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일 초계기, 우리 함정에 또 저공 근접 비행

○…일 초계기, 우리 함정에 또 저공 근접 비행. 북녘땅에선 핵무기가 버티고 있고, 남쪽 바다에선 일본과 중국의 군용기가 위협을 하니 사면초가가 따로 없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 대면보고와 보고서량 줄이라'고 첫 업무 지시. 그러면 대통령의 '혼밥'이 줄어들려나?○…대구 동갑 류성걸 선정과 경산 이덕영 탈락 등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조직위원장 교체 후폭풍이 점입가경.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던데….

2019-01-25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누가 신공항 갈등을 부추기는가

'영남권 신공항 갈등', '새누리당 텃밭 표심 양분', '국론 분열 부채질 신공항'…. 지난 2016년 6월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수도권 언론들이 쏟아낸 '헤드라인'이다.당시 수도권 언론과 정치권은 신공항 유치 경쟁을 영남권 전체의 갈등과 분열인 양 호도했다. 밀양(대구경북)-가덕도(부산) 입지 경쟁을 대구경북과 부산의 갈등 구도로 몰아가는 데 급급했다.당시 정부는 결국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했다. 다만 '김해공항 확장-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했다.영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 구도로 몰아간 수도권 언론들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김해공항 확장을 최선의 방안으로 치켜세웠고,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둥 김해공항 확장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돌이켜보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수도권 중심 사고가 빚어낸 파국의 연속이었다. 수도권 언론은 앞서 2011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역시 국익과 나라를 위한 주장으로 미화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은 '공약 버리고 국익 선택했다…MB 고뇌의 결심' 등으로 포장한 반면 신공항 건설을 염원하는 영남권은 지역 이기주의에 매달리는 집단으로 깎아내렸다.안타까운 현실은 연이은 백지화 과정에서 불거진 수도권 언론의 '갈등' 프레임이 또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선거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히면서, 수도권 언론들은 "자칫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둘러싸고 영남 지역 5개 지자체들이 지난 10년간 빚어 온 극심한 마찰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갈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이즈음에서 대구경북과 부산이 더 이상 해묵은 갈등관계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지난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에 따른 민간·군사공항 통합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또 현재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의 이해관계 역시 첨예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밀양과 가덕도의 입지 경쟁 양상으로 치달았던 지난 갈등과는 출발부터 다르다.특히 경남은 소음 피해를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안에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가덕 신공항 재추진에 가타부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경남 내부적으로도 지리산권과 남부해안권, 중부권과 동부권 등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섣불리 의견을 내세웠다간 심각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달 16일 제안한 '선(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後) 가덕도 신공항 논의'라는 전략·전술을 고민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을 먼저 확정 지은 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문제 등을 차례대로 풀어나가자는 의미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구경북과 부산이 더 이상 적(敵)으로 만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대구경북과 부산이 '지방공항 무용론'의 수도권 중심 사고부터 타파하는 것이다.

2019-01-24 16:22:11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금탄(金炭)

1960, 70년대 겨울철 도시 골목길의 흔한 풍경 중 하나가 새끼줄에 꿴 연탄이다. 퇴근길에 한두 장 사 들고 집으로 향하던 서민의 어깨가 몹시 힘겨워 보였다. 수백 장씩 쟁여둘 형편이 안 돼 낱장 연탄을 사서 끼니도 해결하고 온 식구 언 몸도 녹이던 시절이었다.당시 가정용 연탄의 주종은 22공탄이다. 1965년부터 생산한 22공탄은 6·25 직후 보급된 19공탄과 구분 없이 '구공탄'으로 불렸다. 구공탄은 화력은 약하지만 연소 시간이 더 길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 가정용으로 흔히 쓰였다. 업소나 공장, 부잣집은 화력이 더 센 32공탄, 49공탄을 썼다. 기름보일러나 가스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시절, 서민 일상에서 구공탄은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한 단면이다.서민 연료인 연탄의 지위를 위협한 것은 가스다. 1970년대 정유사들이 LPG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1972년부터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다.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가스 배관망과 LPG 연료 체계가 갖춰지면서 연탄산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용 편의나 공해 등을 감안할 때 가스의 대중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그렇다고 연탄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며 도시가스의 혜택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화훼 농가 등 비닐하우스 보온 연료로 다시 각광받았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한때 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늘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3년 새 연탄 가격이 무려 50.8%나 올라 저소득층의 한숨이 깊다는 소식이다. 2016년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축소에다 환경 규제 강화로 연탄 가격이 개당 900원을 넘어 '금탄'이 되자 청와대 앞 시위에다 국민청원까지 오르는 상황이다.'사흘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삼한사미'(三寒四微) 용어가 말해주듯 화석연료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석탄 사용을 줄여나가는 게 맞다. 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를 위해 도시가스 확대나 대체 연료 보급 등 정책 보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화력발전과 연탄과의 절연이 미세먼지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가정용 연료 체제의 완전한 전환은 시급한 과제다.

2019-01-24 06:30:00

[관풍루] 文 대통령,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 못해 송구하다"고

○…문 대통령,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 못해 송구하다"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최저임금 피해는?○…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한국당 의원들 현장 방문하는 등 연일 공세. 대중가요 '목포는 항구다'가 '목포는 투기다'로 바뀔 판!○…성폭력 사건이 체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단에서도 성폭력 사건 발생. '체력 향상'과 '폭력 행사'가 같은 줄 알고 있는 건 아닌지.

2019-01-24 06:30:00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축구 대구

연초부터 중동발(發)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한국대표팀은 22일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2대 1로 이겨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기세라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 경기 침체·정치 혼란으로 연초부터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사정을 고려할 때 대표팀의 잇따른 승전보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대구시민들에게도 올 한 해 축구가 큰 위안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유독 축구 관련 기분 좋은 소식들이 많아서다.대구FC가 지난해 FA(대한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사상 첫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새집도 생겼다. 경기장은 지난 19일 완공되었고 일부 경기장 주변 조경공사를 마치면 내달 입주한다. 지난 2002년 창단된 이래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시민운동장으로 다시 대구스타디움으로 정처 없이 거처를 옮겨 다니다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그동안 집 없는 설움을 제대로 겪어야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경기가 열릴 때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선수들도 전용구장이 없어 대구스타디움 보조구장, 강변축구장 등을 옮겨 다니며 훈련하느라 '동네축구단' 대접을 받아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고 한여름 뙤약볕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야구의 인기에 밀려(?) 어둠 속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광복절날 포항 스틸러스와의 야간경기에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조명을 모두 사용한 탓에 정작 축구장은 전력 부족으로 조명탑을 작동시키지 못한 일까지 있었다.그동안 고생과 불편이 커서였을까. 지난 19일 대구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 모습을 드러낸 전용구장은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부터 숨소리까지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실감 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경기장에서 마음껏 발을 '동동' 굴러도 된다. 국내 최초로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쾅쾅' 울리도록 해놨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문제는 성적이다. 그동안 국내 첫 시민구단이라는 팬들의 자부심은 초라한 성적 앞에 늘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FA컵 우승 같은 영광이 언제 재현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대구FC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축구 대구(되구)'로 거듭나려면 성적과 경영이란 두 수레바퀴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성공한 경영을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좋은 성적을 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다행히 올해부터는 구단 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홈경기장 명칭사용권, 구단 관련 디자인 통합을 활용한 스포츠용품 판매사업 등 다양한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모두 국내 구단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자구 노력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 대구FC 전용구장이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한다.

2019-01-23 18:49:1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토목공사와 대통령병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지난해 봄 어떤 분이 블로그에 고려말 길재의 시조를 올렸다. 서울 청계천을 산책하다가 물소리 들으면서 풍취에 젖어 쓴 글이라고 했다. '생태 하천은 유유히 흐르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가고 없다'는 뜻이다.청계천이라면 자연스레 이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공약을 앞세워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 업적으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MB로서는 그리 어려운 공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2003년 7월 시작해 2005년 완공됐는데, 생태 하천 5.8㎞ 공사비로 3천600억원이 들었다. 누군가 계산해보니 1m당 6천만원이 들었다고 하니, 웬만한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돈질'이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인공 하천 하나로 대통령 꿈을 이룬 선례 때문인지 후임 서울시장들은 너도나도 토목공사에 열중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의 면모를 바꾸겠다며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의 대단위 프로젝트로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자했다. 2011년 시장직을 건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 실패해 사퇴했지만, 재임 5년간 각종 토목공사로 세월을 보냈다.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촛불 혁명의 성지'라는 이유로 광화문광장을 현재보다 3.7배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오세훈 전 시장 이후 10년 만에 광화문광장을 확장하는 공사이고, 예산은 1천40억원이다. 완공 시기가 2021년이라고 하니 2022년 3월에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공사다. 또다시 토목공사를 앞세워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가 될 것 같다.광화문광장에 자리한 서울시 청사에서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대권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니 그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은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마구 파헤치고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산 부족으로 작은 공사 하나 벌이기 힘든 지방에서 보면 '돈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역민으로선 '이류 국민'의 비애를 곱씹게 하는 뉴스다.

2019-01-23 06:30:00

[관풍루]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 옮기고 바닥에 촛불 시위 상징물 새긴다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 옮기고 바닥에 촛불 시위 상징물 새긴다고? 태극기에 아예 촛불을 그려 넣으시지!○…'투기의 아이콘'이니 '배신의 아이콘'이니 서로 비난하며 '양포(마포-목포)대전'을 벌이고 있는 손혜원박지원 의원의 이판사판에 국민은 점입가경.○…해외 연수에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가 임시회를 열고 의원 3명만 징계하자, 뿔난 주민들 "3명 셀프 징계가 아니라 전원 셀프 사퇴하라"고 흥분.

2019-01-23 06:30:00

채원영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상리동 기피시설, 대구시가 나서라

대구시 서구 상리동 주민들의 설움이 폭발하고 있다. 워낙 여러 가지 기피시설이 이곳에 집중된 탓이다. 상리동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동물화장장 건립 논란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으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최근 새방골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다시 분노를 토해냈다.상리동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에서는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면 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오랜 세월 쌓여온 답답함이 응어리져 있었다. 상리동 주민들은 "그동안은 살기 바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며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상리음식물처리장, 분뇨처리장, 하폐수처리장, 염색산단, 와룡산 넘어 방천리매립장까지 이 모든 게 한동네에 밀집돼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배려는커녕 돌아오는 건 무관심뿐이라는 주장이다.돌이켜보면 상리동은 동물화장장과 자동차정비공장 이전에도 여러 번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6년 모 전 대구시의원이 상리동 임야에 도로 건설 예산을 빨리 배정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가 구속된 전례나, 1965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되고도 5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새방골~가르뱅이 도로 신설 문제 등은 상리동 주민들에게 소외감을 가져다줬을 것이다.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심지어 건축허가를 완료하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억울하겠지만 법과 현실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오랜 세월 갖가지 기피시설이 모두 집적된 곳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또다시 전해진 달갑잖은 소식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처럼 순식간에 분노로 번져나갔다. "이 정도의 심각한 반발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한 사업주의 말은 켜켜이 쌓인 주민들의 설움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반면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은 주민들과 사업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도돌이표 같은 말에 주민들은 가슴을 쳤고, 사업주는 "법적 문제가 없는데 왜 허가를 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주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재산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기피시설을 받아들이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요즘은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 공모를 통해 기피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대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주민편익시설 건설비와 주민지원기금 등 혜택을 준다.포항시는 최근 음식물처리장 신규 부지를 주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달성군 서재리 생활폐기물매립장의 경우 인근 주민 2만여 명에 대해 대구시 환경자원시설 주변영향지역 조례에 따라 연 2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반면 상리동 주민들은 2011년 도시가스 무상 지원, 지난해 태양광발전기 설치 비용 일부를 지원받은 것이 고작이다. 최근에야 일부 서구의원이 나서 대구시에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갖가지 기피시설 속에서 살아온 상리동 주민들의 해묵은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제는 대구시가 나서야 할 때다.

2019-01-22 17:28:1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환동해에 흐르는 박정희의 눈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전과 대한민국의 기적은 환동해의 경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박정희 정부는 1967년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축적된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등 우방국들이 차관을 거부하자 박정희는 결국 대일청구권 자금 중 농업지원용 8천만달러를 전용해 가까스로 제철소 건설 자금을 조달했다.신일본제철로부터의 기술 이전과 완벽 시공을 총괄한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집요한 노력으로 포철은 1973년 6월 제1고로에서 쇳물을 쏟아냈다. 이후 포철은 시설 확장을 거듭했고, 최첨단 파이넥스 공법을 독자 개발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로 발돋움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시 경제 비중의 70%를 차지하고 있다.1970년대 초반 박정희는 울산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수출 가능한 국산 고유 모델을 개발하도록 압박했다. 단순 조립·판매하던 현대차의 고유 모델 개발은 자칫 회사 전체가 결딴날 수도 있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최고 통치자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차는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 개발에 착수했고 필요한 기술은 세계 곳곳에서 사 오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후 현대차는 독자적인 기술 축적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 돌입했다. 끝없는 실패를 반복한 끝에 현대차는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울산, 경주 등지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50%를 상회한다.원자력발전의 숨은 설계자도 박정희였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수시로 헬기를 타고 가 당시 돈으로 100만∼200만원의 격려금을 놓고 갔다. 이런 지원 덕에 1971년 고리원전 1호기, 1977년엔 월성 1호기 착공으로 이어졌다. 싼값에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발전의 초석을 다진 박정희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동해안 건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부터 40년 먹거리 산업을 제공한 포항, 울산, 경주 등 환동해권의 현재 상황을 본다면 통곡할 노릇일 게다.포스코가 포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지만 각 공단에는 공장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거래 은행은 공장 매물 중개에 바쁘다. 기업이 쓰러져 부실채권을 떠안지 않겠다는 심산에서다.포스코의 전통적인 철강 제품은 중국의 맹추격으로 예전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 신공법으로 출시된 제품이 내일 중국에서 복사품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예전의 비교우위를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품종,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연료전지, 소재, 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신수종 사업 부문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경주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업체 상당수가 명퇴 신청을 받고 있거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은 현재 석유화학 부문이 버티고 있지만 2017년부터 자동차, 조선업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글로벌 톱10'에 드는 우리 경제 규모상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형 혁신가'는 나올 수 없다. 환동해가 다시 한 번 부흥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차, 현대중공업, 원자력발전소를 잉태한 박정희처럼 또 다른 혁신그룹이 나와야 한다. 그 역할은 환동해권의 정치, 경제 리더와 정책 브레인들 몫이다. 지역 리더들이 새로운 발상과 기업가 정신으로 달리지 않으면 언젠가 환동해의 쓰나미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2019-01-22 16:40:5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예천(醴泉) 소회

봉황은 신화,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이다. 봉황은 합성된 단어로 수컷이 봉(鳳), 암컷이 황(凰)이다. 성군이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유로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에 봉황이 쓰이고 있다. 한 송이 무궁화와 그 좌우에 한 마리씩 봉황이 장식돼 있다. 우리 대통령들 가운데 성군으로 추앙받거나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칭송을 받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봉황 휘장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장자'(莊子) 소요유 편에 따르면 봉황은 벽오동 나무가 아니면 깃들어서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예천은 중국에서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 샘을 일컫는다. 경북 예천군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예천군은 소백준령으로 둘러싸여 있고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한 충효의 고장이다.상서로운 봉황이 마신다는 예천에서 지명을 따온 예천군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천군의원들이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 등 대형 사고를 친 탓이다. 예천군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에 큰 상처가 났다. 다른 지역에서 예천 농산물 불매 운동이 언급되는가 하면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에 차질을 빚는 등 사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외유 추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예천군의회 임시회에서 군민들의 성난 민심이 표출됐다. '예천군의회가 예천을 죽이고 있다' '군의원 전원 사퇴하고 구속 수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난무했다. "너희가 인간이냐" "너희 때문에 예천 농산물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등 격한 항의도 쏟아졌다. 이 와중에 예천군의회가 1인당 100만원가량 항공료를 부풀려 신고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지금껏 예천군의원들은 진정성 있는 반성 대신 변명과 거짓말로 사태를 더 키웠다. 어느 누구 하나 앞장서 사태를 수습하거나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천군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지경이다. 의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고장이 더 상처를 입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의원들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결단을 내리는 게 예천군의 명예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2019-01-22 06:30:00

[관풍루] 아프리카 토고 대통령, 경북도 방문단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새마을운동 보급을 강력 희망

○…아프리카 토고 대통령, 경북도 방문단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새마을운동 보급을 강력 희망. '새마을'을 적폐로 몰았던 사람들의 입맛이 씁쓰레하겠군!○…부동산 대량 매입 논란으로 탈당한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 "투기하지 않았다는데 의원직과 목숨을 건다"고 배짱. 그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투기성' 발언.○…대구경북 '깜깜이 행보'로 지역민의 공분을 산 조명래 환경부 장관 "갈등과 오해의 소지를 피하고자 했다"고 변명. 자신을 '암행어사'로 착각한 건 아닌지?

2019-01-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신단수(神檀樹) 100년 강산, 테디<1905년> 에서 트럼프<2019년> 까지

"한국의 도와달라는 외침에 대한 윌슨의 반응은 전임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다르지 않았다…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한국을 처음으로 점령했을 때…루스벨트 대통령은…'일본인과 협력하라'는 충고로 한국인을 모욕했다…이제 10년이 지나 윌슨 대통령 역시 한국인의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파리평화회의에서 한국의 대의를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피터 현, 『만세!』, 2015년)망한 나라를 되찾는데 젊음을 바친 독립운동가 아버지 현순의 피눈물 나는 삶을 지켜본 아들 현준섭(피터 현)은 직접 지켜본 1919년 3·1만세운동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제 감시 속에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중국 상해에서 아버지와 합류,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고, 돌아가는 냉혹한 국제 정세를 파악한 바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고국을 배신한 미국의 두 얼굴을 알았으니 그럴 만했다.우리에게 '테디 베어'로 친근할지는 모를망정 루스벨트는 미국 국익 앞에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일본의 힘없는 한국을 삼킬 속셈을 반대할 까닭이 없었다. 1882년 맺은 미국과의 조약을 믿고 도움을 청한 고종 임금이나 백성만 불쌍할 뿐이었다. 게다가 테디는 앞서 이미 1905년 7월 한국 지배 꿈을 밝힌 일본과 밀약을 맺었고, 그해 9월에는 1904년 전쟁을 치른 러·일 두 나라를 미국에서 중재까지 했다.이런 악몽은 1919년 1월, 1차대전 이후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의 때도 어김없었다. 민족자결이란 윌슨 대통령의 주창(主唱)에 희망을 건 일본의 한국 유학생들과 나라 안팎의 독립운동가 그리고 온 백성의 목숨을 건 평화적 만세운동과 국내 유림의 독립청원(파리장서운동)과 애절한 호소를 그는 외면했다. 메아리 없는 외침에 일제 탄압만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근대화 즈음, 우리가 몸소 겪고 배운 미국은 그랬다.그리고 1945년 9월 8일, 대통령 해리(트루먼)는 이 강산의 남쪽에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서라며 군대를 보냈다. 그는 또 1950년 6·25전쟁에 참전, 1894년 청·일 전쟁 빌미로 일본군 강점 이후 또다시 나라 밖 군대의 점령이자, 친일 청산 기회마저 앗아가는 군정의 바탕을 깔았다. 마침내 오늘날까지 전국 13개 시·도, 66개 시·군·구, 338개 읍·면·동에 걸친 질긴 애증의 미군 영향의 터를 닦은 셈이다.10년 강산이 열 번도 더 바뀌었을 그런 날들이었음에도 남북 강산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나라 밖 힘에 끌려다니는 꼴이다. '이니' 문재인 대통령과 맞상대하는 바다 건너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강산을 사이에 둔 속셈이 심상찮다. 이미 끝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입맛대로 다시 하더니 이젠 주한 미군 경비 문제로 딴지다. 이에 질세라 압록강 건너 중국 지도자 시진핑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통해 무슨 꿍꿍이를 셈하는 모양새다. 마치 남북이 쉬운 먹잇감이나 되는 듯이 말이다.이 땅에 첫 삶터로 삼았을 신단수(神檀樹)의 뿌리와 가지가 남북 강산의 땅 밑과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로 얽고 뒤덮어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도 남을 터인데 현실은 이렇게 나라 밖의 힘에 휘둘리니 무슨 까닭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을 차려야지. 돌아가는 꼴이나 잘 지켜보는 수밖에. 문제는 정치인과 지도층 인사들이다. 모두 자신들 이익에 유독 밝은 처세인이어서 더욱 그렇다.

2019-01-22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철없는 사람들

'언제 철들래?'해가 바뀌니 나이의 무게를 실감한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집사람의 눈빛 때문이었다. 휴일에 뒹굴뒹굴하며 휴대폰으로 무협소설을 읽는 필자를 지켜보던 집사람은 "쯧쯧!" 하며 혀를 찼다. 집사람 표정을 보니,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나이 먹고 아이들도 안 하는 짓을 하고 있으니…'라고 말하는 듯했다.젊을 때 어른들로부터 '시근이 없다'('철없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는데, 오십 넘은 나이에 비슷한 상황을 맞고 보니 쑥스럽긴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집사람의 눈빛이 매섭더라도, 남자의 의연함과 기백을 잊어서야 될 말인가. 후환이 두렵긴 했지만, '남자는 환갑이 돼도 철 안 든다'는 속설을 떠올리며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굳건하게 버텼다. 여전히 무협소설·온라인게임 등을 즐기고 술도 끊지 못한 필자는 '나이 든 철부지' 취급을 받은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렇기에 집사람 앞에서 '제 버릇'을 고수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지 않은 분들은 당장 '나잇값 못한다'는 욕을 듣기 마련이다.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듦은 속박과 의무를 동반한다.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을 지나면서 공자님 말씀대로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저 '체면'과 '가식'으로 무장해 있을 뿐, 젊을 때보다 진정으로 성숙했는지 의문스럽다.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어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이로 부풀려진 어린애다'라고 주장하며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중요한 것은 영혼의 자유를 갈구하기 위한 철없는 행동과 자신의 이기심·탐욕을 갈구하기 위한 철없는 행동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야 집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지만, 나잇값 못 하고 사회·국가적으로 폐를 끼치는 분들이 어디 한둘인가. 지하철을 타면 그런 분들을 거의 매일 만난다. 큰소리로 떠드는 할머니, 술 취해 소리 지르는 할아버지, 마구 밀치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는 어르신, 부인에게 욕하는 할아버지…. 젊은이들에게 못 볼 꼴 보여주면서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경로사상'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현상은 지하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꼴불견은 집회 따위에서 백발 휘날리며 육두문자를 마구 뱉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주먹질하려고 달려드는 어르신들이다. 10대 불량서클 조직원도 아니고 나잇값 못 하는 사람들이다. '노조' 글자 새긴 빨간 조끼 입고 무슨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만 옳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니 공감대를 얻을 턱이 없다.권력 잡은 이들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을 '우매한 대중' '교화 대상'쯤으로 여기고 자신의 신념을 위한 '실험용 쥐'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진저리가 난다. 우리가 하면 '선'이고 남이 하면 '악'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진보'라는 간판만 앞세우면 만사형통이라고 여기는 것은 영락없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20대에 형성된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50·60대가 되어서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은 퀸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 나오는 성장을 멈춘 난쟁이 '오스카'를 연상시킨다. '40세에도 바보는 진짜 바보다'라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위정자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철없는 정치가는 국민을 위태롭게 한다. 책임감과 소명 의식은 뒷전이고 자신의 생각과 이념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치기 어린 20대에서 정신적으로 한 치도 성장하지 못한 이들이 득실대는 세상이다.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언제 철들래요?"

2019-01-21 19: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아마르티아 센은 틀렸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상황은 불명확할 것이고 모든 측면에서 충분한 의견을 모을 수 없다. 또 위와 아래 사이에도 의사소통이 있을 수 없다. 최고위의 지도자 조직은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자료에 의존해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 주관주의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해의 통합과 행위의 통합을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며, 진정한 중앙집권주의를 성취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대약진운동(1958∼1961)으로 3천만 명이 굶어 죽은 뒤인 1962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공산당 간부 7천 명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대약진운동이 실패했음을 은유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그 원인이 민주주의의 부재에 있음을 중국 민주주의를 말살한 장본인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민주주의의 순기능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다. 마오의 중국에는 이것이 차단돼 있었다. 작황 부진과 전국적인 참새 잡기에 따른 병충해의 확산으로 식량이 부족해졌지만, 지방 관리들은 문책이 두려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중국 정부는 실제 보유량보다 1억t 이상의 곡물이 더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인도는 달랐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을 때인 1943년 최대 300만 명이 아사(餓死)한 벵골 기근을 비롯해 연이은 기근에 시달렸다. 하지만 1947년 독립 이후에는 기근이 한 번도 없었다. 인도 출신 영국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그 이유로 인도가 채택한 민주주의를 지목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근은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정권을 잃으며, 따라서 민주 정부는 기근 같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는 것이다.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그것이 보호하려는 취약 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한다. 적어도 문 대통령에 관한 한 아마르티아 센은 틀렸다.

2019-01-21 06:30:00

[관풍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 20일 탈당 선언, "사실이면 의원직도 사퇴" 강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 20일 탈당 선언, "사실이면 의원직도 사퇴" 강수. 자칭 '목포지킴이'인데 가장 중요한 주민등록 이전은 빼먹었네.○…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해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첫 사례. 잘잘못을 떠나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셈.○…지난해 대구 교통사고 사망자 111명으로 전년 대비 18.4% 줄어 전국 평균 9.6%의 두 배 감소. 속도 줄이면 사람이 보이고, 안전 운전하면 내가 보인다는데….

2019-01-21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탈원전보다 탈화전(火電)이 먼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세먼지 농도부터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20일 아침 필자가 사는 동네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66㎍/㎥(이하 단위 생략), 초미세 먼지(PM2.5)는 48이었다. 미세먼지는 '보통', 초미세먼지는 '나쁨'이다. 대지는 안개에 갇힌 듯했다. 이날 미세먼지가 '보통'이라지만 우리나라 기준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미세먼지 권고치로 20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아침도 WHO 권고치를 세 배 이상 넘긴 셈이다. 초미세먼지는 더하다. WHO의 권고치 10을 무려 5배 가까이 웃돌았다.미세먼지야말로 침묵의 살인자다.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지난주 초처럼 '매우 나쁨' 농도의 미세먼지에 1시간 노출되는 것은 담배 연기를 84분 흡입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미세먼지에선 담배 연기 같은 나쁜 냄새만 나지 않을 뿐이다. 뇌졸중의 이유가 되고 폐암과 심근경색을 유발한다.우리나라에서 대기 중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1만2천 명에 육박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2015년 초미세먼지 연평균인 24.4㎍/㎥에 노출되는 것을 근거로 내놓은 결과다. 2017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더 높아졌다.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회원국 평균 12.5㎍/㎥의 두 배가 넘는다. OECD는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회원국으로 한국을 지목했다.먼지라 이름 붙었지만 사실 '미세먼지'는 먼지가 아니다. 독성 화학물질에 더 가깝다. 공장, 발전소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주요 발생원이어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3분의 2를 이런 화학반응의 결과물로 본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대선 당시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주 초에는 "미세먼지 '나쁨'이 나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도 했다.문제는 말뿐이지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었다. 2016년부터 매년 1~11월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원자력 발전량은 3년 전보다 18.9% 떨어졌다. 반면 석탄은 14%, LNG발전은 26.8%가 늘었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축소됐고, 석탄과 LNG는 확장됐다. 석탄 LNG 등 화력발전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내뿜기 마련이다. LNG 역시 석탄발전보다 적은 양이기는 하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원전이 미세먼지를 쏟아내는 화력발전으로 대체되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조차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을 겪은 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 보라"고 했을까.안전성이 뒷받침된다면 '원전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최적의 솔류션'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인정한 바 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전 의존도를 낮추라는 권고를 내고 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원전이 아닌 화전이다.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을 그대로 두고 기약 없는 가상의 위협부터 제거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2019-01-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두 회고록

대구 출신 언론인으로 박정희 정권의 탄압 때문에 1973년 미국에 망명한 문명자의 회고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99년 국내에서 출간한 회고록으로 1986년 2월, 부정선거에 맞서 마르코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 시민혁명의 현장 기록이다.'값진 물건을 급히 챙겨 탈출하느라 대통령궁은 엉망진창이었다. 한 방에는 알맹이를 미처 꺼내지도 못한 보석 상자가 수북했다. 최고급 향수, 밍크코트가 그득한 옷방과 이멜다의 노래를 녹음한 순금 음반이 나뒹구는 것을 보고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문명자는 1970년대 같은 망명객 신분이던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1983년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한 야당 지도자 아키노가 공항에서 암살되자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대통령 후보로서 시민혁명을 완수했다. 당시 코라손 아키노와 함께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낭궁에 일착으로 들어가 직접 목격한 것을 회고록에 담은 것이다.그런데 이후 반전은 놀랍다. '3천 켤레의 구두를 남기고 하와이로 도망간 이멜다는 당당하게 다시 돌아왔고, 아키노의 딸과 이멜다의 아들이 결혼하면서 사돈이 됐다. 하원의원이 된 이멜다가 의사당을 누비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런 희극이 또 있을까 싶다.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두 차례나 재판 출석을 거부한 그가 단골 골프장에서 종종 목격됐다는 폭로 때문이다. 또 건강 때문에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해명에 체납 지방세 징수팀이 가택수색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린 일이나 "남편은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이순자 씨의 발언도 공분을 샀다.'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골프' 논란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알아들어도 2, 3분 지나면 까먹어서 기억을 못하고 이빨도 하루 열 번 넘게 닦는 상태'라는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있을까.

2019-01-1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의 도전

검사라고 하면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가 냉철, 단호함이다. 범죄자를 조사하고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차갑고 예리한 인상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검사 대부분이 그런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 해도 냉철함보다는 자부심이 지나쳐 거만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검사라는 특권에 도취한 이들이 많아 권위 의식과 자존심도 대단했다. 요즘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퇴색됐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검찰 조직 특유의 보수성과 폐쇄성 때문이다.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고 하니 예전 검사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황 전 총리는 전형적인 공안검사 출신이다. 이 때문인지 그의 인상은 단정·냉정하고 침착해 보인다. 사석에서도 말수가 적고 실수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TV에서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웃지 않으니 아직까지 검사 티를 벗어던지지 못한 듯하다.그의 색깔은 보수 우익이다.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냈고, 법무부 장관 시절 애국심·애국가를 강조한 것을 보면 극우 성향에 가깝다. 초임 검사 시절 야간 신학대학을 다녔을 정도로 열성적인 기독교인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이념과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흥미로운 대목은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징집 면제자'라는 점이다. 애국심과 국가 중심의 이념을 가진 정치인이 '담마진'(두드러기 비슷한 피부병)이라는 질병으로 1980년 신체검사를 받고는 바로 민방위대원이 됐다. 그 뒤 자연스럽게 완치됐는지 '담마진'의 재발 소식은 없다.황 전 총리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안부 검사, 박근혜 정권 마지막 총리, 징집 면제자, 기독교인, 보수 우익 등이다. 그가 시대정신, 국민감정과 어울리는 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당은 황 전 총리 입당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제 '비박' '반박'이 아니라 '친황'이 대세라고 하니, 단숨에 '보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대권 도전에 나선 황 전 총리가 성공할 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국당의 개혁은 실패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2019-01-18 06:30:00

[관풍루] 일자리 안정자금 공무원, 집행 실적 압박에 "지침 수시로 바꿔 세금 3조원 마구잡이로 갈라줬다" 고백

○…일자리 안정자금 공무원, 집행 실적 압박에 "지침 수시로 바꿔 세금 3조원 마구잡이로 갈라줬다" 고백. 국민 호주머니에 들어갔으니 그걸로 됐다는 말 곧 나오겠네.○…고령군의회, 지난해 해외연수 비용 전액 반납하고 대신 경주·여수 등 선진 의회 연수 실시해 눈길. 같은 날 태어나도 생각은 예천군과 천양지차.○…국제금융협회,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고. 꿔다 쓸 때는 표시 없지만 갚을 때는 늪보다 더 악착같은 게 빚.

2019-01-18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예천군의회 사태의 교훈

지방의원을 지낸 한 인사에게 물었다. 되돌아본 의원 시절, 가장 후회스러운 게 뭐냐고.그는 "딱히 자랑할 만한 것을 해놓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탈 없이 의원 생활을 마무리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세비를 축냈다는 데 대한 참회를 하면서 최근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 사태에서와 같은 지탄을 피해간 것에 대한 안도감을 에두른 것이었다.그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외유성' 해외연수(공무 국외여행)의 경험자였다. 그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해외연수를 떠나지만 준비 부족과 현지 사정 등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여행사를 통하다 보니 여행 스케줄에 연수 일정을 끼워 넣는 방식이어서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당시에는 그런 연수가 의정 활동의 보상으로 인식돼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의원'이라는 직함이 부지불식간에 특권 의식을 잉태했고 느슨한 감시가 특권 의식의 실행을 부추겼다"고 고백했다.군의원의 가이드 폭행으로 촉발된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파문이 공분(公憤)을 사면서 지방의원 해외연수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베트남으로 떠났던 경북시군의회 의장들은 여론의 뭇매에 서둘러 귀국했고, 전국 곳곳에서 부적절한 해외연수 사례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여러 의회가 계획했던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급기야 임기 내에는 해외연수를 가지 않겠다는 의원들의 선언도 나온다.그간의 지방의원 해외연수가 단단히 잘못 운용됐음을 의회가 자인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또한 거기에 예산이 허투루 쓰였으니 세금 낸 입장에서 화도 난다.물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이를 질타하는 국민을 한 의원이 들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일이 불과 2년도 안 됐는데.이럴 때 "우리는 해외로 연수를 간다"며 떳떳하게 밝히는 사례라도 있다면 부적절한 사례가 일부의 '일탈'이라 여기기라도 하겠건만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지방의회의 실정 같아 서글프기까지 하다.그나마 의회의 자정 노력이 펼쳐지고 있고 정부도 ▷셀프 심사 차단 ▷부당 지출 환수 방안 마련 ▷정보공개 확대 ▷페널티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니 또다시 속는 셈치고 지켜보는 수밖에.문제는 이번 사태로 폐지론까지 들먹여지고 있는 지방의회의 앞날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확대와 지방재정 확충 등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있고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지방의회 역할은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거시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지방의회는 지방정부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감시와 지원을 하고, 또 주민의 의사가 지방정책에 제대로 포함될 수 있도록 추동하는 일꾼이다.내 삶과 직결된 지방의회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겠으나, 우리 또한 전직 의원의 말처럼 감시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지난 지방선거 때 신중하지 못했던 나의 한 표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닌지 되짚어보자."군의원을 잘못 뽑은 우리의 잘못"이라며 속죄의 108배를 올린 예천군민들의 절규는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진정한 교훈이 아닐까.

2019-01-17 17:09:2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국민의 뜻?

좌파에게 민중(또는 대중)의 뜻은 복종해야 마땅한 지고(至高)의 가치다. 이런 가치관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루소의 '일반의지'다. 일반의지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동체의 의지를 말한다. 이를 따라야 함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골치 아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을 일반의지로 볼 것인지 판단은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이에 대한 루소의 대답은 민중이 아니라 '엘리트'였다. 그는 대중을 '어리석고 소심한 병약자'에 빗댔다. 루소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콩도르세도 이와 비슷한 경멸을 드러냈다. 노동계급을 역사 발전의 주체로 규정한 마르크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동자 계급은 혁명적이 아니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이런 생각은 레닌의 '전위(前衛)정당론'에서 더 분명하게 반복된다. 그는 "노동계급 내부에서 진정한 혁명적 계급 의식은 절대로 자동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며 선택받은 소수의 직업 혁명가 집단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들이 말해주는 바는 좌파들에게 민중이란 좌파의 비전을 수행할 수 있을 때만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관련 공론조사에서 '원전 축소' 의견이 과반을 겨우 넘긴 53.2%로 나왔는데도 "탈원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력학회 여론조사에서 70%가 찬성하고 서명운동 한 달 만에 24만 명이 동참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에너지 정책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문 대통령에게 어느 쪽이 진정한 국민의 뜻일까?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2014년 발언은 그 해답의 실마리가 될 듯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정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국민 여론을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다. 히틀러를 탄생시킨 것도 독일 국민이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을 통과시킨 것도 우리나라 국민이었다.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냐?"

2019-01-17 06:30:00

[관풍루] 여당 일각의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탈원전' 직진 노선 불변 표명

○…여당 일각의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탈원전' 직진 노선 불변 표명. 문재인 정권에는 방향 전환 DNA도 없는 모양!○…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겸직 불가피론'과 관련 '차기 행장감을 육성하면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 그동안 행장감을 키우지 못하면…?○…3월 낙동강 보 개방을 앞두고 환경부가 해법 찾기에 골머리. 농민에게 적정한 용수를 공급하고 강물의 자연성도 회복시키는 일거양득의 묘안이 있을지.

2019-01-17 06:30:00

이석수 교육학술부장

[데스크칼럼] '캐슬'과 '모래성'

"아빠도 못 올라간 피라미드 꼭대기를 왜 우리 보고 올라가래."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TV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 종편 채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는 소개가 붙는다.입시 문제가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목표에 일치시키면서 명예, 권력, 부의 세습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성공을 위한 과정은 가족의 현실적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지배를 이어간다. 드라마 속 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그들만의 강박은 시청 순간순간 작은 소름마저 돋게 만든다.계층적 특권을 대물림해서 위세를 보여야 가족 모두의 성취를 느끼는 강박적 욕망에 지배되는 한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그저 수사(修辭)일 뿐이다. 교육부 장관조차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라마를 봤다"면서 "과도한 부분이 있긴 한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명문대 진학에 매몰된 입시 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SKY'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성벽을 오르기 위해 '코디'의 힘을 빌려야 하고 '쌍둥이 아빠'의 지위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그들만의 리그'가 존속되는 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들 한다.개천이 말라버린 것일까, 이무기로 퇴화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인기를 틈 타 '여러 종사자'들이 입시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맹공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애써 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쉽게 부른다. 한때는 교단에 몸 담았다고 과시하듯 경력으로 내건 사교육 인사들도 가세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불안이 커져야 반사이익을 누리는 잇속도 보인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란 애초 불가능하다. 어쩌면 차악(次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측 가능한 입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학교여야 한다. 개혁의 어떤 이유를 붙여도 흔들어서 안 될 곳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의 정파성을 떠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교 교육의 무력감을 해소해야 올바른 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드라마처럼 S대 의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쌓은 '캐슬'이 어쩌면 '모래성'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입시 과정은 공허한 결과와 마주쳐야 옳지 않을까. 학부모가 기댈 곳이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이라면 공교육 불신이라는 괴물만 양산할 뿐이다.이제는 학교가 답할 차례다. 교육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당당하게 겨루고 노력하는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입시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음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2019-01-16 17:44:22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쓰레기 대란

과거 농경시대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낡은 옷이 해지면 몇 번이고 기워서 입다가 종내에는 걸레로 활용했다. 음식물 찌꺼기는 소죽 끓이는 데 사용했고 어쩌다 나오는 생선 뼈다귀마저 멍멍이들이 처리했다. 뒷간 분뇨나 마구간에서 나오는 소똥 거름마저 발효시켜서 퇴비로 사용했다. 집을 짓는 자재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모두가 천연재료였으니 산업폐기물이 생성될 까닭도 없었다.쓰레기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산물이다. 자본주의적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며 엄청난 쓰레기 발생을 부채질해왔다. 그렇게 자연환경을 무차별로 파괴해온 인류의 횡포가 초래한 업보는 막중하다.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서 대재앙의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인류 또한 이제야 대자연의 신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매일 100t 안팎의 쓰레기가 발생했던 필리핀 보카라이는 관광지 폐쇄로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면서 하루 관광객 수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은 한 해에 2만 명의 관광객만 받는다. 자국민들의 평온한 삶과 환경보호를 위해서다. 갈라파고스제도에는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들어갈 수 있다.세계의 여러 나라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쓰레기 감소와 처리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동남아가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환경부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국내로 다시 가져와 처리하는 한편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폐기물 관리 용역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쓰레기 불법 수출국의 오명을 쓰레기 처리 선진국의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모양이다.경북 의성에서 7만t이 넘는 쓰레기 더미에 한 달 이상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이 매연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부에서 폭발하는 불길을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양산한 쓰레기의 반격과 자연의 분노가 이제 우리 주변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2019-01-16 06:30:00

[관풍루] '초계기 갈등' 관련 한'일 장성급 협의에서 일본측이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정보 전체 공개 요구

○…'초계기 갈등' 관련 한일 장성급 협의에서 일본 측이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정보 전체 공개 요구. 우공(牛公)이 웃으시고 견공(犬公)이 하품할 소리.○…국방부, '북한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 삭제되고 '대한민국 위협 세력은 적'이란 표현 들어간 2018 국방백서 발간. 그런데 '대한민국 위협 세력'은 누구지?○…블룸버그 통신, 북한 핵 프로그램이 무기 강화와 대량생산의 새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도. 이 판국에 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2019-01-1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집권 세력의 고질병 세 가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무겁지 싶다. 국정에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다간 그렇게 목매던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가 수포가 되는 상황마저 닥쳐올 수 있다. 새해 벽두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문 대통령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다.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여당 등 집권 세력이 성과를 보여주려 발버둥 치겠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대내외적 여건도 난관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껏 집권 세력이 보여준 행태들이 되풀이된다면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고질병(痼疾病)을 고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집권 세력의 첫째 고질병은 내 편, 네 편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이중적 태도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대하라고 했건만 집권 세력은 정반대다. 오죽하면 신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말을 꺼냈을까. 적으로 간주하는 진영의 허물엔 가을 서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냉혹하다. 이 탓에 안타까운 죽음들이 속출했다. 같은 편의 잘못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청와대 특감반 사태, 육군참모총장을 휴일에 카페로 불러낸 청와대 행정관 등 사례를 들자면 숨이 찰 정도다. 집권 세력은 내로남불이란 말을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들으려는 모양새다.둘째는 불통이다. 박근혜 정부를 불통정권이라 그렇게도 비판하던 집권 세력이 어느새 스스로가 불통정권이 됐다. 한술 더 뜬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 사안마다 독선과 아집이 도를 넘었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터지면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전전·전 정권,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셋째는 공감과 행동 결여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 일부를 인용했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혼자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이 시에 나오는 할머니와 주인공이 집권 세력의 모습이다. 장터에 가서 거지들은 차가운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고 그들을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고 이불 속에서 말로만 걱정하고 잠을 잘 뿐이다. 시장 공장 편의점 식당 등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문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공감과 소통은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같이하는 데서 출발한다. 집권 세력은 공감과 소통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그토록 싫어하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와 뭣이 다른가.집권 세력이 고질병을 고쳐 성과를 보여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온몸에 뿌리내린 고질병이 쉽게 고쳐질 리 만무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2019-01-15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나비를 부르지 못할망정

"여보, 우리 집 마당에 나비를 불러들이겠소!" "아니, 당신이 무슨 요술쟁이요. 글쎄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2016년 가을, 칠곡 왜관의 정재우 한의사는 아내에게 약속했다. 농약 사용과 환경 변화로 농촌의 나비와 곤충도 사라지는 판인데, 느닷없이 자기 집 마당에 나비를 불러들이겠다는 남편의 생뚱맞은 약속과 장담에 아내의 미덥지 못한 반응은 마땅히 그럴 만했다.그리고 2017년 여름에 이어 2018년 같은 즈음, 그의 마당에는 '꼬리명주나비' 무리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동화가 이어졌다. 남편은 약속을 지켰고, 아내에게 한 장담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보기 드문 꼬리명주나비는 그렇게 칠곡의 매원마을 손님이 되었다.사실 정재우 한의사는 꼼꼼했다. 무엇보다 귀한 존재의 나비를 모시는(?) 준비부터 철저했다. 꼬리명주나비가 먹이로 하는 식물 즉 식초(食草) 공부에 나섰다. 이어 오랜 발품 끝에 군위 부계 한밤마을 울타리 여기저기에서 자라던 '쥐방울덩굴'이 그 식초임을 알고 구해 집 담장에 심었다.그의 정성에 쥐방울덩굴은 담장 아래 움을 텄고 어느 순간, 잎에는 무슨 알들로 소복했다. 곧 애벌레가 되더니 마침내 검은 갈색 무늬에 노란띠를 두른 꼬리명주나비들이 마당과 담장을 넘나들며 춤쳤다. 1년 넘는 그의 간절한 나비 초청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그의 논리는 분명했다. 먼저 나비를 부를 터부터 닦고 나비가 머물 뭇 조건을 갖추는 일이었다. 그랬더니 쥐방울덩굴은 특유의 내뿜는 냄새로 나비를 불렀고, 어디선가 찾아온 나비는 여러 판단 끝에 알을 낳고 애벌레는 식초로 배를 불리며 새 삶터로 삼은 셈이다.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고 자신이 뿌리내린 삶터까지 가꾸고자 하는 그의 행동을 떠올린 것은 최근 대구은행장 사태가 생각나서다.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의 분리에 대한 대구시민과의 약속조차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되레 지역사회에 갈등만 일으키는, 꿍꿍이를 알 수 없는 두 인물의 행태가 그렇다. 대구은행을 찾는 나비를 길러도 아쉬울 터인데 그러기는커녕 내쫓을 그런 모습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2019-01-15 06:30:00

[관풍루]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신년회견에서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신년회견에서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시대를 잘 만났으면 '의로운 사람' '양심 호루라기'가 되었을 걸….○…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직 분리 약속 뒤엎고 후보추천위원회 통해 대구은행장 겸임 욕심 드러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울진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 '원전 전문가의 꿈 꺾지 말아달라'는 손편지 170통 청와대 발송 예정. '사람이 먼저'라던 대통령의 반응이 궁금!

2019-01-15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왕(王)실장'의 귀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만큼 극심한 영욕을 맛본 인물도 드물다. 1972년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이후 승승장구해 검찰총장·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것으로 마무리했으면 '대단한 인물'로 기억될 텐데, 2013년 박근혜 정부 제2대 비서실장에 취임한 것은 최악의 한 수였다. 만 74세로 역대 최고령 비서실장이었던 만큼 세간에는 '노욕'(老慾)으로 비쳤지만, 본인은 '마지막 봉사'라고 주장했다.그의 별명은 '왕실장' '기춘대원군'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과 충성심, 인맥 등을 활용해 당정청(黨政靑)을 한손에 장악한, 명실상부한 '정권 2인자'였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좌를 제대로 못 한 '실세 비서실장'의 책임은 엄중했다. 그는 1년 8개월의 마지막 공직 생활로 인해 80세 노구를 이끌고 감옥에 드나드는 신세가 됐으니 '인생무상' '권력무상'을 절절히 곱씹을 만했다.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비서실장의 권력이 막강하고 중요하다. 모든 국정 현안이 비서실장에게 집중되고 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 정권의 국정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자리가 비서실장이다.미국은 1938년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비서실의 행동 규범을 제한하는 규범을 만들었다. 브라운로우(Brownlow)위원회가 만든 '백악관 운영 규범'에는 비서실장에 대해 '전면에 나서지 말 것' '명령이나 결정을 내리지 말 것' '공적인 발언을 삼갈 것'이라고 규정했다.〈문재철의 책 '권력'〉 한국과는 달리, 비서실장을 놓고 '왕실장'이니 '실세 실장'이니 하면서 비꼴 수 없는 구조다.8일 노영민 주중대사가 비서실장에 임명되자, 일부 언론은 그를 '실세 왕실장'이라고 지칭했다. '왕실장'이라는 말에 '실세'가 덧붙을 정도이니 엄청난 파워를 가진 비서실장임이 분명하다. '친문' 핵심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기춘대원군'에 전혀 꿀리지 않는 위상이다. '실세 왕실장'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보좌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2019-01-14 06:30:00

[관풍루] 文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확언

○…문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확언. 정의로운 정치세력 이끄는 착한 대통령의 지당하신 말씀?○…김천시의회, 집행부 인사에 딴지 걸었다가 '인사 개입' 스스로 인정하는 꼴 되면서 되레 여론의 역풍. 지방의회는 지금 '제 코가 석 자'인데….○…잇따른 추문과 폭로로 연일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빙상'은 올겨울이 사상 최고의 혹한일 듯. 부디 그게 '빙산의 일각'이 아니길!

2019-01-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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