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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컬럼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국가기밀의 정체

구소련 체제를 빗댄 유머다. 한 청년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레닌의 묘지 앞에서 "레닌은 멍청이다!"고 외쳤다. 이 청년은 도합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소란죄 3년, 국가 기밀 누설죄 12년이었다.실제로 소련에서는 1940년대 후반 국가 기밀 누설죄가 시행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수용소에 끌려갔다. 지구의 곡물 생산, 전염병 통계, 공장의 생산품, 민간 비행장의 위치, 도시의 수송로, 수용소 죄수의 이름 등은 국가 기밀에 속했고, 징역 15년형에 처해졌다.한국 기자의 목격담이다. 1989년 2월, 소련의 프라우다 신문은 지면 오른쪽 상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모스크바 영하 15도'라고 적었다. "다른 도시의 일기예보는 왜 없느냐?"고 묻자, 러시아의 국영통신사 직원은 "국가 기밀"이라고 답했다. 일기예보조차 보도 못 하던 소련은 2년 뒤 무너졌다.한국이라고 다를까. 1970, 80년대 툭하면 간첩단 사건이 터졌고, 북괴를 위해 국가 기밀을 수집했다고 발표됐다. 안기부가 적용한 국가 기밀 누설죄는 국민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신문에 난 것은 당연히 국가 기밀이고 '경부고속도로는 4차선이고, 자장면은 싸고 맛있다'도 국가 기밀이었다. 국민 모두가 걸어 다니는 국가 기밀 덩어리였다.국가 기밀을 앞세우는 나라는 건강하지 못하다. 국민에게 뭔가 감추고 싶어 하면 권력은 병들기 시작했다고 보면 옳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업무추진비' 공방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국가 기밀'을 내세우는 걸 보니 참으로 보기 흉하다. 자신들의 야당 시절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자카야, 와인바에 갔다고 폭로한 게 무슨 국가 기밀 탈취냐"고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식자재 공급업체, 정상회담 식재료 구입업체 등 국가 운영에 치명타가 될 자료가 많다"고 반격했다. 옛날 군대에서의 농담이 생각난다. "병사 식단 3급, 부사관 식단 2급, 장교 식단은 1급 비밀이다. 적이 바꿔치기해 독극물을 투입할지 모르기 때문."

2018-10-03 05:00:00

[관풍루] 김상곤 교육부장관 이임식에서 "공론화 통한 교육정책 추진은 매우 뜻깊다" 회고

○…김상곤 교육부 장관 이임식에서 “공론화 통한 교육정책 추진은 매우 뜻깊다” 회고. 토론판만 벌이고 정작 결정은 나 몰라라 하면 굳이 장관 둘 필요 있나.○…김동연 경제부총리 “9월 취업자 수 마이너스 될 가능성 있다. 면목 없다” 국회서 답변. 한쪽에서는 죽을 쒀도 “밟아” 외치고, 또 한쪽은 계속 피박 덮어쓰고.○…대구시, 옛 경북도경 건물 수리해 당분간 시청 별관으로 사용한다고. 말로는 신청사 시민 의견 따른다면서 한 발 한 발 밀어 넣고는 아예 주저앉을 속셈?

2018-10-03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청와대 변명과 역지사지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의원의 '폭로'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청와대와 여권은 '불법으로 입수한 자료'라는 점을 강조한다. 검찰은 심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기획재정부는 추가 고발 태세다. 국민의 관심은 그 '내용'이 뭔지에 쏠린다."뭐 땀시 저 야단일꼬?"공개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왜 난리인지를 짐작게 한다. 현 청와대는 전 정권 인사들의 특활비 사용을 문제 삼아 적폐로 몰고 모조리 감방에 가두었다. 그런 그들은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사용했을까.첫눈에 들어온 것은 광화문 일대 레스토랑 등 고급 음식점과 와인바를 비롯한 주점에서 결제한 내역이다. 유명 스시집에서 38회에 걸쳐 1천130만원가량을 결제했다. 가장 저렴한 저녁 코스 요리가 12만원이란다. 식사 대접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규정한 김영란법이 우습게 되었다.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는 심야 시간(오후 11시 이후), 토·일요일에도 백화점, 미용업종, 술집 등에서 사용했다.얼핏 이해하기 힘든 것은 세월호 미수습자 참배일에 술집에서 업무를 추진했고, 골프장에서도 업무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직원들의 맹활동(?)을 업무추진비는 증명한다.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청와대 업무 특성상 24시간, 365일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외교안보 등의 업무는 심야나 긴급 상황, 국제 시차 등으로 통상 근무시간을 벗어난다." "청와대 활동은 때(세월호 참배일)와 장소(골프장)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청와대의 변명·해명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온갖 특수한 상황이 맞물려 있는데, 이걸 획일적 잣대로 '의혹' '비리'라고 하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그런데 청와대만 억울한 게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골병드는 영세업자·알바생·하층 노동자들의 절규는 생존권에 관한 문제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을 때려잡는 비현실적 정책의 '획일적 시행'으로 국민과 나라 경제가 골병들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인기투표가 국가 경영은 아니다. 이번 업무추진비 폭로 소동이 이념보다 현실의 중요성을 청와대 인사들에게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8-10-03 05:00:00

[취재현장] 소비자 '눈 가리고 아웅'한 LG전자

"믿고 샀더니 제품은 오지 않고,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배송만 더 늦어진 데요."대구 한 백화점에 입점한 LG전자 매장에서 발생한 물품 대금 횡령 사건(본지 8월 29일 자, 9월 8일 자, 9월 14일 자 8면 보도) 피해자들은 "대기업마저 믿을 게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지난달 혼수로 전자제품을 산 예비신랑 A(30) 씨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A씨는 TV와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청소기 등 1천132만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했지만, 부지점장이 물품 대금을 횡령한 뒤 잠적해 발만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다. 소중한 신혼살림이 도착하지 않는 심정은 얼마나 타들어 갈까.A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다른 피해자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지난 4월 결혼 15주년을 맞아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앞둔 B(50) 씨도 같은 매장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연락을 해왔다. B씨는 '주문한 제품의 발주가 늦어져 배송이 늦어질 것 같으니 매장에 방문해달라'는 판매점의 통보를 받았고, 물품 대금을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제품을 구입한 지 5개월 만에 구입을 취소했다.지난 8월 같은 매장에서 혼수용품을 구입한 C(31·여) 씨도 마찬가지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C씨에게 '주문한 제품명이 변경돼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매장에 방문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온 것. 판매점 측은 사건이 발생한 후 보름이 지나서야 C씨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이처럼 피해자는 계속 나타나고 있었지만, LG전자 측은 피해 규모나 피해 보상 방식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일부 피해자들에겐 모두 23명이 물품 대금을 사기당했고, 피해액은 2억원 정도라고 설명했지만, 언론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자 수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시도하고, 매장도 여러 차례 방문한 끝에야 어렵게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LG전자 제품의 판매, 유통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하이프라자 측은 "최선을 다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더욱 황당했던 건 LG전자 본사의 대응 방식이었다. 십수 차례에 걸쳐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LG전자 본사 측은 피해 규모의 축소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는 기사가 게재된 뒤 금요일 밤에야 전화를 걸어왔다.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그러나 LG전자 측은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만 강조할 뿐, 정확한 피해 금액이나 피해자 수, 현재 보상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도리어 해당 기사를 게재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기자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업무 시간인 월요일에 다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LG전자 관계자는 "월요일에 기사를 내리면 주말 내내 온라인에 노출된다"면서 "당장 기사를 내려달라"고 막무가내였다.이후 보상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자 LG전자 측에 세 차례나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말만 하고 취재 요청은 또다시 거부한 셈이다.소비자를 우롱한 물품 사기에, 감추기에만 급급한 대응 태도, 황당한 보도 취소 요구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LG전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들여다본 씁쓸한 사건이었다.

2018-10-03 05:00:00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포항 재생사업, '팀 정신'으로 추진해야 의미 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포항 사람들은 주로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만났다고 한다. 대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앞이나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앞처럼 친구나 연인들을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였다. 벽돌로 단단하게 쌓은 외관은 주위의 다른 상가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요즘처럼 하늘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날이면 우체국의 이미지는 윤도현의 서정적인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떠올리게 한다.북포항우체국은 옛 포항역과 육거리 사이 중앙상가에 있다. 이 지역은 포항의 옛 중심지로 젊음과 활기가 넘쳤으나 2006년 이곳에 있던 포항시청이 옮겨가면서 쇠락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채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다가 지난해와 올해에 구도심인 중앙동과 신흥동이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잇따라 선정돼 기대가 부풀고 있다. 과거 해수욕장이 있어 인기 여름 휴양지였던 송도지역도 재생에 나서게 됐다. 또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흥해지역은 특별도시재생 사업지가 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중앙동 사업은 유휴시설과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청년 창업과 문화예술 허브 및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신흥동에는 순환형 임대주택과 주민편의시설 조성, 마을기업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통해 동네 공동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송도지역은 차별화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ICT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조성, 첨단 해양레포츠 활성화, 해양 MICE 산업지구 조성, 복합문화예술관광 특화지구 조성 등 상전벽해 수준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포항시는 풍부한 해양 자원과 전통문화, 산업화를 주도했던 경험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민과 소통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포항시의 자세는 모범답안이 될 것이나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이 단순한 도시발전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항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포항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별다른 침체를 겪은 적이 없는 도시다. 도시 규모도 성장 흐름에 따라 시가지가 확대되며 커졌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철강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고 포항 경제도 가라앉았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재난으로 포항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번 포항의 도시재생 사업은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사업으로 침체된 도시 분위기와 시민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포항시는 도시재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적극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 지역별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전체 포항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소통 창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미 그려져 있는 사업의 큰 그림을 밑바탕으로 하되 참신한 제안이 있으면 사업에 녹여내도 될 것이다. 포항의 도시재생이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팀 정신'으로 이뤄질 때 포항의 재도약을 위한 의욕도 도시 전체에 흘러넘칠 수 있다.

2018-10-02 18:23:08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깔아도 모자랄 멍석 덮어쓰라면

3분기를 접자마자 각종 경제동향 조사와 실적 통계, 새 분기 전망이 쏟아진다. 예상한 대로 밝은 소식은 찾기 어렵다. IMF 등 국제기구나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8%, 2.6%로 잇따라 낮춰 잡았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중국·일본에 모두 뒤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당장 눈앞에 닥친 장애물도 만만찮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 적용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대미 자동차 수출이 22.7%, 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고 최악의 경우 13만 개의 국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당장 일자리 상황에 눈을 돌려보면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 넘친다. 올해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모든 수치를 요약해보면 성장과 고용, 투자 등 모든 지표의 포물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내상(內傷)이 계속 깊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와중에도 부동산만은 꿋꿋하다.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고 나면 집값이 뜀박질하는 것은 더 이상 부동산시장 구조나 요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암시한다.한국 경제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기 회복세를 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상황은 우리보다 훨씬 낫다. 경제 규모나 구조, 정책 방향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유독 우리만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제 일본 닛케이지수는 1991년 11월 거품경제 붕괴 이후 근 27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서면서 한일 경제 상황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경제 환경도 환경이지만 정책의 문제점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발언했다. 혼란한 부동산 시장을 염두에 둔 이 말에서 정책 브레인들의 사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 움켜쥘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힘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지 않는 이상 시장의 은밀한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데서 기대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1년 반 만에 10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혼란이 여전한 까닭이다.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이 길로만 가면 돌덩이가 금덩이 된다는 식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구호만 외쳐댄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구호로는 높은 세계경제 파고와 교활하고 집요한 시장을 이겨낼 수 없다. 맥도 짚지 못하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꼴이다.이제라도 지리멸렬한 고용 정책과 부동산 대책의 허점을 돌아봐야 한다. 시장과 기업의 '플랫폼'이 되는 게 바로 정부 역할인데도 시장과 기업에 우월감에 젖어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정부는 멍석을 깔고 기업과 시장이 놀도록 만드는 게 바른 처방이다. 지금은 정부 만능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20년 집권 플랜'이 가능하려면 정책 효용성을 따지고 시장을 속속들이 분석해 길을 찾아야 한다. 콧대 세우고 멀리만 보다가 발아래 벼랑을 놓치면 20년은커녕 3년 후도 힘들다.

2018-10-02 05:0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욱일기(旭日旗)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kreuz)의 합성어이다. 불교를 의미하는 '만'(卍)자를 기울여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히틀러는 하켄크로이츠를 나치의 당기(黨旗)에 넣어 사용했는데, 그 후 오른팔을 쳐드는 경례법과 함께 나치즘의 대표적 상징물로 활용했다.그러나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의 패전과 함께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다만 일부 백인 인종주의나 극우 세력들이 자신의 이념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부분 변형하여 쓰고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상징으로는 하켄크로이츠 외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군기였던 욱일기가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즈와 함께 이른바 전범기(戰犯旗)로 부르는 것이다.이 때문에 이들 전범국의 식민통치나 침략전쟁으로 고통을 겪었던 나라들은 전범기를 보는 것조차 역겨워한다. 그런데 하켄크로이츠 문양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데 반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했던 욱일기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이다. 침략과 수탈의 주체였던 일본 군부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이다.그런데도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는 물론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다닌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디다스·나이키·디올·프라다 등 국제적인 스포츠 패션이나 명품 브랜드에서 이를 형상화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홍보 영상을 올렸다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오는 11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내걸고 참여할 태세여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위대는 "당연한 부대기 게양"이라고 하고, 우리 국내 여론은 "그러려면 오지 말라"는 입장이다. 만약 독일 군함이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달고 이스라엘이 주최하는 국제관함식에 나가려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2018-10-02 05:00:00

[관풍루] 문희상 국회의장, 1일 남북 국회 회담 11월 개최 검토 밝혀

○…문희상 국회의장, 1일 남북 국회 회담 11월 개최 검토 밝혀. 국민, 북핵 발등 불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타는 우리 발등 불부터 끌 법 좀 만드소!○…이낙연 총리, “북한 도발 있다면 그전의 합의는 당연히 무효 되는 것”이라 주장. 김정은 위원장, “각하, 과연 그럴 수 있다고 큰소리쳐도 될는지요?”○…대구콘서트하우스, 770억원 들여 재개관했으나 매년 20억원 혈세 낭비. 시민, 돈 먹는 하마 만든 대구시 요술이야말로 ‘창조 행정’의 표본감.

2018-10-02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DMZ 지뢰 제거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수색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를 육군 1사단 수색대원들이 밟아 부사관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색팀원 8명 중 두 명이 크게 다쳐 생사를 오가는 순간 팀원들이 부상자 2명을 이송해 동료를 살렸다.'Remember 804'(8월 4일을 기억하라) 행사가 지난 8월 3일 파주 육군 1사단 민통선 지역에서 열렸다.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3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 의원은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장이던 2000년 6월 파주 DMZ에서 수색 작전 중 지뢰를 밟은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 사고로 발목 아랫부분을 잃었다. 그는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나 혼자 기어 나가겠다"며 부하들의 접근을 막고 지뢰 지대 10여m를 포복으로 빠져나왔다.오늘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이 시작된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본격적인 이행의 하나다.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등에 따르면 DMZ 지뢰는 남북을 합쳐 200만 개나 된다. 이를 모두 제거하는 데 489년이 걸릴 것으로 국방부는 추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담소를 나누며 걸었던 판문점 도보다리 주변에도 지뢰가 묻혀 있다. 북한군이 주로 쓰는 목재와 플라스틱 등 비금속 대인지뢰는 땅속 5~10㎝만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이종명 의원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중적 측면을 지닌 존재라고 규정했다.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통일의 대상인 동시에 군사적으로 대결 상태에 있는 경계 대상이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속도는 시속 1㎞도 안 되는 반면 남북 관계는 시속 100㎞로 질주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DMZ 지뢰 제거 작업과 같은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숙고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2018-10-01 05:0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평화와 전쟁

"나는 우리 시대가 평화로울 것을 믿어 마지않습니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말은 1938년 9월 영국 총리 체임벌린이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광기 어린 히틀러의 등장으로 영국민들이 전쟁의 공포에 떨던 때, 체임벌린은 적의 심장부인 독일 뮌헨을 찾았다. 그리고 히틀러와 담판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체코 땅 주데텐란드를 넘겨주는 대신 '평화'를 약속한 선언서를 받아 들고 왔다. 돌아와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이를 흔들며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의기양양해했다. 히틀러는 그에게 더 이상 독재자가 아닌 "한 번 약속을 하면 믿을 수 있는 사나이"였다.영국 국민 또한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열광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사나이'에게서 약속받은 '평화'는 1년을 가지 않았다. 이듬해 9월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다. 히틀러는 '평화'를 적은 종이 한 장으로 유럽의 호랑이던 영국을 간단히 무장해제시킨 셈이다. 체임벌린은 속았다.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히틀러의 가식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지도자를 둔 죗값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영국은 군인만 26만4천 명이 목숨을 잃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잊을 만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월맹(북베트남)의 르 둑 토가 월남전 종전을 다룬 '파리평화회담'이 또 그랬다. 당시 월맹의 요구 조건은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 철수'였다. 1973년 1월 마침내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됐다. '베트남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단계적 통일'을 약속했고 미군은 철수했다. 이후 월맹은 표변했다. 1975년 3월 10일 월남(남베트남) 총공세를 감행했다. 협정 체결 2년도 안 되어서다. 월남은 남남 갈등으로 갈가리 찢겨 있었다. 전쟁이 나면 다시 오겠다던 미군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월남이란 나라는 지도 상에서 사라졌다.선언적 의미의 '평화협정'은 허무하다. 지도자의 믿음 속 '평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을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인물"이라 평했다. 그가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 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반면 김정은은 연일 '초라하다'며 몸을 낮췄다. "우리가 속임수를 쓰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너스레도 떨었다.외교 관계에서, 특히 정상들이 이런 말의 성찬을 나누는 것은 나쁘지 않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 "상대방을 평가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협상하는" 3단계 방식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행동이라면 달라야 한다. 트럼프의 태도는 시사적이다. 김정은을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대북 제재 고삐를 더 죄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확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철매-2 사업 중단 등 무장해제가 속속 이뤄지는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평화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군사력과 정신적 무장 상태를 유지할 때 가장 가까이 다가온다. 전쟁 자격이 없는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이유다. 체임벌린과 파리평화회담이 던진 교훈을 과거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또 아픈 역사가 되풀이될까 저어해서다.

2018-10-01 05:00:00

[관풍루] 전좌석 안전벨트에 자전거 헬멧 의무화 등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놓고 "탁상행정" 반발 거세

○…전 좌석 안전벨트에 자전거 헬멧 의무화 등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놓고 “탁상행정” 반발 거세. 사고 예방도 좋지만 지나친 규제는 되레 역효과 부르는 법.○…11월 택시요금 인상하는 대구시 “요금 동결은 난폭 운전·승차 거부 등 서비스 악화 원인” 발언. 요금 안 오른다고 난폭 운전이라 어디 겁나서 택시 타겠어?○…수성구, ‘범어 시민근린공원’에서 ‘야시골 공원’으로 이름 바꾸자고 대구시에 건의. 부르기 정겹고, 사라지는 옛 이름 되살리니 스토리까지 바로 보이네.

2018-10-01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가장 아름다운 편지

'항상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내 편지를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서 말하십시오…하도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1998년 4월, 안동에서 고성 이씨 이응태 무덤에서 편지 한 통이 나왔다. 31세에 죽은 남편 '원이 아바님'을 그리워한 '원이' 엄마가 생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을 섞어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함께 남편 관 속에 넣어 부친 절절한 편지다.1586년에 쓴 한 통의 한글 편지는 나라 안팎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함께 살자면서 '밴 자식' 원이마저 두고 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저승길을 훌훌 떠났으니 산 사람의 애끊는 마음은 어떠했으랴.400년 전 한 여인의 편지로 뒷사람들은 이승에서의 못다 한 부부 사랑을 안타까워했고, 이는 시와 소설 등 다양한 글감이 됐다. 나라 밖 언론도 남북 강산 남쪽 안동 고을의 애달픈 부부 사랑을 널리 알려 세상 사람 심금을 울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라 부를 만했다.그런데 지금 또 다른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화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공개한 북쪽 강산 평양 고을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받은 특별한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편지"라며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란 격찬도 했다.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 노력과 함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찬사를 하니 평양 편지에 담긴 내용이 자못 궁금하다.평양 편지가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되는 길은 하나다. 분명하고 믿을 만한 비핵화 약속과 이행이다. 이는 남북 강산과 세계를 위한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되고도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양 편지를 간절히 바라는 까닭이다.

2018-09-29 05:0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명절여담(名節餘談)

경북 안동지역의 몰락한 양반가 후손에게 할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왔다. 가난한 살림이라 보리밥 한 종지에 찬물 한 그릇을 올려야 할 형편인데,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궁리 끝에 묘수를 찾았다. 헌 달력을 오려서 '현조고학생부군신위'라고 지방(紙榜)을 쓰고는 가슴에 정중하게 붙였다.그러고 나서 안동의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시장통에 즐비한 밥(메)이며 국(갱)이며 각종 육류와 과일까지 할아버지가 두루 드시길 권했다. 한데 그날따라 어물전이 시원찮았다. 내친걸음에 어찌어찌 노잣돈을 변통해서 영덕 강구항으로 나갔다. 멀리서 들어오는 고깃배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에게 싱싱한 해물을 마음껏 드시라고 축원했다.그런데 항구 가까이 다가선 그 배는 다름 아닌 분뇨수거선이 아닌가. 불효 손자는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가슴에 붙인 지방을 떼서 거꾸로 들고 털면서 "할배요 빨리 토하이소"라며 대성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이 우스갯소리에는 우리의 오랜 제사 문화의 명암이 드리워져 있다.조선시대 초기만 해도 평민은 부모 제사만 지냈다. 사대부가 조부모까지였고, 3품 이상의 고관대작도 3대 봉사면 족했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이후 너도나도 양반 행세를 하고 가문의 세를 과시하는 데 치중하면서 고조부모까지 제사가 일반화되었다. 상차림도 주자가례나 격몽요결 등 유교의 기본 예법서에 기록된 간소함을 벗어나 허례허식이 늘어났다.추석 명절을 보내면서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귀성길 장거리 운전과 차례 음식, 가사노동의 불평등 그리고 젊은이들의 명절청문회 스트레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우애를 다져야 할 명절이 고통과 갈등과 불화의 시공간이 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진짜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다 해외여행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차례상 차리며 가족끼리 싸운다"는 사회 일각의 자조적인 풍자도 없지 않다. 그런 만큼 명절 문화의 합리화와 차례상의 실용화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와 풍속은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마련이다.

2018-09-28 05:00:00

[관풍루]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아주 막역한 사이'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경질 촉구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아주 막역한 사이’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경질 촉구. 국민,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데 ‘차라리 아주 악역한 사이’ 택하길!”○…‘신규택지 자료 유출’ 논란 민주당 신창현 의원, 국회 환노위로 상임위 변경. 환경단체, 혹 석포제련소 단속과 행정심판 정보 유출 생각은 없으시죠?○…범죄 경력으로 전국 운전면허 부적격자 777명, 대구경북 운전기사는 10명 중 1명. 승객, 이젠 차 타기 전 미리 기사에게 안부부터 묻고 타야 할 판.

2018-09-28 05:00:00

최두성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지방소멸과 청년마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번 추석 연휴,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자 고향을 찾은 자식·친지들을 맞은 촌로(村老)가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읊조린 말이 아니었을까.원래 이 말은 배곯던 시절, 일 년에 단 한 번 풍성하게 차려진 차례상 덕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음을 감사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뜨거운 여름을 보낸 과일들이 익어 제맛을 내고, 들판의 곡식들을 수확해 곳간을 채우니 추석은 풍성함의 대명사였다.조선 순조 때 사람, 김매순이 열양, 즉 한양의 연중행사를 편찬한 세시풍속 자료집 '열양세시기'에 8월 중추는 추석의 넉넉함을 설명하고 있다."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됐다. 이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 그래서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주린 배 걱정을 않게 된 요즘, 되레 기름진 음식에 불어날 체중을 염려하게 됐으니 이제 이 말은 촌로의 읊조림처럼, 명절이 돼야 '사람 구경'할 수 있는 시골 마을, 지방자치단체의 기도문으로 더 어울릴 듯하다.심각해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시골 마을, 더 나아가 '지방'이라 불리는 울타리가 사라지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전망은 무시무시하다.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9개 지역이 해당됐다. 특히 의성·군위·청송·영양군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안동·영주·영천·상주·문경·영덕·청도·고령·성주·예천·봉화·울진·울릉 등 13개 시·군은 소멸 진입지역으로 분류했다. 경주·김천시가 올해 추가돼 경북에서만 19개 지역에 '경고등'이 켜졌다.지난해 4월 국토연구원이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보고서 역시 지방소멸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의 도시 가운데 최근 20년(1995~2015년)간 연속해서 인구가 감소하고 또 최근 40년(1975~2015년)간 정점 대비 인구가 25% 감소한 20곳의 지방 중·소도시를 '축소도시'로 분류했는데 경북에서 7곳이 포함됐다.경북에서는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읍·면·동이 김천 증산, 안동 녹전, 영주 평은, 영덕 축산 등 4곳에 이르기도 했다.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처지에 놓인 경북도는 인구 구성의 체질 개선을 통해 길을 찾고자 지난 20일 '이웃사촌 청년 시범 마을' 기본 구상안을 내놨다. 일자리·주거·복지체계가 갖춰진 청년마을 조성이 골자다. 지방소멸지수 1위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의성군이 그 대상지로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도는 이 프로젝트가 '청년유입→지역 활성화→지방소멸 극복'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모델이 되길 기대하며 1천7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다.부디 고식지계(姑息之計)가 아니길 바라본다.

2018-09-27 18:34:1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청와대 통신] 원칙의 함정

연휴 마지막날 아침, 동대구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택시 기사는 "40년 동안 대구에서 택시를 몰았는데 이번 추석 연휴처럼 손님이 없었던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택시 기사는 말을 이어갔다. "명절 연휴에는 식당가가 몰려 있는 대구시내 큰 네거리마다 젊은 승객이 많아 밤이면 택시 잡기 경쟁이 나타났는데 이번 추석에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정말 경기가 안 좋다. 길거리를 다녀보면 식당 장사가 안 되고 인건비가 너무 올라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는 중이다."동대구역에 닿아 기자가 내리기 직전, 예상했던 대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진 실물경제 상황의 원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렸다.서울행 기차에 올라 추석 연휴기간 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얘기를 떠올려봤다. 기업인들도 이구동성이었다. 주문은 없는데 임금은 올라가고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인상 효과는 물론, 납기 일정 차질도 불러온다고 기업인들은 하소연했다.건설이나 설비 업종의 CEO들은 일감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일손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임금이 너무 올라 일손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일당 20만원을 줘도 일손을 못 구하는 지경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였다.이들의 결론 역시 경제 실상을 모르고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매달리는 청와대가 문제라는 거였다. "머하노? 거 가서 좀 캐라(청와대에 가서 실상을 좀 전해라)."대구에 있는 동안 기자의 귀가 따갑도록 비난의 대상이 됐던 문 대통령은 사실 추석 연휴도 쉬지 못했다. 2박 3일 동안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UN총회에 나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늘어지는 일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3박 5일이라는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의 지론은 "해외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면 국민들이 낸 아까운 세금을 더 써야 하니까 최대한 일정을 촘촘하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그의 순방 일정이 보여주듯 문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하다. 그러나 경제에서만큼은 영생불멸의 원칙이 없다.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이 항상 그러하듯 모순이 발견되면 그에 대한 비판과 변용, 그리고 수정이 필요하다. 이를 알지 못하면 함정에 빠진다.늦지 않았다. 이제 취임 500일을 갓 넘겼을 뿐이다.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2018-09-27 11:24:19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군축(軍縮)에 이르는 길

'일본 자위대가 독도를 기습 점령하면 한국군이 탈환할 수 있을까?'몇 년마다 한 번씩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며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치열한 주제다. '일본 자위대쯤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애국적인 네티즌부터 '일본 군사력이 우세하긴 하지만, 붙어봐야 안다'는 신중파까지 다양한 답변이 속출한다. 그렇지만, 길고 긴 논란 끝에 도달하는 결론은 언제나 비슷했다. '한국군은 독도를 탈환할 수 없다.'억울하긴 하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한국의 해·공군력은 일본 자위대를 이길 수준이 아니다. 한국 해군의 전력은 이지스함, 구축함, 잠수함 전력을 보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공군력에서는 한국의 최신예 전투기 F15K는 60대 정도지만, 이와 비슷한 기종인 일본의 F15J는 201대다. 한국은 대구공항에서 이륙한 F15K가 독도에서 80분 정도 작전할 수 있지만, 일본은 공중급유기 4대를 이용해 작전 시간을 24시간 이상 늘릴 수 있다. 가능성이 없긴 하지만, 독도에서 일본과 무력 충돌이 생기면 속수무책이다.중국 전투기가 심심찮게 영공 침범을 하는 남쪽의 이어도를 보면 더 황당해진다. F15K가 이어도 상공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은 64분이다. 작전 특성상 장시간 무력시위를 해야 하지만, 얼마 날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공군이 올해와 내년에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이런 불리함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군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 '국방비를 복지에 전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 간에 '무장해제'가 필요하다는 식이다.남북 간 군비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북한에만 초점을 맞춘 무작정의 군축은 위험한 발상이다. 진보그룹은 이웃 나라의 선의를 맹신할지 모르지만,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그리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야욕에 어떻게 대항할지, 그 고민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헛일이 될지 모른다.

2018-09-27 05:00:00

[관풍루] 권익위, 감사'감독기관원 국내외 출장 때 피감독기관 부당지원'과잉의전 행위 금지 입법예고

○…권익위, 감사·감독기관원 국내외 출장 때 피감독기관 부당 지원·과잉 의전 행위 금지 입법예고. 국회의원 38명 등 혜택 누린 96명의 얌체들, 역시 우린 난사람.○…중소기업, 3년간 대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2천112건 공정위 신고에 절반 처리. 국민, 설마 공정위가 대기업 위해 불공정하게 처리한 때문은 아니겠지요?○…국회, 10월 10일 예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 석포제련소 이강인 사장 증인 채택. 낙동강 떼죽음 어류새, 우리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

2018-09-27 05:00:00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칼럼] 허례(虛禮)보다 사람이 먼저다

"추석엔 가족이랑 나들이나 갈까 해요."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가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포털사이트에는 '퇴계 이황 차례', '이황 제사' 등의 검색어가 인기를 끌었다. '명절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들에게는 복음이었다. 차례를 지내는 집안들은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반성하는 기회가 됐다. 물론 관습을 고집하는 가부장적 사람들은 불편했을 것이다.화제의 인물은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 이치억(42)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이 연구원은 추석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명절 문화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가문의 종손이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놀러 간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교철학을 전공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이 연구원은 '예(禮)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원래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 후기 너도나도 양반임을 내세우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일부 유림들은 "명절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간단한 예(禮)를 뜻한다. 이를 기제사상과 혼동해 거나하게 차려내는 관습과 과시욕이 명절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명절노동'을 여성에게만 시키거나 제사에 여성을 참여시키지 않는 세태를 꼬집었다.명절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 않다. 가부장적 명절 문화 탓이다. 여성들은 불평등한 명절노동과 소외로 상처 입고 있다.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명절증후군은 여성 질환으로 의학교과서에 등재될 판이다. '찌짐 굽다가 이혼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속도는 느리지만 명절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명절이 외면받을 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어른들이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있다. 자식들에게 음식 수를 줄이거나 차례 음식을 주문하자고 한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로 대체하는 집들도 늘고 있다. 추석 전 한 온라인 쇼핑업체가 30, 40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이 38.8%였다.추석 연휴 친척·친구 10여 명에게 전화로 명절 안부를 물었다. 대부분 차례 간소화가 추석 화제였다고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형님이 퇴계 종손 관련 기사로 '모두발언'을 했다. 형수님과 아내, 조카들까지 거들었다. '명절에 가족여행을 하는 집들이 많다' '성묘로 차례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갈비찜, 프라이드 치킨 같은 음식들로 차례상을 차렸으면 좋겠다' 등등. 말없이 지켜보시던 32년생 어머니도 '형편에 따라 하면 된다'고 암묵적 동의를 하셨다.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예법은 살아남기 어렵다. 예법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내년 설날이 기대된다.

2018-09-26 14:30:27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양버즘나무

양버즘나무는 1910년 무렵 미국에서 처음 들여와 심은 수종이다. 생육이 빠르고 병충해와 공해에 강해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잎이 넓어 여름철 그늘이 좋은 것도 각광받은 이유다.나무껍질이 마치 마른버짐을 연상하게 해 버즘나무라고 했고, 키가 큰 외래종 버즘나무를 양버즘나무라고 불렀다. 바로 플라타너스다. 플라타너스(Platanus) 학명이 '넓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한 점도 가로수로서의 운명을 말해준다.1970년대 대구 도심은 플라타너스 천지였다. 경북대병원과 삼덕네거리로 이어지는 동덕로, 시민운동장 주변, 대구역에서 옛 경북도청 구간, 무열대 앞 도로 등은 대표적인 플라타너스 거리였다. 키가 50m를 넘는 플라타너스가 지금도 위용을 뽐낸다. 전국 26만 그루 중 대구에 심은 것만도 3만 그루다.그런데 세월이 플라타너스를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다. 2010년 태풍 곤파스가 닥친 서울·경기지역의 플라타너스 수십 그루가 넘어져 큰 피해를 냈다. 그제 대구에서도 플라타너스가 넘어져 일대 교통이 통제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급하다.플라타너스는 수명이 40여 년으로 짧고, 속이 빈 데다 뿌리 내림이 약해 비바람에 잘 쓰러진다. 동대구로의 명물이나 뿌리가 얕아 근심거리가 된 히말라야시다와 비슷하다. 시간의 흐름까지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자연은 또 하나를 일깨운다.현재 전국의 가로수는 150여 종에 모두 680만 그루다. 벚나무(21.5%)와 은행나무(14.8%)가 가장 많다. 느티나무·단풍나무와 더불어 플라타너스(4.2%)도 적지 않다. 지난해 충주시는 플라타너스 때문에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도심 진입 구간의 수령 45년이 넘은 플라타너스 50여 그루를 베어 냈다가 큰 반발을 불렀다. 대구도 이를 교훈 삼아 사고에 대비하면서 조금씩 플라타너스의 퇴장을 준비할 때다.

2018-09-22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70년 세월 흘러도…

"우리는 단군의 후손으로 모두 형제요, 한 핏줄…다시는 서로 헤어지지 말자…남북통일 완수하여…삼천리 강토에서 영원 무진토록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힘을 합쳐서 살아가자…어느 나라도 들어와서…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할 것이며…간섭받을 이유도 없고 받지도 않을 것이다…남북 동포가…이제는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고…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4천 년을 이어…한 혈족으로…서로 돕고 양보하여 하나로 굳게 뭉치자."6·25전쟁 속 1950년 10월 30일 낮 평양시청 앞, 10만 안팎의 평양 군중과 만난 이승만 대통령의 목소리는 강렬했다. 밀리던 국군과 연합군이 9월 28일 서울 수복 뒤 38선을 넘어 10월 19일 평양을 차지하자 30일 오전 미군 수송기를 타고 여의도 비행장을 떠나 당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러 뜨거운 속을 털어놓았다.그리고 68년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공군1호기로 평양에 들러 다음 날 밤 평양 5·1경기장에 모인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영 소개로 등장했다. 예정된 2분을 넘어 7분쯤 절절한 속내로 호소했는데, 도무지 낯설지 않고 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옛날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반겼지만."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여 년을 헤어져 살았다…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남북…끊어진 혈맥을 잇고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백두에서 한라까지…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남북 강산에 시차(時差)는 없었다. 68년 세월이 흘러도 한민족 혈맥(血脈)에 흐르는 갈망은 마르지 않고 변함도 없다. 나라 밖 사람들이 놀랄 만하다. 뭇 강산과 여러 세대가 변하고 정권과 이념도 세월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해도 핏속 흐르는 오직 하나의 바라는 바는 그대로다. 누가 이를 막으랴. 남은 일은 분명하다.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새길 터이다.

2018-09-21 05:00:00

[관풍루] 백두산 정상에 오른 남북정상, "남북간 새 역사를 쓰겠다"며 손맞잡고 기염

○…백두산 정상에 오른 남북 정상, “남북 간 새 역사를 쓰겠다”며 손 맞잡고 기염.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빠진 건 알고 계시겠지?○…남북 간 무력 사용하지 않는 ‘종전선언’ 뉴스 보던 아들 녀석. “아빠! 이제 군대 안 가도 되지?” “그래, 나라는 ‘독수리 5형제’가 지키는 거란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3연임 성공, 전쟁 가능한 국가 위해 개헌 작업에 적극 나설 듯. 이런 걸 두고 망상에 사로잡힌 ‘또라이’라고들 하지.

2018-09-21 05:00:00

권성훈 문화부 차장

[청라언덕] 역설의 경제, 고용 약자들 설 곳이 없다

올여름,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의 한 식당에서 여고생 아르바이트생을 만났다. 우리 일행의 테이블에서 열심히 서빙하고 있기에, "대학생이냐"고 물었다. 해맑게 웃으며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라고 답했다. 대견해 보였다. 함께한 일행과 각 1만원씩 꺼내어 2만원을 팁으로 줬다. 더불어 자동차 뒷좌석에 있던 미래의 직업(진로) 관련 책도 선물해줬다. 식사를 끝내고 나올 때는 그 여고생에게 "파이팅!"이라고 살짝 외쳤다.한 달쯤 후에 우연히 다시 그 식당에 갔는데, 그 여고생이 보이지 않길래 "아르바이트 여고생은 오늘 쉬는 날인가요?"라고 물었다. 주인의 대답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교생 아르바이트생은 다 정리했습니다"였다. 이를 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씁쓸했다. 그 여고생은 그때 대화 도중에 '어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를 살짝 했었다.시내 한 한정식집에서 만난 친절한 직원도 지난달 이후에 이제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올 초부터 단골이라 한 달에 서너 번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주던 직원이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직원이었다. 스페셜 안주라며 '계란 프라이'를 해주기도 했다. 손님과 직원 사이에 오가는 정(情)이 느껴졌다.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줬던 그 직원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그 한정식집에는 주인 식구들과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1명만 남아 있다. 아직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지만, 그 직원과 만날 수가 없으니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최근 수개월 사이 단골 식당에서 친근감을 느꼈던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직원과 두 번의 이별을 했다. 누굴 탓하겠는가. 식당 주인 역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었던 탓에 당연히 직원을 줄여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지인들 얘기를 들어봐도, 식당 등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직원을 더 늘렸다는 사례를 거의 듣지 못했다. 영세한 식당, 편의점, 프랜차이즈 대리점은 이미 소규모 가족 경영 체제로 들어선 지 오래 됐다. 그나마도 경기가 좋지 못해 본인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라고 하니,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얼마나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이 서민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이 가정은 100%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각한 대한민국 현 경제 상황에 대입시킨다면, 상당 부분 부정적 결과를 야기시킨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경제 주체들 중에 약자들의 고용 상황을 겉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으며, '보이지 않는 손'(공급과 수요에 따른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서 막아버린 셈이다.대한민국 중산층이 두텁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달러가 넘는 나라였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서민근로자를 위한 경제정책이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경제 약자들의 일할 자리를 뺏어버리는 역설을 문재인 정부는 알아야 한다.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다. 백두산 천지의 하늘도 맑았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땀과 열정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데도 발휘되길 간절히 바란다.

2018-09-20 15:49:14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들러리' 대기업 총수들

"검토해 보겠습니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부하 직원들이 한 말이다. 별 의미 없이 한 발언을 북한이 긍정적인 뜻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 이런 조언을 했다. 북한 거래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미국의 뜻이 확고한 시점에 괜한 발언을 했다가 기업에 불똥이 튈 것을 걱정한 측면도 있다.평양 방문에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 총수들과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일을 할 만큼 바쁜 이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한꺼번에 평양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행원 한 명 없이 가방 하나 들고 평양 출장에 나선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청와대는 경제인들의 방북은 전적으로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한 반면 북측 인사들은 "우리가 오시라고 했다"며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남과 북에서 엇갈린 얘기가 나온다. 대기업들에 대해 어느 정부보다 강한 전방위 압박이 한창인 상황에서 정부의 방북 동행 요청을 거절할 대기업 총수들이 거의 없었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 요청을 정부가 대행(?)한 것이라면 더 문제다. 한국 경제 기둥인 대기업 총수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북한에 심어줄까 하는 우려에서다.경제인들을 만난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는 "북남 사이 경제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신심이 생긴다"며 남북 철도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북 제재가 전혀 풀리지 않은 가운데 철도 등 경협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글로벌 경영을 하는 대기업 총수들로서는 리 부총리는 물론 같이 앉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그리고 미국까지 의식해야 하는 그야말로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었지 싶다.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 투자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다른 국외 방문과 달리 이번 평양 방문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짧지 않은 평양 방문 동안 잘 충전해 경제 현장에서 열심히 뛸 수 있는 활력이라도 얻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2018-09-20 05:00:00

[관풍루] 통계청, '소득격차 확대' 통계로 논란 일자 130억원 들여 가계소득 통계 방식 또 바꾼다고

○…통계청, ‘소득 격차 확대’ 통계로 논란 일자 130억원 들여 가계소득 통계 방식 또 바꾼다고. 그럴 여유 있으면 저소득층 복지비로 돌려야 욕이라도 덜 먹지.○…이철우 도지사, 최근 직원 인사에서 잡음 커지자 “인사 청탁하면 명단 공개” 초강수.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인사에는 입이 만 개’라는 말이 딱 맞네.○…여명거리 조성 등 10년 새 평양에 고층 건물 크게 늘면서 상전벽해. “서울 오겠다”는 김정은, 천정부지 집값 ‘강남’ 카퍼레이드하자 소리 나올라.

2018-09-20 05:00:00

전창훈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 칼럼] 기울어지는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비유하는 이 용어가 최근 온라인 분야에서도 화두다. 이를 촉발한 것이 미국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거세지는 국내 시장 잠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위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넷플릭스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탄생한 'OTT'(Over The Top) 회사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웬만한 예능·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보여준다. 이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 무한 성장하고 있다. 한때 DVD 대여 회사였던 넷플릭스는 연 매출액 12조원에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한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컸다.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의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우리나라 시장 장악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면서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6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한 것과 올해 초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300억원을 대고 세계 방영권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상 콘텐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는 기세다.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천93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는 112억 분을 사용해 2위 카카오톡(25억 분)과 4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큰 몫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제도권 내에서 검증과 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망 사용료나 방송발전기금 등도 내지 않고 있다.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기준 망 비용으로만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매년 각각 100억원이 넘는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역대 최다인 43억4천만유로(5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넷플릭스 등 미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공세 강화로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을 잃자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U 내 제작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게 골자다.해외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외 기업이 공존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다.

2018-09-19 17:47:2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무식한 좌파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학계와 정치권의 진보 좌파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좌파 진영에서 NLL은 영토선도 아니고 국제법상 '합법적인 해상 군사분계선'도 아니라는 것이 교조(敎條)로 굳어졌다. NLL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6·25전쟁 휴전협정문에 포함된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지만, 확정 후 유엔군 사령부가 북한과 중국 측에 통보했고, 이에 북한과 중국 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NLL이 북한 측에 매우 유리하게 그어졌기 때문이다. 휴전협정에서 육상에서는 협정 체결 당시의 교전선(交戰線)에 따른 분할의 원리에 따라 '소유한 대로 소유한다'는 원칙이 적용됐지만, 해상에서는 일부는 '소유한 대로 소유'의 원칙이, 또 다른 일부는 북한이 주장한 '전쟁 전 상황'으로 복귀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휴전협정 당시 유엔군이 장악하고 있던 38도선 이북인 서해 남포 서쪽의 '초도', 청천강 서쪽의 '대화도', 동해 원산 인근의 '여도' 등은 '전쟁 전 상황으로 복귀'가, 6·25전쟁 이전 대한민국이 통제하고 있었으나 휴전협정 당시 북한이 차지하고 있던 38도선 이남 옹진반도 인근의 기린도, 선위도 등은 '소유한 대로 소유'가 각각 적용돼 모두 북한에 양도됐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결정이 휴전협정 제12조 13항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다.(김명섭 연세대 교수의 논문 '6·25전쟁 휴전체제의 재고찰과 평화체제의 모색') 이는 NLL은 휴전협정에 근거해 설정된 '해상 휴전선'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NLL은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이다. 이른바 국내의 진보 좌파들은 이런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17일 정경두 국방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NLL을 "비정상적 선"이라고 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NLL을 '괴물'이라고 한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무지(無知)의 폭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다. 목소리 높이기 전에 제발 공부 좀 하길.

2018-09-19 05:00:00

[관풍루] 임종석 청 비서실장, "과거 남북 정상 만남에 비핵화 의제 없었다"며 '낙관적 전망 힘들다' 주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과거 남북 정상 만남에 비핵화 의제 없었다”며 ‘낙관적 전망 힘들다’ 주장. 이제까지 ‘쇼’ 하느라 무엇이 중한지 몰랐단 말이지. ○…민주당 창당기념식서 이해찬 대표 ‘앞으로 10번은 더 대통령 당선시켜야 한다’고. 정치 잘해서 국민들이 미련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만 해 준다면야. ○…대구시, 경제복지 등 5대 분야에 35조5천억원 쏘는 민선 7기 공약 이행 구상 내놔. 이쯤 되면 4년 후 ‘행복 도시 대구’는 따 놓은 당상이네.

2018-09-19 05:0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노무현, 문재인과 부동산정책

5공 청문회 스타 시절부터 노무현을 좋아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내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다가 정권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마음 문을 닫아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기자 생활 15년이 넘도록 내 집 마련을 못하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 때 폭락한 집값은 김대중 정부 때 잠잠하다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요동치기 시작했다. 2억원대 아래에 형성됐던 대구 수성구 아파트 분양가격(전용 84㎡ 기준)이 불과 1, 2년 만에 2억5천만원대로 25% 이상 급등한 것도 그때다. 전국이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급한 정부는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투기지역 지정 등 수십 종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 문재인 대통령도 좋아한다. 가식 없고, 선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전임자와 달라 보여서다. 전임자의 황당무계한 국정 운영 방식 때문에 진심으로 당선을 바랐다. 출범 이후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언행들로 인해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희망하는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부동산이 다시 나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 경제에서 뛰고 있는 건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뿐이다. 정부 여당도 위기라고 보는지 출범 16개월 동안 벌써 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약효가 없자 정부는 금융 대출을 옥죄고, 세금 폭탄을 안기는 913 조치를 단행했다. 발표가 난 이틀 뒤인 지난 주말 서울에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학습효과 때문이다. 억눌러도 수요가 있는 이상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 다들 사람과 돈이 몰리고 교육·정주 여건이 좋은 서울, 특히 강남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 집값 상승이 서울의 다른 구로 옮겨갔고, 급기야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7월 강남에 버금가는 강북을 만들고, 용산과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여의도와 노원구 월계, 상계동 일대는 30%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다보니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민들도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혈안이 돼 있다. 안 사면 바보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우선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방법은 양도세 인하다. 팔 사람은 팔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요건을 강화시킨 재건축 규제도 해제하는 것이 맞다. 시내에는 택지 자체가 없다. 결국 있는 건물을 헐어서 새로, 더 많이 짓는 게 답이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쏠리는 건 다른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이어지도록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서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다. 지방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일자리가 있고, 교육 여건이 된다면 서울 쏠림은 막을 수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오로지 서울이다. 국무회의도 서울서 열고, 경기 활성화 대책도 서울서 연다. 이러다가는 내 맘속의 지지가 떠날 것 같다.

2018-09-19 05:0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똑똑한 협상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똑똑함'(smart)이다. 지난 5월 CBS 방송에 출연해 '아주 똑똑한 녀석'이라고 했고,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면전에서 '똑똑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웠다. 7월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은 매우 똑똑하고 멋진 인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놓고 수도 없이 '똑똑하다'고 평했으니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공치사'는 아닐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올 초 북핵 협상에 나서자마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마저 그의 '똑똑함'에 휘둘리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 마지못해 응하면서 불쾌감을 참고 있고, 중국은 전례없이 북한과의 신뢰 구축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올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대등한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똑똑함을 뒷받침하는 것은 북한의 뛰어난 외교·교섭 능력이다.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는 "'벼랑 끝 외교'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외교여서 절박하다. 외교 라인이 오래 근무해 전문성을 가진 것도 강점"이라고 했다. 남북 간에는 '형님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전통이 있긴 하지만, 김 위원장의 협상 능력에 말려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린아이 대하듯 '어르고 달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비핵화 협상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 뻔해 국내 여론의 향배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 '운명이다'에서 2007년 남북회담 전후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북한이나 미국보다 더 버거운 상대가 국내 여론이었다. 한국의 보수 신문들은 미국 네오콘보다 더 강경했고,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했다. 국민 모두 남북 간에 증오와 대결주의를 끝내길 바란다. 그렇더라도, '일방적인 양보'는 곤란하다. 김 위원장의 똑똑함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2018-09-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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