 닮고 외모는 나를 닮은 완벽한 아이가 나올 거예요"라는 이사도라 덩컨의 제안에 그는 "내 외모와 당신의 머리를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어떡할 거요?"라고 했다. (잘 알려진 일화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쇼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평전으로 평가받는 헤스케드 피어슨의 '버나드 쇼-지성의 연대기'에는 이사도라 덩컨이 아니라 "취리히의 연설가라는 이상한 여인"이 그렇게 제안했다고 돼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딱 그 꼴이다. '최저임금 인상→소비 증가→기업투자 활성화→소득 증가'가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소상공인의 지급 여력 고갈-고용 축소-실업 폭증과 소득 격감'이란 희망 배신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한 이념적 편향의 단세포적 사고의 결과다.케인스가 불황 극복을 위해 정부에 의한 '유효수요' 창출이란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기 전까지 경제학은 '일반균형이론'이 지배하고 있었다. 불황, 실업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고통을 참고 견디면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경제는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것이다."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가로움'도 같은 논리다. 좋은 날이 올 테니 소득주도성장이 '창출'한 소득 감소와 실업의 고통을 참고 견디라는 것이니. 이런 '인내의 강요'에 대한 케인스의 반격은 통렬했다. "장기는 현재 사태에 대한 잘못된 길잡이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장기적으로 불황이 물러가고 경제가 균형을 찾는다 해도 그전에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물론 93억원의 재산가인 장 실장이 그럴 가능성은 '0'이겠지만.

2018-08-23 05:00:00

[관풍루] 저소득 자영업자·소상공인 근로장려금 확대 지급 등 내년도 7조원 규모 지원책 발표

○…저소득 자영업자·소상공인 근로장려금 확대 지급 등 내년도 7조원 규모 지원책 발표. 세금 많이 걷혀서 망정이지 갈라줄 떡 동나면 손가락 빼겠군. ○…6년 만에 한반도 관통할 태풍 ‘솔릭’ 23일 저녁 중부지방 상륙 예보돼 초비상. 한창 폭염 때는 빼먹고 지각했으니 살살 지나가는 게 예의지? ○…뉴질랜드 총리, 계층 간 소득 격차 우려해 총리·의원 급여 동결하자 여야 초당적 지지. 특활비 지키려 한바탕 소동 벌인 어디와는 ‘품위’가 달라.

2018-08-23 05:0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답 없는 대입 제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 지인이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했다. 고급답게 옵션도 수백 가지란다. 심지어 핸들의 가죽 종류와 색상, 가죽 꿰매는 실 종류까지도 지정할 수 있단다. 어떤 옵션을 택했는지 꼼꼼히 물어주었다. 그러자 지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잘 나가는 모델로 주문했어. 고르는 것도 한두 개라야 즐겁지. 하다 보니 골치 아파서."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어쨌든 시끌벅적하던 사안의 결론이 내려졌으니 일단락인 셈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의 한 단계가 끝났을 뿐 종국의 결과를 도출한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 입시제도에 마지막 결론이란 게 과연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정작 입시제도를 논하면서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집단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바뀐 정권의 교육부는 지난해 입시제도 개편을 얘기했고, 잔뜩 기대하던 학부모들에게 1년간 유예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서 한 차례 실망감을 주었다. 이후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로 공을 넘겼고, 다시 국가교육회의를 거쳐서 교육부로 다시 돌아왔다.정말이지 오랜 기간 고민과 숙려 끝에 내려진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교육부의 결정은 '권고'. 보다 단순하고 객관적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개편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1년 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대학 마음대로'다.교육부는 수능 위주 전형, 즉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 재정 지원 등을 이유로 권고를 따라야만 하는 대학은 35곳인데, 이미 수능 비율을 30% 넘긴 대학이나 공학·예술·종교 등 특화대학을 제외하면 이마저도 20개 대학이 안 된다. 사실상 권고여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대학을 제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잘나가는 대학들은 대입 전형료 수입만으로도 건물을 지을 정도라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 카드가 먹힐 리 만무다.애초에 대입제도 개편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너무도 복잡한 입시제도를 조금은 단순화해보자는 취지였다. 대학들이 입시의 주도권을 쥐고는 깜깜이 전형을 하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제도로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자기소개서 한 편 써주는데 수백만원을 받는 기형적인 입시 사교육 시장을 개선해보자는 것이었고, 학생부종합전형이든 논술이든 응시자가 왜 떨어졌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정부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큰 그림은 '대입의 고급화'였나보다. 앞서 고급 차일수록 선택사양이 많아지듯이 수시와 정시에서 학생 선택권을 많이 주면 좋은 입시제도라고 교육 관계자들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수시도 복잡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정시까지 고루고루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니 말이다.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선택권은 수험생이 아니라 대학이 쥐고 있다. 몇 년 뒤에 나올 입시요강에서 '우리 대학은 이런저런 과목을 좋아해'라고 발표하면 그걸로 끝이다. 결국 돌고돌아 대학 좋은 일만 시켰다. 그것도 수도권의 잘나가는 대학들만. 기대했던 국민들만 바보가 됐다.

2018-08-23 05:0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고용 개선을 이루는데 직을 걸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0일 수석·보좌관회의 때 엄명은 우리의 고용 문제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엔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팀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니 당사자들로선 섬뜩했을 터이다.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적절한 주문이지만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고용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종 통계는 우리의 고용 현황이 심각해도 너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실업률, 취업률 모두 최악의 상황이다.(통계청 8월 통계자료) 통계로 잡히지 않은 실물경기는 또 어떤가.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여의도만 해도 저녁때 손님이 절반이라도 들어선 식당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올 상반기 폐업한 자영업 수는 20만 곳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보다 22%나 높은 역대 최대치(신한카드 자료)다.게다가 대통령의 발언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라는 것.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계속 추구하면서 고용을 늘리라는 주문이다.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게 자영업자, 영세근로소득자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는 아우성이 거세도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다는 대국민 선언이다. 그래놓고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 자르겠다고 하니 관료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메우려 한다. 세수가 넘쳐나니 괜찮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중앙회는 "자영업자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은 실업자 대열에 가세할 것이다. 3대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고용 문제보다 더 심각한 데도 정부가 고용 대책에서 간과하고 있는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다.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 취업만 시킨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곧바로 뛰쳐나온다. 무조건적인 고용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산업연구원의 '자동차산업 하도급거래 실태와 임금격차 현황'에 따르면 2016년 현대차, 현대차 계열사, 납품업체(1차)의 평균 임금은 각각 9천390만원, 7천832만원, 5천791만원. 납품업체를 2·3차로 넓히면 협력업체 임금은 3천만원대로 수직 하향한다. 그러니 청년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다.따라서 고용 증대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연대임금 전략을 통해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하도급 거래 관행 전반을 손봐야 한다. 정부의 중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동의 노력에 공공기관, 금융권, 대기업 노조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가능하다.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천 명이 고용된 직장에서 임금을 동결하면 40명가량의 고용 증대 여력이 생긴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일부 삭감해 그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면 고용 증대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것이 상생의 문화요, 배려의 사회이다.이것을 민간 기업에 먼저 강요할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하고 월등히 임금 복지 수준이 나은 금융권이 나서야 한다. 그냥 일자리는 의미가 없다. 노동자의 삶에 만족을 주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2018-08-22 05:00:00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지역 청년들이 '굽은 나무'가 되지 않도록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쭉쭉 뻗은 좋은 나무는 다 베어가 버려 결국 끝까지 제자리에 남는 것은 무언가 모자란 것들뿐이라는 의미다. 능력이 부족해 고향을,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자조 섞인 말로도 쓰이고 있다. 대전의 한 공기업에 입사해 지난해 대구를 떠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외로움을 많이 타 대구에서 직장을 얻어 가족친구들과 가까이 살고 싶다던 친구였다. 그렇게 대구에 살고 싶다면서 타지로 떠난 이유를 물었다. 대구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눈을 조금 낮추면 되지 않았느냐는 되물음에도 친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대구에 공무원이나 은행원 말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어딨냐, 눈을 조금 낮춰서 될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지역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16일 발표한 '대구지역 청년인구 유출 배경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순유출 인구 중 청년층(15~29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65.4%를 기록했다. 이 중 77.2%가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그만큼 대구 지역 일자리의 질은 전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역 청년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긴 근로시간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 기업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액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월급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구인난의 이유가 결국 '돈' 때문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은 대우가 좋은 유망 업종을 따라 움직인다. 대구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부품과 섬유, 기계 업종이다. 30년 전에도 그랬다. 사양 산업이라는 달갑잖은 눈초리와 경기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에는 유망 업종이었던 회사에 몸담기 위해 적잖은 타지 사람들이 대구를 찾았다. 낡은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쉽지 않다. 오랜 불황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만난 성서산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몇 년 전 전기차가 떠오른다고 해 진출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경영 상황이 어려운데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삐끗하면 그대로 도산이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 도움이 필요하다. 대구시도 일찍이 청년 유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청년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떠나는 청년 붙잡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타지의 공기업대기업을 유치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역 근로자 대부분이 일하는 중소기업의 근로 환경이 개선돼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다. 단순한 예산 지원보다는 투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친구의 말을 듣고 대구에 있으면서 공무원도, 은행원도 아닌 나는 온통 베어진 나무 가운데 있는 '굽은 나무'가 된 기분이었다. 쭉쭉 뻗은 곧은 나무도 대구를 떠나지 않으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찾는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공기업 유치만큼이나 현재 남은 중소기업 지원이 필수다.

2018-08-21 15:59:51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돌의 변신, 부럽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선인(仙人신선)이 되는 선약(仙藥) 돌의 변신!옛사람들은 오래 사는 삶이 큰 바람이었고 장수는 인생의 큰 행복이었다. 먹는 것과 의술 등 모든 여건이 오늘날과 달랐던 터라, 오죽했으면 70세를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아 '드물다'는 뜻을 담아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던가. 자연스럽게 나이 70을 '고래희'라 부른 까닭은 그럴 만했다.인간의 장수 욕망은 선약 구하기로 이어졌다. 옛사람에게 선약의 하나는 꿀이었다. 그래서 꿀벌을 신선의 사자(使者)로 보고 영충(靈蟲)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선약의 첫째가 꿀, 둘째는 녹용, 셋째가 인삼이 선호되었다는 자료는 그런 배경에서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또 다른 선약으로 운모(雲母)가 있다. 오래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선이 된다는 사연을 간직한 돌이다. 이는 흔히 중국에서 복용한 이야기나 도교 사상, 국내 여러 고분에서 출토된 운모의 성격 규명을 통해 추론되고 있다. 삼국시대 옛 무덤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운모는 경주의 신라 옛 무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이처럼 무덤에서 운모가 많이 나온 까닭은 옛사람들이 운모를 넣어 시신이 썩는 것을 막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운모를 복용하거나 죽은 뒤 함께 묻음으로써 영원한 삶을 꾀하고자 한 듯하다. 짧은 인생에 대한 회한과 오래 살고자 했던 덧없는 바람이 운모에 깃든 셈이다.이런 운모가 지금 농업에 쓰이고 있다. 경북 청송 부남면의 현석록 농부가 검은 운모 즉 흑운모를 써서 사과와 고추 농사에 큰 효과를 거뒀다는 소식이다. 흑운모 가루를 사과 질병 방제 때 활용하거나 고추씨를 뿌리기 전에 땅에 뿌려 병균의 침범을 막거나 결실에 큰 도움을 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그런데 그의 이런 운석 농법은 결코 우연이 아니어서 더욱 돋보인다. 한 대학의 운모 연구 자료를 활용한 결실이다. 흑운모의 병충해 예방 등 여러 효능을 알고 이를 농업에 도입한 결과였다. 연구 자료 더미 속에 '영생의 선약'인 운모를 찾아 '농업의 선약'으로 변신시킨 그의 공부가 부럽다.

2018-08-21 05:00:00

[관풍루]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예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예고. 직언의 용기도 필요하지만 이를 가납하는 국량도 중요! ○…태풍 ‘솔릭’이 23일쯤 전라도로 상륙해 한반도 전역을 훑고 지나갈 것이라는 소식. 무시무시한 태풍 진로에 이토록 귀가 ‘솔깃’해지는 까닭은? ○…‘고용 쇼크’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발뺌. 눈먼 제 탓이나 하지 개천은 왜 나무라나….

2018-08-21 05:0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문 대통령, 같은 편을 배신해야 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나오는 대목이다."인권변호사 일이 많아져 이곳저곳 출장을 가야 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이 모든 일을 함께했다. 나는 돈 버는 일을 전폐했지만 그는 사무실 운영을 도맡아 하면서 매월 내게 생활비를 주었다. 부산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있는 힘을 다했고, 대통령 선거 때는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아 주었다. …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 친구 노무현'이라고 한 것은 그저 해 본 소리가 아니다. 나이는 나보다 젊지만 나는 언제나 그를 친구로 생각했다."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관계다. 나이로 7살의 차이가 있었지만,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렇더라도, 둘의 성격 차이는 뚜렷했다. 노 전 대통령은 카리스마 넘치고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단점이라면 언제나 남을 설득하려 들었고, 성급하고 까탈스러운 일면이 있었다. '돈키호테' 기질도 엿보였다. 문 대통령은 순후담백(淳厚淡白)하고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가 돋보인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이들은 리더십과 판단력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서로의 흠결을 보완할 수 있었기에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는지도 모른다.요즘 문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악의 경기지표와 고용 쇼크, 최저임금 문제로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다. 청와대는 예산을 푸는 것 말고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니 일이 더 꼬여간다. '실력이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더는 남북관계나 적폐청산으로 국민의 욕구를 채워주기 어려워졌다. 평양 정상회담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경험한 바가 있어 새롭지 않고, 적폐청산은 슬슬 피로감이 몰려온다.어쩌면, 위기 상황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고, 국민은 그렇게 하길 원한다. 문 대통령의 부드러운 성격을 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또다시 '공론화위원회' 비슷한 것을 만들어 갑론을박에 시간을 보내고 명확한 결론조차 내지 못할까 우려한다. 시민단체·노동계 등 자신의 지지층에 반하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을 지도 의문스럽다.노 전 대통령 얘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상당히 이념적인 인물이었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았다.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등 진보 세력이 반대하는 사업을 스스럼없이 해치웠다.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대구 신서혁신도시, 경북 김천혁신도시를 만든 것도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임기 말년에 좌·우 협공을 받아 극심한 지지율 하락을 맛보긴 했지만, 실용적인 대통령이었음은 분명하다.문 대통령은 시민단체노동계는 물론이고 '문빠' 반응까지 의식하는 듯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업적이 보이지 않은 것은 여전히 자기편, 남의 편을 가리는 성향 때문일 것이다. 개혁을 하려면 피아를 가려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노동계 등도 기득권 세력일 수 있다. 우군마저 '배신'할 수 있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참담해진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념진영 논리는 개나 줘버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래야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08-21 05:0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달러와 리라

현대 세계의 중심 통화로 우뚝 선 달러(Dollar)는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한 산골 마을이 그 출발점이다. 1516년 이곳에 은광이 발견돼 사람들이 몰리자 요아힘스탈(Joachimsthal요하임 계곡)이라는 도시가 생겼다. 이곳 은화를 요아힘스탈러, 줄여서 탈러(Thaler)로 불렀고 이 은화가 각지로 퍼져 달러로 진화다.마르크에 앞서 '탈러'는 1873년까지 프로이센의 화폐 단위로 쓰였다. 미국이 1785년 통화 단위로 채택했고 현재 캐나다, 호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20여 개 나라가 화폐 단위로 쓴다.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기축통화 지위를 누렸던 영국 파운드화는 10세기부터 사용해왔다. 로마의 리베루스(Liberus) 화폐나 무게의 뜻을 가진 '폰두스'(pondus)가 어원이다. 당시 중량 단위는 '리브라 폰도'(libra poundo)였는데 '저울(리브라)로 무게를 달다'라는 뜻이다.파운드화와 프랑스의 옛 통화인 리브르(Livre), 유로화 이전에 쓰인 이탈리아 리라(lira) 단위가 여기에서 나왔다. 최근 가치가 크게 폭락한 터키 리라화도 마찬가지다. 한편 영국 파운드화 기호인 £는 '리브라'(libra)의 L에서 나왔고, 무게 단위인 파운드 기호 'lb' 표기도 libra를 줄인 것이다.역사적으로 경제 혼란은 정치적 혼란과 그 뿌리가 같다. 1566년 오스만 제국의 절대군주 술레이만 1세가 죽자 당시 아스프르 은화의 은 함유량이 하루 만에 5%가량 줄어들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후 유럽에서 구리를 더 넣은 위조 화폐까지 오스만으로 대거 유입돼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오스만 정부가 파라쿠루시 등 새 화폐를 잇따라 발행하며 맞섰으나 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트럼프의 보복관세로 올 들어 40% 넘게 폭락한 터키 리라화도 같은 처지다. 터키의 경제 불안은 높은 인플레이션에다 5천억달러에 육박하는 과도한 대외 부채가 발단이지만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대외 불안 요인은 수출 부진에 일자리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나쁜 신호다. 증시 급락도 한 신호다. 정부의 치밀한 대응과 위기관리가 급해졌다.

2018-08-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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