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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김병준,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인적 쇄신에 관해 극히 말을 아끼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19일 비대위를 주재하면서 "오늘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중심으로 인적 쇄신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원책 파문으로 존재감이 적어진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 그러려면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 교체가 최고의 카드다. 이를 인적 쇄신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했으니 적어도 그전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교체하려 할 것이다.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면 신임 당대표가 선출돼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다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다면 이미지 실추로 인해 재기가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어떤 국회의원이 배제 대상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조강특위가 그 범위를 계속 흘리고 있다. 영남권 다선들과 진박이 표적이다.여기서 가장 민감한 쪽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란 말이 나오는 지역에서 누리기만 한 분들은 젊은 인재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게 조강특위의 기본 인식이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公薦)을 사천(私薦)함으로써 선거 참패에 일조한 다선의원은 물러나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문제는 이런 논리를 갖다 대면 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3선 이상 다선이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는 선수(選數)가 대장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초·재선 때는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를 해보려면 3선 이상은 돼야 한다. 대구경북 다선 가운데 차기에 국회직이든 당직이든 중용될 사람은 가능하면 살려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다선은 존재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진박 논란은 대구경북을 더 어지럽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진박들이 활거하면서 한국당은 지난 총선을 망쳤다. 현재 대구경북 20명(대구 7명, 경북 13명)의 자유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중 진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은 대구 서너 명, 경북 한두 명 정도다.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 진박감별사의 눈도장이라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공천을 청와대가 주도하는데 청와대 및 진박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이런 사람들을 진박의 지원을 받았다고 다 배제하는 것은 단연코 옳지 않다. 비록 장관급으로 있다가 발탁된 바람에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지역 현안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은 살려야 한다. 그의 노력과 인맥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어서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이익단체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필요하다.하지만 장차관, 청와대 수석을 하고도 어떻게 행동하는 게 지역 발전인지 모르는 사람, 금배지에 눈이 멀었다가 선거구민 외면받자 남의 지역구를 엿보는 사람, 진박 대표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지만 그가 어려움에 처하자 외면하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김병준 위원장이 이런 사람들을 날려야 당도 살고, 자신도 산다.

2018-11-21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文대통령, 소심과 우유부단함의 정치

2016년 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일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인터넷에서 '고구마'로 불렸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사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소위 '고구마'와 '사이다' 논쟁이다. 고구마는 답답하고 융통성 없음을, 사이다는 시원하고 청량함을 준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고구마를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는 말로 공세를 피해갔는데, 자신의 재치인지 측근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다.요즘 두 분에 대한 평가를 새로 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무래도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고구마'라는 별명이 딱 맞는 것 같다. 정국 상황을 보고 있으면 체한 듯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이 든다.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에 가까운 듯하고,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드는 것은 거꾸로 가고 있고, 남북관계는 허둥지둥하며 허점만 노출한다. 구호는 드높지만, 무엇 하나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 없다.문 대통령을 아는 지인들은 '점잖다' '과묵하다'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대통령이라고 꾸며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하다. 문 대통령 비판자들은 이를 뒤집어 '소심하다' '논리에 투철하지 않다' '우유부단하다'고 평한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문 대통령 비판자들의 평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국정에 문 대통령의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이 그대로 투영돼 있는 것 같아 더 답답하다.대통령의 성품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참모와 관료들이 대통령의 뜻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소심과 우유부단함이 현 정권의 드러나지 않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문 대통령의 소심과 우유부단함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문 대통령은 이제까지 자신의 지지층에 대해 거북한 행동이나 쓴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민노총이 과격 행동을 일삼아도, 측근이 아무리 경제를 망쳐도, 문빠가 '18원' 문자폭탄을 날려도, 모두 눈감아 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뒤로 딴짓을 해도 별말 없이 감싸안고 만다.마음이 넓어서가 아닌 것 같다. 혹시라도 적극 지지층에게 욕먹지 않을까, 따돌리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1년간 논의 끝에 마련한 국민연금 개편안을 재검토하는 것도 우유부단함의 다른 표현이다.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 외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1970, 80년대식 진영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평생 그렇게 살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보다는 '실리'를 택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아직 그런 대범함을 보여주지 못했다.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해야 하고, 기업을 압박하고 삼성현대 때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가 이익'보다는 지지층이 요구하는 바를 그대로 행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성격과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 정책을 펴나가다 보면 진영 간, 계층 간, 지역 간 분란이 확대재생산될 것이 뻔하다. '고구마'보다는 '사이다'가 필요한 때이지만, 타고난 성격이 바뀔 지 의문이다. 우리는 선량하긴 하지만, 역사상 스케일이 가장 작은 대통령과 함께하는지 모른다.

2018-11-2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한국당은 마피아"

조직폭력배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정치인과 조폭의 공통점이란 유머가 있다. 혼자 다니기보다는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조직의 이름은 보스의 이름이나 그가 사는 동네를 따서 만든다, 하는 일은 주로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다, 싸움하기를 좋아한다, 자칭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등이다. 유머의 압권은 뒤에 나오는 법. 정치인과 조폭의 마지막 공통점은 온 국민의 지탄 대상이라는 것이다.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으로 활동하다 '잘린'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은 마피아보다 못한 계파 정치, 보스 정치에 빠져 있다"고 일침을 놨다.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로 계파 정치를 꼽은 그는 "두목들의 정치죠. 마피아와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마피아보다도 못하죠. 마피아는 역사라도 깊지 않습니까"라고 했다.전 변호사가 이탈리아 조폭 마피아로 격조(?) 있게 표현했지만 한국당의 계파 정치는 조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스를 중심으로 한 친이·친박 싸움은 드라마 '야인시대'를 방불케 한다. 공천권이란 칼자루를 쥔 계파가 반대파를 날려버리는 행태를 서로 주고받았다. 싸움에서 이기고 난 뒤 전리품은 자기들끼리 나눠 가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는 배신과 변절이 난무했다. 당을 뛰쳐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쪽이나 기득권을 지키려 당에 안주한 쪽 모두 진정한 참회가 없다. 보수가 처참하게 궤멸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그나마 한국당의 마지막 희망은 남아 있는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이 전 변호사와 생각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념과 정책으로 싸운 게 아니라 보잘것없는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서로 싸웠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보수 궤멸을 불러온 것은 계파 정치, 그로 말미암은 이전투구 탓이다.조폭스러운 것은 한국당은 물론 다른 정당도 매한가지다. 계파 정치가 여전하고 반대파를 난도질하는 것은 한국당과 똑같다. 현대 민주주의, 대중 민주주의에 걸맞은 정당 내 민주주의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앞으로 미래가 없다는 전 변호사의 진단은 모든 정당이 귀담아들어야 할 탁견(卓見)이다.

2018-11-20 06:30:00

[관풍루] 2019학년도 수능 결시율 역대 최고치 경신은 '수험표 할인 혜택'이 한 몫을 했다고

○…패륜적 막말 일삼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 불륜과 콩가루 집안 스캔들의 주인공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내로 결말. 부창부수가 따로 없군!○…인력 감축과 경영난에 경북 시외버스 18개 노선 운행 중단하자 출퇴근 수단 잃은 사람들 발동동. 세수(稅收)도 넉넉한데 자가용 한 대씩 사주는 게….○…2019학년도 수능 결시율 역대 최고치 경신은 '수험표 할인 혜택'이 한몫했다고. 수시에서 '염불' 끝냈으니 정시에서 '잿밥' 챙기겠다는 전략.

2018-11-2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이수역 사건의 '오류'

전통 가업 등 일의 특성이 사람의 행동과 정서에 영향을 미칠까? 사람마다 다른 개성이나 감정 구조로 인해 타인과의 친소 관계가 구별되는 경우는 많지만 일·직업에 따라 행동 양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미국 시카고대 부스(Booth) 비즈니스 스쿨 연구팀이 복잡한 장소에서 타인과 거리를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실험 결과는 인간의 행동과 일·직업의 상관관계를 증명한다. 얼마 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이 보고서에는 전통적으로 밀이나 쌀농사를 짓는 지역 출신의 행동 양식이 서로 다르다는 결과가 제시됐다.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홍콩 등 6개 도시의 카페 256곳에서 8천964명을 대상으로 의자에 앉는 패턴을 관찰해 보니 전통적으로 쌀농사가 우세한 중국 남부 사람들과 밀농사를 짓는 북부 도시 출신의 행동 양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북부 출신은 타인과 떨어져 홀로 앉는 경우가 남부 지역 사람보다 5~10% 더 많다는 것이다.복도에 의자를 늘어놓은 뒤 앉게 하는 실험의 결과도 비슷하다. 쌀농사 지역 출신은 94%가 비좁아도 웅크리고 앉았지만 밀농사 지역 출신은 84%만 앉고, 16%는 의자를 옮겨 홀로 앉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밀농사의 특성상 개인주의가 강해 친화력이 떨어지는 반면 협동이 필요한 쌀농사 지역은 집단주의가 강해 타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고 분석했다.이 실험은 생태 환경이 행동 패턴이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준다. 여기에 성별이나 지리적, 문화적 배경 등 여러 조건을 대입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요 며칠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으로 SNS가 들끓었다. 흔한 단순 시비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이슈가 됐고 성(性) 대립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소추'니 '메갈'이니 성차별적 공격으로 양성(兩性)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민감한 성 대립에 초점을 맞추고 흥분한 결과다. 서로 다른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문제다. 편협한 사고나 판단 오류가 잘못된 행동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이수역 사건'의 실체가 아닐까 싶다.

2018-11-19 06:30:00

[관풍루] 거듭된 문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사업 적극 지원' 강조에 구미시 '새마을과' 명칭 폐지 논란 종지부

○…거듭된 문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사업 적극 지원' 강조에 구미시 '새마을과' 명칭 폐지 논란 종지부.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시장의 체면은 구기지 않았을 텐데….○…2020년 총선 부활 꿈꾸는 올드보이들, 대구 일부 지역에서 분주한 행보를 보이며 '돌아가는 물레방아' 갈망. '결코 흘러간 물이 아니다'는 말씀! ○…대구에 집값 1억원 이상 오른 주택 소유자 5만 명이 넘고, 정부 대책에도 다주택자 9만 명이 넘었다고. 그냥 앉아 재테크 무능력자 되기 일도 아니네.

2018-11-19 06:30:00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더불어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기회는 균등하지 않았고, 절차는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현 정부의 국정 기조가 된 통치 철학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우리 경제와 시장을 구조적인 거악(巨惡)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더해 민주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은 자신들만이 거악을 척결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나아가 그들의 의식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시장경제 시스템과 시장에 대한 신뢰보다 자신들이 더 정의롭고 우월하다는 사고가 온통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 집권 세력은 지금까지의 불균등한 기회, 불공정한 절차, 불공평한 과실 배분은 모두 시장의 실패이자 기득권 세력의 잘못이므로 자신들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뭉쳐 있다. 이런 배경으로 민주당의 '적폐청산(積弊淸算) 집권 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은 적폐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소 20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당은 '20년 집권론'을 떠들어댄다.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특정 정당이 20년 집권한 때는 1933년부터 1953년까지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3선)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재선) 대통령 재임 기간이 유일하다.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직전만 보더라도 버락 오바마(8년·민주당)-조지 부시 2세(8년·공화당)-빌 클린턴(8년·민주당) 대통령 등 한 정당이 8년 이상 집권하지 못했다.루스벨트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은 20년간 행정부와 의회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다. 20년 집권이 왜 가능했을까? 루스벨트가 당선되던 1930년대는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났고, 계급 갈등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루스벨트는 민주당의 정체성 그대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복지 정책과 노동친화적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민중의 당'이라는 민주당과 루스벨트는 편협되지 않았다. 국내 상황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거대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았다.루스벨트가 가장 의식한 쪽은 오히려 자본가였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서 경제 파이와 일자리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자본가와 기업인들의 협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정부는 거액의 적자 공채를 발행했고, 이로써 묶여 있던 자금이 탈출구를 찾아 공공사업에 투입되고 멈추었던 기계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루스벨트의 민주당은 정부와 산업계의 협동 체제가 가동되어야만 민간 구매력을 회복하고 소비재 생산을 자극, 민간 투자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믿음에다 또 이런 믿음을 정책으로 옮겨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 삶의 질을 높였던 것이다.우리의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 서민의 정당임을 자부하지만 노동자, 서민들의 생존을 더 옥죄고 있다. 기업 상황은 기본이고 생산성과 연동돼야 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막무가내로 선을 그어 정부 요구를 따르라고 한다. 따르지 않거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된다. 베트남 삼성전자 핸드폰 공장에서는 16만 명이 고용되지만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 생산 노동자는 5천 명에 불과하다. 좋은 의도가 시장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는다.기회가 균등하고 절차가 공정하면 되지 왜 결과까지 같아야 하는가? 자유로운 선택을 한 결과가 같아야 한다면 국민의 재산권을, 시장을,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2018-11-18 19:27:4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헌병'이 일제 잔재라면

한자 종주국인 중국이 가장 자존심 상해하는 한자 단어는 '중화인민공화국'이란 국호에 들어 있는 '공화국'(共和國)이다. 에도시대 일본 학자들이 네덜란드어 'republik' (republic)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것은 이미 주(周)나라 때 '공화'라고 불린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를 찾아냈고 중국은, 못한 것이다.republic은 '왕이 다스리지 않는 정치 체제'다. 네덜란드 서적을 통해 서구와 처음 만났던 에도시대 일본 학자들은 이 말을 접하고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고심했다. 유사 이래 동양에서는 그런 정치 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고전을 샅샅이 뒤졌고 마침해 주나라 10대 임금 여왕(勵王)이 폭정으로 쫓겨난 뒤 주공(周公)과 소공(召公) 두 사람이 함께(共) 합심해(和)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해서 공화라고 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사마천의 사기 주본기(周本紀)에 나오는 기록이다.이를 찾아낸 학자가 오스키 반케이(大槻磐溪)이고 공화국을 republik의 번역어로 채택한 학자가 오스키의 제자인 미츠쿠리 쇼고(箕作省吾)로, 1845년 네덜란드 지리학 서적을 번역한 곤여도지(坤輿圖識)에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서양어 번역에서 우리도 중국 못지않게 자존심이 상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번역 한자어는 대부분 일본이 만든 것이다. '철학' '경제' '민족' '국가' '국민'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이런 한자어 중 '일제 잔재'로 분류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어떤 것이 일제 잔재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분이나 할 수 있을까?최근 국방부가 '헌병'이란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기로 했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다. 글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헌병뿐만 아니라 육군·해군·군단·사단·포병·사령관·군복·항공모함 등도 일본이 만든 말이다. 바꾸려면 이것도 모두 바꿔야 하지 않겠나. 아 참! 신토불이(身土不二)도 일본이 만든 말이라고 한다.

2018-11-1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침묵의 어제 하루

조선시대 과거에서의 시험 부정과 비리는 다양했고 심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고 곪았는지 박지원 같은 학자는 과거가 치러지는 시험장을 '열에 아홉은 죽거나 다치는 그 위태로운 장소'라고 불렀다. 시험 부정행위도 '콧속이나 붓 대롱에 미리 준비한 종이 숨기기'에서 '답안지를 땅에 떨어뜨려 보여주기'와 심지어 '대리시험'에 이르기까지 숱했다.과거 시험 당일의 당락으로 평생의 운명이 갈리기에 시험장에서의 부정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시험 당일 시험장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일은 목숨을 걸 만했다.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좋은 장소 차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던 탓이다. 박지원이 이런 과거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한 까닭이다.세월이 흘러 이런 조선시대 시험 부정 같은 일은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더욱 촘촘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시험 부정의 유혹은 피할 수 없는 역사임이 틀림없다. 과거제도와 달리, 오늘날 대학 입학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여기에 맞게 자연스레 새로운 수법들이 생기는 현상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학 입시를 겨냥한 내신 조작 등이 그렇다.서울 숙명여고에서 터진 시험지 유출 사건은 좋은 사례이다. 쌍둥이 자녀를 위해 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는 자녀가 1학년에 다닐 때부터 미리 시험지를 빼냈으니 일찌감치 성적을 관리한 셈이다. 지금 제보되는 학교 현장에서의 다양한 부정행위들 역시 대학 입시에서의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일탈이 아닐 수 없다.그렇지만 여전히 이런 일과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들이 있다. 어제는 바로 이들이 실력을 발휘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었다. 이들을 위해 어제 하루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특히 시험장 주변에서는 '침묵의 시간'을 갖는 일이었다. 오후 1시 5분부터 40분까지 35분 동안은 전국에서 항공기 이착륙조차 금지되지 않았던가.어제 시험장으로 향했던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응원합니다. 수험생 뒷바라지에 지금까지 가슴 졸였던 학부모, 학교 교사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18-11-16 06:30:00

[관풍루]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교도소 36개월'로 결정 가능성

○…안상수 한국당 의원, 광우병과 천안함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가짜뉴스도 처벌해 달라고 고발장 제출. '소급 적용 불가' 조항 만들어야겠네 -민주당-○…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제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일부 보수단체가 '탄핵 주범'이라 비난. 한강에서 뺨 맞고 낙동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은 아닌지….○…'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교도소 36개월'로 결정 가능성. '양심'을 가지고 교도소로 갈까, '양심'을 버리고 군부대로 갈까, 그것이 문제로다.

2018-11-16 06:30:00

문화부 권성훈 차장

[청라언덕] 문재인 정부는 '이대팔' 정부

지난해 5월 9일 대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 19개월째에 접어들었다. 5년 집권 기간의 3분의 1이 지난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으로 파탄나지 않았다면, 지난해 연말에 대선이 치러졌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무사히 마치고, 정상적으로 대선이 치러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임기 3분의 1이 지난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들여다보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남북평화시대로의 문을 활짝 연 대통령, 약자를 대변하는 정부가 될 것이고, 부정적인 것을 앞세운다면 경제를 망친 정부, 과거에 집착하는 정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긍정적 평가도 내막을 보면 오히려 포장돼 있다. 한마디로 '붕 뜬' 정부다. 남북평화시대를 열었다고 하는데, 북한이 뭐가 바뀌었나. 국정원 2차장이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개발과 핵탄두 소형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으로 보인다"고 발언했고, 국방부 장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채 문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해외 정상들에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를 먼저 해제하는데 협조해달라고 애걸복걸한다. 그러나 외국 정상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는커녕 핵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이 물과 기름 같다.약자를 대변하는 정부라는 명분도 무늬만 그럴 뿐 오히려 약자들을 더 큰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에서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일자리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과 경제적 약자들의 아우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경제 투톱(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어도 소득주도성장의 기조(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는 그대로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간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입해 '보이지 않는 손'(공급과 수요에 의해 돌아가는 시장의 기본원칙)을 무력화시켜 총체적 난국을 만들고 있다. 경제정책이 국민경제와 따로 놀고 있다는 방증이다.부정 평가에서 역설이나 반전이 있으면 좋겠지만, 실상을 보면 더 절망적이고 암담하다. 이 정부를 '이대팔' 정부라 일컫고 싶다. 이대팔은 단어 그대로 2대 8을 의미한다. '10'이라는 역량이 있을 때 미래를 위해 8을 쏟고, 과거를 반성하고 치유하는데 2를 쏟으면 미래지향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문 정부는 정반대다. 완벽하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온 정열을 쏟아붓고 있다. 모든 과거사를 '적폐'(積弊)로 규정 짓고, 두 전직 대통령을 평생 감옥에서 보내게 할 작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특히 대구경북을 낡아 빠진 보수의 근거지로 보고, 정부 예산이나 인사에서 씨를 말리는 고사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다. 비판 세력인 야당(자유한국당)을 보는 시각은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 그 간부들보다 더 싸늘하게 느껴진다.진정 평화와 약자를 위한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답해야 한다. 더불어 부디 '이대팔'에서 '팔대이' 정부로 바뀌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2018-11-15 17:55:01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수능과 정치인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다.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15일 하루 동안 모두 쏟아냈다. 수험생만 총 60만 명에 이른다. 학부모까지 합하면 180여 만 명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큰 이슈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광주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은 수능에 쏠린 민심을 교묘하게 자신들의 표심에 연결하려고 해서 눈총을 받았다. '잘 할 거야! 우리 수능생' '덤벼라. 수능아!'란 현수막을 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소속 한 의원은 글귀보다 자신의 사진을 더 크게 실어 수능까지 자신들 지지에 악용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공부 좀 했다는 의원들은 직접 나섰다.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공부 비법을 전수하고 나선 것이다.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이라는 명예가 금배지보다 더 유명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재수 사실을 고백하며 "첫 시험 때 너무 긴장해 시험을 망쳤다"며 "재수할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서 긴장 푸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서울대 수학교육학과 출신인 같은 당 박경미 의원은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이 70%이기 때문에 (수능 평가원이) 이를 극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문제를 선호할 것"이라고 팁을 줬다. 서울대 농생물학과 출신인 박정 민주당 의원도 "각 과목 간에 연계성이 있다. 흐름에 따른 정리를 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수재'들이 유독 많은 집단 가운데 한 곳이 정치권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물들 가운데도 정치권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세의 나이에 사시를 패스했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보다 한 살 어린 29세에 합격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29세에 합격했으며 그해 사시 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주영 국회 부의장,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28세에,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25세에 등과했다.지역 출신으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만 20세의 나이로 사시에 합격해 '수재' 소리를 들었으며 최근 한국당 소속 최교일 의원도 같은 나이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올해 수능은 다행히 무사히 치러졌으나 지난해에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포항 지진 때문에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아들이 당시 '포항 아이들을 생각하면 (수능 1주일 연기 결정은) 잘한 것 같다'고 하더라"며 대견해 바 있다.

2018-11-15 15:45:17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북한 대변인

유럽에서 반핵 시위가 절정을 이룬 시기는 소련이 서유럽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SS-20을 동독과 체코슬로바키아 등에 배치한 데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헬무트 슈미트 서독 총리의 제안에 따라 1979년 이른바 '이중결의'(dual track decision)를 채택한 뒤인 1980년대 초·중반이다.이중결의란 소련과 협상해 SS-20의 철수를 이끌어내되 안되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퍼싱Ⅱ를 서독에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서독 내 반핵·반전 단체들은 이에 격렬한 시위로 맞섰다. 1981년 6월 20일 함부르크에서 8만여 명이 참가한 시위를 시작으로 1980년대 전반 내내 서독 전역은 반핵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슈미트 총리의 사민당 주요 인사들도 이에 동조했다. 전 총리인 빌리 브란트는 슈미트 정부를 향해 퍼싱Ⅱ를 일방적으로 포기하라고 촉구했고, 브란트의 동방정책 기획자인 에곤 바는 슈미트 총리가 "동독을 협박하는 전쟁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1980년 12월에는 사민당 의원 150여 명이 '이중결의'가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이른바 '빌레펠트 선언'에 서명하기도 했다.그러나 반핵·반전 단체들은 퍼싱Ⅱ 배치 결정의 원인인 SS-20의 서독 배치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퍼싱Ⅱ는 소련을 참수하기 위한 선제공격 무기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소련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준 것이다. 이를 두고 만프레드 빌케 전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의 선(先)무장이라는 원인과 미국 미사일 배치라는 결과를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반핵·반전 단체들은 동독 공산당과 긴밀히 연계돼 있었던 것이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북한이 황해북도 비밀기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 중인 사실과 관련해 북한을 두둔하고 나서 '북한 대변인'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의 말은 소련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준 1980년대 서독 반핵 단체들의 궤변을 빼다 박았다. 김 대변인은 우리 기업 총수들에 대한 리선권의 '냉면' 막말도 감싸기로 일관했다. 청와대가 언제부터 북한 대변인실이 됐는지 모르겠다.

2018-11-15 05:00:00

[관풍루] 민주당, 14일 당내 인사 성(性) 비위·음주운전·채용비리 불관용 원칙 발표

○…민주당, 14일 당내 인사 성(性) 비위·음주운전·채용 비리 불관용 원칙 발표. 청와대, ‘글쎄요? 우리조차 국민에 약속한 인사 원칙도 잘 지키지 않았는데….’○…정보원, “북한 핵·미사일 관련 활동 북미 정상회담 뒤에도 진행” 주장. 국민, 정부는 북한이 달라졌다 하고 정보원은 이리 말하니 어느 장단에 춤추나?○…국방부, 대구시에 통합공항 이전 협상자리 요청 등 종전과 다른 모습. 대구경북인, 정부가 하도 말만 앞세운 세월이라 믿기지 않지만 또 한 번 속아보시더.

2018-11-15 05:00:00

이석수 교육팀장

[데스크 칼럼] 수능을 치르는 남매에게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다음 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수능이 불과 12시간 앞두고 일주일 연기되는 결정이 내려졌지. 자연재해로 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수험생들의 혼란에 빠진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구나. 많은 학생들이 이미 버린 책더미를 뒤졌고, 서점엔 1주일 단기 정리용 문제집이 불티나게 팔렸지. 그럼에도 우리 수험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포항의 친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교육부의 조치가 잘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도 당시 지면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배운 여러분 모두가 승자'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단다.어쨌든 작년 수능에서 넌 평소의 성적을 얻지 못했고, 연년생인 동생과 함께 수능을 다시 보게 되는구나. 부모의 마음으로는 둘 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길 바라지만, 누구 하나가 그렇지 않을까 봐 더욱 염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열아홉, 스무 살 꽃 같은 나이에 공부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몰린 너희들을 애처로운 심정으로 지켜봤기에, 이날을 앞두고 더욱 애잔하고 먹먹한 마음이 든다.지난해 초 임대아파트에 살며 홀로 외아들을 키워 서울대에 보낸 지체장애인 어머니를 취재하면서 "내가 해 줄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는 말이 무겁게 남았다. 행여 너의 실패가 나의 탓인 양 싶었고, 욕심을 부렸지 않았냐는 반성도 했다. 너희들을 키우면서 이미 많은 기쁨을 얻었는데도 말이다. 나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 어머니처럼 될 수밖에 없더라.수능이 한 문제의 실수로도 등급 당락이 엇갈리는 냉혹한 '룰'이라는 점에 나도 할 말이 많다. 또 기성세대로서 너희들에게 지옥과 같은 입시 경쟁을 물려줄 수밖에 없어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치르는 시험이라는 생각만 하자. 기계와 같은 입시 생활을 반복하면서 고통 또한 많았겠지만, 그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고 최선을 다한 경험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밑천이 될 것이다. 결과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우리가 지내왔던 시간들, 즉 과정이 있기 때문이야.이제 너희들은 학생에서 어른으로, 학교에서 사회로 나아가는 문을 열고 있다. 수능이나 대학은 그저 네 삶의 작은 과정이자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인생은 너의 친구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임을 알았으면 한다. 남을 만족시키는 삶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누구처럼 되기 위한 것이 아닌 너희들만의 색깔을 가진 인생이었으면 좋겠다.살다보면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를 만난다. 그때마다 실패를 생각하면서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설사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도 인생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시도조차 않는 것, 두려워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 패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또 기억해야 할 것은 너희들이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과 간절한 바람을 지닌 가족들과 여러 선생님이 뒤에 계셨다는 사실이다. 너희들의 성취는 자신의 것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 덕분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간직해라. 묘목에서 굵은 나무로 커나갈 시기에 들어서기까지 잘 견뎌 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정말 고생 많았다.

2018-11-14 18:13:15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김병준의 꿈

"처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솜씨가 대단하고 인간관계도 좋지요. 유머 감각까지 갖췄습니다."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은 정치인이라면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겸비한 인물로 보인다. 교수 출신답지 않은 유연함과 폭넓은 안목까지 갖고 있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정치인이었다. 경북 고령 출생으로 대구상고영남대를 졸업한 지역 출신에,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한 것도 강점이었다.그가 지난 7월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영입되자, 김병준의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하나둘 생겼다. 본인이 '대망론'을 입에 담은 적은 없다. 그렇지만, 그의 지인들은 그가 대권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했고, 박근혜 정부 막판에 국무총리로 지명받았으니 꿈꿀 자격은 충분했다.며칠 전만 해도 대권 쟁취는 몰라도,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지난달 초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에 전격 영입할 때만 해도 호시절이었다. 별다른 역할을 못 한다고 비판받던 와중에 전 변호사 영입을 통해 단번에 여론을 바꿨으니 승부사 기질까지 있는 듯했다.지난 9일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하면서 김병준의 이미지도 함께 무너졌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이 물 건너간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위기관리 능력은 낙제점을 받았고, 지도력마저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 2월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그가 올 초 인터넷 신문에 34년 전 교수 생활을 시작할 때를 회고하며 쓴 기고다. "이문열의 소설 '필론의 돼지'가 생각났다. 현자(賢者) 필론을 태운 배가 큰 폭풍우를 만났다. 모두 우왕좌왕, 아수라장이 되었건만 바닥에 누운 돼지 한 마리는 세상 모른 채 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필론, 그는 돼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그가 34년 전에는 정권의 폭압에 의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욕심과 실책에 의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2018-11-14 05:00:00

[관풍루] 강신욱 통계청장 "지난해 2분기가 경기 정점, 지금은 하강 국면" 비공식 진단

○…강신욱 통계청장 “지난해 2분기가 경기 정점, 지금은 하강 국면” 비공식 진단. 국민은 벌써 ‘경기 후퇴’ 눈치챘는데 1년 넘게 밥값도 못한 통계청.○…임종석 비서실장 민노총 비판 이어 여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노총 폭력적이고 말이 안 통해” 불만 표출. 죽고 못 사는 사이인데 그래도 손발 잘 맞춰봐야지?○…법원, 유학 간다 속이고 페루에서 광어 양식장 차리고 휴직 급여까지 챙긴 대구경찰 간부에 벌금형. 양손에 떡 쥐려다 결국 떡판까지 뒤엎은 꼴.

2018-11-14 05:0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대구시가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으로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어나고 있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박물관으로 용도 변경해 리모델링하고, 그 안에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 전시실과 도서실 등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구한말 일본의 조선 침략 방식은 1592년 일본의 조선침략(임진왜란)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총칼을 앞세웠다면, 근대 일본은 총포와 더불어 자본이라는 신무기로 조선을 침략했다.서양 열강과 일본의 침략에 조선은 전국 각지의 성(城)을 개보수해 총칼로 맞서고자 했다. 외세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쳐들어오는 데 조정은 여전히 옛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대구 사람들은 달랐다. 패러다임 변화를 정확히 이해했고, 자본이라는 외세의 신무기에 대응하자면, 자본이라는 신무기로 맞서야 함을 알았다. 1907년(융희 1) 2월 대구 사람들이 시작한 국채보상운동이 그것이다.나라가 일본에 빌린 돈을 갚자며 대구가 일어섰고, 전국이 들불처럼 일어섰다. 국채보상운동은 나랏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치열한 독립 투쟁이었다. 그러니 국채보상운동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역사적 자산을 가꾸고, 미래를 여는 작업이다.중앙도서관의 출발은 1919년 경북도청 안에 있던 뇌경관이었다. 몇 차례 이전과 개보수, 이름 변경을 거쳐 1985년 12월 현재 자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내)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중 두 번째로 설립된 도서관이고, 2017년 한 해 이용자만 160만 명이다.100년 세월을 쌓아온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자료들도 많다. 독립신문 영인본, 1904년부터 1910년까지 발행된 대한매일신문, 순조 임금이 하사한 '어정대학유' 등. 무엇보다 중앙도서관 자체가 대구 근대역사의 한 축이다. 그러니 만약 중앙도서관을 없앤다면 근현대 대구 역사의 한 축을 허무는 것이 되고 만다.도서관은 고대부터 대표적인 정보 저장소이자, 사회 구성원 간 소통을 도모하는 문화시설로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열람실 중심에서 벗어나 자료실,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라키비움'(Larchiveum), 즉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한 것과 같은 공간과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역사 자산인 국채보상운동을 널리 알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리모델링 이후 새롭게 탄생할 시설은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합당하다.2017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대구지역 공공도서관 1관당 연평균 이용자는 35만8천900여 명이다. 박물관 1관당 연평균 관람자는 7만6천400여 명이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도 양상은 거의 비슷하다. 시민들이 박물관보다 도서관을 친밀하게 인식하는 것이다.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한 뒤 그 명칭을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하고,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과 중앙도서관 기능이 그 안에서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하나의 역사적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역사 자산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

2018-11-14 05:00:00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어느 노부부의 기부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소개된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할머니는 88세 병든 할아버지와 함께 평생을 일군 400억원대 재산을 대학에 기부했다. 손수레 과일 장사로 시작해 42년 전 서울 청량리에 처음 건물을 샀고, 그 이후 옆 건물을 계속 사들여 엄청난 부를 일구었다.그러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우리의 평범한 할머니·할아버지처럼 힘겨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적은 밑천에 은행 등으로부터 빚을 얻어 재산을 일구다 보니 재산은 늘었지만 원리금 갚느라 고생이 많았다. 할머니도 지난 삶의 모습을 "이자 갚는다고 죽을 둥 살 둥 살았다"고 표현했다.가슴 뭉클하다. 평생을 바쳐 일군 삶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전 재산을 자기 자신과 애지중지하는 혈육을 제쳐놓고 사회를 위해 전부 내놓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따라 하기 힘든 어려운 결정이다. 제발, 기부받은 대학이 할머니·할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잘 받들길 간절히 바란다.솔직히 필자가 꿈꾸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김밥 할머니 등 평생 고생하시면서 자기희생만 해왔던 어르신들이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 걸 보고 감동과 더불어 안타까움을 함께 느꼈다.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가 '기꺼이' '염치없이(?)' 김밥 할머니의 돈을 받아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라 상당한 부를 축적한 수많은 자산가들이 있고, 평범한 생활인이라고 하더라도 내 이웃과 사회를 위한 조그만 나눔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경제생활을 누리고 있다. 기부가 일생의 과업이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각자의 형편과 사정에 맞는 돈의 기부와 재능 나눔이 생활 그 자체가 되는 그런 사회를 필자는 꿈꾼다. 특정 몇몇 사람의 희생과 헌신에 의해 유지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모두를 위해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꾼다.김밥 할머니는 어렵게 모은 재산으로 늘그막에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을 맘껏 누리시다가, 그 유산을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자녀들이 사회에 기부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희생과 헌신의 감동보다, 나눔과 봉사가 생활이 되며 모두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세상이 진짜 선진사회가 아닐까?

2018-11-13 08:06:39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고시원의 명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이곳에서 산다, 한때는 야망을 품고 이곳에 왔고, 한때는 갈 데가 없어 이곳에 왔으나…가족들을 잊기 위해 산다, 가족들을 잊지 못해 산다….'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차창룡 시인은 '고시원에서'란 시(詩)에서 크고 작은 이산의 아픔과 고독의 등짐을 진 채 이웃과 단절된 삶을 이어가는 고시원 사람들을 이렇게 그렸다.고시원은 한때 청운의 꿈을 보듬었던 희망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외된 사람들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맨몸 하나 겨우 눕히는 최후의 공간이 되었다. 방 한 칸 제대로 구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외로움과 서러움을 삭이는 쓸쓸한 주거용 둥지가 되었다.고시원은 1970, 80년대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겨났다. 1990년대에는 50개 이상의 독방을 갖춘 대형 고시원까지 성업을 하며 대학 문화의 한 기형(畸形)을 형성했다. 저렴한 방값과 효율적인 학습 환경 때문이었다. 그런 고시원이 다양한 인간 군상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전남일 가톨릭대 교수는 우리나라 주거 공간의 변화를 서술한 '집'이라는 책에서 한 칸짜리 집의 원형은 구한말 도시 빈민층의 움막집이라고 밝혔다.그것이 일제강점기 주인집 행랑채와 한국전쟁 때의 변두리 판잣집, 1960년대 달동네와 옥탑방, 산업화시대의 반지하 셋방과 쪽방촌으로 나타났다가, 오늘날 고시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빈곤층의 주거 공간에 안전시설이 확충되었을리가 없다. 서울 도심 고시원을 덮친 불길이 또 고단한 목숨들을 앗아간 연유이다. 정부의 대응도 딜레마이다. 규제를 하자니 방값이 오르고, 묵인하려니 사고가 걱정이다.고시원은 화려한 도시의 뒤안길에 드리운 짙은 그늘이다. 밑바닥 삶들이 매일매일 쓰디쓴 시험을 치르는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가 박민규는 단편 '갑을 고시원 체류기'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절망의 공간을 익명으로 떠돌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비극을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2018-11-13 05:0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닥터 둠'과 캐러밴

'위기가 지나가고 한참 뒤에야 비로소 위기임을 알아챈다'는 말이 있다. 대다수 사람이 위기를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넘겨버릴 만큼 둔감하다는 뜻이다. 한편 국가나 사회, 집단, 개인에게 전달되는 위기의 강도, 시차 등 스펙트럼이 그만큼 다양해 평균율을 구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의식이 결핍됐다거나 위기의 실체를 몰라서가 아니라 직면한 현실이 두려워 위기를 부정하는 심리가 작용해 인간 행동 양식을 왜곡시킨다는 해석도 있다. 위기를 역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위기 조장설' 등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최근 눈여겨본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더 빅 쇼트'(The Big Short)는 개인적으로 우리 주변의 위기 상황에 대해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마이클 루이스의 실화 소설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가 소재다. 미국 경제 위기의 진상을 드러내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 거리를 안겨준다. '빅 쇼트'는 주식 등 가치 하락을 전제한 매도(Short) 포지션을 뜻한다.이 소설은 부실 주택저당채권 사태를 미리 내다본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만, 로버트 벌리 등 실존 인물 4명을 추적해 금융 위기의 배경과 실체를 재조명했다. '닥터 둠'으로 불릴만한 극소수의 비관론자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위기의 스위치를 켜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인들마저 폭탄을 옆에 두고도 위기 경고를 무시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복잡한 금융공학으로 변질한 투자 기법 등 시스템에 대한 무지와 맹신은 위기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당시 예민한 후각을 가진 '닥터 둠'은 금융자본의 탐욕이 위기의 본질이자 진원지임을 간파한다. 정부가 월가의 붕괴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결국 위기의 시그널을 덮어버린다. 부실이 만연한 미국 주택시장의 현실을 확인한 그들은 시스템 붕괴가 멀지 않았음을 예측하고 분노한다. 부실투성이의 금융 시스템을 외면한 채 수익에 열을 올리는 투자은행·신용평가사의 탐욕, 미국 정부의 안이함과 무능이 싱크홀을 만든 것이다. 이달 말 개봉할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도 위기론의 관점뿐만 아니라 1997년 IMF 외환 위기 사태를 처음 다뤘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관심을 끄는 이유다.'경제 위기는 우리 시대의 문화다'라는 명제가 나올 만큼 이제 위기는 일상 그 자체다. 그러나 위기를 맞기 전까지 아무도 위기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자 남미 최대 부국인데도 2014년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가난과 내정 불안 때문에 미국행 엑소더스를 시작한 온두라스의 '캐러밴'은 위기 여파가 부른 비극이다.문재인 정부의 제2기 경제 실험이 막 시작됐다. 얼굴은 달라졌지만 정책 기조는 그대로다. 새 경제팀이 위기 국면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울 구원투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빅 쇼트'에서처럼 600만 명이 직장을 잃고, 500만 명이 집을 잃는 상황으로 간다면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탄탄한 펀더멘털' 하나만 믿는 우리에게 이런 위기는 그저 강 건너 불일까. '곤경에 빠지는 건 무엇을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계속 곱씹게 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2018-11-13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김동연과 전원책

지난주 나란히 '잘린' 두 사람이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예산안 국회 심사 와중에 경질됐다. 자유한국당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던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은 문자 메시지로 해촉 사실을 통보받았다. 두 사람이 소주를 마시는지 모르겠지만 소주 한잔이 생각났지 싶다.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총리 지명을 직접 발표하면서 위기의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었고 18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청와대 참모와 갈등을 빚은 경제부총리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김 부총리가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는 분석이 있다.경제부총리 자리는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파워가 확 달라진다. 경제정책은 부총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인데도 문 대통령은 '투톱'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2기 경제팀은 원톱 체제로 간다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부총리 중심 원톱이 아닌 정책실장이 원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회전문 인사'에 그쳐 경제팀 교체를 통한 경제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 게 경제팀 인사의 가장 큰 한계다.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원책 위원을 임명하면서 직접 "십고초려해 모셔왔다"고 했다. 그러나 영입 29일 만에 해촉했다. 전당대회 일정을 두고 두 사람은 강하게 부닥쳤다. 인적 쇄신을 둘러싸고도 견해차가 컸다.한국당은 또 한 번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국당은 개혁할 의지도 역량도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다. 안보와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이 상황에서 한국당은 개혁에 실기(失機)하고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민심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경제팀 인사, 김 위원장의 전 위원 해촉엔 공통점이 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로 같이 근무했다. 두 사람 스타일은 달랐다는데 '역시나 인사'는 매우 닮은 게 아이러니하다.

2018-11-12 05:00:00

[관풍루] 문 대통령,김동연-장하성 '경제 투 톱'에 대한 동시 경질 인사 단행

○…문 대통령,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면서 솜씨조차 부실했던 김동연-장하성 ‘경제 투톱’에 대한 동시 경질 인사 단행. 말 많은 집엔 장맛도 쓴 법.○…동계올림픽 신화를 이룬 컬링 여자국가대표팀 ‘팀킴’이 지도부와 갈등을 폭로하면서 파문 확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고시원 화재로 일용 근로자 등 또 참변 소식. 한때 개천에서 용 나던 희망의 고시원이 어쩌다 막다른 인생의 절망적 공간이 되었나!

2018-11-12 05:0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콩코드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지금은 사라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탄생부터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객기의 산물이었다. 우주기술을 주도하던 미국과 소련에 맞서 두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 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우선 7천만파운드로 잡았던 개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1962년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억5천만파운드로, 2년 뒤엔 3억파운드로 달음박질했다. 설상가상. 개발 과정에 좁은 몸체로 수용 인원(90명)이 적고 연료 소비량은 많아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막대한 개발비에 불확실한 수익성. 발을 뺐어야 했다. 그래도 발을 뺀다 할 수 없었다. 이미 투자한 비용도 아까웠다. 1976년 프로젝트는 완성됐지만 13억파운드란 비용을 들인 후였다.비효율적일 것이란 예상도 적중했다. 시장은 비행시간만 좀 줄었을 뿐 경제성과는 거리가 먼 콩코드를 외면했다. 적자는 누적되고 사고까지 났다. 콩코드는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그때까지 팔린 콩코드는 20대에 불과했다. 비극적 결말이었다. 초기에 포기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콩코드의 오류'라 이름했다. 잘못된 선택을 거둬들이지 않고 기존 투자가 아까워 밀어붙이거나,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해 손해를 키운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콩코드의 오류'의 경영학 버전은 '몰입상승'이다. 의사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흐르며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증거와 정보가 나오는데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하다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우는 경우다. 포기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실패가 된다. 미국 외교관 조지 볼은 그 사례로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들었다. 한번 월남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개입 강도를 높이다 막대한 피해만 입고 베트남 공산화를 막지도 못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제 투톱을 교체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름만 바뀌었지 '내 사람, 내 정책' 그대로란 뜻으로 읽혀서다. 여기에 '콩코드의 오류'니 '몰입상승'이니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린다.전임 투톱 체제 아래 나라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성장률은 반 토막 나고 경기는 하강세로 돌아섰다. 멀쩡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은 정체됐다. 그나마 빈자리는 재정 투입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는 내년을 기다리라 하지만 믿는 국민은 없다.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나서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한다. 퇴임하는 김 부총리가 지금은 경제 위기라기보다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인지 모르겠다'고 한 말과 오버랩된다. 본인들은 아니라지만 사람이 아니라 그릇된 정책 결정이 문제란 뜻으로 읽힌다. 그 정책을 결정하고 고집하는 것은 오롯이 대통령 몫이다. 실제로 경제정책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사람을 바꾼다고 기대할 것은 없다.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은 '몰입상승' 극복 방법으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 보라', '제3자의 생각을 존중하라'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면 곰곰이 새겨볼만한 말이다.

2018-11-12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듣기 시험이라도

"복지관 선생님 전화가 왔다. '김정○ 어머니세요?' '뭐라고요? 김장했어요.' 내 이름을 묻는 말에 김장했다고 대답했네. 3호선을 타러 올라가는데 '급정거 시 위험하니 손잡이를 잡아주세요' 하는 방송에 '급정거 시'가 '김정○ 씨'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돌아봤네. '김장'도 '급정거'도 아닌 내 이름은 김정○."대구 수성구청이 달마다 펴내는 소식지 '명품 수성'의 11월 호에 소개된 김 할머니의 글이다. 뒤늦게 배운 글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9일 열린 '한글사랑 성인문해 한마당'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개성이 듬뿍 담긴 글씨체에다 또박또박 바르게 쓴 글은 읽을수록 가슴에 와닿는다.사람은 나이 먹음으로써 청력도 떨어지는, 어쩔 수 없는 신체의 이 두 현상의 동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월도 나이도 막을 수 없다. 신체 역시 나이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다. 제대로 듣지 못해 겪는 실수도 피할 수 없다. 결코 나무랄 일도, 흠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례와는 사뭇 다른 일들이 버젓하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그 소리를 멋대로 해석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청력 상실의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된 경제정책에 대한 청와대 결정이나 사립유치원 비리 이후 유치원 진영의 대응이 그렇다.청와대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듣고 싶은 소리만 지금까지 고르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함께 바꾸기로 한 결정은 국민의 소리를 듣는 청력이 그나마 일부 남은 결과이겠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비리가 드러난 사립유치원들의 폐원 대응은 제대로 된 유치원 운영을 바라는 정부나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한 탓이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 없이 청력을 잃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나랏돈 지원받아 비리없이 제대로 잘 운영되는 유치원, 왜 안 된다는 것일까. 그들에게 듣기 시험이라도 치를 때인가 보다.

2018-11-10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양심적 병역거부의 비양심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입은 인적 손실은 엄청났다. 18세에서 27세의 프랑스 남성 4분의 1이 사망했다. 이런 끔찍한 경험 때문에 독일이 전쟁 준비에 들어가고 있음에도 프랑스에서는 '어쨌든 전쟁은 안 된다'는 맹목적 평화주의가 지배했다. 이를 주도한 인물 중 하나가 프랑스 교사 노동조합 지도자 조르주 라피에르였다.그는 1차 대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당시 교과서를 '호전적 교과서'라고 낙인찍고 퇴출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프랑스에도 그에게도 평화는 오지 않았다. 프랑스는 단 6주 만에 나치 독일에 무너졌고, 라피에르는 나치에 저항하는 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돼 다하우 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맹목적 평화주의는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옥스퍼드 대학의 토론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온'이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왕을 위해 싸우기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이런 평화주의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소설가 H. G. 웰스, 문예비평가 킹슬리 마틴 등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그들의 논리는 어처구니없었다. 영국이 군사력을 줄이면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다른 나라도 영국과 전쟁을 할 동기를 갖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2차 대전은 이런 순진한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내가 무기를 내려놓으면 평화를 얻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라는 사실은 인류 역사가 잘 말해준다.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무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윤리적 무임승차자이다. 전쟁이 없어지지 않는 한(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들의 양심은 그들을 대신해 총을 잡는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그 양심도 진정으로 '양심적'이지 않은 것 같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뒤 인터넷에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접하면서 옥스퍼드 유니언의 선언에 "참으로 한심하고 치졸하고 수치스러운 고백이며…불온하고 역겨운 시대의 징후"라고 한 처칠의 개탄(慨歎)이 생각난다.

2018-11-09 05:00:00

[관풍루] 한국당, 비대위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간 갈등 고조

○…문재인 대통령, 8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0주년 맞아 축사를 통해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이라고 인사말. 김정은, 그 ‘We’ 속엔 우리 북조선도 끼지요?○…한국당, 비대위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간 갈등 고조. 여당, 제발 20년 집권 때까지만 ‘칼자루 휘두르며’ 지금처럼 갈등이 계속되게 해주세요!○…교육청 감사 지적 대구사립유치원 4곳, 경영 악화·원장 건강 등으로 폐원 신청. 정부, 어려운 여건에서 여태 버텼으니 공로(?) 훈장이라도 줘야겠군.

2018-11-09 05:00:00

정욱진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아쉬워 우물 파니 댐까지 지어달라?

A씨는 요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동구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그는 층간 소음에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위층 B씨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다. A씨의 기막힌 하소연을 들어보자.사연은 B씨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겼다. 늦은 밤까지 뛰어다니는 탓에 '쿵쾅'거리는 소리가 아랫집으로 고스란히 전달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관리실에도 항의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관리실 측에서도 B씨에게 '민원이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말 이외엔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했다.시간이 가도 B씨 집 소음은 줄지 않았고, 아이가 뛰어다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장고 끝에 기막힌 '묘수'를 생각해냈다. B씨에게 이사를 권유한 것이다. 대신 B씨가 이사 갈 좋은 조건의 집도 구해주고 이사 비용 전액도 대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B씨도 손해가 없다고 판단해 승낙했다.이후 A씨가 'B씨 이사 갈 집 구하기'에 전력을 다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괜찮은 조건의 이사할 곳도 여럿 생겼다. 이 조건, 저 조건 꼼꼼히 따져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한 두 집으로 압축까지 해놨다. B씨가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모든 일은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갑자기 B씨가 시큰둥해졌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A씨는 어리둥절했다. 인근 같은 조건의 아파트 중에 최고 조건을 제시한 집인지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B씨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답답한 A씨에게 B씨는 현재 사는 집보다 더 넓은 평수로 옮기고 싶다는 언질을 슬쩍 보이는 게 아닌가.B씨는 "이왕 내보낼 거면 더 크고, 더 좋은 집으로 보내달라. 그렇지 않을 거면 잘살고 있는 이 집에서 내가 나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A씨는 "그동안 소음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받았는데,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고 한탄했다.지금 대구시가 A씨 꼴이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이 지난 3월 14일 두 곳의 이전후보지(군위 우보면,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를 선정한 이후 8개월가량 감감무소식이다. 진척이 없다 보니 지역 사회에선 다시 이전 반대 운동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전 반대를 외치던 목소리가 사그라졌지만, 또다시 지역 여론이 둘로 갈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특히 최근엔 대구시와 국방부가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비 규모를 두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구시가 제시한 K2 공군부대 건설비를 국방부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가 추가 요구하는 사업비 증액 규모가 대구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아예 넘어서, 통합이전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지역 한 인사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특별법에 따른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종전 부지 매각대금으로 이전사업비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왕 옮길 거면 좀 더 넓고, 화려한 시설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고집한다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좋은 곳으로 보내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여기 살래' 식의 태도는 수십 년간 소음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대구 시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다. 국방부와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2018-11-08 23:0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청와대 통신] 베스트 드라이버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시절 경남 양산 자택에서 부산 주례동 지역구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면서 직접 운전을 했다. 30㎞ 정도 되는 꽤 먼 거리였지만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올 초 공개된 문 대통령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그가 당시 탔던 2010년식 쏘렌토R 2.0은 아직도 소유 중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에쿠스·제네시스 등 고급 세단을 이용하지만 문 대통령은 쏘렌토를 고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에는 이듬해 예정된 총선과 관련, 인재 영입 작업을 하면서 직접 쏘렌토를 몰고 다니며 총선 출마 권유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에서도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들이 여럿 있다.문 대통령의 운전 실력이 생각난 이유는 최근 문 대통령이 결정한 인사를 보고 나서다. 문 대통령은 권구훈(56)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전무)를 대통령 직속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 지난 7일 직접 위촉장을 줬다.권 위원장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통일 대박론'에 대한 보고서를 냈던 사람이다. 그해 2월에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한 통일경제 교실에서 중국과 홍콩 방식의 점진적 통일 방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그의 최근 경력만 놓고 봐도 적폐로 몰려 있는 전임 정부에 가까운 사람이다. "대통령이 TV에서 보고 뽑았다는데 그건 아닙니다. 보수 성향인 권 위원장은 경제관료 출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잘 압니다. 윤 수석의 추천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겁니다." 권 위원장의 친한 친구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해석이다.정치 엘리트 이론을 연구한 이탈리아의 대표적 정치학자 가에타노 모스카(1858~1941)는 정치가(政治家·Statesman)와 정치인(政治人·Politician)을 구분했다. 넓은 지식과 통찰력을 통해 최소한의 충격과 고통만 주는 상태에서 사회의 필요와 목표를 정확히 달성해내는 것이 정치가이며, 정치인은 단순히 정부의 최고위직에 머물러 있는 방법 정도만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문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정치가로 훗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최근 인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유턴 실력에 달려있다.koala@msnet.co.kr

2018-11-08 19:14:28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재벌과 조폭

'재벌과 조직폭력배가 닮은 점은?'10여 년 전 유행한 유머다. '정치권력과 은밀한 뒷거래를 좋아한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교묘하게 털어간다. 사회에 공헌하는 척한다.' 다른 버전도 있다. '세력 확장을 좋아한다. 돈과 폭력성을 함께 갖고 있다. 당한 손해는 반드시 되갚아준다. 치사한 짓을 예사로 한다.'이제는 재벌의 이미지가 좀 달라졌을까? 올 초 한 인터넷 언론사가 재벌 이미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더니 국민 10명 중 7명이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응답자들은 재벌 이미지로 '정경유착' '부정부패' '노동자 착취' 등을 많이 꼽았다. 한국인이 부정적인 재벌관을 갖게 된 것은 재벌의 자업자득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횡포는 말할 것도 없고, 대표적인 재벌인 삼성의 행태를 보면 그 후진성에 놀라게 된다.이건희 회장은 2006년과 2008년 '삼성 X파일 사건'과 '삼성 특검' 과정에서 8천억원 사재 출연과 사회공헌을 약속했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사재 출연 논란 자체가 어디론가 실종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2년 전 국회 청문회에서 "부친이 사재 출연 방법과 계획을 세우다가 와병에 들었다"고 답했다. 전후 맥락을 볼 때 애초에 약속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옳다.며칠 전 논설위원들이 회의 때 대구 자동차 부품업체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다가 재벌 이야기로 이어졌다. 누군가 "재벌은 부품업체, 하청업체가 망하든 말든 뜯어먹는 데에만 골몰한다. 여전히 조폭 같다"고 했다. 다른 논설위원이 농담조로 그 말을 받았다. "둘을 비교하는 건 조폭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조폭은 약간의 의리도 남아 있고, 자기 영역을 지킨다."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익 공유제'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에게 이익을 내놓을 것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도, 이를 수긍하는 국민이 많다고 하니 참으로 슬퍼진다. 조폭 취급받는 재벌에게 경제를 떠맡기고 있는 국민이 불쌍해 보인다.

2018-11-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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