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고(故) 이희호 여사,10일 별세하며 "하늘나라 가서 평화통일 기도하겠다"고 유언

○…고(故) 이희호 여사,10일 별세하며 "하늘나라 가서 평화통일 기도하겠다"고 유언. 대통령 남편(김대중)과 김일성·정일 부자 만나 김정은의 '핵 꿈' 없애 주실거죠?○…청와대 강기정 수석, "4월 임시국회 통과법안 0건, 추경안 48일째 심사 못해"라며 국회 비판. 의원들, 실컷 놀고 고액 월급 잘 받는데 당신이라면 일하겠소!○…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대구 수성갑 총선 출마설로 관심. 시민들, 다양한 대구의 여야 정치지형도 위해 다른 험지 출마'당선돼 대구 돕길 바라오.

2019-06-12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정년 연장 논의와 국가의 책무

최근 읽은 책이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120년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세. 의학 발달 속도로 볼 때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늘어난다니 사고나 특정 질환만 없다면 생물학적으로 100세를 넘어 120세도 불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이게 축복일까. 60세가 되면 싫든 좋든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만큼 앞으로 살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 2025년에는 전체의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반면 생산가능인구는 10년간 연평균 32만5천 명씩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감소 폭이 50만 명대로 커진다. 이 속도면 2050년에는 취업자가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게 된다.바꿔 말하면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60대 젊은 노인'은 일할 곳이 없는데도, 생산활동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든다는 얘기다.해결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 장년 퇴직자들은 퇴직 전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다.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은 생활 수준의 급락을 의미한다.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근로소득이 월등하게 높은 공공기관 및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으로 인해 여생이 엉망이 돼버린다.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기한 정년 연장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정년을 늘리면 국민연금 지급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복지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의 부담도 급증한다. 정년 60세를 지키는 사업장도 20%에 불과한데 다시 정년 연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지적도 당연하다.그렇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다시 70세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의무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기업 부담의 최소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력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다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가장 먼저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등이 고스란히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 반대 진영 상당수는 가진 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까 우려한다. 월급도 많이 받고, 보장도 엄청난 데 정년까지 늘려주는 것에 결사반대다.정년 연장 목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사회복지 강화에 있다. 정년 연장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직종보다는 정년 연장이 생존에 필수적인 중소사업장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9-06-12 06:30:00

경북부 전병용 기자

[취재현장] 구미형 일자리에 거는 기대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침체 길만 걷던 경북 구미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구미형 일자리 만들기에 ㈜LG화학이 6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2021년 하반기까지 구미5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5산단)에 건설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시장 수요·기술 경쟁력 유지를 고려했을 때 국내에선 완제품인 '배터리 셀'보다는 양극재 등 소재 공급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에 경북도와 구미시는 LG화학의 투자 입맛에 맞는 유치 계획도 내놓았다. 11일부터 경북도와 구미시, LG화학 등은 구미5산단에 배터리 양극재 생산 공장 신설을 두고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장세용 구미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때와는 달리 구미는 고임금 문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던 공장 건설 사업을 국내 투자로 돌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고무됐다. LG화학의 구미 투자는 구미형 일자리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 얻어낸 산물이다.구미는 올해 초 12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 실패의 쓴잔을 맛봤다.그만큼 구미 경제 부활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이 컸다. 비록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는 실패했지만, 구미형 일자리 사업에 LG화학이 투자하기로 결정한 만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먼저 구미형 일자리 사업 성공을 위해서 시민의 환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들불처럼 일어났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 운동처럼 시민이 합심해야 한다.또 구미시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친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구미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LG와 논의를 시작할 때 LG 측이 과거 구미에 대한 서운했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적이 있다"며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데다 마치 '갈 테면 가라'는 식의 행정이었다. 어떠한 요구를 해도 수용해 주지 않고 무관심했다"며 구미시에 일침을 놨다.또한 김 의원은 "LG가 정주 여건 개선에 관한 투자와 지원을 구미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LG화학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구미를 기업친화적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구미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해 왔지만, 김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LG화학이 구미5산단에 유치되기 위해서는 폐수처리장, 전력 공급, 부지 제공, 정주 여건 및 교육 환경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이제는 구미 경제 부활이 절박한 시점에 다다랐다. 이러한 시민들의 절박함에 구미시가 답해야 한다.구미시는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스톱으로 가장 먼저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어렵게 구미 투자를 확정한 LG화학이 구미 경제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도록 구미시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지원 사격에 나서야 한다.

2019-06-11 11:10:4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김원봉의 최종 목표는 김일성과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좌파들이 활개 칠 공간을 활짝 열었다. 그 공간에서 좌파들이 벌이는 언동은 이해 못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둔갑시키려는 기획도 마찬가지다.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그 기획이 이제 실행 단계에 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이 기획은 러시아 혁명의 주역 중 하나로 스탈린과 권력투쟁에서 패한 뒤 암살당한 레온 트로츠키의 복권(復權)운동과 빼닮았다. 진실의 왜곡이자 모욕이라는 것이다.1936년 숙청당하기 전까지 언행을 보면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도플갱어'였다. 1932년 그는 이렇게 썼다.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과업에 위배되는 범주를 설정하고 이에 위배되는 자유는 가차 없이 제거돼야 한다." 스탈린의 통치가 바로 이랬다. 반대자를 무자비하게 압살한 것도 스탈린과 똑같다. 1923년 크로시타트 수병들이 볼셰비키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며 봉기했을 때 진압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 트로츠키였다.이런 불결(不潔)한 과거는 1937년 미국 철학자 존 듀이가 이끈 국제 민간조사위원회의 모의재판으로 덮어졌다. 위원회는 1936년 소련이 궐석재판에서 트로츠키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적용한 반혁명죄를 무죄로 판결했다. 이때부터 서구 지식인들은 트로츠키를 민주적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다 스탈린에게 희생당한 불운한 혁명가로 세탁하기 시작했다. 이런 재평가는 1940년 그의 암살로 '확정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는 멋대로 상상해 만들어낸 것에 불과했다.그런 점에서 트로츠키가 권력을 잡았어도 스탈린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의미 없는 '역사의 가정'으로 치부할 수 없다. 마르크시즘 역사에 정통한 폴란드 출신 영국 역사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의 결론이 바로 그렇다. "트로츠키가 책임을 떠맡았어도 그의 권위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되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스탈린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했다…모두 자신만이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적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김원봉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항일 무장투쟁의 최종 목표에서 김원봉은 자신을 숙청한 김일성과 하나였을 것이란 얘기다. 그 목표란 한반도 적화(赤化)다. 김원봉을 '판에 박힌 공산분자'라는 고(故) 장준하의 결론, 6·25 남침 수행 공로로 1952년 김일성에게 최고 상훈(賞勳)의 하나인 '노력훈장'을 받은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그러나 좌파들은 "숙청당했으니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설(妖說)로 이런 증거들을 '물타기' 한다. 트로츠키가 스탈린에 숙청당하고 살해된 것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것으로 분칠한 서구 지식인 사회의 '몰(沒)지성'의 재판(再版)이다. 트로츠키는 권력을 놓고 스탈린과 다투었지 자유를 위해 다투지 않았다. 김원봉이 숙청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결과일 뿐 대한민국 건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했다. 김원봉의 항일 무장투쟁을 애국이란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좋다. 다음이 문제다. 그는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남침전쟁에서 공을 세웠다. 그것도 애국인가?

2019-06-11 06:30:00

[관풍루]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세계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 어려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부정적 전망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세계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 어려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부정적 전망. 말인즉, 성장 해법 없이 추경 등 세금 더 풀겠다는 소리네.○…"훈련 벅차다"며 장병들의 군단장 해임 청원에 재향군인회 "강군(强軍)은 군대의 본분" 입장문 발표. 맹장 밑에 약졸 없댔는데 어쩌다 이 지경….○…미국 양당 초선 의원들, 당 지도부가 10년째 동결된 세비 올리려 하자 나랏빚 걱정하며 급제동. 밥그릇 수로 누르면 눈치 보기 바쁜 한국 초선들, 잘 보고 배워!

2019-06-1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비선 실세

조선시대 상궁 김개시(金介屎)는 광해군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온 인연으로 왕의 신임이 두터웠다. 왕실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했는데, 드러내놓고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해악이 컸다. 대신들이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도리어 역공을 당하곤 했다. 광해군의 실정을 부추겼던 김개시는 인조반정이 일어나고서야 제거되었다.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정책 결정을 황후 알렉산드라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그 황후를 배후 조종한 인물은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었다. 최면술을 활용한 신비주의 종교인이었던 그는 황태자의 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황후에게 '성자' 대접을 받았다. 전쟁과 혁명의 경고음을 무시한 채 국정을 농단하던 라스푸틴은 귀족들에게 암살되었고, 황제 일가족의 최후도 성큼 다가왔다.진령군이라는 무당은 임오군란으로 충주에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환궁을 예언하며 국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궁궐에 들어와 정사에 관여하게 되자,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종과 황후를 쥐락펴락하며 매관매직을 일삼고 굿판을 벌여 국고를 탕진하는 요녀를 충신들이 목숨 걸고 탄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천출의 무당으로 군호(君號)까지 받은 진령군 또한 인과응보의 사슬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망조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운명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엉뚱한 여인이 무도하게 국정에 관여하면서 사익을 챙기다가 국가와 국민을 일대 혼란에 빠트린 일이 또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추가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정황은 참담하다. 누가 대통령이었는지…?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어찌 이 같은 근거 없는 샤먼과 하찮은 인간에 의해 농락당할 수가 있는가.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역사는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원한 재야(在野)운동가 장기표 씨는 '박근혜에게 최순실이 한 명이라면, 문재인에겐 열 명일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2019-06-11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기업을 춤추게 하라

잘사는 나라들은 일자리 호황을 즐기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 '더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전한 선진국 근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나라들의 일자리 붐은 '유례가 없을'(unprecedented)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반세기 만에 가장 낮다. 일본은 15~64세 사이인 생산가능인구의 77%가 일한다. 6년 사이 고용률이 6%나 올라갔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일하는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독일은 노동시장이 커지면서 세수까지 덩달아 늘어 즐겁다. 올해 영국인들의 총 근로시간은 550억 시간이란 금자탑을 쌓을 전망이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도 2005년 수준 이상의 고용률을 회복했다.소위 '3050클럽' 국가들의 일자리 성적표는 이렇듯 화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가입했으니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그 나라들의 성적표다. 하지만 한국만 쏙 빠졌다. 일자리를 두고 재앙 수준이라는 한탄이 쏟아지는 한국이 낄 자리는 없었다. 이래서야 자부심을 갖기 어렵다.잘사는 나라들(the rich world)에선 일자리가 양적으로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질도 좋아졌다. 구직난이 구인난으로 바뀌며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가 근로자들의 운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자리 호황으로 일터를 골라잡을 수 있게 된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소득을 나눠 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야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유례없는' 일자리 감소에 '글로벌 경제'니 '외부 요인' 탓을 하던 우리 정부도 이쯤 되면 머리를 쥐어뜯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나서서 책임지겠다는 이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국민 억장 무너뜨리는 소리를 연발한다.2년여 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쯤은 결과물이 나와야 할 때다. 그런데 오늘날 선진국이 누리고 있다는 일자리 호황이란 말을 듣도 보도 못했다. 거꾸로 기업들은 가히 엑소더스(대탈출) 수준이다. 너나없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는 급감하고 해외투자는 사상 최고다. 가동률이 떨어지며 불야성을 이루던 공단 지대는 불빛이 사라졌다.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줄여가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고, 기업인들은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잘사는 나라들의 일자리 호황은 기업을 춤추게 한 결과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고용은 민간 몫이라는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하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을 모은다. 감세를 하고 규제를 완화한다.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한다.기업이 춤을 추면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나게 돼 있다. 잘사는 그 어떤 나라도 정부가 직접 고용에 목매지 않는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보다 세금을 내는 일자리에 관심을 둔다. 소득을 늘려 성장할 수 있다면 가난한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통렬하다.3년차 정부가 여전히 2년 전 막춤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배우지도 않았고 소질도 없는 막춤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춤은 기업이 추게 해야 한다.

2019-06-10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정부, '시다바리' 될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부산말의 전 국민화에 큰 공을 세웠다."부산일보는 2006년 3월 기사에서 2001년 개봉, 최고 흥행을 올린 영화 '친구'의 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전국에 퍼뜨린 부산 사투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대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뱉은' 이 대사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을 시키는 동료나 후배에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덧붙였다.상업도시 부산은 해륙(海陸) 문화를 갖춰 개방적인 반면 조사 자료처럼 급함도 있다. 안전한 뭍의 삶터와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워 앞길을 뚫는 뱃사람들이 어울린 도시의 영향이리라. 모험과 도전적인 긍정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시다바리가'에 담긴 도전과 도발의 반항적 뜻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이를 4·19혁명과 10·26사태, 부마 항쟁, 부산 미(美) 문화원 방화사건 등과 연결, 부산이 지닌 '전복성'(顚覆性)의 한 단면으로 보는 연구 맥락과도 통한다. 즉 상업도시 부산 특유의 현상으로 볼 만큼 좋은 측면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으로선 비록 영화 대사이나 보도처럼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부산은 다른 모습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12월 대선 바로 밑에 터진 '초원복국 사건'이 그렇다. 장관 1명과 부산의 내로라할 관민(官民) 기관단체장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한 비밀 모임을 가졌다가 물의를 빚은 일로, 당시 나돈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한 나쁜 선거 활동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지금 부산의 지도자, 정치인이 목을 매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보면 '시다바리' 대사가 떠오른다. 과거 정부가 폐기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 여당 대표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을 뒤집는 부산의 작업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다.자칫 정부가 '시다바리' 될까 걱정이다. 영화 '친구'의 다른 대사 '친구 아이가'나 '우리가 남이가'처럼 한편 부드럽지만 잘못 쓰면 남을 베는 칼이 되듯, '내가 시다바리가'의 전복성도 그렇다. 급해 지나치면, 역사를 거스를 뿐이다. 모르고 그렇다면 안타깝고, 알고도 그러면 새 적폐를 쌓는 꼴이다.

2019-06-10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3국 국빈방문 차 서울공항 출발

○…문재인 대통령,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3국 국빈 방문차 서울공항 출발. 촛불 민심, 3국 돌며 꽉 막혀 꼬인 정치 꽝 뚫고 풀 답안 없이 오시면 각오하소!○…북한, 을지태극연습 두고 "우리를 주적으로 정해 벌인 도발적 군사연습"이라 비난. '북한=주적'이라 명기하지 않은 교재라도 보내 드릴까?○…대구, 대표 업종이 치킨집에서 커피전문점으로 옮겨가는 추세. 대구시민들, 대구 무더위로 얻은 '대프리카'에 커피 종주 대륙인 아프리카와의 절묘한 만남.

2019-06-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순한' 금연 광고

미국 치료심리학자 하워드 레벤탈이 파상풍의 위험성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일종의 '공포실험'으로 한 실험군에는 예방주사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을 주었는데 파상풍 환자 사진과 보건소 정보 등을 담았다. 반면 대조 실험군에는 간략한 안내문만 주었다.실험 결과 구체적인 안내문을 접한 피실험자의 28%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대조 실험군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고작 3%였다. 정보의 구체성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포 심리나 자극적인 정보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조사의 담배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끔찍하고 독한' 금연 광고에서 이달부터 흡연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호소형' 금연 광고를 시작해 효과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순한' 금연 광고인데 2014년 이후 정부의 '불편한' 금연 광고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이런 선례가 없지는 않다. 2015년 국립발레단을 동원한 금연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이 등장한 '담담한' 금연 광고도 효과를 봤다. 당시 70%에 가깝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줄담배 줄초상' 'Smoking Smokill' 등 줄임말로 흡연 폐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그렇지만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영상을 동원한 금연 광고가 여전히 대세다. 미국의 경우 흡연 질환자를 등장시킨 직접 화법의 금연 광고로 160만 명이 금연을 시도하고, 이 중 22만 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는 통계도 있다.현재 10억 명의 흡연자가 존재하고, 그 절반이 아시아에 산다. 국내에도 약 900만 명이 있는데 매일 159명이 흡연으로 죽는다. 흡연 문화가 계속 바뀌듯 금연에 대한 인식과 금연 대책도 한 방향에 고정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9-06-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참새와 똥철의 역설

18세기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아끼는 버찌를 참새가 종종 먹어 치우는데 화가 나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진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겨울눈과 새잎마저 성한게 없을 정도였다. 참새 사냥에 관한 최대의 역설은 1960년을 전후한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다.농공업 부흥을 위한 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를 적폐의 동물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결성되고 새총과 그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한 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커녕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하고 말았다.무분별한 참새 사냥의 결과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돌아왔다. 참새 박멸작전을 중단하고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들여오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마오쩌둥은 철강생산 증대의 구호 아래 마을마다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소형 용광로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에게 철 생산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부과하니 농기구는 물론 솥과 수저까지 고로에 넣고 녹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온게 쓸모없는 '똥철'이었다.당시에는 아무도 그 어이없는 폐해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부패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혁명가의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처한 혁명정권도 비현실적인 정책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역효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촛불혁명을 되뇌는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어떤가.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을 칼같이 줄이고 있다. 영화를 보니 너무 위험하더라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참사와 제조업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생태계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참새와 똥철의 데자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9-06-07 06:30:00

[관풍루] 르노삼성 노조 전면 파업에 반기 든 노조원들 절반 넘게 조업 참여해 파란

○…르노삼성 노조 전면 파업에 반기 든 노조원들 절반 넘게 조업 참여해 파란. 싸워도 형편 봐가며 싸우고, 비빌 언덕 없는 투쟁은 곧 빈털터리라는 그런 말씀.○…내년부터 고액 상습 체납자 최장 30일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제도 도입한다고. 세금 안 내기로 작정한 사람들 아예 통 크게 평생 공짜로 콩밥 먹이고 재워~.○…봉준호 감독 '기생충' 국내 개봉 8일 만에 관객 500만 명 돌파. 상 받은 영화 많았어도 반응 시큰둥했는데 '황금종려상' 이름값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

2019-06-07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그들만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은 2017년 8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로, 별도 가입 없이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누구나 청원을 제기할 수 있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올해 2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해신공항 반대 100만 국민청원운동'이라는 청원 글이 올랐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3개 자치단체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에 편승한 부울경 시민단체가 추진한 청원운동이다.그러나 3월 27일까지 한 달간 청원 기간에 참여한 최종 인원은 고작 4천905명. 100만 명 목표치의 0.5%에 불과한 수치로,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 명 동의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김해신공항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국책 프로젝트로, 2016년 6월 영남권 5개 시도가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합의했다. 지난 10여 년간 밀양(대구경북·경남·울산) 대 가덕도(부산)로 갈라진 영남권 신공항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차선책이었다.이후 국토교통부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난항을 맞았다.대통령과 여권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3개 자치단체장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과 여권이 다가오는 총선을 겨냥해 부울경 지역 '표끌이' 수단으로 1단계 김해신공항 백지화→2단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건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그들만의 정치 논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여권은 몰라도 결코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을 순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김해신공항 반대 청원운동이 철저하게 실패한 이유다.대구시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치로 내건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위원회가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 등 국가정책을 바꾸는 데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잘하는 일'이라고 답한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절반에 달하는 50% 이상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경남과 울산 지역민을 대상으로 김해공항 확장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김해공항 확장'(52%)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41.8%)을 앞질렀다.여기에 김해공항과 가덕도를 지역구로 둔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조차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되지도 않을, 돼서는 안 될 일(가덕도 신공항)로 돈과 시간, 국력을 소모하는 걸 중단하고 김해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무엇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에는 '대구경북'이 없다. 김해신공항 건설은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오랜 갈등 끝에 해당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한 국책사업이다. 대구경북은 5개 시도 합의 정신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절대 동의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 된다.

2019-06-06 17:27:26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협상

"낙원의 새를 잡을 수 없다면 비 맞은 암탉을 잡는 것이 더 낫다."협상에서 최선이 불가능하면 차선을 택하라는 뜻이다.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던 니키타 흐루쇼프의 말이다. 그는 좌충우돌하는 성격이었지만, 의외로 협상을 중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보다 먼저 개발해 핵전쟁의 공포를 안겨주며 '협박을 통한 협상'을 추구한 인물이다.협상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눈길을 끄는 관련 서적이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대통령의 협상'(위즈덤하우스 간)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무엇으로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부제만 봐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저자의 집필 의도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조 교수는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의 협상 원칙을 제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분석했다. 인세를 노무현 재단에 기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당연히 호평 일색이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타고난 전략가로, 문 대통령을 바둑으로 다져진 후천적 전략가로 칭했다.문 대통령에 대해 '협상 당사자의 태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중략) 문 대통령만큼 진정성 있고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과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문 대통령의 협상 능력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한 달 가까이 여야 대표 회담의 형식을 놓고 벌이는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은 누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겨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황교안 대표를 회담에 참석하길 바라는 것만 봐도 협상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피셔 교수가 제시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는 첫 번째 원칙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청와대가 경제가 급하고 추경 통과를 원하면서도 회담 형식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피셔 교수의 두세 번째 원칙 '협상의 목적, 즉 이익에 초점을 맞춰라' '상호 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와도 배치된다. 조 교수가 몇 년 후 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평가하면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2019-06-06 06:30:00

[관풍루] 정부가 '원전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

○…정부가 '원전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 자신 있는 과목 두고 어려운 과목 택하는 수험생 보는 듯!○…지난해 발간한 '경북대학교 70년사' 실종 사태와 함께 전임 총장 명예훼손 논란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라도 나서야 할 판.○…'홍카레오'에서 '끝장토론'으로 맞붙은 홍준표와 유시민이 북핵 문제를 두고 대립. 결국은 대한민국 운명이 김정은의 '인격'에 달렸다는 말씀?

2019-06-06 06:30:00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판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웠나

손흥민·이강인·류현진도 응원해야 하고 태극 낭자들도 지켜봐야 하고…. 계속되는 밤샘 응원으로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머릿속이 몽롱하다. 그렇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손흥민, U-20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은 데 이어 숙적 일본까지 격파한 어린 태극 전사들의 모습은 달콤한 잠도 아깝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삶의 활력소가 됐는데 '이거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벌써 걱정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초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대구FC 경기가 있어서다. 세징야·에드가·김대원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그런데 대구FC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불편해질 때가 있다. 유독 대구에게만 불리하게 느껴지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경기만 해도 그렇다. 대구 선수들에게 너무 경고가 쉽게 주어졌지만, 상대 팀의 과격한 플레이에는 별다른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수 정태욱 선수의 코뼈까지 부러졌지만, 파울은커녕 경기조차 멈추지 않았다. 결국 1대 2로 패배한 후 안드레 감독은 작심 발언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축구연맹에서도 이날 오심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심판에 대한 처벌은커녕 오심 자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팍'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에서 대구의 에이스 세징야는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심판을 향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홈 팬들은 경고 누적으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판의 어색한 미소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대구FC가 심판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승격 첫해인 지난 2017년에는 중요한 경기에서 2골이나 취소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에도 세징야가 억울하게 퇴장당하기도 했다.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스포츠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오심을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심판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자는 뜻일 게다. 심판도 사람이니 얼마든지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심이 편파 판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평한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고 부정이다. 과거에도 오심은 있었다. 그러나 생생한 TV 중계와 느린 화면 등으로 오심이나 편파 판정이 뚜렷이 보이는 시대가 됐다.지난해부터는 K리그에 본격적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됐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오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K리그에 찾아온 봄날은 한 방에 '훅' 가고 말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양 팀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판정은 공정하게, 경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스포츠 경기에서만큼은 그러했으면 한다.

2019-06-05 19:00:56

[관풍루]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마음을 보듬는 정부가 되겠다".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 마음을 보듬는 정부가 되겠다". 아하! 그래서 심사 6번 떨어진 좌익 전력 손혜원 의원 부(父) 국가유공자로 만들었군.○…올 1분기 경제성장률 -0.4%에 실질 국민총소득도 0.3% 감소. 이래도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청개구리들….○…국방부, "한미연합사 평택으로 이전해도 한미연합 방위 태세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 자체 판단인가, 더 높은 곳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했나.

2019-06-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일모도원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는 춘추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초나라를 정벌한 오자서가 원수인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직접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너무 심하다는 친구 말에 오자서는 "해는 저물려 하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이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북 문제와 경제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고 전망도 어둡다. 총선은 일 년도 안 남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쩍 강경해진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일모도원 심리의 표출로 보지 않을 수 없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 당·청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레임덕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을 할 정도로 권력 기반이 취약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에다 대형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 패배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패 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지방선거 패배, 민간인 사찰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문 대통령도 집권 3년 차 증후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수정 요구가 거세졌다. 툭 하면 비밀 유출을 일삼는 관료 사회는 무기력·무책임·무소신 등 3무(三無)에 빠졌다.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소통과 협치 대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독선으로는 3년 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자기 혁신의 논리로 가는 게 정도(正道)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리더십, 파격·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19-06-05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자동차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이유

'우회전하던 차량이 직진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났다.' 이 한 문장으로 교통사고는 정리된다. 우회전 차량 과실 80%, 직진 차량 과실 20%. 보험사를 불러서 사고 처리하면 딱 이렇게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틀림없다.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 동영상을 보거나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8대 2'라고 얘기했고, 항의 끝에 경찰서를 찾아가고 현장을 답사한 뒤에도 '8대 2'라고 했다.사고 당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로에 완전히 진입했다거나, 직진 차량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고 해명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무슨 노래 제목도 아니고, 보험사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무조건 8대 2야'를 외쳤다. '많이 억울하시겠지만 8대 2', '도로교통법상 어쩔 수 없이 8대 2', '조금 애매하지만 8대 2'.사고 직후 직진 차량 탑승자들은 병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양팔에 문신을 가득 새긴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우회전 차량은 시속 5㎞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피해도 범퍼가 긁힌 정도였다. 나중에 보험사가 알려준 사고처리내역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직진 차량의 대물 피해액은 렌트비까지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 3명이 받아간 합의금은 한 사람당 220만~250만원씩 700만원 정도였다.사실 사고 직후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벌점에다 범칙금까지 물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경찰관은 "알아보고 신고하지 그랬어요? 아는 경찰도 없어요?"라고 했다.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1.6% 인상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고, 올해 안에 세 번째 인상이 있을 수 있다. 장사도 이런 편한 장사가 없다. 손해 난다 싶으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이런 배짱 장사의 배경에는 여러 조력자들이 있다. 우선 번거롭고 귀찮다며 교통사고 신고 안 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누군가 보험사기 수십 건을 저질러도 경찰 사고 기록이 깨끗하다. 게다가 철저한 공무원 정신에 입각해 해당 사고만 법대로 처리한다는 경찰관, 교통사고 환자라면 봉이라도 잡은 듯 지극정성을 다 해서 온갖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얌체 의사와 한의사들도 있다.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천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이 중 자동차 보험사기는 41.6%(3천321억원)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동차 사고 진료 환자는 204만 명, 진료비는 1조6천586억원에 달한다.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천722억원에서 2016년 4천598억원으로 69% 증가했고, 의·치과 진료비는 1조1천512억원에서 1조1천988억원으로 4% 증가했다.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해마다 물가인상률 반영하듯 보험료를 올려도 아무 소리 못하는 순진하고 선량한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2019-06-04 18:30:00

유광준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냉정과 열정 사이

"정치 무대에선 삐치면 자기만 손해다. 잠시 선명함을 과시할 수 있지만, 그뿐이다. 다소 겸연쩍더라도 논의의 장에 비집고 들어가야 작은 이익이라도 챙길 수 있다. 최종 합의는 참석자 사이의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까지 챙기는 인심은 적어도 '여의도'(정치권)에는 없다."최근 만난 이상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며 한 말이다.국회로 돌아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설득하라는 취지다. 지금처럼 박차고 나간 자리에서 국회를 향해 손가락질만 해서는 원내 의석 113석의 제1야당이라도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는 훈수도 담겼다.한국당을 보면 대구경북이 떠오른다.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공을 들이다가도 빈정이 상하면 '됐다, 치아뿌라. 나중에 어디 두고 보자'로 응수하기도 하는 곳이다.협상장에서 손익을 계산하고 주고받기를 통해 지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섬세한 시도는 '쭈글시럽다'거나 '쪼잔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리는 세상인데도 '묻지 마 의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인공지진이 촉발한 것'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론이 나오자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후속 조치를 깔끔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은 법에 따라 움직인다. 포항지진 지원특별법을 만들어야 일이 풀린다. 청와대 청원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포항지진 지원특별법을 다루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역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예산을 아끼려는 정부와 '포항만 힘드냐'고 견제하는 타 지역 정치인을 어르고 달래며 실속을 챙겨야 한다.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구경북이 남다른 열정으로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동안 충청 지역은 냉정함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선택과 투표'로 지역 이익을 지켰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탄생 배경이다. 광주·전남도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하며 호남을 잡아 놓은 물고기로 취급하던 민주당에 경종을 울렸다.그칠 줄 모르는 적폐 논쟁과 경기 침체에 지친 지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심판론이 비등하자 지역의 정치 신인들이 대구 수성갑(김부겸)과 북을(홍의락)로 몰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별일 없으면 제21대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은 민주당이 여당이다.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김부겸·홍의락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선수를 더하면 여당 대선주자와 상임위원장이 된다"며 "야당의 어떤 후보가 여당 대선주자와 상임위원장이 될 두 사람보다 지역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민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지역 유권자들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2019-06-04 16:41:0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곡학아권(曲學阿權)

구소련에는 공산독재 체제를 비꼬는 '웃픈' 농담이 많았다. 다음 농담도 그중 하나. 1930년대 어느 해 소비에트연방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에서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치러졌다. 면접관: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첫 번째 후보: "5입니다." 면접관: "동지,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밖으로 안내됐다.두 번째 후보: "3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세 번째 후보: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방을 걸어나갔다. 이제 네 번째 후보: "몇이길 원하십니까?"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소련이 '지상 천국'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 현실의 왜곡을 지시하고 학자와 전문 관료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서글픈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학자와 관료의 이런 순응은 생존을 위한 체제 적응이자 승진·출세를 노린 '곡학아권'(曲學阿權)이기도 했다.소련이 심했지만 소련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 현실을 왜곡 선전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관료의 '곡학아권'은 고개를 든다.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행보가 바로 그렇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지자 2주 만에 "2, 3년 뒤면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며 말을 바꿨다. 2일 KBS에 출연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체적으로 보아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듯하다. 기자의 낯이 화끈거린다.

2019-06-0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부산의 꿈, 과연 누굴 위해선가

부산 사람이 달라 보인다. 지도자,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그들은 새로운 꿈에 젖어 있다.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걸맞은 새로운 수식어를 찾는 꿈이다. 그 꿈은 '내륙 수도 서울 다음의 부산'이 아니다. 정치, 경제 등 모두를 가진 서울 권력에 목을 매는 수동적 도시에서 벗어나 나라 정책조차 뒤집는 힘 있는 독립된 도시, '해양 수도 부산'을 만드는 것이리라. 꿈을 이룰 터는 바다의 가덕도 신공항일 듯하다.부산은 오랜 세월 수모였다. 강산의 끝자락으로 중심이 아닌, 역사의 주변이었다. 왕조 시절 도읍의 외딴 끝에서 왜구 같은 해양 세력과 제국주의 침략에 시달렸다. 땅끝이지만, 거꾸로 드넓은 해양 세계로 가는 출구였음에도 그런 지정학적 이점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조선조 끝 무렵부터는 경부선 철도와 부관(釜關) 연락선 등으로 일제 대륙침략 병참기지 노릇도 했다. 광복 뒤 북한 남침으로 부산은 다시 미군·UN군의 군사기지화 운명에 빠졌다.그래선지 부산 특유의 이적(利的) 감각은 유산이 됐다. 일찍 일본 왜관(倭館)을 통한 교역, 침략기 일본(상)인들의 유입에 따른 상업문화의 영향이리라. 한국과 중국 자원 수탈을 위해 깐 경부선 철도와 한·일을 잇는 부관 여객선으로 쉼 없이 오가는 상업세력과의 잦은 만남으로 생존과 이(利)를 좇고 이에 민감했을 만하다. 여기엔 정부 차별을 장사로 버틴, 개성 송상(松商)과 의주(義州) 만상(灣商)과 함께 이름을 날린 동래상(東萊商) 영향도 끼쳤을 터이다.부산의 이적 감각 유산은, 부산경남 배경인 조식의 가르침인 '마땅함' 즉 의(義)나, 대구경북 연고의 이황의 정신인 '삼가함' 즉 경(敬)과는 다른 성격이다. 같은 경상도 대구경북과 차별되는 부산의 이런 이적 감각은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 흐름과도 잘 어울렸고 부산은 무역 관문으로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감영이 있고 약령시로 국제도시 역할을 한 옛 대구와는 달랐다.부산은 이런 경제적 토대 위에 정치 자산도 쌓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대구경북 배경의 대통령 배출처럼 부산경남 바탕의 정치인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대통령의 등장이 그렇다. 개방적 문화로 정치색과 정치 지형도 대구경북보다 다양했다. 특유의 이적 감각 유산과 경제 토대 위에 쌓은 정치 다양성은 부산의 자산이다. 정경(政經)의 조화를 활용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응결된 힘이 두드러지는 까닭이다.그 주체할 수 없는 힘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분출될 만도 하다. 실제 그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책을 뒤집고 있다. 정부 결정 수용이라는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도 외면했다. 대신 부산·울산·경남 지도자는 똘똘 뭉쳤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응답하는 꼴이다. 여당 대표도 거들고 가덕도 신공항 반대의 국토부 장관도 입장을 바꾸니 가덕도 신공항을 통한 비상(飛翔)을 바라는 부산의 꿈은 점차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특유의 이적 감각을 앞세워 자신들 꿈을 이루기 위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다른 지역의 배려는 아예 없다. 지금의 이들 모습은, 이웃을 희생시켜 잇속을 채운 옛 나라의 악습과 다르지 않다. 뒷날 심각한 후유증은 자명하다. 이웃 사람은 희생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6-04 06:30:00

[관풍루] 고용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고용 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따로 없군.○…한국당의 '꼰대 정당 탈출 전략'에 영남권 OB 배제 발언 나오자 TK 노장들 총선 채비로 분주. 부대가 새로워진 게 없으니 술도 옛 술 타령이 나오는 것.○…내년부터 노인 48만 명씩 늘어나 6년 후에는 '노인 인구 1천만 시대'로 접어든다고.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이라는데 '노인 주도 성장'도 밀어붙이면 될 일….

2019-06-0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탈이 난 대한민국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탈이란 한 글자로 들여다보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보인다는 말이다.우선 돈·기업·사람의 탈(脫)한국이다.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이 478억달러(55조5천억원)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기업, 개인이 외국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세우려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등에 쓴 돈이다. 또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해외에 신규로 설립한 법인은 3천540개였다. 한국인 해외 이주자는 6천257명으로 2017년 1천443명보다 330%가량 증가했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에다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은 돈·기업·사람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다. 이 흐름은 가속할 게 분명하다.탈원전·탈동맹도 탈 자가 붙었다. 탈원전 부작용과 폐해들은 벌써 산처럼 쌓였다. 원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1년 6개월 동안 증가한 비용이 1조2천억원이나 된다. 치열한 고민 없이 졸속 결정한 탈원전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닥쳐올 부작용과 손실, 폐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한국·미국·일본 3국 동맹에서 사실상 한국은 탈동맹 상태다. 미국·일본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탈동맹 기류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일궈낸 한·미·일 동맹이 붕괴하면 나라의 장래를 담보하기 어렵다.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5명이다. 적폐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과 그 형량의 합이 역대 정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안에 대해선 검찰은 '탈탈 터는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미래 세대의 먹을거리를 빼앗고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빼앗을 탈(奪)이다.나라가 단단히 탈이 났다. 정치에서 비롯한 탈이 경제, 사회, 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해 온 나라가 탈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이다.

2019-06-03 06:30:00

[관풍루]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 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어려운 청년실업 생각하면 정년 연장은 결국 자루 없는 칼 쥐기.○…부다페스트 유람선 참사, 다뉴브강 수위 높고 물살도 빨라 실종자 수색 계속 난항. 누구보다 애타는 피해자 가족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손흥민, 2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날카로운 활약에도 아깝게 우승컵 놓치며 시즌 마감. 지금은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계속 꿈꾸면 현실이 될 날 오겠지~.

2019-06-03 06:30:00

[매일칼럼] 아첨과 독재

"천재적인 예지와 탁월한 영군술, 무비의 담력과 필승의 신념을 지니시고… 조국 통일의 밝은 앞길을 열어 나가시는 위대한 은인, 불세출의 영장.""우리의 희망의 등불이요, 국난 극복을 해결해 줄 구세주.""100년마다, 1세기마다 사람이 하나 난다 그러는데 건국 100년, 3·1절 100년(에) 나타난 분."언뜻 들어보면 이런 발언들의 화자(話者)나 대상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첫 발언은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추대 7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12월 30일 김 위원장을 한껏 치켜세운 선전 문구다.뒤 발언은 지난달 유림 단체 두 인사가 경북 안동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각각 던진 용비어천가다.기독교 단체를 대표하는 한 인사도 지난 3월 황 대표에게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 주셨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란 표현을 쏟아냈다.정치판에 아첨과 아부의 말이 판을 친다.60여 년을 세습 독재 체제로 이어온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 한국 정치·종교계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국내에서 일본 제국주의 치하와 독재 정권 시절, 아첨하고 알랑거렸던 교언영색의 모양새는 언론과 종교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우리나라 대표적 한 중앙 일간지는 1936년부터 5년 동안 매해 신년마다 일본 왕의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심지어 1936년 신년호에는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요지의 사설도 냈다.일제와 독재 정권 아래에서 권력이나 부의 찌꺼기라도 받아 챙기려고 횡행하던 행태를 50년, 100년이 지난 지금 이어가는 당사자들은 낯부끄럽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언론이나 종교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릴 때 독재 정권을 낳을 소지가 크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이 그렇고 나치 독일이 그랬다. 역사적으로 편향된 언론과 종교가 나팔수로 동원돼 독재 정권을 낳기도 하고, 거꾸로 독재 정권이 언론과 종교를 장악해 핵심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언론과 종교가 특정 정파에 편향돼 아첨을 일삼을 때 독재의 싹이 트고, 균형을 잡고 바른 말을 할 때 민주주의가 꽃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성싶다. 두 집단은 민주주의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역으로 국가 지도자나 회사 CEO가 아첨꾼의 달콤한 언사에만 빠져 지내다가는 나라나 회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황제 유선이 환관 황호의 아첨에 현혹돼 지내다 결국 위나라에 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들만 끌어안고 쓴 말 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내치면서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자초했다.아내에게 아부하고 남편에게 아첨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 윤활유가 되겠지만, 정치판이나 국가권력 주변에서 난무하는 아부와 아첨은 민주주의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요즈음이다.

2019-06-02 18:31:3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조강지첩?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일상 대화가 아니다. 1884년 미국 제22대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공식으로 채택한 구호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혼전 관계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맞받아쳤다.미혼인 클리블랜드는 젊을 때 과부와 관계를 맺어 아들이 있었고, 생활비까지 주고 있었다. 공화당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흠집내는 데 진력했다. "미국인은 창녀를 데려와 백악관 근처에 살림을 차릴 저속한 난봉꾼을 뽑지 않을 것이다."클리블랜드는 간신히 승리해 다음 해 백악관에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부가 친구 딸이자 27세 연하의 프랜시스(22세)였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과부인 프랜시스의 엄마가 신부인 줄 알고 있다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둘은 사이좋게 살았다.'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근엄한 교수 출신이다. 재임 중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인 이디스에게 열중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15년 1면 기사에 코미디 같은 오보를 냈다. "대통령은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이디스에게 '삽입'(entering)하는 데 보낸다." '즐겁게 하는 데'(entertaining)의 오자였다.미국인은 가정을 '사회의 기초' '가치의 원천'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동거녀를 세상에 공개한 용기 있는(?) 재벌 총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참석해 "저와는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말라' '동거인이 아니라 첩이다' '노소영 씨에게 회사를 넘겨라' 등등…. 공인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2019-06-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맹모학군지교(孟母學群之敎)

왕도정치를 표방했던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다. 한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가 곡을 하며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자, 시장 부근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놀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서당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그제야 맹자는 글을 읽고 예법을 논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었다.어머니는 서당 주변이 아들 교육을 위한 최적의 주거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오래 머물러 살았다. 이 같은 노력이 맹자를 유가(儒家)의 대학자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이다. 오늘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도 2천년 전 맹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명문 학군이니 위장 전입이니 하는 것들도 현대판 맹모들의 교육 과열에서 파생된 것이다.학교가 인접한 소위 '학세권' 아파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있는 곳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특히 자녀들에게 쾌적한 교육 여건이나 안전한 통학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막을 도리가 없다. 따라서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 발전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국토교통부가 최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문화센터와 의료시설을 확충할 것이라는 정주 여건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 맹모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책은 오로지 학교 유치뿐이다. 대구 동구청이 최근 신서혁신도시 교육 여건 개선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이다.동구청은 특히 안심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과 타지역 유출 등 교육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유명 사립고 이전이나 명문고 설립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구청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도 되게 하는 적극적인 교육행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노른자위가 빠진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책은 늘 속빈 강정일 뿐이다.

2019-05-3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 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국민, 말하자면 제1야당 끌어안지 못한 여당의 정치 무능 자기 고백.○…외교부, 30일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주미 대사관 소속 참사관 파면 결정. 유림, 침묵은 금(金)이고 입(口)은 재앙 부르는 문(門)이란 옛말 왜 몰랐던고?○…경북대, 지난해 5천500만원으로 '경북대 70년사' 펴냈으나 책을 본 사람은 없어 물의. 출판계, 돈만 삼키고 책은 없는 신출귀몰 출판 기술은 국제 특허감.

2019-05-31 06:30:00

박상전 서울지사 정경부 차장

[청라언덕] 황교안과 각설이

2007년 11월쯤이다.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였던 서상기 의원은 기자와 차를 마시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 한 통화에 황급히 외투를 걸쳤다. 2008년 총선에 나서려는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기자가 알기엔 행사 주최 측의 공식 초청은 없었다. '초청도 받지 못한 행사인데 왜 굳이 가려느냐'고 묻자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어데요. 각설이가 구걸하러 가는데 주인 허락 맡고 다닙니까. 무조건 가서 주인 기분 맞춰 주고 와야죠."'정치인=각설이' '주인=지역 주민' '구걸=득표 행위'로 표현한 명쾌한 비유였다.각설이는 통상 '있어 보이는 집'을 찾아 주인장의 기분을 '염탐'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타령을 목이 터져라 불러 젖힌다. 그렇게 주인의 흥을 한껏 돋운 후에야 겨우 찬밥 한 덩이를 얻을 수 있었다.정치인을 각설이로 보는 시선이라면, 득표 활동은 장소와 상황에 맞춰 최대한 실례되지 않게 유권자들의 기분을 맞추면서 진행해야 하는 법이다.그런 면에서 보면 경북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끝까지 '합장'을 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비판 대상이 될 법하다. 남의 집에 찾아간 각설이가 노래도 안 하고 주인의 흥을 돋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배고프니 밥 달라'는 일방적인 떼쓰기만 한 셈이 됐다.논란이 확산되자 황 대표는 뒤늦게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하지만 불교계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사과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이라고 가정해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합장 논란 발생 지점이 TK였다는 것은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TK는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자 불심 또한 강한 지역이다. 외연 확장을 꾀하는 한국당과 황 대표는 이번 '합장 논란'으로 자칫 집토끼까지 놓칠 위기에 처했다.곽대훈 대구시당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로마법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지키지 않을 거면서 왜 로마(사찰)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합장 논란이 벌어진) 영천 은해사를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 나을 뻔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합장 논란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나 핵심 이슈로는 더 이상 부상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황 대표의 '사과' 표명이 있기 전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운 주호영 의원은 "(사찰 예절을) 모르고서 안 했다면 몰라도 알고서도 하지 않았다면 문제"라며 "본인이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하려 해도 소용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다양한 종교가 성행하고 세대와 지역으로 다분화된 대한민국의 야당 수장이자 나아가 대통령까지 되려고 한다면, 국민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기꺼이 민초들의 눈높이에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2019-05-3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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