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투기 청와대 대변인' '北 대변인 장관' '경호실 특혜 승진'…

○…'투기 청와대 대변인' '북 대변인 장관' '경호실 특혜 승진' '반칙 헌법재판관' 등 '내로남불' 횡행에도 괜찮아, 괜찮아, 뭐가 문제야? 코드만 맞으면 돼….○…문재인 대통령, 하노이에서 꺼져버린 북미 간 핵 협상 불씨 다시 지피기 위해 방미 일정 시작. 촛불로 등장한 정권이니 불 지피는 데는 일가견이 있겠지!○…강원도 산불 여파로 '달구벌 관등놀이 축제'의 '소원풍등 날리기' 행사 앞둔 대구시는 걱정이 태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건 당연지사.

2019-04-11 06:30:0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디지털 시대 시니어들

흔히 2G폰이라 불리는 피처폰을 잘 사용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불평하기 시작하셨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든가, 폰이 자꾸 꺼져버린다고 툴툴대신다. 휴대전화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셨던 거였다. 복지관 친구들이 모두 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자식들이 사주더라며 자랑하시는데, 당신만 구식 폰이신 게 은근히 부아가 나셨던 모양이다.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아 헐한 걸로 하나를 사드렸다. 고맙다며 들고 다니시지만 전화기 용도 외에는 별로 쓰시는 것 같지 않다. 문자메시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보내신다.우리나라 성인들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40대에서 각각 100%, 99%, 99%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였고 50대 이상이 96%, 60대 이상도 77%나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은행 업무, 영화관 예약, 음식 배달, 호텔 예약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OK다. 웬만한 비즈니스도 손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인구의 77%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들의 스마트폰은 별로 '스마트'하지가 않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매일신문에 고령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 실태가 보도되었다. 20~40대 이용자가 76~89%인데 반해, 50대는 52%, 60대 이상은 13%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자의 대다수가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업무뿐만이 아니다. 기차표의 경우 코레일 모바일 앱 '코레일톡'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전체 좌석의 67%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예매는 낯설 뿐이다. 그들은 표를 사기 위해 직접 역에 나가야 한다. 출발 한두 시간 전 일찍 나가 보지만 주말에는 매진되었거나 입석밖에 없을 때가 많다.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기반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생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제공되는 현대에서 고령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이다.고령자들의 '디지털 사각(死角)'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낯선 용어에 낯선 사용자 환경이 그들을 괴롭힌다. 고령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하는 직접 교육이 가장 효과가 높다. 일대일로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게 최고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는 강좌의 인기가 높다.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그런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복지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자가 84%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민간단체를 활용한 일대일 방문교육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2019-04-10 16:00:51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했다

지난 2014년 83세를 일기로 작고한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교 졸업 후 고향인 경북 북부지방의 한 군청 수습 공무원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얼마 안 돼 6·25가 터졌고, 그의 고향을 점령한 인민군은 낙동강 전투에 투입할 의용군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를 피해 숨어 지냈으나 개천에 몸을 씻으러 나왔다가 발각돼 의용군 행렬에 서야 했다.그렇게 끌려가다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쳐 고향으로 몰래 들어왔다. 그 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A씨의 고향도 수복돼 국군 3사단 예하 연대가 진주했다. A씨는 이 부대의 행정 보조 인력으로 '징발'돼 강원도 철원까지 갔으나 1953년 초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로 3사단이 궤멸하면서 걸어서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까지 후퇴하는 등 갖은 고생 끝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1961년 쫓겨난 것이다. 5·16 직후의 '병역 미필자'의 공직 추방 조치 때문이다. 3사단의 군번 없는 군인이었다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를 입증할 기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 뒤 '구제'되긴 했으나 '병역 미필자'라는 낙인은 그에게 평생의 한이 됐다.비군인 참전자도 두 사람의 인우(隣友)보증이 있으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제도가 1995년 시행되면서 마침내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도 엄청난 인내를 요구했다. 같이 근무한 군인들이 어디 사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소문 끝에 그들을 찾아 2003년 '국가유공자증'을 받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부친이 특혜를 받아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손혜원 의원이 지난 4일 SNS에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고 쓴 뒤 SNS에는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했다'는 내용의 글이 대거 올라왔다고 한다. 기자도 한마디 해야겠다. "손 의원 부친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기자나 기자의 아버지는 유공자로 선정되려 로비를 하거나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이다. A씨는 기자의 아버지다.

2019-04-10 06:30:00

[관풍루]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재판 맡은 기업 주식 보유도 모자라 거액 추가 매입했다가 논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재판 맡은 기업 주식 보유도 모자라 거액 추가 매입했다가 논란. 자진 사퇴한 이유정 후보에 이어 또 '주식 후보'라니, 지명만큼은 족집게.○…전력난 타개 위한 석탄 화력발전 증산 움직임에 이번에는 북한발 미세먼지 초비상. 효과 없는 미세먼지 대책 기대하느니 차라리 '피미'(避微)가 더 빠르겠네.○…대구 의료기관 204곳 비급여 진료비 분석했더니 무려 15배 차이. 가뜩이나 아픈데 명품·비지떡 감정하느라 머리가 더 지끈지끈한 환자의 딜레마.

2019-04-10 06:30:00

김수용 편집국부국장

[시각과 전망] 가습기 살균제, 당신이 피해자일 수도

대구에선 54명이 숨지고, 237명이 살아남았다. 경북에선 68명이 목숨을 잃었고, 176명이 고통 속에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사망자는 무려 1천39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집계 기준보다 사망자가 15명 더 늘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다. 피해 신청자 기준 사망률은 22%에 이른다.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켜고, 보다 안전하게 가습기를 쓰고픈 마음에 살균제를 썼는데 10명 중 2명꼴로 목숨을 잃었다.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받아 수행한 조모(59)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연구자료를 조작하고, 연구데이터를 축소·왜곡 해석했다고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SK 측은 일부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보조를 시작했다. SK케미칼의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하지만 SK는 지금껏 공식 사과나 피해 보상이 없었다. 검찰 수사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지자 뒤늦게 '선별 지원'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등장한 게 1994년이었고, 판매 중단 처분이 내려진 게 2011년 말이다. 무려 17년간 가습기 살균제는 국민 건강 지킴이 행세를 해왔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은 '인체 무해' 자료를 뿌렸고, 정부는 품질인증 마크까지 붙여줬다. 지난 2016년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현장조사 및 청문회를 통해 밝혀낸 사실은 어떤 기업도 제품을 팔기 전이나 판매 중에 인체 위해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국민들은 '설마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그렇게 마구 뿌려대도 괜찮도록 정부가 가만두었겠는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순진한 믿음을 철저히 짓밟는 일이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피해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가습기 살균제 판매 기간 중 폐렴으로 사망한 7만 명 중 2만 명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계 보고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 인구 중 18~22%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에 2010년 인구 4천941만 명을 대입해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가 약 894만~1천87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이를 토대로 잠재적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따져보면 최소 29만 명에서 최대 227만 명이 고농도 노출자 또는 건강 피해 경험자라는 결과가 나온다. 2017년 환경독성보건학회는 환경부 의뢰로 진행한 피해 규모 조사 연구에서 제품 사용자가 350만~4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14%인 49만~56만 명이 건강 피해 경험자라고 발표했다.하지만 대다수가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사용했더라도 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없으면 신고를 못하는 줄 알고 있다. 지난 3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대구경북 피해자 지역설명회'를 가졌다. 한 주부는 이 자리에서 "뒤늦게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피해 신청을 했지만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이런 의심조차도 못하고 그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혼자서 몸과 마음의 고통을 참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2019-04-09 20:30:00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대정부질문, 4월 임시국회는 달라질까요?

8일, 4월 임시국회 막이 올랐다. 이날 여야 교섭단체 대표는 의사일정 논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부터 추가경정예산안과 문재인 대통령의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문제를 놓고 대치했다.대치가 풀린다면 4월 임시회에서도 대정부질문이 열릴 것이다.정치권에서는 벌써 "내실 있는 대정부질문을 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이 대목에서 3월 임시국회가 떠오른다.지난달 19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택·오송 복복선 사업과 관련해 "(이 사업의) 신설 구간이 천안아산역에 정차하지 않는다고 해 충청도민의 상실감과 소외감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하며 적정성 검토 시 천안아산 정차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이에 이낙연 총리는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안과 더불어) 천안아산역 정차의 적정성 여부를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총리 답변은 바로 다음 날 강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이어 21일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방청석에 제 지역구 소상공인들이 와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22일에는 같은 당 이채익 한국당 의원이 지역구 민원에 답하라고 관련 부처 장관을 불러세웠고, 주어진 질의 시간이 끝나도 울산 외곽 순환고속도로, 공공병원 등을 계속 언급했다.국회 대정부질문은 본회의 회기 중 기간을 정해 국정 전반이나 특정 분야를 주제로 정부에 질문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정헌법과 제정국회법에서 '국회의 국무위원 출석 요구권'과 '국무위원의 출석·답변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대정부질문 제도는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점을 없앰으로써 국회가 정부 견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그런데도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은 그 유서 깊은 역사만큼이나 정치권에서 진부한 이야기이다. 정국 주도권 싸움의 연장 선상에서 여야의 공방만 있었을 뿐 정부를 상대로 한 예리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기자가 지켜본 지난달 현장이 단적인 예이다. 야권은 북핵 문제, 소득주도성장 정책, 미세먼지 사태 대응 등 문재인 정부 실정에 공세를 펼쳤지만 날카롭지 못한 무딘 공격으로 대부분 공허한 논쟁을 거듭했다. 여권은 야당에 불리한 특정 이슈를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정부 실정을 덮는 데 급급했다.심지어 자신의 지역구 민원에만 열을 올리는 이도 있었으니 제도의 근본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결국 대정부질문은 '김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 총리는 '사이다 총리'로 주목받았다.그래서일까. 국회 한 보좌관은 "그 많은 국무위원, 국회의원, 언론인을 모아 놓고 하는 비효율적 쇼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적폐"라며 "국정 문제를 꼬집는다는 본래 취지가 이번 회기에는 꼭 살아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대 국회부터는 '서면질문제도'가 추가됐다. 지금처럼 할 바에는 없애고 시간과 장소, 때를 가리지 않고 365일 할 수 있는 서면질의가 실효성 측면에서 더 나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2019-04-09 19:13:5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한 손에 드므 들고

'한 손에 마실 물, 또 한 손에 드므를!'봄날 등산철, 산불로 전국이 비상이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과 강릉·삼척을 비롯한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로 4월의 시작부터가 잔인하다. 강원도에는 정부가 5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와 후유증이 만만찮아 걱정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강원도로서는 봄날을 맞아 긴장의 날들이 아닐 수 없다.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89년 2월 양양 산불로 낙산사와 4백여 호가 탔다. 1672년 4월 강릉·삼척 등 네 고을 산불 때는 65명이 숨지고 1천900여 민가가 불타고, 1804년 3월 삼척·강릉·양성·고성 등 여섯 고을 산불로는 61명이 죽고 2천600여 호가 재가 됐다. 또 2000년 4월 삼척·강릉·고성 등에서, 2005년 양양 산불 등으로 이어졌으니 몸서리칠 만하다.산악지역이 많은 경북은 특이하게 가장 오래 탄 산불 역사를 갖고 있다. 1436년 2월 일어난 영해 산불은 6년 넘게 계속, 1442년 3월 겨우 꺼졌다. 3년 뒤 1445년 4월 다시 들불로 애를 먹었는데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는다고 조정에 보고할 정도였다. 이후 2013년 포항의 산불은 도심까지 위협했으니 강원도처럼 악몽이다.기록처럼 산불은 세월을 뛰어넘어 재앙이다. 사람 힘으로 모든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잘만 대비하면 피할 수도,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이는 오로지 우리 몫인 셈이다. 그 지혜는 찾기 나름이다. 우리 조상들이 궁궐과 사찰 등에 설치한 크고 넓은 항아리의 방화 수통인 '드므'도 그럴 수 있다. 오늘에 맞게 바꾸면 말이다.산불은 실수에 자연 원인 등이 맞물려 번지고 커지기 마련이다. 작은 불씨도 건조하면 속수무책이다. 우리는 유난히 산을 즐기는 문화인 만큼 산을 오르는 사람마다 한 손에 마실 물을 갖추듯, 다른 한 손에는 물이 든 휴대용 드므를 들고 등산길 주변에라도 뿌리면 어떨까.마른 땅은 물론 수목조차 반기지 않겠는가. 물방울로 냇물이 되고, 내(川)가 강이 되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산불로 답답한 요즘, 이런 공상까지 드는 까닭은 나만은 아닐 터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보니 온갖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19-04-09 06:30:00

[관풍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재인 정부,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일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재인 정부,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일갈. 잊을 만하면 국민 화병 도지게 하는 게 어디 산불뿐이던가!○…강원도 대형 산불 늑장 보도한 KBS에 '국가 기간 방송' 타이틀 반납하라는 목소리 비등. 1980년대 'KBS 시청료 거부 운동' 떠올리는 사람 더러 있겠군….○…수십 명의 경찰 앞에서 공무원 뺨을 후려갈기던 민노총, 이제는 경찰서 안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 집단 폭행.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민주노총공화국'?

2019-04-0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0원과 13조원: 대구와 부산의 차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구 방문 때 권영진 시장에게 '통합신공항 추진'을 약속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간 시민들이 그렇게 애원했지만, 애써 모른 척하더니 선뜻 '선물'을 주니 고마운 일인 듯 느껴졌다. 문 대통령의 마음이 넓어진 것일까? 대구시민의 정성에 감동한 것일까?정작, 본질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대통령의 약속은 부산시민이 원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위한 사전 조치임이 분명했다. 대구에 '대구 통합신공항'을 줄 테니 부산에 '가덕도 신공항' 짓는 것을 양해하라는 뜻이다.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그냥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2016년 5개 시도지사 합의 때문이다. 당시 5개 시도지사는 '정부의 용역 결과에 따르겠다'고 합의했고, 그 결과가 '김해공항 확장안'이었다. 정권이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해도 5개 시도지사 합의를 깨뜨리지 않고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명분도 당위성도 얻기 어렵다.문 대통령이 지난 2월 부산 방문 때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시사한 이후 '김해공항 확장'을 고수하던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의 입장까지 바뀌고 있다. 누가 봐도 정권 차원의 '가덕도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현 정권은 치밀하게 '가덕도 프로젝트'를 위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지만, 대구경북은 어떤가. 지난 2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올해 통합신공항 부지가 결정되고 국방부와 8조원대 이전 사업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두 분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거둔 듯 기뻐했다. 이 지사는 통합신공항을 경북으로 가져가게 됐으니 즐거워해도 괜찮지만, 권 시장은 기뻐할 일이 아니다.대구시는 무엇을 위해 대구공항을 이전하려고 했는지 근본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동구와 북구 일부 지역의 소음 피해는 논외로 한다) '하늘길을 열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희생을 감수하며 옮기자는 것인데,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그야말로 파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통합신공항은 남부권 관문공항을 지향하는 가덕도 신공항과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현재 대구공항의 국제선을 유지하는 정도일 것이다.예산 조달 방식만 봐도 대구 사람의 '바보짓'에 화가 난다. 대구는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K2 부지 380만 평을 팔아 그 비용으로 옮기는 것이고, 정부 예산은 한 푼도 없다. 부산은 일부 민간투자를 받는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고 13조원(추정치)을 정부 예산으로 조달한다. 대구는 그 땅에 아파트와 상가를 지어 공항 옮기는데 써야 하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0원과 13조원은 대구와 부산의 차이이고, 정치력의 차이다.대구에 아파트·상가가 넘쳐나든, 난개발을 감수하든, 미래가 확실하다면 옮기는 것이 맞다. 통합신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 존재하지 않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전제 조건이 달라졌고,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더는 이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전 포기 선언을 하는 것도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 그래야 가덕도 신공항을 막고, 정권과의 협상도 가능해진다. 이대로 정권의 '가덕도 프로젝트'에 편승하면 대구는 끔찍한 재앙을 맞을지 모른다. 시장의 공약 준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선물'이 아니라 '독배'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9-04-09 06:30:00

[관풍루] 아내가 해서 몰랐다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알고보니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아내가 해서 몰랐다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알고 보니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드러나. 그것도 아내가 시켜서 했다고 하면 되겠네.○…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민주당 홍보위원장 기용설에 민주당 "공식 논의 없었다"고 부인. 공식(公式) 말고 사식(私式) 논의는 있었을지도.○…이해찬 민주당 대표, 5일 당 최고위에서 4·3 보궐선거 분위기 언급하며 경제정책 궤도 수정 필요성 제기. 참 빨리도 깨달으셨군요!

2019-04-0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위기대응력

9·11 직후 미국 의회는 정보방첩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했다. CIA와 FBI는 물론 DIA (국방정보국), NSA(국가안보국) 등 방대한 인력과 예산, 정보 수집력을 자랑하는 여러 정보기관들이 있었음에도 사상 초유의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비판 여론이 빗발치면서다.2002년 11월 공식 출범한 국토안보부는 그 결과물이다. 국가 긴급사태를 관리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22개 기관을 산하에 재배치했다. 흔히 DHS로 줄여 부르는 국토안보부는 테러나 사이버 보안, 재난 등 국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총괄기구다.현재 DHS 소속 직원 수만 20만 명이 넘는다. 교통안전청(TSA)과 이민세관단속청(ICE), 이민국(USCIS), 관세국경보호청(CBP)에다 해안경비대와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까지 산하에 두고 있다. 지나친 보안 통제나 조직 비효율성 등 문제점이 없지 않으나 '슈퍼예산'(약 470조원)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는 초대형 연방기관으로 자리 잡았다.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런 국토안보부 골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확대 개편해 2013년에 만들었다. 국가 외교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총괄기구다.그제 속초·고성지역 산불이 빠르게 번지는데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 때문에 발이 묶이자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위기 대응 책임자인 안보실장의 공백에 대한 질책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눈 것이다. 홍영표·나경원 원내대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갔지만 여야를 떠나 상황을 오판한 국회의 잘못이 크다.정의용 안보실장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 국가안보실이 북미 회담 등 외교 안보 쪽에 치중하면서 국가재난사태에 대한 주의력이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산불 등 재난은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회 양해를 구해서라도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옳았다. 재난은 시간과 장소를 따지지 않는다. 더는 이런 난맥상이 없도록 관례를 만들어야 한다.

2019-04-08 06:30:00

경북부 전병용 기자

[기자노트] 한국도로공사 도덕적 해이 도 넘었다

한국도로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현직 및 퇴직 임·직원들이 채용 비리, 전 동료 국회의원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의 특혜 의혹을 받거나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각종 공공기관의 용역을 수주했다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이강래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같은 당 동료였던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의 커피 추출 기계와 원두 등을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에 대량 납품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샀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기도 했다.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 커피기계는 도로공사가 아닌 별도의 휴게소 운영업체가 공정한 기준을 통해 선정했다. 도로공사는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김학송 전 사장은 조카를 도로공사 산하기관인 도로교통연구원에 2017년 4월 입사시켰다가 채용 비리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게다가 도로공사 퇴직 간부들은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각종 공공기관으로부터 164억7천800만원의 용역을 수주하는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이들은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에 허위 경력증명서를 빌려주고 뒷돈을 챙겼다.기술력이 부족한 업체가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용역을 수주하게 되면 선량한 우량기술업체가 피해를 본다. 결과를 놓고 보면 공정하고 투명한 수주 경쟁을 한 기업만 피해를 입었다.다른 공공기관들이 청렴 클러스터를 만들고, 청렴 시민감사관을 위촉하는 등 부패방지를 위한 정책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것을 도로공사는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도로공사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려면 투명한 경영과 청렴 실천, 국민을 위한 자세가 절실하다.

2019-04-07 17:52:08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김부겸, 유승민, 그리고 한국당의 과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21대 총선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지역으로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린다. 지역 자유한국당으로 봐서는 상임위원장 이상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진 국회의원을 어느 정도 배출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김부겸·유승민 두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들이 중도개혁 진영과 보수 진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지역의 대표 정치인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에겐 이번 선거가 총선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장관 역할을 마치고 돌아온 김 의원과 당내 사정 등으로 진로가 불분명한 유 의원의 행보에 따라 차기 대권 구도까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우선 김 의원은 내년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의 지역 저변 확대, 여당 내 자기 세력 확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할 판이다.비록 여당이긴 하지만 대구경북 현역 25명 중 홍의락 의원과 함께 2명만으로는 정부나 국회에서 지역 숙원사업을 제대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의 꾸준한 양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역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길이 바로 김 의원 자신의 정치적 저변을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역구 의원 배출이 여의치 않다면 전문성을 가진 참신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역에서 다수 배출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보인다.여당 내 친문(친문재인) 주류 세력 틈바구니에서 자리를 확고히 굳히고 세력을 확장해야 하는 것도 대권 가도에 선 김 의원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 과제 역시 민주당의 지역 내 세력 확장과 무관치 않다.수도권에서 3선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 의원과 달리 고향에서 내리 4선을 하고 있는 유 의원에겐 또 다른 난제가 놓여 있는 것 같다. 당장 바른미래당의 진로와 유 의원의 당내 입지, 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설정 등이 미묘하게 얽혀있어서다.보수 정당의 통합 또는 보수 후보 단일화 없이는 절대 대선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한 차례 도전에 나섰던 유 의원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전국 정당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보수 정당이 묶이지 않고는 유 의원의 대권 도전은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한국당 입장에서도 바른미래당 또는 유 의원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보수의 집권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내년 총선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예견된다.출마 지역도 유 의원의 또 다른 고민으로 보인다.비록 본인은 누차 "고향 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곤 했지만, 국회의원 선수(選數)가 아니라 대권을 향한 정치적 중량감 키우기를 고려할 수도 있는 셈이다. 더욱이 지역 일부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배신자 프레임'에 언제까지 갇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도권 출마 고민을 완전히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지역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중진 의원 배출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대구는 전체 소속 의원 8명 중 초선이 5명이고 상임위원장이 가능한 3선 이상은 1명뿐인 상황에서 국회나 중앙부처에 '말발'이 먹힐 리 만무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다.

2019-04-07 16:12:01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 성격과 골프

골프만큼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스포츠도 없다.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아카넷 간)의 저자 돈 반 나타 주니어(뉴욕타임스 기자)는 "누가 최고의 대통령 후보인가를 판단하려면, 모든 경쟁자를 골프장으로 모이게 하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성격과 인격, 심지어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까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최악의 대통령 골퍼는 빌 클린턴이다. 클린턴이라면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부터 떠올리게 한다. 18홀 동안 수십 개 이상의 '빌리건'(빌+멀리건)을 썼는데, 티샷뿐만 아니라, 아이언샷, 칩샷까지 내키는 대로 쳤다. 그때마다 '대통령이 사면을 허락하노라!'며 너스레를 떨었기에 모두 웃고 넘겼다. 그러나, 퇴임 후 뉴욕주로 이사해 동네 골프장에 회원 등록을 하러 갔다가 여러 골프장에서 거부당하는 창피를 당했다. 권력욕과 성취욕은 지극히 높으면서 윤리 의식은 바닥에 가까운 유형이다.〈안문석, 대통령과 골프〉'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반칙형이다. 공이 러프 지역으로 가면 발로 차 내고 손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클린턴처럼 스코어카드를 속임수로 적었다. 무엇이든 지기 싫어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형이다.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규칙적이고 소박한 스타일이다. 파4홀에서 11타를 치면 스코어카드에 그대로 적었고, 멀리건도 없다. 골프를 정치 행위와 연결시키지 않고 친구 지인끼리 1달러를 걸고 즐겼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소유주인 만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실력자다. 핸디캡 2.8에 19번의 클럽 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다. 그런데,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는 그를 '속임수의 제왕'이라고 칭했다. 골프공을 발로 차 페어웨이에 올려놓는 일이 잦아 '골프장의 펠레'로 불린다고 썼다. 닉슨, 클린턴처럼 윤리 의식이 없는 유형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대통령은 언젠가 대형 사고를 치기 마련인데,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2019-04-06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족보

2015년 겨울 개봉한 세태 풍자 범죄영화 '내부자들'에는 빽(?) 없고 족보가 없어 늘 승진에서 밀리지만, 야심 있는 검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족보'란 일류 대학을 나와 검찰 내 인맥이 튼튼한 경우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족보(族譜)란 원래 한 가문의 계통과 혈연관계를 부계(父系) 중심으로 정리한 도표 형식의 책을 이른다.가문의 단합과 조상에 대한 공경이라는 유교적 가족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어서 신분 사회에서는 족보가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항렬과 촌수를 따지는 것도 족보 문화의 한 전형이다. 왕조시대의 족보는 왕족이나 귀족 등 극소수 집안의 전유물이었다. 조선 초기만 해도 족보를 가진 양반의 수는 겨우 몇%에 불과했다.그런데 임진왜란 후 사회 혼란과 세수 부족으로 공명첩이나 납속책 등을 통해 평민과 천민들이 대거 성씨와 족보에 편입되면서, 나중에는 양반의 후손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니 '족보가 무슨 소용인가. 언행이 반듯하면 양반이고, 하는 짓이 개차반이면 상놈이지'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던 것이다.아무튼 해방 후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사회에는 족보를 따지는 풍습이 남아있어서 성씨와 가문의 귀천을 따지는 문화가 없지 않았다. 명문가의 족보를 둔 것만으로도 이른바 '금수저'가 될 수 있었던 시대에 대한 향수이거나, '족보 없고 근본 없는 사람'도 돈만 있으면 행세를 하는 세태에 대한 상실감의 반영일 수도 있겠다.이제는 가문을 따지는 사람도 드물고 친인척이 모일 일도 잘 없으니 족보는 일상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족보가 대접받는 시대가 다시 올 일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족보 타령을 하는 바람에 족보가 새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족보 있는 이야기"라고 발언한 게 그 발단이다. '소주성'을 비판하는 많은 국민들은 '소주성'을 오히려 '족보가 없는 경제적 망상이자 도박'이라고 폄하한다. 설령 '소주성'이 족보가 있다한들 경제적 현실과 맞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2019-04-05 06:30:00

[관풍루] 김석기 의원 "손혜원 의원 반대로 신라왕경 복원사업 특별법 법안심사도 못하고 계속 지연돼" 폭로.

○…김석기 의원 "손혜원 의원 반대로 신라왕경 복원사업 특별법 법안 심사도 못하고 계속 지연돼" 폭로. '목포의 눈물'만 듣느라 '신라의 달밤'이 귀에는 들어왔겠나.○…정의당,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 인정' 문자까지 보냈다가 막판 뒤집기.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명언대로 9회말 역전 홈런.○…한국도로공사 퇴직 간부들, 허위 경력증명서로 공공기관 공사나 용역 맡아오다가 들통. 원스트라이크 아웃도 아깝고 도로공사 경력은 아예 무시하는 게 정답.

2019-04-05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반바지와 오보에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가 화형된 까닭은 '마녀'란 누명이 씌워져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녀'라는 죄명 못지않게 중요한 범법 사유가 하나 더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여자인 잔 다르크가 남장을 한 불경죄다. 작금의 잣대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나 당시에는 여성의 남장은 큰 죄악에 속했다. 그녀는 전장에서 늘 활동하기 편한 남성용 재킷과 반바지 차림 갑옷을 입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이 다리를 보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드러낸다는 의미가 강했다.결국 콩피에뉴 전투(1430년)에서 영국군에게 붙잡힌 그녀는 마녀로 몰려 종교재판에 회부됐다. 이후 수감생활 중에도 지급된 여성용 드레스를 끝끝내 거부하고 반바지를 고수했다. 꼬투리 잡기에 안달이 난 재판관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녀의 진짜 죄명은 남성복 반바지 착용이었다면 과장일까.지난달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과 관련,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 회견인 터라 한 외신기자가 상의는 넥타이를 맨 정장, 하의는 미처 옷을 다 챙겨 입지 못해 반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북한의 조급함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겼다.1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 북미 협상 교착 타개를 위한 사전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은 단계적 접근, 미국은 일괄타결식 해결을 내세우며 강경하게 대립하고 있어 꼬인 실타래가 쉽게 풀릴지는 의문이다.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조급함은 오히려 악수로 이어진다는 점은 이미 한미 방위비 협상 등에서 경험했 듯 경제적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안달 난 쪽이 항상 더 많은 걸 내어준다는 건 연애든 외교든 진리다. 느긋하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올 수 있는 부드러운 협상안을 개발해야 한다. 운전석, 조수석 등 운전대에 집착하지 말고 자가용 밖으로 뛰쳐나오는 새 패러다임을 짤 필요가 있다.세계 3대 앙상블인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매번 투표로 악장을 뽑아 공연을 이끈다. 튜닝은 관현악기인 오보에(프랑스어로 높은 음을 내는 나무라는 뜻)에 맞춘다. 오보에는 빠를 때는 중세 귀족풍의 분위기를 보이지만, 보편적으로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때로는 구슬픈 음색을 자아내기도 한다. 한때 중세 유럽 때는 오보에의 고운 음색이 신성함과 부딪힌다(영혼까지 빼앗긴다)는 이유로 연주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천상의 소리 이면에는 너무 튀어 자칫 앙상블을 망치는 악마로 간주되기도 한다.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때로는 귀족풍으로 당당하게, 일부 현안에선 부드러우면서도 상대의 마음과 영혼까지 가져올 수 있는 조율(튜닝)이 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고 빠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조급함을 가진다면 한미 회담이란 앙상블을 그르칠 수 있다. 다소 초조하더라도 우리의 속내까지 다 드러내는 반바지 차림이어서는 곤란하다. 반바지 입을 때는 아직 한참이나 더 남았다.

2019-04-04 19:05:3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장관 구인난'

"링컨 대통령 흉내 좀 내려고 김근태·정동영 씨를 내각에 기용했는데 재미가 별로 없었다. 비슷하게 하고도 인사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니까 힘들다."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 인사를 두고 한 '폭탄 발언'이다. 두 사람이 여권 대선주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 표현이자 정부를 공격하는 데 대한 섭섭함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장관 인사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노 전 대통령이 닮고자 한 링컨은 경쟁자는 물론 정적(政敵)까지 장관 등 요직에 임명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링컨을 고릴라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발언을 쏟아낸 에드윈 스탠턴이었다. 스탠턴을 전쟁 장관에 임명할 때 '내각에 왜 적을 임명하나'란 질문을 받은 링컨은 이렇게 얘기했다. "원수는 죽여서 없애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없애야 한다. 그를 기용하면 나는 적이 없어져 좋고 국민은 능력 있는 사람의 봉사를 받으니 좋다." 스탠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가장 슬퍼했다.문재인 대통령이 2기 장관 임명 파동으로 곤경에 처했다. "인사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니까 힘들다"는 노 전 대통령 말을 문 대통령이 읊조릴지도 모를 일이다.문 대통령의 장관 인사는 원초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갖고 있다. 장관으로 쓸 만한 인사 100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링컨처럼 통합에 중점을 두는 대신 문 대통령은 '코드'란 잣대를 들이댄다. 100명 중 절반가량이 코드가 안 맞아 배제되고 만다. 코드가 맞는 인사 50명 중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걸려 상당수가 또 도태된다. 남은 인사 중에서도 고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될까 봐, 국정 운영이 대통령과 청와대 중심이다 보니 장관은 허수아비에 그칠까 봐,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몰려 탈탈 털릴까 봐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남는 사람이 없다."왜 이런 사람을 추천했느냐"는 여권 질책에 청와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코드에 맞는 사람만 고르다 보니 제대로 된 장관 후보자를 내놓기 어렵다. 탕평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장관 구인난과 인사 참사는 정권 내내 계속될 것이다.

2019-04-04 06:30:00

[관풍루] 국무조정실 '올해 안에 대구공항 통합이전 최종 부지 선정하겠다'고 분명히 약속

○…국무조정실 '올해 안에 대구공항 통합이전 최종 부지 선정하겠다'고 분명히 약속. 설마 이번에도 대통령이 나서서 또 어깃장 놓지는 않겠지!○…외교부, '발틱 3국'을 '발칸'이라고 썼다가 해당 국가 대사관 항의에 직면.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도 구별 못하니, 같은 '발'자를 틀리는 건 당연지사.○…경기 불황 속에서도 대구신세계 롤렉스 매장에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 이래저래 없는 서민들만 서글픈 봄날이군….

2019-04-04 06:30:00

문경 기초의원 나선거구 서정식 당선자

문경 나선거구 한국당 서정식 후보 당선 확정·라선거구 한국당 이정걸 당선

4.3 보궐선거 개표가 완료된 기초의원 선거구 3곳 중 경북 문경시 나선거구에선 한국당 서정식 후보가 57.25%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했고, 민주당 김경숙(11.93%) 후보가 2위를 기록했다.문경시 라선거구에서도 한국당 이정걸 후보가 62.03%로 당선됐고, 무소속 장봉춘 후보가 37.96%로 2위에 랭크됐다.전북 전주시 라선거구에선 민주평화당 최명철 후보가 43.6%의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주당 김영우(30.14%), 무소속 이완구(26.20%)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2019-04-03 23:29:13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정부도 알았나

2017년 11월 15일. 포항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을 뒤흔들어 이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버렸다. 몸 누일 곳 없어진 이들은 이재민이라는 이름으로 체육관 등 대피소로 향해야 했다.발생한 이재민만 1만8천 명. 이들 중 200여 명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흥해 실내체육관 등 대피소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당시 지진으로 발생한 파손 시설만 주택, 공장, 도로, 항만, 학교 등 5만 건, 공식 피해액만 8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직간접적인 피해까지 합하면 3천323억원에 달한다.재산상 피해는 물론 포항 시민들은 공포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인 고통도 겪고 있다. 그러나 지진이 인간으로선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생각에 지난 16개월 동안 어디 하소연 한 번 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삼켜야 했다.그런데 지난달 20일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의 포항지진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이날 '촉발'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일으켰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포항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예방할 수 있었던 지진이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실제로 포항지진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와 경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포항 지열발전소 건립 기술개발 초기 단계 당시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의 사례와 경고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스위스 바젤은 규모 3.4 지진 발생 후 공사를 멈췄고, 연구·분석 후 지열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그러나 포항 지열발전소는 사업을 강행했다. 2012년 9월 착공해 2016년 6월 1차 설비 완공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그해 12월 두 차례에 걸친 땅속 물 주입 작업 후 규모 2.2, 2.3의 지진이 잇따랐고, 2017년 4월에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됐지만 역시 무시했다.특히 2017년 4월 물 주입 후엔 스위스 바젤과 비슷한 규모의 3.1 지진이 발생했지만 바젤과 달리 포항은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포항지진 발생 3개월 전엔 물 주입 신기술까지 적용해 포항 땅속에 물을 넣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포항이 지진 발생 위험 지각 지진대에 속해 있어 충격과 자극을 줘서는 안 되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의 무모함 앞에 포항과 포항 시민들은 마루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여기서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것이다. 이러한 지진 위험성을 알고도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세우기로 했고, 지진이 잇따르는 것을 알고도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면 범죄자에 다름 아니다.물 주입 등 지열발전 실증시설 운영으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규모별로 보고받게 돼 있는 데도 이를 몰랐다면 직무 유기다. 보고를 받아 위험성을 알면서도 계속 진행하게 했다면 '지진 촉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방조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석고대죄의 자세로 포항 시민 앞에 사죄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한다. 포항지진보다 더 무서운 포항 민심이 폭발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말이다.

2019-04-03 18:55:58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숨

지난 1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에서 '지역 ICT 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올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2개월마다 간담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허심탄회했다. 더욱이 DIP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구시의 담당 주무관과 과장, 국장까지 모두 참석해 상당한 성의와 관심을 보였다. 올해부터는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했다.그러나 도시락 점심을 먹으면서 2시간 반 동안 오간 이야기는 20년이 더 지난 흘러간 레코드를 반복해 듣는 느낌이었다. 기업 대표와 공무원, DIP 직원의 얼굴이 바뀌었을 뿐,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부로 발령 난 기자가 그 당시, 또 그 이후 간담회장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말들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지역경제의 침체와 위기가 결코 외부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돌이켜보면 호불호와 독재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긴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한 지도자는 없었던 것 같다. 대구경북을 위해 그(박정희)만큼 큰 유산을 남겨준 이도 없다. 우리는 얼마나 그 유산을 잘 지키고 가꾸고 발전시켰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못나도 이렇게 못난 후손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박 전 대통령은 구미전자공단을 만들고 경북대를 전자공학에 특화했다. 대구경북민에게 100년 먹거리의 기틀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그가 4차 산업혁명을 예견했을 리 없겠지만, 울산의 자동차와 창원의 기계산업은 ICT 없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ICT는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자동차' '로봇' '기계' '에너지' '물' 등 모든 전통 산업 및 신산업과 융합되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아이러니하게도 ICT의 원조인 전자산업을 선점했던 대구경북의 현실은 참담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수도권과 해외로 다 빼앗기고, "이제는 남은 것이 없다"고 한탄한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반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것이 대구경북 지도자들의 모습이었다면 지나친 비난일까.'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말이 있다. 대구경북의 ICT 산업이 그 모양새다. 정말 ICT 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조차 'ICT 융합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제시하고, 나주혁신도시와 묶어 돌파구를 찾고 있다.아직도 한강이남 최고의 ICT 자원을 가진 대구가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는 식의 일회성 기업지원사업을 넘어 대구경제권 차원의 뚜렷한 ICT 비전과 목표,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떠나는 젊은이와 기업을 잡을 수 있다. 좋은 인재와 기업은 비전이 없는 곳에 남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숨이 통곡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2019-04-03 14:38:1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숙청은 면죄부?

1937년 4월 멕시코에서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의 주재로 트로츠키의 재심 재판이 열렸다. 이는 자기를 옹호하는 좌파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트로츠키가 존 듀이에게 직접 요청한 것으로, 1936년 소련이 궐석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하면서 트로츠키에게 적용한 '국가전복 기도혐의'의 타당성 여부를 심사했다. 결론은 '그 혐의는 날조, 트로츠키는 무죄'였다.이 재판은 각국의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제조사위원회가 마련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그러나 '무죄' 판결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트로츠키에게 전혀 가당치 않은, 혁명 러시아가 1인 독재체제로 타락하는 것을 막으려 스탈린에게 맞섰으나 패한, 불운한 혁명가라는 이미지를 입힌 것이다.재판 3년 뒤인 1940년 트로츠키가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스페인 출신 소련 비밀요원인 라몬 메르카데르에게 살해된 사건은 이런 희생자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한 것은 물론 그를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는 희한한 유행을 낳기도 했다. 이들 모두 트로츠키의 실체와 전혀 무관한 상상력의 산물이었다.트로츠키는 숙청당했지만, 그것이 그가 스탈린 못지않은 폭력 숭배자이며 민주주의를 적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그의 전기를 쓴 영국 역사학자 로버트 서비스는 그를 '권력을 잡지 못한 스탈린'으로 묘사한다. 그가 권력을 잡았어도 스탈린과 똑같았을 것이란 얘기다. 폴란드 출신 영국 철학자로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흐름'이란 방대한 저서를 쓴 레셰크 코와코프스키도 같은 의견이다.국가보훈처가 1일 개최한 '김원봉 독립운동 업적'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에 기여했어도 숙청 등으로 배제된 자들은 (독립운동) 공적을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항일 무장 활동을 했지만,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하기 위한 자락 깔기다. 김원봉이 1958년 김일성의 연안파(延安派) 숙청 때 제거됐다고 그의 반(反) 대한민국 행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숙청은 숙청일 뿐이지 면죄부가 아니다.

2019-04-03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상주는 좌절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경상북도 신도청 이전지 선정 작업 때 최종 후보지에서 안동·예천에 고배를 마신 곳은 상주, 영천이다.세월이 흘러 도청 신도시 조성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흘러나오는 얘기 중 하나는 상주의 탈락 아픔이다. 도청 이전지 선정 작업 당시 실무진들을 비롯해 도청 공무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신도시가 여전히 외딴 교통섬처럼 여겨지면서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상주의 장점은 더 부각되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안동·예천처럼 상주·의성이 공동 유치에 뛰어들었다면 신도청 위치도 달라졌을 것이다.상주는 신도청뿐만 아니라 혁신도시(김천), 경마장(영천) 유치전 때도 고배를 마셨다. '2등 징크스'란 말이 나올 만했다.때아닌 상주 타령은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추락한 도시 위상에 안타까움이 들어서다.상주시 인구는 지난 2월 54년 만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많았을 때 상주시 인구가 26만5천 명(1965년)이었기에 시민이 느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상주는 그러나 이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다. 1천여 시 직원들이 근조 넥타이를 매고 문상객 차림으로 근무하는 등 눈물겨운 인구 늘리기 노력에 나섰고 구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북대 상주 캠퍼스와 고교 기숙사 학생 전입, 상주상공회의소 등 기관·단체 동참으로 지난 3월 다시 인구 10만 명을 회복했다.앞서 상주시는 2017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을 사벌면에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조성 중인 경북농업기술원은 곶감, 양봉, 육계, 한우 생산량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농업 도시' 상주의 가치를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청사와 연구시설, 도시민 체험시설, 산학 연구기관 이전·설립을 통해 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이달 중 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축구종합센터는 상주의 새로운 희망이다. 축구종합센터는 파주에 이은 '제2의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상주시는 경주시·예천군을 비롯해 김포·여주·용인시(이상 경기), 천안시(충남), 장수군(전북) 등과 경쟁하고 있다.국토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교통 장점과 프로축구 K리그1 상주 상무를 두고 있기에 상주시의 축구종합센터 유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상주가 더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축구종합센터 후보지에서 탈락하더라도 상주시는 경상북도체육회를 유치해 스포츠 인프라를 통한 도시 발전을 꾀했으면 한다.앞으로 스포츠는 레저를 겸한 건강 지키기, 스포츠맨십을 앞세운 경쟁을 통한 욕망 분출, 타 지역과 국제 교류를 통한 문화 욕구 충족, 재활을 겸한 휴양 등 특화 산업으로 발전한다. 이런 관점에서 상주가 접근하면 스포츠 도시로 주목받을 것이다.지난 2008년 상주가 '2010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중국 하얼빈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는 등 안간힘을 쏟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현장 취재를 하면서 비인기 종목의 작은 규모 대회에 많은 시민과 기관·단체가 나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지역 발전을 바라는 상주시민의 간절함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황천모 시장, 김성환 체육회장 등 상주시민의 의지가 매섭게 느껴진다.

2019-04-03 06:30:00

[관풍루]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언행 일삼아온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청와대가 임명 강행할 움직임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언행 일삼아온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청와대가 임명 강행할 움직임. 설마 북한의 전술 전략에 '감염된 좀비'는 아니겠지!○…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이달부터 밀어붙여 놓고는 정작 집중 단속은 안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행보. 그러게 지킬 수도 없는 법은 왜 만들었나?○…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의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유류 가격이 시중과 별 차이가 없다고. 그럼 이름이라도 바꿔야지….

2019-04-03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초격차 사회를 이해하는 법

요즘 초연결이나 초격차와 같은 용어가 빈번히 쓰인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일이나 현상을 설명할 때 예상 범위를 넘어선다는 뜻에서 '초'(超)라는 접두사를 붙인 것이다. 초사회나 초예측, 초지능, 초고령 등도 같은 예다. 개괄하면 급속한 시대 변화나 과학기술의 진보가 파생할 사회·경제·문화적 트렌드를 일컫는 용어다.최근 국내 한 통신기업의 '앞으로의 시대를 초시대로 부르기로 했다'는 광고 카피가 눈길을 끌었다. 뒤집어 해석하면 '초시대를 열어가는 기업'으로 봐달라는 소리다. 이런 초(超)시대를 지탱하는 핵심은 독보적인 가치를 현실에 구현해내는 힘이다. 경쟁 상대와 명확히 구분되는 차별성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남보다 앞서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현실이다. 초시대는 더할 것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초시대의 본질이자 생태계다.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치인 등 사회 엘리트 계층은 이미 성공적인 초시대를 살아가는 부류다. 비록 제 욕심에 충실하고 국가·사회는 뒷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지언정 환경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감춰진 동선은 국민들을 탄복게 할 정도다.이런 초시대에는 보편과 상식, 양심과 윤리는 군더더기다. 남들과 똑같은 판단, 행동 양식, 체면만 따지면 손에 쥐는 게 없어서다. 뛰어난 순발력과 과감한 결단, 집요한 성취감만이 성과를 낳는다. 여러 채의 주택과 많게는 수십억원의 투자 차익, 탈세와 꼼수 절세가 수확물이다. 이쯤 되면 이들의 현란한 '전투'(錢鬪) 감각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간혹 운이 없게도 말 등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조동호·최정호 장관 후보자가 그렇다. 그러나 똑같이 도마 위에 오른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는 건재하다. 한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고 했다지. 또 어느 후보자는 학자와 장관은 신분이 다른 만큼 언어도 생각도 바뀔 수 있다고 우겼다. 거액을 대출받아 재개발지역에 투자했다가 문제가 되자 사표를 내고는 "나는 몰랐다"고 둘러댄 것이나 피차일반이다. 국민 눈높이나 정서와는 거리가 아주 먼 '초격차'의 실상이다.정쟁으로 치면 한국 정당들의 싸움 실력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소통과 설득, 논리와 타협은 필요 없다. 상대를 물어뜯고 끌어내리는 기질과 내공이면 그만이다. 정치 발전이나 쇄신의 기준에서 보면 어디 내놓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여기에는 여도 야도 예외가 없다.'그래비티' '마더 나이트' 등 수많은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이라는 기악곡이 있다.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가 1978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최소한의 선율과 리듬, 화성만 동원한, 매우 느리고 단조롭게 반복하는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애청자가 꽤 많다.거울 안에 또 다른 거울이 있다면 피사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반복해 나타난다. 소리나 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울 앞에 선 사람은 배경을 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함정에 빠져 있다. 나만 보고 남을 보지 못하는 초격차 시대의 함정이다. 그러나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고칠 생각도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2019-04-0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완장의 날들

'일제강점기…방우는 왜놈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연락책(連絡責)이란 감투를 얻어냈다. 붉은색 완장을 차고 다녔다…그는 대단한 행세를 부렸다. 머슴살이 시절에 업신여김을 당했거나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했던 사람에게 앙갚음을 시작했다. 심지어 없는 죄를 꾸미거나 부풀려서 일본 순사(巡査)에 일러바쳤다…평화롭던 시골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였다….'(심성택, 『우리들의 봄날』, 2019년)'사농공상'(士農工商). 조선은 신분 사회로 백성은 완장을 찬 양반이 다스렸고, 양반은 과거시험으로 벼슬에 올라 감투를 쓰고 행세했다. 완장 두른 양반이 과거와 돈, 권력을 무기로 감투를 쓰면 대대로 영화를 누렸고 그들만의 삶을 이어갔다. 그렇게 양반의 완장과 감투는 이 땅의 신화가 됐다.이런 신화를 일제는 한민족 이간책으로 썼다. 높은 사람은 그들대로, 낮은 사람은 밀정과 헌병 보조원, 순사(보) 등 앞잡이로 완장과 감투를 준 일이다. 경상도 옛 머슴처럼 완장과 감투는 퍽 유용했다. 머슴은 일본을 믿고 온갖 횡포였고 다른 삶을 누렸다. 물론 광복이 되자 마을에서 그는 사라졌지만.완장과 감투 문화는 이어졌다. 자유당 말기가 배경인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초등학교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힘으로 학교 '반장' 완장을 찬 엄석대가 담임을 믿고 학급을 주무르는 횡포도 같은 맥락이다. 담임이 바뀌고 반장 횡포도 끝나고 엄석대도 학교를 떠나지만 완장의 폐해는 어른 세계와 마찬가지다.완장과 감투 집착 모습은 오늘도 그대로다. 또 완장과 감투에 걸맞지 않으면서도 욕심이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명의 인사검증 실패 인물들도 그렇다. 모두 각종 의혹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일들이 들통나서다.머슴과 엄석대의 완장 피해는 한 마을과 한 교실에 그쳤지만 나랏일을 보는 자리 완장은 이와 다르다. 완장을 채우는 사람이나 완장 차고 싶은 사람 역시 스스로 자격이나 있는지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완장과 감투, 이제는 결코 아무에게나 주는 '떡'이 아니다.

2019-04-02 06:30:00

[관풍루]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위선이 2030세대들의 '586 운동권'에 대한 반감을 다시 부채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위선이 2030세대들의 '586 운동권'에 대한 반감을 다시 부채질. 이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을 잘못 받은' 탓일까?○…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낙마로 대구경북은 신공항 논의 변수를 우려하는데 부산은 희색이 만면. 국책사업이 무슨 '파전'인가, 수시로 뒤집게….○…대구 안지랑 곱창골목 상인들의 자치모임이 '번영회'와 '상인회'로 갈라진 채 '곱창축제'를 둘러싸고 반목과 갈등이 더 깊어진다고. 그 잘난 정치판을 닮았군!

2019-04-02 06:30:00

논설주간

[매일칼럼] 이런 장관후보들,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의 인사청문회 역사는 230년이 넘는다. 1787년 연방헌법을 만들 때부터 대통령에게 연방정부 공직자 임명 권한을 주는 대신 상원엔 인준권(미 헌법 2조2항)을 줬다. 철저한 삼권분립에 바탕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의회에 행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준권을 안긴 것이다. 자칫 있을지도 모를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해야 할 필요가 그만큼 절실했던 셈이다.대통령으로선 억울해도 함께 일할 장관 임명을 위해 상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이 인준 가능한 인물을 발탁하고, 상원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1789년 이래 상원에서 장관 인준을 거부한 경우가 단 12차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미국에 청문회 대상 고위직 공무원이 약 600명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대통령과 의회의 협조는 놀랍다.우리나라는 청문회 제도의 무늬만 따왔다. 미국식 청문회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2000년이었다. 20년이 안 된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이보다도 훨씬 늦다. 2006년에야 시작됐다. 부총리 내정자와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 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저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청문회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였다.그러나 이름만 가져왔을 뿐 본질은 가져오지 못했다.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자 탱자가 됐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근간이다. 검증 기간의 제약도 없다.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청문회에 올리기에 앞서 검증하고 또 검증한다. 백악관 인사국과 FBI, IRS(국세청), 공직자 윤리위가 각각 매뉴얼화한 시스템에 따라 후보자들을 후벼 판다. 검증은 철저하고 세밀하며 집요하다. 후보자 개인과 가족에 대한 배경과 과거 20년 전의 행적, 교통범칙금 납부까지 캐고 또 캔다. 한국에선 여권의 온갖 비협조 속에 야당이 하는 일을 미국에선 검증기관이 먼저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몰랐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회피할 수 없다. '죄송하다'며 백번이고 머리를 조아릴 일은 더더욱 없다. 죄송한 일이 있으면 지명받을 수 없다. 이 과정에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 사전에 법적 도덕적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실제로 청문회에 올랐을 때는 정책 검증만 하면 된다. 상원 인준 거부율이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우리나라에선 이에 소홀했다. 대통령은 청문회의 핵심 전제라고 할 수 있는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에 소홀했고, 이를 대신 떠맡은 국회는 정책 청문 대신 약점을 직접 파고들어야 했다. 그렇다보니 정권마다 10명 안팎의 낙마자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10명, 박근혜 정부에선 9명이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년 남짓 사이 벌써 8명이 낙마했다. 낙마한 후보자들이나 장관 임명은 고유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들이나 결점 없는 후보자는 없었다. 부동산 투기에다 막말, 탈세, 거짓 증언, 자녀 문제 등 제기된 온갖 의혹을 해소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슬쩍 눈감으면 그만이다. 대부분 후보자들이 미국이었다면 FBI나 IRS 조사 단계도 넘어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미국 같았으면 청문회에도 오르지도 못했을 장관 후보자들을 두고 임명 강행을 고민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가 딱하다.

2019-04-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기미상궁(氣味尙宮)

조선시대 왕의 죽음에는 유난히 독살설이 많다. 특히 국정이 혼미했던 조선 후기 국왕과 세자들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독살설에 힘을 실었다. 어느 시대건 권력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 속에는 어김없이 권력과 암투 그리고 음모와 배신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마련이다.조선 왕의 독살설은 성군 세종대왕의 왕위를 물려받은 문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찬탈해 세조로 즉위했을 때 형인 문종에게 잘못된 음식을 처방했던 의원의 이름이 공신 명단에 올랐던 것을 근거로 삼는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서 볼모 생활을 하며 국제 정세를 두루 익혔던 소현세자도 석연찮은 죽음을 맞았다.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의 죽음은 독살설이 가장 유력하다. 수구 세력인 노론 벽파를 등에 업은 젊은 할머니 정순왕후와의 권력 투쟁은 TV 드라마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의 죽음도 그렇다. 영특했던 효명세자가 뜻을 펴보기도 전에 세상을 뜨면서 조선은 세도정치에 이어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당파 싸움과 권력 투쟁에서는 왕의 목숨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왕이 수라를 들기 전에 시좌하고 있던 상궁이 먼저 음식 맛을 보는 것이 의례적인 절차였다. 그것은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를 살피는 일종의 검식(檢食) 과정으로 '기미(氣味)를 본다'고 했다. 그 역할을 담당한 상궁을 '기미상궁'이라 했다.현대의 권력자도 마찬가지이다. 독재자일수록 그렇다. 늘 암살의 공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수행비서에게 반드시 먼저 음식을 맛보게 했고,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여러 명의 검식관을 항상 대동하고 다녔다고 한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4시간 검식관이 동행하며 조미료까지도 검식한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때 기미상궁 역할을 한 수행원들이 있었다는 소식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좋은 음식조차 맘놓고 먹지 못하고 뒤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독재자의 삶을 그래도 부러워해야 하나?

2019-04-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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