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유광준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동상이몽(同床異夢)

'조국 파동'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지만 국내 모든 정치인의 시선은 내년 4월 총선에 고정돼 있다.현역 국회의원은 '한 번 더', 국회의원 지망생은 '여의도 입성'을 위해 오늘도 지역구를 훑고 또 훑는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중진도 당장은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아야 꿈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 동안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렸다.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전략과 대정부투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현안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제1야당의 대정부투쟁에 대한 여론의 반향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당 지도부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일부 수도권 의원뿐이었다. 특히 대구경북 의원들의 머릿속은 '공천 물갈이 폭'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예전 같진 않지만 여전히 '공천=당선'의 기운이 강하고 그동안 인재 수혈을 명분으로 공천 농단이 잦았기 때문이다.이에 연찬회 첫째 날 공식 일정을 마친 의원들과 언론인들이 둘러앉아 'TK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대화를 주도한 중진의원은 '지역 출신 대통령 후보감 없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엔 지역 출신 대통령 또는 대통령감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 의원들이 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면 됐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지역 의원들이 중심이 돼 중앙 정치무대에서 지역의 이익을 관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선 중심의 현역 의원 진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공천 물갈이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역 이익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다만 이 중진의원은 '현역 의원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에 차기 대선후보감이 될 만한 지역 출신의 역량 있는 40대 중반 신인을 섭외해 지역 정치권 차원에서 일찌감치 데뷔시키는 전략도 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반면 당 지도부와 교감하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물갈이 불가피론을 폈다. 일단 지역민의 바람이 물갈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6월 말 매일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민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가 '새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지역 의원 가운데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구 관리에만 골몰하고 있는 의원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선수를 더 쌓는다고 해서 지역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도 내비쳤다.무엇보다 당에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인을 수혈하기 위해서는 지지세가 탄탄한 대구경북에서 이들을 흡수할 수밖에 없다며 중진의 험지 차출로 비게 될 자리에는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결단한 중진이 보기에도 흡족한 '괜찮은 신인'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 밖에 동석한 의원들은 대체로 '인위적 공천개입'은 부작용과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가급적 지역민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한 공천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경선'을 바라는 눈치였다.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정치 신인에게 한국당 의원들이 연찬회에서 이런 얘길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현역 프리미엄 뒤에 숨겠다는 사람은 물론 '친박 공천' 대신 '친황 공천'을 위해 군불을 지피는 사람도 진짜 지역 이익은 뒷전"이라고 꼬집었다.

2019-09-03 18:30:42

[기자노트] 변명으로 일관한 '원맨쇼'

"'조국학 개론' 강의를 몇 시간 들은 기분입니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청해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대구경북 정치권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조 후보자가 대학교수라는 점에 착안해 이날 기자간담회가 '조국 원맨쇼'였다고 비꼰 말이다.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도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우리는 문재인 정권이 오랫동안 준비한 연극을 봤다. 연극 제목은 '나는 몰라요', 주제는 '위선과 능멸'"이라며 "신성한 국회가 대국민 사기극의 장이 됐고 언론과 정치가 연극 소품으로 동원됐다"고 말했다.이러한 문제의식은 비단 보수 정당에 국한하지 않는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마저 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시나 쇼는 쇼일 뿐이었다. 의혹은 커졌고 아는 것이라곤 없는 무능한 조국만 확인한 간담회였다"며 "대답의 9할은 '모른다'와 '관여한 적이 없다'였고 그마저 재탕이었다"고 했다.야당이 이번 기자간담회를 한결같이 '원맨쇼'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세트에서 조 후보자가 주연 배우로 펼쳐진 '라이브쇼' 같은 느낌이 들은 탓이다.조 후보자는 청문회를 대비해 준비했던 자료를 꺼내, 준비한 대본을 틀리지 않게 읽듯 방어를 펼쳤다. 특히 웅동학원 관련 의혹에는 한 질문에 10분 넘게 해명했다. 후보자가 장황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답변자가 시간을 주도할 수 있는 기자회견 속성을 활용한 것이다.딸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핵심 의혹에는 "모른다"로 일관했다. 조 후보자의 휴식시간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결국 조 후보자가 해명 기회로 활용하려 했던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야당이 주목하는 핵심 의혹은 하나도 규명되지 않았다. 외려 일방적 해명과 부정(父情)만 전달됐다.일부 국회 출입기자들은 "이번에 내놓은 해명 대부분은 매일 아침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서 밝힌 것과 대동소이했다. 그동안 조 후보자는 마이크가 없어서 해명을 못한 것도 아닌데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것이었다면 왜 기자간담회를 했을까"라고 꼬집었다.

2019-09-03 18:15:35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들어라, 개·돼지들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님! 언론은 물어뜯고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검찰은 뒤지고 여론은 사퇴하라 하니 얼마나 괴로우시겠습니까. 불법과 탈법은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통속이 돼 조리돌림을 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열어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으니 이 나라는 말 그대로 개, 돼지의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꼭 되셔서 개, 돼지들을 올바로 이끄시길 빕니다.개, 돼지들은 귀하와 가족이 문재인 정부가 내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당신이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귀하의 딸이 고교 1학년 때 2주 인턴으로 그 어렵다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낙제를 하고도 6회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게 그렇다는 것입니다.소가 웃을 일입니다. 누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까. 그런 길이 있는데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놓고 제 탓은 하지 않고 아버지 탓을 합니다. 귀하 같은 아버지가 없어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패배자의 푸념일 뿐입니다. 찾아보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귀하 같은 아버지도 없다면 '용' 꿈은 접고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면 될 일입니다. 선현(先賢)께서 말씀하신 '안분지족'(安分知足)이 무엇입니까. 지 '꼬라지'를 알고 찌그러져 있으라는 것 아닙니까.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찌 돈만이 실력이겠습니까. 서울대 교수라는 직위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그들만의 리그'는 더 큰 실력입니다. 실력만 있으면 불평등은 평등으로, 불공정은 공정으로, 부정의는 정의로 둔갑시킬 수 있는 게 우리 사회 아닙니까. 억울하면 '실력'을 갖추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개, 돼지들은 불순(不純)하기 짝이 없습니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치지만, 속내는 귀하의 딸이 잘된 게 배 아프다는 것 아닙니까.'웅동학원' 경영과 '가족 펀드'로 보여준 재테크에 대한 비판도 무능한 자들의 시기(猜忌)이고 투정입니다. 자본주의의 장점과 약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라는 것 아닙니까.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귀하처럼 명석한 두뇌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개, 돼지들에게도 그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귀하처럼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면 입 닫고 조용히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개, 돼지들은 귀하에게 '왈왈' 짖어대고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윤석열 검찰총장은 더 한심한 작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를 검찰의 수장으로 앉힌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정권의 '충견'이 되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인 귀하에게 칼을 들이대다니요.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습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그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했습니다. 그게 진심이겠습니까.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유분수지, 말이 그렇지 뜻은 그게 아님을 왜 모른다는 말입니까.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기도 하지만 먼저 눕기도 합니다. 지금 개, 돼지들이 일어나는 조짐이지만 괘념치 마십시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누울 것입니다. 복지안동(伏地眼動)하다 이제 귀하를 지지하며 일어서는 개, 돼지들도 있느니 그대로 쭈∼욱 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귀하 같은 능력자가 돈과 명예와 권력을 모두 쥐는 사회를 만드십시오. 그게 바로 문재인 정권식(式)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 아닙니까. 조국 만세! 문재인 정권 만세! https://tv.naver.com/v/9758278 영상ㅣ한지현

2019-09-03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야마모토 다로

그제 우리 국회의원 6명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의 한 국회의원이 "전쟁을 해서 독도를 찾아야 한다"고 막말을 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망언 주인공은 마루야마 호타카로 군소 정당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의 중의원이다.앞뒤도 모른 채 마구 내뱉는 그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러시아 쿠릴열도 4개 섬과의 교류 차 쿠나시르 섬을 찾았다가 술에 취해 "전쟁을 해서라도 북방 영토를 탈환해야 한다"고 실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망언으로 그는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돼 소속 정당을 옮겼다. 아무리 경험없고 미숙한 30대 청년임을 감안해도 아소 전 총리처럼 막말로 버티는 것은 스스로 '얼간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드물지만 일본 정치판에도 성숙한 의식을 가진 정치인도 있다.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가 대표적이다. 올해 만 44세의 배우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 영화에도 여러 편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한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청년 자살을 조장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일본을 개조해야 한다" 등 개념 발언으로 '일본의 노무현'으로도 불린다.유튜브에는 야마모토 의원의 거리 유세와 논리정연한 국회 대정부 질문 영상도 많다. 극우 세력을 등에 업고 일본을 망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신파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그는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 일본이 되살아난다'고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올해 4월 레이와 신센구미(令和 新選組)라는 정당을 창당했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명의 중증 장애인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고 자신은 최다 득표 낙선자가 됐는데 제1야당 입헌민주당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아베 총리는 한국인에게 거의 '동네 개'나 다름없다. '아베야 고맙다'에서부터 '영화 도쿄재판, 아베도 봐라'는 일간지 칼럼 제목까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런 아베 총리에게 야마모토 의원은 늘 "초등학교 수준의 정치외교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국회 연단에서 염주를 손에 들고 합장하며 아베에게 추모의 예를 올리기도 했다. 조상의 후광을 업은 3류 세습 정치가보다 야마모토가 훨씬 유익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일본 국민은 알까.

2019-09-03 06:30:00

[관풍루]미·중, 상대 상품 1천120억달러와 750억달러어치에 '관세폭탄'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

○…미·중, 상대 상품 1천120억달러와 750억달러어치에 '관세폭탄'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인데, 이제 대충 정리들 하지….○…유시민 "조국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헛소리"라며 조 후보자 엄호. 아직 물증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닌데 검찰 수사 끝나면 누가 헛소리하는지 다 드러나겠지.○…제13호 태풍 '링링' 필리핀 부근에서 발생해 이번 주말쯤 한국에 큰 영향 줄 가능성 높아. 추석이 코앞인데 기상청 예보가 엇나가길 바라는 건 이번이 처음.

2019-09-03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나라를 망치는 데 조국 하나면 족하다

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은 통치의 기본이다. 과거 선현들이 '신하를 가려 쓰는 것'을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은 것과 같다. 반경(反經)의 저자 조유(趙莥)는 이를 두고 "사람을 아는 것이 군왕의 길"이라고 콕 짚었다.군주의 사람 보는 눈은 중요하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자신을 위태롭게 하고, 나라를 위기로 몰고 간다. '이순신과 12척의 배'에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사태를 자초했던 선조가 대표적이다. 선조는 '왜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던 황윤길을 서인이라는 이유로 내치고 '왜의 침략은 없다'고 한 동인 김성일의 보고를 받들었다. 정작 임진왜란이 터지자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달아나기 바빴다.선조는 간신 원균의 꼬드김에 빠져 충신 이순신을 내쳤다. 결국, 다시 등장한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왜구와 맞서며 나라를 구했다. 하지만 선조는 천수를 누렸고 이순신은 전사했다. 이렇듯 어리석은 군주를 만나면 나라는 위태해지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사리사욕이 앞서 군주의 눈과 귀를 흐리게 만든 간신은 역사에 널려 있다. 고려사에도 "세상에 간신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世未嘗無姦臣也)는 기록이 나온다. 문제는 이를 꿰뚫어보는 군주의 혜안이다. 송사 유일지전은 "천하의 다스림은 여러 군자로도 이루기 부족하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로도 남는다"(天下之治, 衆君子成之而不足, 一小人敗之而有餘) 했다.그렇다 보니 온갖 '변간법'(辨姦法'간신을 가리는 법)이 나왔다. 한나라 유향은 '설원'(說苑)에서 이를 육사신(六邪臣'해로운 여섯 유형의 신하)이라 정리했다. 먼저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며 사리사욕만 채우는 구신(具臣)이다. 오직 군주의 마음만 사로잡으려 하는 유신(諛臣)이 있고,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사욕을 채우는 간신(奸臣)이 있다. 거짓으로 타인을 끌어내리는 참신(讒臣), 당파를 만들고 권세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적신(賊臣)이 이어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이다.육사신을 가려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간신열전에 그 예가 많다. 당 덕종때 노기(盧杞)는 현란한 말솜씨로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권을 가리고 온갖 못된 짓을 했으니 장안에서 문을 닫지 않은 상점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변방 절도사들이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덕종은 도망치는 신세가 됐다. 노기는 반란을 진압한 절도사에 의해 처형됐다. 그래도 덕종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가 죽은 뒤 덕종은 말한다. "노기의 충정과 청렴을 모르고 사람들은 간사하다고 하니 짐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필이 답했다. "노기가 간신인 것을 폐하만 모르고 계십니다. 그것이 바로 노기가 간사하다는 증거입니다. 진작 깨달았다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나라가 들썩인다. 일개 장관 후보자를 두고 온 나라가 이렇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 국민들은 그의 언행에서 '평등, 공정, 정의' 대신 '불평등, 불공정, 불의'를 읽는다. 그에게선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국익을 앞세워 사익을 챙긴 육사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노자가 꼽은 통치의 가장 하수는 '통치자를 조롱'하는 단계다. 지금 온 국민이 '조로남불'이니 '조국캐슬' '조적조'라며 조롱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범여권은 '조국 구하기'에 맹목적이다. 이에는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진정 대통령이 그를 쳐내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2019-09-0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다시 본 대통령 취임사

지난달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광복회 대구시지부 주최로 열린 경술국치일 추념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 국치일을 맞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한 '조기(弔旗) 달기'와 '추념식 참석' 그리고 '찬 죽 먹기'를 올해만큼은 온전히 지켜보자는 마음에서다.광복회는 2011년 이후 국치일 행사를 갖고, 조기 달고, 찬 죽을 먹지만 늘 제대로 따르지 못했는데, 올해도 실패였다. 조기 달기와 행사 참석은 했지만 찬 죽만큼은 '운'(運)이 돕지 않았다. 마침 이날 참석자가 넘친 탓인지 준비한 죽이 모자랐다.이날 자신과의 약속조차 잘 지키기 힘듦을 절감하며, 2017년 5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취임사를 찾아봤다.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며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은 그때도 그랬지만, 2년 지난 지금 읽어도 새길 만하다.'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약속은 더 와 닿았다. 그래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한 다짐도 이루길 바랐다.2년 전, 국민 마음은 한결 그랬다. 그러나 지금, 나라는 그 약속과 다짐을 담았던 대국민 말씀과 다른 꼴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선지 대통령에게 되레 실망하는 사람도 적잖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진영도 상당한 탓에 갈수록 편이 갈리는 모양새다.그러나 '찬 죽 먹는 일'조차 '운'이 따르지 않으면 힘든 게 삶인데, 하물며 나라 걱정을 도맡은 대통령은 오죽할까. 문 대통령은 취임사의 숱한 약속과 다짐을 지키고 싶었겠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과 '운'까지 돕지 않으니 어쩌랴. 여당을 보면 그렇다.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존재하는가. 여당은 정부가 제대로 구르도록 도움과 힘을 주는(與) 무리(黨)가 아닌가. 정부가 잘 굴러가지 않으면 매와 채찍도 아끼지 말고 적절히 줘야 되는 무리가 아닌가. 그런데 과연 지금의 민주당은 그런가.문 정부와 청와대가 그릇된 일을 저질러도 그냥 그들과 같은 길을 걸으며 결속할 뿐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편들기는 점입가경이다. 이러다가 정부, 여당이 공멸을 자초하는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알 바 아니지만 자칫 나라만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9-02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여당 지도부에 "인사청문회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 좋은 사람 발탁 어렵다" 의중 전달

○…문재인 대통령, 여당 지도부에 "인사청문회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 좋은 사람 발탁 어렵다" 의중 전달. 국민이 누가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데….○…일본 아베 정부,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원 방위 예산 확정하고 공격용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도입한다고. 옥수수에다 미사일까지 사겠다니 트럼프 입이 찢어지겠군.○…대구시,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 맞아 안전·청결·친절 다짐하는 '대구 포 유(For You)' 운동 스타트. 말보다 시민 땀과 노력이 더해져야 아름다운 도시.

2019-09-0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총신(寵臣) 조국'

'역사는 반복된다'는 논거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가 하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오거나 치명상을 입힌 사람은 권력자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대통령이 가장 아끼고 애지중지한 이들이 정권을 쓰러뜨리거나 기울게 했다. '정권의 적(敵)은 대통령 지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것은 최순실 씨였다.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은 형이 문제였다. 이상득 의원과 노건평 씨가 아우인 대통령에게 짐이 됐다. 경쟁자이자 동지인 김대중·김영삼 대통령은 나란히 아들 때문에 정권이 기울었다. '홍삼 트리오'와 김현철 씨가 아버지에게 그림자를 안겨줬다. 박정희 대통령은 심복인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권력 다툼 와중에 총탄을 맞아 서거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2인자인 이기붕 의장으로 인해 하야(下野)하고 말았다.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을 꼽는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첫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2년 넘게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긴 데 이어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인사 검증 실패 등 숱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총애는 굳건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진단마저 나왔다.인사청문회·검찰 수사로 조 후보자가 갈림길에 선 것처럼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로 말미암아 갈림길에 섰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에도 문 대통령이 청문회 후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느냐,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통해 조 후보자 카드를 접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문 대통령과 정권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사족(蛇足)을 달면 총애의 총(寵) 자와 농단의 농(壟) 자가 매우 닮았다. 용이 갓을 쓰면 총 자가 되고 용이 땅을 딛고 서면 농 자가 된다. 총애하는 사람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사실을 선인(先人)들은 일찍이 간파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9-08-31 06:30:00

[기자노트] 환경부, 물클러스터 밀어주기 반성은 없었다

"평가방식을 계획과 다르게 바꿔 변별력을 상실하는 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논란을 초래했다."이는 감사원이 지난 27일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위탁운영기관 선정 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환경부에 위법·부당 행위로 인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내용 중 일부다. 감사는 지난해 8월 환경부의 한국환경공단 '밀어주기' 의혹에서 시작됐다. 선정 과정에서 환경공단보다 실적과 규모가 우세한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탈락하자 각종 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파장은 커졌다.결국 의혹은 국회로까지 확대됐다. 두달 뒤 열린 국정감사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문제를 집중제기했고 환경부는 평가방식 변경, 회의록 미작성 등을 시인했다. 2천409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구의 대표 미래사업을 환경부가 이토록 허술하게 추진했다는 것에 지역사회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와 정치권이 지역 경제를 살려보고자 클러스터 유치에 힘을 쏟았던 지난날의 땀과 노력도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환피아'(환경부+마피아)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환피아'는 이번 사태 본질과 닿아있다. 국감 당시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까지 나서 "통화명세까지 조회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중대한 사안"이라며 질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당시 이사장 포함 환경부 출신들이 고위직에 포진해 있었지만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이관돼 환경부 출신이 전무했다. 환경공단으로 결정된 배후에 '환피아'가 있었다는 논란이 일었다.비리의 복마전이 되어버린 환피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17년 국감에서 "영풍석포제련소가 수십년간 건재한 것은 환경부 출신이 영풍그룹 임원·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환피아와 환경부 부실감시가 만든 환경재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환경부는 "미비한 점이 있었다"며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무책임한 태도에 지역사회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환경부는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지역 정치권은 환경부가 클러스터 성공으로 사태를 만회해야 한다고 촉구한다.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논평을 내 "환경부는 두 기관이 각자의 장점을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확대해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08-30 17:50:54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공산주의의 비인간성에는 눈을 감고 자본주의의 문제는 무섭게 비판한 위선자였다. 그는 불소친선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된 1954년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한 뒤 '리베라시옹' 신문과 인터뷰에서 소련의 현실을 정반대로 전했다. 그는 "소련 시민은 우리보다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그들의 정부를 비판한다"며 "소련에는 완전한 비판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이를 두고 영국 역사가 폴 존슨은 1930년대 초 조지 버나드 쇼의 '소련 찬양' 이후 서구 주요 지식인의 입에서 나온 소련에 대한 가장 굴욕적인 설명이라고 비판했다.훗날 자기 말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자 사르트르는 1976년 출간된 저서 '상황Ⅹ'에서 이렇게 자신을 비호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내가 믿지 않은 소련에 대한 우호적인 사실들을 몇 가지 말했다…그렇게 한 이유는 고국에 돌아오기 무섭게 나를 초청해준 나라를 모욕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소련과 내 사상 사이의 관계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이런 말장난은 그의 전매특허다. 서구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왜 소련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전형이다. 그는 "자신의 실천 원칙은 '지금 여기'(now and here)이고, 자신의 삶의 현장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 않아도 소련에 대한 비판은 넘쳐나는데다가 자신까지 소련을 비판할 경우 그것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나은 것'이란 식으로 현실을 정당화하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것"이라고도 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침묵하다 29일 입을 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막상막하다. 그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이 지배하고 있다"고 했으며,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일부 참가자가 마스크를 한 것을 들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거라고 본다"고 했다. 우리 편은 무조건 선이라는 진영 논리에 갇혀 '상식'과 '균형 감각'을 상실한 궤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눈을 씻고 귀를 씻어야겠다.

2019-08-30 06:30:00

[관풍루]'조국 가족 펀드' 의혹 핵심 3인 지난주 돌연 출국 이어 조국 동생 전처도 29일 김해공항서 출국하려다 제지당해

○…'조국 가족 펀드' 의혹 핵심 3인 지난주 돌연 출국 이어 조국 동생 전처도 29일 김해공항서 출국하려다 제지당해. 조국을 위해 조국을 떠나려 했나.○…문 대통령, 대일 경제 독립 강조하며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 "우리 '기업' 우리 스스로 지키는 것"부터 실천하시지요.○…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 난 이월드, 최근 3년간 비정규직은 늘고 정규직은 줄고. 그러고도 고용친화 대표기업 선정된 비결이나 좀 압시다.

2019-08-30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분양가상한제, 보약일까 독약일까

"3.3㎡당 3천50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듣는 순간, 혹했죠."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법원 인근에 140㎡ 규모의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지인은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자신을 정비업체 관계자로 소개한 상대방은 재개발 부지를 매입 중이라며 집 팔기를 권했다. 이 일대 시세가 3.3㎡당 1천만원 초·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의 두 배 이상을 주고 사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지인은 집을 팔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계약 방식이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땅 작업'을 하는 시행사나 정비업체들은 토지나 건물주와 매매계약서를 쓰면서 계약금을 주지 않고 통상 1년가량 유예 기간을 둔다.재개발 부지의 토지 계약서를 95% 이상 확보해 사업이 가능하게 되면 시공사에 매각하고 토지 대금을 받은 후에야 매매 대금을 주는 식이다.유예 기간을 넘기고도 돈을 주지 못하면 계약은 자동 파기된다. 계약서에 특약도 넣는다. 계약서를 쓴 토지 및 건물 소유주가 변심하지 않도록 돈을 받지 않아도 법원 공탁을 통해서라도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인정한다는 식이다. 정비업자나 시행사 입장에서는 용역비나 기본 운영비 외에 '땅 작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없고, 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다.다만 이런 방식으로 계약까지 끌어내려면 적어도 시세의 2~3배는 제시해야 한다. 당연 택지 조성 비용은 급상승한다.토지나 건물주는 적어도 1년 이상 재산권이 묶이게 된다. 사업이 무산되면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다.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 적용되면 이 같은 방식의 '땅 작업'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표준지공시지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감정평가금액을 택지공급가격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올해 표준지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은 64.8%에 그친다.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한 토지 소유주는 3.3㎡당 2천200만원을 받기로 시행사와 구두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3.3㎡당 1천400만원 이상은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선 업체 측은 3.3㎡당 1천400만원에 맞춘 매매대금을 보낸 뒤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시세보다 비싸게 쳐줬다"는 것이다.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계약을 파기하려면 송사를 벌여야 할 판이다.수성구 일부 정비구역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전에 토지 매매 계약을 끝내기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주택 가격은 구·군 내에서도 수억원의 차이가 난다. 수성구 내에서도 집값이 최고 수준인 '범4만3'(범어4동, 만촌3동)과 파동은 집값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진다.학군, 교통 등 입지에 따라 청약경쟁률도 천양지차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은 이런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에 맞춰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 방식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주택 소유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대구 분양가, 분명 올라도 너무 올랐다. 대구는 2014년 이후 전국에서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그러나 획일적인 가격 제한 정책으로는 분양가 상승을 막을 수 없다.수성구가 막히면 다른 지역이 오르는 '풍선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만 바라보지 않고 비수도권에도 들어맞는 '핀셋 규제'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2019-08-29 18:57:13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왕의 남자

역사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한국사 속의 간신(奸臣)을 책으로 펴낸 역사학자 함규진은 그 유형을 3가지로 나눴다. 왕의 신임을 믿고 권력을 농단했던 유형, 왕보다 더한 권력을 추구했던 유형, 시류에 영합하며 일신의 영달만을 꾀했던 유형이다. 그는 첫 번째 유형을 '왕의 남자'라 부르며 삼국시대의 도림, 고려시대의 묘청 그리고 조선시대의 홍국영 등을 대표로 꼽았다.고구려 장수왕의 밀명을 받고 백제로 잠입한 승려 도림은 개로왕의 환심을 산 후 국사(國師)가 되었다. 그는 각종 토목공사를 건의해 백제의 국력을 낭비하며 백성을 곤궁에 빠트렸다. 그때 장수왕이 백제를 침공해 수도 한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과 일가족을 붙잡아 죽였다. 어느 역사가는 도림 같은 인물을 일컬어 '역사를 훔친 첩자'라고 했다.고려 인종 때 묘청은 서경(평양) 천도와 함께 황제국을 자처하고 금(金)을 정벌하자고 주창했다. 당시 고려 사회는 외척의 반란에다 문벌 귀족과 신진 관료의 대립으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져 있었다. 더구나 대륙에는 여진족의 나라가 흥기하며 고려를 핍박했다. 개경 귀족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허황된 정치적 수사에 현혹된 왕은 결국 '묘청의 난'을 초래했고, 머잖아 무신정변과 함께 왕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조선 정조시대 초반의 정국은 홍국영이 전부였다. 모든 정사가 그에게서 나와 그를 통해 시행되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정무 감각이 뛰어난 그가 일찍이 정조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조정 중신들 사이에 '홍국영과 갈라서는 자는 역적'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정도였다. 재야 선비들의 환심을 사고 누이를 정조의 후궁으로 들인 홍국영의 독단적 권세는 그러나 정점에서 꺾이고 말았다. 도성에서 쫓겨나 폭음과 통곡으로 밤낮을 보내던 그는 30대 초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일개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둘러싸고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은 그가 곧 권력의 실세이자 '왕의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의혹과 표리부동의 행각에 '조로남불' '조국캐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고로 간신이란 어리석은 권력자를 숙주로 삼는다. 역사상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줄 모르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과 국가의 말로는 비참했다.

2019-08-29 06:30:00

[관풍루]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 출마설 나도는 황교안 대표 향해 "수도권에서 출마해 헌신하라" 직격탄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 출마설 나도는 황교안 대표 향해 "수도권에서 출마해 헌신하라" 직격탄. 수도권에서 돌풍 못 일으키면 TK지역당 대표 신세 못 면한다는 말씀.○…조국, 과거 조윤선 문화부장관 재직하며 검찰 수사 받자 "무슨 낯으로 장관직 유지하며 수사를 받는 것인가" 트윗. '조로남불' 소리가 달리 나왔을까.○…미 국무부, 한국군의 독도방어훈련에 이례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다'며 일본 손 들어줘. 한미동맹은 멀어지고 미일동맹은 더 가까워지고.

2019-08-29 06: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사할린 동포의 친구, 대구 청년들

'사할린이 좋다고 내 여기 왔나/ 일본 놈을 무서워 내 여기 왔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우리 조선은 따뜻한데/ 그 땅에 못 살고 내 여기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사할린 본조 아리랑'에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 사할린에 건너온 사연부터 내 땅에 못 살고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외지인의 설움까지 다양한 색깔의 슬픔과 서러움을 담고 있다.러시아 연해주 동쪽, 일본 열도 북쪽에 있는 사할린은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 속에 격변의 역사를 겪은 땅이다. 혼란이 끊이지 않았던 땅에는 모진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간 사람들이 남았다.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대부분 일제 말기에 징용노동자로 잡혀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에는 약 4만3천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강제징용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에는 합동추모비가, 8·15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선을 기다렸던 코르사코프 항구에는 망향탑이 세워져 있다.학살과 포탄을 피해 코르사코프 항구에 도착한 한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렸다. 1945년 해방 후 일본은 사할린에서 자국민을 귀환시키면서 조선인은 제외했다. 배가 와도 승선권은 일본인에게만 주어졌고, 언덕에 올라 다음 배를 기다리다 영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사할린 한인들은 일본 측의 일방적인 국적 박탈 조치로 귀환하지 못했고, 러시아도 송환을 외면해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기구한 운명에는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잊은 존재들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해방 후 사할린에 남은 한인1세는 온갖 차별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무국적을 선택했다. 소련 국적을 가질 기회가 충분했지만 조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1994년 한일 정부가 뒤늦게 사할린 동포 시범 송환에 합의하여 약 4천300명만 한국으로 돌아왔다.70여 년 전 '절망'으로 가득했던 사할린. 대구 청년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더 이상 눈물의 땅이 아닌 희망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사할린과 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트기 시작한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는 사할린 동포들이 가장 환영하는 단체로 알려졌다. 대구 청년들은 매년 사할린 동포를 대구로 초청해 '사할린의 밤'을 열 뿐만 아니라 사할린을 찾아 '대구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할린을 찾아 동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왔다.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정부의 사할린 동포에 관한 내용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사할린 한인 1세대는 현재 전국 4천300여 명에 이르지만, 자녀들은 영주 귀국에서 제외됐다. 사실상의 또 다른 이산가족이 된 셈이다. 함께 고국 땅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정부의 지원 법안은 표류 중이며,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속절 없이 세월만 흐르고 있다. 국회에 표류 중인 '사할린 동포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 가족과 함께 영주 귀국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조국땅 동포들아/ 사할린의 땅 한인을 잊지 마라/ 이국만리에서 조국 사랑하는/ 사할린의 한인들이다.' 사할린 한인문화센터에 걸린 운강 이원술의 시가 가슴 한쪽에 남았다.

2019-08-28 14:34:25

지천옻칠아트센터 김은경 대표. 상주시 제공

'지태옻칠기' 김은경 박사 파리 개인전

종이에 옻칠을 한 '지태옻칠기'로 유명한 김은경 지천옻칠아트센터 대표가 30일부터 9월 5일까지 파리 메타노이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김 대표는 '옻칠, 종이를 품다(L'Ottchil se marie avec le papier)'라는 테마로 열리는 전시에서 한지와 장판지를 사용한 30여 점의 옻칠화와 지태옻칠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태칠기 전통기법의 복원에 노력을 기울인 한국 최초의 옻칠조형학 박사로 여러 겹 칠을 올려도 가벼운 지태옻칠기를 만드는 유일한 현존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김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애정을 가진 작품으로 '기운생동'과 'Vase Cozy'를 꼽았다. 두 작품 모두 장판지를 화판으로 삼아 옻칠 고유의 색인 담갈색의 깊이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Vase Cozy'는 옻칠을 했음에도 유연하게 구부러져, 펼치면 테이블 매트가 되고 접으면 화병 커버가 된다. 옻칠의 강력한 방부 기능으로 꽃이 오래가는 효과가 있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마크 히가넷(Marc Higonnet) 메타노이아 갤러리 관장은 "파리 역시 유러피언 옻칠(European Laque)의 본고장이지만, 종이에 옻칠을 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한국 옻칠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김은경 대표는 "옻칠은 가까이 할수록 몸에 좋고,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맑아지는 살아있는 존재"라며 "파리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지태옻칠의 매력을 전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전시 정보와 작품 사진은 지천옻칠아트센터 홈페이지(www.jicheonottchil.com)에서 만날 수 있다.한편 지천옻칠아트센터는 국내 최초의 옻칠조형학 박사인 김 대표가 2017년 한국의 옻 문화예술을 소개, 발전시키고자 설립한 문화공간으로 상주시 한방산업단지내 위치하고 있다.

2019-08-28 12:12:59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점(點)과 점(点)

에드윈 허블은 조지 헤일의 영향으로 시카고대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데 사실 법률에는 흥미가 없었다. 귀국 후 교단에 서거나 법률회사에서 일하며 다른 길을 걸었다.다시 방향을 틀어 1917년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가장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트 윌슨 천문대에 도착한 때가 1919년 8월, 꼭 100년 전의 일이다.당시 윌슨 천문대에는 헤일이 설계한 구경 2.5m, 무게 100t의 후커(Hooker) 망원경이 있었다. 허블은 이 망원경으로 은하 관측에 매달렸는데 중노동이었다. 관측 포인트와 노출 시간을 일일이 수정해가며 유리 건판에 촬영했는데 각도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초점이 흐려도 자료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1923년 10월 4일, 안드로메다 성운 사진을 찍었다. 이를 현상하자 점 하나가 발견됐다. 재촬영해 확인한 결과 두 개의 점이 더 발견됐다. 그중 하나가 유명한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다. 이를 이용해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쟀는데 약 90만 광년이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인 10만 광년보다 더 멀었다.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을 통해 외부은하 존재를 처음 증명한 것이다. 이후 우주팽창론까지 증명해낸 그의 이름이 최초의 우주망원경에 붙은 것은 자연스럽다.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정보 강국'이라는 일본의 황당한 정보력 수준을 공개했다. 국회 국방위원이자 군사통인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7년 북한 미사일 정보를 얻으러 온 일본이 우리에게 건넨 정보는 위성 영상도 아닌 구글 맵 위에 발사 추정 지점을 표기한 도표가 전부였다"고 꼬집었다. 또 "지소미아 체결 이후 30차례 정보 교류에서 유용한 일본 정보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허탈해했다.빗대자면 스케치 한 장 주고는 우리의 알짜 정보를 받아간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에 당황하며 극구 난색을 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위대한 발견의 서막인 허블의 '점'(點)과 구글 맵에 달랑 찍은 점(点)은 같은 글자이지만 정자와 속자의 관계만큼 차이가 크다. 이로써 지소미아 논란은 이미 판가름이 난 셈이다.

2019-08-28 06:30:00

[관풍루]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올 하반기 대졸 신입 직원 채용 계획 물었더니 응답 기업 중 54%가 '계획 없다'고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올 하반기 대졸 신입 직원 채용 계획 물었더니 응답 기업 중 54%가 '계획 없다'고. '일자리 전광판' 앞에서 쇼하던 분은 어디에.○…입시 한 번 안 치고 고교서 의전원까지 간 조국 딸 '금수저 입학' 두고 수시 중심 대입 공정성 논란 확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란 속담이 그냥 나왔을까.○…대한상의, 민간 투자 부진 방치하면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1%대로 추락할 것이라 경고. 그래도 '우리 경제 기초 튼튼' 도깨비방망이 가지고 있으니 안심(?).

2019-08-28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분노 범죄가 잇따르는 사회

물건을 사다가 매장 직원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욕설이 오가는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멱살잡이까지 벌어질 수 있다. 수년간 만남을 이어오던 연인과 헤어질 수도 있고, 아이까지 낳고 잘살던 부부가 이혼할 수도 있다. 문제의식 없이 부하 직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함부로 대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저지르기도 한다.그렇다고 해서 다퉜던 매장 직원이, 한때의 연인이,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배우자가, 한솥밥을 먹었던 부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해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일은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상황일 뿐, 현실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엽기적인 영화 소재가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다.서울 구로구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39)는 투숙객(32)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대호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동기는 섬뜩하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상대가 '모텔비 얼마야?', '사장 어디 있어?' 같은 반말을 했다.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멸감을 느꼈다." 살해 이유가 모멸감이다. 범행 당일 장대호는 마스터 키로 피해자 방을 열고 들어가 살해했다. 사흘간 시신을 방 안에 방치했다가 새벽에 시신을 토막낸 뒤 한강으로 가서 유기했다.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선 PC방 아르바이트생이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김성수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화장실을 갔다온 사이에도 안 치워져 있어서 화가 났고, 1천원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나만 바보가 됐구나'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5월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조성호는 "열 살 어리다는 이유로 자주 청소를 시키고, 무시했다"며 함께 살던 선배를 살해한 동기를 밝혔다.사람들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모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일로 분노를 분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극히 드물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마음속 화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범죄를 촉발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습관 및 충동장애)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 2013년 4천934명에서 2017년 5천986명으로, 4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다.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고민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던 장대호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학생의 고민에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계약'이라며 '먼저 때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답했다.지독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고, 그래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그 속에 웅크려 살고 있는데, 그곳마저 침범당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응징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들이 장대호의 분노 서린 해결책을 보며 '공감'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2의 장대호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2014년 345명, 2015년 344명, 2016년 373명, 2017년 357명에 달했다. 하루 한 건꼴이다.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부작용쯤으로 여겨야 할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지만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2019-08-27 21:30:00

홍준헌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산업재해 책임은 사업주 몫

'꿈과 사랑, 축제의 나라' 이월드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20대 대구 청년 A씨가 한순간 실수로 평생을 돌이키지 못할 사고를 당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상황이다.사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신체 부자유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여전히 높은 탓이다. 일자리를 찾는 것도, 결혼 상대를 만나기도 어렵다. 내면은 달라진 것 없는 '나'를 장애 하나만으로 '비정상인' 취급하는 타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쉴 새 없이 견뎌야 한다.그래서였을까. 사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많은 시민들, 특히 20·30대 또래들은 "이월드가 그를 고용해 장래를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댓글을 달고 또 달았다.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안타까움도 더했다.법조계, 노동계는 '이번 사고는 산업재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관행에 따르다 난 사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고용주의 책임이자 의무다.매일신문은 이번 사고를 둘러싼 자극적인 가십보다는 사고 원인에 대한 구조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이월드가 지금껏 안전보장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밝혀냈다. 이월드는 각 놀이기구 조작 현장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1명씩 만을 뒀다. 그마저도 퇴직금 지출을 아끼려 이들이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전인 11개월마다 계약을 마치는 쪼개기 편법까지 동원했다.설치 20년이 넘은 노후 놀이기구를 운영하면서 '동네 놀이동산'에도 못 미쳐 보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두고 운영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심지어 안전 전문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들끼리 후임자에게 놀이기구 작동 및 안전교육을 한 정황까지 확인됐다.경찰은 A씨가 롤러코스터 탑승 관행을 배운 경로, 사고 당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목적을 조사 중이다. 이는 사고 발생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경찰 수사의 초점은 그보다도 근로자 수백 명을 고용하는 기업 이월드가 지금껏 왜 근로현장 위험을 방치했는지, 경영에 무심했거나 무능했던 탓에 관행의 존재를 몰랐던 것인지 등을 밝히는 데 맞춰져 있다. 사측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것이다.스스로 치부를 알았던지 한동안 자신의 민낯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월드도 뒤늦게 부실한 근로여건 개선에 나서는 한편, A씨 치료와 재활을 전적으로 돕고 수사에도 숨김없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사업주로서 책임과 과실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안타깝게도 국내 대다수 산업재해 사고에선 기업이 피해 근로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산재 인정은 곧 사업주 위법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숱한 피해 근로자와 가족은 '자기 과실'이라는 오명을 쓰고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자책과 고통 속에 살곤 한다.그래서 "이월드가 A씨를 고용해 장래를 책임져 달라"는 시민들의 댓글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입사 5개월 차 A씨는 그것이 위험한 줄도 모른 채 관행을 따랐다. 부디 한순간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고난에 처한 20대에게 '본인이 자초한 실수'라며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말았으면 한다.

2019-08-27 14:01:07

[관풍루] 북, 신형 발사체 쏘아대며 도발하는데 한미일 정상은 제각각 딴소리하며 동맹에 파열음

○…북, 신형 발사체 쏘아대며 도발하는데 한미일 정상은 제각각 딴소리하며 동맹에 파열음.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트럼프 말이 섬뜩한 이유.○…소설가 이외수,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못 되는 사건"이라며 온갖 의혹 휩싸인 조국 두둔. 국민들 눈엔 그때 그 사건이 지금에 비해 조족지혈.○…한일 경제 전쟁 와중에 일본 보란 듯 이지스함·특전사 투입해 사상 최대 규모 독도 영토수호 훈련.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란 사실 잊어서야.

2019-08-2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역사의 수레바퀴

70년 전이다. 1949년 38선에서는 남북 군대 사이에 모두 847차례의 무력 충돌이 있었다. 남쪽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통일(北進統一)을 외쳤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조선노동당위원장이 맞불 구호를 내세웠다. '조국완정'(祖國完整)이다. 즉 조국해방(祖國解放)과 국토완정(國土完整)을 뜻하는 구호다. 이렇게 두 남북 정상은 통일과 완정을 향해 마주 달렸다. 이어 1950년 북한의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터졌고 3년을 끌었다.그리고 1953년 7·27 정전으로 다시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은 갈렸다. 이후 남북은 경제, 군사, 대규모 국제행사(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1989년 평양 세계청년축전)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선(善)순환의 생산적 경쟁 또는 악(惡)순환의 소모적 경쟁을 벌이곤 했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올해는 남북 분단의 현장에서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까지도 이뤄졌다.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역대 정부와는 특징적인 변화와 일이 숱하게 일어났다. 과거 보수 정권은 물론,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도 다른 차별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나라 안도 그렇지만 우리를 둘러싼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종전과는 사뭇 차이나는 흐름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 그 맞은편의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다. 마치 큰일에 흔히 따른다는 일종의 조짐(兆朕)처럼 말이다.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고 빚어진 갈등과 불편한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 간 경제 전쟁 등 깊어진 아베 총리와의 외교적 갈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과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두 강국에 의한 우리 영공 휘젓기 같은 침범, 북한을 에워싸고 뭉친 이들 북중러 공산사회주의 삼각 동맹 국가와의 긴장 관계가 그런 사례다. 하나같이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고 심상찮은 분위기나 다름없다. 문 정부 출범 2년을 지나면서 맞이한 국제 현실이다.그런데 걱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다. 이 바퀴는 나라 지도자나 국민의 의도나 바라는 대로 구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살피면 그런 일은 많다. 특히 우리 역사 수레바퀴는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는 쪽으로 구른 굴곡의 궤적을 여럿 남겼다. 굴곡진 역사에서는 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이다. 다른 공통점은 지도자나 집권 세력, 그 주변에 맴돌던 부류는 뒷날을 누린 사실이다.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심상찮은 여러 변화는 위기 또는 기회의 조짐일 수 있다. 이는 문 정부와 우리 국민의 몫이자 그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나라 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한일 경제 전쟁으로 모처럼 뭉쳤던 정치권과 민심이 또다시 갈라지고 있다. 나라 밖은 이런 국내 꼴을 이용, 자국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에 바쁘다. 연일 포(砲) 발사 도발에 나선 북한 움직임도 그러니 한국은 마냥 먹잇감이니 걱정이다.뭇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물꼬를 트는 일은 아무래도 안에서 먼저 찾아야 할 듯하다.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기기보다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할 일은 정치권 편 가르기에 멋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어리석음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청문회, 정치, 반일(反日)운동 등 뭐든 상식적 잣대로 행동해 나라 안팎의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돌려 역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려보자.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잘 굴린, 민주화 시위와 촛불 민심도 우린 봤지 않았던가.

2019-08-27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장닭 없이 굵은 놈'

지금도 그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으나 과거 경북 북부지방에는 '장닭(수탉) 없이 굵은 놈'이란 말이 있었다. '아버지 없이 자라 예의범절을 모르고 언행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비하(卑下)하는 말이다.기자의 선친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성장기에 타인의 무례한 말이나 행동에 화를 내면 그런 소릴 들었고, 사회 상규(常規)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도 상대방이 음해할 목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기자의 선친은 "장닭 없이 굵은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했다"고 했다.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 중에는 '장닭 없이 굵은 놈'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인간 승리'를 일군 사람도 숱하다. 바로 공자(孔子)가 그렇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粱紇)은 자식 복이 없었다. 60세가 넘도록 본처에게서 딸만 9명을 얻었고, 첩이 낳은 아들도 불구였다. 그래서 66세에 무녀(巫女)인 16세의 안징재(顔徵在)를 아내로 맞아 공자를 낳았다.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이를 '야합이생'(野合而生)이라고 기록했다.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합, 요즘으로 치면 '사실혼'이나 '동거'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자의 '출신 성분'은 미천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숙량흘은 공자가 3세 때 죽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의 무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공자가 17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공자는 '장닭 없이 굵은 놈'이 아니라 유교의 비조(鼻祖)가 됐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황제 입시'를 겨냥해 "조국 같은 아버지를 두지 못했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비판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에게 YTN 변상욱 앵커가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꼴통)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다.백 대표는 대학 때 아버지를 여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앵커가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알았든 몰랐든 '반듯한 아버지'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백 대표와 그 아버지, 그 가족 모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기 때문이다. '반듯한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아버지인가? 조 후보자 같은 아버지여야 반듯한 아버지라는 건가? 변 앵커는 부끄러워해야 한다.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imaeil.com

2019-08-27 06:30:00

[관풍루]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사모펀드 사회 기부하고, 웅동학원도 공익재단에 넘겨 손 떼겠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사모펀드 사회 기부하고, 웅동학원도 공익재단에 넘겨 손 떼겠다" 승부수. 뜻은 잘 알겠지만 쭉정이 받고 뒷목 잡을 게 뻔한데, 못 들은 걸로-국민.○…일본 정부, 해군이 이지스함 처음 동원해 독도 등 '동해 영토수호훈련' 실시하자 또 반발. 북한 미사일 대책만해도 시간 모자랄 건데 남의 땅에는 신경 끄도록.○…경북도의회, 수업 전과 방과 후 아동 놀이 시간 및 공간 확보 강조한 '놀 권리' 조례안 발의. 공부에 짓눌려 아이들 노는 소리 끊긴 빈 운동장은 분명 비정상.

2019-08-26 06:30:00

이대현

[야고부] '조국아 고맙다'

지인이 SNS에 '아베야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아베 신조가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한·일 역사, 경제 등 지금껏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깨달음을 얻어 역설적으로 아베에게 고마워한다는 내용이었다.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씨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조 씨에게도 고마워할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학 필기시험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간 조 씨 딸 '덕분에' 입학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게 드러났다. 고교 재학 중 단 2주간 인턴에 의한 논문 제1저자 등재, '황제 장학금' 논란 역시 이들 분야에 대한 점검 기회를 안겨줬다. 부동산 차명 보유, 웅동학원 채무 면탈 및 교사 부정 채용, 사모펀드 투자 등 다른 의혹들도 '가족이 뭉치면 뭣이든 할 수 있다'는 가족애(?)를 일깨워준 것과 함께 관련 제도들의 미비점을 손질할 계기를 제공했다.'우파 못지않게 좌파도 부패하다'는 논거를 조 씨와 가족이 입증한 것도 고마워할 이유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도 '조국 사태'는 일깨워줬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 대통령 취임사가 빈말이란 것도 보여줬다. 외모나 언변에 속지 말고 거짓·위선을 판별할 수 있도록 국민을 경각시킨 것도 의미를 둘 만하다. 청년들에게 불공정의 장벽이 어둠 속에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무엇이 정의인가를 숙고하게 하고 분노·행동하게 한 것도 조 씨가 이바지한 바다.집권 세력의 참모습도 '조국 사태'는 국민에게 알려줬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조 씨를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야당 비판에 청와대는 '갖다 붙이기'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직접증거가 없을 뿐 정황증거와 심증은 차고 넘친다. '조국 구하기' 나아가 내년 총선 프레임을 '한·일전'으로 몰고 가려고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면 어느 국민이 용서할 수 있을까.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비화한 '조국 사태'에 대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도 넘은 비호도 집권 세력 실체를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장외 집회에 10만 명이나 모이게 해준 조 씨에게 자유한국당은 '조국아 고맙다'라며 청문회 준비에 바쁜 그에게 김칫국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2019-08-26 06:30:00

김병구 매일신문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낙하산과 험지

내년 총선을 약 8개월 앞두고 보수 진영의 두 인물이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두 인사는 많이 다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총선 국면을 앞두고 염치없고 옹졸한 공통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에 관심 있는 두 인사가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전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도 보인다.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총선 출마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그 방식이 당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권을 꿈꾸는 인사의 위상으로는 전혀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현재까지의 행보로 볼 때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 손쉽게 안착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다른 후보와 직접 맞붙기보다는 전략 공천을 은근히 바라는 모양새다. 안방에서, 그것도 내리꽂기를 통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금배지를 그저 거머쥐겠다는 속셈이다.이들은 언론 접촉이 있을 때마다 TK 출마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지역의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대로는 TK 석권이 어렵다"며 한국당 내 총선 불안감을 은근히 부추기면서 중량감 있는 자신들이 출마해야 한다는 논리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지역 여론에 대한 '간보기'이자,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공천 희망 메시지'를 동시에 던져보는 사전 포석이다.홍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출마지로 대구 몇몇 곳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속내로는 그중에서도 대구 달서병이나 북을을 가장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당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홍 전 대표가 속내를 드러내 이 지역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지역민은 물론 당내의 비아냥거림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서병과 북을은 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는 곳으로, 대구 어느 곳보다 공천을 얻기 쉬운 곳이다.북을은 대표 시절 자신이 당협위원장을 셀프 임명한 곳이고, 달서병은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강효상 국회의원(비례)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넘겨준 곳이기도 하다.김 전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대구 수성갑은 정순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을 자신이 직접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그 지역이다. 수성갑에 꾸준히 밭을 갈아온 정 전 부의장이나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치 지망생 등을 제치고 낙하산으로 내려앉겠다는 것은 몰염치하기 그지없는 행태다.홍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진정으로 대권 도전에 마음이 있다면 텃밭이 아닌 험지에 출마해야 마땅하다.홍 전 대표의 험지는 초·중·고를 다닌 대구도, 도지사를 지낸 경남도 아니다. 김 전 위원장도 고향인 경북이나 학창 시절을 보낸 대구를 출마지로 택해서는 여론의 차가운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이들이 출마지로 꼽아야 할 곳은 바로 한국당의 험지이자, 대권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 수도권이다.대권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국회의원 자리 한 번 해볼 심산으로 TK에 내리꽂기를 시도한다면 자신의 고교대학 후배에게 망신만 당하고 대구 입성에 실패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전철을 되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각인하기 바란다.그나마 TK 외에는 어느 곳도 발붙일 선택지가 없다면 전략 공천에 기대지 말고 당당히 경선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2019-08-25 17:08:14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투 머치 토커

SNS나 유튜브 영상에서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는 용어를 종종 접하게 된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인데 영어의 프래틀러(Prattler)나 개시(gassy)와 같은 의미다. 간단하게 얘기하고 끝낼 일도 장황하게 늘어놓아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용어다.이 용어가 크게 부각된 것은 전직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때문이다. 은퇴 후 TV 예능 프로에 종종 얼굴을 내비친 그는 겉보기와 달리 한번 시작하면 좀체 끝이 나지 않을 만큼 말을 많이 해 '투 머치 토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말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고 또 엄청난 달변가다. 그가 출연한 TV 상업광고도 자연스레 '수다쟁이'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요즘 딸 문제로 의혹의 중심에 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SNS상에서 '투 머치 토커'로 불릴 만큼 늘 대중의 주목을 받아온 사람이다. 교수 재직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트위터 때문에 종종 구설에 올랐다. 좋게 보면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참여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표현이 지나치거나 공감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못마땅하게 보는 부류도 분명 있다.조국 후보자가 매일같이 신문 방송을 독차지하면서 '오늘도 조국, 내일도 조국' 푸념도 나온다. 딸의 부정 입학 의혹에서부터 논문, 장학금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자 조국 후보자의 해명도 길어진다. 진위 공방이 기어코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모양이다.어떤 특정 사안의 진위가 엇갈리면 누구나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억측과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실을 밝히는 것 못지않게 결말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해서다. 의혹을 풀기 위해 자신을 항변하는 것은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로서 의무인 동시에 보편적 권리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쏟아내는 말과 드러나는 정황 증거들이 진실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 항변권은 효력을 잃기 마련이다. 지금 국민들은 밑도 끝도 없는 그의 해명을 반복해 듣고 있다. '투 머치 토커'의 고문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유다.

2019-08-24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위령비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가곡 비목(碑木)의 노랫말 2절이다. 화약 연기 사라진 달빛 처연한 전장에 쓸쓸히 남은 비목을 노래하는 것은, 두고 온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며 애틋하게 스러져간 이름모를 병사들을 위한 진혼곡이다.참혹한 전쟁의 여운과 미려한 자연 풍광이 빚어낸 역설이 모태가 된 가곡 비목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천진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난 청춘의 호곡성이기도 하다. 경주 안강읍 용운사 경내에 서 있는 '안강전투 전사자 위령비'의 모습도 비목과 다름이 없다. 태극기를 새긴 전투모 형상의 비석갓이 치열한 전투 속에 죽어간 젊은 넋들을 상징하고 있을 뿐, 비석에 새겨 놓은 20여 명의 전사자가 정규군이었는지 학도병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20일에 세웠으니 6·25 전사자 위령비로는 가장 빠를지도 모른다. 사각 기둥 위에 철모 모양의 머릿돌을 얹은 것도 특이하거니와 비문에 신라 경순왕과 마의태자가 등장한 것도 특별하다. 위령비 옆면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우리말을 기록하던 표기법인 신라의 이두(吏讀) 흔적도 있다고 하니, 문화재적인 가치도 지닌 듯하다.안강은 인민군 주력부대인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하고 국군이 북진하는 6·25전쟁의 분수령을 이루었던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다. 위령비가 있는 용운사 주지 스님은 '내년이면 비를 세운 지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관련 당국과 대중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절이 수상하니 젊은 넋들의 표상이 오히려 더욱 서러울 따름이다.미증유의 민족적 비극을 초래한 북한의 공산왕조는 아직도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며 남쪽을 향해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다. 남한 대통령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 '겁먹은 개'라고 조롱한 데 이어, 이번 광복절 '남북협력 및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해서는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대꾸 한마디 못한다. 비목과 위령비조차 피눈물을 흘릴 지경이다.

2019-08-23 06:30:00

[관풍루]정경두 국방부 장관, '한미연합훈련 축소' 문제점 지적한 야당의원 향해 '군 폄하하지 말라'며 고성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한미연합훈련 축소' 문제점 지적한 야당의원 향해 '군 폄하하지 말라'며 고성. 북으로부터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 소리 듣고도 침묵하던 그 장관 맞소.○…별도의 법률 소송 없이 군공항 주변 지역 소음 피해 보상하는 관련법 국회 국방위 통과. '죽 쒀서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때는 '이제 안녕' 하려나.○…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통해 "만약 조국 임명 강행하면 국민 저항에 직면하고 몰락의 길 갈 것" 경고. 이래도 가고 저래도 가면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

2019-08-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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