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가덕신공항은 없다

여야 간 국회 대치 공방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전 국회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권력분립의 원리가 몰락했다.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이 대통령의 밑에 들어가 행정부에서 일하겠다는 발상이냐. '시다바리'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청문회 공방을 예고했다.이 와중에 때아닌 '가덕신공항'이 정 후보자 뉴스에 가세했다. 25일 자 부산 지역 언론에 '정세균, 알고 보니 가덕도신공항 적극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이다.지난 2012년 8월 24일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으로 대구를 찾은 정세균 의원은 "영남지역에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입지는 냉정하게 정치적 배려를 고려하지 않아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가덕도가 적지라고 생각한다"고 해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가덕도(부산)와 밀양(대구경북)으로 갈라져 치열한 갈등을 거듭하던 시절, 여야 대권후보 중 유일하게 가덕도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이에 부산 지역 언론은 "과거 정 후보자가 부산뿐만 아니라 가덕신공항에 적대적인 대구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볼 때 가덕신공항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그러나 정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하기 훨씬 이전이다.정치인이라면 모를까, 국정 2인자로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하고 정부가 발표한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또 영남권 신공항 갈등을 조장할 순 없는 노릇이다.지난 6월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착수한 총리실은 이미 외부 전문가를 통한, 중립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한, 기술적 검증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영남권 신공항 입지 재선정(가덕신공항 건설) 등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정무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설령 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에 오른다고 해도 더 이상 부산 지역 언론과 정치권이 기대하는 가덕신공항 재점화는 '없다'는 얘기다.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부산 지역사회 여론이다. 지난 24일 부산MBC가 연말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부산 시민들은 가덕신공항 건설보다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9~22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신공항 건설안을 여론조사한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응답(41.1%)이 가덕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답변(37.6%)보다 더 많이 나온 것이다.부산MBC는 "오차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예상보다 김해공항 확장 안에 대한 시민 선호도가 높다"며 "가덕신공항이냐 김해공항 확장이냐, 선거 때마다 정치 쟁점이 된 이 사안에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같은 여론조사에서 취임 이후 1년 6개월간 오거돈 부산시장에 대한 시정 수행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6.7%,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6.2%로, 20%포인트 가까운 큰 격차를 보였다.각설하고, 선거 때마다 되살아나는 정치적 산물로 부산 지역사회 내에서도 돌아선 여론, 가덕신공항을 다시 끄집어낸 시장이 정작 시민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 이것이 바로 부산 '가덕신공항'의 현주소다.

2019-12-26 16:06:16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키다리와 빅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개막 때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다 FIFA 랭킹 1위를 자랑하며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한국에 잇따라 패하며 독일 축구 사상 80년 만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예상 밖의 결과에 독일은 발칵 뒤집혔다. 팬들은 '카잔의 치욕'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여론이 들끓고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등 몇몇 선수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터키계인 이들은 대회 직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돌출 행동으로 대표팀 퇴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기자 감금 등 여러 차례 외교 마찰을 빚으며 독일에서 비호감 인물로 찍힌 때문이다.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인 외질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빨리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결국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 외질이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외신의 초점이 됐다. 그는 트위터에 "지난 6월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1천 번의 수술을 돕겠다고 발표했는데 219번의 수술이 끝났다"고 알렸다. 그는 2014년부터 스포츠 스타와 팬 단체인 '빅슈'(Big Shoe)를 통해 국제의료 프로젝트를 후원해왔는데 즉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이다.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성탄절 이야기도 중단되지 않았다. 그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대 노부부가 내민 봉투에는 2천300만원의 성금이 담겨 있었다. 그가 2012년부터 모금회에 익명으로 전달해온 성금은 모두 10억원으로 대구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다.앞서 9월 대구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 씨의 사연도 25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는 대구 공무원으로는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런 사례에서 보듯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남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김영익 씨의 말은 주저하는 손길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 '빅슈'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눔을 향한 도전이다.

2019-12-26 06:30:00

[관풍루] 원안위, 7천억원 들여 전면보수 했던 월성 원전 1호기에 끝내 사형선고

○…원안위, 7천억원 들여 전면보수 했던 월성 원전 1호기에 끝내 사형선고, 해체 비용만 또 7천억원 들여야. 이쯤 되면 원전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허무는 일.○…한국경제의 바로미터인 민간소비 증가율, 글로벌 금융위기 겪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 나라 곳간 헐어 마구 나눠주는데 정작 국민 돈줄은 마르는 기막힌 역설.○…올해 소매와 음식, 숙박 등 대구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수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11만4천22곳 달해. 그만큼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렷다.

2019-12-26 06:30:00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칼럼] 길 잃은 대한민국, '폭망' 남부권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인삿말처럼 쓰인다. 올해는 다른 것 같다. 조국 일가에서 비롯한 혼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등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법안으로 인해 국회는 난장판이다.정권마다 각종 비리·부정부패·게이트들이 터져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떠받쳐 왔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3대 기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이 기둥들을 굳건히 버티게 하며 번영의 토대가 되었던 한·미군사동맹을 기초로 한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6·25전쟁에 버금가는 해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투쟁은 새해에도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수·우파의 승리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한다. 특히 대구경북을 포함한 남부권 8개 시·도 주민의 입장에선, 이러나저러나 폭망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각종 정책을 앞세운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는 지금까지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보수·우파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개발경제 시대 성공의 함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 성장했고 세상은 변했다. 글로벌 경쟁의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바뀌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서울이다. 그래서 서울로 R&D를 비롯한 핵심 두뇌 기능이 집중되고, 광역서울도시권에 속한 수도권·충청으로 첨단산업이 쏠리는 것이다. 그 이하 남부지역은 서울도시권(메가시티 리전)의 블랙홀 현상으로 황무지화하고 있다. 남부권 대도시 부산과 대구조차 인구소멸위험 '주의 단계'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서울경제권(서울+수도권+충청·강원권=중부경제권)의 남부권 낙수 파급효과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신성장동력 약화와 저성장 기조, 사회 부문별 양극화 심화로 인해 중부경제권 자체의 경쟁력 유지에도 벅차다. 인구 감소로 소멸 직전에 놓인 시·군은 '경북 의성·군위·봉화·영양·청송·청도·영덕' '전남 보성·고흥·함평·신안' '경남 합천·의령·산천·남해' 등 남부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경제권(중부경제권)은 높은 집값과 교육비, 교통 대란 등 규모의 불경제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남부권은 먹고살 것이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해법은 간단하다. 중부경제권에 버금가는 남부경제권을 재창조해 대한민국에 2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 리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고, 국가적 활력을 되찾아 통일한국 시대를 제대로 열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이달 19, 20일 남부권 8개 시·도의 학계 및 전문가들이 대구에 모여 '제1회 남부경제권 포럼'을 열었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대표적 전문가들이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남부권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부권 주민의 깊은 관심과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버림받아 황폐화하는 남부권에도 봄이 올 것이다.

2019-12-25 07:31:16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어른 없는 대한민국

1987년 6월 항쟁 당시 대학생들이 '6·10 규탄대회'를 마치고 경찰에 쫓겨 서울 명동성당으로 피신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경찰력을 투입할 것을 통보하자 김수환 추기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이오. 그다음에는 농성 중인 신부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소. 학생들을 체포하려면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시오." 김 추기경의 단호한 모습에 정부는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보장하고 경찰을 해산했다.지인들을 만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가정은 물론 직장·단체, 대구경북, 국가적으로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처럼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른의 부재(不在)를 절감하는 시절이다.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데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나이 든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꼰대'라는 비아냥을 받게 된 데엔 자초한 측면이 많다. 오죽하면 나이 든 사람들의 행태를 비꼬는 "나 때는 말이야"를 뜻하는 '라떼 이즈 어 호스'(Latte is a horse)가 유행할까.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른을 인정하지 않고 만들지 않는 사회 풍토가 팽배해진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을 귓등으로 듣고 무시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손자가 할아버지를 존경할 리가 없다. 그렇게 한 아버지가 아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어렵다.정치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은 원로들을 청와대에 불러놓고선 그들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할 뿐 국정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 대표들도 원로의 쓴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이 한 정파의 수장으로 머무는 한 그들은 나라의 어른이 될 수 없다.아프리카 속담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과 같다'고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선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이 허망하게 불타고 있다. 세대 간에 지혜가 전해져야만 가정과 지역, 나라가 건강해지고 영속(永續)할 수 있다. 어른이 없다고 개탄만 하지 말고 어른을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을 '꼰대'로,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을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라고 서로 비난만 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하다.

2019-12-25 06:30:00

[관풍루]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한민국 이끌기 위해 반드시 대구시와 경북도 합쳐야 한다"며 통합론에 불 지펴.

○…한국당 주호영 의원 선거법 개정 반대 4시간 필리버스터에 민주당 김종민 의원 4시간 30분 찬성 필리버스터로 맞불. 야당 의원 쉴 시간 벌어주니 좋긴 하겠다만 제1당 맞아(?).○…이철우 경북도지사, "대한민국 이끌기 위해 반드시 대구시와 경북도 합쳐야 한다"며 통합론에 불 지펴.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자리 생각하는 공무원 설득은 어찌 하오.○…정치 원로들, 한국당 총선 공천은 민정계 최대 계파 두 '보스'부터 쳐냈던 2000년 이회창 모델 본받으라 권고. 자신에게 먼저 고개 숙인 진박그룹부터 쳐내라는 뜻.

2019-12-25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 행정 통합 성공 조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말 대구경북에 매머드급 화두를 던졌다. 대구경북을 행정적으로 통합시키고 2022년 지방선거 때 통합 광역단체장을 뽑자는 것이다.행정 통합을 학계나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아니라 현직 도지사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이 지사는 대구경북이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역이 되려면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구경북 통합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활권·경제권 통합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시도민들에게 먼저 보여주자는 제안도 했다.두 광역단체장이 통합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행정 통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구는 1992년 이래 줄곧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 3위 도시 자리를 인천에 내준 지 오래. 4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북 역시 포항, 구미를 두 축으로 한 산업기지가 사양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은 상생을 위한 협력보다는 경쟁을 하는 관계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기업 유치나 국책 사업 공모 등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다른 시도에 이익을 안기는 사례도 많았다.두 지방자치단체는 시도민들의 비판을 의식, 경제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는데 이름뿐이었다. 2014년 당시 권영진 시장과 김관용 지사가 좀 더 효율성을 기하자며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경제통합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년 7월 민선 7기부터는 부단체장이 하던 위원장을 권 시장과 이 지사가 공동으로 맡으면서 힘을 실었다.그러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재정 투입이 불가능하거나 핵심 이익에 대한 양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단일 공무원교육원 운용마저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흐지부지된 것은 의지만으로는 협력 차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두 단체장이 현 상황을 타개할 목표점으로 행정 통합을 제안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월 한 차례씩 교환 근무를 하면서 통합이 되면 어떤 광역지자체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해왔다.행정 통합을 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매일신문은 경북도청이 안동 예천으로 결정될 당시 도청이전보다 행정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북 북부권의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창원 마산 진해 등과 다른 몇몇 도시들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합을 추진할 때였다.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시도민들의 여론 수렴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반발은 불 보듯 뻔한데 이를 돌파하려면 시장과 지사가 정치 생명을 거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단체장이 화두만 던졌다고 공론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 뒷받침이 없는 공론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이 지사가 제안한 대로 2022년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당장 공론화 기구를 만들고, 통합 과제 등을 선정해야 한다. 이런 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통합대구경북 단체장은 지역 정서의 특성상 보수층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2019-12-24 19:23:25

김윤기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격전지가 된 영남권 소주 시장

올해는 유난히 소주 신제품 출시 바람이 거셌다. 대구경북 소주업체인 금복주는 '뉴 맛있는 참' '맛있는 참 오리지널'을 지난 2, 7월에 연이어 출시했다.옛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 열풍도 더해졌다. 4월 들어 하이트진로가 1970년대풍의 투명하고 곡선이 강조된 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내놓으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경남의 무학도 비슷한 콘셉트의 '청춘 소주 무학'을 내놓았다. 부산 대선주조도 지난 6월 '고급 소주'에 이어 10월에는 1965년 라벨 디자인을 적용한 '대선'을 출시했다. 금복주도 이에 질세라 이달 들어 뉴트로 제품 '소주왕 금복주'를 내놓았다. 하지만 연이은 신제품 출시가 소주 시장의 호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소주 출고량은 91만8천㎘로 전년(94만6천㎘)보다 약 3% 역성장했다. 2013년 90만㎘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소주 판매가 약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사마다 자신의 파이를 지키거나 키우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가깝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역업체가 그나마 선전 중인 영남시장 공략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부산경남에 소주 신제품 출시가 쏟아진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시·도별로 1개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50%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자도주법'이 1996년 폐지되며 지역 소주업체들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처럼 수도권 시장을 잡은 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한다. 하이트진로의 2018년 소주 매출액은 1조398억여원에 달했다. 전년(1조345억여원)에 비해 5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지역 소주업체들이 반격할 수 있을까? 이들은 수도권 진출의 꿈은 접었다는 게 중론이다. 무학이 '좋은데이'로 2014년 수도권 진출을 시도했으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음에도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오히려 대선주조가 부산시장 점유율 1위를 가져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니 지방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시장을 바라보긴 어렵게 됐다"고 귀띔했다.이처럼 새롭게 진출할 시장은 없는데 대기업과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하는 지역 업체들의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신통치 않다. 금복주는 경북에서 여전히 80%대 점유율을 사수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참이슬'을 내세운 하이트진로에 이미 역전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정보에 따르면 금복주 매출은 2016년 1천391억원에서 2017년 1천305억원, 2018년 1천182억원으로 뚜렷한 하향세다. 영업이익도 2017년 331억원에서 2018년 246억원으로 25% 이상 줄었다. 무학의 매출은 2017년 2천505억원에서 2018년 1천937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2017년 287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충청, 호남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역 소주업체들이 부진하면서 부산에서는 C1, 제주에서는 한라산, 호남에서는 잎새주와 같이 지역을 여행하는 소비자들이 해당 지방 소주를 마시며 기분을 내는 것도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게 현실이다.지역 소비자들이 외면할 때 지역 소주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도태되는 업체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지역 업체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하고 격려하는 것도 우리 지역의 특색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2019-12-24 15:25:28

[사설] 대구 의회의 수당·해외 연수비 인상, 내놓거나 달리 써라

대구 지방의회의 내년도 월정 수당과 해외 연수비가 오를 전망이다. 최근 대구의 8개 구·군 의회가 내년 의정비를 1.8~2.8%(달성) 올리고, 대구시의회와 4개 구·군 의회는 내년 의원국외여비(해외 연수비)도 9.9~50.9% 인상을 결정해서다. 특히 이번 월정 수당과 해외 연수비 올리기는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스스로 결정한 만큼 제 잇속 채우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무엇보다 대구의 지방의회가 일방적으로 인상을 결정한 일은 비판받을 만하다. 이번 인상은 대구 동구와 서구 등 여러 지방의원의 잇따른 불법행위와 일탈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되거나 주민 비난과 따가운 눈총을 받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계속된 경제난으로 고통을 받는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과연 자질을 갖췄는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온통 관심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인상의 근거도 문제다. 이번 월정 수당은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1.8%, 내년 2.8%를 기준으로 달성군의회 2.8%, 다른 구의회는 1.8% 올리기로 한 모양이다. 해외 연수비 인상 배경은 연수비의 현실화였다. 물론 필요할 경우 물가와 공무원 보수 인상을 참조해 비용을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회는 공무원 조직과 별개이자 독립적인 기관으로, 공무원의 보수 인상과 전혀 무관하다. 게다가 엉터리 관광 등으로 해외 연수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해도 반성은커녕 비용만 올렸으니 욕을 먹을 만도 하다.주민 대표로 도리 이행을 다짐하던 출마 때의 각오와 당선 초심(初心)을 되새겨 주민의 뜻을 저버리고 되레 엇길의 방종(放縱)하는 지방의회가 돼선 안 된다. 수성구 의회의 50.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8.3%를 올린 대구시의회 등 해외 연수비 인상 의회는 왜 다른 의회는 동결이나 되레 30만원 삭감을 결정했는지 살펴라. 이러고도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의회라 내세울 수 있겠는가. 멋대로 올린 월정 수당 및 연수비는 반납하거나 다른 적절한 용도로 사용함이 마땅하다.

2019-12-2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김의겸의 기부 약속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통 크게'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할 개인적인 명예이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회원이란 명예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면서 기부를 하고 그런 명예를 얻는 것이 과연 '순수한' 기부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이를 위해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기부론은 참고할 만하다. 기부가 기부이려면 기부자와 수혜자는 서로 주고받은 행위를 기부행위로 인지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기부는 '경제적 교환 행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에 적용하면 기부자는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사회적 존경이라는 반대급부를 얻는 것이 된다. 기부가 사회적 존경이 목적이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고 해도 교환 행위이긴 마찬가지다. 너무 엄격하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조금 완화된 의견을 제시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기부에서 기부자는 '주는' 주체가 되고 수혜자는 '받는' 객체의 위치에 선다. 사르트르는 이런 기부자의 '주체성'이 기부행위의 독(毒)이며 이를 제거해야 '순수한' 기부가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익명 기부'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의 기부도 순수한 기부이겠지만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들의 익명 기부가 '진짜로' 순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흑석동 상가 투자 차익을 기부하겠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약속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부터 이미 '익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나온 약속이란 점도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곤혹스럽게도 기부 약속을 지켜도 문제다. 그는 지난 19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부처에 대해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있는데 실행을 한 뒤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부처를 밝힌다면 그 즉시 순수한 기부가 되지 않는다. 기부처를 밝히지 않으면 더 곤혹스러워진다. '말로만' 기부한 게 아니냐는 입방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12-24 06:30:00

[관풍루]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두류정수장터로 낙찰되자 옛 경북도청 터 가진 북구, 이전터 활용 방안 마련에 고심.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두류정수장터로 낙찰되자 옛 경북도청 터 가진 북구, 이전터 활용 방안 마련에 고심. '닭 쫓던 개' 신세타령 보다 '전화위복' 방안 찾는 것이 진정한 승리.○…연일 한국당 비판 열 올리는 홍준표 전 대표, 총선 기획단의 '당 대표급 지도자 험지 출마론'엔 고개 절레절레. 땅 짚고 헤엄치기 놔두고 가시밭길을 왜 가냐고요.○…황교안 한국당 대표, 비난 빗발치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관련, '부동산 정책 실패, 문대통령만 모른다' 맹공. 차라리 아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편이 나을 듯.

2019-12-24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아리랑 고개는 아무나 넘어가나

어린아이와 부녀자까지 함께한 일행이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로 향하는 망명길은 혹독한 여정이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북방의 겨울바람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모진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며 황량한 만주벌판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린 것은 나라 잃은 서러움이었다. 우리 민족 사상 유례없는 험난한 아리랑 고개였다. 기약 없는 아리랑 고개였다.110년 전 경술국치를 당하자 안동 명문가의 주손인 백하 김대락과 석주 이상룡은 66세와 53세의 노구를 이끌고 만주로 집단망명을 결행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정월이었다. 전대미문의 아리랑 고개. 멀고도 험난한 형극의 길이었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기울어 가던 구한말, 경북의 올곧은 선비들은 그렇게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집안의 명운과 가족의 생사까지 내던지며 모진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 가진 것들을 누리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 될 나이였지만, 국권과 자존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사즉생(死卽生)의 길이었다. 당시 지배계급인 양반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다. 학문을 한 선비로서 마땅히 가야 할 실천적 삶이라 여겼다.반세기에 걸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에서 경북인의 항일투쟁은 특별했다. 의병항쟁과 만세운동 그리고 구국계몽과 사회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친 항쟁이 시종일관 지속된 곳은 경북이 유일했다. 의병을 가장 먼저 일으켰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순절자가 나왔다.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물이 가장 많은 것만으로도 대구경북이 독립운동사에서 가지는 위상을 웅변하고도 남는다.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횃불을 댕긴 곳이요, 광복회를 탄생시켜 의병과 계몽운동의 통합을 이루며 독립군 자금을 확보하고 의열투쟁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것이 3·1운동에서 민주공화정의 요구로 표출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유림단 사건의 본고장으로 만주 독립군기지 건설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의열투쟁과 6·10만세운동의 핵심을 이룬 인물들도 대구경북인이었다.항일 민족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워 올린 이상화와 이육사의 이름 또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일제에 대한 대구경북인의 저항은 이렇게 격정적이었고 지속적이었으며 그만큼 희생 또한 컸다. 그렇게 견위치명(見危致命)하며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경북의 정신과 실천적 삶이 광복을 이루고 전쟁을 이겨내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 한류의 시대를 연 것이다.파란만장한 겨레의 역사는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고난의 행로였다. 20세기에 들어서만도 망국과 분단과 전쟁과 파산(破産)까지 겪었다. 좌절과 시련의 고개였지만 다시 희망을 안고 넘어야 했던 숙명의 고개이기도 했다. 이제 또 하나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야 한다. 흥망의 분수령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왜곡되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사회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위선과 망발이 난무하고 있다. 지리멸렬한 외교와 안보는 북한의 핵 위협과 욕설만 자초했다. 전례 없는 분열과 갈등을 안고 망국(亡國)열차가 질주하고 있다.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멸사봉공하는 정치인 하나 없다. 사즉생의 결기를 보이는 강단 있는 지도자 하나 없다. 대구경북의 혼은 어디로 갔는가. 2020년 아리랑 고개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말로만 보수를 외치면서 해묵은 탐욕의 보따리만 덕지덕지 껴안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갈 수 있을까.

2019-12-23 19:27:05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반세기를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잘사는 나라'다. 선진국그룹이라 할 OECD에 가입한 것이 23년째다. 아시아 최초로 G20 회의 유치에 성공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대접도 나쁘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자랑처럼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들었다. 세계 여섯 번째 수출 대국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부자나라라 치켜세운다. 이 모든 것이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가 경제적 파이를 지속적으로 키워온 결과다. 국민은 이제 '잘사는 나라'에 익숙해 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잘사는 나라는 아니었다. 까마득히 잊었거나, 경험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지지리도 못살았다. 빈곤과 질병, 무지를 떠올리던 후진국이었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GDP는 89달러로 전 세계 125개국 중 101위, 북한은 320달러로 50위였으니 그럴 만했다.우리는 그런 절망을 딛고 기적을 일궜다. 기적의 토대를 마련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는 분명한 철학의 소유자였다. "후손에게 가난한 조국을 물려주지 않겠다." 이 말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실천 방법을 찾았다. 가난을 물리치기 위해 내건 구호는 간단명료했다. '공업 입국', '전 산업의 수출화'. 전남 여수공단을 시작으로 포항제철, 구미공단을 세웠다. 고속도로를 건설해 동맥을 뚫고, 댐을 만들어 용수를 확보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했다.한국 경제는 연평균 9%씩 성장했다. 1961년 4천만달러던 수출은 1979년 151억달러가 됐다. 연평균 40%씩 늘었다. 수출이 느니 효과는 전 산업에 파급됐다. 고용도 급격히 좋아졌다. 소득은 높아졌고 삶은 나아졌다. 구체적 수치로 드러난 결과 앞에서 공과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우리는 그 과실을 따먹으며 오늘을 살고 있다.박 전 대통령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였다. "이 땅에서 가난을 추방하는데 구호가 화려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정 목표를 미사여구로 제시한 적이 없다. 올해 목표는 '수출 10억달러 달성', '성장률 목표는 10%' 하는 식으로 늘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수치로 표시된 국정 목표는 국민이 이해하기 쉬웠다.승승장구하던 한국 경제가 문 정부 출범 2년여 만에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떤 역경을 딛고서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창조해왔던 한국 경제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이러다가 "후손들에게 빚만 물려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시 가난의 역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저어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든든한 버팀목이던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째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년 3.2%던 성장률은 올해 2%까지 내려앉았다. 기업들은 엑소더스 행렬에 올라타고 있다. 직장에서 밀려난 40대는 대통령이 걱정할 정도다. 한 해 문 닫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게 생겼다. 공단 가동률도 뚝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은 1명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그런데도 대통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단다. '나라다운 나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 같은 미사여구가 남발된다. 올해 신년사 제목도 '오늘이 행복한 나라'였다. 수치로 뒷받침되지 않는 미사여구에 국민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로 꼽히는 존 맥스웰은 말했다.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 목표를 실현할 때 감동을 받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꼭 새겨야 할 말이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간다.

2019-12-23 06:30:00

[관풍루] 아베 정권, 중국계 카지노리조트 설립 자금 자민당 유입 스캔들로 설상가상.

○…12월 들어 대구경북 평균기온 3.6℃로 평년보다 1.4℃가량 높아 이상고온 현상. 불경기에 살림 어려운데 시도민 난방비라도 아끼라며 날씨마저 도와주는 따뜻한 겨울.○…트럼프 탄핵소추안 하원 가결 이후 민주당 소추안 제출 미적대자 공화당 "빨리 넘겨라" 재촉. 공화당이 과반 차지한 상원 덕에 트럼프도 제 앞마당이라고 큰소리칠듯.○…아베 정권, 중국계 카지노리조트 설립 자금 자민당 유입 스캔들로 설상가상. 총리는 벚꽃놀이에 세금 퍼붓고, 여당은 뒷돈으로 흥청망청이니 일본 국민들도 죽을 맛.

2019-12-2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이병철 동상을 보면

'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며 따라서 기업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지난 40년간 사업보국을 주창해왔다.' '호암 이병철 선생은…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의 철학을 가진 선구자로 모든 경제인의 귀감이다.'대구의 옛 제일모직 터에는 삼성의 기업 왕국을 세운 이병철 전 회장의 동상이 있다. 동상 뒤 벽 양쪽에는 그의 생전 업적의 글을 새겨 놓았다. 앞은 1982년 4월 2일 미국 보스턴대학 박사학위 기념강연에서 따온 말이고, 뒤는 2010년 2월 12일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그를 기려 적은 글이다.나라가 망한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일으켜 시작된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 삼성의 모태'가 대구임을 밝히고, '국가 민족 그리고 인류에 대하여 봉사'를 꿈꾼 그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낸 현장의 증언이다. 삼성의 발상지인 대구로서는 당시 시민 뜻을 모아 동상을 세워 기릴 만했다.옛날과 달리 삼성으로는 세월이 흘러 대구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1세대 창업주를 지나 2세대 후계를 거쳐 3세대 손자 경영으로 바뀐 만큼 대구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은 물론 삼성 기업군의 발상지로서의 자긍심 같은 느낌도 옅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렇더라도 대구로서는 남다르기에 동상으로 기렸을 법하다.그의 동상과 그를 읊은 글을 읽고 최근 노조와 관련된 재판부의 삼성에 대한 단죄(斷罪)를 보면 그가 생각한 '사업보국' 뒤에 가려진 숱한 일반 국민의 성원과 근로자의 피와 땀, 눈물을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자본이 부족하던 시절, 고사리손으로 모은 코 묻은 용돈부터 의무적인 학생 저축 장려 등으로 쌓인 돈을 썼을 터이다. 또한 직원들은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그와 함께 일했음이 분명하다.그의 동상 뒤 글 어디에도 이런 사연은 엿보이지 않는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곳인 만큼 어쩔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난 2013년 당시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 폭로에 따른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지난 17일 재판부의 '노조에 대한 반헌법적 태도' 판결은 그의 경영 철학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고된 삼성 근로자가 서울의 철탑 위와 밑에서 농성하는 모습이 겹치는 요즘, 그의 동상과 글귀가 이리도 달리 보일까.

2019-12-22 19:02:08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Yea or Nay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19일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트럼프 탄핵소추안은 내년 1월 상원으로 넘어가는데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상원이 맡는다.트럼프 탄핵에 적용된 혐의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다. 이 중 하나라도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트럼프는 파면된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100석 중 53석)을 넘어 '유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모두 세 차례다. 1868년 앤드루 존슨(17대·공화)과 1998년 빌 클린턴(42대·민주) 그리고 트럼프(45대·공화) 탄핵안이다.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존슨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달러에 사들인 일로 유명하다. 그는 에드윈 스탠튼 국방장관을 상원 동의없이 해임했다가 권한 남용으로 탄핵소추됐으나 상원 표결에서 3분의 2(총 54명 중 36명 이상)에 1명이 모자라 탄핵을 모면했다.미국 의회에서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 탄핵소추권은 하원에 있다. 반면 탄핵 심판과 결정은 상원의 권한이다. 미국 상원은 50개 주마다 2명씩 모두 100명으로 구성되는데 하원이 국민의 대표 기관이라면 상원은 주정부와 주의회를 대표한다. 상·하원이 동등하게 입법권을 갖지만 6년과 2년이라는 임기에서 보듯 기업으로 치면 하원은 이사, 상원은 대주주에 비유할 수 있다.양원제 나라 중 이름뿐인 영국 상원(House of Lords)이나 일본 참(參)의원과 달리 미국 상원은 권한이 막강하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 의결권을 비롯해 파병 동의, 외교 조약 승인, 870명의 연방판사 인준권은 상원의 권한이다.트럼프 탄핵안이 가결되자 언론은 미국의 분열을 크게 걱정한다. 탄핵이 무산되더라도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여론 때문이다. 미국의 현 상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2년 앞서 우리도 탄핵 정국을 경험해서다. 'Yea'(Yes)와 'Nay'(No)를 사이에 둔 여론의 갈림이 팽팽할수록 국민 감정과 국론의 치유와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2019-12-20 18:55:2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망상(妄想)

1.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2. 누구도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계획은 실현되어 있다. 3. 경제계획은 실현되어 있다. 하지만 가게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4. 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줄이 늘어서 있다. 5.어디를 가든 줄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우리는 풍요의 문턱에 서 있다. 6. 우리는 풍요의 문턱에 서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불만족하고 있다. 7. 모두가 불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찬성!'이라고 투표한다.브레즈네프 집권기인 1970년대에 소련 인민들이 정부의 경제 성과 선전을 비웃으며 낄낄댄 '소련 사회의 일곱 가지 기적'이란 농담이다. 이런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소련 경제는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사회주의가 성공적으로 창조됐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성과를 굳히는 것뿐"이라고 한 브레즈네프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그래서 개혁을 시도했다. 당시 총리인 알렉세이 코시긴의 이름을 딴 '코시긴 개혁안'으로, 기업인에게 더 큰 자유를 허용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더 많이 활용해 생산을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제는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였다. 처절하게 실패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계획경제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도 마찬가지였다. 계획경제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해 생산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망상(妄想)이었다. 계획경제라는 문제 자체는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시장 요소를 도입하자 소련 체제는 '개혁'이 아니라 붕괴해버렸다. 고르바초프는 훗날 "페레스트로이카의 전 과정을 내가 의도한 틀 내에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고 했는데 그럴 만했다.그저 그렇고 그런 경력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총리로 기용해 경제를 살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 역시 '망상'으로 끝날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문 대통령부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소주성'은 한 번도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책상물림'의 공상일 뿐이다.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소주성'의 틀 내에서 경제 살리기는 한마디로 '헛소리'이다.

2019-12-20 06:30:00

[관풍루] 문대통령 "40대 고용부진 아프다"며 대책 지시하자 정부, '40대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준비.

○…'환경오염 민원에 소극 대처했다'며 진행된 포항 기초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투표율 부족해 개표 불발. 어렵다 어렵다 해도 정치판에 사람 모으기가 가장 어려운 법.○…문대통령 "40대 고용부진 아프다"며 대책 지시하자 정부, '40대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준비. 근본 해결책은 말 못하니 또 나랏돈 쓸 일만 담았겠지.○…역대 정부서 과학 부총리, 장관 등 지낸 국가 원로들, "탈원전은 대한민국이 망하는 정책"이라며 문 정부 강력 비판. 눈 가리고 귀 막은지 오랜데 무슨 말이 통할까.

2019-12-20 06:30:00

채정민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주머니돈은 쌈짓돈이 아니다

'사학(私學)이 사악(邪惡)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사립학교를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예외가 없다. 잊을 만하면 사학 비리 뉴스가 터진다.건국 이후 오랫동안 한국의 교육 인프라는 척박했다. 민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역대 정부가 사재를 털었다는 사학 설립자들 앞에선 약해졌던 이유다. 사학들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폭 넓게 인정받았다. 그게 독이 됐다. 사립학교를 제대로 감사하면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진다.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전체 사학 비리 규모를 공개한 바 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립유치원부터 사립고교까지 발생한 비위 건수는 2만4천300건, 금액은 1천402억원에 달했다. 사립대학의 비위 금액은 4천771억원이었다.'숨 막힐 것 같은 규모', '나라가 망할까 봐 겁날 정도'. 이 통계를 밝히며 박 의원이 덧붙인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다른 곳도 아닌, 학교가 이 상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수준이다. 특히 아이를 학교에 맡긴 부모 마음이 편할 리 없다.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이 사립학교법인 두 곳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비리로 물러난 전 이사장은 여전히 학교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사회 이사들도 한통속. 학교 교육에 쓸 돈으로 이사장실을 꾸미는 등 공금 횡령도 예사였다. 교내 비리 제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자연스레 사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유치원 3법'도 그런 조치 중 하나.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다.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문제는 이 법안이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치원 돈을 제멋대로 펑펑 써댄 사립 원장들이 공분을 불러일으킬 때만 해도 곧 시행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았다. '패스트트랙' 열차에 가까스로 올라탔지만 이번에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자유한국당의 반대 논리는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주장과 흡사하다. 한유총은 국가 회계 시스템(에듀파인) 도입에 반발했다. 물건을 파는 점포도 아닌데 임대료 성격인 시설 사용료를 달라고 요구한다. 모두 사유재산이라는 게 이유다.자유한국당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사학을 운영하는 집안 출신이고, 황교안 대표는 한유총 고문 변호사였던 게 자꾸 눈에 밟힌다. 사학 운영자와 관련된 이는 그들 외에 더 있다.사학이 사유재산이긴 하다. 그래도 운영의 공공성, 투명성은 담보돼야 한다. 세제상 각종 혜택이 주어지고 교직원 인건비 등 재정 지원을 받는 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게 당연하다. 대구만 해도 사립유치원 1곳당 연평균 지원액은 5억1천여만원이나 된다. 사립고는 더 많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사립고 2곳의 올해 지원액은 각각 82억5천여만원, 56억3천여만원에 이른다.한 한유총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는 건 치킨집 문을 닫는데 종업원 3분의 2 동의를 받으란 것과 같은 꼴"이라고.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반문했다. "유치원이 치킨집입니까?"사립유치원은 단순한 사유재산이 아니다. 비영리기관인 학교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보장돼야 한다. 또 사학의 주머닛돈은 쌈짓돈이 아니다. 그 돈 대부분은 국민의 혈세다.

2019-12-19 15:57:4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올해의 인물 조국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1927년 올해의 인물로 처음 선정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25) 이후 최연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툰베리 선정을 두고 "아주 웃기는 일"이라며 막말을 했지만 선정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의 유일한 고향인 지구에 대한 인류의 포악한 행위를 경고했고, 분열된 세계를 향해 배경과 경계를 초월한 목소리를 냈으며,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는 어떠한 모습일지 보여줬다."곳곳에서 올해의 인물을 앞다퉈 선정하는 것을 보면서 한 해가 저물었음을 실감한다. 82년생 김지영, 방탄소년단, 축구선수 손흥민, 영화감독 봉준호 등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거나 물망에 오르고 있다.필자의 견해로는 올해의 인물은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 분석 결과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키워드는 조 전 장관이었다. 작년 1위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2위로 밀어냈다. '문재인 위에 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조 전 장관의 올 한 해는 '모든 것을 얻으려 했으나 모든 것을 잃었다'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죽창가'를 부르짖으며 일본과의 경제 전쟁 선봉에 섰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단시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장관 한 사람의 사퇴 여부를 두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나라가 둘로 쫙 갈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일가 비리에 이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지금의 조 전 장관을 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가 떠올랐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인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조 전 장관은 트위터 등 왕성한 SNS 활동에 힘입어 하늘로 비상했으나 결국 자신이 쏟아낸 수많은 글로 인해 추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풀기 어려운 과제를 남긴 점에서 조 전 장관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2019-12-19 06:30:00

[관풍루] 대구 동구청-동구의회 계속된 다툼에 구정 표류하면서 애꿎은 주민만 피해.

○…전략 무기인 F-35A 전력화 행사, 대통령과 국방장관 참석 없이 격납고에서 비공개로 진행돼. 사람과 날씨 등 이것저것 낯 가리다 보니 '스텔스 전투기'라는 이름 붙었나?○…대구 동구청-동구의회 계속된 다툼에 구정 표류하면서 애꿎은 주민만 피해. 국회에 이어 구청·구의회에도 성난 시위대 밀려드는 불상사 있을까 그게 걱정.○…3선 이상 대구경북 현직 시장·군수 대다수 내년 총선 출마 위해 중도 사퇴 않고 현직 고수. 선거에 이골이 날 법도 한데 불출마 선언이라 더 '큰 뜻'이 있는 모양.

2019-12-19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신춘문예와 늙은 한국문학

전국 일간신문들이 2020 신춘문예 작품 접수를 마감하고, 예심 중이거나 예심을 끝냈다. 매일신문도 예심을 마치고 현재 본심 심사 중이다.최근 5, 6년간 신춘문예 응모작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응모 편수가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띤다. 둘째, 응모자의 연령이 점점 높아져 60대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셋째, 청년 응모자들의 작품에서 '반듯한 작품', 다시 말해 '흠도 없지만 매력도 없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신춘문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신인 작가 등용문이다. 그래서 응모하는 사람들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노령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사위원 중에는 "이렇게 나이 든 사람을 등단하도록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등단한 뒤 오랜 세월 갈고닦으며 더 나은 작품을 써 주기를 기대하는데, 고령의 작가에게 열정과 에너지가 얼마나 있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글쎄다.세계 문학판에서 한국문학의 힘은 미미하다. 한국문학의 위상이 낮은 데는 언어와 번역, 출판사의 경영 방식, 국가의 매력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차치하고 작품 자체의 대표적 문제만 꼽자면, 생생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 한국문학이 국내 시류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등을 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했으며, 그리스-터키 전쟁 때는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또 7년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암보스문도스호텔에 기거하면서 현지인들과 어울린 덕분에 '노인과 바다'를 더 생생하게 가꿀 수 있었다.소설 '오만과 편견'은 결혼 적령기 남녀의 이해와 몰이해, 결혼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쓴 제인 오스틴은 약혼했지만 남자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된 후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결혼에 있어서 돈, 집안, 개인의 성향과 능력 등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를 그녀는 생생하게 경험했으며, 그런 문제로 오랜 세월 번민했다.고미카와 준페이의 소설 '인간의 조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징집되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중국인에 대한 만행과 전쟁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잔인함을 그려낸 작품이다.예로 든 작품들은 모두 자국(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문학에서도 걸작으로 통한다. 모두 경험 혹은 절절한 고뇌를 바탕으로 썼으며, 어느 작품도 자국 독자 혹은 동시대의 '통념'에 아첨하지 않았다.한국문학은 어떨까? 경험보다는 독자의 입맛에 맞춘 작품이 많다. 역사 소재 작품들은 인류 보편의 시각이 아니라 한국인의 편에서 쓴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성(性)과 관련한 작품은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가 대세를 이룬다. 글쓰기 방법을 정식으로 배운 작가는 많은 반면, 전문 분야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쓰는 작가는 드물다. 경험이나 번뇌의 결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경험과 번뇌를 찾아다니는 작가가 수두룩하다. 한국문학이 국내용이자 당대 시한부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신춘문예 응모자들의 연령이 높아진다고 한국문학의 고령화를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세상을 살아낸 사람의 절절한 경험과 치열한 고민을 담고 있다면 고령이라도 '젊은 작품'을 써낼 것이고, 경험이나 고민보다는 문학적 장치와 기교로 시류에 편승한다면 젊은 응모자라도 '늙은 작품'을 양산할 것이다.

2019-12-18 16:52:55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청어 과메기

'푸른 동해를 누비던 청어 떼도/ 북해도를 헤엄치던 꽁치 떼도/ 과메기가 되려면 구룡포에 와야 합니다/ 구룡포 투명한 겨울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 며칠을 덕장에서 참고 또 참아야 합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김현욱 시인은 '과메기'란 시에서 매운 바닷바람에 과메기의 붉은 속살이 꼬들꼬들 여물어가는 구룡포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미국의 해양저술가 마크 쿨란스키는 '세상을 바꾼 물고기'란 책에서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물고기로 대구를 꼽았지만, 청어 또한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특히 통조림과 냉동식품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금에 절인 청어가 정말 중요했다고 한다. 염장 생선 수요가 폭증하면서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결성한 한자동맹을 출범시키는 동력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소금과 청어는 그만큼 큰 돈벌이 수단이었다.청어가 북해로 대거 이동하는 15세기에는 네덜란드가 급부상했다. 내장을 빼고 간수에 절여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염장 기술을 개발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청어는 금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한때 '청어의 도시'라 했다. 지금도 초절임 청어의 전통이 음식문화에 남아 있다. 청어를 잡기 위해 낯선 해역으로 나가던 개척 정신은 네덜란드를 해양국가로 발전시켰다.임진왜란 때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청어를 잡아 군량미와 바꾸는 대목이 나온다. 청어가 물물교환의 중심이던 쌀과 바꿀 정도로 환전 가치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기름기가 넉넉해 맛이 좋은 데다 많이 잡혔던 청어야말로 단백질의 보급원으로 조선 수군 연전연승의 원동력이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청어가 상당히 많이 잡혔다. 동해가 '물 반 청어 반'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그 청어를 잡아다 말려서 과메기를 만들었다. '과메기'란 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등장하는 '관목어'(貫目魚)에서 유래한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린 데서 나온 말이다. 청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올겨울은 그동안의 '꽁치 과메기' 대세를 역전시킬 전망이다. 출렁이는 구룡포 파도를 권주가 삼아 원조 '청어 과메기' 안주로 소주 한잔이 맛깔스럽게 떠오르는 계절이다.

2019-12-18 06:30:00

[관풍루] 21대 총선 예비 후보 등록 시작됐지만 선거법 확정 안 돼 정치신인들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 준비

○…21대 총선 예비 후보 등록 시작됐지만 선거법 확정 안 돼 정치신인들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 준비. 아무리 늦어진들 현역 의원들이야 손해 볼 일 없으니 서둘 일도 없지.○…강효상 의원, 국비 증가율 '대구 패싱'은 "예산에 관여하고 노력해야 할 주체들 잘못"이라 질타. 예산 따 낼만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노력도 없었다는 지당한 말씀.○…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 항공여객 수요 2050년에 1천만 명에 이를 것. 도로 뚫고, 철도 놓고, 활주로 늘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일.

2019-12-18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

죽음을 애통해 하는 까닭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리라. 실수는 만회할 기회가 있고, 헤어짐은 돌아옴을 기대하지만 죽음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되돌리지 못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자의 가슴에 묻히고 기억에 머문다. 그런 통한의 기억도 망각의 치유제를 만나면 조금씩 잦아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자식의 죽음이다. 먼저 떠난 자식은 가슴에, 기억에 뽑히지 않는 못으로 박힌다. 잠시 죽음을, 아픔을 잊을 수 있겠지만 어느새 다시 살아난 기억은 마치 처음처럼 부모의 가슴을 헤집는다.그처럼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고통 속에 부모들이 용기를 냈다. 돌이킬 수 없는 내 자식의 죽음이 안겨준 고통을 다른 누군가는 결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비통함과 허망함을 부디 티끌만큼이라도 보상받기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목소리를 냈다.그렇게 세상에 나온 결과물이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다. 재윤이, 민식이,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와 유찬이. 먼저 보낸 자식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조차 고통일 테지만 부모들은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만들고자 기운을 냈다.2010년 백혈병 치료 중 의료진 실수로 항암제가 교차 투여돼 9세 아동이 목숨을 잃었고, 2017년 12월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오염된 주사로 신생아가 숨을 거뒀다. 지난 2017년 11월 김재윤(당시 6세) 군은 고열로 입원한 상태에서 무리한 골수검사를 받던 중 숨지고 말았다. 의료진의 과다 약물 투여와 관리 의무 소홀 문제가 논란이 됐고, 앞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보고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재윤이법'이 지난해 2월 발의됐다.2016년 4월 6일 광주 한 통학 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난 박한음(8) 군의 이름을 딴 '한음이법'은 통학 차량 내 CCTV를 설치하고, 영상정보를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하며, 통학 차량 운전자나 교사가 이를 확인토록 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2016년 4월 14일 경기도 용인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온 어린이집 차량에 치인 뒤 응급 조치도 제대로 못 받고 이송 도중 숨을 거둔 이해인(5) 양의 이름을 딴 '해인이법'. 13세 미만 어린이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응급의료기관에 옮겨 필요한 조치를 다 하도록 하고, 사고 방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7년 10월 1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주차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와 세상을 떠난 최하준(4) 군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은 경사진 주차 공간에 미끄럼 주의를 표시하고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2019년 5월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근 네거리를 지나던 한 축구 클럽 승합차가 과속 운전을 하다가 마주 오던 승합차와 충돌했고, 그 사고로 김태호·정유찬(7) 군이 목숨을 잃었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안전운행 기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조치를 담고 있다.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은 짧은 세상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떠났고, 그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만이 남았다. 물론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서로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딴청만 피우는 정치 집단의 다툼 속에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 제대로 된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폐기되는 일만은 없기 바란다.

2019-12-17 23:29:54

13일 오후 3시 개의하려던 제372회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가 지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세풍] 개, 돼지 취급 받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권은 '10년 집권'을 꿈꾼다. 그러나 내년 총선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이 그렇다. 경제는 꼬꾸라졌고 대북정책은 파탄났다. 선거 공작과 인사 개입, 태양광 사업 등 각종 이권 개입 의혹이 자아내는 악취는 참으로 고약하다. 여론 조사는 이런 비정(秕政)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지만 그게 실상이 아님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려면 무슨 수든 써야 한다. 바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다. 목적이 이렇게 불순하니 내용이 불순한 것은 당연하다. 선거법 개정안은 표심(票心)을 인위적으로 왜곡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공수처법은 정권의 비리를 꼭꼭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개정안의 명분은 소수 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실제 목적은 '10년 집권'을 위한 범(汎)여권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개정안'은 전문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내 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려 하지 말고 그냥 표만 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한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미리 배분하고, 거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의석수의 절반(이른바 50% 연동)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우선 배분하며, 나머지 절반은 현행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이는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당득표율로 배정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를 더 많이 낸 정당은 '연동'으로 받는 비례대표 의석이 '0', 즉 이 정당의 정당 득표가 대거 사표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런 운명을 맞을 수 있다.사표를 막는다면서 더 많은 사표를 구조화하는 모순의 극치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를 지역구 당선자에게까지 확대하려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생기는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비판 그대로다. "전 세계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전무후무하게 희한하고, 두고두고 선거법 개악 사례로 소개되어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될 선거법 개정안이다."개정안대로면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든다. 이런 '자해'를 하는 이유는 의석수 증가라는 미끼로 군소정당을 꼬드겨 장기집권을 위한 '2중대'로 세운다는 계산에서다. 그런데 민주당이 뒤늦게 '본전 생각'이 났는지 "비례대표 의석수 전체를 줄이자" "연동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도 줄이자"고 나섰다. 그렇게 하면 군소정당 의석수는 기대치보다 적어진다.군소정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4+1 협의'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군소정당에 떡고물을 줘 선거법 처리에 나설 것이다. '10년 집권'을 위한 또 하나의 기둥인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서는 이들과 '야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군소정당을 어떻게 달래든 선거 민주주의의 제도적 파괴이다. 이를 그냥 보고만 있으면 국민은 정말로 개, 돼지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1919년 독일군부의 실세로 왕정주의자인 루덴도르프와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대담은 그 대답이 될 듯하다."인민은 그들이 신뢰하는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다음 그 지도자는 말한다, '지금 당신들은 아무 소리 말고 복종하라. 인민과 정당들이 지도자와 상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베버) "그런 민주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이다."(루덴도르프) "그런 다음에 인민은 심판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가 잘못한다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베버)

2019-12-17 06:30:00

[관풍루] '블랙 아이스'로 차량 50대 추돌 7명 사망사고 난 상주영천고속도 관리 두고 이용자들 비난 빗발.

○…'블랙 아이스'로 차량 50대 추돌 7명 사망사고 난 상주영천고속도 관리 두고 이용자들 비난 빗발. 당장 책임 묻고, 고치지 않으면 또 다른 사고 막기 어렵다는 아우성.○…교수들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공명지조' 선정. 한 나라 국민이면서 둘로 갈려 다투는 민심을 딱 꼬집은 촌철살인.○…문대통령, "40대 고용부진 계속되는 것은 매우 아프다"며 '40대 고용 특별대책 마련하라' 지시. 한마디 말만으로 안 아플 수 있다면 세상에 아픈 사람 어디 있을까.

2019-12-17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정치 세습

16세기 이후 1795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의 와해로 '귀족 공화국'이 멸망할 때까지 유럽에서 귀족이 가장 많은 나라는 폴란드였다. 귀족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 비율은 프랑스가 약 1%, 스웨덴 약 0.5%, 독일이 약 0.01% 정도였다. 18세기 유럽 전체 인구에서 귀족 비중이 약 1.5~2.3%인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특히 귀족으로 구성된 폴란드 의회 '세임'(sejm)은 모든 권력을 쥐고 행사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선거를 통해 국왕을 뽑고 외국인을 왕좌에 앉힐 정도로 귀족이 전권을 휘둘렀다. 폴란드 귀족은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왕족을 폴란드 국왕으로 뽑아 '허수아비 군주'로 만들고 권력을 독점했다. 이런 구조는 '로마 황제 43%는 세습 황제가 아니라 갑자기 권좌에 오른 인물'이었다는 점과도 맥이 닿는다.현대 일본의 정치 구조도 폴란드와 닮았다. 패전 이후 일본은 화족(華族)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치 귀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총리에서부터 장관, 각 정당 요직 인사 상당수가 '세습 정치인'이다. 자민당뿐 아니라 군소정당에도 세습 정치인이 많다. '파벌'과 '세습'이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2017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전체 의원 정수 465명 중 26%인 120명이 세습의원으로 나타났다. 열에 셋이 '금수저 정치인'인 셈인데 증조부-조부-아버지-아들 등 몇 대에 걸쳐 권력을 대물림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하원의 세습의원이 10%가량인 점과 비교해도 일본 사례는 특이한데 지명도와 조직, 자금을 모두 물려받아 애초 '흙수저'와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이 높다.요즘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부자 세습' 문제가 관심사다. 서점을 운영 중인 문석균 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아들 공천' 비판과 경선 과정을 넘어 당선된다면 현역 의원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지역구를 바로 물려받는 사례가 된다.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대물림'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요즘 여당이 국민 눈치조차 보지 않고 막간다는 생각이 든다.

2019-12-16 19:52:17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홀씨 가족

'구개열 파열 수술 총 70명, 어린이들 발 내반증 외반증 총 10명, 피부 이식, 의족 및 특별한 수술 총 5명, 발목 절단 총 5명 수술, 의족·수족 해드릴 수 있었기에 감사드립니다.'서아프리카 '상아 해안'으로 알려진, 옛 프랑스 식민지 코트디부아르(영어로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활동 중인 박달분 프란체스카 수녀에게서 온 글이다. 안동이 본부인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소속으로 파견된 박 수녀의 사연은 최근 나온 수녀회 해외 선교 소식지 '홀씨 되어'의 2019년 겨울호에 실려 알려졌다.복음 전파와 함께 의료 지원 활동을 펴는 그의 글은 올 1, 2월 현지 자원봉사에 나선 이춘자 아녜스 수녀 등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이 수녀가 봉사하며 겪은, 가난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힘든 아이,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려 그들의 후원에 나선 많은 사람의 정성을 모아 보낸 성금으로 두루 혜택을 입어서다.일흔 넘은 노구를 이끌고 자원 봉사에 나선 이 수녀의 용기도 예사롭지 않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도 힘든 나라 밖 사람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성금을 모아 이 수녀의 도움 호소에 선뜻 응한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돋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격려의 말 한 마디에서 몇만원, 몇백만원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마음이 모여 여러 가지 고통을 덜 수 있었으니 말이다.서아프리카 기니만의 평화롭던 고을 원주민과 상아, 향료, 곡물 등 풍부한 자원을 마구 약탈했던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의 하나였던 상아 해안. 그곳에서 옛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한국의 박 수녀 등 여러 성직자의 인류애적 헌신과 그들을 도와 우리 고유 정신인 홍익(弘益)의 가치를 널리 퍼뜨린 대구경북 후원자의 아름다운 마음은 반길 만하다.이런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이 수녀의 '홀씨 가족을 위하여'라는 소식지 글이 대신하는 듯하다. '콩 반쪽 나누어 먹고/ 없는 집 제삿밥이라도 이웃에/ 돌리며/ 겨울 까치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두는/ 우리 조상들의 나눔은/ 예수님의 사랑 실천이었네.'세밑에 전해온 박 수녀의 소식과 먼 서아프리카 낯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눈 모든 '은인'에게 보내는 이 수녀의 간절한 기도가 와 닿는 12월이다. '새해에는/ 은인들을 축복하소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소서.'

2019-12-16 06:30:00

[관풍루] 포항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에 입 다문 오천읍 시의원 2명 첫 주민소환 투표 결과에 비상한 관심.

○…포항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에 입 다문 오천읍 시의원 2명 첫 주민소환 투표 결과에 비상한 관심. 민심 외면한 대표에게 주민이 보여줄 뜨거운 맛은 과연 어떨지….○…미·중 무역전쟁 21개월만에 1단계 합의하면서 수출 부진에 허덕이던 한국도 안도의 한숨. 싸울 때 싸우더라도 도장 찍을 건 찍고, 점심도 먹어야 박수 받지?○…'일부 공무원 근거리 출장비 부풀려 받았다' 제보에 따라 대구시 부정 여비 전수 조사에 나서자 공직사회 좌불안석. 푼돈에 딴마음 먹으니 뒤통수가 땅기는 법.

2019-12-1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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