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조망(眺望) 효과

스핀오프(Spin-off)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기존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파생 작품 또는 파생 기술을 뜻하는 용어다. 특히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발명품 중 우주과학 기술의 산물이 많은데 정수기나 전자레인지, 화재경보기, MRI, CT, GPS 등이 그런 예다. 바로 우주과학에서 이전된 파생 기술 즉 스핀오프다. 인간의 달 착륙도 마찬가지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신무기 개발 경쟁이 부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961년 5월 25일,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내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1972년까지 25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아폴로 프로젝트'다. 달 착륙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통해 미국이 얻으려 한 것은 바로 무기 기술의 고도화다. 한발 앞선 소련의 로켓 기술력과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국의 우위를 되찾겠다는 반전 카드였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렸다.앞서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는 생소한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을 달 궤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몇몇 우주인을 빼고는 여태 아무도 보지 못한, 사람이 사는 땅의 모습이었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극적인 조망 효과를 주는 장면은 일찍이 없었다.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의식 상태를 뜻하는데 높은 곳이나 시야가 트인 곳에서 전체를 조망할 때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이런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이 바로 우주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이름 지었다. 만약 광대한 우주에서 한 점 티끌보다 작은 지구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강렬한 체험의 크기만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인생관과 삶, 생명에 대한 의식까지.2018년의 마지막 날에 섰다.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보며 겸허한 반성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다짐의 진폭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조망 효과다. 밝고 희망찬 새해는 차분히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2018-12-31 06:30:00

[관풍루] 미국 NBC 방송과 정보기관, 북한 핵 공격력 계속 확충 사실 거듭 확인

○…미국 NBC 방송과 정보기관에서 북한의 핵 공격력 계속 확충 사실을 거듭 확인. 중국 러시아도 비핵화 안 믿어. 한국 정부의 김정은 짝사랑만 눈물겹구나!○…문 대통령, '흔들림 없는 국방태세 점검' 취지에서 전방 신병교육대 방문하고 장병들 격려. 적이 사라지고 없는데 국방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대구 동구문화재단 파행 운영 둘러싸고 의회와 구청 충돌이 감정싸움으로 비화. 예술이냐 사업이냐의 공방이 이판사판이 될까 걱정.

2018-12-31 06:3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힘겨웠던 2018년, 한반도 명운 걸린 2019년

교수신문이 전국 교수 설문을 통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처럼 정부, 국민 가릴 것 없이 '짐은 (참으로)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분단 이후 올 한 해만큼 한반도 정세가 격동기를 보낸 때는 없었다. 그러나 돌고 돌아 여전히 정세는 안갯속이다.금방이라도 북의 핵무기와 핵물질이 폐기되고, 북한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한반도에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봄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지만 북 비핵화는 본격적인 협상 궤도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며 북 비핵화가 급진전하고 북미, 남북관계가 평화의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협상 결렬 시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시도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전환기로 기록될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달렸다. 그래서 2019년이 올해보다 더 중요한 한반도 운명의 해다. 내년엔 역사의 새로운 물줄기를 남·북·미가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경제는 어땠나.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지수는 더 내려갔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최저임금 폭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더 늘었다.일부 지역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서민들을 더욱 좌절에 빠트렸다. 서울 강남에선 99㎡(30평)대 초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원을 훌쩍 넘겨 이 집 저 집에서 한숨이 나오고 부부 싸움도 잦아졌다.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 강국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산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생산 능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암울하고도 엄중한 한국 제조업 위기의 현주소다.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위기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국민 다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문 정부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무너짐과 동시에 문 정부의 제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과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그 열렬했던 지지도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다.2019년 국내 경제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2017년 3%를 넘었던 실질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7%대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는 1천500조원을 넘은 데다 금리 인상 분위기로 내년에는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국내외적 상황을 봤을 때 2019년은 문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도전과 시련의 해가 될 것이다. 내년에도 조야하고 엉성한 정책들로 인해 서민들의 민생이 내팽개쳐지거나 등한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도 예상된다.가혹한 시련이 오더라도 세상은 살 만하고, 또 잘 살아야 한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선생의 '설날 아침에'라는 시가 와 닿는다.

2018-12-30 17:55:4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북한의 성탄 예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유로 개인적 신앙심 이외에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주장한다. 그 요지는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의 기독교인들을 당시 한창 발흥하고 있던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의 대항 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황제 권력의 강화에 이용 가치가 높다고 봤다는 것이다.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이단 박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르타고의 도나투스파 탄압이다.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 공인 후 황제는 하느님과 교회의 권위에 의해 임명되며 인간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나투스파는 교회 내에서의 이런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성스러운 것은 황제와 교회가 아니라 어떤 세속적 타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실한 믿음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새로 뽑힌 카르타고 주교 카에킬리아누스를 앞세워 이들을 무참히 박해했다.러시아 혁명 후 러시아정교회는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혁명 당시 교회는 4만6천457개, 수도원은 1천28개였으나 1939년에는 100개에서 1천 개 미만으로 격감했다. 이 과정에서 사제 80%가 처형되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죽었다.1941년 6월에 터진 독소전쟁으로 이런 탄압이 끝나고 스탈린은 정교회 지원으로 돌아선다. 그 이유는 국민의 꺾이지 않는 신앙심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1937년 인구조사다. 여기서 국민의 57%가 여전히 신앙인이라고 대답했다. 스탈린은 대독(對獨) 저항을 위해서는 국민 총동원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정교회가 해줄 것이라고 본 것이다.북한 민족화해협의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려명'이 26일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사탄 무리들의 방해 책동으로 흐려지지 않도록 평화의 별이 걸음걸음 비춰주기를 기원하는 축복기도가 있었다"며 북한 내 교회에서 성탄절 예배가 진행됐음을 공개했다.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내보이기 위한 제스처다. 정치적 목적에 종교를 이용하는 불순한 의도를 여기서 다시 본다.

2018-12-29 06:30:00

[관풍루] 경제 한파와 정치 혐오 풍조 만연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마다 후원금 모금 비상

○…경제 한파와 정치 혐오 풍조 만연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마다 후원금 모금 비상. 연극이 수준 이하인데 유료 관객이 몰릴 리 만무하지!○…대구시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인 여성국장 5명 시대 개막 이어 4급에도 4명의 여성 간부 발탁 인사 단행. 여풍(女風)당당이 시민행복으로 이어지길….○…인구 1만7천여 명의 영양군이 조직개편 통해 과(課)에서 국(局) 체제로 전환하면서 도(道) 임명 부군수 자리 '흔들'. '영양공화국' 선포인가?

2018-12-2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옛 그 철길 걷는 날

'간도로 가는 유랑농민(流浪農民) 차림으로 3등 차에 올랐다. 겨우내 입고 나무하던 허름한 농민 옷 솜 속에 지폐를 펴서 넣고 전대에 넣어 허리에도 두르고…두루막에 수건을 머리에 동이고…괴나리봇짐에 보따리도 하나 들고 흡사 유랑농민 그대로 아무 환송하는 사람 없이 쓸쓸히 차에 올랐다.'100년 전인 1918년 2월, 옛 대구은행원 이종암은 대구 집을 떠나 왜관에서 숨어지내다 미리 마련한 군자금을 숨겨 허름한 옷차림으로 3등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당시 일제의 극심한 농촌 침탈로 살길을 찾아 중국 간도로 떠나는 가난한 백성은 숱했고 일제도 이를 더욱 부추기던 즈음이라 엄한 감시도 잘 피했을 터이다.일제가 1905년 개통한 경부선 열차로 그가 100년 전, 서울 지나 경의선을 타고 국경 넘어 중국으로 망명했듯이 옛 철도엔 독립운동가들의 숱한 애환이 깃들게 됐다. 일제엔 한국 침탈과 자원 수탈의 수단으로, 또 중국 대륙 침략 군대와 물자를 옮기는 수송의 철길이었겠지만 항일 지사들은 되레 독립운동에 쓴 셈이다.그렇게 전국의 백성들은 살길과 광복을 위해 생사를 던져 국경 건너 남의 땅 중국 남쪽 상해로, 북경 밖 고비사막 지나 몽골로, 연해주와 극동을 거쳐 동토(凍土) 시베리아와 멀리 유럽까지 험난한 여정에 나섰다. 여운형과 서영해, 몽골의 은인(恩人) 의사(醫師) 이태준 같은 뭇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기록을 보면 더욱 그렇다.우리가 남북 강산의 통일을 애끊게 소원처럼 노래 부른 까닭도, 끊어진 남북 철도와 도로가 다시 잇기를 바라는 마음도 한결같다. 강산을 둘러싼 외세로 허리 잘린 역사도 통곡할 만한데 이제 우리끼리마저 갈래로 찢겨 다투며 날을 새는 판이니 오죽할까. 이제는 달라질 때도 됐지 않은가.마침 지난 26일 남북과 중국, 몽골, 러시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곧 땅을 파는 착공의 속도전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뤄졌지만 감회는 남다르다. 철도나 도로, 뭐든 뭍길을 잇는 날, 군자금을 숨긴 괴나리봇짐이나 전대도 없지만 옛 그 길을 마냥 걷고 싶어서다.

2018-12-28 06:30:00

한윤조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사람을 갈아넣는' 경제는 그만

찰스 다윈의 1859년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든 생물의 행동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원칙에서 시작한다"고 설파했다. 도킨스에 앞서 '적자생존'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이도 있었다. '생물학의 원리'(1864)라는 책을 쓴 허버트 스펜서다. 그는 '적자생존' 이론을 자연과학을 넘어 사회과학, 특히 경제 이론에 접목시켰다.동물의 진화를 설명한 이들의 과학 이론은 경제 논리에도 상당 부분 '이용'됐다. 이들이 원한 바는 아니었을 테지만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에 생물학적 이론이 자주 동원되는 탓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이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원리고,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극단적 이기심에 일종의 면죄부마저 제공한다.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돈'은 사람을 배신했다. 급기야는 돈을 위해 사람이 죽는 처연한 풍경이 일상화했다. 올 한 해 읽은 수많은 기사 중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게 만든 표현이 있었다. 바로 '사람을 갈아 넣는'이라는 수식어였다.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현장에 사람을 혹사시키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표현이다.비용을 줄이기 위해 2인 1조의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고 혼자 근무하다 참변을 당한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건은 돈의 논리에 사람의 목숨이 희생당한 대표적 사례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사람을 희생시켜 돈을 버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빨리빨리'를 외치는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피 튀기는 전쟁터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음식업 배달원의 산재 사고 사상자 규모는 8천447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64명이다. 이마저도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당일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배송시장도 '사람을 갈아 넣는' 대표적 업종 중 하나이고, 밤샘 노동이 기본이지만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게임산업, 기술교육 등을 명목으로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며 혹사당하기 일쑤인 미용업계, 여전히 '태움'을 강요하면서 살인적인 업무와 열악한 처우를 감당해 내고 있는 간호사 문제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사람을 희생시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악한 경쟁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인류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온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이타적인 협력 행위라는 사실이다.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무한경쟁만 벌였다면 이미 오래전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최근 '수축사회'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사회경제 현실을 진단한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은 "자크 아탈리 등 석학들이 주장하는 지구촌 차원에서의 공생과 이타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축사회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며칠 전 본 영화 '더 포스트'에서 워싱턴포스트지의 사주였던 캐서린의 남편은 신문을 두고 '역사의 초고'라고 했다. 2019년에는 제발 역사의 초고인 신문 지면에 더 이상 돈을 위해 '사람을 갈아 넣는' 기사가 쓰여지지 않고 '공존'의 사례가 가득 기록되길 바란다.

2018-12-27 17:41:47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국적기와 국격

얼마 전 만난 일본인 친구와의 '대한항공'에 대한 일화다.일본 방문을 우리나라 국적기인 "Korean Air(대한항공)를 이용했다"고 이야기하자, 친구는 "그런 항공사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한참을 설명하자 그는 마침내 기억났다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아하, 나츠 레땅 에어라인?" 하는 것이다. 4년 전 대한항공 오너가(家) 2세이자 부사장인 조현아 씨가 땅콩을 건네주는 승무원의 자세를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한 덕에 비행기가 회항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빗댄 것이다. 영어 발음에 능숙하지 않고, 다른 나라 말을 변형하는 데 익숙한 일본인답게 대한항공을 'Nuts Return Airline'으로 변형하고, 이를 다시 일본인 발음으로 '나츠 레땅 에어라인'으로 부른 것이다.대한민국 국적기가 일본인에 의해 '나츠 레땅'으로 불리는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너희 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비하적 태도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회항 사건은 분명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갑질 문화'의 산실이다. 갑질 행위는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들이 공항만 가면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다.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보좌진을 향해 시원하게(?) 밀어버린 '노룩 패스'(다른 곳을 보면서 패스하는 행위) 논란에,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국내선을 이용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최근 또다시 정치권에 공항 사태가 크게 터졌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직원과 승강이를 벌인 것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던 김 의원은 크리스마스날인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하지만 불과 이틀 전까지 김 의원은 "사실이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돼 있다.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법적 판결이 나 봐야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질 수 있겠으나 문제는 위정자가 젊은 직원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이를 정치권이 활용해 야당의 공세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또다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일본인 친구를 만나면 또 우리 국적기를 '아이디 까-아도 에어라인'(ID card Airline·신분증 항공사) 정도로 비꼬면서 이야기할 것 같아서다.

2018-12-27 16:31:09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권력의 타락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영국 역사가 존 달버그-액튼이 19세기에 남긴 유명한 말이지만, 행동심리학자들은 이 명언을 입증하기 위해 숱하게 실험했다. 대처 켈트너 UC버클리 교수의 '쿠키 몬스터'(cookie monster)라는 실험이 흥미롭다.'실험 대상 3명을 한 조로 묶어 임의로 1명에게 리더의 자격을 부여하고, 과제를 할당한다. 작업 시작 30분 후에 갓 구운 쿠키 한 접시를 제공한다. 접시에 담긴 쿠키는 4개. 3명이 쿠키 1개씩 먹고, 남은 쿠키는 누가 먹을까?' 대부분 리더로 지목된 사람이 먹는다. 남들은 1개씩밖에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리더 자신은 거리낌 없이 2개를 가져간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리더들은 쩝쩝 소리를 내며 먹거나 부스러기를 흘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켈트너 교수는 대학, 의회, 스포츠계 등을 상대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지위가 올라갈수록 점차 나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했다. 권력을 얻기 전에는 으레 선한 행동, 관대함과 공정성, 나눔 등의 행태를 보이지만, 권력을 얻으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결론이다. 권력자의 타락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24세 보안 근무자에게 '갑질' 논란을 벌인 것은 권력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고 겁박하는 것으로 부족한지, '이리저리 전화 걸고, 사진까지 찍은 것'을 보면 비열함의 극치다.그가 젊을 때도 이랬을까. 김 의원 블로그를 보면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 함께 3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고 쓰여 있다. 아마 학생운동, 재야운동 때에는 그런 비열함을 드러내지 않았고 두루 민중을 사랑했을 것이다.청와대가 전 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을 두고 '6급 주사' '미꾸라지'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권력이 서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권력 앞에선 진보나 수구 세력이 똑같다. '인간이 제대로 돼야…' 하는 옛말이 생각난다.

2018-12-27 06:30:00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보름 전 아들이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발표가 난 다음 날 출발해 6박 7일 일정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부모 동의 체험학습이라는 형식인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신청하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학기 중에도 자녀들의 단독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은 이전에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아이들끼리만 이렇게 여러 번 여행을 보냈지만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도 않을뿐더러, 치안이 선진 어느 나라 이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세계 제일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나라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그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주, 우리나라 강릉에서는 고3 학생들 여럿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학생도 있다지만 몇몇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내 아들 또래일 학생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왔다.그 학생들도 내 아들처럼 고3 시간의 마지막을 위해 추억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여행을 허락하고 펜션까지 예약해준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내 나라 안에서 여행을 하던 아이들은 목숨까지 희생당하고 말았다.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학생들만은 아니다. 그리 멀리 볼 것도 없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도 여기저기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었다.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꿈 많던 24세 청년이 심야에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을 거뒀다. 달리던 KTX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도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빌딩에서는 붕괴 위험이 발견돼 입주자들이 한겨울 길바닥으로 쫓겨났고, 뜨거운 온수관이 터져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독감 치료용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사고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한 한 달이었다.2인 1조 근무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 사고 당시 그 청년의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철로 선로전환기의 신호 설계를 처음부터 꼼꼼히 체크했더라면, 빌딩의 시공이 설계대로 잘 되었는지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더라면, 의사와 약사가 약의 부작용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보일러 배관 연결을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안전이 무너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만시지탄이다.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러 가지 사고로 가슴이 많이 아팠던 2018년이었다. 며칠 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년도 지났다. 수십 명의 목숨과 바꾼 교훈이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 인재(人災) 같은 후진적 단어들은 떠나보냈으면 좋겠다. 새해엔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은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맞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2018-12-26 18:05:5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불자동차' BMW

올해 92세인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씨가 자신의 건강 비결은 'BMW'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BMW를 자주 탄다. B는 버스고 M은 메트로(지하철)이고 W는 워킹이다. 그래서 BMW라고 하는 거다."BMW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BMW는 원래 항공기 엔진 업체였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에 쓰이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패전 이후엔 군수품이란 이유로 생산이 금지되기도 했다. BMW는 모터사이클로 재기했고, 1928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BMW의 지난해 판매량은 자동차 246만3천500대, 바이크 16만4천 대로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조원에 달했다.이런 BMW가 한국에서는 '불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불자동차란 의미가 불을 끄는 소방차에서 불이 자주 일어나는 BMW를 일컫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 올 상반기 등록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BMW가 1.5건으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1위다.BMW 화재 원인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차량에 엔진 설계 결함이 있었으며 회사 측은 이를 알고도 은폐 축소하면서 리콜을 지연시켜온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BMW 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고 늑장 리콜에 대한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화재 사고 원인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제작사의 설계 결함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BMW로서는 설계 결함은 치욕적이자 치명적이다. 설계 결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BMW는 설계 결함은 아니라며 정면 반박했다. 양측 모두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어서 앞으로 첨예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 지인이 몇 해 전 장성한 자녀로부터 생일 선물로 BMW 자동차를 받았다고 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BMW가 불자동차란 불명예를 떨쳐버리지 않는 한 부모에게 BMW를 선물하는 자녀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송해 씨도 요즘엔 BMW를 탄다는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2018-12-26 06:30:00

[관풍루]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 "정부 무능·불통 탓에 바닥 민심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자평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 "정부 무능·불통 탓에 바닥 민심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자평. 물꼬 텄다고 그 물이 꼭 자기 논으로 흘러든다는 법은 없지.○…신분증 확인 놓고 공항 소란 일으킨 김정호 의원 닷새 만에 근무자에게 사과. 갑질 주체 드러났으니 한마디~ '김정호 씨, 국회의원 처신 똑바로 하세요.'○…'환각 증세' 부작용 보고된 타미플루 복용 후 부산 여중생 추락사해 논란 커져. 독감 예방하려다 자칫 사람 잡을 판이니 약(藥)의 패러독스네.

2018-12-26 06:30:00

김지석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울릉도의 설움

시인 유치환은 1948년에 발표한 시 '울릉도'에서 울릉도를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애달픈 국토의 막내'로 표현했다. 멀리 떨어진 국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 문학평론가들은 유치환이 8·15 이전에는 생의 허무함과 운명에 도전하는 시를 주로 썼으나 광복 직후에는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조국의 앞날이 밝기를 노래했는데 울릉도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보았다.70년 전 울릉도는 말 그대로 절해고도였다.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되다시피 한 삶을 살았고 화산섬이 빚어낸 자연과 고유의 기후와 식생 속에서 독특한 생활 양식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왕래 배편도 늘어나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 고립감을 덜 느끼지만, 계절적으로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파도가 높아 배편의 결항이 잦다. 이 시기에 울릉 주민 중 일부는 포항 등지에 나와 생활하기도 한다.1만여 명이 사는 울릉도는 기이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도동항 입구에 우뚝 서 있는 기암괴석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많이 다닌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의 자연에 반해 눌러앉아 살게 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장희의 홍보 덕분인지 몰라도 울릉도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청정 지역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행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2015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출자자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이 투자해 디젤발전 중심의 울릉군 하루 전력 사용량 19㎿를 지열 12㎿, 풍력 6㎿, 수력·태양광발전 1㎿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15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이 거론되면서 사업이 중단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북도는 지열발전을 풍력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비 140억원과 도서 지역 전력거래단가 우대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이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고 전력거래단가 정책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정부의 논리가 일견 타당하지만, 왠지 매정한 듯하다. 울릉도는 지금까지 발전사업에서 많이 소외되고 설움을 겪었다. 울릉일주도로가 최근 개통했지만 착공한 지 55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2016년에 정부가 사동항 2단계 항만계획 사업 중 여객선 접안시설을 취소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되살린 것도 그러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데 묵살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전 정권에서 계획된 사업이어서 외면받았다는 뒷말도 무성하다.울릉도가 그간 소외당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해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민간출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지원하고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든지, 순수 공적 사업으로 전환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적용,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경우가 좀 다르더라도 많이 소외된 지역을 배려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이 재고되어야 한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의 애달픔을 달래주면 좋겠다.

2018-12-25 16:18:55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예고된 위기, 2019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산업계의 애로 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소통은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 내로남불식 적폐 타령,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안보조차 다 버린 듯한 저자세 남북대화 등으로 서민 경제는 물론이고 국민의 정신건강까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말씀이 채 마르기도 전에, 고용노동부는 '실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까지 근로시간으로 간주해 최저임금액을 산출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겨우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은 포함하고 약정휴일을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경영계의 한탄이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2019년 어떤 식으로든 일부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서민 경제의 현실은 '탁상 이념 정책'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물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처럼 흉내만 낼지, 실제로 현실을 반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관계없이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나 노동자나 청년이나 알바생이나 모두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최근 기계부품업체를 경영하는 대표를 만났다. "요즘 많이 어렵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정말, 어렵습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거든요. 그런데 젊은 직원들은 '언제 어렵지 않은 때가 있었냐'라며 무덤덤한 반응입니다. 작업 중에 스마트폰으로 딴짓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막을 도리가 없죠. 갑질로 비칠 테니까요."그래도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IMF 이후 다진 내실 경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신규 채용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기업이 떠나고 사라지는 대한민국, 예고된 진짜 위기가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2018-12-25 10:07:15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맞으면서 어딜 간다는 건지

마라톤은 인간이 만든 스포츠 중 가장 이상한 게임이다. 40㎞가 넘는 거리를 줄곧 달려 체력의 바닥까지 확인하는 고약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달리기를 선택한다. 자신과 싸우고 극한의 거리와 다툰다는 매력에 이끌려서다.끈기와 오기는 마라톤의 핵심 가치다. 이런 가치를 가슴에 달고 결승점에 닿으려면 컨디션 조절과 경기 운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제 역량을 넘어서는 오버 페이스는 치명적이다. 빼어난 건각도 페이스를 잃으면 다리가 꺾인다. 요즘 마라톤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도 풀코스 마라톤 선수와 다르지 않다. 가치와 목표라는 상대와 끊임없이 다투기 때문이다. 가치는 철학에 기반하고 목표는 공동선과 공익에 수렴한다. 말하자면 정치 행위는 선의의 시체들로 어지러운 지옥 가는 길을 피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목표가 수단을 언제나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마키아벨리도 말하지 않았나. 가치나 선의, 목표가 절대적이라면 특정한 상황에 적합한 방법이 다른 조건하에서는 재앙일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내년은 올해보다 경제 사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얼마 전 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경제를 이끌어왔으나 3~4년 뒤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몸을 움츠리고 국민은 다급하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목을 빼고 기다려도 정부에게서 솔루션을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기업 형편도 그렇지만 팍팍한 민생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근심은 천근만근이다.정치에서 부패와 독선, 무능은 이음동어다. 이는 경제적인 결과를 낳는 정치 문제로 퇴보의 지름길이다. 기회가 사라지고, 혁신은 무산되며 기업가 정신과 투자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가치와 포용, 선의의 방패가 아무리 두꺼워도 현실의 날카로운 창을 막아내기가 어려운 게 이치다.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20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60개월의 꼭 3분의 1이다. 국가 경영을 책임진 리더로서 증명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은 촛불의 염원으로 세운 국가 지도자의 이상과 민생의 현장이 서로 간극을 드러낸 난국이다. 가치 지향의 오버 페이스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억누를 건 누르고 미룰 건 미뤄야 하는데 대통령이 가치의 절대성만 좇은 탓이다. 개혁의 명분에 집착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로 궁지에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맞으면서 가겠다"는 집단 오기로 충만하다. 현 정부 DNA에 돌연변이는 없다는 지독한 고집이다.지도자의 평가에서 도덕성과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만한 인품은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지혜로움이다. 아무리 호감 가는 지도자라 하더라도 분별력이 떨어지면 큰 흠이다. 잘못된 길이라는 판단이 서면 냉정한 결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고 결정을 미루거나 반전의 시늉만 한다면 목표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성장한다면서 역성장하고, 혁신의 구호 뒤에 규제의 벽은 더 두터워지는데 과연 포용국가가 제자리를 잡을 지는 누가 더 잘 알겠나.

2018-12-2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아우성의 나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 유치환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렸다. 청마의 깃발은 소리가 없는 아우성이어서 더 울림이 크다. 청마는 간파했다. 인간은 이상향에 대한 간절한 동경을 품고 있지만, 갈 수 없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것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역설한 것이다.그렇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은 이데아계와 감각계에 동시적으로 관여하는 중간자"라고 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수학자인 파스칼도 유명한 명상록 '팡세'에서 "인간은 신과 동물의 중간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이념과 제도를 내세워도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를 보면 그렇다. 천사도 짐승도 아닌 내 스스로를 들여다봐도 그렇다.우리 국민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보다는 이상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에 기우는 경향이 짙다. 시위와 집회로 지새우는 어제와 오늘이 그 방증이다. 촛불 정권의 업보 때문인가,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올해 들어 각종 집회와 시위가 그전보다 57%나 급증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올 한 해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가 6만7천 건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중에서 약 10%가 민주노총의 집회라고 한다. 모든 분야에서 모든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시·공간도 가리지 않는다. 법과 질서의 개념은 도외시한 지 오래다. 각자의 목소리가 극과 극을 이루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방불케 한다.다양한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민주정치가 아니라, 저마다의 악다구니가 소음으로 증폭되는 중우정치(衆愚政治)가 횡행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한국을 '시위 공화국' '아우성의 나라'라고 비꼰다. 평범한 일상조차 보장받지 못하니 '이게 나라냐'는 자조적 통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목소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얼마나 더 투쟁하고 얼마나 더 쟁취해야 직성이 풀릴까. 이러다가 '깃발'마저 부러질 판이다.

2018-12-25 06:30:00

[관풍루] 리얼미터 12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 47.1%로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로 내려 앉아

○…리얼미터 12월 3주 차 문 대통령 지지율, 47.1%로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로 내려앉아. 바닥 밑에는 지하실도 있다 하니 더 기다려 보시길.○…북한 노동신문, 국군의 야외 전술 훈련과 '2018 대침투 종합훈련'을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 군사주권을 내준 합의였으니 당연한 수순.○…최저임금 산정 때 주휴 시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키로 확정. 소상공인 여러분, 이제 장사 접으랍니다.

2018-12-25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신한울원전 짓는다 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2년 전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 서면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팩트 시비를 부른 원전재난 영화 '판도라'가 그날 메뉴였다. 그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문 전 대표는 더 나갔다.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쯤되면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경주를 찾아서는 '판도라 영화 보았느냐'며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영화'라고 했다.이후 탈원전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중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4기 건설 취소가 결정됐다. 부지 조성까지 다 끝난 상태로 정지돼 있는 울진 신한울 3·4호기만 어정쩡하게 남았다.탈원전 상처는 컸다. 가장 먼저 원전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해 중국을 따돌리고 어렵게 땄던 22조원짜리 영국 무어사이드원전 우선 협정대상자 지위는 올해 상실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UAE 원전 운영권 일부는 슬며시 프랑스 업체로 넘어갔다. 유력시되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도 난망이다. 반도체처럼 국민들의 10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던 사업이다. 정부는 수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적은 없다. 정부가 탈원전 아닌 에너지전환정책으로 해달라는 말장난을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국내 원전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원자력 핵심 기자재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던 두산중공업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부품 등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들도 문을 닫고 있다. 현재 6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수년 내 사라질 위기다. 이리되면 가동 중인 원전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하는데 도리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탈원전 반대 범국민 운동본부가 발족하고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미세먼지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빈자리를 석탄이나 LNG발전이 파고들었다. 이들은 훨씬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올겨울 들어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라는 말이 유행이다.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모두 0다.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 흔히 중국을 욕하지만 정작 절반 정도는 국내 화력발전에서 나온다.문재인 정부는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이 공약으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탈원전은 '판도라'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치우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다.그나마 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라도 국내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다. 체코에 가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를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했고, UAE에서는 "바라카의 한국원전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탈원전의 과감한 전환이다. 그 시작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선언이었으면 한다. 그 하나면 만사형통이다.

2018-12-2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국회의원 갑질 논란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스웨덴의 국회의원 세비는 9천만원가량이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는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봉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스웨덴 국회의원은 '3D 직업'으로 꼽힌다. 1년에 10개월이나 회기가 이어져 쉴 틈이 없다. 재임 4년 동안 1인당 평균 87개의 법안을 발의할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의원 개인 보좌관이 없다. 소속 정당 정책보좌관 몇 명에게서 도움을 받는다.스웨덴 국회의원은 전용차가 없는 등 특권도 찾기 어렵다. 수도인 스톡홀름에 사는 의원은 버스나 전철,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의원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외 출장 때엔 규정에 따라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일은 고되고 특권은 없는 까닭에 자발적 불출마자가 30%에 달한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 존재다.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하는 일은 없다는 게 국회의원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뜨겁다. 김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공항 직원이 김 의원에게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김 의원이 지갑에 신분증을 넣어둔 채 보여주자 직원은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신분증이 투명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욕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비행기를 타면서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서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다.김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농업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를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호위무사'로 불렸다. 누구보다 특권 없는 세상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한 김 의원이 갑질 논란 한가운데 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2018-12-24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아 취임 첫 '데드 크로스' 기록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아 취임 첫 '데드 크로스' 기록. '수포'(경제)에다 믿었던 '영어'(北)마저 초라하니 성적표 펼치기가 겁나.○…아베 정부,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레이더 겨눴다며 연일 난리법석. 전직 항공막료장도 "흔한 일로 난리 피우지 말라"는데 투정도 길면 잡소리.○…시리아 철수 놓고 트럼프와 반목한 매티스 국방장관 전격 사퇴에 미국 안팎서 우려. 캐디 필요 없고 치고 싶은 대로 치는 '골프광' 트럼프 스타일 나오네.

2018-12-24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거지'의 완장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각설이패가 동냥을 하면서 불렀다는 '각설이 타령'이다. 경상도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타령은 거지라도 남의 도움을 그냥 받지 않고 춤과 노래로 청중에 보답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대 왕조는 전쟁·흉년 등으로 생긴 거지 떼를 사회 불안 요인으로 여겨 동향에 신경을 썼다.거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최초의 왕은 명태조 주원장이다. 자신이 젊었을 때 구걸 행각을 한 적이 있으므로 그 경험을 살려 거지들의 자치단체를 만들고 우두머리로 단두(團頭)를 임명했다. 단두는 잘못을 저지른 하급 병사 출신으로 채워졌는데, 권한이 막강했다. 거지들이 동냥해 온 음식·금품을 공동 수거해 분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지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처벌하는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었다.당시 단두는 타구봉(打狗棒·개 쫓는 몽둥이), 한연관(旱煙管·중국 곰방대) 등을 신물(信物)로 삼았는데,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거지 문파인 개방(丐幇)의 모티브가 됐다. 단두 완장만 차고 있으면 하루 종일 누워 뒹굴다가 동냥해 온 것 중에 맛있는 것만 골라먹으며 거지들의 왕 행세를 했다. 그 정도라면 괜찮지만, 인간의 탐욕은 가히 끝없다. 아이를 잡아다 실명케 하거나 팔다리를 잘라 장애인으로 만들어 앵벌이를 시키는 악행도 일삼았다. 한국의 거지왕 김춘삼은 고아원 설립, 거지·창녀의 결혼 주선 등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중국의 거지왕들은 빌붙어 먹는 '거지 근성'의 정점에 있는 대표적인 군상이다.땀 흘려 돈 벌지 않은 이들은 그 수고로움을 모른다. 월급 받은 적이 없고, 남의 돈을 갖다 쓰기만 한 이들은 일종의 '거지 근성'이 배어 있다. 그런 이들이 완장을 차니 온통 시끄럽다. 노동의 가치·노력에 대한 대가 등은 무시하고 그저 남의 것을 내놓으라고만 한다. 법은 필요 없고 '떼법'만 있을 뿐이다.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수구 세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혼탁한 세상이다.

2018-12-22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트럼프 양서류'

학명(學名)은 학문 연구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위해 생물에 붙이는 분류학적 이름이다.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가 고안했으며 속(屬)명, 종(種)명 순서로 이어 쓴다. 생물 분류 체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가 종, 한 단계 높은 개념이 속이다. 학명은 해당 생물의 발견자가 재량껏 붙일 수 있다. 대체로 유명 인사나 지역의 이름이 붙는데 대통령 이름도 자주 쓰인다.학명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대통령은 오바마이다. 물고기, 이끼, 도마뱀, 기생충 등 모두 9종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다. 이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7종)을 넘는 역대 1위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면 미국 하와이 해안에서 발견된 물고기 '토사노이데스 오바마'(토사노이데스는 일본 연안에 서식하는 물고기 속)이다.이 물고기를 발견한 하와이 비숍박물관의 해양생물학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해양보호수역을 4배로 늘린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렇게 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물고기 사진을 보고 "잘 생긴(nice-looking) 물고기"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생물도 있다. 이를 포함해 대통령의 이름을 딴 생물은 200여 종에 이른다.학명에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이 대개 감사, 칭찬, 현양(顯揚)의 의미다. 올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발견된 바다 딱정벌레의 학명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이름을 딴 '그로벨리누스 리어나도디캐프리오'가 된 것은 그런 예이다.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민간단체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디캐프리오 재단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그렇게 작명했다고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는 정반대다. 중미 파나마에서 새로 발견된 양서류의 학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데르모피스 도널드트럼피'로 정해졌는데 그 이유는 원시적인 형태의 눈을 갖고 있어 앞을 보지 못하는 이 생물의 특징이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닮아서라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난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학명을 제대로 붙인 것 같다.

2018-12-21 06:30:00

[관풍루] 청와대, '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더니 특감반의 전방위 사찰 첩보 보고서 목록까지 등장

○…청와대, '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더니 특감반의 전방위 사찰 첩보 보고서 목록까지 등장. 유전자 감식 비용이 좀 들어가겠구먼!○…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에 비판적 목소리.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겠다더니 손톱 깎아 놓고 비명 지르는 꼴을 봤으니….○…중국몽(中國夢)에 빠진 시진핑 정권, 전 대륙에 크리스마스 관련 모든 이벤트 금지령. 굴뚝을 타고 몰래 들어오는 산타클로스까지 막을 수 있을까?

2018-12-21 06:30:00

사회부 장성현 차장

[청라언덕] 보일러가 고장났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 엄동설한에 보일러가 고장 나다니 이렇게 난감한 일이 없다. 집 안에는 냉기가 감돌고 수도꼭지에는 찌릿한 찬물이 흘러나왔다. 열두 살이 된 낡은 보일러는 팔순 노인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랴부랴 수리를 문의했다. 이것저것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데에만 수십만원이 든단다. 이참에 새 보일러로 교체하기로 했다.보일러는 기깃값도 비싸지만 설치비도 만만치 않다. 반드시 보일러 관련 면허를 소지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가스보일러 설치는 반드시 고압가스 자격증과 온수 온돌 자격증 등 관련 자격증을 갖추고, 가스안전공사의 안전교육을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의 가스시설시공업 허가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한다.보일러를 설치하러 온 설비업체 대표는 강릉 펜션 참사 얘기를 꺼냈다. 10대 청소년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원인으로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 사이로 누출된 배기가스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는 "평소보다 신경이 쓰인다"며 배기관 사이의 연결 부위를 바짝 조이고 실리콘으로 꼼꼼하게 마감했다. 가스 배관에는 비눗방울을 발라 가스 누출 여부도 확인했다. 설치가 끝난 보일러 본체에는 시공자와 시공자 등록번호, 시공관리자 이름 등을 적어 단단하게 붙였다.그는 "강릉 펜션에 설치된 보일러는 분명 무자격 업체나 건축주가 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체 대표의 확신은 단 하루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강릉 펜션에 보일러를 설치한 업체는 가스통 판매 자격만 있고, 가스시설시공업에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업체였다. 십수만원을 아끼려 전문 지식도 없는 업체에 시공을 맡긴 게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배기관과 보일러 본체가 어긋나 있던 것 외에도 무자격 업체의 시공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 강제급배기 방식의 보일러 연통은 끝에 배기구가 있고 주름관으로 된 급기관이 있다. 급기관은 반드시 메인 급배기연통의 위쪽으로 연결돼야 한다. 급기관이 아래로 처지거나 구부러져서도 안 된다. 연통을 통해 결로나 들이친 빗물이 급기관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하지만 사진상에서 본 강릉 펜션의 보일러는 급기관이 약간 옆으로 연결돼 있고, 급기관이 아래로 처져 있다. 급기 통로를 통해 보일러 내부로 물기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거나 매뉴얼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무자격 업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설치한 셈이다.문제는 위험하게 설치된 보일러가 대구에 얼마나 있을지 파악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보일러를 시공해준 업체 대표는 "노후된 단독주택에 설치된 LPG 보일러는 인테리어 업체나 무자격 설비 업체가 보일러를 달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LPG를 연료로 쓰는 대구의 단독주택은 7만2천 가구나 된다.사고가 터지면 누구나 규정 미비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비용을 아끼려는 건축주의 안일한 인식과 연통을 잘못 연결한 무자격 설치업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나 안전 규정 강화는 부차적인 문제다.안전은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사고 예방의 가장 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집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을 한두 번 쓱 살펴보기만 해도 끔찍한 사고는 막을 수 있다.

2018-12-20 19:36:56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팔공산 구름다리

강원도 정선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加里旺山)은 해발 1,561m로 국내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지리산·오대산처럼 산세가 장중하고 바위보다 흙이 많아 육산(肉山)으로 통한다. 원시림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거진 삼림은 가리왕산의 자랑거리다. 2008년 정부가 유전자보호림 구역을 더 확대해 모두 2천475㏊에 이를 정도이니 말 그대로 하늘이 준 선물이다.그런데 가리왕산에 먹구름이 낀 것은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가 계기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가리왕산 중봉에 알파인스키장 건설을 놓고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자연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국책사업과 환경보호 목소리가 극심하게 충돌한 대표 사례가 됐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원상 복원한다는 조건으로 특별법까지 만들어 공사를 강행했다.가리왕산은 주목·자작나무 군락, 이끼계곡 등 훼손 우려 때문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가 조심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활강코스 공사를 위해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기 전에 봐두어야겠다며 등산객 발길이 이어진 것도 그 위상을 말해준다.하지만 올해 말로 국유림 사용허가 만료를 앞두고 최근 가리왕산 생태 복원과 스키장 존치를 놓고 또 의견이 맞서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약속대로 복원하자는 입장이고, 강원도와 스키협회는 2천억원의 예산이 든 국제시설인데 스키장이나 곤돌라 등 일부는 그대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 더 명분과 설득력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지역에서도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을 둘러싼 진통이 크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팔공산 8부 높이에 320m 길이의 구름다리가 놓이면 동식물 서식지 파괴 등 자연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한다. 시는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건설에 힘을 주고 있다. 자연환경의 미래는 현재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서 그 길이 갈린다. 어떤 인공 구조물이든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오른 만큼 내려오는 게 산행의 이치이듯 자연에 한 번 손을 대면 본연의 가치를 잃는 건 피할 수 없어서다.

2018-12-20 06:30:00

[관풍루]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에 대해 '文정부엔 그런 유전자가 없다'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에 대해 '문 정부엔 그런 유전자가 없다'는 청와대. 이젠 정치판에 유전자 감식 전문팀까지 동원되겠군….○…'안전한 나라'를 그렇게 외치던 현 정부 들어서도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끝없이 빈발. 마르고 닳도록 써먹던 세월호 약발도 이제 다 떨어져 가네!○…경북 군위의 시골 농가 화재 현장에서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영주권을 받게 된 스리랑카인 니말 씨. 의로운 일은 국적을 초월해 보상을 받는 법.

2018-12-20 06:30:00

김병구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MB의 4대강 사업과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전

기업 이윤과 부유층 소득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부자의 고소득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결국 서민들도 살기가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보릿고개를 넘긴 1970년대로 막을 내렸어야 했다.부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낙수효과를 부르짖었던 지난 정권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 확대하기만 했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고, 상대적 빈곤은 서민들의 상실감을 키웠다.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이를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분수효과'를 꾀해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중산층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하지만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적절해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세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주는 충격도, 반발도 크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아우성이다.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MB의 조급함은 화를 불렀다. 임기 내에 자신의 '성과(?)'를 완수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내다 보니 수질과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속도전만 다그쳤다.설계를 모두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설계와 시공 병행) 방식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밤에도 공사를 강행하게 하고, 밤새 공사하는지를 폐쇄회로(CC) TV로 감시했다. 결과는 부실시공에다 특정 건설업자들에 대한 특혜, 여기에 따른 관련 공무원 유착, 무더기 구속으로 이어졌다.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실제 적용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제조업체,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300인 이상 사업주는 이제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도한 노동시간 제한이 외려 자영업자와 중소업체를 옥죄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수입이 적은 고용주가 생겨날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생계형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 고용주는 길거리로 나앉거나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는 더 줄 수밖에 없다.정부와 청와대는 이 점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상머리만 지키면서 서민들의 팍팍한 현 실태를 아예 모른 채 '서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으로만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지 답답할 노릇이다.그나마 이제라도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오용으로 일부 귀족노조의 배만 불리고 영세 노동자들만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겠다.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정부가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018-12-19 17:45:06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불법 사찰의 역사

"우리 사회에 권력과 이권을 같이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월례회동에서 강조한 얘기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치고는 강도가 셌다. MB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런 멘트를 날렸는지 설왕설래가 분분했지만 얼마 후 정두언, 정태경, 남경필을 지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MB정권 창업 공신인 이들 3명은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권력 내부 싸움을 벌이던 와중이었다. 누가 MB에게 3명의 비리를 부풀려 보고했을까? 이들을 사찰한 것은 국무총리실 공직지원윤리관실이었지만, 누가 보고한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다수 민간인, 여야 정치인을 사찰해 파문을 일으킨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이어진다.정권의 민간인 사찰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정권 안위에 관련된 일인 만큼 불법 사찰의 유혹은 끊을 수 없는 '마약'과 비슷한 모양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는 사찰이 노골적이고 광범위해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지만, 노무현 정부 때에도 그 강도는 약했을망정 불법 사찰 논란이 있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신시대를 회고하며 정보사찰기관의 행태를 이렇게 기억했다. "유신정권이 정보부, 보안사, 경찰 등 정보원을 많이 거느리다 보니 그들끼리 경쟁이 생겨서 새 정보가 안 나오면 지어내서라도 보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보 활동을 하는 자가 상부의 의중 희망 사항을 알고 구미에 맞게 쓰면 벌써 역기능이 생긴다." DJ의 말처럼 사찰기관이 권력의 보위기구로 움직이면 폐해가 생기기 마련이다.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전직 총리 아들, 은행장, 특정 민간회사 동향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에서 쫓겨난 인물의 개인 일탈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언젠가 의혹이 밝혀지겠지만, 권력의 속성에 미뤄 청와대의 반박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3년 후 정권이 바뀌면 사건 관련자들이 뒤탈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2018-12-19 06:30:00

[관풍루] 文 대통령,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정책 방향에 처음으로 속도조절 언급

○…문 대통령,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정책 방향에 처음으로 속도 조절 언급. 일방통행 과속주행 중간쯤에서야 브레이크 생각이 났군!○…자유한국당 인적 쇄신 발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던 대구 정치인들 복당 움직임. 흘러간 올드 보이들의 복귀가 보수 재건의 물갈이인가?○…난동을 부리며 의사와 간호사를 폭행한 망나니까지 치료를 해줘야 하는 응급실의 비애. 응급실을 아예 교도소나 교회 안으로 옮기는 게 상책일 듯.

2018-12-19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민심역행이다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다 보면 상당수 프로그램이 2부작이다. 1부에 이어 60~90초 광고가 나오고 다시 2부가 이어진다. 전에는 광고 없이 한 번에 끝냈던 것을 "60초 후에 이어집니다" 등의 자막과 함께 광고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 이탈 방지 효과가 프로그램 전후 광고보다 4배 이상 높다고 한다. 현행법상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지만 정부가 이를 가장한 프리미엄광고(PCM)를 방치했기에 가능하다.그뿐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한 회당 PPL(간접·협찬광고)이 57개에 이른다'는 서울 YMCA 보고서도 있다. 아예 광고하듯이 드라마 대사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가 방송계 요구를 전폭 수용해서다. 이로 인해 방송 광고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정부는 '꿈의 주파수'로 불리는 700㎒대 부여, PCMPPL 허용 등 지상파에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다해줬다.그런 정부가 이제는 아예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방송 환경 변화로 지상파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정부 스케줄대로 간다면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이다.정부의 이 방침에 대해 지상파를 제외한 신문, 비지상파, 인터넷 매체 등 거의 전 언론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조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과 같은 땜질식 처방이 지상파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방송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지 근본적 방법 강구가 먼저라고 비판한다.언론기관이나 유관단체만 지상파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민심을 내세운다. 적폐 정권을 몰아내고 현 정부가 들어선 것은 민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60.9%, 10월 리얼미터 조사)가 나왔다. 민심이 이런데도 강행하겠단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만 민심인가.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그러잖아도 상황이 어려운 신문 업계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신문협회 분석으론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은 해마다 1천114억∼1천177억원의 수익을 더 올리지만, 신문 광고비는 매년 201억∼216억원씩 감소한다. 매체 간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된다.PCMPPL광고에 이은 중간광고 허용은 지상파에 대한 엄청난 특혜다. 당연히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비판으로 연결된다.전국 곳곳에서 정권과 같은 방향을 설정한 지상파들의 보도 행태가 큰 파열음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방만한 경영과 편향적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서 시청률이 하락하고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이를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특정 세력에 특혜를 주기 위해 민심을 등한시할 때 어떤 결말이 올 것인지는 불보듯 자명하다.

2018-12-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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