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만주상여

하굣길, 산모퉁이를 돌아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만나는 길가 작은 기와집. 그 집의 문에 쓰인 낯선 글자 하나는 '영'(灵)이다. 영혼을 뜻하는 한자 '靈'의 속자임을 뒷날 알았다. 늘 굳게 잠긴 작은 이 집의 정체는 마을에 슬픈 일이 일어나면 드러났다. 바로 상엿집이었다. 동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상엿집에서 끄집어낸 여러 나무 조각들을 이리저리 조립했다. 마침내 종이꽃 등으로 장식된 완성품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상여였다.이어 다 꾸며진 상여 앞에서 누군가 '이제 가면 언제 오나~'며 구슬픈 목청으로 긴 선창을 노래했고, 상여를 어깨에 메고 뒤따르는 상두꾼이 부르는 후렴은 마을을 떠나 개울을 건너 수풀을 헤치고 없는 길을 내며 산속에 이를 때까지 계속됐다. 상복을 입은 행렬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며 그 뒤를 이었고, 마침내 평토제(平土祭)로 이승과 저승을 가른 뒤, 적막하고 황혼으로 어둠이 내린 산하를 벗어나면 상여는 해체돼 다시 '영'의 제집으로 돌아갔다.삶에서 죽음에 이른 고인(故人)은 무덤에 갈 때 상여를 쓴 탓에 상두꾼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물론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사람 아닌 소나 말로 상여를 끈 일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과 소, 말이 동원됐던 상여 행렬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자동차(영구차)로 바뀐 지 오래다. 장례도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서 적은 매장·수장·천장 등 뭇 방법과 달리 화장이 대세로 자리하니 상여는 쓰임새가 없어졌다.이런 즈음 (사)나라얼연구소가 19일 경북 경산 하양에서 이색적인 상여 행사를 개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1938년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난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장례 때 쓰던 '만주상여'의 운구 재현 행사가 열린 것이다. 물론 만주상여는 중국 문화혁명 물결 때 불에 태워지는 곡절도 겪었다. 그러다 2001년 7월 한 동포 할머니 장례식 때 마지막으로 쓰인 뒤 2013년 경산에 옮겨져 이날 다시 등장한 셈이다.장례 문화 변화로 사라진 우리 옛날 상여가 나라 잃은 망국의 애환 사연까지 간직한 만주상여로 우리 곁에 환생(還生)했으니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상여 자원인 만큼 제대로 보존 활용할 만하다.

2019-10-22 06:30:00

[관풍루] '조국 수호' 외치던 민주당, 조국 사퇴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수처법' 선 처리 요구해…

○…'조국 수호' 외치던 민주당, 조국 사퇴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수처법' 선 처리 요구해 또다시 여론 갈라치기.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권력' 수사 막고 싶은 이유부터 대고.○…주 52시간 시행에 17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 7%까지 늘고, 주당 36~44시간 일하는 근로자도 월평균 72만 명 늘어. 일자리 늘었다고 좋아할 분 또 나올라.○…문재인 대통령, 종교 지도자들 만나 '검찰 개혁 같은 국민의 공감을 모았던 사안도 정치 공방 벌어지며 국민 갈등 일어났다'고. '다른 나라 대통령' 소리 달리 나왔을까.

2019-10-22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금수저 팔불출

팔불출(八不出)은 함부로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입 밖에 꺼냈다가는 덜 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으니 조심하라는 쓴소리다. 특히 자식 자랑에 침이 마르는 부모를 칠칠치 못하다고 낮춰 보는 대목에 이르면 속이 뜨끔할 정도다.그런데 요즘 팔불출은 그냥 자랑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예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위나 사회적 관계를 이용해 자식을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별종' 부모가 판을 친다는 소리다. 팔불용(八不用)이나 팔불취(八不取)의 말뜻 그대로 조금 모자란다는 소리만 듣는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현대판 팔불출은 더는 웃고 넘길 얼뜨기 짓이 아니다. 입 밖에 내지 않고 교묘하게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음흉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누려온 것을 대물림하려는 그릇된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고 사회적 공분을 부른 예가 바로 '조국 사태'다.현대판 팔불출은 '마당발'이 특징이다. 안 건드린 데가 없을 정도로 '스펙'을 과식(過食)한다. 부모가 차려 놓은 의학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여러 군데 봉사활동 다니며 인턴 하느라 곤죽이 될 정도다. 보통 집안의 아이라면 지레 지쳐 손사래를 치지 싶다. 그런데도 조국 교수의 자식은 멀쩡했다. 누가 '돈 많은 부모도 능력'이라며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했듯 스펙 쌓기에도 다 요령이 있다. 부모의 스펙 만들기 능력이 땀 한 방울 안 묻은 마른 수건을 자식에게 쥐여 줄 수 있는 법이다.경북대 일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거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심지어 가족 관계를 숨긴 채 딸을 자신의 전공 대학원에 입학시켜 성적과 논문, 출석 등에 각종 혜택을 준 교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학술대회 보고서에 중학생 아들을 저자로 등재했다가 다른 비위까지 드러나 해임됐다. 교육부가 전국 85개 대학을 조사해보니 2007년 이후 중고교생이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만도 모두 794건이다.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사고와 저급한 윤리의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소위 '엄빠 찬스'(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특혜)는 제 자식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좀먹는 독(毒)이다. 과거 일부 엘리트층의 부도덕과 탐욕이 국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치명상이 되었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안다.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통령이 입시 제도 개선을 지시하고 여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하겠단다. 여기에 야당은 "고위 공직자 자녀도 포함시키자"며 대립각이다. 설령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기득권층의 의식과 풍토까지 바뀔지는 의문이다.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기회를 독점하기 위해 약삭빠르게 머리를 들이밀어온 버릇대로 더 은밀히 위조·변질된 비리가 눈앞에서 벌어질지 누가 또 알겠나. 인성과 교양은 아예 엿 바꿔 먹은 소수 엘리트층이 존재하는 한 달라질 게 많지 않다.독재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윤리와 양심을 내팽개친 채 혼자 벌이는 춤판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부정한 수법으로 남의 몫까지 가로채는 반칙의 처세가 바로 독재다. 국민이 함께 땀 흘려 일궈 놓은 단물을 일부 계층이 독식하는 것은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법과 원칙을 짓밟는 한국의 기득권층은 역사와 사회의 파괴자일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누려야 만족하려는지.

2019-10-21 19:08:15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란 시의 전문이다. 조국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6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오던 날, 그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이 시는 조국 전 장관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기도 하다. 이번엔 아내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정 교수는 시의 인용에 앞서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라는 문구를 적었다. 자신과 남편 그리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핍박받는 정의의 사도임을 자부하는 것이다. 세상이 곡해하는 민주 투사임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자존을 버리지 않겠다는 공언이다. 좌파 민중주의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이 시는 반야심경의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이란 명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무상을 체득한 달관의 경지를 느낄 수도 있다. 삶의 행복이 특별함과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편법과 반칙, 궤변과 요설, 오만과 위선이란 단어들이 떠오르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삶의 궤적을 이 시와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곤혹스럽다.그들에게 '유장한 능선'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지향한 '동그란 길'은 과연 어떤 길이었을까. 그들에게 담대함은 무엇이며, 인간의 위엄이란 어떤 개념인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하고 거짓된' 그들의 삶과 '동그란 길'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詩)의 차용도 '조로남불'인가. 아니면 문학적인 나르시시즘인가.

2019-10-21 06:30:00

[관풍루]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취임 후 가장 낮은 39%로 떨어졌다고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취임 후 가장 낮은 39%로 떨어졌다고. 골 넣을 생각은 않고 계속 공 돌리는 축구마냥 지루한 정치도 결국 외면받는 법.○…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 일으킨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광고 중단. "맙소사, 어찌 석달 전 일도 기억 못하냐고!" 되물으면 정신 차리려나.○…조국 전 장관 비난 여론 빗발치자 참여연대 인터넷 게시판에 비회원 글쓰기 못하도록 차단. 줄곧 '인터넷 실명제' 반대해온 시민단체의 기괴한 자가당착.

2019-10-21 06:30:00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50년 숙원, K2 공군기지 이전

한국전쟁 이후 1958년 허허벌판이던 대구 동구에 군기지(제11전투비행장)가 들어섰다. K2 공군기지다. 1961년 이 자리에 대구공항이 부산비행장 대구출장소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공군군수지원사령부도 자리 잡았다. 645㏊(195만 평)가량의 상당한 면적이다.1970년대부터 기지 주변에 주택이 하나둘 들어섰고, 1980년대부터 전투기 소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50년이 지난 현재 황량했던 대구공항 주변은 주택과 학교, 의류단지 등이 둘러싸며 건물로 빼곡히 들어찼다.1988년 첫 직선제로 뽑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K2 이전을 공약했다. 하지만 군사 요충지를 명분으로 한 공군의 반대에 밀려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1990년대에도 끊임없이 기지 이전이 거론됐지만, 공군이 군사 요충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뿐 아니라 이전 비용을 점점 높게 추산(4조원→5조원 등)하면서 대구시나 지역 정치권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동구 주민들은 국방부의 주변 학교 방음창 설치나 소음 피해 정도에 따른 일부 배상비 지급에 불만을 삭이면서 지속적인 소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고도 제한에 따라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전투기 굉음으로 참으로 지난한 고통을 겪어왔다.전투기 소음은 동구 주민뿐 아니라 항로에 인접한 수성구, 북구 일부 주민들의 생활에도 지금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2008년 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 의원도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K2 이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 상임위 자리 중 국방위원회만 맡으면서 줄기차게 노력했다. 유 의원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마련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K2가 영남권 신공항 논란에 함께 휩싸이면서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K2의 경북 외곽 이전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군 공항 유입을 한사코 반대해 왔다.2019년 현재 드디어 K2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묶음(패키지) 이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군 공항 소음 피해 지역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공항 유치에 따른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대구시와 경상북도, 군위군과 의성군이 통합신공항(민간 공항+K2) 이전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위와 의성이 통합신공항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고무적이다.다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연내 이전지 선정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의 입장이 완벽한 일치를 보이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듯해 우려스럽다.국방부도 자치단체 간 이견을 빌미로 통합공항 이전을 더 이상 미적대서는 안 된다.군위군수와 의성군수가 서로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려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혹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까지 이번 사안을 대구경북 통합공항이라는 큰 틀에서 보지 않고 대구와 경북이라는 분리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곤란하다.두 단체장은 대구경북이 경제 통합을 넘어서 행정 통합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통합신공항은 경북의 공항, 대구의 공항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구경북의 공항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지역민들의 50년 숙원 해결이 자칫 두 단체장의 미묘한 입장 차로 늦춰진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019-10-20 18:08:08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00년이 서글픈 구미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100년 전 오늘, 남과 북도 없었습니다…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올해 온 나라가 하나가 돼 기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해가 다 가도록 그럴 것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우리는 하나였고, 남북도 없었던 100년 전을 떠올렸다. 그리고 통일도 먼 데 있지 않음을 믿었다. 그래서 바꿀 수 없는 지난 과거를 바탕 삼아 다가올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3·1절을 맞아 당당히 선언했다.나라와 온 국민은 100년 전 그랬던 것처럼, 모두 하나가 되어 통일된 남북이라는 바뀐 미래로 달리기 위해 독립운동과 관련한 많은 일을 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를 가졌고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특히 어느 곳보다 두드러진 독립운동을 펼쳤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그들 활동을 평가하는 책을 내거나 학술 행사 등 숱한 일로 그들 정신을 잊지 않고 미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오늘도 그러고 있다.지난 12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열린 정훈모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 행사도 그렇고, 19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우재룡 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책 '대한광복회 우재룡'의 출판기념회, 11월 4·5일 대구와 경북 안동에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독립정신 계승발전 국제 학술 모임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대구경북의 이런 독립운동 기리기 흐름과 다른 돌출 행동 하나로 구미가 갈등의 나날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으로부터 빚어진 일로, 과거 전임 시장 때 결정한 허위 독립운동가의 호를 딴 공원 내 '왕산' 명칭 변경이다. 93세 손자 부부와 구미의 계속된 반대 여론조차도 무시하고 장 시장은 막무가내다. 100주년이 서글픈 구미다. 대통령과 달리 굳이 과거를 바꿔 장 시장이 바꾸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9-10-18 19:15:0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Ⅱ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전후해 정치와 군사의 중추에 있었던 인물들이 패전 책임을 지고 잇따라 자살했다.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阿南惟幾)는 14일,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아버지'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郞)는 15일 각각 할복했다. 이들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측근이 뒤에서 목을 쳐주는 '가이샤쿠'(介錯) 없이 할복해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했다.또 일본 본토 결전을 위해 조직된 제1총군 사령관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가 9월 12일 권총으로 자살했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문부대신 하시다 구니히코(橋田邦彦)와 군사참의관을 지낸 시노즈카 요시오(篠塚義男)도 같은 달 14일과 17일 자살했다. 이들을 포함해 자살한 사람은 장성급만 십수 명에 달했다.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도조는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 총리, 내무·육군대신에다 육군참모총장까지 겸임한 최고 책임자였으니 당연했다. 육군 장교인 그의 사위는 이미 자살한 터였다. 그러나 도조는 머뭇거렸다. 차남까지 "함께 자결하자"고 했으나 "내 일은 내게 맡겨라"며 듣지 않았다.그러다 미군 헌병대가 체포하러 도조의 집에 들이닥친 9월 11일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심장 위치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에 대고 권총을 쐈으나 빗나간 것이다. 이에 "연극이 아니냐"며 도조의 비겁함을 조롱하는 소리가 일본 전역에 진동했다. 관자놀이를 쏘면 확실하게 끝냈을 것이니 그럴 만했다. 이에 대한 도조의 변명이 기가 막혔다. "머리를 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알아보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마 항쟁 기념식에서 "유신 독재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조국 사태'를 야기한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남이 한 일은 사과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사과는 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부터 그러니 뭘 더 바랄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는 여당 의원의 개탄 그대로다.

2019-10-18 06:30:00

[관풍루] 달서구와 달성군, 대구시청 신청사 입지 선정 앞두고 한 주 걸러 '전국노래자랑' 개최하며 장외 유치전 치열

○…'조국 장관 사퇴' 리얼미터 설문조사 결과 광주·전라(45.0%)와 30대(48.8%) 연령층만 빼고 모두 '잘한 결정' 우세. 조국 사태로 사면초가 신세 여당이 두 팔을 든 이유.○…평양 원정 월드컵 축구 대표팀, 공항에서 '생떼' 검사받느라 3시간 발묶이고 음식재료 압수 등 곤욕. 앞으로 월드컵·올림픽에 출전 말고 인민체육대회만 하라고 해~.○…달서구와 달성군, 대구시청 신청사 입지 선정 앞두고 한 주 걸러 '전국노래자랑' 개최하며 장외 유치전 치열. 90대 노령 사회자 전국 왔다갔다 힘들까봐 배려인가?

2019-10-18 06:30:00

유튜브 B 공식채널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한 진짜 이유' 캡처.

[청라언덕] 불쑥불쑥 나오는 부산발 '신공항 가짜뉴스'

지난 13일 부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민간 항공사 기장의 인터뷰 영상이 올랐다.20년 이상 민간 항공기를 조종했다는 해당 기장은 "도심 속에 있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며 "공항 건설 문제를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새로운 동남권 관문 공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항만 물류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24시간 운행 가능한 가덕도 입지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각설하고,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은 가덕도 신공항을 집요하게 재추진하고 있는 부산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다. 부산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연고가 없는 민간 항공사 기장의 인터뷰를 통해 '왜 동남권 관문 공항인가'에 대한 외부의 객관적 시각을 담아냈다"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외부의 객관적 시각에서 봐도 가덕도가 최고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라는 부산의 주장은 명백한 가짜 뉴스다. 앞뒤 자르고 조종사 인터뷰 하나로 사실 관계를 호도할 문제가 아니다.지난 2012년 12월 매일신문 영남권 신공항 특별취재팀은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현장을 찾았다.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가 '밀양'(대구경북·경남·울산)과 '가덕도'(부산)로 갈라져 갈등을 거듭하던 시기였다.'공항 입지'로서 가덕도 현장은 그야말로 낙제점이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는 부산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대항마을 앞바다 일대. 예나 지금이나 이곳 바다를 흙으로 메워 공항을 만들고, 땅에는 공항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낸다는 게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구상이다.2016년 영남권 신공항 용역 조사를 통해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냈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김해, 밀양, 가덕도 등 신공항 후보지 3곳을 10차례 넘게 답사한 끝에, 가덕도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바다 한가운데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 가덕도는 처음부터 공항이 들어설 만한 입지가 아니라는 게 ADPi의 판단이었다. 가덕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결코 공항 경제성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관련,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 약속을 먼저 어긴 것은 대구경북이라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부산발 신공항 가짜 뉴스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김해신공항에 대한 국무총리실 검증 과정이 부산시 주장대로 흘러가지 않는 탓이다.총리실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기준을 오로지 기술 검증에 맞추고, 정책적 판단을 배제하고 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패키지로 내건 부산의 전략전술이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영남권 5개 시도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가덕도와 밀양으로 갈라져 10년 동안 갈등을 빚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서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기존 김해공항 확장에 합의하면서 기나긴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여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자치단체장이 5개 시도 합의 정신을 내팽개쳤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오거돈 부산시장이 올해 초부터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울산경남이 편승하면서 결국 정부가 검증 요구를 받아들였다.영남권 갈라치기, TK와 PK의 10년 묵은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킨 정치적 산물, 이것이 바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팩트다.

2019-10-17 16:40:4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曺國)은 어디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시 '낙화' 중 한 구절이다. 법무부 장관을 사퇴한 조국 씨의 뒷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가야 할 때를 한참이나 놓쳤기 때문이다. 조 씨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 개혁을 들먹이며 장관 사퇴를 분식(粉飾)하려 애썼지만 구차한 변명에 불과했다. '가는 곳마다 둘로 갈라 놓는다'는 조 씨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갈 뿐이다.①서울대로=조 씨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지 20여 분 만에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했다. 신고만 하면 복직이 가능한 만큼 조 씨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돌아가게 됐다. 2학기가 시작돼 강의를 새로 개설할 수 없어 조 씨는 내년 1학기 개강 전까지 연구교수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상당수 서울대 학생들이 조 씨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등·공정·정의를 내팽개친 장본인이자 부끄러운 동문 1위로 꼽힌 조 씨가 평등·공정·정의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②총선·대선으로=조 씨는 장관 지명 발표 전 고향 부산을 찾아 대통령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행동을 했다.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좋은데이'였다. 조 씨가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고 대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 대립과 분열의 아이콘이 된 조 씨가 정치인이 돼서도 대립·분열을 촉발할지 걱정이다.③집으로=조 씨는 사퇴의 변(辯)에서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고려하면 조 씨는 아버지, 남편으로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가장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가족을 잘 다독이기 바란다.④서울중앙지검으로=조 씨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검찰은 사퇴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곧 조 씨를 소환할 예정이다. 조 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 후에야 서울대 복직, 정치 입문이 가능할 것이다. 조 씨의 앞으로 행보는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렸다.

2019-10-17 06:30:00

[관풍루] 김부겸 전 장관, 김경수·안희정·이재명·조국 등 여권 잠재 대권주자 악재 속 관심 인물로 부각

○…문재인 대통령,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강조. 국민, 백번 지당한 말씀 같긴 한데 과연 지금까지 그러한 권력이 있었던가요?○…조선중앙통신,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 첫눈 맞으며 백마 탄' 백두산 등정 보도. 국내 추종자, "이제 연내 한라산 눈 맞으며 백마 탄 한라산 등정만 남았시요!"○…김부겸 전 장관, 김경수·안희정·이재명·조국 등 여권 잠재 대권주자 악재 속 관심 인물로 부각. 대구 유권자, 문밖이 곧 저승이고 지뢰밭 정치판이니 부디 단디 하소.

2019-10-17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발암 약' 바꿔준다면 끝인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한국 출장소는 아니지 않은가. 국민 생명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외국 기관의 뒤꽁무니만 쫓는 후속 조치를 할 것인가?"최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식약처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식약처는 지난달 위장약 성분 중 하나인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며 원료 의약품 269개 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 라니티딘 관련 발암물질 검출 보도가 나왔지만, 식약처는 1차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 검출은 없었다고 '발 빠르게' 발표했다. 그러다 열흘 만에 국내 유통 제품 수거 검사 후 스스로의 입장을 뒤집어 버렸다.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사태'도 주말에 발암물질 검출을 서둘러 발표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 마비를 불렀다. 당시 해당 약품 리스트가 바뀌어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적극적, 신속한 대응을 해왔다고 자화자찬을 해 빈축을 사왔다.이러한 식약처의 '위기 대처 부재'는 인보사, 인공 유방 등의 관련 사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감에서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식약처의 늑장으로 국내 임상 연구를 포기하고, 인보사 투여 환자에 대한 어떠한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을 다루는 식약처의 안일함과 무책임성은 내부 고발로도 터져나왔다. 한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장을 포함한 공무원 12명을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직접 고발했다.발사르탄에 이어 라니티딘 처방약 회수 조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약품 안전 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보여준 '참사'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허가해 준 약을 믿고 처방한 의사 역시 발암 행정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의사들이 현장에서 쏟아지는 혼란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환자들의 불만과 오해를 감당하는 것도 의사들 몫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그러면서 의협은 전국의 회원들에게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처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안내하지 않아도 된다"고 긴급 메시지를 돌렸다.또 "이미 복용한 라니티딘 위장약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자가 불안해하거나 안전성에 대해 문의하면 기존 처방에 라니티딘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복용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고 대응 지침까지 하달했다.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협이 전가의 보도처럼 '국민 안전'을 외치면서, 굳이 '환자들에게 연락하지 마라'고 의사들에게 긴급히 연락할 필요가 있었을까.식약처의 라니티딘 판매 중지 발표 당시 해당 성분 약품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는 144만3천여 명. 처방 의료기관은 2만4천300여 곳, 조제 약국은 1만9천900여 곳이었다.물론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양식 있는 의료인들은 의협 지시를 '거부'하고, 자신이 처방한 환자에게 약을 바꿔 가라고 알렸을 것이다.뒷북 행정을 일삼는 식약처도 한심하지만, 의협 역시 환자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사들이 겪을 불편함만 먼저 헤아리고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 아니었을까. 당초 의협, 약사회 등은 재처방, 재조제에 따른 본인부담금 면제에 반대했다고 한다.국민 대부분은 라니티딘이 뭔지 모른다. 연락조차 못 받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발암 위장약을 다 먹었다면? 동네 병원에 대한 의료 소비자의 불신은 이렇게 깊어진다. 한 번이라도 다녀간 환자에게 병원 이전 소식은 잘도 전해 준다.

2019-10-16 16:00:27

[관풍루] 대구공항 통합이전지 대구시 중재안, 군위군 거부에 따라 시도민 전체 의견 물어 결정하기로

○…당정청, 조국 사태 후 2025년까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계획' 논의 중. 학종이 문제라는데 불똥은 특목고로 튀니 또 어인 일.○…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면직안 재가한 지 20여 분 만에 팩스로 서울대에 복직 신청. '서울대 교수'가 '무직'보단 이래저래 유리할 터.○…대구공항 통합이전지 대구시 중재안, 군위군 거부에 따라 시도민 전체 의견 물어 결정하기로. 군위군으로선 울고 싶은데 뺨이라도 때려 달라는 말.

2019-10-1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스칸달론

어느 나라든 정치판이 요동을 치고 국민이 흥분하는 데는 몇 가지 단골 메뉴가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나 인종 차별, 증세(增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의 부정부패 등 각종 추문도 이에 못지 않게 사회적 격동과 큰 잡음을 만들어낸다.사회 지도층 인사가 직간접으로 연루된 충격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을 흔히 스캔들(Scandal)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 'skandalon'에서 유래한 말이다. 거꾸로 매달아 올리는 덫이나 그물에 걸려 뭇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뜻이다.요즘 미국 정가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스캔들 진원지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 조사에 들어가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도 모자라 우크라이나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의 늪에 한 발짝 더 빠져들어간 모양새다.이번 스캔들의 시발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다. 트럼프는 이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이 연관된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속히 수사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통화 기록마저 은폐하려 했다는 내부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미국 정가를 왈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무엇보다 바이든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정적 제거를 위한 트럼프의 정치 공작 냄새가 짙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빼닮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탄핵의 스칸달론을 더 세게 잡아당긴 꼴이 됐다.지난 두 달여 동안 한국 사회를 양분시킨 혼란의 매듭이 겨우 하나 풀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만에 옷을 벗은 것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 보통 사람의 분개 등 반조(反曺)의 물결이 더 거셌다. 그렇지만 그가 살아오면서 덕지덕지 쌓아온 허물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그는 퇴임하면서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조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쓰다.

2019-10-16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전망] 국밥에도 정의가 있는데…

도덕의 첫머리는 나쁜 짓 하지 않는 것이다. 나쁜 짓에는 도둑질 등 부정한 범죄 행위가 포함될 것이고, 모든 범죄 행위는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사회생활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살기는 정말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거짓말, 나쁜 짓 하지 말라'는 얘기를 가훈·교훈처럼 듣지만 우리는 잘못된 행동으로 혼나며 성장한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선의의 거짓말'이란 핑곗거리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기자는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386세대'이기에 20대 자식 세대들이 비난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럼에도 수시로 '꼰대'가 되고 있음에 헛웃음이 나올 따름이다.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대리점 폰 매니저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들의 하소연을 가끔 듣는다. 혼탁한 통신 시장이 가져온 현실이다.얼마 전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꾸면서 미끼에 걸린 붕어 신세가 된 적이 있다. 미끼였음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고 허우적거리며 기분 나빠 했다. 휴대전화를 예약 구입하고 두 번째 요금 청구서를 받아볼 때까지 폰 매니저의 무지가 포함된 계속된 거짓말에 고생했고 급기야 사회 초년병인 그에게 한마디 했다."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같은데 거짓말은 하지 말아요. 잘 몰라서 한 거짓말로 여기지만 알고 속이면 나쁜 행동이라는 걸 명심하세요."그의 삶에 도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 또한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꼰대' 짓은 아니었을까.평범한 시민의 일상이 이러한대 정치인과 관료, 국가 지도자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몇 달째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통해 도덕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 신음했다.개인과 가족의 성공적인 삶에 사회적 가치인 도덕이나 정의 따위가 뭔 문제가 되느냐는 반문이다. 부정한 행위를 하더라도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우리 삶 저변에 깊이 깔려 있다. 성공을 향한 이기주의적 사고 덕분에 단기간의 급속한 국가 발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마저 있다.이런 인식에 동조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내가 지금 잘못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다수 국민은 끊임없이 이어진 조국 가족의 거짓말에 넌더리를 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법을 어긴 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현 정부와 여권 관계자를 비롯해 상당수 국민은 조국의 거짓말을 알고도 이념과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그를 지지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마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현실은 우리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져도 좌와 우의 이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생결단식 정치 상황에 시민들은 나라 걱정을 하며 광장으로 나가야만 했다.검찰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만 거짓된 삶으로 얼룩진 조국 사태 해결이 우선이었다. 법 이전에 도덕 있고, 법 위에 도덕 있다.대구 향토 음식 중 따로국밥이 있는데, 국 따로 밥 따로 주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따로국밥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한 방편이지만 한편으로 이래저래 섞이기 싫어하고 거짓과 부정에 맞서 살아온 대구시민의 정의로운 마음가짐을 반영하고 있다.성공적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삶과 거리를 둔 시민의 정의가 조국 사퇴를 가져왔다고 본다.

2019-10-15 19:47:51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이것이 대구경북이다

1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벌어졌다.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칭찬을 이어가던 중 "광주시와 달빛동맹,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에 대한 사과 등 '대구는 수구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개혁·혁신 같은 단어가 대구를 상징하길 바란다"고 했다.그러자 권 시장은 "수구·보수라는 표현에 대해 대구시민이 억울해한다"고 했고, 지역구가 대구인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여러 기사의 인터넷 댓글창을 봤다. '맞잖아. 경상도는 수꼴(수구꼴통) 토왜(토착왜구)'라는 말이 보였다.이 대목에서 다음 두 장면이 떠올랐다.#1. "서울, 충청에서 기자 생활하는 대학 동기들이랑 안동을 다녀왔는데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곳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었어요."고향이 대구경북인 A기자가 커피를 마시다 대뜸 이같이 말했다. A기자는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대학 동기들과 안동에서 모임을 하며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 안동 곳곳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가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묻자 이러한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A기자는 "걔들은 독립기념관이라면 천안밖에 몰랐던 거죠. 그리고 경북이 전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랐나 봐요"라고 했다.#2. "안동이 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우는지 모르겠어요. '독립운동의 성지'를 부각하면 더 좋을 텐데."이 말을 한 사람은 민주당 소속 B국회의원이다. 그는 안동 출신도, 경북 지역구 의원도 아니지만 경북 독립운동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그는 점심을 먹는 내내 일타강사(1등 스타강사)라도 된 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모티브가 안동이라는 점, 단일 마을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안동 내앞마을 이야기, 3·1운동 당시 경북의 학생과 유림이 앞장서 두 달 동안 80여 곳에서 90여 차례 만세운동을 벌인 일 등을 들려줬다.B의원은 "시·군 단위의 독립유공자 수는 평균 30명 안팎인데 안동은 올해 기준 36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그다음인 영덕은 219명이나 있다. 심지어 광역단체인 제주보다 많다"고 했다.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김 의원이 한 말이 폄하 발언이냐는 차치하더라도 대구경북의 역사와 역할에 무지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대구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2·28 민주운동이 일어난 곳이고, 일제 침략에 맞선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다. 경북은 1894년 갑오의병을 통해 51년 독립운동사 시발점이 된 곳이자 자정(自靖) 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이를 김영호 의원에게 일깨우고자 했을까. 14일부터 국회에서 김광림 한국당 의원 주최, 한국국학진흥원·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주관으로 경북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중히 여기는 그곳, 안동 임청각이 생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이 1911년 1월 압록강을 건너며 읊었던 도강시 구절을 목판으로 재현해 선보인다.석주 선생은 이 시에서 "목이 잘릴지언정 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것이 대구경북이다.

2019-10-15 16:06:48

[관풍루] 당정청, 검찰개혁 핵심인 특별수사부 3개로 축소하며 부산은 없애고 대구는 살려

○…당정청, 검찰 개혁 핵심인 특별수사부 3개로 축소하며 부산은 없애고 대구는 살려. 정권 창출 도시 부산에 특수부 살려 두는 것이 달갑잖았던 모양.○…대구 신청사 추진공론화위 이번 주 후보지 신청 접수 공고 예정, 최대 변수는 '과열 유치 행위 감점' 될 듯. 어디까지가 과열인지 잣대가 알쏭달쏭.○…조국 동생 영장 기각 비판했던 이충상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하라' 친정 작심 비판. '건강상 이유'가 기각 사유인지 밝히라니까.

2019-10-1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지배층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가장 뻔뻔한 사례를 꼽으라고 하면 일본의 무조건 항복 후 미군 제1진이 일본에 상륙한 1945년 8월 28일, 당시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東久邇宮稔彦) 총리가 발표한 '1억 총참회론'를 들 수 있겠다. "…일이 여기에 이른 것은 물론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도의를 잃은 것도 (패전의) 한 원인이다. 일억 총참회야말로 국가 재건의 첫걸음이자 단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궁극적으로 히로히토(裕仁) 천황(天皇)이 져야 할 침략전쟁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일본 역사소설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모두가 나빴으니 서로 책망하는 것은 그만두자는 '대충주의'로 귀결돼 천황에 대한 처벌 장애물로 기능했다고 비판한다. 저명한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도 나치 패망 뒤 독일 일각에서 제기됐던, '독일인 전체의 죄'라는 호소에 같은 비판을 했다.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다"는 소리는 독일인이란 집단 중에서 실제로 죄를 지은 개인을 숨겨줄 뿐이라는 것이다.히로히토의 '죄'를 희석하는 작업에 지식인들도 가담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임나일본부설'을 조작하는 등 조선 식민사학을 만든 쓰다 소치키(律田左右吉)이다. 그는 1946년 4월에 발표한 '건국의 사정과 만세일계의 사상'이란 논문을 통해 '1억 총참회론'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다수 국민'에게 그 책임이 있다. 황실(皇室)은 시대 추세의 변화에 순응해 그때그때의 정치 형태로 적합했으나, 국민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은 위정자에게 국가를 맡겼고, 결국 그들로 인해 국가가 궁지에 빠졌기 때문에 천황을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스스로 반성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변'(辯)은 이런 책임 회피의 전형이다. '조국 사태'로 우리 사회가 큰 진통을 겪은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정작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그 진통을 야기한 자신의 '근원적'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히 언론이 신뢰받도록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린 것은 일본 위정자들의 '국민 탓'의 '문재인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2019-10-1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세계적인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진 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가발 쓴 두꺼비, 신출귀몰하는 고양이 등 허무맹랑한 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눈물의 연못에 빠지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갖가지 사건들과 마주친다.터무니없는 오해에다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일상 사회와는 전혀 상반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히며 이상한 재판에도 참석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까지 매료시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꿈속의 이야기이고 동화일 뿐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꿈꾸고 있다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이상한 나라'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그러나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몽상가적 발상과 발언 그리고 황당무계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 유사성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나라 안팎의 모든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갈수록 높아지며, 벌이는 일마다 뒤틀려 국민들이 탄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사형통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이른바 한반도 프로세스로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무장과 노골적인 욕설뿐이다. 외교와 안보는 어떤가. 동맹인 미국과의 불협화음 속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집단 린치만 당하고 있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며 기업과 가계에 망조를 일으켜 국가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내팽개치고 신재생에너지를 한다며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멀쩡한 것이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슴이 뜨겁다'고 딴 세상 사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져야 그런 나라가 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냥 한바탕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국민이 많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압권은 단연코 조국 사태였다.악마는 스스로의 악행을 알까 모를까? 독일의 문호 괴테는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이 오래된 질문에 호응한다. 학문적인 경지에 이르렀지만 영원한 진리에 목말라했던 파우스트를 악으로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의 악행을 인식하고 있다. 비록 악마이지만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 솔직해서 차라리 시원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온,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조차 뛰어넘은 한 인간의 그 거짓과 위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던 그 뻔뻔함에, 숯덩이가 껌정을 지우겠다고 날뛰던 적반하장의 망동에 국민들은 현기증과 더불어 구역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판국이면 차라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리울 지경이었다.그런데 그 궤변과 요설을 한사코 옹호하던 세력들은 또 뭔가. '우리가 조국' '정경심 사랑'을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평범한 일상에 충실한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이다. 상식과 통념마저 흔들리는 정신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너무도 당당하던 그들의 모습에, 멀쩡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이상한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참 이상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2019-10-14 19:21:08

[관풍루] 대구 이월드, 노동청 국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사고와 임금체불 등 지적에 "개선점 완벽하게 이행" 답변

○…국군, 2022년 말까지 병력 10만 명 줄이는 대신 전력 정예화와 무기 첨단화 방침 국회에 보고. 병력 줄여 정예병 되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자칫 약군(弱軍) 될라 걱정.○…휴전선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잇따라 검출돼 방역 초비상. 발 달린 짐승 붙들어 맬 수는 없으니 집돼지라도 잘 간수하는 수밖에….○…대구 이월드, 고용청 국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사고와 임금체불 등 지적에 "개선점 완벽하게 이행" 답변. 소 잃고 외양간 백번 고쳐도 소는 이미 잃었다는 사실 명심.

2019-10-14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기억하지 못할까 몇 가지만 추려본다."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이 말은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앞서 한 방송사에 출연해서는 "만약 문재인 하야 시위가 일어난다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 끝장 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과 석 달 전이다.문 대통령의 어록은 주옥같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힘주어 말 할 때 국민들은 감동했다.화려한 수사(修辭)가 진실을 가린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하지만 진실을 아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 말의 성찬은 감동이 아닌 분노가 되었다. 화려했던 수사는 부메랑이 되어 문대통령을 향해 날고 있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자니 화병이 날 것 같아' 광화문 '조국 파면' 집회에 참석한다는 국민이 많다. '문재인 하야' 소리가 집회 때 마다 나온다.평범한 국민조차 문 정권이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으려 들고', '상식대로 하면 손해만 보는 세상'을 만들었음을 직감한다. 침묵하던 대통령은 '끝장 토론'에 나서기는커녕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을 '지시'하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일찍이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놓치지 않아야 할 감각으로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감과 균형감을 갖는 '목측능력(目測能力)' 즉 '눈대중'을 꼽은 바 있다. 정치인이라면 모든 것을 자로 재 듯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대다수 국민이 조국은 아니라는데 조국만 쳐다보고, 광화문에 모인 성난 군중을 보고도 '국민분열이 아니다'는 대통령의 눈대중은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국민 눈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베버의 시각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적어도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인 셈이다.그래서인가 지금 세상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너무나도 자주, 태연히 벌어진다. 권력 한복판에 선 조국 장관의 동생은 구속영장실질심사조차 포기했음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다. 조국 부인의 증거인멸은 또 다른 유력자의 입을 빌리는 순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 시도가 된다. 검찰은 의혹 당사자인 조국부부의 휴대폰조차 압수수색하지 못했다. 부부에 대한 계좌추적 역시 손도 못대고 있다. 그 사이 이 권력실세는 '깨끗한 사람'이 된다. 죄도 없이 온가족이 검찰에 탈탈 털린 피해자로 둔갑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을 향해 조급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이다.국민들은 상식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대총학생회가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내세운 구호가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다. 의사 5천명이상이 서명한 선언문 제목에도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등장한다.독일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했고, 또 상식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리 보면 상식은 법의 최소한의 최소한인 셈이다. 그런 상식이 허물어지면 그 빈자리는 혼란이 밀고 들어올 것이다. 다시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2019-10-1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윤석열·조국 대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어록(語錄)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못지않게 강렬하다. 윤 총장은 별장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명언을 또 하나 남겼다. "나는 건설업자 별장에 놀러다닐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좁게 보면 의혹을 부인한 말이지만 넓게 보면 59년을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이 담긴 발언이다.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은 지금까지 회자(膾炙)하는 명언을 남겼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당시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해온 윤 총장은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 총장의 성정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언행일치(言行一致) 측면에서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교수 시절 사회 지도층 인사 특히 보수 정권 사람들을 향해 트위터를 통해 독설(毒舌)과 비판을 쏟아냈다. 1만5천 건을 넘은 조 장관 글에 많은 사람이 통쾌함을 느꼈고, 어느 사이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 됐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는 시구(詩句)에 빗댄다면 '조국을 키운 건 팔 할이 트위터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조 장관과 가족이 그의 글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관을 물러나야 할 지경에 몰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권적 반칙과 일탈 행위도 문제인데다 조 장관이 쏟아냈던 수많은 글이 불난 데 기름을 부어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 '조스트라다무스'(조국+노스트라다무스) 같은 말이 나왔을까.한 사람의 말이나 글이 세상의 빛이 되려면 그 사람의 인생이 그 어록에 어느 정도는 들어맞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명필(名筆)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완용의 글씨가 평가 대상조차 안 되는 게 이런 연유에서다. 조 장관이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그의 어록과 그의 삶이 너무나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조국 대전(大戰)에서 조 장관이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19-10-1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유튜브 권력

'유튜브가 교사'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뭐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어를 치는 게 대세였다. '검색의 생활화'가 유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긴가민가하는 주위 사람에게 묻는 것보다 검색이 더 빠르다는 의미다.하지만 요즘은 포털보다 유튜브가 한 수 위다. 기성 매체를 통해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영상들이 유튜브에는 지천이다. 기존 플랫폼이 따라갈 수 없는 강점을 무기로 트렌드를 바로바로 쫓아가는 1인 크리에이터의 주 활동 무대가 되면서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대중의 눈길을 끄는 개성 있는 콘텐츠 생산을 통한 치열한 경쟁 구도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진화력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매체 특성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뛰어넘어 '유튜브 권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TV에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해온 소위 '예능 스타'들이 유튜브에 잇따라 입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은 구독자 수 285만 명, 최다 조회수 547만 명, 누적 조회수 9천336만 회에 이를 정도다.구글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인이 만든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 채널은 2015년 367개, 2016년 674개, 2017년 1천275개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구글과의 광고 수익 배분과 후원, 상품 판매 등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그제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일부 인기 유튜버의 탈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년여간 탈세 혐의가 짙은 유튜버 7명이 총 45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고소득 유튜버의 소득과 탈세 규모가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국세청은 이들에게 총 1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관련 세무 규정의 미비에다 '신종 사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려운 점을 틈타 일부 유튜버들이 탈세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큰 문제다. 같은 1인 미디어 채널인 아프리카TV가 세금을 원천 징수하는 투명한 구조인 반면 구글 유튜브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탈세도 문제이지만 탈세를 부추기는 잘못된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2019-10-11 20:33:06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흙떡' 맞은 삶

'시주하고 흙떡을 맞다.'1902년 18세에 결혼해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1907년 23세 때 군대 해산, 이듬해 의병으로 싸우다 잡혀 종신형으로 옥에 갇혔다. 1910년 26세에 나라가 망하자 오히려 풀려났다. 다시 1913년 29세에 독립운동을 하며 비밀결사 참여와 친일파 처단, 독립자금 마련 등으로 세월을 보냈다. 1921년 37세에 또다시 잡혀 사형 구형, 무기징역 선고, 감형으로 1937년 53세에 풀려나자 독립운동을 준비했다.1945년 61세, 환갑 지나 해방됐지만 너무 많이 잃었다. 의병 투쟁 중 아내를 여의고, 다시 만난 아내마저도 무기징역 옥살이에 1남 1녀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떴다. 불행은 이어졌다. 가정은 비록 다시 꾸렸지만 투옥으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딸과 아들이 폐결핵으로 차례로 곁을 떠났으니 말이다.게다가 광복은 됐지만 옛 동지들과 재건한 독립운동단체가 곧바로 해산당했다. 6·25전쟁 전후에는 사회주의자로 몰려 가족과 헤어져 도망다녀야 했다. 이미 민족 지도자 여운형·김구 같은 인물의 암살에서처럼 친일 세력의 보복이 일제만큼 두려웠던 시절이었다.그에게, 되찾은 조국의 분위기는 '독립운동가의 삶이 시주하고 흙떡을 맞은 격'이었다. 일제에 맞서 버티던 그였지만, 1955년 71세가 되자 그런 세월을 견딜 수 없었던지, 남은 삶의 짧음을 느껴선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옛일을 구술 기록으로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되찾은 나라에서 맛본 배신과 표변(豹變)의 사회를 살아갈 아들이 눈에 밟힌 듯 그가 되풀이한 이야기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은 '친구는 죽음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들이 자라 아버지 유훈을 새겨 지금도 간직하는 까닭이다."얼굴을 아는 사람이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사람과 잘 사귀는 데는 신의(信義)가 제일이니라."그는 독립운동가 우재룡으로,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 지휘장이다. 그를 기려 아들(우대현)이 최근 '대한광복회 우재룡'을 펴냈다. 3·1운동 100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대한광복회 결성지 대구에서 발간됐으니 반기고 축하할 일이다.

2019-10-11 06:30:00

[관풍루] 정부, 전국 23개 예타 면제 사업에 24조원 뿌리기로 했지만 막상 지역 기업엔 '그림의 떡'

○…나라 쪼개져 두 동강 났다는 지적에 정치학자들, '여당이 나서 통합안 내야'. 글쎄요, 대통령은 국론분열 아니라는데 쪼개진 것이 있어야 통합하든지 하지.○…정부, 전국 23개 예타 면제 사업에 24조원 뿌리기로 했지만 막상 지역 기업엔 '그림의 떡'. 자기들끼리 떡 다 먹을 거면 지역기업 들러리 세우지나 말 일.○…이낙연 총리,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화해의 메시지 전할지 이목집중. 죽창가 외치던 사람은 잊고 그저 국익만 챙기시길.

2019-10-11 06:30:00

채정민 사회부 교육팀 차장

[청라언덕] 번역이 한글의 경쟁력 높인다

9일은 한글날이었다. 이맘때면 늘 나오는 게 한글의 과학성, 우수성 얘기다. 그런 건 식상하다.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다. 당연한 걸 자꾸 되새김질할 필요가 없다. 1970년대 나온 자동차 포니보다 신형 쏘나타가 우수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한글은 서양의 알파벳보다 한참 뒤에 만들어진 '최신' 글자다.정작 말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한글로 된 자료가 얼마나 풍부한가다. '아우토반'이 깔려 있으면 뭐 할까. 그 위를 내달릴 자동차가 없다면. 한글이 과학적이라고 백날 떠들어댄들 한글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한글로 적힌 자료만 봐도 고급 지식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글의 위상이 진정 달라진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글자 자체는 우수한데 그 글자가 담아내는 내용, 즉 '콘텐츠'가 부실하다. 박상익 우석대 교수가 책 '번역청을 설립하라'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아랍어 자료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데 힘을 쏟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그런 장면들이 묘사된다. 근대 이전만 해도 이슬람 문명에 비하면 서유럽은 야만 상태나 마찬가지였다.이슬람 세계는 고대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을 번역, 자기 것으로 소화해냈다. 그리고 7~12세기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뒤를 잇는 건 중세 서유럽. 이슬람의 학문적 성과를 번역, 소화하면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됐다. 이 둘의 공통점은 '번역'을 통해 앞선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덕분에 번영했다는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사례만 봐도 된다. 19세기 말 메이지 유신 무렵 일본 정부는 번역국을 두고 서양 고전 수만 종을 번역했다. 그게 근대화의 바탕이 됐다. 그리고 일본어로만 공부해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적 수준'에 도달했다.일본 학자들은 서양의 개념을 한자어로 번역하는데 힘을 쏟았다. 'society'를 '사회(社會)'로 옮기는 등 그들이 만들어 쓴 단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우린 그런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과거 일제 치하에선 어쩔 수 없었다 치자. 문제는 그런 흐름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번역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요즘엔 아예 영어를 그대로 쓴다. 연구를 좀 해보려 하면 영어 원서가 앞을 막는다. 내용을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외국어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는다.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접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도로, 철도처럼 번역도 사회간접자본이다. 그게 외국 고전과 최신 지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집단 지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도 번역은 활성화돼야 한다. 한글로 된 자료를 쉽게 나눠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야 집단 지성이 만들어진다. 영어로 논문을 쓰는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선 창의성도 발현되기 어렵다.다들 '조국 사태'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펜을 들고 칼처럼 이곳저곳 마구 휘두른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이내 다른 걸 또 찌른다. 잘못 찔러 생긴 상처에 대한 미안함, 반성 따윈 없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나 내뱉을 말들이 지면에 난무한다. 감정 과잉 상태에서 칼춤을 춰댄다.이 와중에 번역과 한글 얘기가 뜬금 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할 말이고, 짚어야 할 문제다. 더구나 한글날이 엊그제 아닌가. 광화문 앞을 점령한 채 폭언을 남발하는 이들 사이에 세종대왕상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며칠 사이 더 처연해 보인다.

2019-10-10 15:55:59

[관풍루] 일자리 안정자금 등 부정한 수법으로 받아 쓴 정부 보조금 올들어 7월까지만도 1천854억원 적발

○…유시민 "검찰 증거 조작 막으려 정경심 PC 옮긴 것" 주장하고는 핵심 증인인 증권사 직원 유튜브 인터뷰. 이번에는 "검찰 진술 조작 막기 위한 인터뷰" 소리 나오겠군.○…일자리 안정자금 등 부정한 수법으로 받아 쓴 정부 보조금 올 들어 7월까지만도 1천854억원 적발. 눈먼 돈이 된 국민 세금, 그런데 태양광 보조금은?○…대구 자영업자 밀집도 전국에서 세 번째 높고 1㎢당 창업자 188.9명꼴로 매년 증가세. 변변한 직장 없고 그나마 문턱 낮은 게 자영업뿐인데 경쟁은 안드로메다급.

2019-10-1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한국판 홍위병'

'대약진운동'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문화대혁명'으로 위기 탈출을 도모했다. 대륙 전역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홍위병(紅衛兵)이란 이름으로 동원해 '정신상태가 불순한 지도층 인사'를 직접 구타하고 때려서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광풍(狂風)을 일으켰다.홍위병에 의해 희생된 대표적 인물이 마오로부터 국가주석을 물려받은 류샤오치(劉少奇)였다. 류를 비판한 마오의 글이 발표되자 홍위병들은 류와 부인을 거리로 끌어내 수모를 줬다. 홍위병은 마오에 의해 '주자파(走資派) 수괴 1호'로 꼽힌 류의 모자를 벗겨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류는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채로 비난을 들어야 했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 "이 녀석들아! 나는 엄연한 이 나라의 국가주석이다"는 류의 외침도 소용없었다. 마오의 고향 후배이자 혁명 동지인 류는 지방 소도시에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숨졌다. 홍위병들에게 체포될 때 걸렸던 심한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했다.친문(親文) 좌파 진영이 어린이들에게 욕설이 섞인 '검찰 비하 노래'를 합창시키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에 유포했다. '한국판 홍위병'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검찰 개혁 동요 메들리'란 영상에서 어린이들은 "적폐검찰 오냐오냐 기밀누설 꿀꿀꿀"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 어디를 가느냐" 등의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얼굴도 안 가리고 정치 선동에 이용했다" "북한과 뭐가 다르냐" 등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아무리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호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비판하고 싶더라도 어린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어른들의 이전투구에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아이들에 '증오의 동요'를 합창하도록 한 사람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1천만 명이 넘는 홍위병이 가져온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420만 명이 투옥 및 조사를 받았고 17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처형된 사람이 13만 명을 넘었다. 검찰을 비하하는 어린이들의 합창을 담은 영상이 홍위병 출현 전조(前兆)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좌파의 선전·선동이 어느 지경까지 갈지 걱정이다.

2019-10-10 06:30:00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칼럼] 거짓과 위선의 가짜 촛불은 가라

조국 사태가 거짓과 진실,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의 관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든지 반대했든지 관계없이 그가 꿈꾸었던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쳤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보수·우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좌·우,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이것은 대한민국의 상식이었다.조국 사태는 그동안의 상식과 정의를 뒤엎었다. 대를 이은 조국 가족의 웅동학원 비리 혐의에다,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정권 실세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모펀드를 운영한 의혹 등 온갖 범죄의 피의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 대한민국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법무부(法務部)가 법무부(法無部)로 바뀐 셈이다. 조국 법무부(法無部) 장관 부인 정경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 그동안 아무도 피하지 못했던 '검찰 포토라인'을 무력화시키며 황제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만의 특권과 반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곡할 노릇이다.더욱 가관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런 조국을 두둔하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나름 대접받고 있는 사람들이 궤변과 요설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 초·중학생들까지 동원해 동요를 개사해 부르게 하며 조국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정말, 역겹고 극악무도한 '조국스러운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 이들의 정체는 뭘까?소위 좌파·진보 세력이라고 해서 모두가 상식과 정의를 내동댕이친 건 아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조국 사태에 침묵하는 좌파를 비판했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국을 뇌물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와 '민주'를 입에 달고 살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종교계 단체를 비롯한 각종 좌파·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꿀먹은 벙어리이다. 오히려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친다. 그들이 조국만큼 특권과 반칙을 누리면서 호의호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조국스러운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역사는 말한다. 숱한 진실이 역사 속에 묻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한 번 드러난 진실이 결코 다시 역사 속에 묻힌 적은 없다. 조국스러운 자들의 거짓과 위선은 언젠가 만천하에 그 추악한 실체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그 괴물스러운 정체를 하나씩 드러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싸움은 그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조국 사태로부터 양심 있는 진보·좌파 세력은 물론, 보수·우파 역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성공적 산업화의 강한 빛 반대쪽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국스러운 자들'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민주화의 가면과 위선으로 어둠의 세력을 키워온 것이다. 조국 사태를 극복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산업화의 그늘과 민주화의 그늘을 모두 치유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개인이나 그 가족에 대한 정의의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국스러운 자들'을 양산해 내는 그 어둠에 빛을 비추어야 한다.

2019-10-09 08: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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