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경제파탄이 초래한 베네수엘라의 '한나라 두 대통령' 정국. 군(軍)까지 분열되며 최악의 사태로

○…경제 파탄이 초래한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정국. 군(軍)까지 분열되며 최악의 사태로. '청와대 국민청원' 촌극을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군!○…2025년 울릉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객들의 울릉도 이동 시간도 크게 줄어들 전망.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가는 길이 옛말이 되려나….○…경북 경찰, 수갑 채운 채 호송 중이거나 대기 중에 수갑을 빼고 도주하는 피의자 빈발. 수갑을 채우고도 놓치니 숨어 있는 범인은 어떻게 잡지?

2019-05-03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기·승·전·장기 집권

문재인 정권의 정책에는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 고심(苦心)의 흔적이 없다는 지적은 통렬하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가 미래에 대한 고심은 없는 대신 다른 고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나라는 망가져도 장기 집권만 하면 된다는 고심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까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의 속셈은 분명하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의석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민주당 의석이 줄 수도 있지만 정의당과 같은 '우군 정당' 의석수가 늘어 정국을 끌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 민주당에다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일부까지 더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말한 것처럼 내년 총선 260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국당을 '궤멸'시킬 최적의 방안이다. 공수처는 문 정권이 목을 메는 적폐청산의 또 다른 칼이 되기에 충분하다.정부와 산하단체, 입법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중앙선관위 등 국가기관에 코드·진보 인사들을 포진시키고 공공기관에 '캠코더 인사'를 꽂아 넣은 것도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을 깎아 먹으면서 무리한 인사를 하는 이유를 이것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반(反)기업 정책 등 숱한 부작용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고집하고 세금 퍼주기에 열을 올리는 것 역시 정권을 이어가려는 포석이다.집권 세력이 정권을 계속 잡겠다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집권 세력의 모습은 정도(正道)를 벗어났고 앞뒤가 바뀌었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그 결과 표를 더 얻어 집권을 계속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선거제 등 정치 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고 나라의 앞날을 내팽개치면서 나랏돈을 펑펑 퍼붓는 포퓰리즘 정책을 써 정권을 계속 차지하려는 것을 용납할 국민은 없다.급기야 '좌파독재'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승만, 박정희, 군사정부에서나 들었던 단어가 독재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독재에다 남한에서도 독재라니…. 21세기 한반도의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다.

2019-05-03 06:30:00

권성훈 디지털뉴스 부장

[청라언덕] 김부겸의 귀책사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총선(2016년)에서 새빨간 땅 대구에 푸른 깃발(수성갑)을 꽂았다. 문재인 첫 내각의 행정안전부 장관이자 여당 내 대구경북(TK)의 실세로 보수로 얼룩진 대구에 진보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기세로 임했다.물론 국무위원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최선을 다했고, 책임감 있게 일했음은 다들 인정한다. 대구에 무슨 큰 행사(신년교례회 등)가 있거나, 사건(대보사우나 화재 등)이 있을 때는 가능하면 내려와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점도 평가한다.김부겸 의원은 장관 시절 나름 최선을 다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에 돌아와 환영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 TK 정서는 문재인 정권에 싸늘하고 냉랭하다. 이런 분위기는 TK 실세 김부겸 의원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김 의원은 이런 싸늘한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됐나. 상당 부분은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TK 홀대(예타면제 사업, TK 장관 제로 시대 등)와 TK 패싱(원자력해체연구소 PK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등)으로 지역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침묵하거나 방관했기 때문이다.대구경북민들은 집권 여당의 TK 홀대 및 패싱을 김부겸이라는 여권 내 TK 실세가 어느 정도는 막아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TK 예산 및 인사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 했다. 심지어 행안부 산하 경찰청 인사(치안총감 1명, 또는 치안정감 8명 자리)에서도 TK 출신은 철저히 내팽개쳐졌다. 지난 2년만 놓고 보자면, 그는 '귀머거리' 또는 '벙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실 많은 지역민들은 꼬마 민주당 시절 또는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에서 할 말은 하는 당찬 김부겸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왜 문재인 정권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나.김부겸의 꿈도 대권이 아니라고 단정 짓지는 못할 것이다. 서슬 퍼런 정권 초기 '안이박김 숙청설'(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죽이고, 박원순 까불면 없애고, 김경수 주저앉히고)을 잘 목도하면서, 김부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할 말 안 하고, 잘 버티고 있으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김부겸은 현 정권의 내부 사정과 지역 민심에 대해 오판을 했거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스탠스로 내몰렸다. 쉽게 말하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둘 다 잃을 처지에 놓여 있는 결과인 셈이다. 집권 여당에서 김부겸을 차기 대권 후보로 내세울 움직임도 전혀 없을 뿐더러 김부겸을 따르는 당내 동료 의원도 찾아보기 힘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구 민심조차 예전 같지 않게 싸늘하다.김부겸은 내년 총선에서 재선 성공을 위해, 그저 자유한국당을 혐오하는 지지층의 강성 발언에 기대서는 안 된다. 이젠 자신을 지지해 준 중도에 가까운 지역민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여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과감하게 직언하고, TK 홀대나 패싱 그리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등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주기를 갈구하고 있다.

2019-05-02 19:12:23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졸(卒) 운전

1960,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닌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는 표어·포스터에 익숙하다. 이는 정부 시책이나 캠페인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각인시키는 데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 당시 교사들은 '1980년 수출 100억불, 국민소득 1만불' '1가구 1승용차'와 같은 장밋빛 국가 정책 목표를 아이들에게 주입시켰다. 특히 '1가구 1승용차' 슬로건은 당시 어려운 현실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그런데 이 꿈이 현실이 되는 데는 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2014년 10월, 자동차 등록 대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선 것이다. 1945년 광복 무렵 7천386대였던 등록 차량이 70년 만에 2천700배나 증가했다.이런 '마이카' 꿈에 처음 접근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경제 발전과 라이프 사이클 변화에 맞춰 자가 운전에 익숙한 최초의 세대였다. 게다가 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면허 취득자 수도 적지 않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전체 면허 소지자의 9%, 약 300만 명으로 상당수 '장롱면허'를 감안해도 무시하기 힘든 숫자다.문제는 베이비붐 세대도 '만년 청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도 노령의 기준점인 65세가 코앞이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운전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준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65~74세보다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으로 사고를 내는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통계다. 각 지자체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교통비 지급 등을 조례로 정하고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고령 운전의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다.요즘 '졸혼'(卒婚)이 하나의 사회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고령자의 미련 없는 '운전면허 포기' 즉 '졸운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를 유도하는 정책적 수단도 필요하나 고령자 스스로의 결단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려면 무작정 면허증 반납을 종용하기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대구 전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5만6천여 명 중 면허 반납자 비율이 고작 0.26%(422명)라는 점은 분명히 벅찬 현실이다.

2019-05-02 06:30:00

[관풍루] '한국당 해산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의 이유가 '걸핏하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입법 발목잡기…

○…'한국당 해산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의 이유가 '걸핏하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입법 발목 잡기를 한다'는 것. 그것이라면 진짜 원조 정당이 따로 있을 텐데?○…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50% 이상 늘어나면서 중산층과 은퇴자에도 직격탄. 퍼줄 데가 많으니 다짜고짜 세금을 쥐어짤 수밖에.○…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찾아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 설마 동상이몽은 아니겠지!

2019-05-02 06:30:00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대구경북연구원과 지역혁신

다음달 9일 제 10대 이주석 대구경북연구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교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하면 관료 출신이나 자유한국당에서 '낙하산'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별 근거 없어 보이는 소문도 있다. 이제 30년 역사를 가진 조직인 만큼 원장을 내부 발탁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주장 역시 무성하다.'누가 원장 자리를 치지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지 않을까? 요즘 대구경북연구원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대구경북연구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대구경북 전반의 문제와 이슈를 다루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싱크탱크이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정책 형성과 결정·집행·평가가 중앙관료와 중앙정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흐름은 분권과 지방자치가 강조되면서 중앙과 지방의 관료, 중앙과 지방의 싱크탱크 간 협업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의 문제와 이슈에 대해 지역사회가 해법과 대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기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그동안 대구경북연구원의 양적 질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박사급 연구원만 65명이 이르러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으로선 서울·경기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연구역량도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수많은 난제와 이슈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규모를 더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연구원에게 자체 연구역량과 더불어 지식네트워크의 허브이자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우선 대구경북 내 전문가·지식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서 역할과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대학의 우수한 인재와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언론, 공무원 등이 머리를 맞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견고하게 갖추어야 한다.돈줄을 쥔 지방정부 입맛에 맞는 용역보고서 작성이 역할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물론 지방정부의 정책을 뒷받침 하는 역할이 핵심적이고 중요하지만, 미래를 향한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연구와 논의 역시 게을리 할 수 없다. 전문가·지식인 그룹의 네트워크와 공론장이 활성화 될 때 비로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지식의 축적이 이뤄질 수 있고 정치권과 결탁된 사이비 전문가·지식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견고한 대구경북 내 지식네트워크는 대구경북연구원을 '혁신창조형 지식사랑방'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고, 네트워크의 범위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집단학습을 통해 대구경북의 과제와 이슈를 해결할 지식을 창출하는 '대구경북민의 지식사랑방' 대구경북연구원을 고대해 본다.대구경북이 열심히 애쓰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맴도는 이유 중 하나가 지식과 경험의 축적 및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지적 결핍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9-05-01 15:33:42

조두진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도로의 시대, 성벽의 나라

대구 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는 1906년까지 대구읍성 성벽이 있던 자리다. 1900년대 초 대구에 거주하면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하던 일본 사람들이 1907년 대구부 군수 박중양과 결탁해 성벽을 허물고 도로를 냈다.대구읍성은 조선 선조 23년(1590년) 왜구 침략에 대비해 토성으로 쌓았다가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후 영조 12년(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했다. 성곽 둘레는 2천560m, 폭은 8.7m, 높이는 3.5m 정도로 알려져 있다.1800년대 중반 서구 열강의 동아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서구 열강과 동아시아는 충돌했다. 청나라(중국)는 영국과 아편전쟁에 지고 각종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쇄국정책을 펴고 있던 일본 역시 미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해 불평등 조약을 맺고 문호를 열었다. 독일인이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무덤을 도굴하려던 시도에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조선도 서양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을 불태웠다.세상의 중심이자 세계 최강인 줄 알았던 청나라가 영국에 박살 나자 조선은 전국 각지의 성벽을 개보수했다. 1736년 돌로 쌓았던 대구읍성 또한 1870년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성벽을 높이고, 이전에는 없던 여첩(女堞)까지 만들며 전투에 대비했다.조선은 튼튼한 성벽으로 오랑캐의 총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대구읍성을 허문 것은 총포가 아니라 일본 상인과 사업가들의 자본이었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총소리나 대포소리는 없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일본인들은 돌로 쌓은 대구읍성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쇠로 된 성을 쌓은 게 아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 도로를 내고, 상점을 열고, 기업을 세웠다. 돌담을 두텁게 둘러 나라와 도시를 지키던 시대는 오래전 종말을 고했고, 자유로운 왕래와 무역에 필요한 길(항로)을 열어야 나라와 도시를 지킬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이다.세상의 패러다임이 돌담에서 도로로, 쇄국에서 개방으로, 유학에서 과학으로 변했음에도 조선은 그것을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식민지화였다. 18세기와 19세기, 전 지구 차원에서 시대에 끌려가는 자들과 시대를 끌고 가는 자들이 부딪쳤고, 세계 인구의 5분의 4는 식민지인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대구읍성은 전근대적인 왕조국가를 상징하고, 성벽을 허물고 낸 도로는 왕조국가의 멸망과 제국주의 상업국가의 세상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대구 중구청과 시민사회가 주축이 돼 대구읍성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읍성이 대구의 중요한 역사적 기반인 데다 중구 근대골목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옛 구조물을 복원하면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복원 후에는 내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기대하는 눈치다.대구읍성을 전체적으로 혹은 일정 구간이라도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대구읍성이 규모가 매우 큰 성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성도,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도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읍성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클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오히려 대구읍성이 허물어지는 과정과 허물어질 당시 조선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 우리 역사나 세계사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대구시민들과 대구를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복원된 대구읍성을 보며 "조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구나"고 되짚어 보는 공간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거나 모르면…"이라고 미래를 생각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그다지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감동적인 역사도 없는 작은 성을 복원하는 정도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세계인의 5분의 4가 식민지로 전락한, 인류사에 유례없는 '한 시대'를 보여주는 실재 현장(성벽 VS 도로)으로 재현한다면 인류의역사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2019-05-01 14:12:57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이 총리의 '천황님'

"천황(天皇)이라고 부르기 싫다. 일왕(日王)이다."한국인이라면 일본 천황을 호칭할 때 대개 비슷한 생각을 한다. 식민지 역사와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떠올리면 욕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구시대적인 호칭까지 쓰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북한은 일본이 못마땅할 때마다 조선시대처럼 왜왕(倭王)이라 칭하지만, '막가파식' 표현에 가깝다.사실 천황 호칭의 역사는 일본 제국주의 성장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일본이 천황 칭호를 처음 사용한 것은 7세기 후반 덴무 천황(天武天皇) 때다. 당나라 고종의 '천황' 칭호를 흉내내 '대왕'(大王) 대신 '천황'으로 개명하면서 현인신(現人神·살아있는 인간 신)으로 신격화했다. 왕권이 융성하던 100여 년 동안 쓰였지만, 왕권 추락과 함께 귀족·막부의 견제로 천황 칭호는 오래된 골동품처럼 사라진 듯했다.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천황 신격화가 시작되면서 이 칭호가 다시 등장했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메이지유신은 고대에 일시적으로 사용했던 천황 칭호를 부활시켰다"고 썼다. 1889년 메이지헌법에 천황이 공식 칭호로 사용됐지만, 황제(皇帝) 칭호에도 미련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합 조약에는 '일본황제폐하'라고 써 있다. 천황 칭호만 쓰도록 공식화한 것은 일본이 독자적인 제국주의 길로 접어든 1935년이었다. 전 세계에서 영어 명칭으로 'King'(왕)이 아니라 'Emperor'(황제)를 아직까지 쓰는 것도 일본이 유일하다.이런 역사를 아는 한국인이 무작정 천황이라고 부르기에는 난감하다. 그렇다고 일본식으로 '덴노'라고 하기에도 찜찜하다. 한국 언론은 '일왕'이라고 표기하지만, 일본인은 이를 불쾌하게 여긴다. 아무래도 한·일이 가까워지려면 호칭 장벽부터 없애야 할 것 같다.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키히토 천황님'이라고 표기해 논란을 불렀다. 김대중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도 '천황'이라고 했다가 이런저런 구설에 올랐지만, 거기에 '님'까지 붙인 것은 너무 과하다. 외교 관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호칭에 얽힌 역사는 알고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2019-05-01 06:30:00

[관풍루] 사생결단 '동물국회' 때문에 국민도 편이 갈려 '한국당 해산' '민주당 해산' 청원전쟁 격화.

○…사생결단 '동물국회' 때문에 국민도 편이 갈려 '한국당 해산' '민주당 해산' 청원전쟁 격화. 싸우는 게 정치라지만 이런 막장 정치의 끝은 너도 패자, 나도 패자.○…북 노동신문 "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쌀 없으면 하루도 못 산다"는 김정은 훈시 강조한 1만 자 분량 사설 실어. 금을 쉬이 볼 정도로 쌀독이 바닥났나?○…신천·금호강 주변에 사는 수달 10여 년 새 8마리 늘어나 모두 24마리로 확인. 250만 대구 시민에게 주는 자연의 보너스, 내 자식처럼 지키는 게 최상의 답례.

2019-05-01 06:30:00

김우정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우리 목소리 들어주세요

대구의 대표적인 홍등가였던 속칭 '자갈마당'에 대한 폐쇄 및 철거가 지난 4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0년이 넘는 어두운 역사가 마침내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자갈마당 폐쇄 방침이 결정되면서 이곳에서 생활하던 여성 상당수는 '자활'의 길로 돌아서 새 삶을 갈구하고 희망을 꿈꿨다. 이런 이들에게 한 정치인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고, 이들을 또 한 번 편견의 감옥에 가둬 버렸다. 자활의 꿈에 부풀어 있던 이들에게 또 한 번 '주홍글씨' 낙인을 새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20일 홍준연 대구 중구의원은 "(성매매 여성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젊어서부터 쉽게 돈 번 분들이 2천만원을 지원받고 난 후 또다시 성매매를 안 한단 확신이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이에 지역 여성단체들이 즉각적인 반발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긴 논의 끝에 홍 구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중구의회도 역시 홍 구의원 징계 방안 논의를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반면 그의 목소리에 동의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튜브 인터뷰와 함께 징계 반대 서신을 보냈으며, 일각에서는 '소신 발언'이라며 지지를 보내 홍 구의원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서게 된 자활 여성.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바로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자활 여성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유다.기자의 접촉에 센터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응해 줬다. 지금껏 자활 여성들의 안전과 신변 보호 때문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자활 여성들의 불우한 생활상보다는 인권침해가 늘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장소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하고 외면해 왔는지, 왜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는지를 조명해 달라"고 당부했다.민감한 주제인 데다 인터뷰 진행에도 제약이 많았지만 기꺼이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냈던 것은 '우리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지는 말아 달라'는 자활 여성들의 간절한 호소 때문이었다.한 여성은 자필로 자신의 억울한 심정, 세간의 시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글에서 모진 삶을 견뎌왔던 그들의 고통이 묻어 났다. 단돈 1천원이 없어 살기 위해 자갈마당으로 흘러 들어온 여성, 부모의 학대로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아 돌아갈 곳이 없는 여성 등 자활 여성들의 과거사는 감히 상상조차 안 될 정도였다.자활지원사업에 대한 견해는 누구든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원색적인 비난은 곤란하다. 특히 정치인, 더구나 자갈마당이 위치해 있던 중구 지역 구의원이라면 정확한 현실 파악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문제점, 보완 대책을 좀 더 꼼꼼히 따져 발언해야 했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도 홍 구의원은 음지에 있는 여성들의 사회 복귀 대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자활 여성들의 바람은 그저 평범한 일상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부디 평생 짓밟히며 힘겹게 버텨왔던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마저 뺏지 말라. 어떠한 삶을 살아왔든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2019-05-01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네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냐

손혜원 국회의원(무소속) 부친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유공자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손 의원의 부친은 독립유공자(애국지사), 이해찬 의원은 5·18 민주유공자다.국가유공자 심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은 이들이 국가유공자가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손혜원 의원은 부친의 독립유공자 신청을 7차례나 하지 않아야 했고, 이해찬 의원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5·18 민주유공자에 이름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예전 기자는 국가보훈처 대구지방보훈청을 통해 고인이 된 아버지의 국가유공자(상이군경) 신청을 한 적이 있다. 6·25 참전용사로 가장 먼저 압록강에 도착한 6사단 소속이었던 선친은 인해전술로 남하한 중공군에 밀려 후퇴하다 폭격에 군용 트럭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고 후송된 후 의병제대했다.선친이 후송된 병원은 울산에 있었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는 수시로 울산에서 병원차가 아직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병원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왜 오지 않느냐며 밖에 나가보라고 했다.이런 이유로 우리 가족은 부친이 숨진 뒤 장지를 조상들이 묻힌 선산 대신 영천호국원으로 바꿔 모신 사연이 있다.의병제대했지만 먹고살기에 바빴고 배운 게 없었기에 부친은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기자는 서류를 갖춰 '명예를 찾아드리겠다'는 자부심으로 부친의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그러나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는 까다로웠다. 국가유공자 등록이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았기에 그래도 한번 신청한 것에 가족들은 위안 삼았다.손혜원 의원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 의원은 6차례 탈락한 부친의 재심사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다시 요청했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 선정 기준이 완화된 덕분이라고 한다.그런데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6차례나 바뀌지 않은 기준이 왜 완화됐을까. 진보 정권의 코드 때문일까. 국회의원이란 벼슬과 영부인 친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재심사 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베푼 특혜 의혹까지 일반 시민의 눈에는 문제가 너무 많아 보인다.이해찬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 1980년 광주에 가본 적이 없다고 밝힌 이 의원은 5·18 유공자 관련 법에 따라 기타 항목으로 광주 민주화운동 구속자에 해당한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으로 보았던 신군부의 재판에 따라 감옥살이를 한 이유로 유공자가 됐다.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은 국가유공자로 넘쳐날 것이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월남전 참전 등을 겪으며 희생한 우리 국민 상당수가 국가유공자다.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고 군복무한 사람과 민주화운동 때 치안 유지에 나선 이들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한다.손혜원 의원과 이해찬 의원은 명예롭지 못하다. 국회의원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있는데 더 큰 명예가 필요할까. 그건 자만이자 권력욕이다.지금도 늦지 않다. 두 국회의원은 스스로 국가유공자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더불어 5·18 민주유공자를 비롯한 모든 국가유공자의 신상은 공개되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재검증받아야 한다.

2019-04-30 18:29:04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불온하고 역겨운 시대의 징후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정치권력에서 독립되지 않은 사법부는 권력의 법률 대리인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런 타락은 권력엔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800~1896년 사이 연방 대법관 수는 일곱 차례나 바뀌었다. 그 이유는 매번 '정치적'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대법관 수를 정해 놓지 않은 헌법의 맹점 때문이었다.그러나 대법관 수가 9명으로 정해진 1896년을 기점으로 그 악습은 사라졌다. "그처럼 무도한 행위는 헌법 정신에 대한 침해"(우드로 윌슨 대통령)이고 "파괴적이며 특히 미국이라는 헌법 연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벤저민 해리슨 대통령)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다. 연방 대법관 수는 9명이란 '비공식 규범'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대법관 수는 9명으로 변함이 없다.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악습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장본인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대법관 수를 15명으로 늘리려 했다. 이른바 '대법원 재구성 계획'(court-packing plan)이다. 연방 대법원이 뉴딜 정책 관련 법률을 번번이 위헌으로 판결하자 자기편을 집어넣어 연방 대법원을 거수기로 만드는 게 그 목적이었다. 야당의 반대와 여당의 '반란'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는 사법부 장악이 권력자에게 얼마나 유혹적인지를 잘 보여준다.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이를 재확인해 준다. 이해 충돌을 회피하지 않고 주식 투자를 한 도덕적 해이로 보나 중요한 사안마다 입장을 유보하거나 생각해 보지 않은 자질의 문제로 보나 그는 부적격이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할 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그의 임명으로 친정부 성향 재판관은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으로 늘어났다. '그놈의 헌법 때문에'라고 한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러워해 마지않을 '헌법재판소 재구성'이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헌법은 완전무결하거나 영원하지 않고, 헌법 해석 역시 고정불변이거나 무오류일 순 없다"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말은 이를 예고하는 듯하다.이에 화답하듯 이 재판관도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처음 지명 소식을 듣고 지인으로부터 역사적 소명이 있을 터이니 당당하란 말을 들었다. 그 말처럼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소명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갖은 비판을 무릅쓰고 임명해 줬으니 문 정부의 충실한 법률 대리인이 되겠다는 서약으로 들린다.처칠은 히틀러의 정권 장악으로 전운이 감돌던 1935년 옥스퍼드대학의 토론 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언'이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왕을 위해 싸우기를 거부한다"고 결의하자 "참으로 한심하고 치졸한 고백이며… 불온하고 역겨운 시대의 징후"라고 개탄했다. 문재인판(版) 헌법재판소 재구성도 같은 개탄을 자아낸다. '합헌적 독재로 나아가려는 불온하고 역겨운 시대의 징후'라는.사족-드물지만 사법부 장악 유혹을 뿌리친 경우도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 2017년 법무장관에게 대법관 임명권을 부여해 대법원을 여당이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한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법원에 이어 헌재까지 자기편으로 재구성한 이 나라 대통령에겐 얼빠진 짓으로 보이겠지만.

2019-04-30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핑계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어느 교포 신학자가 쓴 '핑계-죄의 유혹'이란 책은 현대인들이 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면서도 갖가지 핑계를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이 성경 속 인물들이 살던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구약성서 속의 핵심 인물인 모세조차 신의 계시와 인도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대는 모습을 적시한 게 흥미롭다.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홍길주의 독서 노트 '수여연필'(睡餘演筆)에는 변명과 핑계와 관련한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역사를 기록하는 붓을 쥔 사람에게 그대의 일을 쓰게 한다면, 단지 어떤 일을 했다고 적을 뿐,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서 이러쿵저러쿵 둘러댄 핑계까지 잡다하게 기록에 남기지는 않네. 실패한 선인들의 졸렬한 자취인들 어찌 변명이 없겠는가.'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1분기에 -0.3%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환 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이렇다 할 대외적인 위기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같은 마이너스(-) 성적표를 정책의 실패로 보지 않고 대외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을 하더니, 이번에는 근거도 없는 국외 여건을 핑계로 삼은 것이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선시대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재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놓고는 전부 일제강점기 또는 독재이거나 극우 세력이 이 나라를 통치해 왔다"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현재의 어떠한 실책과 실패에 대해서도 일단 핑계를 댈 수 있는 세월의 지평을 200년으로 늘려 놓은 셈이다. 작가 박완서가 소설 '미망'에서도 기술했듯이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정말 대단한 핑계의 공력이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밝힌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가수 김건모밖에 없다'는 말이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은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진력하고, 실패하는 쪽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찾는 데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2019-04-30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행안부 장관에 정부세종청사 제3청사 내 대통령 집무실 입주 방안 검토 당부

○…민주당 이해찬 대표, 행안부 장관에 정부세종청사 제3청사 내 대통령 집무실 입주 방안 검토 당부. 영호남인, 비수도권 사람 사는 모습 살피게 남쪽 집무실도 두시지요?○…대통령, 정치권 대립 거론하며 '비상한 각오로 경제 활력 회복' 위한 정부 역할 주문. 국민, 이참에 놀고 싸워도 억대 연봉 국회 바꿀 비상한 법안부터 내시지요!○…대구 풍등 3천 개, 부처님오신날(5월 12일) 앞두고 27일 하늘로 올라 장관 연출. 시민, 풍등처럼 대구 경제도 둥실둥실 날개 달도록 부처님 가피 비옵니다.

2019-04-30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어느 원전 세일즈맨의 오지랖

프랑스는 자원 빈국이다. 소비하는 석유의 1%, 천연가스도 2% 정도를 자체에서 생산할 뿐이다. 2004년 이후 석탄은 더 이상 캐지도 않는다. 그런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도가 50%를 넘나든다. 전력은 남아돈다. 남는 전력을 처음 수출한 나라가 프랑스였다.그 비결은 원자력이다. 프랑스는 미국에 이은 세계 최고의 원전 대국이다. 58기의 원전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원전 의존도가 70%를 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프랑스가 이처럼 원전 강국이 되는 토대를 깐 것이 반핵을 외치던 좌파 정부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은 1981년 반핵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이후 원전을 가속화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설치에도 속도를 냈다. 좌파 집권 후 원전에 대한 정치적 반대 세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한때 탈원전이 거론됐지만 이 역시 진보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국민들은 프랑스 원전이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임을 이해하고 변함없이 신뢰한다.프랑스는 한국의 거울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원 빈국이지만 원전이 있었기에 에너지 강국 반열에 합류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나라가 없다.오늘날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7개국뿐이다. 우리나라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며 대열에 합류한 것은 국가적 큰 성취였다.지금 세계는 원전 각축장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16개국 59기에 이르고 발주를 앞둔 원전도 12개국 86기에 이른다.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다 경제성까지 갖춘 우리나라가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전 수출은 기술력만 믿었다간 낭패다. 정치력, 외교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는 그 나라 리더의 의지에 달렸다. 트럼프가, 푸틴이, 또 시진핑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유다. 이 중 그 누구도 내 나라엔 짓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없다. 3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18기를 건설 중이고 31기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99기의 원자로를 가진 미국도 2기를 짓고 있고 8기를 추가한다. 35기를 가진 러시아도 건설 중 7기, 계획 중 22기다.문재인 대통령도 세일즈 외교에 가세했다.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원전 수주에 진정한 의지가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수주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정부는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지만 탈원전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글로벌 원전 시장은 그림의 떡이다.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지그지글러는 이렇게 썼다. "자신이 팔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확신이 없다면 자신이 팔고 있는 것의 가치에 의문을 달아 보라." 고객이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을 사게 만드는 사람은 유능한 세일즈맨이 아니라 비윤리적인 세일즈맨이다. 스스로 탈원전을 해야 할 정도로 원전에 대한 확신 없이 세일즈를 한다면 비윤리적이고, 확신을 가지고 원전을 팔려 든다면 탈원전의 근거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자칫 원전은 못 팔고 오지랖 넓다는 소리나 듣게 생겼다.

2019-04-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이 봄을 보내며

100년 전 1919년 3·1만세운동을 떠올리면 대구의 올봄 3, 4월은 남다르고 아쉬움도 진하게 겹쳤다. 3월엔 대구경북 만세운동의 촛불이 된 대구 서문시장 첫 만세시위가 시작됐다. 4월은 대구 마지막 만세운동이 펼쳐졌고, 대구경북의 유림을 중심으로 서명, 해외에 보낸 독립청원서(파리장서)운동이 드러난 달이다.남다른 기억으로 먼저, 대구 3·8만세시위의 범시민적 재연을 들 수 있다. 또 대구에서 결성된, 역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단체를 다룬 책 '소설 대한광복회'(정만진 지음), 파리장서 서명자 장석영의 투옥 일기인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발간 등도 있다. 두 책 모두 3·1운동 100주년 기념이다.'대한광복회'는 대구의 독립운동가 우재룡 중심으로, 1명을 빼고 모두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광복 뒤 친일파 득세로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지키려 산골로 피신한 서글픈 시대 상황도 실려 있다. '흑산일록' 경우 파리장서운동의 대표 인물인 경북 성주 출신 유림 장석영의 감옥 투쟁 생활 등을 경북대 정우락 교수가 옮기고 분석했다.대구 동구 미대마을 만세시위 청년 8명 가운데 홀로 서훈을 받지 못한 1명(권재갑)에 대한 포상 신청 작업도 남달랐다. 후손이 없는 탓인지 지금까지 잊힌 그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아 뒤늦게나마 3월 27일 이뤄진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의 힘든 과정만큼은 분명 돋보인 일이다.그러나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팔공산 미대마을 8명 청년의 활동을 기린 기념비 건립(4월 26일)이 무산되어서다. 만세운동길 조성에다 100년 전 마을 청년들의 뜻을 새기려 주민 중심으로 3천만원쯤 모아 추진한 기념비 건립이 이달 15일 대구시 심의 때 몇몇 이해할 수 없는 문제로 좌절됐으니 말이다.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대구는 이런 남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이제 3, 4월의 봄을 보내게 됐다. 그리고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도 이어질 남다른 기억을 바라고, 특히 미대동 기념비 건립의 완성을 기대하며 남은 5월의 봄을 맞이하게 됐다.

2019-04-29 06:30:00

[관풍루] 민주당,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봉쇄되자 헌정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전자 입법 발의.

○…민주당,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봉쇄되자 헌정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전자 입법 발의. 야당 시절 스크럼만 짜다가 첨단 기법으로 맞대응이라, 연구 많이 했네~.○…수도권 인구 비중 7월쯤 전체 인구의 절반 넘어설 것으로 전망.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 했지만 이제 사람 구경하려면 서울경기에 가야겠네.○…칠곡군 한 정신병원에서 30대 환자가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같은 병실 환자 살해. 당국도 병원도 관리 못 하니 멀쩡한 사람이 알아서 피해 가는 수밖에.

2019-04-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집이 뭐길래

1592년 임진왜란 이후 조선 임금들의 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란의 북새통에 불타 빈터가 된 경복궁을 다시 짓는 일이었다. 조선의 얼굴이자 심장부로 소실된 경복궁 중건에는 273년을 기다려야 했다. 흥선대원군이 1865년 나설 때까지.떨어진 왕실의 존엄과 권위 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경복궁 중건의 그늘은 짙었고 백성의 고통은 컸다. 돈이 문제였다. 처음엔 원납전이란 그럴듯한 명분의 기부금에 기댔지만 결국 벼슬도 팔고 당백전 발행 등 폐단으로 물가가 오르고 백성들의 원성은 늘어 되레 대원군의 몰락을 재촉했다.입는 옷과 먹는 음식, 사는 집은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기본 요소였다. 그래서 아예 '의식주'(衣食住)라는 한 묶음 단어로 쓰였다. 그러나 시대 변천과 함께 의식주의 개념도 달라졌다. 단순히 삶을 이어가기 위한 요소에서 이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에 이르렀다.의식주 가운데 특히 집이 그렇다. 경복궁처럼 존엄과 권위를 나타내는 공간도, 안식의 쉼터가 아니라 이제는 부(富)를 셈하는 잣대나 사는 사람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집이 정부 인사청문회 때 고위 관료들의 발목을 잡는 굴레가 되기에 이르렀다.관공서도 이런 흐름을 탄 탓인지 경쟁적으로 번듯한 공간 마련과 건물 치장에 한창이던 때가 있었다.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 존엄과 권위가 되살아날 것이라 여긴 대원군처럼, 곳곳의 관공서 새 건물이 문제 해결사라도 될 듯이 선을 보였다.지금 대구는 시청 신청사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신청사 유치를 위한 4개 구·군의 경쟁이 뜨겁고 신청사 문제를 맡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과열 유치 활동을 감점하겠다며 호통을 친다. 그런데 25일 '대구시 신청사 건립의 성공 추진을 위한 대구시 및 8개 구·군 협약'을 중구청이 거부했다.2004년 이후 15년 동안 표류했다는 신청사 문제가 끝나면 청년이 떠나고 수십 년 꼴찌인 대구 경제지표는 어떤 모습일까. 집이 바뀌면 대구 모습도 다를까. 궁금할 뿐이다.

2019-04-27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마약공화국'

마약 투약 혐의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가 구속됐다. 하늘에서 손자를 내려다보며 정 명예회장이 이렇게 한탄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물려준 돈이 독(毒)이 됐구나!"한국이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으면 유엔 범죄마약국(ODC)이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기준선인 1만 명을 2015년부터 4년간 넘었고 올해도 초과할 것이 확실하다. 한 해 마약 사범이 1만2천 명에서 1만6천 명이나 검거된다. 최근엔 경찰이 마약 범죄 집중 단속에 나서 두 달 만에 1천746명을 검거했다.연령, 직업을 가리지 않고 마약이 전방위로 퍼져 나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재벌 3세와 연예인은 물론 대기업 임원, 일용직 노동자, 미취업 청년과 주부까지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마약 중독자가 20만~40만 명에 달하고 마약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7조원으로 추산된다.마약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 김밥과 같은 음식에 마약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성형과 미용을 이유로 유행처럼 투약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자신이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한 사람을, 한 국가를 망가뜨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마약이다. 마약 범람은 망국(亡國)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청나라다. 19세기 청나라는 마약의 일종인 아편 때문에 영국과 두 차례 전쟁하며 망국의 길을 걸었다. 당시 4억 인구의 20%가 아편에 취했다. 펄 벅의 '대지'와 영화 '연인'에서 아편 중독으로 몰락하는 중국이 생생하게 그려졌다.1997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때 마약 사범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3%를 기록했다.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1분기 기준으로는 16년 만의 마이너스다. 추락하는 경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마약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2019-04-26 06:30:00

[관풍루]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한다며 재생에너지 투자 늘리자 중국산 저가 공세때문에…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한다며 재생에너지 투자 늘리자 중국산 저가 공세 때문에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정작 파산 위기. '죽 쒀서 X 준다'는 말이 따로 없군!○…대구 총생산액의 30%가 넘는 성서산업단지 가동률 10년 만에 70% 선 아래로 뚝 떨어졌다고. 추락과 쇠락이 일상화된 대구경북에 내일이 있을까?○…칠곡군의회, '꼼수 해외연수'에 대해 대군민 사과 성명 발표하고 '사랑받는 의회'로 거듭날 것을 천명. 잘못을 인정하고 파사현정하는 게 주민 대표의 책무.

2019-04-26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묻지마' 이면에 숨은 불평등 상흔

인류학자인 사피어와 그의 제자이자 언어학자인 워프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언어를 만들어냈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고를 언어라는 방식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사피어&워프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표현 방식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는 진주에서 발생한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방화·살해 범죄였다. 언론은 주로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라고 명명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표적이 될지 모르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묻지마 범죄'라는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어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나도 자칫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심이 극대화된다.하지만 '묻지마'라고 했을 때는 그 어감 뒤에 가려 사건의 실체는 흐릿해지고 만다. 어차피 원인을 알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하다 보니 굳이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말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현병' 등 특정 질병이 유독 불거지면서 이들에 대한 집단 혐오감을 부추기기도 한다. 범죄 대상이 여성이나 어린아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불특정 다수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도 쉽게 간과된다. 우리가 쉽게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범죄가 빈발하는 데 대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 그리고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분석한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 중 ▷정신병적 증상 등의 이유로 저지른 경우(26.5%)가 가장 많았고 ▷폭력성을 과시하거나 그냥 저지른 경우(25%) ▷분풀이와 스트레스 해소(23.5%) 등이 뒤를 이었다.결국 많은 경우 정신병적 원인과 사회적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일종의 '분노 범죄'인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됐다.'불평등 트라우마'라는 책에서 리처드 윌킨스와 케이트 피켓은 "불평등이 사람들의 감정과 사회의 본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들이 세계정신의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비교적 평등한 나라에 비해 정신질환 비율이 3배까지 높았다. 특히 소득 격차가 큰 사회에서 조현병이 더 흔하다는 연구도 있다. 50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소득 상위 1% 인구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증가할수록 환각, 망상 심리, 사고 조종 망상 등을 경험하는 인구가 증가했다.이번 사건이 벌어지자 많은 언론과 시민들은 조현병에 집중했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만연한 불평등으로 인한 분노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는 어느 누구나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을수 없다.결국 모두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방법은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떠밀어내 홀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이들을 껴안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최고의 안전망이다.

2019-04-25 16:07:09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펠레와 찌질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별명은 '펠레'다.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다. '펠레의 예언은 저주'라는 말처럼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한 인터넷 매체가 손 대표의 징크스를 정리한 것을 보면 '참으로 운이 없는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대선 경선을 위한 100일 민심대장정→북한 1차 핵실험, 2007년 한나라당 탈당→한미 FTA 타결, 2011년 민간인 사찰 농성→연평도 포격 사태, 2016년 정계 복귀 및 개헌 제안→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손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야심 차게 진행한 민심대장정이 얼마나 처참하게 마무리됐는지 밝힌 적이 있다. "민심대장정 마지막 날, 전국의 방송 카메라와 모든 기자들이 나왔어요. 하필 그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어요. 다음 날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왔어요."지지리도 불운한 손 대표에게 2016년 마지막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2년 가까이 전남 강진군 만덕산에서 칩거하던 중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간곡하게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손 대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그만의 정치 셈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하면 자연스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될 것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총선 결과는 예상 밖으로 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으니, 명분과 실리를 날려버린 셈이다. 손 대표가 찬란한 경력과 참신한 이미지를 겸비하고도, 대선 문턱에서 좌절한 것을 보면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그런데, 손 대표가 24일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자, "사보임 해달라는 요청"이라 우기며 교체를 주장했다. 익히 알려진 손 대표의 합리성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행위다. 일부에서 손 대표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민주당과 합당해 대선 후보로 추대될 생각에 '무리수를 둔다'는 말까지 나왔다. 과거 행적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예상은 아니다. '대권욕' 때문에 원칙과 순리를 저버린다면 이언주 의원의 말처럼 '찌질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을지도 모르겠다.

2019-04-25 06:30:00

[관풍루] 여야 4당, 김영란법에 이어 청와대·국회의원은 기소대상에서 뺀 '공수처' 설치에 잠정 합의…

○…여야 4당, 김영란법에 이어 청와대·국회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뺀 '공수처' 설치에 잠정 합의하자 비판 여론 들끓어. 기를 쓰고 권력 쥐고 금배지 달려는 이유를 알겠네.○…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도 형사처벌하도록 올해 상반기 중 법 개정 추진. 평소에 누구에게든 말 곱게 하고 처신 조심하면 법이 대수이겠나.○…찬반 의견 갈린 '팔공산 구름다리' 문제, 올해 첫 시민원탁회의 의제로 뽑아 끝장 토론한다고. 솔로몬이라면 어떻게 결정할지 꼼꼼히 짚어보는 자리로.

2019-04-25 06:30:00

승무
하얀 고깔에 긴 장삼 너풀너풀, 청띠와 홍띠, 코높은 버선신고 숨죽인 무대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춤사위. 우리의 전통춤 승무다. 
얼마전 지역의 한 한복연구소가 마련한 재일동포 위문잔치. 승무를 전수한 한 무용가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무대위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춤을 춘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하다. 객석에 흐르는 긴장된 침묵. ‘속세의 번뇌를 뿌리치고 자유와 희망에 대한 욕망’이라고 했다. 혹자는 ‘죽은자의 넋을 위로하는 행위예술’이라고도 한다.

[박노익의 시선] 승무

하얀 고깔에 긴 장삼 너풀너풀, 청띠와 홍띠, 코 높은 버선신고 숨죽인 무대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춤사위. 우리의 전통춤 승무다.얼마 전 지역의 한 한복연구소가 마련한 재일동포 위문잔치. 승무를 전수한 한 무용가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무대위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춤을 춘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하다. 객석에 흐르는 긴장된 침묵. '속세의 번뇌를 뿌리치고 자유와 희망에 대한 욕망'이라고 했다. 혹자는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행위예술'이라고도 했다.

2019-04-24 18:30:00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대구를 위한 정치는 누가 하나

요즘 대구시민들의 화제 중 하나는 내년 총선 3선 이상 대구 중진 국회의원의 당선 여부다. 4선 의원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수성갑), 주호영 자유한국당(수성을), 유승민 바른미래당(동을) 의원이며, 3선 의원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달서병)이다. 이들 네 의원의 당은 모두 다르다. 가히 '4인 4당 4색'이라 부를만하다.지난 19대 총선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대구 12명 국회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옛 한국당) 소속이었다. 대구는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는 오명을 들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누리당 8명, 민주당 1명, 무소속 3명으로 새누리당 아성이 무너졌다. 이 변화의 중심엔 중진 의원이 있었다. 김부겸 의원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대구에서 처음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으로 주호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현재 대구 국회의원의 정당 구성은 민주당 2명, 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 대한애국당 1명으로 바뀌었다. 일당에서 다당으로 됐다. 대구 정치에 컬러풀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정치 컬러풀 시대'를 맞았지만 시민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들 국회의원의 선수를 높여줬지만 대구를 위해서 한 일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대구를 위해서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의원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크게 키워줬지만 대구는 제쳐두고 중앙정치만 신경쓰다 초선보다 더 일을 안 한 꼴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로만 보면 각 당에서 대구의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단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4선이 되어도 이런데 굳이 선수를 하나 더 늘려준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마치고 2년여 만에 여의도와 대구로 돌아왔지만 지역에서 커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에 부담을 느낀다. 주호영 의원은 올해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정치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도 지역에서의 활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지역 내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3선인 조원진 의원은 3년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만 부르짖고 있다.이들 네 의원은 정파나 개인의 신념에 따라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민들은 대구를 살리는 데 같이 힘을 모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고 싶어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중진들은 정파의 이익을 내려놓고 오롯이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를 키워준 대구시민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국회에 가서 중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내년 총선은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다. 더이상 대구경북(TK) 패싱 당하는 꼴을 지켜볼 대구 시민은 없다. 누가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대구를 위해서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가를 볼 뿐이다. 김부겸, 주호영, 유승민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5선이 된다. 국회의장 후보감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게 된다. 중진 의원들이 대구 발전을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

2019-04-24 17:45:42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최복호패션의 진화적 혁신 전략

1995년쯤으로 기억한다. 3년 간 사회부 신입기자 생활을 마치고, 주간부(당시 매일신문은 전국 일간지 최초로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주간매일'을 발행했다)로 자리를 옮겨 처음 인터뷰한 분이 최복호 선생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예술가적 풍모를 느끼게 했던 첫 인상이 선명하다.그 이후 오가는 행사장에서 가끔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이런 저런 소문은 듣고 있었다.최복호 선생, 좀 더 엄밀히 이야기 하면 최복호패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주)씨앤보코(개인사업자에서 2006년 주식회사 전환)란 이름을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에서 발견하면서였다. 최복호패션과 스포츠융복합산업은 언뜻 서로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생경함의 융복합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이고, 지역 섬유·패션업계의 침체 속에서 최복호패션이 여전히 살아남은 원동력이란 걸 알게 되었다.1975년 양장점에서 출발한 최복호패션은 시대 변화에 맞춰 꾸준한 혁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대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너무 서두르지 않았고, 과격한 변화를 추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세상의 파도에 부응했다고나 할까.1980년대 백화점 시대가 열리면서 대구·서울 등지의 백화점으로 진출했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다진 내공을 바탕으로 2000년 디지털염색기술 발전을 놓치지 않았다. 화가·조각가·스님 등과 협업하며 디자인을 공동연구·개발하면서 직접 원단 프린트 디자인을 한 것이다. 하나의 디자인을 옷, 가방, 모자, 구두, 넥타이, 스카프 등 생활 속 모든 것에 적용한 셈이다. 이렇게 최복호패션은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됐다.물론 다양한 실험과 도전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시행착오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큼 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혁신, 이것이 최복호패션의 DNA인지도 모르겠다.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를 노크한 것은 효과적인 전략이자 도전이었다. 패션과 스포츠융복합산업을 연계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혁신적이었다. 최복호패션의 주고객층인 중년 여성에게 걸맞는 스포츠웨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 착안이었다. 기존 고객의 니즈에 충실하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더군다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리스크도 줄일 수 있었다.이렇게 (주)씨앤보코는 2017년 요가·필라테스·조깅복 등 93점을 개발했고, 2018~2019년에는 비치웨어, 리조트웨어, 간편 여행복 58점을 잇따라 출시했다. 자연스럽게 매출은 늘었고, 10명의 추가 고용을 창출했다.흔히 '혁신'을 이야기하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생각한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버리긴 쉽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섣부른 '창조적 파괴'는 '참담한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어쩌면 최복호패션의 변신처럼 세상의 흐름을 타는 '진화적 혁신'이 현실적인 중소기업 혁신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9-04-24 16:03:0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TK의 노히트 노런

며칠 전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와의 경기에서 3년 만에 '노히트 노런' 기록이 나왔다.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는 9회까지 12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단 하나의 안타와 점수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14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노히트 노런이 어떤 진기록인지는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1984년 해태 방수원이 제1호를 달성한 이후 정규 리그 경기에서 오직 14명만 이름을 올렸다. 1996년 정명원(현대)의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까지 포함하면 15명이다. 선동열도 이 고지에 고작 1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박철순과 최동원도 밟지 못한 영역이다.한국프로야구 38시즌 동안 무안타 무실점 승리가 14번이면 확률상 2.7년 만에 한 번꼴이다. 하지만 이는 그냥 평균치일 뿐이다. 1988년과 1993년, 한 해 두 번씩 기록한 반면 2000년 송진우 이후 국내 투수의 노히트 노런 계보가 끊긴 지는 벌써 20년이다.초점을 상대에 맞춰보면 노히트 노런은 낭패감의 다른 이름이다. 영봉패는 그렇다 쳐도 1루 베이스를 밟은 한화 선수가 고작 3명뿐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그림이다. 이날 한화는 삼성에 23안타로 16점을 내주고 대신 볼넷 1개, 몸에 맞는 볼 1개, 1루수 수비 실책에 따른 진루가 전부였다. 대기록이 두 팀의 명암을 가른 것이다.이런 상황은 야구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구경북의 처지 또한 대기록의 짙은 그늘에 놓인 신세다. 최적 입지인 경주를 제쳐두고 원전해체연구소가 부산울산의 본원, 경주 분원 구도로 결정된 것도 야구로 치면 사구(死球)쯤으로 보면 된다. 앞서 부산·세종에 귀착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이나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 등도 헛물만 켰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토 움직임까지 포함하면 사면초가다.이대로라면 PK만 챙기는 정부의 편향된 결정이 대구경북에 영봉패의 치욕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부터 분발해야 한다. 지금 대구경북은 노히트 노런 대기록에 치여 풀이 죽은 한화 이글스와 같은 처지다. 더 큰 위기의식이 없다면 진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2019-04-24 06:30:00

[관풍루] 김정은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란 모욕에는 묵묵부답이던 여당과 청와대가…

○…김정은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란 모욕에는 묵묵부답이던 여당과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발언에는 발끈. 누가 우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우리 경제 곳곳에 경고음이 들린다"며 "정부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 정부 곳간이 무슨 화수분인가!○…'허리 통증 호소'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여부 두고 구치소 방문 조사를 하는 등 여권이 고민을 거듭.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걱정은 매한가지….

2019-04-24 06:3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시각과 전망] 文정부가 집도하는 문화(文禍)혁명의 끝은

구한말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쓴 황현(黃玹)은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보고 "조선은 미친 사람들이 날뛰는 귀신의 나라"라고 했다. 요즘 한국의 돌아가는 꼴도 구한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부 얼치기 좌파들의 국정 농단을 보면 그렇다.문재인 정권은 5월 임기 3년 차를 맞는다. 국민적 환호와 함께 호기롭게 시작한 2년 전의 도전과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우리 사회엔 긍정과 통합보다는 부정과 적대의 기운이 가득하다. 정권 차원의 역사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온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문 정부는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을 독식하고 사법부와 언론을 재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20년 집권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만큼 민심은 차갑다. 이른바 촛불 민심으로 타오른 정치 동력과 명분을 2년도 안 돼 소진한 것은 정권 자체의 무능과 무정견 외엔 설명이 불가능하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집권 후 시간이 갈수록 다수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선택적 편향이 오히려 더 심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국격에 흠집을 남길 정도로 형식과 내용에서 총체적 부실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자화자찬이다.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문 정부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애써 강변한다. 국민을 속이는 궤변이다.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의 근본적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는데도 아전인수식 진단으로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마치 고장 난 시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젠가는 시간이 맞을 것이라 우기는 것과 똑같다.세금으로 급여를 주는 가짜 일자리만 급증하고, 소득세를 내는 진짜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고용 개선'이라고 우기고 있다. 미세먼지, 산불 등 문제만 생기면 추가경정예산을 퍼붓는 빌미로 삼고 있다.사법부 코드화와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 노골적이고 국민의 소리에는 귀닫고 있다.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무상복지를 남발하면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들어대고 있다.지난 세기가 특권과 반칙의 100년이라는 황당한 역사관, 자신들만 정의라는 독선으로 문 정부가 펼치는 정책마다 재앙을 잉태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재인 그룹에 의한 문화(文禍)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다. 마치 중국 마오쩌둥 시절에 있었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처럼 말이다.과거에는 특정인에 의한 국정 농단과 장막이어서 일거에 제거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상 변화를 지각하지 못하고 편향된 특정 성향 그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권력 핵심에서 독선과 편향이 심해지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주장하고 있다. 권력자의 독선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경제가 어려우면 이것은 더 가속화된다. 민심의 바다는 변덕스럽다. 권력의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금방 뒤집기도 한다.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난장판'을 벌여도 '문제 없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우기는 짓거리나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몰아가면서도 여당 대표란 자가 국회 의석 300석 중 24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국민 무시 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문화(文禍)혁명'이 그 끝을 보이는 것 같다.

2019-04-23 17:16:12

서광호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일자리 부양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을 고민할 때

최근 대구 지역 일자리 지표가 개선됐다. 무엇보다 청년 취업자가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통계청의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가 전국에선 1.1% 증가한 가운데 대구는 16.2% 늘었다. 3월 기준 대구의 20~29세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는 2017년 -3.0%, 2018년 -8.6%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올해 14.2% 증가로 반전됐다.이는 정책을 청년에 집중한 덕분이다.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추진하는 '지역 고용혁신 프로젝트'의 지난해 취업 실적 인원 1천20명 중에서 29세 이하는 494명(48.4%)이다. 30대 실적도 228명으로 전체 취업 실적 중 70.8%가 청년층에 집중됐다.고용의 질도 일정 부분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취업자가 한 해 사이 57만1천 명에서 60만 명으로 5.1% 늘었다. 같은 기간 임시근로자는 줄었다.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만 취해 있기에는 위험 요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주로 제조업에 근무하는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해마다 감소 추세이다. 2017년 3월 17만7천 명에서 이듬해 16만7천 명으로, 올해는 16만 명으로 줄었다. 매년 4~6%씩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전환과 '스마트 공장' 등 설비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최근 암울한 소식이 또다시 들렸다. 이달 초 한국고용정보원이 밝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취업자 수가 사상 최소를 기록했다. GDP 10억원을 생산할 때 필요한 취업자 수가 16.79명에 그친 것이다. 1990년 43.1명이던 게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29.6명으로 급감했고, 2009년 이후부터는 10명대에 머물고 있다.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일자리가 과거처럼 많이 늘지 않는 상황이다. 고용 비중이 큰 40대 취업자가 줄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지역 제조업을 지탱해온 자동차부품 업체의 침체와 더불어 생산 현장에서 설비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경기 상황과 별도로 '일자리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의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 일자리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가령 수직 계열화된 자동차부품 협력업체의 구조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시대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일자리 문제를 더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나이별 고용 상황뿐만 아니라 산업별 현황과 전망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직업별, 종사자 지위별 변화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노후한 산업구조에 대한 진단 없이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하다 보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해법도 어긋날 수 있다.제조업에 고용을 의존하기보다 서비스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서비스업에서 창출하는 취업자 수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19-04-23 16: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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