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

모든 영·유아에게 혜택을 주는 무상 보육은 벌써 실행 중이며 아동 수당도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주겠다"는 구호는 이미 귀에 익은 말이다. 하지만 "애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현재 국민들이 갈망하는 세상은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나라,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은 나라'이다. 우리 국민의 바람은 매우 소박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나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양육·보육·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더 이상 현장 보육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보육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다. 보육의 과제가 보육 관계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적기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동안 보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 의지를 보인 정부가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보육 교육 최종 달성 목표는 공보육 40% 완성과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정립이다. 그 어느 정부보다 문 정부의 보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 의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문 정부의 보육 공공성 관련 의지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 교육을 인구절벽 해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며, 마지막으로 보육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이다. 이 목표 설정 의지는 임기 내에 국공립 보육기관 40% 목표 달성을 제시하면서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완성을 통한 청년실업 극복과 초저출산 극복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문 정부가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확충을 위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보육 공급 주체의 85% 이상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즉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국공립 확충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공급 주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공공성 강화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만 국가 책임 보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간가정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의 핵심 과제는 보육료의 현실화이다. 보육료 현실화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보육료 현실화는 먼저 현재 무상보육 정책의 주요 목표를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운영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보조, 민간 어린이집 환경개선비, 보육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질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이미 최저임금조차 반영 못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비의 현실화는 보육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보육에는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제가 공존하며 동시에 국가의 생존 성장 번영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돌보며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진정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12-05 18:17:17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대통령들의 인사스타일

한 전직 정무 실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전 전 대통령은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온 한 전직 정무 실장을 앉혀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정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대화는 4시간을 넘겼다.다행히도 전 전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 한참을 웃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인재 등용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대통령에 당선되고 사흘쯤 지났을 때부터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어졌지. 그런데 한결같이 영어는 물론 독어·불어까지 섞어 가면서 자신들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유식한 말로 보고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평생 군대에만 있던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지. 그러다 한 보름쯤 지나니까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네.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만 끄덕인 것을 본 장·차관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개각을 단행했네. 그런데 또 내가 어떻게 전문가들을 선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각했네. '3심제'를 도입하자고. 요지는 이렇네. 과학기술 분야 장관의 경우 국내 최고 전문가 그룹에서 9명을 추천받고, 그 9명을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검증해 3배수로 압축하는 걸세. 또다시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최종 1명을 선정해 장관에 임명하는 거지. 발탁된 장관과 처음 만나서는 '나는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추천한 사람은 항상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모든 역량을 자네에게 몰아줄 테니 혹시나 내 이름을 팔면서 정책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시로 명단을 제출해 주시게. 바람막이가 돼줌세'라는 말을 힘주어 전했네."정무 실장이 놀란 대목은 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무식함'을 드러냈고 이를 기꺼이 보완했다는 것이다.현직 대통령에게 눈을 돌려보자. 최근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으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 민감한 문제는 일절 질문받지 않았다.대통령으로서의 독선인지,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국가 주요 정책도 영화 한 편 보고 뒤집어 버린다'는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기에 후자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2018-12-05 16:08:0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질문 받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 각하, 귀하는 공산주의자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자본주의자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사회주의자이신가요?" "(도대체 왜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닙니다" "그러면 각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철학이라? 나는 기독교인이고 민주주의 신봉자입니다. 그게 다요!"루스벨트 대통령과 기자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렇게 '살벌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기자들이 질문 대상과 내용에 '성역'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기자들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감시견)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아리 플라이셔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백악관의 일부이며, 불편하고 긴장된 때가 있을지라도 모든 정부는 워치독이 필요하다고 했다.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은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쓴 기사를 즐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관계의 특징이죠…여러분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칭찬이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에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의무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입니다.'이것이 미국 민주주의가 건강한 이유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에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2일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 문제만 물으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은 받지 않은 것이다.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여기자로 2010년 타계한 헬렌 토머스는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질문을 받지 않는 대통령은?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8-12-05 06:30:00

[관풍루]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자살골도 유분수지, 포탄조차 피아를 가리지 못하는군!○…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관련 '조국 엄호'에 나선 민주당 의원 '묵묵히 국민의 명령만 기억하라'고 역성. 그 '국민'의 뜻이 아리송.○…한국가스공사 등 대구로 이전한 9개 공공기관, 타지역 혁신도시에 비해 지역인재 채용 실적은 낙제점. 그걸 두고 '몸 따로 마음 따로'라고 하지….

2018-12-05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스포츠 신화의 몰락

야구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을까. 컬링이 올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이유는.야구와 컬링은 경기 내내 빠른 두뇌 회전을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아야 하는 운동이다.우리 국민은 머리가 좋기에 야구를 좋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급속히 알려진 컬링은 머리를 굴리는 국민 정서에 부합했다. 두 종목은 올림픽 메달로 민족적 자긍심을 높였다. 야구와 컬링을 보는 관람객들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진다. 공 하나하나에, 스톤이 손을 떠날 때마다 경기 상황이 달라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의 도박이다. 나는 이렇게 던지고 치길 바랐는데. 성공과 실패가 순간순간 반복된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관람한다.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선수, 감독 등 종사자들의 머리 회전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두 종목 종사자들이 머리를 너무 많이 굴렸을까. 올해 야구 국가대표팀과 컬링 '팀킴'이 국민 인기를 제 발로 걷어찼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성공 신화를 만든 '국보 투수' 선동열과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 원장은 불명예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삶의 뿌리가 뽑혀 나간 형국이다.스포츠의 가치를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대변되는 스포츠 신화 탄생은 이제 국민 안중에 없다.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성적(메달)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인권과 투명한 돈 처리란 항목이 가세하면서 스포츠계의 기존 방식을 박살 내고 있다.한국 스포츠의 세계화를 이끈 성과주의 스포츠의 몰락이다. 일정한 인권 제한과 자유로운 돈 처리가 성과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선동열은 선수 시절의 영광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거둔 업적을 올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모두 잃어버렸다.물론 일부 평가이지만, 선 감독은 선수를 부정 선발해 형편 없는 대회의 금메달을 땄고,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선 감독은 소신껏 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무지한 정치권 추궁과 KBO의 책임 전가에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장된 감독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컬링 신화의 산증인 김경두 원장 가족은 팀킴이 던진 호소문에 파렴치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20여 년간 애써 일군 그들의 업적은 이미 풍비박산 났다.김경두 원장 가족에 대한 팀킴의 호소문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감사 중이다. 김 원장은 맨땅에서 가족 중심으로 살림을 일구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요구하는 인권과 투명함을 지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올림픽 후 선수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좀 들여다보면 팀킴의 호소문은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그들에게 컬링을 가르쳐 안정적인 직장과 올림픽 연금 등 큰돈을 안긴 스승에게 던진 호소문은 배은망덕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팀킴이 평창 대회 후 치솟은 인기와 유명세에 사로잡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김경두 원장은 팀킴을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어떤 목적을 가진 세력이 팀킴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선동열 감독은 왜 오지환과 박해민을 뽑았고, 팀킴은 무엇을 위해 호소문을 냈는지 진실은 감춰진 느낌이다.

2018-12-04 19:23:44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 민정수석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 대표 40명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개혁을 두고 토론했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가 노 대통령에게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 있다. 그때는 왜 전화하셨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청탁 전화가 아니었다. 그 검사를 입회시켜 토론하라면 하겠다"고 했다.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간담회에 배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밝혔다. 검찰 등 사정 라인을 맡고 있고 검찰 개혁 총대를 멘 민정수석으로서는 검사와의 대화 자리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문재인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됐고, 김 검사는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장이 됐다.청와대에 수석이 여럿 있지만 가장 힘이 센 자리는 민정수석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정보를 독점하는 까닭에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총리, 장차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도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문재인 민정수석처럼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에게 민정수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힘이 세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많아 민정수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람은 드물다. 박근혜 정권만 봐도 그렇다. 곽상도 수석은 4개월여, 홍경식 수석은 10개월 만에 부실 인사 검증 여파로 퇴진했다. 김영한 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문 속에 이른바 '항명 사태'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우병우 수석은 영어(囹圄)의 신세가 됐다.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조국 민정수석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당들은 조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 부담을 덜어 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권은 바뀌었는데도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다.

2018-12-0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누가 이들을 불러내랴

'김연수·박만규·박수의·이춘수·정칠성·현계옥….' '강두안·박제민·박찬웅·서진구·이상호·이원현·이준윤·장세파·조형길·최수원….'이들의 공통점은? 대구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인물이다. 혹 낯익은 이라도 있는가?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도 있겠지만, 아마도 처음 듣거나 낯설 듯하다. 앞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이름을 새긴 대구의 여성들이다. 뒤는 1940년대 항일로 감옥에서 또는 풀려난 뒤 고문 후유증 등이 겹쳐 광복 전후 순국, 하늘의 별이 된 대구의 젊은이들이다.더 있다. 김진만-영우-일식의 3대(代)와 김태련-용해, 이현수-정호·동호의 부자(父子)들에다 김진만·진우, 백남채·남규, 이경희·강희, 이상정·상화, 서상규·상락·상일·상한, 정운일·운기, 현정건·진건 등 형제들이다. 권기옥·이상정 같은 부부에다 숙질(아재와 조카)의 이시영과 이인, 사돈인 윤상태·정운기와 이경희·정운일도 있다.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부자인 아버지(서우순)를 덮친 거사에 나섰다 효(孝)의 도리에 갈등하다 자살한 서상준 같은 삶도 있다. 독립유공자도 숱해 대도시에서 서울(401명) 다음(155명)이 대구다.또 대구를 먹칠한 박중양, 아버지(서상돈) 이름을 망친 서병조, 총명한 시인(이장희)을 요절로 내몬 비정한 아버지(이병학), 항일의 아들(윤우열)과 엇길이었던 아버지(윤필오), 자신의 제자조차 고문한 일제 경찰 최석현과 악명의 고등계 형사 서영출처럼 매국과 친일 행적으로 얼룩진 오명(汚名)도 적잖다.이들은 광복회 대구지부에서 최근 펴낸 '대구독립운동사'에 그대로 살아 있다. 책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아무런 울타리도, 뒷 보장도 없이 배움의 학생에서 차별에 울었던 기녀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항일의 한 역할을 맡거나, 반대편에서 일제 앞잡이의 변절자와 밀고자까지 뭇 군상이 지난날을 증언한다.대구는 바로 이들 항일 인물 덕분에 용광로였다. 독립과 항일에 보탬이면 뭐든 관용해서다. 어떤 장애도 없었다. 일찍 신라의 개방적 문화가 흘렀던 만큼 숱한 사조가 수용됐고, 다른 데로 퍼뜨렸다. 이런 흐름은 광복 이후까지 이어져 2·28 학생의거와 같은 역사가 이뤄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 자료도 그렇다.소위 '진보지표'를 잣대로 한 연구자료(손호철)는 좋은 사례다. 일제, 해방정국, 1952·1956·1963년 대선, 1960년 총선을 따졌더니 경북 특히 대구의 진보 수치는 뚜렷했다. 대구가 낀 경북의 진보지표는 다른 도(道)보다 월등했다. 주요 도시별 비교에서도 대구는 역시였다. 대구와 경북은 항일 시대 이후 줄곧 열렸지 결코 갇히고 닫히지 않았다.이런 대구가 어느 순간, 오해받으니 안타깝다. 지난달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의 토론회에서는 대구가 마치 영화 속 범죄 도시를 빗대 '대구는 고담 도시'라는 편견이 떠돈다고 걱정했다. 대구를 빛낸 앞선 인물만 봐도 그런 오해는 절로 풀릴 만하다. 그래서 이들을 책에만 묻어둘 수 없다. 세상 밖으로 불러내 목소리를 내게 하자. 맨몸으로 독립의 밀알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광복을 일궈낸 용기를 배워 대구를 바꾸자.이들을 알고 기릴 곳은 대구요, 바로 대구 사람이 아니던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어디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겠는가. 이제 우리가 이들을 부르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2018-12-04 06:30:00

[관풍루]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유일하게 관사를 쓰는 대구경북 유일의 민주당 시장이 되겠네!○…226억원 들여 조성한 대구출판지원센터가 출판 지원은 나몰라라 하고 딴 사업에 더 치중. 이름을 '대구딴판지원센터'로 바꾸면 어울리겠군….○…대구국제공항 주차 요금 16년 만에 최대 50% 인상.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공항 인근 불법 주차 단속은 강화됐으니 '배짱 장사'로 나가겠다는 말씀.

2018-12-04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원전과 죽음의 상인

"화학이니 전기니 하는 것은 필요 없어. 돈더미에 올라앉고 싶으면 유럽놈들이 서로 작살낼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야지." 발명가 하이럼 맥심(1840~1916)은 1882년 미국 친구에게서 삶의 지표를 바꿀 만한 충고를 들었다.전구의 발명 특허를 두고 에디슨과 싸웠던 맥심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데 가장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심기관총'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을 죽이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 대가로 맥심은 '죽음의 상인' '학살의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가장 잘 알려진 '죽음의 상인'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거부가 된 노벨은 1888년 프랑스 한 신문에 잘못 보도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게 됐다. '죽음의 상인이 죽다, 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 이 신문은 그의 형 죽음을 착각해 오보를 냈지만, 노벨이 이 기사에 충격받아 노벨상을 제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죽음의 상인'은 전쟁을 부추겨 무기를 제조·판매하는 장사꾼은 물론이고, 공해산업을 후진국에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최대의 산업재해는 '원진레이온 사건'이다. 신경독가스의 원료인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2012년까지 940명이 직업병 판정받고 150명이 사망했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이 기계설비는 1993년 한국 공장 폐업 후에는 중국에 수출돼 가동되고 있으니 끔찍하다. 미국·독일의 석면공장이 1970, 80년대 한국에서 가동됐다가 최근 동남아에 다시 수출된 것도 비슷한 사례다.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인 것은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 축소 정책을 펴왔고, 체코에서는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했다'고 홍보했다. 우린 싫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남에게 팔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한국은 공해산업 혹은 위험산업을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국가가 될 판이다.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챙기는 '죽음의 상인'은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8-12-03 06:30:00

[관풍루] 문재인 정권 지지율 반토막나면서 여권에 위기감 고조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20년 집권을 공언하던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반토막나면서 여권에 위기감 고조. 20년 타올라야 할 촛불이 벌써 시들면 어쩌나….○…'지진 연수'를 명분으로 '유럽 관광'을 즐기고 온 포항시의회 의원들, 알고보니 일정변경에 문전박대까지. 제발 지방의회의 품격 좀 올립시다.○…청와대 직원들의 잇단 일탈행동으로 공직기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 비등. 비판할 땐 면도날 같더니 입장 바뀌니 꿀먹은 벙어리인가?

2018-12-03 06:3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할 것들

시중에는 '문재인발(發) 고난의 행군'이 회자하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소비 부진과 경제 위축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공단에는 공장 임대나 매매 딱지가 만국기 휘날리듯 곳곳에 날리고, 사람들로 들끓던 도심의 상가들도 세입자 찾기에 혈안이다.국민들은 언제까지 문재인발 고난의 행군을 견뎌야 하는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 더 불안하고 답답하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이론가였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통해 한국의 경제 불평등을 진단했다. 그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둔 고도의 경제성장 이면에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거치며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이런 이유로 장 전 실장은 미래 주역인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을 하면서 '분노하라'고 요구했다.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관한 한 입을 열 때마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은 우리 경제가 재벌 중심 경제라서 국민의 삶이 고단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재난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들고나왔다.과연 한국은 재난적 양극화 사회인가? 소득 분포를 재는 보편적 지표인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함)를 보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까지 OECD 20개 국가 중 소득의 지니계수가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즉 빈부 격차가 시장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인 것이다. 다만 세금 내고 가처분소득만을 따지면 OECD 국가 중 중간쯤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보고서에서도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순으로 지니계수가 낮게 나와 있다.또 다른 허위가 있다. 현 정부 경제 설계자들은 과거 보수 정권의 친기업 신자유주의가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면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니계수가 지속적으로 올라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위 10%의 시장 소득은 줄어들고 하위 10%는 늘어났다. 시장 소득에서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가계 자산은 어떻게 됐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가계 순자산은 최상위층인 5분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3분위 중산층의 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자산으로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또 대기업 이익 독점이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인가? 대기업이 이익을 다 가져가서 임금 배분이 잘 안 되고 있다는 J노믹스(문재인표 경제정책) 신봉자들의 주장도 허위다.현 정부가 바라는 국가는 임금 배분율은 높고, 소득 격차는 작은 나라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이런 나라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부실한 경제로 신음하는 나라다.대기업 보고 국가경제를 다 책임지라는 사회는 없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기업하고, 이에 부수적으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성장 없는 분배와 고용은 없다.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과 청년 세대, 자영업자 등 이른바 약자를 위한다는 현 정부가 정작 약자들을 힘겹게 하는 정책을 편다면 장 전 실장의 주장대로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018-12-02 19:35:01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한 초부의 구미 사랑

"구미라는 말에는 '붓다' 즉 부처라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구미 금오산 정상의 모습을 일컫는 '와불상' 또는 '거인상'을 두고 필자가 쓴 '야고부'(11월 5일 자)를 보고, 구미에 사는 이종원(82) 전 구미문화원 이사는 긴 설명과 함께 구미의 지명에 얽힌 흥미로운 내용을 전했다.과거 문화원 일을 보면서 16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모아 2009년 '구미의 지명 유래'라는 44쪽짜리 자료집까지 냈다는 그는 지금의 구미(龜尾)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부터 썼고 그 이전에는 '仇彌'였다고 했다.고려(989년)부터 조선(1896년)까지 뭇 사료에 나오는 구미(仇彌)는 인도 출신 가야 왕후 허황옥이 이 땅에 온 것처럼 불교 역시 북쪽으로 들어오기 전 남쪽에서 먼저 온 만큼 인도 범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붓다' 즉 부처를 뜻하는 한자인 불(佛)이 없던 터라 구(仇)를 썼을 것이라 추정했다. 옛날 가야와 백제, 신라의 왕과 왕족들에 구(仇)가 여덟 번이나 쓰인 것도 지금처럼 원수의 뜻인 구(仇)와 달리 붓다를 의미한 때문이라 덧붙였다.따라서 과거 저명 사학자처럼 '신라 이두문자로 뜻이 없어 구미(仇彌)를 구미(龜尾)로 바꿨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고, 당시 일본 사전의 원수(仇)란 풀이 탓에 멋대로 거북(龜) 글자로 바꾼 일제의 잘못을 이제라도 제대로 유래를 따져 걸맞은 이름을 찾을 때라 강조했다.스스로 '나무하는 늙은이'라며 '초부'(樵夫)라 밝힌 그는 "옛 구미 이름에 깃든 사연과 금오산 정상의 부처 모습에다 이후 산업화 시절 구미의 역할까지 따지면 구미는 예사 고을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마저 감추지 않았다.그의 이야기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필 일이다. 그러나 한 초부의 사연을 굳이 꺼낸 까닭은 자신의 고장을 아끼고 역사를 알려는 관심이 놀라워서다. 16년 발품으로 책자까지 낸 초부의 정성과 사랑은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를 빌려 '한 초부가 있어 구미는 다행입니다'라고 하면 지나칠까.

2018-12-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플라스틱의 역습

인류의 문명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쳤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플라스틱 없는 현대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다. 일상용품이 모두 플라스틱 아닌 것이 없고, 첨단과학 소재 또한 플라스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이 쓴 '플라스틱 사회'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플라스틱과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 나게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란 한국어판 부제 그대로이다.이렇게 우리 현대인들의 삶과 깊게 닿아 있는 플라스틱의 합성과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일상적 편리를 보장해온 플라스틱 또한 환경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구 쓰고 함부로 버리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이제야 인류가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는 저절로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은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땅 밑에 묻혀 있거나 바닷속에 떠다니거나…. 해마다 전 세계의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t에 이른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와 생수병 4개, 비닐봉지 25개가 나왔고,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이 나온 게 우연한 일이 아니다.20여 년 전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연구의 권위자인 테오 콜본 등이 쓴 역작 '도둑맞은 미래'가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때도 '설마…'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플라스틱 또한 환경호르몬처럼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위험이 되었다. 분해되지 않고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미 우리의 식탁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플라스틱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닥쳤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가 일회성의 낭비적인 플라스틱 문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2018-11-30 06:30:00

[관풍루] 국회 유인태 사무총장, 국회가 '안면으로 30년 넘게 용역을 준 단체' 사례 거론하며 기득권화된 관행 등 지적

○…국회 유인태 사무총장, 국회가 '안면으로 30년 넘게 용역을 준 단체' 사례 거론하며 기득권화된 관행 등 지적. 국민, 국회가 세금 갖고 30년 '용역질' 잘했군!○…김의겸 대변인, 청와대 기강 문제에 "그래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원들에게 자성 촉구 메일 보냈다"고 소개. 참모들, 휴전선 기강도 잡았으니 잘 먹히겠지?○…유승민 국회의원, 28일 대학 특강을 시작으로 존재감 부각 활동 돌입. 대구경북인, 확 깎인 예산에 대구경북은 한 푼 더 따려 난린데 한가롭게 웬 신선놀음.

2018-11-30 06:3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청와대 통신] 정답 발표는 언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 직전 경제 부처 장관들에게 숙제를 잔뜩 던졌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영업자 지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수수료 완화 및 중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 대책을 지시한 데 이어, 닷새 만에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또다시 주문했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홍 장관 모두에게 숙제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필수 조건을 듬뿍 달아놨다. "모든 대책은 현장에서 체감하고 실질적 도움이 돼야 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시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꼼꼼한 성격의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직전에는 일정을 줄이고 순방 준비에 몰입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순방의 경우, 출국 직전 '민생 경제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2020년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물론, 총선에 나갈 잠재 후보군이 즐비한 청와대 사람들도 '20대(이), 영남(영), 자영업자(자)'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이른바 '이·영·자'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순방 직전 문 대통령이 숙제를 떨어뜨린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정치·경제·사회학자인 프레드 블록(Fred Block)은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 '국가경영자'(State Manager)라는 개념을 주목했다. 국가는 '기업의 자신감'(Business Confidence)을 확보해 주는 일에 최우선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블록은 기업의 자신감이 떨어지면 투자율이 하락하고, 그로 말미암아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며, 그만큼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저하돼 집권 세력의 불안정으로 직결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산자부가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의 기가 살아나고 기업 내부에 자신감이 생기면 경제는 저절로 좋아지고, 고공행진했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도 다시 회복된다는 의미다. 책에도 나와 있고, 갓 창업한 경제인들까지도 모두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답. 문재인 정부는 정답 발표를 언제쯤 할까?

2018-11-29 19:05:06

이상준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대구 아파트 브랜드 10개 키우기

#우방, 청구, 보성…. 1990년대 빅3를 내세운 대구 아파트 브랜드는 전국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했다. 연극인 박정자가 등장한 '우방에서 살아요' 광고 카피는 우방을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로 각인시켰다.당시 우방 등 대구 주택건설업체가 구축한 아성은 외지 건설사가 넘볼 수 없었다. 수도권 대형업체들도 대구에 내려오면 자체 브랜드로 영업이 안 돼 지역 업체 브랜드를 빌려야 할 정도였다.#2018년 현재, 대구 아파트 브랜드의 아성이 무너져 내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구 토종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한 때문이다.유례없이 뜨거웠던 올해 분양시장에서 대구 아파트 브랜드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매일신문과 주택건설 광고대행 전문업체 ㈜애드메이저 분석 결과(본지 10월 11일 자 1'3면 보도) 9월 현재 올해 26개 대구 아파트 단지 분양 총액 4조3천792억원 가운데 대구 아파트 브랜드 몫은 4개 단지 2천588억원, 5.9%에 불과했다. 나머지 4조1천204억원, 94.1%를 역외 브랜드가 가져갔다.대구 아파트 브랜드가 불과 20년 만에 지리멸렬한 근본 원인은 수적 열세에 있다. 올해 전국 시공능력평가(시평) 100위권 대구 주택건설사 브랜드는 화성산업(43위)의 화성파크드림, 서한(46위)의 서한이다음, 태왕(91위)의 태왕아너스 등 불과 3개뿐이다. 현재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사업을 진행할 만한 대구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이에 반해 1990년대 대구 주택건설사 브랜드는 차고 넘쳤다. 우방 등 7개 지정업체와 14개 등록업체를 합쳐 모두 21개 업체가 시평 100위권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지역 주택건설업계는 대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최소 10개 이상의 아파트 브랜드를 다시 키워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남·광주 지역 경우 올해 시평 100위 이내에 호반건설주택(13위) 등 무려 13개사가 이름을 올리며 서로 밀고 끌어주는 상생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다행스러운 점은 젊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토종 업체들이 나름 기반을 다지며 주택건설업의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전국 최고의 주택건설 도시로 명성을 떨친 지역에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군소 업체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의미다.대구 아파트 브랜드 키우기에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대구시는 이미 이달 12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역 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전국 최대(20%)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이에 더해 업계는 민간 영역에서 수도권 거대 자본과 경쟁하기 어려운 토종 업체에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공공택지 분양만큼이라도 우선 참여권을 주는 등 실질적 제도 마련과 지원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건설은 경기 부양에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산업이다. 후방 연쇄 및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한 산업으로, SOC나 공공택지 조성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지원과 개입이 충분히 가능하다.여기에 지역 업체 스스로 수도권 거대 자본과 맞서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변화의 노력을 뒷받침한다면 대구 아파트 브랜드 10개 키우기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8-11-29 16:35:2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크레디트 사회

'크레디트 카드'로 불리는 플라스틱 화폐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외환은행이 비자카드를 처음 발급한 때가 1978년이니 꼭 40년이다. 백화점 직원·고객카드까지 쳐도 50년이 채 안 된다. 국내 최초의 신용카드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 카드다.크레디트 카드는 현금 대신 신용(Credit)으로 결제하는 수단이다. 쉽게 말해 지불 기한을 정한 외상 거래다. 사용 금액을 한 달 내에 갚아야 하는 '차지'(Charge) 카드도 있으나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할부나 리볼빙을 통해 외상 거래를 유지한다. 믿고(entrust) '빚'을 남겨 두는 이런 장점이 크레디트 카드 확산을 부추겼다.미국 최초의 은행계 신용카드인 비자카드 출범이 1958년, 일본 6개 은행이 설립한 저팬크레디트뷰로(JCB) 카드가 1961년이다. 우리보다 신용카드 거래가 더 일찍 시작됐지만 이용률은 한국이 한참 앞선다. 2016년 한국 신용카드 이용률이 54%, 미국 41%,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일본은 겨우 17%다.재미있는 통계는 인구 1억2천만 명이 넘는 일본의 국민 1인당 평균 카드 보유 수는 21장이다. 단순 셈으로도 26억 장의 카드가 일본인의 지갑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상점마다 발행하는 '포인트(마일리지) 카드'다. 현금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포인트를 고객을 끄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이 통계는 한국이 신용카드가 지배하는 크레디트 사회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무분별한 발행과 절제되지 않은 사용, 높은 수수료는 사회 문제로 직결된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은 그 사례 중 하나다.정부가 연매출 5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24만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이로써 중소 규모 가게의 카드 수수료율은 1.6%(신용), 1.3%(체크)로 내려갔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포인트 할인율은 대략 물건값의 1~2%다. 우리의 카드 수수료율과 큰 차이가 없다. 깎아주느냐, 떼이느냐 차이다. 하지만 포인트카드를 두툼하게 넣어다니는 일본과 달랑 신용카드를 챙기는 한국이 마주하는 사회현상은 다르다. 어느 쪽이 더 크레디트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2018-11-29 06:30:00

[관풍루] 올해 중국 공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 110여차례로 지난해의 70번을 이미 초과

○…올해 중국 공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 110여 차례로 지난해의 70번을 이미 초과. 중국, 싸우느라 날 새는 얼빠진 한국인에 우리라도 이러면 좀 자극될까?○…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무금융 노사의 사회연대기금 조성 계획에 '네가 있어 곧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 거론. 국민, 우린 더 나은 홍익 정신 있는데요.○…대구사랑시민회의 토론회, '고담 대구' 같은 부정적 인식 바꿀 노력 필요 강조. 대구시민들, 범죄 없고 살기 좋은 '낙원 대구'로 단디 가꿀 테니 두고 보소.

2018-11-29 06:30:00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노동의 미래, 일자리가 사라져 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자리가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일자리'가 불안 요인 1위(일반인 35.9%·전문가 69%)로 나타났다.일자리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도 풀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부처를 채근하고, 기업을 설득했다. 하지만 족탈불급. 고용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경기순환에 따른 위기라면 그나마 다행이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고용 없는 성장'이 성큼 다가왔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기업 활동조사 잠정 결과'는 이를 방증(傍證)한다. 조사 대상 기업 1만2천252개(금융·보험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343조원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2011년(12.2%)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세전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173조원으로 전년(127조원)보다 46조원(36.1%) 증가했다. 통계 작성(2006년)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일자리는 전년 대비 겨우 1% 증가했다. 2007년 이후 최저치다.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 앱' 때문에 뿔이 났다. 이들은 '택시산업을 다 죽이는 카풀 앱을 척결하자'고 외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을 직원으로 쓰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로봇이 요리하고 음식을 나른다.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기술 진보는 의사 등 전문직 밥그릇까지 뺏어갈 태세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저서('노동의 종말'·1995)에서 밝힌 예견은 적중했다. 노동이 없는 세상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기업가, 과학기술자에게는 새 비즈니스가 되지만, 없는 자에게는 실업과 빈곤이 우려된다.지금도 전 세계 노동력의 20% 미만이 인류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노동력은 사실상 잉여 상태다. 사회철학자 앙드레 고르츠(Andre Gorz)는 '노동의 변모-의미의 추구'(1988)에서 "경제는 더 이상 모두가 노동할 필요가 없으며, 그 필요는 점점 더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임금은 더 이상 분배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충분한 기본소득이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공유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우울한 미래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에 따라 미래는 가변적이다.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경제활동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인간노동과 기계노동력의 관계 등을 분석해야 한다.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선진국의 대응은 발 빠르다. 독일의 '산업4.0'과 '노동4.0'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2년 발표한 산업4.0은 차세대 산업 전략이다. 사물인터넷과 사이버물리시스템 기술에 자본을 집중해 신산업을 키우자는 내용이다.노동4.0은 산업4.0에 상응하는 정책이다. 인공지능화,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에 대비했다. 실업자를 위한 직업 훈련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 등에서 가르치자는 것이 핵심이다.우리는 지금 어떤가? 노사정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을 놓고 다투고 있다. 사회통합형일자리인 '광주형일자리'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밥그릇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밥을 덜어주는 인간적 연대가 필요하다.

2018-11-28 10:01:3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공산당이 좋아요"

베트남 전쟁의 결정적 전환점은 남베트남 공산주의자 즉 베트콩이 1968년 1월에 개시한 '테트(음력설) 공세'이다.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을 포함해 남베트남 전역의 100여 개 주요 시설과 도시, 촌락이 공격당한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북베트남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미국 여론을 지배하게 됐다.당시 미국 언론은 테트 공세로 미군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이 공세에서 베트콩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조직과 무장력은 사실상 소멸됐다. 북베트남군을 지휘한 전쟁 영웅 보 응우옌 지압 장군은 이를 인정했다. 1974년 사이공 함락 당시 북베트남군의 선봉 부대 지휘관으로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두옹 반 민에게 항복을 받아낸 부이 틴 대령의 회고에 따르면 보 응우옌 지압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테트 공세는 군사적 패배였다. 남쪽의 우리 군사력은 1968년의 전투로 거의 전멸했다."그러나 북베트남은 전쟁에서 이겼다. 그것은 군사적 승리가 아닌 정치적 승리였다. 테트 공세의 목표도 이것이었다. 미국 내 반전 여론 형성을 노린 것이다. "우리의 의도는 전쟁을 계속 수행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꺾는 것이었다…만약에 우리가 군사력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아마 두 시간 안에 패배했을 것이다." 보 응우옌 지압의 회고다.미국 여론은 이에 넘어갔다. 심지어 북베트남을 방문해 북베트남과 함께 미국에 대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한 제인 폰다 같은 '개념 연예인'들은 적국의 지도자인 호찌민을 영웅화하기까지 했다. 이러고서야 전쟁에 이길 수는 없다. 미국은 북베트남에 패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에 패한 것이다.친북 단체의 북한 김정은 방한 환영 운동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제는 김정은이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나이를 떠나 진정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우상화와 함께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언동이 백주에 벌어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이런 일탈도 소화할 만큼 건강하다는 지표일까 아니면 북베트남에 패배한 미국처럼 내부에서 무너지는 징후일까.

2018-11-28 06:30:00

[관풍루] 대통령의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 요구에 보건복지부 장관 연기를 거듭하며 전전긍긍

○…대통령의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안 요구에 보건복지부 장관 연기를 거듭하며 전전긍긍. 해답은 간단. 복지부 장관이 '마술사'로 둔갑하면 될 일….○…'씨름'이 처음으로 남북 공동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이제 관전 포인트는 '핵'이 주 무기인 김정은과 '짝사랑'이 주 전략인 문재인의 샅바 싸움.○…잘나가던 역대 지사들의 잇단 낙마 사례를 살펴보니 경기도지사는 '대선 주자의 무덤'. 경북도지사가 '대선 주자의 요람'이 되는 날은 그 언제일까?

2018-11-28 06:30:00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차별은 범죄로 인식되어야

요즘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와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문화 이주민들의 가족으로 과메기를 손질하는 일꾼으로 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피붙이와 만나고 같이 지내면서 돈도 번다. 다문화 이주민들은 포항과 경주 등에 많이 몰려 사는데 과메기 생산자들에겐 이들과 계절 노동자로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가족은 고맙고 요긴한 존재들이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결혼은 전체 결혼의 8.3%였고 다문화 가정 출생자 비중은 5.2%였다. 결혼 지속 기간이 늘고 이혼율이 줄었다는 긍정적 흐름도 이 통계에서 읽을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튼튼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더 커져야 한다.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때로는 비극적 사건도 일어난다. 최근에는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참담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러한 비극은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벌어지는 슬픈 양상들이긴 하나 다문화 가정에 이러한 불행들이 닥칠 때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현실을 되짚게 된다.다문화 가정에 대해 우리 사회는 친절과 차별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이방인에 대한 이중적 자세가 일반적이며 최근 들어서는 인종 차별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 등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양극화가 심해지고 삶이 더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씁쓸한 심정으로 인간 심성의 보편적, 부정적 측면이라고 느끼게 된다.우리 사회는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왕따' '집단 괴롭힘' 등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남혐', '여혐' 등의 위험한 정서가 일각에서나마 존재하고 갖가지 혐오의 정서가 스멀스멀 스며든다.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가 갈수록 건강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우리 사회는 좀 더 포용적이고 관용적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사회 구성이 더 이질적이고 복잡하게 변하게 될 것이며 그럴수록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포용과 관용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로마제국과 프랑스, 미국 등 이방인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는 융성했고 안정을 이뤘다.그에 앞서 차별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얼마 전 차별금지법 도입을 둘러싸고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적용 여부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제외하고라도 인종, 장애, 나이 등을 차별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엄격한 처벌을 통해 차별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심은 후 포용과 관용의 분위기가 흐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2018-11-27 18:44:3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재건축, 대구와 서울이 다르다?  

재건축·재개발만큼 뜨거운 이슈도 드물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대부분의 조합원은 생업에 바쁘다. 이를 틈타 전문꾼들이 설치는 곳이 그 현장이다. 그래서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등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실제 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모 재건축조합은 설립 총회 당시 법으로 의무화된 '개인별 추정 분담금'을 공지하지 않아, 구청으로부터 '변경동의서 75% 이상 새로 징구해 하자를 치유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관할 구청은 또 하자 치유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시공사 선정은 조합이 알아서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신뢰 상실로 변경동의서 75%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은 이를 빌미로 시공사 선정 총회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반면 서울 성북구청은 전혀 다르게 대응했다. 조합원들에게 개별분담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뒤, 동의·취소·철회의 기회를 부여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재신청하라고 했다. 조합원 다수의 동의 없이 조합이 어떤 행위도 못 하도록 한 것이다. 대구는 조합 측 입장을, 서울은 조합원의 입장을 더 중시한 셈이다.구청의 '비호'(?)와 '방관'(?)을 무기 삼아 모 조합은 더욱 극단적으로 되어갔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 배점표'를 의무화한 국토교통부 고시를 무시했고, 시공사 계약 때 석면 조사·해체·제거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도정법 29조를 위반한 채 석면 철거 공사를 별도 입찰에 부쳤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경비를 건설사가 제공할 수 없다'는 도정법 132조를 무시하고 "시공사 선정 총회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한다"며 조합원에게 홍보(?)하고 다닌다. 그러고는 총회 비용으로 무려 3억원을 책정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 안건도 가관이다. 도정법 시행령 43조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대의원회에 위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가계약 체결 대의원회 위임' 안건을 버젓이 상정했다.사실 '억지'와 '무리'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대구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성구청 건축과 비리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정말 대구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가?

2018-11-27 11:38:18

홍준헌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메시지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 공격하라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권의 격언(?)이 있다. 의혹에 휩싸인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한 상대방을 '피장파장'이라는 식으로 공격하면, 지켜보던 관중들은 비판의 내용보다는 누가 더 나쁜가를 판가름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최근 잇따라 보도한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이하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유용 의혹'의 취재 과정도 그랬다. 대구패션조합은 2000년대 중반 공금 유용으로 일부 구성원이 법적 처벌을 받고 와해된 뒤, 2011년 재건된 협동조합이다. 과거 전철을 밟지 않고자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지던 사업비 집행 규정과 원칙은 지난해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일주일에 한두 차례 출근하는 이사장은 직원의 제안이나 결재 요청을 검토한 뒤 서명을 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조합 업무의 전권을 장악한 건 조합 실무 책임자였다. 해당 책임자는 자신에게 반발하는 직원이나 조합 회원사 대표들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업무를 좌지우지했다.취재 초기만 해도 각종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던 그는 기사 게재를 며칠 앞두고 태도를 바꿨다. 자의적으로 고발자로 추정한 이들을 상대로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라"거나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기자에게도 "모욕감을 크게 느낀다, 허위 사실을 말한 제보자가 누구냐, 거짓허위 기사를 쓰는 게 기자의 본분이냐"고 따졌고, "허위 기사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으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그가 배포한 '해명자료'에는 정작 '해명'은 없었다. 대신 "수년 연속 일감을 가져간 업체가 다른 초보 업체에 일감을 뺏기자 밥그릇 싸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그의 '해명'에는 과거 대구패션조합 행사를 맡았던 수도권의 패션쇼 업체들이 대구시의 지원 예산 축소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입찰을 포기하면서 응찰 업체 자체가 줄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이 해명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도 태무심했던 대구시의 반응도 비슷했다. 대구패션조합을 담당하는 대구시 섬유패션과는 '국비 횡령' 의혹을 아직 벗지 못한 인물이 대구패션조합 국·시비 사업 수행 담당자로 이직하도록 방치했다.더구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오히려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제보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다. 대구시는 의혹 당사자들을 상대로 해명 취재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보도 이후에야 느릿느릿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관련 의혹 수사에 관심을 보인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대구시의 태도에 비춰볼 때 자체 감사 결과에 수사기관 고발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차라리 감사원이 나서거나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대구패션조합과 대구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메신저의 허물과 법적 책임을 지적하는 식으로 입막음까지 시도했다. 숨겨야 할 비밀이 있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자신의 허물을 타인이 묻지 못한다 해서 그 허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18-11-27 07: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영혼 없는 아부꾼

'지문 없는 인간'이란 말이 있다. 윗사람에게 손바닥을 워낙 비벼 지문이 없어진 '아부의 대가'를 일컫는 비아냥이다. 아부(阿附)는 남의 비위를 맞추려 알랑거린다는 뜻이다. '아부꾼이 지옥문에 이르면 악마가 문을 걸어 잠근다'는 서양 속담이나 '교언영색'(巧言令色) '구밀복검'(口蜜腹劍)도 아부·아첨을 경계하는 말이다.반대로 아부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언론인 리처드 스텐걸은 '아부의 기술'(참솔 펴냄)에서 "아부는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져 전해왔다"고 했다. '내가 당신을 칭찬하면 당신은 나를 돕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함께 우리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갈망과 칭찬받으려는 욕망은 본능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성공하려면 적절한 아부가 필요하다고 했다.사회생활을 하면 '아부는 친구를, 진실은 적을 만든다' '아부는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통설이 옳음을 안다. 문제는 그 정도다. 리처드 스텐걸의 주장처럼 서로 도와주는 '호혜적 이타주의' 수준이라면 사회를 밝고 긍정적으로 만든다. 자신의 출세와 이익만을 목표로 한 '악의적인' 아부가 횡행하면 사회를 분열시키고 망친다.과거 정부 부처의 장(長)이었던 인사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욕먹고 고발까지 당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동상 등도 2, 3년 전만 해도 별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에서 보듯, 2년 만에 정부 판단이 완전히 달라져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다.2,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두 같은 공무원·직원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완전히 판단을 달리한다. 처음 논의될 때는 뭘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와서 '정의의 심판관'을 자처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정부·세력에 대한 아부 심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정으로 진보 가치를 추구하는 이는 소수이고, 상당수는 어중이떠중이 아부꾼이다. '영혼 없는 출세주의자·기회주의자'가 판치는 세상이다. '내 앞에서 아첨하는 자는 내 뒤에서 (정권이 바뀌면) 비방할 것이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2018-11-27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미래 향해 '혀 빠지게' 뛰어도 모자랄 판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대한민국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도록 하겠습니다. 적폐청산 관련 수사와 재판은 이른 시일 안에 끝낼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우리나라를 하나로 뭉치는 데 국정 최우선을 두겠습니다. 반목과 갈등 대신 포용과 화합의 나라를 만드는 데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이 대열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현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바람을 담아 써본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국정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적폐청산과 포용. 불행하게도 여기엔 단서가 있다. '자기편'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 대상이 갈라진 것이다. 적폐(積弊)청산은 자기편이 아닌 반대편에 집중된 적폐(敵弊)청산으로 전락했다. 포용 역시 자기편만 끌어안는 데 그쳤다. 앞선 두 정부의 과거 캐기에 주력한 사이 경제는 망가지고 국민 삶은 더 피폐해졌다.지금 이 나라엔 미래는 없고 과거만 존재한다. 정치·사법·경제·문화 모든 분야에서 과거를 파헤치는 데 나라의 힘을 허투루 쓰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감방에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나.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선고된 사건 3개의 형량을 합치면 징역 33년이다. 98세가 돼야 만기 출소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은 모든 국민이 잘 안다. 정치적으로 숨이 끊긴 두 사람에게 사법 잣대를 계속 들이대는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일 뿐이다.전 정부에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그로 말미암은 판사 탄핵 촉구 등으로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재판 당사자들이 판사의 성향을 미리 따질 정도로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졌다. 탈원전도 과거 정부 흔적 지우기의 하나다. 탈원전이 아무리 맞는 방향이라 하더라도 그 대체 수단인 태양광이나 풍력이 책임지는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경제도 과거에 잡혀 있다. 어느 누군가가 우리는 뛰는데 선진국은 날고 있다고 했지만 틀린 얘기다. 뛰기는커녕 뒷걸음치는 게 우리 자화상이다.국민 대다수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좋아질 것이란 예측보다 훨씬 많다. 경제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미래가 잿빛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도취해 있다.집권 중반으로 접어든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은 국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과거의 잘못된 것을 청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미래를 향한 국가 개혁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과거만 캐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하지만 문 대통령은 권력적폐와 사법적폐 청산에 이은 생활적폐 청산 드라이브로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에 맞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집권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민심을 읽지 못한 패착이고 국민을 얕잡아본 오만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만 좇는 정파에 이 나라의 운명을 계속 맡길 어리석은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2018-11-27 06:30:00

[관풍루] 대만 집권 민진당의 '원전 없는 나라' 공약과 정책에 대해 국민이 투표로 제동을 걸면서 탈원전 정책이 2년 만에 중단

○…대만 집권 민진당의 '원전 없는 나라' 공약과 정책에 대해 국민이 투표로 제동을 걸면서 탈원전 정책이 2년 만에 중단. 강 건너 불일까, 발등의 불일까?○…차기 대권 주자 구도와 관련 여권 잠룡들이 잇따라 치명상을 입으면서 김부겸 장관의 입지에 관심이 집중. 수수방관인지 호시탐탐인지 예측 난망.○…김천 부항댐에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개통되면서 '김천 관광의 명물'이 될 것이라 기대. 높고 긴 출렁다리가 김천 경제도 출렁출렁 끌어올렸으면.

2018-11-27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속옷 타령

속옷 역사의 시작은 구약성서의 에덴동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단의 과일을 입에 댄 아담과 이브가 서로 다른 몸을 자각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나뭇잎으로 가린 것을 속옷의 기원으로 본 것이다. 물론 종교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늘날의 속옷 이미지가 아니라 몸에 걸친 유일한 옷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속옷과 겉옷이 언제부터 분류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명이나 시대에 따라 속옷도 변화해 온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신분이나 지위가 높을수록 좋은 속옷의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중세 서양 여성들의 코르셋이 그랬고, 우리나라 옛 여성들의 고쟁이도 그랬다. 인체의 구조를 적용하고 편리성과 미적 감각 그리고 건강까지 감안해서 만든 우리 속옷(속곳)에는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속옷이 현재의 패션과 디자인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두 차례의 혁명을 거쳤다. 먼저 '보이지 않는 곳에도 멋을' 도입한 것이다. 흰색이었던 속옷에 색깔과 무늬가 생겼는데, 1970년대에는 베이지색 계열 위주의 유색화가 이루어졌다. 두 번째의 혁명은 '길이의 축소'였다. 최소의 부위만 가리는 데 국한된 속옷의 변화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 바로 미니스커트였다.오늘날의 하이레그 노선이나 버터플라이 섹스 어필의 속옷은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이 같은 여성 속옷의 패션화는 성 개방 조류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 증가에 따라 속옷도 기능성과 단순성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개성화와 패션화의 길을 걸었다. 신체를 가리거나 체온 유지를 위해 시작된 속옷 문화가 오늘날에는 다양한 용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여성용 속옷은 에덴동산으로 회귀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긴 속옷을 아예 입지 않는 '노○○'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도 오래이다. 속옷은 한자어로 내의(內衣)·내복(內服)·단의(單衣)·츤의(襯衣)로도 부른다. 지난해 겨울 한파의 기억 때문인가, 대구에서도 내의를 찾는 남성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겨울 멋쟁이 얼어 죽는다'는 옛말도 있다. 멋도 중요하지만 실속도 차려야 하는 계절이다.

2018-11-26 06:30:00

[관풍루]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2.3%에서 1.5%로 내린다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2.3%에서 1.5%로 내리고 영세 자영업자 세액공제 확대. '이·영·자'에 놀란 가슴, 이 조치로 조금 진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부망천' 실언으로 고발 당한 정태옥 의원, 잘못했으나 형사처벌은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 무슨 말이든 내뱉기 전에 제 입이 바른지 먼저 돌아볼 일.○…대구 중구 아파트 매매가격 이달 들어 2주 연속 평균 0.51%씩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너무 힘 주면 뒷감당 힘들텐데….

2018-11-26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세계가 탈원전이라는 가짜뉴스

대만 국민들이 '탈원전' 폐기를 선택했다. 지난 주말 국민투표 결론이다. 대만은 지진과 화산이 빈발하는 소위 '불의 고리'에 속해 있다. 지난 10월에도 규모 6.0, 5.7의 지진이 잇달아 덮쳤다. 우리나라에서 탈원전 논란을 촉발한 경주 지진 규모(5.8)쯤은 예삿일이다. 대만은 섬나라고, 면적이라야 경상남북도를 합한 정도다. 원전사고가 터지면 달아날 곳이라곤 우리나라보다 더 없다. 그런 나라 국민이 정부더러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라 했다. '블랙아웃' 사태를 겪고도 '탈원전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고집하던 차이잉원 총통은 지방선거서 참패하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차이잉원 정권은 그나마 문재인 정부엔 비빌 언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 탈원전을 선언했고, 아시아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둘뿐이었다. 이제 아시아에서 탈원전을 고집하는 나라는 한국만 남았다.원전은 이념이 아닌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세계적 원전 공포를 일으켰던 일본이 일찌감치 '원전 제로' 주장을 접은 것이 사례다. 일본은 '환경오염 없이 가성비가 좋은' 원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젠 직접 피해 원전까지 재가동에 나섰다. 한 걸음 더 나가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혁신적 원자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빌 게이츠가 원전 전도사로 나선 것도 알려진 일이다. 그는 한때 한국과의 제휴를 고려했으나 이념적 탈원전에 빠진 한국을 버리고 중국 손을 잡았다. 43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현재 15기를 건설 중이고, 2030년까지 100기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다. 수출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탈원전에 중국이 웃는다.반원전이던 국제환경주의자들도 속속 친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들이 돌아선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적으로 원전만큼 우호적인 에너지원을 찾기 힘들어서다. 원전에 비판적이던 미국 과학자 단체 '참여과학자 연맹'은 최근 '(발전 시)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원전 등 저탄소 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IAEA의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 계수를 보면 원자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의 99분의 1, 태양광의 5분의 1에 불과하다.전 세계 가동 원전은 2011년 443기에서 올 11월 451기로 늘었다. 건설 중인 원전도 18개국 56기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현재보다 4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이런 추세니 세계적 흐름이 탈원전이라는 것은 가짜뉴스다. 진짜뉴스는 원전 불가피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세계는 사고 위험이 없는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한 원전 개발에 더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APR1400 노형도 그중 하나다. 중대 사고 확률을 10만가동년에 1회로 줄인 최신 3세대 원자로다. 그런 원자로가 정부의 탈원전 집착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이 세일즈를 위해 체코를 방문한다지만 황당하게 들린다. 내 집에선 불안해 사용 못한다면서 남의 집에 팔겠다고 나선 꼴이니 말이다.에너지를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 세계를 제패한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을 보면 허튼 말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이념적 환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2018-11-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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