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매일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승민이라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8년 4월 총선으로 4당 체제가 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 제3당의 당수로 추락한 김영삼 앞에 놓인 선택은 대통령 꿈을 접든지, 정치 지형 자체를 바꾸든가 둘 중 하나뿐이었다. 결국 김영삼은 1990년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을 결행한다. 김영삼은 '반호남 지역연합'이라는 퇴행적 지역 구도를 가동해 대선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오른다.김영삼은 '보수 야합'이라고 격렬한 비판을 받은 합당의 명분으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것'이라고 응수했다. 1995년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보란 듯 군사정권 시절 부정 축재한 군부 출신 정치인을 솎아내고, 전두환 정권을 탄생시킨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했다. 또 금융실명제로 경제 시스템을 크게 바꿔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즘 신세가 제3당의 당수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처지와 비슷하다. 유 의원을 굳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로 부른 것은 그가 언젠가 다시 한 번 보수우파의 '혁신 기수'로 역할을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도 명분만 만들어지면 한국당에 입당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유 의원은 대구경북(TK)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콘텐츠와 정치적 신념만 보자면 갈 길 잃은 TK 정치권에서 유 의원을 넘어설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유 의원은 정치인의 핵심 덕목인 소통 능력과 타이밍 감각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또 큰 리더가 되려면 '결단'도 중요한 자질이다. 이 부분에서 유 의원은 아직도 많은 담금질이 필요하고 자기와의 싸움을 처절하게 벌여야만 한다.현재 유 의원은 고립무원의 처지다. 함께 보수를 바꿔 보자며 도원결의를 했던 동지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 한국당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당은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조만간 입당 후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후문이다.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양날의 칼이다.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막판에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그의 입당은 일정 부분 보수 결집과 전당대회 흥행 효과는 있겠지만 보수의 외연 확장과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이 대목에서 그토록 보수 혁신을 외쳤던 유 의원의 심중이 궁금하다. 명분은 만드는 것이다. 궤변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명분을 제시하고 보수의 본 진영으로 들어가 싸워라. 설령 무릎 꿇고 들어갈지언정 부끄러움도, 소신 없음도 아니다. 적어도 보수 혁신의 꿈과 대의를 간직하고 있다면 말이다.결단의 시점이 왔다. 더 이상 머뭇거리는 것은 정치적 직무 유기요, 유 의원이 혐오하는 비겁함이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져라. 그래야 유 의원도 살고, 한국 보수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되살아날 수 있다.-----------------------------------------------------------------------------------------------------지난 1년 동안 저의 '每日칼럼'에 성원과 질책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사 이동으로 동부지역본부장을 맡게 돼 다른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2019-01-13 17:29:52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뒷날의 조짐은?

'1호선 1단계로 경북기계공고~대구역 9㎞…착공을 하였는데…노태우 대통령을 모시고 1호선 기공식을 개최하였다…사고를 예상했는지는 몰라도…당일…한 업체에서 피우는 연막이 터지지 않았다.'1991년 12월 7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경북기계공고 운동장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하철 1호선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 공구가 5개로 분할됐는데 연막점화 행사 때 공교롭게도 1곳의 연막이 불발(不發)이었다.이날 불상사(?)가 뒷날 불행의 조짐은 결코 아니겠지만 현장을 지켜본 누군가는 1995년 4월 28일 터진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참사의 전조쯤으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앞에 소개한 퇴직 대구시 공직자의 기록을 보면 그렇다.이날 기공식 연막 불발의 기억처럼, 대구지하철은 조해녕 전 대구시장에게도 악몽이었다. 1995년 상인동 참사 당시, 시장 퇴임 후 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때는 현직 시장이었던 악연 탓이다.그러나 조 전 시장은 이런 기억하기 싫은 아픔에도 퇴임 이후 대구에 남았다. 퇴임 뒤 대구를 떠나거나 조용한 새 삶을 누리는 안일(安逸)과 달리 대구의 공동체를 위해 궂은일도 맡는 그런 기여의 모습이었다.그런데 최근 그는 전혀 다른 이야기에 휩싸였다. 바로 대구은행장 인사를 둘러싼 그의 부정적 소문과 역할이다. 풍부한 경험에 균형 감각을 갖춘 그답지 않게 특정 인연에 치우쳤다는 소식으로 안타깝게 하고 있다.게다가 그가 당초 DG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의 분리 입장을 바꿔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말하니 소문은 악화되는 꼴이다. 비록 은행 개혁의 뜻이겠지만 특정 인맥 편향 시각은 더욱 퍼질 뿐이다.앞으로 조 의장의 대구은행 활동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로 옛날을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싶다. 이번 일이 자칫 또 다른 악몽의 어떤 조짐은 아닐지 말이다.

2019-01-1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문지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과 관리의 폭정을 규명한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문졸(門卒)이란 잡역에 종사하던 하급 군관으로 관청의 아전과 하인 중에서도 가장 교화에 따르지 않는 자이다'(門卒者 古之所謂皁隷也 於官屬之中 最不率敎)라고 했다. 그런데도 혼권(閽權), 장권(杖權), 옥권(獄權), 저권(邸權), 포권(捕權)을 틀어쥐고 행패가 극심했다는 것이다.관문 통제에서부터 곤장의 경중과 죄인 관리, 세금 수령, 도둑 체포 등의 권한을 가진 문지기의 적폐를 수령된 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백성들의 고초가 오죽했을까. 2019년 새해 벽두에 '문지기'라는 말이 새삼 회자하고 있는 것은 '왕실장의 귀환'이란 형용사를 달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노영민 전 주중대사의 권력 심층부 입성 때문이다.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노 실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저는 사실 부족한 사람"이라며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비서일 뿐"이라며 "그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문지기론을 방불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학생운동권 출신의 정치인인 그에게 '문지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라는 친문 모임을 만들어 그 좌장을 맡으면서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의 중앙선대본부 공동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이다. 대통령이 중요 정치 현안을 상의했던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 궐문을 장악했으니 또 한 사람의 '왕실장'이 등장한 셈이다.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를 선거 전에 걸러내는 정당의 문지기(gate keeper) 기능이 약해질 때 위험한 권력자가 나온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문지기 힘이 강해질 때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왕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득세와 몰락을 적나라하게 지켜봤다.

2019-01-11 06:30:00

[관풍루] 예천군의회 사태에도 경북 23개 시·군의회 의장단 관광 성격의 베트남 연수 강행해 또 물의

○…예천군의회 사태에도 경북 23개 시·군의회 의장단 관광 성격의 베트남 연수 강행해 또 물의. 내 주머닛돈 안 나가니 욕먹어도 해외 구경은 하겠다는 심보.○…서울시 시무식에서 대통령 행사곡 '미스터 프레지던트' 연주 뒤늦게 알려져 박원순 시장 사과. 김칫국 마시고 예행연습도 했으니 옥좌는 떼어 놓은 당상?○…제주 검찰, 종교적 병역거부자 진실 여부 가리기 위해 '총쏘기 게임 접속' 확인한다고. 백 마디 말보다 진정한 '양심' 들여다보겠다는 검찰의 '신의 한 수'.

2019-01-11 06:30:00

권성훈 문화부 차장

[청라언덕]양두구육과 지록위마

시중에는 문재인 정부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 비꼬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이 말로는 뭔가 성에 안 찬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지난 연말 자유한국당 새 원내 사령탑이 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청(靑)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 국회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현 정부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험한(?) 사자성어를 동원해, 일침을 날렸다. 지역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이 사자성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점수를 80점 정도 줬다.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이 말은 현 정부의 이중성(겉은 선한데, 속은 거짓과 속임수로 꽉 참)을 드러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양두구육'의 유래를 살피자면,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 때의 남장 여인 스토리다. 영공이 궁 안에서 남장 여인을 만들어 즐긴다는 소문이 퍼져, 나라 도처에 유행처럼 남장 여인이 넘쳐났다. 이 소문을 듣고 영공은 왕명으로 남장 여인을 금지했는데, 영이 서지 않았다. 지혜로운 충신인 안자는 "폐하(陛下)께서 궁중 안에 남장 여인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금하시는 것은 마치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고 조언했다.'지록위마'(指鹿爲馬) 정권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사실(事實)이 아닌 것을 사실(事實)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만드는 의미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직원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이 폭로한 '청와대 각종 비리의혹 폭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발설한 '적자국채 발행 의혹 및 KT&G 사장 교체 부당개입' 등의 사태를 지켜볼 때, 현 정권과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지록위마'라고 미리 해석·판단을 다 내린 후에 메신저(내부 고발자)를 무차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지록위마'는 사기(史記)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얘기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陛下),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 이후 조고는 '말'이라고 긍정한 이들은 살려두고, '사슴'이라고 부정한 이들은 누명을 씌워 다 죽였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전 정권을 적폐로 몰아세워 휘둘렀던 서슬 퍼런 칼이 도로 현 정부를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라리 '견두구육'(개의 머리를 올려 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고 하면, 그나마 '양두구육'이라는 조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정부에 불리한 사건이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메신저나 내부 고발자를 공격하기보다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는 자세를 가질 때 '지록위마'라는 비꼼을 피해갈 수 있다. 적어도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부를 지향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단어조차 입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게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한다.

2019-01-10 12:20:11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책임회피

1917년 혁명 후 소련의 경제 혼란은 극심했다. 계급 청소로 기존 '부르주아 전문가'들이 쫓겨나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국영기업과 공장 관리자가 됐다. 생산량이 줄고 비용은 증가하는 등 경영이 극도의 비효율로 치닫는 것은 당연했다. 그 결과 사회주의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다.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스탈린이 꺼내 든 카드는 배신자들의 '사보타주'나 '손괴행위'였다. 소련의 붕괴를 바라는 내부 배신자들이 고의로 작업을 지연시키거나 산업시설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소련 경제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설명만이 정책 실패를 은폐하면서 경제 혼란의 원인을 꾸며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이런 시나리오에 따른 첫 공개재판이 1928년 '샤흐티 재판'이다. 1937~1938년 사이 3차례에 걸친 본격적인 숙청 재판에 앞서 열렸다고 해서 역사가들은 '예열(豫熱) 재판'이라고도 하는데 캅카스 북부 탄광 도시 샤흐티가 그 무대다. 당시 샤흐티 탄광에는 수십 명의 국내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석탄 생산량이 줄자 소련은 53명의 기술자를 기소해 5명을 총살하고 44명은 감옥으로 보냈다. 죄목은 기술자들이 혁명 이전의 광산 소유주들과 공모해 소련 경제의 사보타주를 기도했다는 것이었다.이로부터 2년 뒤에 열린 '산업당 재판'(Industrial Party)도 똑같은 시나리오에 의한 희생양 만들기다. 소련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소련 내에 당원이 2천 명에 이르는 '산업당'이란 지하 정당이 존재하며, 이들은 프랑스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파리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반소 러시아인들과 함께 소련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당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문재인 대통령이 8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왔는데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 지난해 말의 '언론 탓'의 연장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성과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성과 자체가 없다. 그 이유는 잘못된 정책이지 언론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프레임은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저급한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2019-01-10 06:30:00

[관풍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비서실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 강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비서실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 강조. 그동안 여론 등지고 쇠귀에 경 읽기에다 뒤죽박죽 했으니 원칙 소리 나올 법도….○…대구경북여성단체, "접대부 불러달라" 요구한 예천군의회 권도식 의원 사퇴 촉구. 거창하게 '공무국외연수' 들먹이더니 '세금 쓴 유람' 빼도 박도 못할 증거.○…20~44세 미혼 인구 급증하면서 2015년부터 일본 미혼율도 추월, 10명 중 서너 명만 이성 교제. 임을 볼 처지가 안 되니 뽕 못 따는 건 물어보나 마나.

2019-01-10 06:30:00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바모스(Vamos) 대구! 파이팅 대구FC!

올해는 스포츠 팬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스포츠사(史)에 남을 굵직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칠 일은 없다.2019년에 눈길을 끌 만한 국제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1월 프리미어 12(야구 국가대항전) 정도다. 7월에 세계수영선수권이 광주에서, 9월에 세계육상선수권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지만 한국 선수 입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아무래도 주목도는 떨어질 전망이다.하지만 대구경북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2018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오른 대구FC의 사상 첫 AFC 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이다. 간발의 차이로 티켓을 놓친 포항스틸러스까지 진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역 축구 팬들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다.더욱이 ACL 데뷔를 새로 문 여는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대구의 숨은 매력을 알려 침체한 지역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대구국제공항 운항 노선 확대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공교롭게도 대구FC가 속한 F조 팀들은 모두 대구에서 직항편이 없는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A리그의 멜버른 빅토리가 그렇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합류할 가능성이 큰 일본 J리그의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마찬가지다.오는 3월 12일 대구FC의 역사적인 첫 ACL 홈경기 상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세계 프로축구클럽(풋볼 월드 랭킹·9일 기준) 86위로 대구FC(96위)보다 순위가 높다. 이달 16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을 중국의 대표 공격수 가오린이 뛰고 있다. 또 멜버른 빅토리는 일본 축구 간판 스타인 혼다 게이스케의 소속 팀이다.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해외응원단 특수 대박마저 점쳐진다.그러나 아시안컵에서의 국가대표팀 선전이 ACL 흥행 호조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굴러들어온 복에 감탄만 할 때가 아니다. 애물단지 전락 위기에 놓인 대구스타디움의 향후 활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급하다. 무려 3천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지역 명소임에도 대구FC 홈구장 이전 이후에는 공동화가 불가피한 탓이다.활용 방안을 놓고선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의뢰로 대구교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구스타디움 등 공공체육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 시민 설문조사(9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다기능·다목적 복합공간으로 운영, 주 경기장 개방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종합생활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한다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란 스타디움 본연의 목적은 훼손된다. 시민 전체를 위한 공간 대신 인근 주민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모처럼 창의성을 발휘해 시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대구스타디움 활성화 묘안을 찾아 스포츠 행정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2019-01-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개 발에 편자

1991년 1월, 3주가량 유럽의 지방자치 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우리 지방자치 시대 개막을 앞두고 선진국 지방자치 실태 취재가 목적이었다. 1960년 12월, 3차 지방선거를 끝으로 맥이 끊긴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31년 만에 지방선거(1991년 3월 26일 기초의원 선거) 실시로 부활을 앞두면서 국민들 관심과 우려가 자연스레 지방자치에 쏠린 때였다.당시 유럽 출장에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각국의 지방자치 역사나 전통, 시스템이 아니었다. 바로 주민 대표이자 지방의회를 지탱해나가는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정치에 인이 박이고 정당 색이 강한, 특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낮에는 생업을 꾸리고, 저녁에 시간을 쪼개 의회에 나와 지역 현안을 토론하고 처리한 보통사람들이었다.그들에게 수천만원의 의정비나 수당은 꿈에도 없는 일이었다. 고작 메모지와 필기구, 홍보 스티커가 보상의 전부였다.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이 때로는 심야까지 의회 불을 밝혔고, 우리 동네를 바꿔나간다는 사명감이 건너뛴 저녁 식탁의 메뉴가 됐다. 그들은 약사나 제빵사, 편의점주, 대학생까지 거리에서 늘 마주치는 장삼이사였다. 유럽 지방자치의 힘은 이들의 상식과 교양, 이성과 합리가 작용하고 굳어진 결과다.지난 연말 미국·캐나다로 연수차 외유에 나선 예천군의회 사태가 뒤늦게 이슈가 되면서 연일 활자와 전파가 달아올랐다. 국민 혈세로 외유에 나선 것도 뒤가 켕기는 일인데 연일 술판을 벌이고 접대부 수소문에다 급기야 가이드 폭행 등 만행까지 벌였다니 이들의 추태에 국민 뒷목이 뻣뻣할 지경이다.이런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붙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금지' '기초의원제 폐지' 등 관련 청원만 여러 건이다. 몇몇 몰지각한 의원들 탓에 전체 지방의원이 앉아서 욕을 먹는 꼴이다. 그렇지만 예천군의원들이 보여준 수준이 바로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미꾸라지가 흐린 물'에 혀를 차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지금 지방의원 수준으로는 한국의 지방자치는 '개 발에 편자'다. 곪아 터지기 전에 서둘러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2019-01-09 06:30:00

[관풍루] 김정은 국무위원장, 7일부터 10일까지 4번째 중국 방문 일정 시작

○…김정은 국무위원장, 7일부터 10일까지 네 번째 중국 방문 일정 시작. 독도 도발 중인 아베 일본 총리, 남북 두 정상이 작년부터 바쁜데 왜 내 배는 자꾸 아프지?○…한국당 뺀 야당·민주당, 8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때 의원 정수 확대 목소리. 촛불 민심, 이번은 의원 정수 확대 반대하는 외로운 한국당 지지 촛불이요.○…예천군 의회, 해외 연수 중 안내인 폭행 물의에다 '접대부 요구' 논란 겹쳐 망신살. 군민, 자칫 단술처럼 달다는 '예'(醴)가 다른 나쁜 뜻 글자로 대체될까 두렵소.

2019-01-09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친환경 생활에 관한 오해들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165㎡(50평)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마트에서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지를 제공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3월 말까지 계도 기간)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마늘이나 양파는 수확 후 적절히 건조해서 보관하면 상당 기간 저장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양파나 마늘 까는 걸 싫어하니, 대형마트에서는 깐마늘과 깐양파를 판매한다. 미리 껍질을 까서 내놓으니 신선도와 저장성이 금방 떨어지고,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하려고 비닐 랩으로 둘러싼다. 이런 비닐은 금지 대상도 아니다.가을 무 역시 흙이 묻은 채로 저온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흙 묻은 무를 싫어하니 생산자들은 무를 박박 씻어서 내놓고, 그러다 보니 신선도가 금세 떨어진다. 그래서 또 얇은 비닐로 둘러싼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 한 환경보호는 난망한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에코백이나 플라스틱 장바구니, 일회용 컵 대신 권하는 텀블러에도 함정이 있다.(제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코백이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친화적이려면 130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이려면 1천 회 이상을 써야 한다.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반된 거리에 수송량(t)을 곱한 값을 말한다. 운반 거리가 멀수록, 운반량이 많을수록 환경을 더 많이 해친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좀 더 친환경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농약과 비닐을 사용해 채소를 재배했다면, 운반 거리는 짧지만 환경에는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농약과 농사용 비닐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해보면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짧다고 곧 친환경은 아닌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할 '친환경 가방'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을 쓰는 것이 곧 친환경 생활은 아니다.기업은 '친환경' 증표를 단 제품들이 몇 회나,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이나 컵보다 환경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제품의 유통기한처럼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친환경이고 뒤로는 환경을 더 해칠 수도 있다.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약 414장이다. 온 국민이 하루에 한 번씩 장을 봐도 연간 414장을 소비하지는 못한다. 결국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제공하는 운반용 비닐봉지가 핵심은 아니라는 얘기다.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하고, 그러자면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좇기 마련이다. 더불어 '친환경 제품'이 오염원을 다른 단계, 다른 장소에 전가하는 '가짜 친환경'은 아닌지도 알뜰히 살펴야 한다.

2019-01-08 17:20:29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촛불혁명은 실패했나?

2년 전 이맘때 신문을 펼쳤다. 주요 뉴스는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정유라 체포 등이었고 탄핵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월 7일에는 세월호 1천 일을 기념한 11차 촛불집회, 14일에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임에도 12차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불과 2년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금세 잊어버리는 한국인 특유의 냄비 기질 때문인지, 그간 경천동지할 사건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기억만큼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몇몇 친구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사회에서 제법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임에도, 그런 꿈을 꾸고 있었으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들은 1987년 6·10항쟁을 대학 시절에 경험했기에 변화의 욕구가 강렬했다. 이제 편법과 부정이 없고 노력하면 잘사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으니 철이 없다고 해야 할까.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 탄생 등 촛불혁명의 결과물을 두고 친구들은 환호했지만 필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 전리품을 챙긴 정치권의 권력욕과 무능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새 정부가 기득권층의 끝없는 탐욕을 제어하고 올바른 사회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의 표정은 어떠한가.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노래하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우울한 분위기다. 문재인 정권은 한마디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자랑하고는, 남북관계만 일부 진전시켰을 뿐, 무엇하나 고치고 개혁한 것이 없다.재벌 개혁을 한다고 떠들더니 감정풀이 비슷하게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공교육이 사라진 학교교육은 물론이고, 학생을 지옥에 빠트리는 입시 개혁도 손조차 대지 못했다. 검찰 개혁한다고 해놓고 '적폐 청산'의 첨병처럼 부리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 노조·시민단체 등을 우군이라는 이유로 옹호하기에 바쁘다. 일자리수석,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고는, 취업자 수가 더 감소한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과 자원을 총동원해야 함에도, 다른 곳에 이리저리 분배하고 같은 편 챙겨주다보니 마이너스 수치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현 정권은 촛불혁명의 과실만 따먹고는, 정신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정신을 살릴 생각조차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촛불 정신을 계승했다는 이들이 이렇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저 보수 세력 쫓아내고 '자리 옮기기' '이권 챙기기'에만 관심 있을 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능력도, 의욕도 없는 것 같다. 결국,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고도 노태우 정권을 탄생시켰듯,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한국의 불행이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잘하고 있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2년 전보다 팍팍하고 힘든 사회가 돼 있음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데, 헛웃음만 나온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죽 쑤어 개 줬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추위에 떨며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열망을 떠올리길 바란다.

2019-01-08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 권력

헬기를 타고 가던 사단장이 아래를 내려보다 거수경례를 하는 병사를 봤다. 사단장 왈(曰). "충성심이 남다른 저 병사에게 포상 휴가를 줘라." 뜻밖의 휴가를 얻은 그 병사, 사실은 헬기 소리에 하늘을 올려보다 눈이 부셔서 눈썹 위에 손을 올린 것뿐이었다.정권이 바뀌었어도 '청와대 권력'이 세긴 센 모양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토요일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육군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며 행정관이 육참총장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실무자급에 확인할 수 있는데도 나이가 30대 중반인 행정관이 예순을 바라보는 육군 최고 책임자를 불러낸 것이다. 청와대 권력을 보여주는 만남이다.만나게 된 과정도 문제이거니와 성격과 내용, 끝맺음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장성급 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에 육참총장이 청와대 행정관과 사전에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두 사람은 인사 자료를 가지고 장성 진급 인사 범위와 대상에 대해 논의했다. 만남에 동행한 다른 청와대 행정관은 장군 진급 심사 대상자였고 같은 해 연말 진급했다. 육참총장을 불러내 만난 그 행정관은 만남 후 군 인사 파일을 분실해 의원면직됐다.청와대 해명은 더 가관이다. 행정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군 인사 전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해 육참총장에게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했다.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똑같이 대통령 지침을 받아 수행하는 비서라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성 진급 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해당 행정관의 고유 업무가 아니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인사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한다.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 등 청와대 권력의 어두운 면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청와대의 권력 독점 현상을 지적한 정치학자 박상훈은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 청와대가 내각을 수직적으로 지휘하는 정부 운영 방식은 비(非)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가 보수판 청와대 정부라면 지금은 진보판 청와대 정부라고 규정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청와대가 얼마나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2019-01-08 06:30:00

[관풍루] 최저임금 정책 강행으로 연초부터 생활 현장에서 비명소리 빈발

○…최저임금 정책 강행으로 연초부터 생활 현장에서 비명소리 빈발. 경제 약자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 잡는 사태 속출. '사람이 먼저'라더니 정책이 우선이군.○…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앞두고 최대 주주인 대구경북은 인물난으로 들러리 신세. 타짜판에 주력 선수가 약하니 하우스 개장해 놓고 '광'이나 팔아야 하는가.○…인터넷 개인방송 '알릴레오'로 대박 난 유시민, 가짜 뉴스 바로잡는 유튜브 '고칠레오'도 공개 예정. 이제 정계 복귀 선언 위한 '나갈레오'만 남았네.

2019-01-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가지 않은 길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에서 숲속의 두 갈래 길을 보며 삶에 대한 희구와 인생행로에 대한 회고를 피력하고 있다. 두 길 중에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을 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이 시에서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는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인 한계를 시사했다.대권을 추구하던 정치인 안철수는 2015년 겨울 정치적인 변신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는 구절을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은근히 미화한 것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안철수는 어느 한 길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그의 삶이 송두리째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앞의 시장 자리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그는 거침없는 대통령 직행 코스를 택했다. 그로부터 7년 후에는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대권행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걸었던 정치 행로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만약 7년 전에 서울시장을 거치는 우회로를 택했다면 오늘날 안철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2012년 대선 때 안철수는 문재인과 같은 길을 간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정국에서는 서로 다른 길에서 맞섰다. 안철수의 좌절은 개인의 실패요 한 정치 세력의 위축으로 국한된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의 실패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라와 민족을 담보로 한 일방통행은 그래서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공동체의 합의를 통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지향성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못을 박았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이 선택한 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도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어느 길이든 후회와 미련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가서는 안 될 길'이어서 국가와 국민의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질곡으로 몰아넣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9-01-07 06:30:00

[관풍루] 손혜원 민주당 의원,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양아치 짓'이라고 악담

○…문재인 대통령 10일 신년 기자회견 열어 집권 중반 국정운영 방향 설명한다고. 자화자찬, 아전인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 복장 터지게 하려면 아예 말고.○…손혜원 민주당 의원, 모 역사학자 글 인용해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양아치 짓'이라고 악담. 돼지 눈에는 돼지, 양아치 눈에는 양아치 만 보이지.○…청와대, 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관계자 간담회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배제키로 하루 전 번복. 이렇게 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는 또 가려지는군.

2019-01-07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바보들이나 남 탓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스럽다. 모두 경제를 살리라고 아우성인데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유는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 때문이다. 요약하면 지금 우리 경제는 실패한 것이 아닌데 언론이 실패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대통령의 말이다.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떠오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술 더 뜬다.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건 오염된 보도 때문'이라 했다. 현재의 경제 위기론이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대기업의 이념동맹 결과물'이란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때로 돌려놓기 위한 작업'이라 규정했다.과연 그런가. 2018년 이후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멍청한 이론'(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아서 래퍼의 발언)의 실험장이 됐다.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이 유례없는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표는 넘쳐난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 34만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영업자마다 1명씩만 고용한다 해도 100만 일자리가 허공에 뜬 셈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세계는 호황을 누리는데 한국만 예외다. 20172018년 세계 경제가 각각 평균 3.7% 성장할 때 우리나라는 3.1%, 2.7% 성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2.7%는 미국 4.1%보다도 한참 낮다. 196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이 시작된 후 한국 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진 것은 1026 후인 1980년, 환란위기던 1998년과 촛불시위로 얼룩진 2015년 세 차례뿐이었다.이런 지표를 두고 남 탓, 언론 탓은 가당찮다.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을 쓴 미국 코넬대 출신 존 밀러의 지적이 따갑다.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과 맞는 것만 좇아가며 맞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갈등의 원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바보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결국 국가와 조직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남 탓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수필 '7명의 바보들'을 쓴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도 새겨봄직하다. '어제의 실수를 보면서 고치지 않는 사람'은 첫째 바보고, '자기 생각을 바꿀 용기가 없는 사람'은 셋째 바보다.언론은 민심의 전달자일 뿐이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한다. 언론이 있지도 않은 경제 실패 프레임에 가둔다고 국민이 따라올 리도 없다. 언론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그 본질이 지금 나라 경제를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유 이사장은 "이런 경제 담론을 주도하는 분들이 거짓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만나는 사람, 삶의 터전, 공부한 것, 주고받는 정보가 편향돼 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 탓이 안 되려면 이 말은 먼저 스스로를 향해야 한다.'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2019-01-07 06:30:00

최원제 대구광역시청소년수련시설 협회장

[기고]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

대구시의 청소년 정책 비전은 '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이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성장해야 미래의 대구가 튼튼해진다는 슬로건이다. 이 멋진 슬로건을 잘 구현하려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 지역 청소년이 쓴 글을 소개한다.'하늘을 날며 지키는 파일럿/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미식가/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을 모두 다 만나보고 싶어라/ 연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 한국의 말을 널리 알리고/ 가르쳐주는 한국어 선생님.'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지 적어도 다섯 가지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 청소년이 쓴 이런 글도 있었다.'최상의 경치를 제공하는 두바이 여행사/ 공사현장에 도움이 되는 중장비 운전기사/ 아, 인문계를 가야 하는데 성적이 낮아서 걱정이다/ 부모님 체면도 세워드리고 효도도 하고 싶은데/ 대학도 들어가고 싶어요 결혼도 하고 싶어/ 돈도 잘 벌고 잘 살고 싶어 착하게 늙고 싶네.'마찬가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체면도 세워드려야 하고, 현실적인 성공도 하고 싶은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잘 엿볼 수 있다.우리는 청소년의 부모로서, 또는 가족으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청소년을 대하면서 정작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을 나누는 일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 본다. 학교와 학원으로 바쁘게 쳇바퀴를 돌리면서 장래의 성공을 위해 황금 같은 청소년기를 그저 참고 희생하라고 격려(?)하고 있지는 않은가.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심은 각박해지며 취업난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공부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대부분 선거권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의 문제는 언제나 정책의 최후순위 또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9~18세 청소년은 2만 명으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27%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중학생 시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반면 일본에서는 14~19세 청소년이 범죄행위로 검거된 숫자가 1997년 1천 명당 17명에서 2016년에는 4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 이유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 교사의 체벌과 가족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부드럽게 변하면서 아이들 역시 어른들에게 맞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때마침 대구시에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청소년과를 신설했다. 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이다. 실제 내용 면에서 팀 구성이나 인력, 그리고 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어서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지역 청소년 정책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에 걸맞은 전향적인 청소년 정책을 기대해 본다.

2019-01-06 15:35:27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구미 한 초부의 꿈

'우리 구미도 전망이 좋은 지역에 탑을 세우고, 청백리 228명을 모시는 공원을 만든다면 좋은 교육용 관광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지난해 12월 연말이 저물 즈음, 필자에게 한 권의 책이 배달됐다. 이종원(83) 전 구미문화원 이사가 지난 2011년 12월에 엮은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라는 제목의 책이다. 스스로 '나무하는 늙은이'라며 '초부'(樵夫)라고 소개한 그는 243쪽에 이르는 책을 엮은 까닭으로 청백(淸白)과 청풍(淸風)을 앞세웠다.구미에 청백공원과 청백탑이 세워지면 기릴 인물 228인은 조선조 선산(구미) 등 전국 청백리 219명에 정약용 등을 더한 숫자라고 했다. 그가 사비로 책을 출판한 것은 "청백은 후대에 물려줄 훌륭한 문화유산"이라 판단해서다.동서양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책을 냈다는 그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그가 굳이 청백을 주제로 한 책을 낸 배경이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그가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터인 구미에 대한 국가의 청렴도 평가를 살피면 나름 이해할 만도 하다.정부 발표 청렴도에서 지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의 구미시 성적은 초라하다. 2009년 5단계 평가에서 세 번째인 보통 또는 3등급이 2015년까지였다. 특히 2012년 5등 꼴찌 성적이 2016년부터 반복, 내리 3년째 이어졌으니 말이다.그가 이런 비참한 뒷날의 결과까지 미리 알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 책을 엮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청렴도 평가 결과를 보면 그가 일찍부터 청렴과 청백의 강조와 관광 상품화를 주장한 일은 되돌아볼 초부의 꿈이자 안목이 아닐 수 없다.비록 내용과 편집에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세월 지난 그렇고 그런 종이 묶음에 그칠 수도 있는 책을 애써 소개한 까닭은 한 초부의 고향 앞날을 아끼고 걱정하는 한 조각 마음 씀씀이만큼은 그대로 묻어둘 수 없어서다. 또한 자신이 발을 딛고 머무는 터에 그만한 고민을 하는 초부가 새해에는 넘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아서다.

2019-01-0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히든 피겨스

시어도어 멜피 감독이 2016년에 발표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소위 '마이너리티'로 취급받아온 흑인 여성들이다. 인간 존재를 피부색으로 나누고, 여성이라는 굴레에 편견까지 덧씌워 차가운 시선으로 보던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감독은 앵글에 사실적으로 담아낸다.1960년대 초 미국 내에서도 흑인 차별이 가장 심했던 버지니아주에서 '흑인+여성'이라는 조합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일하는 공간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라는 점은 단순히 차별과 편견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 대척점 그 자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다른 재능과 꿈을 갖고 '백인+남성' 구도를 조금씩 허물고 영화 제목처럼 '숨은 영웅들'의 실화 스토리를 완성한다.이처럼 이중 핸디캡을 보기 좋게 극복해낸 이들은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매니저이자 전산 전문가 도로시 본, '인간 컴퓨터'로 궤도 비행 성공에 기여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엔지니어 메리 잭슨이다. 이들은 미·소 우주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숨은 공로자다.하지만 이들의 공적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흑인 여성'이라는 프레임 탓이다. 1958년 나사 출범 초기 고용된 흑인 여성들은 별도의 분리된 시설에서 근무할 정도로 극심한 차별을 받았다. 지금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이유다.미국 뉴욕주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한다는 소식이다. 뉴욕주 상·하원은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을 이달 중에 상정키로 했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을 맞아 뉴욕타임스가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여성 15명을 선정해 추모 부고(訃告)를 연재하면서 유관순의 삶을 재조명한 것이 계기다.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억압과 차별을 뚫고 치열하게 나아갔던 히든 피겨스, 숨은 영웅들의 귀환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2019-01-04 06:30:00

[관풍루] 국방부, 3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 강조

○…국방부, 3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 강조. 도둑 제 발 저리다고 지금껏 이를 안 믿은 국방부 사람도 있었다는 고백이군.○…인구 1천만 미국 조지아주,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한인 검사장 선정. 법조계, 사법 농단에 2만 명 법조인 자랑 말고 그에게 법 배우러 가세.○…대구경북신년회 인사들, 2일 "대한민국 재도약에 대구경북이 중심되자"고 다짐. 국민, 우리도 '힘들 땐 믿을 데라곤 대구경북뿐이네'란 옛 소리 다시 듣고 잡소!

2019-01-0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남 탓'만 하는 문 정권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델포이 신탁(神託)을 받아보고 페르시아를 공격했다. 신탁은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로 출병(出兵)하면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다"였다. 그러나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에 패해 리디아는 페르시아의 속주로 전락하게 된다.이에 크로이소스는 신을 탓했다. 그러나 델포이 무녀(巫女)의 대답은 가혹했다. "신탁은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크로이소스가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대제국이 페르시아인지 리디아인지 물었어야 했다. 신탁의 뜻도 모르고, 살펴보지도 않은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것이 옳다."이 이야기에 내포된 의미는 분명하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은 온전히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델포이 무녀의 말은 '거짓 신탁'에 대한 교활한 변명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대제국'이 페르시아라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확신한 잘못은 온전히 크로이소스의 몫이다.히틀러가 독소전쟁에서 패한 책임도 마찬가지다. 히틀러는 당초 작전 개시일을 1941년 5월 15일로 잡았으나 6월 22일로 연기했다. 그리스를 침공한 무솔리니가 대패해 돕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계획은 틀어졌다. 패배가 확실해지자 히틀러는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도움은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무솔리니를 탓했다.하지만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서쪽의 미국과 영국, 동쪽의 소련과 동시에 전쟁을 할 능력이 독일에는 없었다. 무솔리니를 도울 일이 없어 예정대로 5월 15일 소련으로 쳐들어갔어도 독일의 패배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경제 성과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을 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고용난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렸다. '남 탓'은 비겁한 책임 회피이자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다. 크로이소스는 무녀의 말을 전해 듣고 잘못은 신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문재인 정권에 이런 '내 탓'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인 듯하다.

2019-01-03 06:30:00

[관풍루]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 발언해 큰 논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 발언해 큰 논란. 아무리 부창부수라지만 착각도 유분수.○…문희상 국회의장, 2일 "대통령, 청와대도 초심으로 촛불 뜻 다시 읽어라"고 주문. 대통령은 언론 탓, 국회는 대통령청와대 겨냥하니 그야말로 사분오열.○…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 맞아 선열의 땅 대구경북도 기념사업 준비 박차. 독립선언서 뛰어넘는 대구경북발전선언서 발표는 어떨지.

2019-01-03 06:3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너그러움에 대하여

너그럽게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다양성의 사회가 됐지만 포용성은 줄어버렸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진 탓이라고 치자. 달리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달라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인데, 도무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정의이자 선(善)이고, 그에 반하는 것은 '불의'여서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다.가치 판단의 기준이 다른 것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도 있다. 물론 그저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만 포용성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현재의 상황, 특정 사건이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쉽사리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자신이 듣고 보고 배워서 옳다고 믿게 된 신념, 종교, 가치관이 하나의 집단의식 속에서 공통분모로 발현됐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지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전쟁, 학살, 인종청소 등 극단적 형태뿐 아니라 착취, 억압, 수탈 그리고 차별 등과 같이 지속적이고 때론 은밀한 형태로 이런 악행들이 벌어져 왔다.너그러움은 흔히 '관용'(寬容)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관용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라고 돼 있다.하지만 관용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우선 '남의 잘못'이라는 전제가 없고, '용서'라는 결론도 없다. '네가 잘못했지만 내가 봐줄게'라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잘못'과 '용서'를 고집스레 집어넣어야 한다면 중간에 들어 있는 '너그럽게'가 이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해서 나 자신도 인간으로서 근본적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폭력적으로 바로잡아 나의 가치관과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지난해 뉴스 지면을 가득 채웠던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 복무, 직장 내 갑질, 미투 운동 등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관용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적폐 청산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백번 인정하면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입시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개혁, 부동산 문제 해결, 경기 부양 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희망들이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런 희망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이른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탓이 아닌가에 대한 겸손한 자세의 반성도 필요하다.행여 위정자들이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봐 염려스럽다. 물론 그 반대도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는 신념의 문제다. 아울러 너그러운 관용의 대상이다.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9-01-02 17:32:1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새해 첫날의 '플랜B'

기해년 첫날 1월 1일을 관통한 키워드는 '플랜B'였다. 축구대표팀은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 대비한 플랜B 전술을 점검하는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랜B에 대해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운을 뗀 것이다.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은 플랜B 전략을 모색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아시안컵 2차전 이후 합류하는 까닭에 사우디전에서 대안을 찾으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플랜B를 얼마나 숙달하느냐에 대표팀 우승이 달렸다.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 대미(對美) 메시지는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일방적 양보는 강요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플랜B로 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핵 프로그램 재개로 풀이된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의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하는 조짐이 포착됐다고 했다. 미국 NBC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 양산에 들어갔고 2020년엔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지난해 11월 북한은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은 이 논평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찍어 누르면 북한이 미국 말을 듣고 수그리기보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 세끼 먹고 버티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축구대표팀에게 플랜B를 안착시켜 꼭 우승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플랜B로 갈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9-01-02 06:30:00

[관풍루]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문 정부, 세수 넘치는데 쓸데 없이 적자국채 발행 강요" 폭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문재인 정부, 세수 넘치는데 쓸데없이 적자 국채 발행 강요" 폭로. '미꾸라지 타령'에서 '삼인성호'까지, 다음은 무슨 반박 나올지?○…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 설문조사에서 32.2%가 '최저임금 정책 가장 잘못됐다' 응답. 일 서두르다 도리어 어렵게 해 '욕속부달'이라는 뜻.○…트럼프, 주한미군 분담금 "6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두 배 올려라"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3억달러 뭉텅 잘라내는 엉터리 계산도 '거래의 기술'인 모양.

2019-01-02 06:30:00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시작의 도시 대구경북'에서 다시 새 각오를 다진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연구원과 계명대학교 자율주행차 학생연구원들이 달성군 대구주행시험장에서 대구경북이 야심차게 주도하는 미래형 자율주행차과 함께 희망찬 내일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시작의 고장 대구경북' 브랜드로 키우자

대구경북은 '시작 도시'다.2019년 희망의 동이 텄다. 우리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그려본다. 꿈을 가져야 내일이 있다. 매일신문은 올해의 대경몽(大慶夢·대구경북의 꿈)으로 '시작 도시, 대구경북'을 제안한다.'시작 도시'!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구경북 역사를 톺아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시작 도시'는 과거 얘기 만은 아니다. 현재이며 미래지향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대구경북은 근·현대사에서 구국과 변혁의 발상지였다. 또한 산업화(대구 섬유산업·구미 전자산업 등)로 대한민국 경제를 일군 지역이다.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1907년)은 주권회복운동이며, 최초의 시민운동이었다. 이를 계기로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도 외채상환운동이 일어났다.우리 지역은 독립운동에서도 선봉에 섰다. 무장독립운동단체인 대한광복회가 1915년 7월 7일 달성공원에서 결성됐다. 경북은 전국에서 독립운동 유공자가 가장 많은(15.62%) '독립운동의 성지'로 꼽힌다.해방공간에서는 대구가 '한국의 모스크바'라 불릴 만큼 좌익 활동가와 노동운동 세력이 강했던 곳이었다. 대구에서 일어난 2·28민주화운동(1960년)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다. 이같은 역사로 볼 때, 대구경북을 싸잡아 '수구골통'으로 폄훼하는 시각은 부당하다.새마을운동이 시작됐고,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곳도 대구경북이다. IMF 외환위기 때 들불처럼 번진 금모으기운동의 발상지도 대구다. 또 대구는 지방분권운동의 불을 지핀 곳이며, 자원봉사활동 1등 도시로 꼽힌다.이런 이유로 '시작 도시'를 대구경북의 브랜드로 키우자는 주장도 있다.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는 "대구경북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한 지역이다. 근·현대사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꿀 만한 역사적 사건의 시초는 대구경북이었다"며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도시브랜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다른 도시, 다른 나라를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 우리의 장점을 살려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근·현대사를 이끌었던 대구경북의 저력은 새 시대를 여는 에너지로 승화돼야 한다. 시도민들은 대구경북이 4차산업혁명과 다원화 시대에도 '시작 도시'로 우뚝 서기를 염원하고 있다.이미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산업, 미래형자동차산업, 로봇산업, 신약 및 백신산업 등 신수종 사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지역 역량을 결집해 신산업을 선점하자는 게 목표다. 신산업 육성과 함께 섬유, 안경 등 전통제조업에 '스마트 혁신'을 적용할 방침이다. 전통제조업에 로봇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도 확대하고 있다.대구경북통합공항 건설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걸린 대형사업이다. 통합공항은 글로벌 물류산업과 세계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다.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은 대구경북이 좀 더 열린 태도를 갖고 세계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물산업 등 지역산업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글로벌새마을운동은 보수성이 세계화와 결합해 새로운 빛을 발한 좋은 사례다. 이제는 지역민들이 세계시민이라는 의식을 갖고 무대를 확장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100년을 선도하는 '시작 도시'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꿈은 이루어진다. 미국 시인 존 업다이크(John Updike)는 역설했다.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2019-01-02 06:30:00

재물과 복을 불러온다는 산돼지를 그린 민화 산돈도.

[돼지띠의 해] '지저분하다'는 선입견 버리면 복스러운 참모습 보여요

나, 저팔계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라 하시면 곤란하오. 돼지의 해라고 등장한 거니까 뜨악하게 여기진 마시오. 이때 아니면 내가 나설 일도 없소. 반인반저(半人半猪,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돼지)라고 등 떠밀린 거니 적당히 봐주오.곰돌이 푸우의 친구 피글렛이나 아기돼지 삼형제가 아이들한테는 유명하지. 그런데 신문에 나서서 이야기할 마땅한 돼지가 나밖에 없다나, 거참. 요즘 뜨고 있는 요괴메카드 '뻔도야지'한테 넌지시 떠밀었더니 정통성이 없다나.'손형'만 주구장천 찾았지만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남긴 강렬한 이미지도 있지 않겠어. 하긴 '서유기'라는 고전도 있으니 인지도에선 내가 갑(최고)이지. 국제적인 면모도 있는 내가 적임자이긴 하지, 꿀꿀, Oink(오잉크), 哼哼(헝헝), ブー(부).내 소개는 이쯤으로 하겠소.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해에 '돼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관용어로 쓸 정도로 벤치마킹해보고 돼지의 존엄을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길 바라오. ◆깨끗한 돼지, 반려동물이 되다.저팔계의 말처럼 돼지는 선입견의 피해가 크다. 원래는 비교적 깔끔하게 산다. 공간이 비좁을 뿐이다.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똥오줌도 가린다.독특한 축에 못 낄 만큼 반려동물로 입지가 오름세다. 주로 포트벨리 돼지, 혹은 미니돼지라는 반려동물로 알려진 소형 돼지다. 수명은 12~18년이지만 20년을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 기니피그도 많이 키운다고?이름만 보면 돼지겠지만 아프리카 기니 출신이 아닌 건 물론이고 돼지도 아니다. 가장 반려동물 느낌을 주는 귀여움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작 출신지인 남미에선 두 말할 것도 없이 식용이다."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걸 먹을 수 있냐"고 한다면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한 왕년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한 꾸러미로 묶인다.말이 나온 김에, 기니피그는 '꾸이(Cuy)'라 불린다. 숯불구이용이라고 꾸이가 아니다. 울음소리가 하이톤의, 굳이 의성어로 표현하자면, '뿌이뿌이'처럼 들리는데 남미에선 '꾸이꾸이'로 들렸다고 한다. 다시 돼지로 돌아오자. 돼지는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 대개의 목적은 식용이었다. 지금도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사랑은 '치느님(치킨의 극존칭)' 이상이다.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4.6kg. 어쩌다 한 번 먹는다는 쇠고기가 11.3kg, 닭고기는 13.3kg에 불과하다.1980년대까지는 농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줘가며 한두 마리씩 길렀다. 지금은 양돈농가에서 대규모로 사육한다. 문제는 경제성이라는 이름의 가성비다. 적당한 공간에 적당히 키우면 될 것을 비용 대비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간을 좁혀 놨다. 돼지가 움직일 수 없다. 면역력이 떨어진다. 자칫 병이라도 생기면 전염 속도는 빠르다. 결국 사달이 난 게 2010년 구제역이다. 식용으로 키우다보니, 삼겹살이 많은 고기를 위해 살만 뒤룩뒤룩 찌운다. 좁은 데 갇혀 있으니 똥오줌 가릴 묘수가 없다.막말로 화장실 없는 원룸에 인스턴트 배달음식만 먹으며 사람 8명이 1년 동안 산다면. 똥독 올라 죽는 건 시간문제다. 고양이 찬사를 늘어놓는 집사들이 있는데 고양이의 탁월한 변 처리 능력에는 그만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亥, 12년 만에 다시 온 돼지띠식용으로 사육되고 있지만 예로부터 친근한 동물이었다. 십이지지에도 어엿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겐 돼지띠, 일본에선 멧돼지띠다.기해년이 왜 황금돼지해인지는 한 번만 더 설명하자. 땅을 뜻하는 '기(己)'의 색깔이 노랑이고 '해(亥)'가 돼지니 노랑돼지, 즉 황금돼지라는 거다. 자칫 카레돈까스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나 황금돼지라고 해석하는 게 정석이다.십천간, 십이지지를 돌려쓰는 육십갑자 시스템에서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기해년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을 일이 많지 않았다. 국사 시간에 중요도의 표시인 별표를 쳐가면서 본 사건들만 간추리자면 '기해예송(1659)'과 '기해박해(1839)' 정도를 꼽는다. 돼지띠는 돼지의 이미지답게 다산의 세대로 인식됐다. 구공탄 학번으로 불린 90학번, 1971년생의 인구수는 실제 94만 4천여명(2017년 말 기준)으로 출생연도별 인구에서 가장 숫자가 많다. 사족이지만 그렇다고 인구수 2, 3위와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1968년, 1969년생도 92만명대다.인구가 많을 경우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동질감, 운명공동체의 유대감 같은 다소 비합리적인 결속력이 생기는데 이걸 등에 업고 대망론을 펼 만한 정치인이 1971년생 중에서 한 둘 정도 꼽힐 수 있지만 언론의 중립성을 지킴은 물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나열하진 않는다.외국인은 괜찮겠지. 캐나다의 훈남 총리 쥐스탱 트뤼도가 1971년생이다. 1980년대생들도 열폭(열등감 폭발)할 만한 비주얼까지 갖췄으니 1971년생들도 자괴감 갖지 말길. ◆재력, 다산의 이미지돼지는 체형 때문에 뚱뚱한 사람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 뚱뚱한 체형이 된 건 아니다. 사실 피하지방은 돼지고기 때문이 아니라 탄수화물 탓이 크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지금이야 비만이 질병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지만 밥 세 끼도 다 못 챙기던 농경사회에서 여분의 포도당이 아랫배에 피하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될 정도로 움직이지 않던 이들은 지주층 등 소수에 불과했다.2000년대 초반까지도 불룩 나온 배는 덕(德)이 쌓여 생긴 거라는, 지금으로 치면 목숨을 위협할, 농담이 먹혔다. 그러다보니 배가 나온 캐릭터는 부(富)와 덕, 그리고 자비의 상징으로 통했다. 1960년 탄생한 금복주의 복영감 브랜드를 떠올리면 얼추 맞다. 다소 뚱뚱한 체구에 얼굴은 터질 듯했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그림이니 뭐가 불가능했을까.복영감은 당나라 말기 승려 포대화상(布袋和尙)을 모티브로 삼아 넉넉한 이미지가 강조된 것이었다. 포대화상은 저잣거리에서 생활하며 큼직한 자루를 메고 다녔는데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탁발해 얻은 물건을 아이들에게 나눠줘 동양의 산타클로스라 불렸다고 한다.돼지처럼 뚱뚱한 체형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희망사항 같은 믿음은 꿈의 세계로 이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돼지의 고급 가치는 꿈의 세계에서 발현된다. '돼지같은 그 녀석'도 꿈에서 봤다면 괜스레 반가운 이유다. 돼지로 해몽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돼지꿈은 용꿈과 태몽이라는 점에서 급이 같다. 그러나 용꿈이 주로 태몽인 반면 돼지꿈은 재물운을 뜻하기도 한다. 로또 구입량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돼지가 등장한다고 모조리 금전운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꿈에 등장한 돼지의 상태, 심지어 표정까지 해몽에 동원된다. 표정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소액으로만 로또를 사자. 어차피 될 사람은 되니까.혹 피곤할 정도로 돼지에 쫓겨 다녔다거나 돼지가 돈사를 부수고 탈출하는 꿈이었다면 남은 채무가 없는지 확인하고 채권자를 경계해야할 꿈으로 풀이하는 게 합리적이다.

2019-01-01 19: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기부로 얻는 마음의 명예

대구·경북에서 알아주는 부자로부터 5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다. 시골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이 분은 경제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선 자치단체 의원으로도 족적을 남겼다.그와는 처가 쪽에 친분이 있고, 출입처에서 기관장과 기자로 만난 인연이 있다. 오래전 인사차 그의 회사에 들렀는데 손때 잔뜩 묻은 상품권을 건넸다. 만지작거린 흔적이 역력했다. 지역 사회에서 돈에 인색하기로 소문났기에 대접받은 느낌을 받았다.세월이 흘러 그가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내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하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다.그는 부인, 아들, 딸 등과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당시 가족이 한꺼번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옮기지 못했고 얼마 안 돼 그의 부고를 접했다.운명을 앞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게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생전에 좀 더 일찍 더 많은 기부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매일신문이 매주 화요일 연재하는 '이웃사랑'은 그 이전부터 '燈'(등)이란 컷으로 사회면 등에 실렸고,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독자의 성금 기탁이 이어졌다. 매일신문은 성금을 받아 신문에 실린 당사자들에게 전달했다. 1990년대 초 담당 업무를 맡은 기자는 성금을 받은 뒤 간이 영수증을 끊어줬는데 이를 받지 않으려는 익명의 독지가들이 많았다. 성금을 착복하거나 유용할 수 있기에 현시점에선 납득하기 어렵지만, 매일신문에 대한 공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현재 '이웃사랑'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를 통해 기부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연말연시 '기부의 계절'이지만 한파만큼이나 기부 손길이 얼어붙었다. 사회복지모금회가 시행(지난해 11월 20일~1월 31일)하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예년보다 낮다고 한다.증가세를 보이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도 지난해에는 줄어들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경북 가입자는 2017년 20명이었으나 2018년 14명에 그쳤다.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성금 착복과 유용 등이 뉴스가 되면서 기부금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탓도 있다.기본적으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높아지려면 경제 사정이 좋아져야 하고 기부 단체를 신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기부 문화의 확산이 더 필요하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선행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며 기부를 당연한 사회적 책임으로 여긴다. 기부로 즐거워하며 마음의 명예를 얻고자 한다.최근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무대는 개인에서 부부, 가족, 친구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그럼에도 아너 소사이어티를 비롯한 기부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숨어 있는 알짜 부자들의 통 큰 기부가 절실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의 기부 동참도 요구된다. 새해에는 내가 아는 이들의 기부 소식을 더 많이 접하길 소망한다.

2019-01-01 18:44:58

홍준표 기자

[취재현장] 개인 미디어와 민주주의

2018년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고자 국회 로텐더홀에 올랐다. 국회 안에 있던 모든 언론의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순간 내 눈은 조 수석이 아닌 다른 이에게 가 있었다. 현장에 개인 미디어가 나타나서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이따금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매단 채 '백블' 현장에도 등장했다. '백블'은 기자들이 흔히 쓰는 줄임말이다. 공식적 브리핑 외에 사안을 추가 설명하거나 부연을 위해 기자회견장 밖에서 행해지는 또 다른 회견인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이른다. 독자들이 매체를 통해 흔히 보아온 대로 종전에는 기성 언론 기자로 복도를 가득 메웠다. 국회 취재 현장의 변화상이다.최근 눈에 들어온 흥미로운 모습이 또 하나 있다. 지난달 18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가 문을 열었다. 첫날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었고, 같은 달 31일에는 1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구독자 수로는 주요 정치인 중 가장 많다. 최저 조회 수가 5만 건대, 대개는 10만 건을 훌쩍 넘기고 있다. 누적 조회 수도 4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31일에는 한꺼번에 1만2천 명이 홍 전 대표의 콘텐츠를 보기도 했다. 콘텐츠의 질은 차치하자. 성과만 놓고 보면 신규 채널치고는 대단한 수준이다.이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이 두 가지를 목도하며 19세기 말을 떠올린다. 1880년대 초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라는 송전 방식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직류에 의한 발전, 송전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직류는 먼 거리까지 송전하기에 전압이 낮았고 전력손실 문제로 3~5㎞ 거리밖에 송전할 수 없었다. 에디슨사의 연구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유도와 송전에 적합한 변압기를 내놓았다. 이는 도시 전체를 밝힐 만큼 넉넉한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할 수 있게 했다. 교류는 변압이 쉽고 고압으로 먼 거리까지 송전할 수 있었다. 에디슨의 필사적인 공격과 반론에도 불구하고 직류와 교류 논쟁에서 교류가 승리했다.최근 개인 미디어를 보며 '민주주의의 변압기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직류로 전달되던 정보 체계를 엄청난 파급 효과를 지닌 교류 방식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모든 뉴스를 전한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개인 미디어는 시청자가 '내가 보고 싶은 주제'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직류 방식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독점은 정계와 언론계의 힘을 키워줬다. 개인 미디어가 소비되는 플랫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세대, 지역을 넘어서는 공론장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더욱이 개인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못할 주제조차 없다. 과거에는 언론의 그물망에 걸린 주제만 공론장의 의제가 됐다. 이제는 수많은 스몰브라더에 의해 언론이 선별하지 않은 주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교류에도 고압이라는 단점이 있듯 개인 미디어도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겠다. 정치권 가까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기성 언론이 개인 미디어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지 자못 궁금하다.

2019-01-01 16: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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