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바이러스(Virus)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균(박테리아)보다도 수백 배 이상 작다.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복제와 증식이 가능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항생제가 통하는 세균과 달리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약이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연구하기 까다로운 상대일 뿐 아니라 변종, 신종까지 등장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류 멸망을 다룬 암울한 공상과학소설에서 바이러스가 주인공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가공할 만한 치사율과 전염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를 위협할 만한 바이러스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대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염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국한돼 발병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숙지기도 했다.치사율과 공포심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만 해도 초기 치사율이 20~30%에 달했지만 전체 치사율은 9.6%였다. 사스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774명이었다. 메르스의 경우 2012년 4월 이후 2019년 말까지 2천499명이 감염됐고 861명이 숨져 치사율이 34.5%에 달했다. 메르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3명이 감염돼 51명이 숨졌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2천436명이며 사망자는 1천868명이다. 치사율은 후베이성 3.2%, 후베이성 외 지역 0.4%, 중국 외 국가(24개국) 0.23% 정도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치사율은 0.01~0.04%다. 하지만 독감 탓에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람은 매년 미국에서만 5만~8만 명, 한국에선 2천 명 정도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독감이 훨씬 더 무섭지만 인류가 갖는 공포심은 코로나19 쪽이 훨씬 크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도 공포심 증폭에 한몫한다. 가짜 뉴스는 21세기 정보시대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허술한 면역계를 뚫고 공격하듯이 가짜 뉴스는 부족한 정보와 불안정한 감정을 공격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바이러스가, 사실과 날조의 경계에 가짜 뉴스가 있다. '사실'이라는 단백질로 포장돼 있지만 '날조'라는 유전자 증식이 목표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쏟아내기식 뉴스 생산에 급급한 채널들의 확대로 어느 순간부터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간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줄짜리 그럴듯한 제목에 현혹돼 클릭하면 그때부터 가짜 뉴스 확진자가 된다. 바이러스처럼 약도 없다. 급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침착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가짜 뉴스 면역력을 키워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총선이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환절기 독감 바이러스처럼 많은 신종과 변종 가짜 뉴스가 등장할 터이다. 예방책이나 치료약은 없다. 하지만 하나만 명심한다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거는 온전히 감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정의로운 후보를 택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새 전자제품을 살 때 차라리 더 이성적이다. 흠결없이 정의로운 정치인이 있고, 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금도 믿는다면 그건 어린 시절 위인전을 너무 열심히 읽은 부작용이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만큼은 공의롭다는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자기 선택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선택을 폄훼해선 안 된다. 가짜 뉴스 바이러스만 확산시킬 뿐이다.

2020-02-18 18:57:40

[데스크 칼럼]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

[데스크 칼럼]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

기자에게 쇄도하던 부탁이 몇 달 전부터 갑자기 사라졌다. 부탁 내용은 "청와대 출입이니 이니시계(문재인 대통령 시계·'이니'는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부르는 별명으로 문재'인이'를 소리대로 적은 것) 좀 구해달라"는 것이었다.부탁이 너무 잦아 친구들이 전화오면 투박스럽게 "내가 시계방 하나? 시계공장 돌리나?"라고 핀잔을 줬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 연락을 해오면 "저도 그 시계 갖고 있지 않고(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전체에게 이 시계를 줄 때 받았다가 문 대통령을 너무 좋아한다는 친구에게 줬다) 구할 방법이 없네요"라는 요지로 말씀을 드렸다.그러나 이니시계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시계를 구할 도리가 없는 기자에게 이니시계 '주문'은 오랜 골칫거리였다. 누가 내놨는지는 몰라도 제작비의 몇 배에 이르는 가격이 매겨져 있는 상태로 이니시계 구매자를 찾는 내용도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일 만큼 인기는 대단했다.이니시계 인기는 취임 초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이 시계의 상징적 의미도 한몫했다.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이니시계는 탈권위를 상징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민본주의(民本主義) 정치철학이 이니시계에 녹아 있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그 전까지 시계의 대통령 표장을 권위적인 색깔이라 받아들여지는 황금색으로 하던 관행에서 탈피, 로즈골드색도 채용했다.하지만 취임 초 이니시계에 새겨 놓은 문재인 정부의 굳센 다짐은 사그라든 이니시계 인기가 보여주듯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취임 초부터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인들의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에 불을 지폈다. 결국 지난해 40, 50대 비자발적 퇴직자가 최근 5년 새 최대치인 48만여 명을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일자리정부라 칭해온 정부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문 대통령은 지난해 법무부 장관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앉히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내치지 않았다. 표창장 위조 등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수많은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표적 진보 지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격수로 전면 등장하는 아이러니까지 만들었다.올 들어서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함으로써 취임 이후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임명 기록을 23번째로 늘렸다. 역대급 불통정권, 사상 초유의 야당 무시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문재인 청와대에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었다.문 정부 탄생의 주역인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따라오기 힘들었던 그들의 주특기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본원적 가치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야당으로서 맹렬히 싸웠던 정당이었다. 하지만 최근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칼럼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 자유를 짓밟으며 국민들 위에 올라서 "그 입 다물라"를 외쳤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상징인 이니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2년 넘게 남았다. "거꾸로 가는 이니시계를 고쳐줄 시계 수리 명장들은 언제쯤 온단 말인가?" "4월 15일인가?" 이니시계를 부탁하던 사람들이 요즘은 이 질문을 기자에게 던지고 있다.

2020-02-18 18:29:41

[취재현장] 무사 귀환을 축하드리며

[취재현장] 무사 귀환을 축하드리며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지난달 말 대구시의회 의원 14명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도 아랑곳 않고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는 기사의 댓글이다. 시의회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댓글을 거르고 또 거른 뒤 남은 그나마 점잖은 반응이다. 다행히 시의원들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이달 초 무사 귀국했다.앞서 시의회는 해외 연수를 강행해야만 했던 이유로 '신뢰'를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한두 달 전부터 계획됐던 연수를 갑자기 취소하면 현지기관과의 신뢰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속출하면서 공포에 떨고 있던 대구 시민과의 신뢰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역만리 신뢰를 중시하던 시의원들은 현지에 도착해 정작 환대받지도 못했다.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건설교통위원회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한 현지기관으로부터 방문을 거절당했다.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의회를 찾은 기획행정위원회는 예정과 달리 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를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최근 일부 시의원이 보인 행보는 시의회를 향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A시의원은 지난 12일 올해 첫 임시회에서 해외 연수를 비판하는 기사를 두고 "출장 가는 거는 정해진 시나리오인데 (기사와 관련해) 대변인실은 뭐 좀 했습니까"라며 시의회 홍보담당관실이 아닌 애먼 대구시 대변인실을 질책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 11일 B시의원은 시의회 앞에서 해외 연수를 강행한 시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장재형 전 전공노 대구지회장을 향해 "이미 한 달 전부터 계획된 일인데 어쩌냐"라며 역정을 냈다. 이에 장 전 지회장은 "그럼 코로나19도 한 달 전에 생길 거라고 알려져야 했냐"며 황당해 했다.시의회의 적반하장은 집행부인 대구시와의 대조로 더 두드러진다. 시의원들이 나란히 출장길에 올랐던 지난달 29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코로나19 유관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보름 후로 예정된 일본 도쿄 출장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가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하나 남았다. 고국이 코로나19로 떠들썩했던 일주일간 미주와 유럽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를 낱낱이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공무 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11조에 따르면 시의원들은 귀국일 20일 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하고, 60일 내에 본회의에 보고토록 되어 있다.시의회는 올해 시의원 1인당 연간 해외 연수 예산을 265만원에서 340만원으로 75만원(28%) '셀프 증액'했다. 시의원들은 이렇게 오른 예산 덕분에 기존 중국과 동남아에 그치던 해외 연수를 미주와 유럽으로까지 떠날 수 있었다. 떠나기 전 제출한 출장계획서엔 반드시 '선진 OO체계'를 벤치마킹하고 오겠다는 다짐이 따라붙었다.그러니 이제는 연수(硏修)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뉴욕공립도서관, 하버드대학, 토론토주 의사당에서 누굴 만났고 9·11 메모리얼파크, 뉴욕소방박물관, 뉴욕시의회에서 뭘 배웠으며 융프라우철도, 프라하 대중교통공사, 파리도시개발공사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시민들에게 보고할 시간이다. 시의원들의 출장보고서가 궁금한 사람은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구시의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공개 항목에서 해외교류 활동을 클릭하면 된다. 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2020-02-18 16:00:40

[야고부] '0'으로 끝난 올해는?

[야고부] '0'으로 끝난 올해는?

"경(庚)의 해는 끝자리가 '0'인 해로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커다란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100년 전의 경술국치(1910), 6·25전쟁(1950), 4·19혁명(1960), 새마을운동(1970), 5·18민주화운동(1980), 소련과 수교(1990), 남북정상회담(2000년)…."2010년 1월 4일, 당시 경북 구미 사무실에 근무하던 김경룡 전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매주 월요일 800여 명의 고객에게 보낸 전자편지의 한 부분이다. 2000년대 새로운 천년의 해를 맞아 첫 10년을 보내고 다시 맞은 10년의 첫해, 첫 주 편지에서 '0'으로 끝나는 경인(庚寅)의 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해 경인년 365일 동안 나라 밖도 그렇지만 특히 남북 강산에서는 큼직큼직하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해 2월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기록을 깨고 금빛 정상에 올랐고, 11월엔 세계 20개국 정상이 서울에 모여 정상회담을 갖는 등의 경사스러운 일도 펼쳐졌다.반면 3월에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나라를 지키던 젊은이 46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는 참사로 분노와 함께 세상을 경악시켰다. 또 9월엔 북한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공식 등장시켜 세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오늘날 정치사에 그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이라는 통치 방식을 알리는 암흑사를 거듭했다.그리고 10년 세월이 흘러 다시 맞은 '0'으로 끝난 2020년의 새해 한 달이 지나면서 겪은 경험은 앞으로 빚어질지도 모를 일의 조짐처럼 예사롭지가 않아 걱정이다. 먼저 나라 밖 중국 우한 폐렴 전파로 시작된 괴질(怪疾)의 공포이다. 다음은 국내 정치적 혼란의 나쁜 전조이다. 나라를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의 뭇 사례가 그렇다.우리는 재난과 큰일이 느닷없이 오지 않음을 오랜 경험으로 배웠고 미리 경계했다. 이를 위해 나라가 앞서고 국민은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언제쯤부터 이런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되레 바뀌고 있다. 정부는 어수선하고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새해부터 뜨거운 법(法) 권력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 회오리, 경제난 등 악재가 넘쳐도 정부는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 살길을 찾을 일이다. '0'의 해, 부디 잘 보내세요!

2020-02-18 06:30:00

[관풍루] 영주시장과 영주시의회 의장, 시의회 승인 사항까지 어겨가며 국산 최고급 1억원대 관용차로 교체

○…1조원대 피해 '라임펀드' 투자 사기 사건 발생했지만 정작 증권 범죄 수사 베테랑 팀인 서울지검 증권범죄합수부 최근 해체돼. 정부가 매사 이렇게 저지레하기도 쉽지 않은데.○…미래통합당 상징색으로 '해피핑크' 발표. 자유대한민국 지키는 DNA, 국민행복 추구하는 색깔이라는 부연 설명. 하기야 군소정당 우후죽순이다보니 남은 색 바닥났을 터.○…영주시장과 영주시의회 의장, 시의회 승인 사항까지 어겨가며 국산 최고급 1억원대 관용차로 교체. 호박 줄 친다고 수박되는 거 아닌데 좋은 차 탄다고 지역민 존경받을 리 만무.

2020-02-18 06:30:00

[세풍] 선거 이기려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사람들

[세풍] 선거 이기려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사람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바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민심(民心) 탈취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다. 대통령 비서실 조직 8곳이 일사불란하게 경찰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30년 지기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매관매직까지 시도했다. "끔찍한 민주주의 살해 현장"이라는 김웅 전 검사의 표현은 적확(的確)하다.처지를 바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만히 있었겠나. 대통령 탄핵을 열 번은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조국 사태에 이어 문 대통령을 필두(筆頭)로 한 집권 세력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정권을 지키려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대통령 지기 당선을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정권의 운명'이 달린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훨씬 더 한 일도 저지르리란 합리적 추론(推論)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어떤 일을 당하는지 몸으로 체험했다. 주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자신들은 폐족(廢族) 신세까지 갔다.이런 까닭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4월 총선 관련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총장은 여론 조작과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선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 영역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며 "선거 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해 달라"고 검사들에게 지시했다.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지난 대선 때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없었다면 윤 총장 발언은 선거를 앞두고 나온 원칙을 밝힌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건이 윤 총장 발언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이번 총선은 집권 세력 입장에서는 져서는 안 되는 선거다. 질 경우 오매불망 바라는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문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할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정권 심판론'이 '야당 심판론'을 추월하는 등 선거 구도가 집권 세력에게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정권 출범 후 잘한 것이라고는 내놓을 게 거의 없는 처지인 데다 표심(票心)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경제는 폭망 수준이다. 중국 우한 폐렴 사태 같은 악재(惡材)는 많은 반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같은 호재(好材)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정봉주 전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석균 씨를 공천에서 날린 것도 집권 세력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대학교수와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집권 여당에 만만찮게 돌아가는 선거 구도, 무엇보다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자행한 일들을 고려하면 집권 세력은 총선에서 지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게 뻔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를 다시 들고나올 수도 있고, 세금 퍼주기와 정권 지지 지역에 대한 예산·국책사업 몰아주기에도 열을 올릴 것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을 어기는 일까지 거리낌 없이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한 지인은 야당 승리를 점친 정보지 내용을 언급하며 걱정을 했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가늠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민의가 담긴 투표함을 잘 지켜야 한다." 지금껏 집권 세력이 저지른 일들과 총선 결과가 갖는 무게를 생각하면 기우(杞憂)로만 들리지 않았다.

2020-02-17 19:12:25

[야고부] 정치인의 설화

[야고부] 정치인의 설화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대구에서 가진 청년층과의 인터뷰에서 "60,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라고 발언했다.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 의장은 2007년 대선 때까지 이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후일 정 의장은 "열심히 투표를 하는 어르신들을 본받아 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시더라도 대학생들은 나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말로 먹고사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인 만큼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가 설화(舌禍)를 당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표를 왕창 깎아 먹는 것을 넘어 정치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까지 있다.부정적 의미에서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툭툭 내던지는 말로 인해 곤욕에 처한 일이 종종 있었다. 2017년 7월 '머리 자르기' 발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추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을) 몰랐다는 것은 머리 자르기다.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 참수 운운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청와대가 '대리사과'를 했고 '추미애 패싱'이란 조어를 낳기도 했다.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총리는 손님이 뚝 끊겨 거리가 한적하고 상점도 텅텅 빈 서울 한 상가를 방문했다. 한 상인이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손님이 줄었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정 총리는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확 줄었다 좀 지나면 다시 회복되고 하니까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했다. 이어 정 총리는 한 식당 종업원에게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라고 발언을 했다.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에게 민생을 책임진 공직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생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진심을 다해 위로하기는커녕 웃지 못할 농담을 했다. 성경에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혀를 조심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도록 입술을 조심하라"고 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다.

2020-02-17 06:30:00

[관풍루]안철수 "양당 구도 안바뀌면 국민 나뉘어 전쟁 방불케 하는 내전 상태될 것" 주장.

○…김태원 대구시의원 "시의회 해외 출장 비판기사 쏟아지는데 대구시 대변인실 뭐 했냐" 질타한 뒤 속기록 삭제 요청.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애먼 데다 화풀이하는 격.○…코로나 사태 이후 국민들 개인위생 의식 높아지면서 겨울철 '독감' 의심 환자 30% 급감. 독감 인플루엔자 왈 "경쟁자(코로나) 때문에 올겨울 장사 공쳤네."○…안철수 "양당 구도 안바뀌면 국민 나뉘어 전쟁 방불케 하는 내전 상태될 것" 주장. 표 달라는 '희망사항'이겠지만 겁박 방불케하는 표현 수위가 황당.

2020-02-17 06:30:00

[매일칼럼] 탓할 거리가 더 필요한가

[매일칼럼] 탓할 거리가 더 필요한가

어느 정부치고 그렇지 않을까만 문재인 정권의 남 탓은 유별나다.'내 잘못 아닌 네 잘못'의 시작은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때는 2017년 8월로 거슬러 오른다. 추 장관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다. 정부의 대처는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를 두고 혼선을 빚더니 검사 항목이 누락돼 또 혼란을 더했다. 그동안 살충제 검출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오리무중이었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폭발 지경이었다. 그때 추 대표가 등장한다.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의 직무유기가 바로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다. 국민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문제 삼는데 여당 대표는 사실상 전 정권 탓, 공무원 탓을 한 셈이다.'잘하면 내 덕, 못하면 남 탓'은 정권의 오랜 특성이다. 어지간해서는 '내 덕'과 '남 탓'이 팽팽하다. 그런데 최근 내 덕이라 자랑할 일을 선뜻 떠올리기 어렵게 됐다. 정치는 내로남불로 요약된다. 이념 대립은 격화하고 국론은 분열됐다. 경제는 고용 참사에 자영업자 몰락, 저성장 고착화, 적자 재정, 빈부 격차 확대, 수출 급감, 부동산 폭등, 건강보험 재정 고갈, 공기업 적자 행진 등 부정적 요인투성이다. 외교적으로는 북 비핵화 달성은커녕 국제적 고립무원의 처지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내 덕'이 사라지니 남은 것은 '남 탓'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청년취업률이 곤두박질치자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라거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에는 소홀한 채 사회간접자본에만 집중해서"라며 전 정권, 전전 정권 탓이 나왔다. 지난해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었을 때는 "성장률이 2%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은 특히 자유한국당이 져야 한다"며 야당을 탓했다.이젠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급락해 1%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낮췄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4%)와 거리가 멀다.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 바이러스 탓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경기가 살아나는 듯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뜻밖의 상황을 맞게 됐다"며 코로나 탓에 가세했다. 그러잖아도 문 정부 출범 후 경제는 기저효과를 기대해야 할 정도로 더 없이 나빠진 상태다. 2017년 3.2%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까지 곤두박질쳤다. 가뜩이나 나쁜 경제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하나 보태졌을 뿐이다. 코로나 탓으로 악화된 경제를 덮을 수는 없다.정부의 남 탓이 두려운 것은 정책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서다. 대통령이 자꾸 탓할 거리를 찾고 있다면 왜 그런지 스스로 둘러보는 것이 먼저다. 반구저기(反求諸己)라 했다. 맹자 공손추에 나오는 말이다. 활을 쏘아 적중하지 않으면 다른 탓을 하기보다 '돌이켜서 자기에게서 찾는다'는 뜻이다. 기분 좋게 여행을 떠났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흠뻑 젖었다고 하늘을 탓할 것인가.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한다.시장 상인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다면 코로나가 아닌 자신부터 둘러볼 일이다. 그래야 문제 해결책이 나온다.그러고 보니 어제는 '내 탓이오' 운동으로 세상에 큰 울림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의 11주기였다.

2020-02-16 20:50:08

[야고부] '나도 고발하라'

[야고부] '나도 고발하라'

1933년 4월 12일부터 5월 10일까지 베를린 등 독일 전역의 22개 대학 도시에서 '독일 정신에 위배되는 책'이 불길 속으로 던져졌다. 이른바 나치의 분서(焚書)로 에밀 졸라,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비독일적' 작가 학자들의 책 2만여 종이 재로 변했다.이런 야만에 지식인들은 분노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독일 작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도 그랬다. 그는 분서 목록에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알고 1933년 5월 12일 '빈 노동자신문'을 통해 이렇게 조롱했다. "나도 불태워라. 나의 삶 전부와 저술 활동 전부에 의거해서 나는 권리가 있다. 내 책들을 장작더미의 순정한 불길에 넘기라고 요구할 권리, 갈색 살인도당(나치당을 지칭)의 피에 젖은 손과 썩은 두뇌에 바치지 말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역시 나치를 피해 덴마크에 머물던 브레히트는 이 글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해 가을 풍자시 '분서'를 썼다."위험한 지식이 담긴 책들을 공개적으로 불태워 버리라고/ 이 정권이 명령하여, 곳곳에서/ 황소들이 끙끙대며 책이 실린 수레를/ 화형장으로 끌고 왔을 때…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의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가…집권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나의 책을 남겨 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인제 와서 너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취급한단 말이냐!/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똑같은 사태가 이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자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진보 인사들이 잇따라 '나도 고발하라!'는 격문(檄文)을 쏟아냈다. 그러자 민주당은 화들짝 놀라 곧바로 고발을 취하했다. 그런다고 '고발'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추한 민얼굴은 가려지지 않는다. '고발'은 문 정권의 실체를 재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민주당, 땡큐!

2020-02-14 19:36:51

[야고부] 교도소를 부탁해

[야고부] 교도소를 부탁해

다양한 군상의 범죄인들이 드나드는 곳에 걸맞게 교도소는 그 별칭도 다양하다. '큰집' '학교' '깜빵' '국립호텔' 등이 그 사례들이다. 조선시대에는 감옥으로 불렀고 일제강점기에는 형무소로 통했다. 범죄인 수용시설이 교도소로 바뀐 것은 인권 의식의 성장과 교정·교화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였다. 그러나 범죄인에 대한 인식이 그렇듯 교도소에 대한 이미지 또한 여전히 우호적이지는 않았다.징역 20년 이상의 악질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태국의 방쾅 교도소는 3개월 동안 쇠사슬을 차고 있는 게 기본이다. 살인범은 죽을 때까지 쇠사슬을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식사도 동물 사료 수준으로 최소한만 제공한다. 영양실조로 다시 죄를 짓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진다. 미국의 ADX 플로렌스 교도소는 수용자들을 온종일 독방에 가둬 놓아 가장 높은 자살률을 자랑(?)한다.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한 교도소는 최고의 흉악범들만 가둬 놓는 수용시설답게 악명이 높다. 단 1%의 희망도 없이 오로지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완벽한 감시체계 때문에 자살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이동할 때는 수갑을 채우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눈마저 가려버린다. 끝내 하늘 한 번 쳐다볼 수 없다. 생명만 유지시킬 뿐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다.경북 청송에 있는 경북북부교도소는 최고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대도 조세형과 성폭행범 김길태·조두순, 토막 살인범 오원춘 등이 거쳐간 곳이다. 그래서 한때 교도소 이름 앞에 '청송'이라는 지역명을 빼달라고 호소하던 청송군이 교도소 신규 유치에 나서 또 한번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피 시설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의 회생을 도모하려는 역발상 때문이었다.포항교도소와 상주교도소 그리고 머잖아 주민개방형으로 준공 예정인 대구교도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교도소를 혐오시설이 아닌 효자기관으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대규모 식자재 공급과 수많은 접견 방문객들이 뿌리는 경제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가 지역 발전의 효자 시설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격세지감이다.

2020-02-14 06:30:00

[관풍루] 검찰, 포항 지도층 인사와 건설사 연루 의심받는 '수상한 땅 용도변경' 의혹 고발에 본격 수사.

○…개학 맞아 24일부터 대구경북 중국인 유학생 3천여명 등 전국 7만명 입국 앞두고 대학마다 초비상. 누구처럼 지레 겁먹고 피해다니다 화 키우지 말고 정면 대응도 좋은 해법.○…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전진당 3당 합당 선언, 새 당명은 '미래통합당'으로 최종 확정하고 16일 신당 출범. 각 정당들 꼬리에 불 붙은 것 보니 선거가 오늘내일하는 모양.○…검찰, 포항 지도층 인사와 건설사 연루 의심받는 '수상한 땅 용도변경' 의혹 고발에 본격 수사. 한 마리 '이'도 놓치면 몸이 계속 가려운 게 생리이자 이치.

2020-02-14 06:30:00

[청라언덕]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청라언덕]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오는 4·15 총선부터 선거권 연령 하향으로 18세(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고3 수험생들도 투표장을 찾아야 한다.고3으로 연령을 낮춘 이유는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선거권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 나이 때면 결혼, 군 입대, 공무원시험 응시 등이 가능한데 투표권만 배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급속한 고령화사회에서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층 의견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선거 연령 조정에 일조했다.찬성론자들의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시대적 과제임을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만 빼고 모두 18세 이하인 점을 근거로 한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외국의 사정과 전혀 다르다.미국과 유럽 등 18세 선거권을 인정한 나라는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3학년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 때문에 대학입시 등 공부에 매진해야 할 시기인 수험생들에게 선거권과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정치 갈등과 대립이 교실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실제로 이번 선거부터 학생들도 선거에 관한 의견 개진과 의사 표시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개별적 대화와 전화를 통해서도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문자메시지·인터넷홈페이지를 활용해도 무방하다.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범법자가 될 여지도 있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고3 수험생들의 선거운동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2개 이상의 교실을 선거 목적으로 방문하면 안 되고 동아리·학생 단체의 특정 정당·후보 지지 선언도 금지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나 후보자 비방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금지 규정을 철저히 숙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여권 주도로 선거 연령 하향이 관철됐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주도 세력들마저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3 수험생의 투표 허용으로 약 17만 명의 유권자가 늘어났으나 관련 예산은 전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홍보물과 문자메시지 비용 등을 더 투입해야 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에는 이와 관련된 비용 증가는 한 푼도 없었다.청년 정치의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어머니에게 각막을 기증해 화제가 됐던 원종건(27) 씨를 청년 후보로 영입했으나 '미투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출마의 꿈을 접었다. 미투 사건의 주요 내용은 원 씨가 여자 친구를 성노리개 취급했고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가스라이팅으로 괴롭혀 왔다는 것이다. 20대 건실(?)했던 청년이 정치라는 무대에 올라서자, 발가벗겨지면서 인생은 180도로 변했다.이런 상황에서 1955년 대구매일신문 주필로 정론직필을 생명처럼 여기던 최석채 선생의 사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제하의 글은 "어떤 시위나 대회라도 호소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공명(共鳴)의 자의식이 발동돼야 하지만 미숙한 학생들에게 어찌 그런 자각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고 명시돼 있다.헌법재판소도 이미 지난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 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방안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20-02-13 17:40:59

[야고부] '기생충'과 신 포도

[야고부] '기생충'과 신 포도

기생충은 다른 생명체에 달라붙어 양분을 가로챈다. 그래서 저급 생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한 생명체다. 살아남기 위해 기생충은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다. 양의 몸속에 기생하는 간충의 신비로운 생존 전술을 보자.간충은 양의 체내에서 부화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양의 몸 밖으로 나가 자란 뒤 되돌아와야 한다. 양의 대변에 섞여 배출된 간충의 알은 애벌레가 되어 중간숙주인 달팽이를 거쳐 개미 몸속으로 침투한다. 간충은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 감염된 개미는 밤만 되면 몽유병 환자처럼 개미굴을 떠나, 양이 가장 좋아하는 풀의 꼭대기에 올라앉는다. 풀과 함께 양에게 잡아먹힐 때까지.톡소포자충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쥐를 중간숙주로 하고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삼는 기생충인데, 쥐에 기생할 때는 쥐의 겁을 없애고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끔 조종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겁내지 않아 잘 잡아먹힌다. 이처럼 빌붙어 사는 신세라고 해서 기생충을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 숙주와 공생관계인 기생충도 있고 기생충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숙주도 있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참 오묘하다.'기생충' 제목을 단 우리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호령하고 있다. 상류층과 반지하 하류층, 상류층 저택 지하에 숨어 사는 최하층, 세 가족의 만남을 이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스릴 넘치게, 여운 많이 남게 만들 수는 없다. 영화 속 하류층이 교묘한 수법으로 상류층을 속이며 기생하는 모습이 간충, 톡소포자충 빰칠 만큼 기상천외하다. "빈부 격차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공감하면서 세계는 이 걸작 영화에 온갖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그런데 영화 '기생충'의 찬란한 질주가 불편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일본 매스컴들은 "'기생충'이 한국의 징병제, 부동산 문제, 빈부 격차, 한국의 어두운 부분을 세계에 알렸다"며 슬며시 비꼬았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남한은 빈부 격차가 심한데 비해 우리 공화국은 누구나 공평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고 있어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를 연상시키는 시샘이다. 참으로 소인배스럽다.

2020-02-13 06:30:00

[관풍루] 포항시의원, 싼 땅을 비싼 용지로 바꾼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참여해 7억원 차익 챙겨.

○…남대문 시장 상인들,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현장 방문에 "장사가 너무 안 돼요"라며 고통 호소. 청와대, 더 좋아진 경제 지표의 홍보 부족 탓이니 정부·여당은 제대로 알리세요!○…재미 교포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한인 위상 높인 쾌거'로 환영. 국민, 정치인·정부 각료 다해도 봉 감독 한 사람이 낫다는 말이겠지.○…포항시의원, 싼 땅을 비싼 용지로 바꾼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참여해 7억원 차익 챙겨. 지키라는 가게는 안지키고 통째로 삼켰으니 포항 앞날 알 만하오.

2020-02-13 06:30:00

[데스크 칼럼] '누죽걸산'

[데스크 칼럼] '누죽걸산'

'누죽걸산'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무슨 한자(漢字)로 이루어진 관용구인지, 어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당혹스러웠다. 사자성어를 평소 많이 사용한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웬만한 것들을 알아듣기는 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뜻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이 말을 처음 들려주신 분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전직 교수였다. 영남대학교와 포항공대(현 포스텍)에서 교편을 잡으시다 정년퇴직하신 K라는 분이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대구시내 이곳저곳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도 하고 계신다.살아오신 얘기를 하던 중 "사자성어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하시더니, 당신의 좌우명이기도 하며 어디에서든 꼭 얘기하는 네 글자라며 누죽걸산을 알려주셨다."사자성어가 모두 한자여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하면된다'라는 사자성어도 있잖아요? 이건 한글 사자성어예요. 누죽걸산, 바로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뜻이라오, 하하하."20년 전 강단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덮친 뇌졸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터득하게 된 자신만의 진리라며, 지금은 누죽걸산 전도사가 되었다고 했다. 뇌졸중에 걸려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어떤 계기로 휠체어 대신 지팡이를 잡게 된 것이 누죽걸산의 첫 경험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몸 한쪽이 불편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걷지만, 반신불수가 되어 체념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게 되었으니 누죽걸산이 신앙처럼 되었다는 것도 당연하게 들렸다.누죽걸산은 평범하지만 중년 이후의 어른들이 꼭 새겨야 할 진리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 움직이기가 점점 힘겨워지게 마련이다. 오래도록 사용해온 관절은 점점 닳고, 뼈를 지탱해주던 근육도 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K교수의 신념이다. 중년 이후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한 사람의 삶을 되살렸고, 이 땅 모든 중·노년층의 좌우명이 되어야 할 그 누죽걸산도 당분간은 접어두어야 할 판이다. 중국에서 날아온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 가뜩이나 움츠러드는데,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입춘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춘래불사춘이 따로 없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나이 든 어르신들은 아예 바깥출입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며칠 전 어르신들의 단골 맛집인 시내 한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 북적이던 핫 플레이스에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뿐이었다. 누죽걸산이 아니라 '나죽집산'(나가면 죽고 집에 있으면 산다)인가. 요즘은 어떻든 안전이 가장 급선무이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분간은 누죽걸산 대신 복지부동하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감염병이 돌 때 어르신들의 행동거지가 더 조심스러워진다. 공공장소에서 젊은 사람들 대하기가 요즘처럼 조심스러울 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스스로 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했으면 한다. 어른들이 존경 대신 눈총을 받기 십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바깥나들이를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어른들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빨리 병마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2020-02-12 17:57:49

[야고부] 대구의 세 남녀

[야고부] 대구의 세 남녀

추미애, 유승민 그리고 봉준호.2020년 새해는 대구 사람이 '일'을 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먼저 시작했다. 1월 3일 취임과 함께 검찰 흔들기부터다.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답이든, 소신이든 국민 관심은 진행형이다. 아마 윤석열 검찰총장이 백기를 들 때까지 이어질지도 몰라 법(法)을 다루는 두 수장의 대결은 슬프지만 흥미진진한 볼거리이다.다음은 추 장관처럼 1958년생인 유승민 국회의원이다. 지난 9일, 4월 총선 불출마와 함께 보수진영 결속 추진 발표로 이목을 끌고 있다. 2004년 비례대표 당선에 이어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뽑혀 '대구의 아들'로 잘나가던 그가 낯선 미답(未踏)의 야인(野人) 길을 걷겠다고 나섰으니 역시 관심거리가 됐다.다음 날, 미국에선 봉준호 영화감독이 더 큰 일을 냈다. 한국 영화 101년사뿐만 아니라, 92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의 4개 부문을 휩쓴 '새 역사 쓰기'의 위업(偉業) 달성이다. 1969년생인 그가 저지른 일은 11살 많은 두 선배보다 더욱 빛났다.새해 벽두부터 시선을 끈 3인의 대구 남녀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앞으로 디딜 발걸음 역시 특별할 것 같다. 추 장관의 별명(추다르크)에 비춰 지금 펼치는 검찰과의 한판 승부는 처절한 결과를 점쳐도 그럴듯해서 그가 지금 추는 검찰 개혁의 칼춤을 지켜보는 고향 사람 마음은 앞선 걱정에 조마조마할 지경이다.세탁소 딸로 스스로 앞길을 낸 추 장관과 달리 법률가 아들로 온실 속 같은 비단길 삶에다 고향 사람 덕에 한 세월 누린 유 의원 역시 나름 '머리'가 있는 만큼 역할을 기대할 만도 하다. '민주공화국'을 밝힌 헌법 1조 정신을 강조한 그가 머리에 버금갈 '가슴'까지 갖춰 야인의 길을 잘 디디면 추 장관과는 다른 결과도 가능할 터여서 그나마 낫다.특히 봉 감독의 앞길은 더욱 희망적이고 사람 마음을 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영화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를 꿰뚫어본 나라 밖 사람이 이번에 보인 행동만 봐도 그렇다. 그의 업적은 높이 살 만하다. 대구 사람에게 자긍심을 줄 만도 하다.중국 우한 폐렴만 빼면 지금 한국은 이들 대구의 세 남녀 이야기로 하루를 여닫는다면 좀 지나칠까.

2020-02-12 06:30:00

[관풍루] 대구시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 개최해달라"고 국방부에 공식 요청.

○…대구시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 개최해달라"고 국방부에 공식 요청. 이래도 국방부 답 안하면 지역민 속터지는 꼴 보려는 심사라고 의심해볼 만.○…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자신과 손잡은 사진 유포한 류성걸 한국당 예비후보에 대해 "나쁜 사람" 운운하며 대로(大怒). 앙금 모드에서 이제 불구대천 모드로?○…TK 총선 후보들 "대구 출신 봉준호 기념관·영화박물관 대구에 만들겠다"는 공약 잇따라 발표. 김광석길 이어 대구 빛 낼 문화 명소 조성 기대감 솔솔.

2020-02-12 06:30:00

[시각과 전망] 망각된 메르스의 교훈

[시각과 전망] 망각된 메르스의 교훈

2015년 5월 말경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면서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아 그 피해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했다는 경제계의 보고서가 있다.5년도 지나지 않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라는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관광과 외식, 숙박,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다는 이유로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하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나 술집,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공연시설이나 영화관 등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 할 것 없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피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메르스와 작금의 우한 폐렴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첫째,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쳐버린 의사결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초동 단계에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확진자 정보 공개, 학교 휴업 등 세부 대책에서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해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병 발원지인 우한 지역 방문자만 선별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뒤늦게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 U-23 남자대표팀 경기 결과를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정부는 초기에 이번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봤다.둘째, 제궤의혈(堤潰蟻穴)이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이라도 곧 손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경고다. 병원에 다녀간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 차단했더라면 아마 우한 폐렴이라는 말 자체를 국민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꾸물대고 있는 사이 2차 감염이 일어났다.셋째, 경적필패(輕敵必敗)다. 이는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 최하위 팀에게 패하는 걸 본다. 상대 팀을 얕보고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보건당국의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론이 우한 폐렴을 우려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방역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우한 폐렴을 우습게 보다가 보건당국과 한국은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넷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백성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우한 폐렴이 확산된 것은 보건당국의 정보 차단에 큰 원인이 있다.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감염 경로와 당사자들을 정확히 파악해 확산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은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가짜뉴스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만 놓았다. SNS 시대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공포감을 부채질하였다.우한 폐렴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극히 조그만 허점이라도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는 것,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화가 닥친다는 것이다.

2020-02-11 18:53:22

[취재현장] 엑스포의 뒤늦은 사과…아쉽지만 환영한다

[취재현장] 엑스포의 뒤늦은 사과…아쉽지만 환영한다

경주엑스포공원엔 높이 82m 직육면체 유리벽에 신라 황룡사탑 실루엣을 음각한 상징 건축물이 있다. (재)문화엑스포가 2007년 세운 '경주타워'다.준공 직후 경주타워는 저작권 논란에 휘말렸다. 유동룡(1937~2011) 씨가 2004년 경주타워 설계공모에 낸 이미지를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이타미 준'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2세 건축가다.당시 공모전에서 유 씨의 계획안은 설계권이 주어지지 않는 우수상을 받았다. 제자를 통해 본인의 공모전 출품작과 경주타워가 유사하다는 내용을 전해 들은 유 씨 측은 즉시 공모전 당선자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이듬해엔 건축주인 문화엑스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심에선 패했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당선자와 건축주의 회의록에서 '유리 타워에 음각으로 황룡사탑 모양을 파내라'고 건축주 측이 제안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대법원도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그는 대법원 판결 1개월 전인 2011년 6월 74세로 세상을 떠났다.이듬해엔 유 씨의 장녀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소장이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건축물에 저작권자 성명을 표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이에 따라 문화엑스포는 2012년 경주타워 왼편 바닥에 저작권자가 유동룡이라는 내용이 적힌 가로 세로 60㎝ 크기 표지석을 설치했다. 완공 5년 뒤에야 건물 설계자로 인정받은 셈이다.그러나 당초 표지석이 구석진 바닥에 설치돼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 최근엔 표시 문구의 도색까지 벗겨지자 유 소장은 지난해 9월 다시 소송을 내 현판을 새로 붙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문화엑스포 이사장)가 저작권 인정과 수정 조치 등을 지시하면서 소송은 취하됐다.눈에 띄는 점은 이 도지사가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인 지난해 8월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유 씨의 삶과 건축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본 류희림 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의 보고가 시발점이 됐다. 엑스포는 최근 타워 앞에 새 안내판을 세우고 오는 17일 제막식을 갖는다. 12년간 이어졌던 긴 법적 공방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미다.새 안내판은 유족 측이 요구했던 것보다 훨씬 큰 가로 1.2m, 세로 2.4m 크기로 세워졌다. 당초 요구 사항에 없었던 유 씨의 설계안도 안내판에 담았다.이철우 도지사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며 "세계적인 건축 거장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던 과오를 반성한다"고 했다.논어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란 말이 있다.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의미다. 이상적인 인물인 군자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그 잘못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란 점을 일깨운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뒤 그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도지사의 용기 있는 사과는 돋보인다.다만 엑스포의 사과가 좀 더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도쿄에서 태어나 평생 한국 국적과 한국 이름을 버리지 않았던 그가, 고국에서 비롯된 작품에 대한 상처를 안고 세상을 떠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고.

2020-02-11 15:21:18

[야고부] '친문 바이러스'

[야고부] '친문 바이러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세금 도둑질 바이러스, 진영 정치 바이러스, 국가주의 바이러스 이 세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돼 있다."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빗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안 위원장은 "내 팔자가 바이러스 잡는 팔자인 것 같다"고도 밝혔다. 의사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잡고, CEO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고, 정치인으로 낡은 정치 바이러스를 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토로다.재미있는 것은 안 위원장 자신도 바이러스라고 공격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였다. 그의 창당이 민주개혁 세력 분열을 초래해 여당인 새누리당에 개헌선을 헌납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악성 바이러스'라는 조롱을 퍼부었다.친박(친박근혜)은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친문(친문재인) 역시 바이러스로 지목돼 공격받았다. 2017년 1월 조배숙 당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정치권에도 바이러스가 준동하고 있다. 지독한 악성 바이러스 박근혜-최순실 라인과 친박은 힘 잃고 소멸 중"이라고 했다. 이어 "박멸해야 할 악성 바이러스가 또 있다. 의견이 다르면 문자 폭탄을 퍼붓는 세력, 선(先) 총리 후(後) 탄핵도 거부해 황교안 체제를 들어서게 한 세력, 개헌은 미적거리고 대통령 다 된 듯 행동하는 친문 패권 세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쏘아붙였다.지구상에는 약 8천여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 인류에게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이유는 변종(變種)을 만들어 진화하고 급격히 수를 불리기 때문이다.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코로나 역시 변종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와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신종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국민에게 희망·비전을 줘야 할 정치가 공포·혐오의 대상인 바이러스에 비유될 지경에 처했는지 참담하다. 친노(친노무현)의 변종인 친문이 집권 후 조국 비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저지른 일들을 보면 바이러스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싶다. '양아치들'이라는 비판보다는 낫지 않겠나. 친박 바이러스는 촛불로 퇴치했지만 친문 바이러스는 무엇으로 박멸할지 걱정이다.

2020-02-11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공정거래·시장교란행위·가짜뉴스 유포 엄단" 강조.

○…문재인 대통령,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공정거래·시장교란행위·가짜뉴스 유포 엄단" 강조. 국민, 지끔껏 정부·여당이 앞장서 저지른 불공정·가짜뉴스 유포는 어쩌죠?○…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명칭에 '중국 우한' 지명 사용 금지 WHO 권고 소개. 남북 정상, 미국은 멀고 가까운 중국은 이웃 사촌이니 잘 지내야지요.○…불출마 선언 유승민, "기개·품격을 지닌 대구 아들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대구시민, 사지(死地)에 나가 생환(生還)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2020-02-11 06:30:00

[세풍]  상식은 힘이 세다

[세풍] 상식은 힘이 세다

상식은 물이나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비상시에는 본원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공기나 물처럼 상식도 하루아침에 완성된 작용 원리나 가치는 아니다. 상식이 오류의 함정을 전부 비껴갈 수는 없으나 상식은 인식과 판단의 밑거름이자 현상과 구조에 대응하는 인간 행동에 유의미한 기제다.국제 비상사태로 급부상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위기에도 상식의 기제는 유용하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이 사태로 인해 10일 기준 29개 나라·지역에서 4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9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의 양상만 놓고 봐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전파력과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당시 전 세계에서 8천273명이 감염됐고 775명이 죽었다.무엇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피해가 계속 확산 중이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제 보건에 큰 위협이자 중국·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아웃브레이크'(집단 발병) 사태임은 분명하다.대구경북 지역도 이 위기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귀국한 17번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구에 이틀간 머물렀다는 뉴스에 지역사회는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집 안에서도 철저히 마스크를 쓴 덕에 가족 등 접촉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사람의 상식과 소양이 피해 확산을 막은 것이다.반면 상식이 외면받는 사회 구조도 엄연히 존재한다. 허락없이 질병을 발설한 죄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결국 감염돼 목숨을 잃은 리원량(李文亮) 사건이 그렇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악마'로 규정해 비판의 화살 머리를 세균에 돌려버린 권력자의 시각에서는 반동 분자다. 의사로서의 진실과 상식 차원의 문제 제기가 되레 독배가 된 것이다.비상식의 정점은 '크루즈 감옥' '크루즈 국가'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붙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유람선 케이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리포트에서 이 유람선 탑승객 확진자들을 '기타(other) 지역'으로 분류했다. 영국 국적의 이 대형 유람선에는 3천700여 명이 탑승 중인데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격리된 채 대책없이 2주간의 잠복기와 검역 종료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일 현재 130여 명이 감염됐는데도 일본 정부는 거의 방관 중이다. 이 배에는 한국인 승객 등 14명이 격리돼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일본 상륙 전에 발생했다"는 이유를 대며 일본 확진자 명단에서도 제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우리에게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다. 2009년 76만여 명이 발병해 270명이 숨진 신종플루와 2015년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희생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다. 당시 정부와 의료기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의료시설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확산됐고 보건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혼란을 자초했다.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 위기는 늘 우리 곁에 있다. 계속된 학습의 결과로 인식 수준도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으나 결국 우리가 기댈 것은 과학과 상식의 힘이다. 가치 있는 경험과 이성적 판단으로 차분히 위기에 대처할 때 어떤 힘이 발휘되는지 이번 사태가 증명한다. 기억할 것은 '공포 마케팅' 등 고약한 상혼이 판을 치는 혼란 중에도 모든 가치는 본원 가치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이다.

2020-02-10 19:15:08

[야고부] 공포의 유람선

[야고부] 공포의 유람선

1912년 4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영국의 초대형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는 대부호와 귀족들을 비롯한 2천여 명의 승객과 선원을 태우고 미국으로 첫 항해에 나섰다. 타이타닉호는 항로에 얼음과 빙산이 있다는 다른 선박들의 경고도 무시한 채 나아갔다. 결코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들었다는 영국인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찢기며 속수무책으로 침몰했다.기울어 가는 배 위에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 사투를 벌였지만 1천500여 명이 영하의 바닷속에 잠겼다. 특히 3등실 승객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나치 독일이 체제 선전용으로 건조한 대형 여객선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고는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였다. 1945년 겨울 동부전선의 피란민을 태우고 발트해를 항해하던 이 배는 소련군 잠수함의 어뢰를 맞고 1시간여 만에 가라앉았다.선장과 몇몇 선원들이 '각자 알아서 탈출하라'는 말을 남긴 채 배를 빠져나간 가운데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대부분이 아이와 여성들이었다. 2014년 그 잊을 수 없는 봄날, 진도 인근 해상에서 300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미리 보는 듯한 장면이다. 지난 5일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순식간에 공포의 유람선으로 변했다.배 안에 '우한 폐렴' 환자가 한꺼번에 10명이나 발생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감염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탑승객 하선을 전면 불허하고 2주간 선내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보름 동안이나 저마다 선실에 갇혀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여행객들은 졸지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부로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비상조치였다.지난달 30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북서부의 한 항구에 정박한 유람선에서 6천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배에 갇힌 적도 있었다.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인 두 명의 중국인 탑승객 때문이었다. '공포의 유람선'이 어찌 배에만 국한된 일일까. 무능한 선장을 만나거나 불순한 세력이 개입되면 국가라는 유람선 또한 좌초와 고립의 위기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 공포와 절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2020-02-10 06:30:00

[관풍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완성차업체 줄줄이 가동 멈추면서 지역 차부품업계도 연쇄 피해.

○…자유한국당 총선 공천 신청자 647명 중 115명(17.8%)이 대구경북에 집중, 20대 총선 대비 전국에서 유일하게 증가. 험지 피하고 멍석 찾는 모양새 보니 뚜껑은 열어보나 마나.○…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완성차업체 줄줄이 가동 멈추면서 지역 차부품업계도 연쇄 피해. 몇 년째 불황에 허덕이다 이제야 밥 뜸 들이려는데 재 뿌린 격.○…영천시 공무원, 태양광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 요구했다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에다 직위해제. 탐욕에 눈 멀고 태양광선에 윤리·양심이 마비됐으니 사필귀정.

2020-02-10 06:30:00

[매일칼럼] 눈뜬 자들의 나라

[매일칼럼] 눈뜬 자들의 나라

대낮 도시에서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며 차 안에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이 멀게 된다.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은 급속히 확산되어 도시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당국은 전염병 차단을 위해 눈먼 사람들을 치료하는 대신 낡고 더러운 한 병동으로 강제 격리시킨다. 병동에는 눈먼 이들이 수십, 수백 명으로 급속히 늘어난다.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 격리, 이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 전염병 억제를 명분으로 대책 없는 조치만 내리는 정치인. 추악한 인간 본성이 낱낱이 드러난다.1998년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도시에서 발생한 실명이라는 전염병을 통해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후베이성 우한시를 필두로 이 전염병은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0시 현재 누적 확진자가 전국 31개 성에서 3만7천198명, 사망자는 8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중증 환자만 6천여 명에 달해 사망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날 오후 5시 현재 확진자가 27명으로, 이 중 2명은 퇴원했다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밝혔다. 25명이 격리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대다수 상태는 안정적이고, 중증 환자는 없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일본 89명, 싱가포르 40명, 태국 32명에 비해 확진자 수도 적고 관리도 비교적 잘 되고 있는 편이다.신종코로나를 가볍게 여기거나 방치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특정인이나 국가를 탓하거나 감염자를 외면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바이러스는 바이러스로 물리쳐야 한다. 신종코로나에 대응할 바이러스는 '나눔과 살핌의 바이러스'다.그 나눔과 살핌은 국내 자가 및 병원 격리자,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격리자, 일본 크루즈선, 중국 현지 교민 등을 향해야 하겠다.나아가 후베이성을 비롯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에 우리도 일조해야 할 때다.중국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신종코로나의 중국 전역 확산이 한반도로의 전이와 무관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롯해 생필품과 의료 장비 등 한국이 통 큰 도움과 나눔의 바이러스를 전파할 적기다.중국에 불어닥친 신종코로나 위기는 수개월은 몰라도 수년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렁에 빠진 중국에 손 내밀어 줄 때 그 손은 더 큰 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는 중국의 '꽌시(관계)문화'와도 무관치 않다.주제 사라마구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인간성 상실과 절망만을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다.처음 눈이 멀어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집단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도와가는 인간관계의 회복을 역설했다. 특히 그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따뜻한 인간사회로 만들어가는 연대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대구 미르치과와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등이 중국 상하이에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등 대구와 경북이 앞장서 나눔과 살핌에 적극 나서고 있다.우리 정부와 민간이 국내외에 나눔 바이러스의 적극적 전파를 통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한국이 눈먼 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눈뜬 자들의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20-02-09 21:00:42

[야고부] 정당 이름 코미디

[야고부] 정당 이름 코미디

'꼬리 둘 달린 강아지당'(Hungarian Two-tailed Dog Party).장난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정당이다. 2014년 9월 공식 등록한 헝가리의 군소 정당인데 영생, 주1일제 근무, 작은 중력​, 낮은 세금, 공짜 맥주 등 황당무계한 공약들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정당은 2018년 헝가리 선거에서 득표율 1.73%를 기록했다. 이렇듯 세상에는 별의별 정당들이 다 있다.독일사과전선(Front Deutscher Äpfel), 헝가리마늘전선(Magyar Fokhagymafront), 무생물체당(Inanimate Objects Party), 임대료가 젠장 맞게 높다당(Rent Is Too Damn High Party), 밤샘당(All-night Party), 테디베어연합(Teddy Bear Alliance), 당!당!당!(Party!Party!Party!), 도널드 덕당(Kalle Anka-partiet), 코뿔소당(Rhinoceros Party), 맥주애호가당(Polska Partia Przyjaciół Piwa), 미스 그레이트브리튼당(Miss Great Britain Party), 지지정당없음당(支持政黨なし)….희한한 정당들이 많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다. 적어도 사람 이름은 안 내건다는 것. 겨우 하나 예외를 찾았다. 영국의 '새천년 빈당'(New Millennium Bean Party)이다. 창당자의 별명인 캡틴 비니(Captain Beany)를 본뜬 이름이라고 한다.한국 정치 무대에 사람 이름을 내건 정당이 등장할 뻔했다. 3월 1일 창당을 예고한 가칭 '안철수 신당'인데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이름 사용이 불허됐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당명에 포함시키면 정당 운용의 비민주성이 유발될 수 있고 특정 정치인이 선거운동 기회를 더 많이 얻는 불공평을 초래한다." 선관위의 부연 설명이다.안철수 신당 측은 선관위가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 설립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발했지만 출범 전부터 모양새를 한껏 구겼다. 정당 이름에는 정당 정신이 담겨야 한다.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의 정치적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정당명을 이렇게 지으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독재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20-02-08 07:30:00

[야고부] 문 정부의 깨춤

[야고부] 문 정부의 깨춤

최대 5천만 명 정도가 희생된 스페인 독감의 진원지는 스페인이 아니다. 미국 미시간주 일부 지역이 최초 발생지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스페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1차 대전 참전국들이 전시 보도 통제를 한 반면 비참전국인 스페인 언론은 집중 보도했기 때문이다.스페인은 억울하겠지만, 현재까지 이 명칭은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2009년 조류 인플루엔자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스페인은 UN에 '스페인 독감'이란 말을 쓰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그대로 쓰는 것은 그 명칭에 스페인 모욕의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그런 의도로 국명을 붙인 경우는 있다. 16세기 초 유럽을 휩쓴 매독이 그렇다. 당시 이탈리아와 독일은 '프랑스 병'이라고 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 병'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병', 포르투갈은 스페인을 지칭해 '카스티야 병', 러시아는 '폴란드 병', 터키는 '기독교 병'이라고 했으며, 타히티에서는 '영국 병'이라고 했다.지금은 이런 이름 짓기는 사라졌다. 최초 발생 또는 발견된 장소에서 많이 따오지만, 편의상 그럴 뿐이다. 6·25전쟁 때 발생했던 유행성출혈열의 바이러스는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발견됐다고 해 '한탄'이란 이름이 붙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에서 따왔다. 이런 사례는 숱하다.문재인 정부가 '우한 폐렴'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바꿔 사용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것을 두고 지나친 중국 눈치 보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싫어하는 데도 굳이 '우한 폐렴'이란 명칭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덥석 명칭을 바꾸는 것도 볼썽사납다.정부가 지난해 '일본 뇌염'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일본 뇌염'은 옛 일본군 731부대 바이러스 연구담당인 가사하라 시로(笠原四郞)가 뇌염 바이러스를 1935년 최초로 인체에서 분리한 데서 유래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것에서 따왔다. 어디에도 '모욕'의 의도는 없다. '우한 폐렴'도 다를 바 없다. 발생한 지역 이름을 땄을 뿐이다. 중국만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뿐인데 왜 우리가 덩달아 깨춤을 추나.

2020-02-07 06:30:00

[관풍루] 권영진 대구시장, 국방부에 군위군의 통합신공항 관련 요구 수용과 후속 조치 필요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만 17번 들른 부산 6일 다시 찾아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갖고 "부산 꿈은 대한민국 꿈"이라 강조. 부산 아닌 16개 시·도민도 꿈꿀 줄 알거든요.○…한국당, 6일 의원총회 열어 새 당명(黨名) 논의했으나 결론없이 의견만 분분. 유권자, 아무리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르면 말짱 도루묵!○…권영진 대구시장, 국방부에 군위군의 통합신공항 관련 요구 수용과 후속 조치 필요성 강조. 원칙대로 절차 밟으란 요구에 국방부가 고개 젓지 말란 뜻.

2020-02-07 06:30:00

[청라언덕] 부동산 정책과 확증편향

[청라언덕] 부동산 정책과 확증편향

확증편향(確證偏向)을 국어사전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정의한다.자신의 고집 때문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더 나아가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성향'으로 풀이하는데, 시쳇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도 이런 성향에 해당된다고 한다.'불통'과 연결되는 이 단어를 차용한 예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말이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집값은 내려갈 리 없다"는 주장에는 어째 귀가 쏠린다.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각종 규제를 쏟아붓는 정부 입장에서 이들은 확증편향자다. 19번의 대책을 냈고 모자란다면 더한 것을 꺼내겠다는데도 도통 듣지 않으려니 말이다.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2% 안팎의 정체된 경제성장률 등에다 대출을 옥죄는 등의 정부 규제로 "이제는 집값이 내려갈 것이다"고 전망한 이들도 있으나 정책 발표 두 달이 다 돼가는데도 큰 울림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12·16 대책 이후 시장이 관망세를 견지, 우상향 그래프의 상승 폭이 다소나마 꺾였다는 시세표가 그나마 정부 대책의 약발이 미친 흔적.되레 고가 아파트를 누른 탓에 그 주변이 솟아오르는 '풍선효과' 사례가 이를 상쇄해버리는 듯한 모습이다.한 부동산 전문가는 "더는 오르지 못하도록 고가 아파트에 지붕을 씌워놨으니 가격이 정체된 중저가 아파트나 그간 가격 상승의 '단맛'을 보지 못한 지역은 이번 기회에 값을 올리라고 정부가 길을 터주는 것 같다"고 했다.그러는 사이 "결국 올해도 집값은 오른다"는 확신에 찬 주장이 많은 사람에게 신념처럼 굳혀져가고 있다.이들은 1%대 저금리, 부동산 외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1천여조원의 부동자금, 분양가 상한제발(發) 공급 축소에 따른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 열기 지속, 자사고 폐지 등 고교 체계 및 정시 확대로 말미암은 학군지역 집값 강세, 각종 개발 이슈가 등장할 총선 등을 그 근거로 든다.물론 핵심은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역대 여러 정부도 투기 근절을 부동산 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워 왔다.박정희 정부는 잇단 인프라 개발로 일명 '복부인'들의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부동산 투기억제 특별조치법과 토지거래 허가제를 도입했다. 전두환 정부는 양도세 인하를 포함한 규제 완화와 부양책을 썼으나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투기과열지구 지정, 채권입찰제 등 억제 카드를 빼들었다.그 후로도 각 정부는 시장이 얼어붙으면 완화하고 뜨겁게 달아오르면 규제책을 내는 등 '냉·온탕'을 수시로 오갔다."정부만 믿고 따랐다 재산 증식의 수많은 기회를 날렸다"는 사람들은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한다. 확증편향자가 되지 못했음을 땅을 치며 후회한다.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집 안 사고 기다려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강력한 의지라고 믿어달라"고 했다.'투기와의 전쟁'은 선포했으나 승리는 자신 못한다는 뉘앙스로만 들리고 "규제는 언젠가는 풀린다. 그때는 고가 주택이 더 뛰니 좋은 매물을 눈여겨보라"는 어느 부동산 중개사의 귀띔에 끌림이 더한 건 확증편향 때문일까.

2020-02-06 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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