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휴머니튜드

'정면으로 다가가 시선을 맞춘다. 3초 이내에 "안녕하세요? 기분이 어떠세요?" 말을 건넨다. 어깨나 등에 손을 올린다. 3분이 지나도 당신을 거부하면 "오늘은 그만 할게요. 다시 봐요" 인사하고 돌아나온다.'프랑스의 치매 케어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의 책 '휴머니튜드 혁명'에 나오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다섯 단계'의 내용이다. 병원과 복지시설에서 흔히 발생하는 치매 환자와의 소통 장애 해결법을 전파해온 그는 최근 국내 TV 다큐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인천 시립 노인치매요양병원 중증 치매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휴머니튜드 케어'를 통해 치매 환자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소통의 문제점을 직접 증명한다.휴머니튜드는 '인간다움' 뜻을 가진 조어다. '보고, 말하고, 만지고, 서고 걷는' 네 가지 기본 특성에 기초한 대화가 막힌다면 치매 환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이브 지네스트는 강조한다. 화를 내고 욕하며 공격하는 치매 노인의 행동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데 대한 방어적 행동이라는 사실을 시청자가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치매 환자와의 소통 첫 단계는 '눈 맞추기'다. 정상인의 시야 범위는 120도이지만 치매 환자는 시야각이 매우 좁다. 정면에서 환자의 눈을 응시하고 얼굴 간격도 25~30㎝를 유지해야 소통이 가능해진다. 인천 치매요양병원에서 60일간 진행한 휴머니튜드 실험 결과 눈을 맞추고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태도는 달라졌다. 환자를 침대에 묶는 구속 띠도 사라졌고, 신경안정제 약물 사용도 절반으로 줄었다. 누워만 있던 노인이 일어나 걷게 되고, 입을 닫았던 할머니는 간호사와 대화를 시작했다. 통제와 억압이 아닌 존중과 사랑이 가져온 치유력이다.대구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사회복지사가 이용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학대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사건 은폐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례에서 국내 병원과 사회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환자나 이용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늘 그들과 마주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휴머니튜드 케어는 국내 약 75만 명의 치매 환자만을 위한 케어 방식이 아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2020-01-06 06:30:00

[관풍루]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된 후 청사 인근 도로가 불법주차로 몸살

○…미국의 드론 정밀 타격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살되는 소식 접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 '드론 포비아'(무인기 공포증)로 잠 못 이룰 듯.○…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수도권 험지 출마하겠다며 중진들에게도 '동행' 요구. 서울을 험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 자체가 보수1야당의 웃픈 현실.○…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된 후 청사 인근 도로가 불법주차로 몸살. 효과는 없고 꼼수만 낳는 '풍선 효과'의 전형.

2020-01-06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  

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가동중인 원전은 450기에 이른다. 건설중인 신규원전은 53기다. 원자력발전을 하는 나라가 30개국에 달한다. 아직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28개국이 대열에 합류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건설 예정인 원전만 109기에 이른다. 건설 검토 단계에 있는 원전은 330기다. 우리가 아무리 원전 없는 세상을 외쳐도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일찌감치 원전 비중 축소에 나섰던 나라들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이미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60년이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터키 포인트 3·4호기 원전수명을 80년으로 연장했다. 프랑스는 유럽형 3세대 원전 6기의 건설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3년 탈원전 선언후 전력난에 시달리던 벨기에에서도 원전 수명을 연장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EU 전체가 원전 비중 축소에서 원전에 의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다시 원전이 주목받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젠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로 지구촌은 위협받고 있다. 원자력은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에너지효율이 높으면서 온실가스 같은 오염물질 배출은 거의 없다. 원전을 폐쇄하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라는 EU의 목표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던 EU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 변화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유다. EU가 방향을 튼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기후위기엔 우리나라도 큰 몫을 한다. 한국은 세계 7위 CO₂ 배출국이다.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총 61위까지 매기는 순위 중 58위다. 유엔이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에서 한국을 종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국가 명단에 올렸을 정도다.기후위기를 막는데 원자력 이상의 대안은 없다. 위기의 주범인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에너지원을 무한정 태울 수 없다면 대안은 원전뿐이다. 원전의 효율은 석탄화력발전보다 300만배 좋다. 1기가와트(GW·10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농축우라늄 21t이면 된다. 같은 전력을 얻기 위해 LNG는 95만t, 석유는 115만t, 석탄은 235만t을 태워야 한다. 1GW 전력을 얻기 위해 원전 설비 면적 0.92㎢로 족하다면 태양광은 15.62㎢가 있어야 한다.준비 안 된 나라의 위기가 준비된 나라에서는 기회가 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추정하는 향후 30년간 글로벌 원전 건설시장 규모는 약 500~6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 60년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로를 만들어냈다. 제3세대 원자로 APR-1400은 유럽사업자 요건인증(EUR)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증을 모두 받은 세계 유일의 원자로다. 한국이 바라카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약 6조원이 들었다면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검토중인 프랑스는 1기당 10조원의 비용을 예상한다. 한국은 준비된 나라다. 다만 그 기회를 날리고 있을 뿐이다.탈원전이 한국에겐 위기가 되고 중국과 러시아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들이 가진 원자로는 우리 것에 비해 결코 안전하지 않다. 러시아는 유럽 인증만 받았고, 중국은 어느 곳으로부터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 중국은 48기의 원자로를 운영 중이고 11기의 원자로를 짓고 있다. 파키스탄에 원전을 수출하기까지 했다. 러시아는 중국 터키 등 해외에서만 앞으로 10년간 1천335억달러(약 160조원)상당의 일거리를 따놓았다. 사고가 터진다면 우리 원자로가 아니라 이들 원자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황해안을 따라 원전을 짓고 있다. 사고시 우리나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는 안전성도 보장 받지 못하면서 경제성도 날리고 있다.우리가 탈원전을 고집하든 않든,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주도해야 한다. 1·2세대 원자로를 갖고도 "40년동안 사고 한 번 없었다"고 자랑한 대통령이다. 세계가 인정한 3세대 이상의 원자로를 썩혀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2020-01-05 20:00:00

경상감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宣化堂•대구시 유형문화재 1호).

[야고부] 달구벌의 음향(音香)

조선 후기 동편제 판소리를 확립한 송홍록은 데뷔 시절 경상감영의 명창 선발전에 나왔다가 창피를 당했다. 심사위원인 한 기생에게 몇몇 대목이 신통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절치부심하며 고향 남원으로 돌아간 송홍록은 피를 토하는 소리 공부를 다시 하고서야 득음(得音)하여 국창의 반열에 올랐다.조선시대 대구의 경상감영 선화당은 판소리 경연대회 본선이 열린 무대였다. 전주대사습놀이 예선을 거친 다음 경상감영의 명창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양에 가서 전국적인 명창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 대구는 날뫼북춤과 영제시조가 흥행한 곳이다. 대구는 박태준, 현제명, 권태호 등 유명 음악가들에 의해 우리나라 근대의 서양음악이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대구는 대한민국 제1호 클래식 감상실 '녹향'이 문을 열어 지금껏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6·25전쟁 중에도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서 바흐의 음악이 흘렀던 기적의 공간이었다. 대구는 또한 대중가요의 메카였다. 많은 유명 가수를 배출했고, 대구에서 탄생한 노래들이 온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 주옥같은 노래를 작곡한 김희갑, 김영광, 배상태 등이 대구에서 활약했다.'봄날은 간다'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등의 히트곡도 대구의 오리엔트레코드사에서 나왔다. '비나리는 고모령'은 대구가 무대이다. 백년설(나그네 설움), 신세영(전선야곡), 남일해(빨간 구두 아가씨), 곽순옥(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여운(과거는 흘러갔다), 이용복(그 얼굴에 햇살을), 김광석(일어나)에 이어 양파와 방탄소년단(BTS)의 뷔와 슈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요즘 대구 출신 가수들은 팔방미인이다. 아이돌 가수 양파는 예쁜 모습에다 공부도 썩 잘해 인기가 높았다. 지구촌의 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한 BTS의 멤버 7명 중 2명이 대구 출신이다. TV매일신문이 특집으로 마련한 뷔와 슈가의 특별영상이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멋진 비주얼과 다재다능한 재능에 해외 팬들의 호응도 뜨겁다. 음악의 도시 달구벌의 숨결이 낳은 초특급 월드 스타들이다.

2020-01-03 19:23:45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8세 학생 선거의 덫

법(法)의 한자를 풀면 물(水)과 간다(去)가 된다. 물처럼 흐르는 게 법이다. 물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만나면 둘러 가기도 하지만, 웅덩이나 파인 곳에 이르면 흐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법이 사람과 만나면 고약한 존재가 되곤 한다.대한민국 법의 역사를 잘 살펴보면 그렇다. 특히 근대적 의미에서 서양식 잣대의 법이 많이 들어온 시기로 볼 만한 일제강점기의 암흑기를 돌아보면 더욱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일제는 나라를 삼키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1910년 한국을 지배하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법을 발표할 만큼 온갖 법을 등장시켰다.이유는 너무나 뻔했다. 새로운 법의 지배 틀을 밤낮으로 내놓은 까닭은 법에 낯선 한국인을 얽어매고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일제가 얼마나 많은 법을 만들었는지 당시 총독부 기관지(매일신보)는 '매일 비 오듯이 쏟아졌다'고 할 정도였다. 그들 멋대로 만든 법이니 한국인은 날마다 죄인으로 붙들려 갔다.이런 아픈 역사적 배경을 안고 출발한 많은 오늘날의 법이기에 그때처럼 지금도 힘이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 편이 아닌 때가 일쑤였다. '돈 없으면 유죄요, 돈 있으면 무죄'인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서글픈 유행어가 없어지지 않고 생명력을 잇는 까닭이다.지난달 27일 국회의 선거법 개정으로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만 18세가 되는 50여만 명이 첫 투표의 행운을 누린다. 종전 19세의 선거 연령이 낮춰져서다. 고교 3학년도 5만 명쯤으로 추정되는데, 자칫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선거법은 전문가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해 자칫 학교 안팎에서 잘못 말하거나 행동했다가 낭패를 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나라 법 적용의 악명도 감안하면 미리 경계해야 한다. 18세로 투표 나이를 낮춘 것을 마냥 반길 수만 없게 됐다. 생애 첫 선거 투표, 잘 대처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 이들 18세 젊은 새로운 유권자 포석을 위한 유혹도 커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야 모두 이들 18세 학생 유권자들을 전과자로 모는 짓은 말아야 한다. 18세 첫 유권자 역시 덫에 걸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는 모험은 피할 일이다.

2020-01-03 06:30:00

[관풍루] 검찰이 '패스트트랙 충돌' 여·야 의원 28명 무더기 기소하자 여 "보복기소", 야 "여당무죄, 야당유죄" 반발.

○…검찰이 '패스트트랙 충돌' 여·야 의원 28명 무더기 기소하자 여 "보복기소", 야 "여당무죄, 야당유죄" 반발. 공수처법 통과되고나니 검찰 이제 종이호랑이 신세?○…유학길 1년 만에 정계 복귀 선언한 안철수에 러브콜 속출… 정파마다 보수통합 시나리오 셈법 분주한데 사공이 많을수록 배가 산으로 간다 했거늘.○…일본 감시망 뚫고 국외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8일 기자회견 열 예정. '일본 경제 구세주' 추앙받다가 '범죄자'로 전락한 그의 입에서 좋은 소리 나올 리 만무.

2020-01-03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4월 총선, 정권 심판"

작년 말 국회 날치기를 통해 예산안 처리,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전리품(戰利品) 세 가지를 챙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환호작약(歡呼雀躍)할 것이다. 조국 사태, 경제 '폭망', 안보·외교 실패 등으로 일 년 내내 정권이 핀치(pinch)에 몰렸다가 막판에 총선 승리, 좌파 정권 연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서다.문 정권이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에 목을 매고 서둘러 강행한 이유는 명확하다. 512조원이 넘는 올해 예산안을 보면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선심성 사업들과 예산들이 넘쳐난다. 또한 누더기 선거법을 들러리 야당들과 함께 통과시켜 총선에서 '구조적 우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화근(禍根)을 잘라 국회에서 대통령이 탄핵당할 우려를 없앴다.정권이 가장 반긴 것은 공수처 설치다. 검찰 개혁을 내세웠으나 공수처는 정권 보위를 위한 안전판에 다름 아니다. 공수처를 앞세워 검찰을 무력화할 수 있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차단할 수 있다. '정권 홍위병' 같은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 수사로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검찰 트라우마'를 떨쳐버릴 수 있다. 정권을 내주더라도 자신들이 임명한 공수처의 보호를 계속 받을 수 있다.군사정권 뺨치는 문 정권의 폭주(暴走)로 4월 총선이 갖는 의미가 더 커졌다. 여·야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가 이 나라의 정치 지형과 미래를 결정 짓기에 여·야는 격렬하게 싸울 것이다.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집권 세력은 여러 카드를 동원할 것이다. 그 하나가 '야당 심판론'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통령만 탄핵을 했지 당시 함께 책임을 져야 될 정당은 탄핵을 못 했다"며 '한국당 탄핵론'을 들고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세월호를 다시 거론할 것이고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김정은·트럼프를 도우미로 부를 수도 있다.우리 국민은 선거 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해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집권 세력은 총선 승리와 정권 연장에 혈안이다. 선거마다 '무섭고 위대한' 모습을 보여준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좌파 독재의 길로 폭주하는 정권을 어떻게 심판할지 두고 볼 일이다.

2020-01-02 06:30:00

[관풍루] 권영진·이철우 시·도지사, 1일 공동 포항 해맞이 행사로 대구경북 단합 과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 주장. 남북 주민, 북한의 '새로운 길'이 문재인 대통령의 '가보지 않은 길'과 만나면 과연 결과는?○…한국당 황교안 대표, 1일 "자유민주 진영 대통합 실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조속 출범" 강조. '4+1 정당 협의체',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깨쳐 실천하면 손에 장 지질게요!○…권영진·이철우 시·도지사, 1일 공동 포항 해맞이 행사로 대구경북 단합 과시. 시·도민, 밖에서 정치로 잃었지만 안에서 힘 얻어 힘든 나라 건지는 저력 단디 보여주소.

2020-01-02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이제 그만 옥상에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의료를 담당하는 기자가 영남대병원을 갈 때마다 보기 불편한 모습이 있다.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대형 매트 2장을 붙인 자리를 깔고 초록색 조끼를 입은 사람이 앉아 있다. 뒤편 대형 안내판엔 '영대의료원 해고자 고공농성 및 로비농성 돌입'이라고 씌어 있다. 건물 기둥과 벽면 곳곳에도 붉은 글씨로 '노조파괴 진상규명 해고자 원직복직' 등의 투쟁 구호들을 붙여 놓았다.하루 수천 명에 이르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 건물 안 농성장을 비켜 지나가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무려 반년(半年) 이상 계속되는 시위를 보며 노사 간에 엄청난 갈등이 있겠거니, 혹은 병원이 큰 잘못을 한 것으로 짐작을 한다.하지만 병원 로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영남대병원 소속이 아니다. 민주노총 산하 여러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영남대병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휴일 밤에도 이불을 펴 놓고 자면서 24시간 점거하고 있다. 새해 첫날로 185일째가 됐다.제각기 다른 회사의 직원들이 남의 직장에 들어앉아 있는 희한한 점거 농성을 보면서도 병원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112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 집회 중지 요청 공문을 보내도 순찰차가 와서 한 번 보고 갈 뿐이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치안 공권력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영남대병원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작된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각종 노조 결의대회나 총파업대회 후 본관까지 행진, 여러 집회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호흡기센터 앞에서 수차례 벌인 대규모 집회는 몸 아픈 환자에 대한 배려조차 없었다.영남대병원에 대한 노동계의 '실력 행사'는 지난여름 해고 간호사 2명이 병원 옥상에 올라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세 계절이 바뀌는 동안 1명은 옥상에 계속 머물고 있다. 두 해고 간호사는 지난 2006년 291일간의 불법파업을 이끌어 파면을 당했다. 이는 대법원까지 가서 정당한 해고임이 확정된 사안이다.노조 측은 당시 병원이 컨설팅사를 통한 노조 기획 탄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천 명에 가까운 노조원이 압박에 의해 대거 이탈해 노조가 붕괴됐다는 것. 하지만 2012년 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밝혀낼 수 없었다.당시 10개월 가까운 파업으로 병원 문을 닫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어쩌면 서로 세련되지 못한 접근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무려 13년이나 지나서 "복직시켜 달라"며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을 뒤엎겠다는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뿐이다.지난 세월 노동운동은 근로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옥상에 계신 분의 표현대로 이제는 의사들이 시키는 담배 심부름을 거절할 줄 알게 됐고, '미스 리'에서 '선생님' 호칭도 얻었다. 지금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이직할까 봐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과거 억압과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을'을 위한 노동운동은 대중적 지지를 받았지만, 노동단체가 거대 세력으로 정치 지향성을 나타내고 '갑'으로 군림하려는 태도는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영남대병원 노조원이 전체 구성원의 0.5%밖에 안 되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많다.다행히 노·사·정이 함께하는 사적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7차례 조정을 거치면서 중재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간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로의 명분을 살려주는 현명한 사회적 대타협을 수용하길 기대한다. 공공재인 병원을 투쟁의 공간으로 마냥 둘 수는 없지 않는가. 국민 건강추구권이 침해당해선 안 된다.

2020-01-01 17:03:42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새로운 온을 꿈꾸며

올 한 해는 온 나라가 우리말로 100을 뜻하는 '온'을 앞세운 날들이었다. 독립운동의 분수령을 이룬 3·1운동 100주년을 비롯하여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무장 항일 투쟁에 한 획을 그은 의열단(義烈團) 결성 100주년, 구상 시인 등 인물 탄생 100주년에다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이를 기념했다.온은 숫자 100을 뜻하기도 하지만 '모두'를 나타내는 순수한 우리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백(100)의 온은 '전부'를 일컫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거나 이뤄지길 바라는 어떤 대상이나 목표와 관련해서 쓰인 단어로 볼 수도 있다. 백(百)의 글자가 들어간, 백세(百歲) 시대나 백년(百年) 손님 또는 백년(百年) 해로(偕老), 백년(百年) 하청(河淸) 등 숱한 단어들을 살펴보면 알 만하다.우리에게 100의 남다른 기억 속에는 '100억불(弗) 수출'이란 구호도 뚜렷하게 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세월, 선진국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이 상상과도 같았던 '100억불' 수출 목표를 세워 이뤄낸 일은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갓 태어난 아이의 '100일'을 축하하듯 우리에게 100은 기릴 만한 숫자였던 것이 틀림없다.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엄혹했던 망국의 일제강점기 때인 1919년 거국적 자발적으로 일으킨 3·1만세운동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며 각오를 다진 100년 행사가 넘쳤다. 어느 곳보다 많은 희생을 치렀고 압도적인 독립운동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위기에는 기꺼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대구경북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그런 뜻깊은 2019년을 맞아 준비했던 갖가지 100주년 기념과 축하 행사도 이제 오늘로 막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묻히고 다시 올 새로운 온을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2020년의 첫날인 내일이면 새로운 온의 100을 맞는 일들이 또다시 온 나라 곳곳에서 펼쳐질 것이다. 2019년 돼지띠의 해는 지고, 쥐띠의 해가 뜨는 2020년에는 2019년 뭇 온을 계기로 다진 각오를 바탕으로 국운(國運) 상승을 가져올 여러 온 기념이 활짝 펼쳐지길 꿈꾼다. 정치적 혼란 때마다 제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이 앞장을 서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2019-12-31 06:30:00

[관풍루] 올해 '대구시정 베스트 10'으로 꼽혔다고 대구시 자랑 대단하던 칠성야시장, 한달 만에 손님 뚝.

○…4+1 선거법 개정안 강행 후 '결혼미래당' '기본소득당' '국가혁명배당금당' '핵나라당' 등 군소정당 창당 러시. 이제 1.3m 길이 투표용지 현실화는 시간문제?○…남매 갈등, 모자 갈등으로 막장 드라마 연출하던 한진그룹 경영진, 비난 여론 쇄도에 긴급 사과문 발표. 사과 대신 '대한항공'에서 '대한' 자 좀 빼주면 안 될까요?○…올해 '대구시정 베스트 10'으로 꼽혔다고 대구시 자랑 대단하던 칠성야시장, 한 달 만에 손님 뚝. 추운 날씨 탓 말고 '개장빨' 떨어진 지금부터 즐길거리 단디 보완하이소.

2019-12-3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작은 연못 붕어 두 마리

세밑이다. 달력의 숫자가 바뀔 무렵이면 사람들은 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두드러질 게 없는 하루하루의 복제였든 오래 기억될 시간의 연속이었든 그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날이 그날이어도 삶에서 한 단락을 지으며 앞날에 희망을 걸고 기대를 얹어보는 순간만큼은 특별해서다.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이 1년을 보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평온한 일상보다는 삶에 쫓기고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려 무거운 마음으로 1년을 버텨온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개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도 마찬가지다. 2019년을 돌이켜 볼 때 긍정보다는 부정의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 혼란한 정치와 외교안보, 활기를 잃은 경제, 분열된 사회로 인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더 크다.무엇보다 끝 모를 정쟁에다 집권 세력의 독주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 화합과 조화, 균형과 견제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지난 1년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은 실망을 넘어 절망의 문턱도 넘어선 느낌이다. 한국 정치는 그동안 상대의 어깨와 손을 맞잡고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돌아가는 왈츠 무대를 연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치 불길에라도 덴 듯 질겁하며 상대의 손을 뿌리치고 거친 언어로 상대 속을 후벼 파는 '동물 정치'의 유전자만 발현했다.집권당과 죽이 맞은 군소정당들이 '4+1 협의체'라는 기형의 코끼리를 만들어내 입법 기능을 장악하고 제1야당에 물을 먹인 것은 2019년 한국 정치의 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 분쇄기에 선거법이 가루가 됐고 공수처법까지 말려 들어간 형국이다. 나라와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보가 아니라면 도저히 해석하기 어려운 사건의 연속이다. 게다가 조국 사태를 비롯해 갖가지 권력형 비리 의혹과 뭉개기는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마저 온통 헝클어 놓았다.이런 사이 정책이 뒤틀리고 제도는 방향을 잃었으며 심지어 입법의 현실까지 왜곡되는 '정치 독주판'이 펼쳐졌다. 그런데 브레이크 없는 독주와 독단은 그 끝을 보게 마련이다. 독주의 끝에 펼쳐지는 충돌의 잔해는 예상을 뛰어넘고 그로 인한 공포감은 인내심의 경계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에게 "잠시 섭섭해도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며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보다는 서로 협조해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이익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그렇다면 우리 안에서는 그런 말이 왜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또한 씨알도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여야는 이웃이 아니라 불구대천의 원수인가.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의 많고 적음이나 정적 관계를 떠나 여야는 똑같이 대한민국과 5천만 국민의 정당이자 국민의 기관이다. 여든 야든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오산이자 착각이다.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대립과 반목의 어두운 시간을 끝내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를 희망한다. 김민기의 '작은 연못' 노랫말처럼 서로 싸우다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연못 속에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쪽이 밉다고 썩었다고 숨통을 조이면 나는 온전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것이 연못을 살리고 나도 사는 길이다. 독주와 독단은 이제 끝내야 한다.

2019-12-30 20:20:18

[관풍루] 이제 1.3m 길이 투표용지 현실화는 시간 문제?

○…4+1이 선거법 개정안 밀어붙인 후 '결혼미래당' '기본소득당' '국가혁명배당금당' '핵나라당' 등 군소정당 창당 러시. 이제 1.3m 길이 투표용지 현실화는 시간 문제?○…남매 갈등, 모자 갈등으로 막장드라마 연출하던 한진그룹 경영진, 비난여론 쇄도에 긴급 사과문 발표. 사과 대신 '대한항공'에서 '대한'자 좀 빼주면 안될까요?○…올해 '대구시정 베스트 10'으로 꼽혔다고 대구시 자랑 대단하던 칠성야시장, 한달 만에 손님 뚝. 추운 날씨 탓말고 개장빨 떨어진 지금부터 즐길거리 단디 보완하이소.

2019-12-30 16:24:47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원수와 동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왕자 규와 소백은 왕위를 두고 형제간에 싸움을 벌였다. 이때 규를 받들던 관중은 화살을 날려 소백을 죽이려 했다. 곧 제나라 환공으로 즉위한 소백이 관중을 처형하려 하자 충신 포숙아가 막아섰다. 관중의 인물됨을 역설하며 오히려 재상으로 삼으라고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관중을 중용한 환공은 춘추시대의 패자로 부상했다.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내용이다.당 태종 이세민은 현무문(玄武門)의 변을 일으켜 황태자인 형 이건성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일찌감치 이세민을 경계하며 죽여야 한다고 주청했던 사람이 바로 이건성의 책사였던 위징(魏徵)이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이세민이 위징을 잡아다 "왜 형제를 이간질해 참변을 초래했느냐"고 호통을 치자, 위징은 오히려 "옛 태자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이 되었겠느냐"고 당당하게 맞섰다.위징의 충심과 강단이 마음에 들었던 이세민은 자신의 신하가 되어 달라고 했고, 위징은 '어떠한 간언(諫言)도 받아들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위징은 황제에게 수없이 쓴소리를 했고, 당 태종은 숱한 갈등과 불같은 화를 참으며 위징의 직언을 받아들였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세로 일컫는 '정관의 치'는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경멸하던 에드윈 스탠턴을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스탠턴의 능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스탠턴은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가장 슬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국회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국리민복을 위해서 원수를 동지로 포용하며 직언을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통합의 정치술이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君明臣直)고 했다.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고,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고 했다. 제 편만 챙기고 사탕 발린 소리만 들으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다가 망하는 것은 임금과 간신들의 업보라고 치자. 모진 세월을 피눈물로 감내해야 하는 국민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또 한 해가 저물었다.

2019-12-30 06:30:00

[관풍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대통령 주변에 간신 너무 많다. 검찰 수사는 암세포 제거 수술"이라며 친문세력 비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돼 가는 것 같다"며 국회와 정부 향해 작심 발언. 쇠귀에 경 읽기인데 아무리 말해 본들 달라질 것이 있을까.○…정부, 소상공인 사업 활성화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천억원 지원키로. '병 주고 약 줄' 생각일랑 접고 '병 안 생기게 해서 약이 필요 없는' 세상 만드는 것이 먼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대통령 주변에 간신 너무 많다. 검찰 수사는 암세포 제거 수술"이라며 친문 세력 비판. 이런 진보 인사 있는 것 보면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모양.

2019-12-30 06:30:00

김교영 경북본사 본사장

[매일칼럼] 한국 2019: 헛것들이 판친 '탈진실 사회'

대한민국의 2019년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다. 해 질 무렵 언덕 너머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기르던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런 한 해였다. '조국 사태'는 배신감과 분노를 안겼다. 국민을 갈라놓기까지 했다. 정치인의 '내로남불'은 진저리 날 정도였다. 국회는 1년 내내 패스트트랙을 놓고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연출했다.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로 이어졌다. 불통(不通) 화법도 넘쳐났다. 서민들은 죽겠다는데, 높은 분들은 경기가 괜찮다고 했다. 정치권은 '우리는 항상 옳다'며 자기 진영만 대변한다. 정치는 이념 대립과 국론 분열을 더 부추겼다.이념 갈등은 국민의 큰 걱정거리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밝힌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는 이념 갈등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91.8%가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을 꼽았다. 다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85.3%), '대기업과 중소기업'(81.1%), '부유층과 서민층'(78.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념 갈등은 2016년만 해도 순위가 다섯 번째(77.3%)였다. 3년 사이 14.5%포인트나 상승했다.한국 사회는 '누구 편이냐'에 따라 선악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다. 가짜 뉴스와 선전선동은 춤을 추고 있다. 민주화를 이끈 광장정치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광화문 vs 서초동'의 분열정치로 변질됐다. 공동체 의식, 사회정의는 공허해졌다.2019년은 '탈진실(post-truth)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은 '탈진실 사회'를 "대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 사실이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적은 환경"이라고 정의한다. 진실과 사실이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게 돼버렸다. '탈진실'은 1992년 미국 작가 스티브 테쉬흐가 잡지 '네이션'에 기고한 에세이에 처음 등장했다. 이 용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이제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데 용이한 용어가 됐다.교수신문은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공명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했다. 다른 머리가 화가 나서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 즉 공명지조는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 공동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며 "양 극단의 진영을 만들어 서로 적대시하며 혈전 중이다. 그러는 동안 모두 위험한 이분법적 원리주의자가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명조 전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분열된 우리 사회가 부디 대승적으로 상생의 지혜를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곧 2020년 새날이 온다. 바른 성찰과 새 의지로 희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에 나서주길 바란다. 정치권은 진영 놀음을 걷어치워야 한다. 국민들은 내년 4·15 총선에서 준엄해야 한다.

2019-12-30 00:29:17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형·아우가 원수'

도사자란 도법자치(道私者亂 道法者治). "사사로운 길을 따르는 자는 어지러워지고, 법의 길을 따르는 자는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법가인 한비자(韓非子)가 지은 '한비자' 궤사(詭使) 편에 나오는 문구다.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청와대 감찰 중단 의혹을 지켜보면서 '도사자란'이 떠올랐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라는 사사로운 길을 따랐다가 몰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버랩된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문 대통령에겐 사사로운 길로 보지 않을 수 없다.'형' '아우'라는 코드가 아니고서는 두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당선 직후 송 시장의 언론 인터뷰 중 일부다. "저는 집도 이사하고 더 이상 (선거)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가 찾아왔다. 만났더니 '형, 이사했다며? 다시 이사 가소' 그래서 '내는 내 맘대로 못 사나?' 하니까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 그래서 다시 이사를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를 지낸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다면 정권 차원의 뒷받침을 받아 시장에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구속이 되고도 남을 비리를 저지른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의 '아우'가 아니었다면 청와대 감찰 중단을 넘어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승승장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우'이자 '형'인 문 대통령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촛불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국기 문란에다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사건들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권에서 '아우 찬스' '형님 찬스'가 횡행한 것도 가증스럽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는 법칙이 다시금 확인됐다.형·아우에서 촉발한, 정권을 휘청거리게 할 사건들이 줄을 이을 개연성이 크다. 정권을 장악한 586들이 형·아우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사로움으로 말미암은 국가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2019-12-27 18:54: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정치 좀비들

민주주의는 그 향유자들이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언제든 사멸한다. 가장 비극적 사례가 1933년 3월 24일, 모든 법률의 제정·개정·폐지 권한을 행정부에 일임한 '수권법'(授權法·정식 명칭은 '국가와 민족의 위기를 제거하기 위한 법')의 독일 의회 통과다. 이는 히틀러 독재의 헌법적 장애물을 깨끗이 치워버린, 독일 민주주의의 '자살'이었다.자살인 이유는 사회민주당과 이미 의원들이 체포돼 의회에 출석할 수 없었던 독일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나치당, 사민당, 공산당에 이은 원내 제4당인 가톨릭중앙당의 찬성은 뼈아팠다. 이 당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수권법은 통과될 수 없었다.자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권법 통과 후 중앙당을 시작으로 모든 정당이 자진 해산했다. 사민당과 공산당은 그전에 불법화됐다. 정당들이 자발적으로 나치 일당 독재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슬프게도 정당들은 이를 편안해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민주주의에 대한 염증이 그 배경이었다.히틀러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언론인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그 심리를 이렇게 기술한다. "이것은 매우 광범하게 퍼져 있던 감정, 민주주의에서 구원되고 해방되었다는 감정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원치 않는 민주주의란 게 대체 무엇인가? 당시 대부분의 민주주의 정치가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권좌에서 물러나자. 우리가 정치적 삶에서 물러난다. 우리가 없어져야 한다."('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문재인 정권의 공수처법 수정안을 밀실에서 합의해 준 이 땅의 군소정당의 행위도 민주주의의 자살이다. 수정안은 문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원천 봉쇄를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조계 친위 세력들이 공수처에 대거 포진하는 길을 닦아놓았다. 그리고 외부건 내부건 견제 장치는 모두 없앴다. 말 그대로 문 정권의 '정치보위부'이고 '게슈타포'이다.군소정당들은 '밥그릇' 욕심에 눈이 멀어 이에 합의해줬다.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는 '정치 좀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좀비들이 툭하면 '민주주의'와 '국민의 뜻'을 입에 올린다.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

2019-12-27 06:30:00

[관풍루] 부산고 동문 500여명, 김명수 대법원의 '좌파 편향적 판결' 성토하는 성명서 발표.

○…군소정당 비례대표 늘리려 개정한 선거법에 한국당, 비례대표 노린 비례한국당 만들기 본격 착수. 범여당엔 '꼼수', 한국당엔 야합 선거법 무력화시킬 '신의 한 수(?)'.○…경영난 겪는 기업 늘며 대기업조차 연말 성과급 잔치 사라지고 '희망퇴직' 칼바람. 소득주도성장 한다더니 소득은 줄고 성장도 못하니 어디에 하소연하리.○…부산고 동문 500여명, 김명수 대법원의 '좌파 편향적 판결' 성토하는 성명서 발표. 어쩌다 이 나라가 사법부 수장이 비난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2019-12-27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가덕신공항은 없다

여야 간 국회 대치 공방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전 국회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권력분립의 원리가 몰락했다.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이 대통령의 밑에 들어가 행정부에서 일하겠다는 발상이냐. '시다바리'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청문회 공방을 예고했다.이 와중에 때아닌 '가덕신공항'이 정 후보자 뉴스에 가세했다. 25일 자 부산 지역 언론에 '정세균, 알고 보니 가덕도신공항 적극 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이다.지난 2012년 8월 24일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으로 대구를 찾은 정세균 의원은 "영남지역에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입지는 냉정하게 정치적 배려를 고려하지 않아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가덕도가 적지라고 생각한다"고 해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가덕도(부산)와 밀양(대구경북)으로 갈라져 치열한 갈등을 거듭하던 시절, 여야 대권후보 중 유일하게 가덕도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이에 부산 지역 언론은 "과거 정 후보자가 부산뿐만 아니라 가덕신공항에 적대적인 대구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볼 때 가덕신공항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그러나 정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하기 훨씬 이전이다.정치인이라면 모를까, 국정 2인자로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하고 정부가 발표한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또 영남권 신공항 갈등을 조장할 순 없는 노릇이다.지난 6월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착수한 총리실은 이미 외부 전문가를 통한, 중립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한, 기술적 검증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영남권 신공항 입지 재선정(가덕신공항 건설) 등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정무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설령 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에 오른다고 해도 더 이상 부산 지역 언론과 정치권이 기대하는 가덕신공항 재점화는 '없다'는 얘기다.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부산 지역사회 여론이다. 지난 24일 부산MBC가 연말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부산 시민들은 가덕신공항 건설보다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9~22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신공항 건설안을 여론조사한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응답(41.1%)이 가덕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답변(37.6%)보다 더 많이 나온 것이다.부산MBC는 "오차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예상보다 김해공항 확장 안에 대한 시민 선호도가 높다"며 "가덕신공항이냐 김해공항 확장이냐, 선거 때마다 정치 쟁점이 된 이 사안에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같은 여론조사에서 취임 이후 1년 6개월간 오거돈 부산시장에 대한 시정 수행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6.7%,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6.2%로, 20%포인트 가까운 큰 격차를 보였다.각설하고, 선거 때마다 되살아나는 정치적 산물로 부산 지역사회 내에서도 돌아선 여론, 가덕신공항을 다시 끄집어낸 시장이 정작 시민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 이것이 바로 부산 '가덕신공항'의 현주소다.

2019-12-26 16:06:16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키다리와 빅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개막 때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다 FIFA 랭킹 1위를 자랑하며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한국에 잇따라 패하며 독일 축구 사상 80년 만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예상 밖의 결과에 독일은 발칵 뒤집혔다. 팬들은 '카잔의 치욕'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여론이 들끓고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등 몇몇 선수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터키계인 이들은 대회 직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돌출 행동으로 대표팀 퇴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기자 감금 등 여러 차례 외교 마찰을 빚으며 독일에서 비호감 인물로 찍힌 때문이다.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인 외질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빨리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결국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 외질이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외신의 초점이 됐다. 그는 트위터에 "지난 6월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1천 번의 수술을 돕겠다고 발표했는데 219번의 수술이 끝났다"고 알렸다. 그는 2014년부터 스포츠 스타와 팬 단체인 '빅슈'(Big Shoe)를 통해 국제의료 프로젝트를 후원해왔는데 즉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이다.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성탄절 이야기도 중단되지 않았다. 그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대 노부부가 내민 봉투에는 2천300만원의 성금이 담겨 있었다. 그가 2012년부터 모금회에 익명으로 전달해온 성금은 모두 10억원으로 대구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다.앞서 9월 대구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 씨의 사연도 25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는 대구 공무원으로는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런 사례에서 보듯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남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김영익 씨의 말은 주저하는 손길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 '빅슈'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눔을 향한 도전이다.

2019-12-26 06:30:00

[관풍루] 원안위, 7천억원 들여 전면보수 했던 월성 원전 1호기에 끝내 사형선고

○…원안위, 7천억원 들여 전면보수 했던 월성 원전 1호기에 끝내 사형선고, 해체 비용만 또 7천억원 들여야. 이쯤 되면 원전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허무는 일.○…한국경제의 바로미터인 민간소비 증가율, 글로벌 금융위기 겪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 나라 곳간 헐어 마구 나눠주는데 정작 국민 돈줄은 마르는 기막힌 역설.○…올해 소매와 음식, 숙박 등 대구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수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11만4천22곳 달해. 그만큼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렷다.

2019-12-26 06:30:00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칼럼] 길 잃은 대한민국, '폭망' 남부권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인삿말처럼 쓰인다. 올해는 다른 것 같다. 조국 일가에서 비롯한 혼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등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법안으로 인해 국회는 난장판이다.정권마다 각종 비리·부정부패·게이트들이 터져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떠받쳐 왔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3대 기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이 기둥들을 굳건히 버티게 하며 번영의 토대가 되었던 한·미군사동맹을 기초로 한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6·25전쟁에 버금가는 해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투쟁은 새해에도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수·우파의 승리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한다. 특히 대구경북을 포함한 남부권 8개 시·도 주민의 입장에선, 이러나저러나 폭망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각종 정책을 앞세운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는 지금까지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보수·우파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개발경제 시대 성공의 함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 성장했고 세상은 변했다. 글로벌 경쟁의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바뀌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서울이다. 그래서 서울로 R&D를 비롯한 핵심 두뇌 기능이 집중되고, 광역서울도시권에 속한 수도권·충청으로 첨단산업이 쏠리는 것이다. 그 이하 남부지역은 서울도시권(메가시티 리전)의 블랙홀 현상으로 황무지화하고 있다. 남부권 대도시 부산과 대구조차 인구소멸위험 '주의 단계'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서울경제권(서울+수도권+충청·강원권=중부경제권)의 남부권 낙수 파급효과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신성장동력 약화와 저성장 기조, 사회 부문별 양극화 심화로 인해 중부경제권 자체의 경쟁력 유지에도 벅차다. 인구 감소로 소멸 직전에 놓인 시·군은 '경북 의성·군위·봉화·영양·청송·청도·영덕' '전남 보성·고흥·함평·신안' '경남 합천·의령·산천·남해' 등 남부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경제권(중부경제권)은 높은 집값과 교육비, 교통 대란 등 규모의 불경제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남부권은 먹고살 것이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해법은 간단하다. 중부경제권에 버금가는 남부경제권을 재창조해 대한민국에 2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 리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고, 국가적 활력을 되찾아 통일한국 시대를 제대로 열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이달 19, 20일 남부권 8개 시·도의 학계 및 전문가들이 대구에 모여 '제1회 남부경제권 포럼'을 열었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대표적 전문가들이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남부권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부권 주민의 깊은 관심과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버림받아 황폐화하는 남부권에도 봄이 올 것이다.

2019-12-25 07:31:16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어른 없는 대한민국

1987년 6월 항쟁 당시 대학생들이 '6·10 규탄대회'를 마치고 경찰에 쫓겨 서울 명동성당으로 피신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경찰력을 투입할 것을 통보하자 김수환 추기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이오. 그다음에는 농성 중인 신부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녀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소. 학생들을 체포하려면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시오." 김 추기경의 단호한 모습에 정부는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보장하고 경찰을 해산했다.지인들을 만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가정은 물론 직장·단체, 대구경북, 국가적으로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처럼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른의 부재(不在)를 절감하는 시절이다.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데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나이 든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꼰대'라는 비아냥을 받게 된 데엔 자초한 측면이 많다. 오죽하면 나이 든 사람들의 행태를 비꼬는 "나 때는 말이야"를 뜻하는 '라떼 이즈 어 호스'(Latte is a horse)가 유행할까.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른을 인정하지 않고 만들지 않는 사회 풍토가 팽배해진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을 귓등으로 듣고 무시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손자가 할아버지를 존경할 리가 없다. 그렇게 한 아버지가 아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어렵다.정치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은 원로들을 청와대에 불러놓고선 그들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할 뿐 국정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 대표들도 원로의 쓴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이 한 정파의 수장으로 머무는 한 그들은 나라의 어른이 될 수 없다.아프리카 속담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과 같다'고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선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이 허망하게 불타고 있다. 세대 간에 지혜가 전해져야만 가정과 지역, 나라가 건강해지고 영속(永續)할 수 있다. 어른이 없다고 개탄만 하지 말고 어른을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을 '꼰대'로,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을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라고 서로 비난만 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하다.

2019-12-25 06:30:00

[관풍루]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한민국 이끌기 위해 반드시 대구시와 경북도 합쳐야 한다"며 통합론에 불 지펴.

○…한국당 주호영 의원 선거법 개정 반대 4시간 필리버스터에 민주당 김종민 의원 4시간 30분 찬성 필리버스터로 맞불. 야당 의원 쉴 시간 벌어주니 좋긴 하겠다만 제1당 맞아(?).○…이철우 경북도지사, "대한민국 이끌기 위해 반드시 대구시와 경북도 합쳐야 한다"며 통합론에 불 지펴.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자리 생각하는 공무원 설득은 어찌 하오.○…정치 원로들, 한국당 총선 공천은 민정계 최대 계파 두 '보스'부터 쳐냈던 2000년 이회창 모델 본받으라 권고. 자신에게 먼저 고개 숙인 진박그룹부터 쳐내라는 뜻.

2019-12-25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 행정 통합 성공 조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말 대구경북에 매머드급 화두를 던졌다. 대구경북을 행정적으로 통합시키고 2022년 지방선거 때 통합 광역단체장을 뽑자는 것이다.행정 통합을 학계나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아니라 현직 도지사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이 지사는 대구경북이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역이 되려면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구경북 통합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활권·경제권 통합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시도민들에게 먼저 보여주자는 제안도 했다.두 광역단체장이 통합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행정 통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구는 1992년 이래 줄곧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 3위 도시 자리를 인천에 내준 지 오래. 4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북 역시 포항, 구미를 두 축으로 한 산업기지가 사양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은 상생을 위한 협력보다는 경쟁을 하는 관계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기업 유치나 국책 사업 공모 등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다른 시도에 이익을 안기는 사례도 많았다.두 지방자치단체는 시도민들의 비판을 의식, 경제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는데 이름뿐이었다. 2014년 당시 권영진 시장과 김관용 지사가 좀 더 효율성을 기하자며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경제통합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년 7월 민선 7기부터는 부단체장이 하던 위원장을 권 시장과 이 지사가 공동으로 맡으면서 힘을 실었다.그러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재정 투입이 불가능하거나 핵심 이익에 대한 양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단일 공무원교육원 운용마저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흐지부지된 것은 의지만으로는 협력 차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두 단체장이 현 상황을 타개할 목표점으로 행정 통합을 제안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월 한 차례씩 교환 근무를 하면서 통합이 되면 어떤 광역지자체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해왔다.행정 통합을 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매일신문은 경북도청이 안동 예천으로 결정될 당시 도청이전보다 행정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북 북부권의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창원 마산 진해 등과 다른 몇몇 도시들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합을 추진할 때였다.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시도민들의 여론 수렴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반발은 불 보듯 뻔한데 이를 돌파하려면 시장과 지사가 정치 생명을 거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단체장이 화두만 던졌다고 공론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 뒷받침이 없는 공론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이 지사가 제안한 대로 2022년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당장 공론화 기구를 만들고, 통합 과제 등을 선정해야 한다. 이런 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통합대구경북 단체장은 지역 정서의 특성상 보수층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2019-12-24 19:23:25

김윤기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격전지가 된 영남권 소주 시장

올해는 유난히 소주 신제품 출시 바람이 거셌다. 대구경북 소주업체인 금복주는 '뉴 맛있는 참' '맛있는 참 오리지널'을 지난 2, 7월에 연이어 출시했다.옛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 열풍도 더해졌다. 4월 들어 하이트진로가 1970년대풍의 투명하고 곡선이 강조된 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내놓으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경남의 무학도 비슷한 콘셉트의 '청춘 소주 무학'을 내놓았다. 부산 대선주조도 지난 6월 '고급 소주'에 이어 10월에는 1965년 라벨 디자인을 적용한 '대선'을 출시했다. 금복주도 이에 질세라 이달 들어 뉴트로 제품 '소주왕 금복주'를 내놓았다. 하지만 연이은 신제품 출시가 소주 시장의 호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소주 출고량은 91만8천㎘로 전년(94만6천㎘)보다 약 3% 역성장했다. 2013년 90만㎘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소주 판매가 약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사마다 자신의 파이를 지키거나 키우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가깝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역업체가 그나마 선전 중인 영남시장 공략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부산경남에 소주 신제품 출시가 쏟아진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시·도별로 1개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50%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자도주법'이 1996년 폐지되며 지역 소주업체들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처럼 수도권 시장을 잡은 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한다. 하이트진로의 2018년 소주 매출액은 1조398억여원에 달했다. 전년(1조345억여원)에 비해 5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지역 소주업체들이 반격할 수 있을까? 이들은 수도권 진출의 꿈은 접었다는 게 중론이다. 무학이 '좋은데이'로 2014년 수도권 진출을 시도했으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음에도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오히려 대선주조가 부산시장 점유율 1위를 가져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니 지방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시장을 바라보긴 어렵게 됐다"고 귀띔했다.이처럼 새롭게 진출할 시장은 없는데 대기업과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하는 지역 업체들의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신통치 않다. 금복주는 경북에서 여전히 80%대 점유율을 사수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참이슬'을 내세운 하이트진로에 이미 역전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정보에 따르면 금복주 매출은 2016년 1천391억원에서 2017년 1천305억원, 2018년 1천182억원으로 뚜렷한 하향세다. 영업이익도 2017년 331억원에서 2018년 246억원으로 25% 이상 줄었다. 무학의 매출은 2017년 2천505억원에서 2018년 1천937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2017년 287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충청, 호남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역 소주업체들이 부진하면서 부산에서는 C1, 제주에서는 한라산, 호남에서는 잎새주와 같이 지역을 여행하는 소비자들이 해당 지방 소주를 마시며 기분을 내는 것도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게 현실이다.지역 소비자들이 외면할 때 지역 소주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도태되는 업체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지역 업체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하고 격려하는 것도 우리 지역의 특색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2019-12-24 15:25:28

[사설] 대구 의회의 수당·해외 연수비 인상, 내놓거나 달리 써라

대구 지방의회의 내년도 월정 수당과 해외 연수비가 오를 전망이다. 최근 대구의 8개 구·군 의회가 내년 의정비를 1.8~2.8%(달성) 올리고, 대구시의회와 4개 구·군 의회는 내년 의원국외여비(해외 연수비)도 9.9~50.9% 인상을 결정해서다. 특히 이번 월정 수당과 해외 연수비 올리기는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스스로 결정한 만큼 제 잇속 채우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무엇보다 대구의 지방의회가 일방적으로 인상을 결정한 일은 비판받을 만하다. 이번 인상은 대구 동구와 서구 등 여러 지방의원의 잇따른 불법행위와 일탈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되거나 주민 비난과 따가운 눈총을 받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계속된 경제난으로 고통을 받는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과연 자질을 갖췄는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온통 관심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인상의 근거도 문제다. 이번 월정 수당은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1.8%, 내년 2.8%를 기준으로 달성군의회 2.8%, 다른 구의회는 1.8% 올리기로 한 모양이다. 해외 연수비 인상 배경은 연수비의 현실화였다. 물론 필요할 경우 물가와 공무원 보수 인상을 참조해 비용을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회는 공무원 조직과 별개이자 독립적인 기관으로, 공무원의 보수 인상과 전혀 무관하다. 게다가 엉터리 관광 등으로 해외 연수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해도 반성은커녕 비용만 올렸으니 욕을 먹을 만도 하다.주민 대표로 도리 이행을 다짐하던 출마 때의 각오와 당선 초심(初心)을 되새겨 주민의 뜻을 저버리고 되레 엇길의 방종(放縱)하는 지방의회가 돼선 안 된다. 수성구 의회의 50.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8.3%를 올린 대구시의회 등 해외 연수비 인상 의회는 왜 다른 의회는 동결이나 되레 30만원 삭감을 결정했는지 살펴라. 이러고도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의회라 내세울 수 있겠는가. 멋대로 올린 월정 수당 및 연수비는 반납하거나 다른 적절한 용도로 사용함이 마땅하다.

2019-12-2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김의겸의 기부 약속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통 크게'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할 개인적인 명예이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회원이란 명예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면서 기부를 하고 그런 명예를 얻는 것이 과연 '순수한' 기부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이를 위해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기부론은 참고할 만하다. 기부가 기부이려면 기부자와 수혜자는 서로 주고받은 행위를 기부행위로 인지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기부는 '경제적 교환 행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에 적용하면 기부자는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사회적 존경이라는 반대급부를 얻는 것이 된다. 기부가 사회적 존경이 목적이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고 해도 교환 행위이긴 마찬가지다. 너무 엄격하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조금 완화된 의견을 제시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기부에서 기부자는 '주는' 주체가 되고 수혜자는 '받는' 객체의 위치에 선다. 사르트르는 이런 기부자의 '주체성'이 기부행위의 독(毒)이며 이를 제거해야 '순수한' 기부가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익명 기부'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의 기부도 순수한 기부이겠지만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들의 익명 기부가 '진짜로' 순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흑석동 상가 투자 차익을 기부하겠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약속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부터 이미 '익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나온 약속이란 점도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곤혹스럽게도 기부 약속을 지켜도 문제다. 그는 지난 19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부처에 대해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있는데 실행을 한 뒤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부처를 밝힌다면 그 즉시 순수한 기부가 되지 않는다. 기부처를 밝히지 않으면 더 곤혹스러워진다. '말로만' 기부한 게 아니냐는 입방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12-24 06:30:00

[관풍루]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두류정수장터로 낙찰되자 옛 경북도청 터 가진 북구, 이전터 활용 방안 마련에 고심.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두류정수장터로 낙찰되자 옛 경북도청 터 가진 북구, 이전터 활용 방안 마련에 고심. '닭 쫓던 개' 신세타령 보다 '전화위복' 방안 찾는 것이 진정한 승리.○…연일 한국당 비판 열 올리는 홍준표 전 대표, 총선 기획단의 '당 대표급 지도자 험지 출마론'엔 고개 절레절레. 땅 짚고 헤엄치기 놔두고 가시밭길을 왜 가냐고요.○…황교안 한국당 대표, 비난 빗발치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관련, '부동산 정책 실패, 문대통령만 모른다' 맹공. 차라리 아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편이 나을 듯.

2019-12-24 06:30:00

제21대 국회의원선거
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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