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부산, 본디 이랬지

대구(경북)와 부산(경남)은 본디 경상도의 한 울타리였다. 1392년 조선이 들어서고 경계가 정해지고 그렇게 482년(1413~1895)을 같은 공간에서 부대꼈다. 그래선지 민족이 가장 힘들던 약 35년간의 일제강점기 즈음 역사에 길이 빛날 의기투합의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482년의 세월보다 35년의 짧은 시기 벌인 경상도 사람의 값진 활동이 지금껏 조명되는 까닭이다.먼저, 부산이 구상하고 대구가 전국으로 불을 댕긴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다. 특히 일제에 맞서는 만큼 보안이 생명인 비밀결사 내 경상도 사람의 활동은 더욱 돋보인다. 1909년 대동청년단(서울), 1913년 대한광복단(경북 풍기), 1915년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대구), 1919년 의열단(중국)에 이르기까지 경상도 사람은 지휘자로서, 대원으로서 활약이 뚜렷했다.경상도 사람은 나라 찾는 일이라면 사상과 이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보였다. 이는 경상도의 진보성(손호철 서강대 교수)으로 나타났고, 광복 이후 해방 정국에서도 이런 높은 진보 지표는 이어졌다. 이 같은 유산은 뒷날 독재 정권에 맞서는 2·28 대구 학생민주화운동과 부산경남의 민주화 활동과도 맥이 닿는다. 한 울타리 경상도 사람의 의로운 발자취이다.1895년 이후 한 울타리를 벗고 경북(대구)과 경남(부산)으로 나뉜 경상도는 이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5개 시·도로 갈렸다. 분가에다 지방자치제로 경상도는 지금 어느 때보다 힘든 날들이다. 부산의 지도자가 앞서고 이웃 울산과 경남이 가세, 5개 시·도지사의 합의를 무시하고 국가 정책을 뒤집고, 반대하는 국토교통부까지 압박해 항복을 받아내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막무가내 재추진 탓이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국 시·도당 위원장들이 지난 9일 모였을 때 대구경북 시·도당 위원장들이 어려운 지역 사정을 꺼내며 부울경의 행동 자제를 호소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제라도 부울경은 자신들 이익만 앞세우지 말고 큰 틀에서 경상도는 물론, 나라 남부지역을 고루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야 한다. 본디 울타리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 그랬던 흔적만이라도 되새기면 해법은 그리 멀리 있지만은 않을 듯하다.

2019-07-12 06:30:00

권성훈 디지털국 디지털뉴스부장

[청라언덕]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의 마음으로

전 국민을 경악게 한 잔인한 살인(전 남편)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뉴스에 나올 때마다, 그 사실에 약간의 상상력만 더해도 정서가 메마르고 피폐해진다. 참혹하고, 비정하고, 살벌하고, 악마 같다는 생각마저 스친다.베트남 아내를 2살 아이 앞에서 무차별 폭행한 남편. 폭행 사유는 황당 그 자체. '맛도 없는 베트남 음식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다', '말귀를 못 알아 먹는다' 등 어이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반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다.두 가지 사건뿐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 또는 방송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고액의 보험금 타려고 가족 계획 살해 등)는 무섭기도 하고, 황당무계하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국민 정서도 이를 데 없이 황폐해진다.'이전투구' 정치판도 한 번 돌아보자. 여야의 싸움, 끝이 없다. 오로지 소모적 정쟁만이 계속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더 심해진 것은 권력 실세나 고위 공직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해졌다는 점이다. '야당(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는 이유로 특정지역(대구경북)의 핍박·홀대도 심해졌다. 고령의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되어도, 여전히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쳐다본다'는 말이 떠오른다. 현 집권 세력은 수많은 악재(드루킹,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의 목포 투기 의혹,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일본과의 외교 마찰 등)가 터질 때마다, 사건의 본질이나 진실에 접근하기보다 메신저(폭로한 장본인)를 공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정국'(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아마도 국회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되고,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타협이나 양보는 현 정치권에서 기대하기 힘든가 보다.우리 사회의 끔찍하고 황당한 사건 사고, 정치권의 아수라판 정쟁 등을 보면서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의 마인드가 필요한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스친다.요즘 "아~~~ 절마. 진짜 지밖에 모르네!"(경상도 사투리). 타인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마음속에는 자신만이 가득 차 있다. 99% 아니 100% 자신의 감정과 욕심, 악한 이기심만이 가득하다고 하는 편이 맞다. 그런 마음속에 국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마음속에 국익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릴 뿐이다.청와대를 비롯한 현 집권 세력, 그리고 제1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정 운영과 견제·대안 제시를 위해 '집단 지성'을 이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타협이나 배려, 양해, 양보 등의 단어는 잊은 지 오래다. 이익단체 같은 느낌마저 든다."마음속에 딱 절반, 50%만 자신으로 채우고 살자." 이것이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의 마음이다. 그래야 가족, 친구, 지인 그리고 타인이 내 속에 비집고 들어와 놀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 80% 이상 자신만이 가득 차 있어도, 삶의 넉넉함이 없다.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분노 조절 장애를 드러내기 십상이다.대통령부터 50%만 자신(집권 세력과 그 지지층)을 위하고, 50%는 국민과 야당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2019-07-11 14:26:05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착한 고무신

1960년대, 대구와 같은 대도시에도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아이들 시선은 온통 운동화에 쏠렸지만 막상 아이의 발을 차지한 것은 열에 예닐곱이 검정 고무신이거나 조금 더 깔끔해 보이는 흰 고무신이었다. 여름철, 고무신을 벗어 들고 학교 복도에 발을 내디디면서 햇볕에 그을린 발등과 묘한 대조를 이루던 발가락을 물끄러미 지켜본 기억이 생생하다.이런 결핍의 기억은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유년기의 맨발이 맞닥뜨렸던 따가운 햇볕과 땀으로 미끌거리던 발의 감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값싸고 질기며 간편했고, 때로는 반으로 접어 끼운 모래판의 장난감이 되기도 했던 고무신은 1960, 70년대라는 시대를 되짚어보는 기억의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삶의 소중한 한 대목이다.요즘은 우리 주변에서 고무신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공장에서는 고무신을 만들어내고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도시에서 고무신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따금 여행 중 찾는 사찰의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 정도가 전부다.이런 고무신이 맨발의 아이들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는 보도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최근 고무신 1천여 켤레와 교육용품을 동티모르에 실어 보냈다는 뉴스다. 고무신만 덜렁 보낸 게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울긋불긋하게 장식한 고무신을 멀리 동남아 섬나라의 산골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착한 고무신'이다.이는 맨발로 2~4시간 험한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돕자는 캠페인의 결과다. 비록 한 켤레의 고무신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이 담겼다는 점에서 소중한 우호의 선물인 동시에 대구와 동티모르를 연결하고 정서적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접점 중 하나다.고무신을 계기로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 초등학교를 짓고 교육개발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맨발로 커피콩을 줍는 아이들에게 고무신은 내일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간단하면서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뜻을 가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탐스(TOMS) 스토리와 착한 고무신은 좋은 짝이다.

2019-07-11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대외 의존도 낮출 주요 기업 간 공동 기술개발

○…문재인 대통령,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대외 의존도 낮출 주요 기업 간 공동 기술개발 등 당부. 먼저 발등에 붙은 불부터 끄고 나서 할 이야기.○…여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뒤 적격성 두고 상반된 입장. 검경, 종일 거짓말해도 검찰총장 되면 향후 범법자들도 따라서 거짓말하면 어쩌나.○…일본 치벤학원 학생 58명, 한일 갈등 속 올해 45년째 '속죄'의 한국 수학여행. 대구경북인, 부디 예부터 나눈 이웃 정(情) 깨쳐 두 나라 평화 잇는 오작교 되기를!

2019-07-11 06:30:00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비주류'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은 최근 매일신문이 실시한 '대구경북(TK)을 이끌어갈 대표 정치지도자' 여론조사에서 1위로 꼽혔다. 민주당 소속인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TK 정치인으로 시도민에게 각인된 듯하다.김 의원의 대구 입성은 입지전적이었다. 김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2012년 19대 총선 때 수성갑으로 왔다. 김 의원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출마한 것은 불가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패했고, 2014년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6년 3선 의원과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험지'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인물로 첫손에 꼽혔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돼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고,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다.하지만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행안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다 문 정부에 대한 지역 정서가 좋지 않은 탓이다. 문 정부의 'TK 패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PK·TK 간 10여 년 갈등 끝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타당성 조사를 하다가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충하기로 5개 단체장 간에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이 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미 예산 삭감으로 위기감을 느낀 시도민은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이제는 정말 올 게 왔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당연히 시도민의 원망 대상은 대구경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큰 김 의원이 타깃이 됐다. 지역에서는 김 의원이 행안부 장관으로 재직 시 제기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에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지역의 불만이 김 의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당신도 내년(총선)에 어렵지' 하는 질문을 받는다"고 썼다. TK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인해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대선주자인 그는 이제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김 의원은 대구시민에 의해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많은 시도민이 김 의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왜 신공항 이슈에 대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명성에 걸맞게 정부·여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4선 국회의원인 데다 행안부 장관까지 했으면 어느 누구보다 현 정부의 이 같은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도 나온다.김 의원을 보면서 결국 정치적인 힘은 다선이라는 경륜, 행안부 장관이라는 행정 경험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은 권력의 주류가 아니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주류 또는 실세가 아니면 화려한 경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주류 정치'에 의존하는 걸 보면 정권은 바뀌어도 정치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대구에서는 걸출한 비주류 정치인보다 여권 실세 인사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당 4선인 김 의원은 '비주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정치적 생명을 걸고서라도 대구경북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2019-07-10 17:40:11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표류

조선 성종 때 깜짝 놀랄만한 표류 사건이 일어났다. 도망간 노비를 찾아 체포하는 추쇄경차관으로 제주도에 부임했던 최부(崔溥)라는 관원이 이듬해 부친상을 당하자 배를 타고 급히 육지로 향하다 풍랑을 만나면서 중국 저장성(浙江省) 연안까지 표류한 것이다. 수십 명의 일행과 함께 14일간이나 해류에 몸을 맡긴 채 천신만고 끝에 상륙한 곳이 중국 닝보(寧波) 해안이었다.해적을 만나고 왜구로 몰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관직을 가진 조선의 선비임을 당당히 밝힌 그는 기어이 명나라 관원의 호송을 받게 되었다. 사오싱(紹興), 항저우(杭州), 양저우(揚州) 등 연안과 내륙의 주요 도시를 지나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황제까지 만났다. 조선인이 중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를 두루 여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산해관과 요동을 지나 압록강을 건너 6개월 만에 한양으로 돌아왔는데, 그 기나긴 여정의 기록이 바로 표해록(漂海錄)이다.1987년 정초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 김만철 씨 일가의 탈북 사건도 목숨을 건 표류를 통해 이루어졌다. 북한의 청진의과대학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가 처가 식구까지 포함한 일가 11명을 50t급 청진호에 태우고 북한을 탈출해 일본과 대만을 거쳐 25일 만에 남한으로 귀순한 사건이다. 청진항을 출발한 다음 날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가 닷새 만에 도착한 곳이 일본 후쿠이(福井) 외항이었다.김만철 일가는 불법 입국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귀착지로 밝혀 은연중 한국행 의사를 표명했으나, 문제가 복잡해졌다. 우리 정부가 공식 인도 요청을 했지만, 일본 조총련의 협박과 북한의 송환 요구에 입장이 곤란해진 일본 정부가 공해상 추방 방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제3국인 대만을 경유해 남한에 도착하게 되었다.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을 두고 정부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왼고개를 치는 국민이 숱하다. 애초에 북한 목선이 '표류'한 것처럼 브리핑한 것부터가 의문이다. 그리고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표현과 '깨끗한 오징어 배'의 모습, '칼주름 인민복' 등 납득할 수 없는 의문점이 적잖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에 이제는 민심이 표류할 판이다.

2019-07-10 06:30:00

[관풍루]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9일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不同視) 진단서 발급받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9일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不同視) 진단서 발급받아 국회에 뒤늦게 제출. 1982년 병역면제 기록은 삶아 먹었나 구워 먹었나.○…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목선 감시하지 못하고 제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변. 국방부 장관 책임 묻지 않은 것은 더 부끄러운 일.○…김현미 장관 "민간택지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 검토" 발언에 후분양 등 상한제 피해가는 꼼수 꿈틀. 미꾸라지 잡는데 망태기 하나로는 어림도 없다는 말씀.

2019-07-10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서울 언론과 중앙 관료에 비친 지방

최근 서울에서 중견 언론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가 5월 있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삭발식으로 옮겨갔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이란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본사 기능을 서울에 두는 것에 반대해 송 시장이 삭발 투쟁에 들어갔던 사건이다.갈등을 해결해야 할 광역자치단체장이 앞장서서 삭발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현대중공업은 그대로 울산에 남고 새로 만드는 지주회사만 경영 효율을 위해 서울에 두는 것인데 지역 경제 피폐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란 주장이었다. 지역 언론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시장의 삭발이란 행위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대 기업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기여한 건 상상을 초월한다. 본사가 울산에 있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령탑이 울산에 있어서다. 울산시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대중공업 수뇌부와 만날 수 있었다. 지주회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 사장이 개발과 생산에 관해선 결정권이 있겠지만 이제부터 지역 상생에 관한 결정은 '서울의 지주'가 한다. 울산이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조금 더 덧붙였다.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에 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의 모든 결정권은 서울사무소가 행사한다. 회장이 서울에 머물기 때문이다.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스코의 대(對)포항 투자 확대 요청을 위해 서울에 왔다. 짧은 면담에서 성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포항제철소장은 포항의 문제를 제철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높으신 회장님'을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게 했다고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지방에 있어도 이럴진대 지주회사가 서울에 있다면 아무리 특정 지역에 주력 기업이 있다고 해도 그 기업은 서울 기업이 된다. 자회사가 독립법인일지언정 사실상 생산공장화 되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생산공장의 대표가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조금 더 나갔다. 중앙 부처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는데 동의해도 서울 집중의 부작용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대부분 '그게 뭐 어때서?'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정부의 투자와 SOC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경영 여건이 좋은 곳에 자리해야 우수 인력을 확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재원을 또 투입, 불편을 없애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다. 객관적일 것 같은 서울 언론인들도 관료들과 다르지 않다. 지방분권,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은 경직돼 있다. 서울 언론에서 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예타면제를 통해 지역 SOC를 확충하는 것도 이들에겐 불만이다. 필요도 없는 곳에 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도별 예타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서울 언론 대부분은 '내년 총선용 선심행정'이라고 비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지방이 몰락하면 결국 국가의 재앙으로 이어지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어디 있건, 대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건 관심 밖이다. 이들에겐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지역민들이 갈등 유발 인자처럼 보일 뿐이다. 눈치 없이 열변을 토해 봤지만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 떼쓰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9-07-10 06:30:00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결기에 걸맞은 행동을 기대합니다

여기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알려진, 다른 하나는 처음 소개하는 이야기이다.#1.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 국회의원-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포문은 정태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북갑)이 열었다. 정 의원은 "11일에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의를 신청했다. 총리실에 김해신공항에 대해 물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뒤이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대구 동을)이 "최근에 영남권 신공항 관련해서 한 가지만 당부 말씀드리겠다"며 "과정부터 예산까지 정말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라도 공정하지 않게 김해신공항 계획이 취소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것은 총리실, 기획재정부, 청와대에 당당하게 절차부터 예산까지 지적해야 한다. 불공정한 일이 있다면 납득할 수 없다"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대구 달서병)도 "이 정권이 공항 문제를 이렇게 부도덕하고 불공정하게 하면 불복종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며 "가만히 있으면 대구시민, 경북도민이 피해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 지난달 24일 기자는 서울 언론사 기자 몇몇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통인시장 인근에서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구경북(TK)과 부울경이 갈등을 빚는 공항 문제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을 묻는 말이 나왔다. 영남권 신공항은 참여정부 시절 처음 언급됐고,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정책실장이었던 터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부울경이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이면 총선 공천도 끝나 여당 의원들이 더는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에게 줄 설 것이다. 공직자들도 집권 3년 차 인사가 끝나고 남은 인사도 없어 정권을 의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하세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 차원에서 시작한 논의인데 최악에는 영남권 전체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세월만 보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이처럼 TK 정치인들이 공항 문제를 두고 저마다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지역 의원들이 이번 임시국회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 재검증 논란'을 따질 계획이다.'웰빙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말을 듣는 지역 정치권이 오래간만에 결기를 세운 모습이다.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그다음 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 적극 지원' 카드를 꺼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부울경 단체장들이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마저 깨고 국토교통부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청와대와 여권, 부울경이 한 팀이라도 된 양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모습이 심상찮아서다.그래서인지 TK 정치권이 이번만큼은 대구경북 시도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과 치열한 행동, 뚝심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역 정치권이 "김해신공항 재검토 수용불가"라는 결기 어린 외침보다는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민심이 적잖음을 헤아리길 바라본다.

2019-07-09 17:02:5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싸구려 민족주의

2차 대전 종전 후 나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약 10만 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밝힌 이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독일 정부가 책정한 600억달러의 배상금을 겨냥해 '뻥튀기'했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인 노르만 핀켈슈타인이 저서 '홀로코스트 산업'에서 제기한 주장이다.유대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독일에 추가 배상을 압박했다. 대표적인 것이 '50년간 빈곤한 홀로코스트 희생자'라는 카드다. 나치 치하에서 강제 노동을 한 유대인 생존자들이 여전히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논리다. 유대인 단체는 그런 생존자가 25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신빙성이 의심스러웠지만 독일 정부는 요구를 들어줬다. 하지만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1904년부터 4년간 7만5천 명을 학살한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달랐다. 100년 넘게 침묵하다 2016년에야 사과를 했고, 1990년부터 나미비아에 상당한 공적 원조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경제적 배상도 거부하고 있다.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대인은 여론을 움직일 힘이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서구 특히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대학교수의 20%, 주요 로펌 변호사의 50%, 영화산업 관계자의 50%를 차지하며 주요 미디어도 상당수가 유대인 소유다. 할리우드에서 '쉰들러 리스트'처럼 유대인 학살을 조명한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나치의 유럽 집시 학살을 다룬 영화는 없는 이유다. 독일이 유대인들의 뻥튀기 배상 요구에 굴복한 것은 바로 이런 힘 때문이었다. 나미비아인은 이런 힘이 없다. 슬프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을 퇴출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급기야 여당 의원 입에서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싸구려 민족주의'일 뿐이다. 이런다고 움찔할 일본이 아니다. 이젠 이런 싸구려 민족주의는 버리고 일본을 움직일 힘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2019-07-09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잘못된 이념이 경제를 말아먹는 이상한 나라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힘들여 불린 재산을 탕진한 자손이 집안마다 한 명씩은 있다. 노름이나 술, 여자에 빠져 아니면 보증을 잘못 섰거나 투기로 살림을 통째 말아먹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재산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 재산을 몽땅 털어먹은 난봉꾼을 이르는 '파락호'(破落戶)란 단어가 오죽하면 국어사전에 나오겠나.집안에 부침의 역사가 있듯이 국가 역시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와 집권 세력이라면 물려받은 국부(國富)를 잃어버리거나 탕진하지 말고 잘 지켜 후대에 물려줘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재고가 남아 있어 피해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금수(禁輸)조치가 떨어지면 반도체 생산 중단 등 가늠할 수 없는 피해가 닥쳐올 게 분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급하게 일본으로 달려간 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발목이 잡힌 반도체·디스플레이 두 부문의 지난해 수출액만 따져도 176조원이나 된다. 수십 년에 걸쳐 공들여 쌓은 한국의 주력산업이 뿌리째 흔들릴까 걱정이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엔 일본 정부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 '자유무역의 챔피언'을 자처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은 매우 잘못됐다. 자유무역 질서를 위반한 것은 물론 수십 년간 다져온 한·일 양국 신뢰를 깬 부당하고도 치졸한 조치인 만큼 하루빨리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우리 정부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는 "그들(한국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대법원이 강제징용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대법원 판결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노골화한 '일본 때리기' 범주 안에 있다. '토착 왜구' '친일파' 등 일본 때리기에 대일 외교는 실종됐고 일본을 더욱 격분시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정부가) 감상적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에만 젖어 감정 외교, 갈등 외교로 한·일 관계를 파탄 냈다"고 한 것은 적확한 지적이다.수십 년에 걸쳐 쌓은 원자력산업도 원전에 대한 막연하고도 근거 없는 불안·비난에서 비롯한 문 정부의 탈원전으로 좌초하고 있다. 500조∼600조원에 이르는 원전 건설 시장이 활짝 열렸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전 기술력을 갖췄으면서도 탈원전으로 원전 수출 날개가 꺾였다. 100년 넘게 나라를 먹여 살릴 세계 일류의 원전 산업이 5년 임기 정권에 의해 붕괴하고 있다.시행 2년 만에 경제·고용지표를 망가뜨리면서 사망 선고를 받은 소득주도성장 역시 그릇된 이념과 비뚤어진 현실 인식이 결합해서 나온 잘못된 처방이다. 성장과 분배 모두에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탓에 국민 상당수가 고통을 당하는데도 이 정부는 정책 폐기는커녕 듣는 시늉조차 않고 있다.잘못된 이념에 경도돼 나라를 망가뜨린 대표적 인사가 조선 인조다. 명·청 교체기 실리 외교로 위기를 헤쳐나간 광해군을 쫓아내고 집권한 인조는 성리학에 사로잡혀 현실을 도외시한 사대주의 외교로 병자호란을 자초했다. 인조 자신은 삼전도에 나가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임금 자리를 지켰지만 호란으로 말미암은 참극은 백성이 모두 짊어졌다. 역사에서 배우고 깨닫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2019-07-09 06:30:00

[관풍루] 일본 경제 보복에 비상 걸린 청와대, 그동안 소원했던 대기업 총수들까지 불러 간담회…

○…일본 경제 보복에 비상 걸린 청와대, 그동안 소원했던 대기업 총수들까지 불러 간담회 가질 예정. 저지른 건 정부지만 책임은 기업이 알아서 지라는 뜻?○…민노총이 집회 현장 취재하던 기자들을 감금협박하는데도 경찰은 팔짱 낀 채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로 일관. 동병상련의 처지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대구 중구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각광받던 '김광석 길', 콘텐츠 부실로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20여만 명이나 줄었다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던 모양.

2019-07-0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한국과 일본의 전쟁

베스트셀러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년)에는 흥미롭지만 진부한 장면이 나온다.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자,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자신의 비행기를 몰고 적함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다.'명령을 따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뜨거운 남자의 가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차례차례 동해상에 불꽃이 피어났다.' 한국 조종사의 자살 공격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닮은 듯해 숭고함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대부분 가상 전쟁 소설을 보면 한국은 '정신력'과 '애국심', 일본은 '무기의 우월함' '기술력'을 앞세워 맞붙지만, 결국에는 정신력의 한국이 이긴다는 줄거리다. 이런 사상의 원류는 황당하게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다. 태평양전쟁 당시 최강국 미국과 맞선 일본이 '정신력'만으로 전쟁에 이길 것처럼 광분했지만, 결과는 아는 바와 같다.'한일 간 군사력 비교'나 '한일 간 전쟁 시나리오'는 밀리터리 사이트의 단골 소재지만, 몇몇 애국심에 불타는 네티즌을 제외하고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해·공군력의 열세는 물론이고 첨단 무기는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지스함만 해도 한국 3척, 일본 8척이고, 주력 전투기인 한국의 F15K는 40대, 동일 기종인 일본의 F15J는 200여 대다. 차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는 한국은 40대를 가질 예정이지만, 일본은 32대를 운용 중이고 5년 안에 147대를 보유할 예정이다.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책 '일본 자위대 그 막강한 군사력'에서 "일본 군사력은 중국과 비교해도 한 단계 앞선 첨단 무기들의 집합체"라고 했다.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까지 포착하는 세계 최고의 레이더 FCS-5, 중국 잠수함의 천적인 대잠초계기 P-1,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소류급 잠수함, 북한 김정은 위원장까지 살필 수 있는 10기의 첩보 위성 등을 갖고 있다.' 더구나 군사력의 기반이 되는 경제력은 한국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요즘 일본의 무역 제재와 관련해 반일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소수지만, 전쟁 같은 위험천만한 얘기까지 나온다. 감정적인 대응은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일 뿐이다. 반일은 '입'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악물고 실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2019-07-08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다시 끄집어 낸 영남권신공항 용역 보고서

2016년 6월 나온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는 방대하다. 분량만 3권 787쪽에 이른다. 보고서는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국제 입찰을 통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만들었다.앞서 영남권시장도지사협의회는 2014년 10월 2일과 2015년 1월 19일 두 차례 한자리에 모였다. 영남권 신공항 갈등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며 지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다. 진화가 필요했다. 5개 시·도 단체장은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은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도록 일임"하고, "정부의 입지 선정 결과 수용"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그 결과 ADPi가 2015년 5월 용역기관으로 최종 낙찰됐다. ADPi는 베이징신공항을 비롯해 두바이, 상하이 푸둥공항 등 100여 개 공항 설계 공정에 참여하고 공항 관련 프로젝트 수주만 700개를 넘긴 세계적인 업체로 평가된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전문성과 권위에 토를 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용역엔 5개 시도가 추천한 전문가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용역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장치를 더한 셈이다.정부는 용역비로 물경 20억원을 썼다. 잠시 거액 용역 논란이 일었지만 세계적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갈등을 그만 끝내자는 염원이 컸다. 결과에 대한 수긍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조사를 해야 했고, 독립된 해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이 제격이었다.ADPi는 기대에 걸맞은 보고서를 냈다. 분석 결과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이었다.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모든 전문적·보편적 지식을 이 한 편의 보고서에 쏟아부었다. 보고서를 받아 든 국토부 관계자들이 그 정교함과 전문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도 결국 승복했다.입지 평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연방항공청(FAA),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췄다. 일본 간사이공항 등 이전 공항 입지 선정 사례들을 무수히 벤치마킹했다.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를 따진 입지의 잠재성, 소음·문화유산 등 사회적 비용과 경제 환경에 대한 영향, 비용과 리스크 등 세부 항목을 일일이 찾아 계량화했다.그 결과로 나온 것이 김해신공항안이었다. 기존 2본 활주로에 1본을 추가하는 확장안이 805점을 얻었다. 압도적 1위였다. 2위가 밀양(활주로 2본 687점, 1본 686점), 가덕도(1본 619점, 2본 574점)는 꼴찌였다.이렇듯 어렵게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재검증 논란이 나오는 것부터가 소모적이다. 김해공항도 부산 강서구에 있고, 가덕도도 부산 강서구에 있다. 가덕도로 공항을 옮기면 대다수 부산 시민들에게 접근성은 떨어진다. 모든 울산 시민들도 더 불편해진다. 경남도 역시 다수인 북부에서의 접근성이 현저히 나빠진다. 보고서는 이 역시 잘 지적하고 있다.논란을 부를 때는 심사숙고해야 하고 논란만큼의 이익이 따라야 한다. '총리실 재검증' 운을 떼 논란에 불을 붙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읽어 보았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해신공항은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내놓은 최선안이다. 이보다 더 공정하고 전문적인 검증단을 꾸리고 결과를 뒤집을 자신이 없다면 욕심은 버리는 것이 옳다. 입지의 타당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이유로 지은 공항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2019-07-08 06:30:00

[관풍루]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 자리 놓고 "내가 하겠다" "6개월 더 하겠다" 다투며 내분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 자리 놓고 "내가 하겠다" "6개월 더 하겠다" 다투며 내분. 정당 지지율 20%로 여당의 절반에 그친 제1야당의 현주소.○…대한항공, 적자 이유로 10월부터 대구공항 등 지방 공항 화물 운송 중단 발표하자 지역 업계 비상. 온갖 갑질로 미운털 박히더니 이제는 양지만 골라 밟겠다?○…중국·동남아국가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하자 OECD 배출 폐플라스틱 한국 반입 급증. 재활용 후 90%가 쓰레기로 남는데 이제 전국 곳곳에 '쓰레기 산' 생기겠네.

2019-07-0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부산 정치, 정글인가

어느 지역 사람들의 특징을 흔히 기질(氣質)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장단점이 녹아 있는 그런 기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사는 곳의 숱한 환경과 요소가 버무려져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질에 대한 연구조사는 지역민들의 자긍심 앙양이나 정체성 확립과 같은 목적에 쓰이거나 다른 곳과 차별화하는 잣대로 삼기도 한다.그런 면에서 과거 부산 토박이 65명과 부산 거주 외지인 65명 등 대졸 이상 중산층 부산인 130명 대상의 조사에서 나타난 부산인 특징(응답자 112명)은 흥미롭다. 특히 이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울산과 경남도 정치인까지 동원한 부산의 정치 지도자의 행태와 비교하면 부산인의 특징과는 너무 어긋나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물론 이들 조사에서는 단점도 있지만, 부산 고유의 좋은 성격이라 할 만한 특성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손꼽은 반응은 '정이 많고, 의리가 있고, 뒤끝이 없고, 화끈하다'는 데로 모였다. 부산 사람과의 교류나 친교 기회를 가진 경험자는 이런 응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을 듯하다.하지만 부산의 행정, 정치 지도자의 최근 행동은 부산인 기질로 봐도 손색없을 좋은 특성과는 아예 먼 거리다. 정부의 김해 신공항 결정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3년 전 뜻을 모은 합의문조차 휴지 조각으로 만들 만큼 상도(常道)에서 벗어난 뻔뻔함을 서슴지 않는 일이 그렇다. 부산인의 좋은 기질 어디에도 없던 모습이다.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부울경 동남권 신공항 관문공항 검증단장)의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대구경북이 합의 위반을 지적하자 "남의 밥상에 배 놔라 감 놔라 훈수질"이란 막말까지 했다. 또 언론에 "대구경북의 반발은 명분이 없다"거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지원을 더 받기 위한 꼼수, 예산을 더 따내려는 의도"로 폄훼했다.문재인 대통령의 현재 권력을 믿고 설치는 부산의 정치 지도자 모습은 힘을 앞세워 약자를 먹이로 삼는 정글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이들이 휘젓는 지금의 부산은 여러 좋은 특징적인 기질이 사라진 정글인가. 정녕 그런가.

2019-07-0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양산과 반바지

2018-2019년 시즌이 끝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경기장에서 며칠 전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열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메인 스타디움이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을 임시 개조해 이틀간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른 것이다. 야구 관심도가 낮은 유럽에서 MLB 공식 경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른바 이 '런던 시리즈'에는 미국 동부지역의 최대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다. 이 두 팀은 MLB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구단답게 팀 색깔은 물론 선수들 개성 또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 예로 양키스는 매일 수염을 깨끗이 깎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불문율이다. 또 경기에 나서면서 치렁치렁한 목걸이 차림이나 유니폼 단추 하나라도 풀어헤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성향을 반영한 팀 전통이다. 2010년 그가 타계한 후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도 이런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반면 레드삭스는 선수 옷차림에서부터 덕아웃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양키스와 대비된다. 레드삭스 홈경기장의 상징이자 기형적으로 높은 좌측 외야 펜스의 별칭인 '그린 몬스터'처럼 선수들 행동거지나 스타일이 자유분방하고 유별나다. MLB 전체 30개 구단 25인 선수 명단 중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레드삭스다.마른장마 탓에 30℃를 넘는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폭염 대비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삼성, LG, SK 등 많은 기업들이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출퇴근을 허용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남성도 양산을 쓸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통념상 좀체 시도하기 힘든 일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개성을 떠나 규칙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는 비록 싫더라도 전통을 따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안 될 경우 상황에 맞게 변신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양키스의 예처럼 전통을 지키는 것도 미덕이지만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시도나 변신도 필요한 법이다. 양산 쓰기나 반바지는 더위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 부채는 되는데 양산은 안 될 이유는 없다.

2019-07-05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 오찬에서 "사회 통합에 기독교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문재인 대통령,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 오찬에서 "사회 통합에 기독교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그런 부탁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것.○…정의당,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을 "피해 의식과 망상으로 가득한 말폭탄"이라고 비판. 민주당 2중대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군.○…홍남기 경제부총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조치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지금까지 한 걸로 봐서 잘도 하겠다.

2019-07-0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공상(空想)

핵무기가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핵전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공포의 균형', 내가 핵 공격을 하면 상대방도 핵 보복으로 나를 절멸시킬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여기서 생겨난 전략 이론이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선제 핵 공격을 받아도 남은 핵전력으로 상대방을 보복할 수 있다면 핵무기의 선제 사용은 쌍방 모두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1970년대 이후 미소 간 '데탕트'(긴장 완화)는 이를 바탕으로 했다. 상호 절멸의 공포심 때문에 핵무기를 쌓아놓고도 사용할 수 없다면 이런 상태는 영원히 지속돼도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다르게 생각했다. 데탕트는 냉전을 영속시켰고 또 영속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데탕트를 소멸시켜야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우주에서 소련 핵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이 의도했던 것으로, 핵무기와 데탕트의 공존을 당연하게 여긴 시대의 통념을 깨는 정치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현실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수준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도하고 있었고 소련도 이를 알고 있었다.SDI에 대한 소련의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당시 유리 안드로포프 공산당 서기장은 레이건이 소련을 기습 공격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소련의 기술 수준이 더 우수했다면 레이건의 구상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번개회동'을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치켜세우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는 상상력의 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열망은 이해하겠지만 상상력의 발동만으로 평화체제가 온다면 얼마나 좋겠나?레이건이 보여줬듯 상식을 깨는 정치적 상상력은 상상하는 주체가 현실을 바꿀 힘이 있을 때만 변화를 낳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상은 '공상'이나 '망상'일 뿐이다.

2019-07-04 06:30:00

[관풍루]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3일부터 대구경북 206개교 등 전국 3천857개 초중고교 급식 차질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3일부터 대구경북 206개교 등 전국 3천857개 초중고교 급식 차질. 일하는 사람도 먹어야 하고 학생도 먹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공시지가 대폭 올라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작년보다 2조556억원 늘어. 세금 더 내도 제대로 쓰이면 입댈 게 없지만 엉뚱한데 줄줄 새니 문제.○…법원, 외국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한 한진그룹 일가에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형과 사회봉사명령. 돈 많으니 몸으로 때우라면서 또 상투적인 집행유예 처방.

2019-07-04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이해와 배려, 선진국의 품격

외국을 처음 나가 본 것이 대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어학연수라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목돈을 받아 8개월간 영국에서 땡땡이를 칠수 있게 된 것이다.굳이 뭔가를 배우려 하지 않아도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인생에 상당한 가르침을 남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개월간의 난생처음 외국살이 속에서 정말 선연한 충격으로 뇌리에 박힌 한 사건이 있다.그중 하나가 파업을 벌이고, 이를 대하는 영국인들의 태도였다.당시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영국 전체의 물류 기능이 완전히 멈춰 섰다. 대형마트와 슈퍼의 물건은 동이 났고, 주유소 저유고도 바닥을 드러냈다.먼저 놀란 건 화물차 운전사들이 파업을 벌인 이유였다. 이들은 '더 많은 월급과 복지 혜택을 달라'고 파업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쪼개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의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주장이었다.하나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 아득바득 다툼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한 정말 '경이로운' 파업 사유였다. 더구나 고액 연봉을 받는 여유 있는 이들이 아니라,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펼쳐 보인 파업 '철학'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와닿았다.파업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홈스테이를 하던 집에는 두 돌 된 아이가 있었는데, 태국 출신의 호스트마더는 "아이에게 줄 우유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반면 영국인인 호스트파더는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니 조금의 불편은 참고 견디고 응원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주변에 "왜 파업했냐, 불편하다"고 비난을 퍼붓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그때 한창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혈기 넘치는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선진국'이란 단어에 상당한 반감을 가졌다. 경쟁으로만 내모는 정부의 '세계화, 국제화' 구호에 질렸고, 그 끝무렵 벌어진 IMF 사태를 목격하면서 "대체 롤모델로 삼아야 할 선진국이란 무엇인가"는 의문이 깊었던 탓이다.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아, 바로 이런 태도가 선진국이구나"를 체감할 수 있었다. 노동을 대하는 그들의 가치와, 사회 문화 깊숙이 배어 있는 이해와 배려가 느껴졌다.사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분야를 막론하고 파업이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오는 단어는 '시민 불편'이다.다행인 건 지난 20년 세월 동안 우리 시민사회가 상당히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가자 언론은 '급식 대란'을 부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고된 노동을 하고도 9급 공무원 64%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의 현실도 알렸다.또 '불편이기보단 누군가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라 생각해달라'며 가정통신문을 보낸 교장 선생님에서부터, '불편해도 괜찮아요'라고 메모지를 써 응원하는 학생들을 보며 새삼 20년 전 문화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갈등과 반목의 숙제도 많이 남았다. 다만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가 이해와 배려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음을, 더구나 어린 학생들이 보다 넓은 포용력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도 그저 반갑다.

2019-07-03 19:26:24

[관풍루] 강경화 외교부장관, 2일 일본의 경제보복에 "상황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이라 발언

○…강경화 외교부 장관, 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상황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이라 발언. 국방부는 북한 '발사체' 정체 조사로 세월 보내더니 외교부는 연구로 허송세월?○…자유한국당, 20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원장직 두고 내부 갈등 격화로 감정 싸움. 국민, 서로 나라 위한다며 싸우겠지만 감투에 따른 곶감 빼먹으려는 속셈이죠.○…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난달 30일 부품 고장에 2분간 갑자기 운행 중단. 시민들, 지난해 계약한 싱가포르 모노레일 유지 관리 성공 수행 위한 실험은 아니지요.

2019-07-03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문산호 선원의 부활

1950년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한반도의 포성은 더욱 거세졌다. 전선이 남쪽으로 확대되자 전투 인력은 물론 운송 장비도 모두 전장에 긴급 투입되었다. 2천700t급 LST(상륙선) '문산호'도 그중의 하나였다. 문산호는 동해안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던 민간 수송선이었다. 그런데 6·25전쟁이 터지자 참전 장병을 이송하는 군용선이 된 것이다.그해 9월 문산호는 800여 명의 학도병과 해군 지원병들을 싣고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도착했다. 이른바 '장사상륙작전'의 모선(母船)이 된 것이다. 장사상륙작전은 인민군에 대한 기만전술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의 하나였다. 작전명령은 '장사 해안에 적전상륙, 보급로를 차단하고 후방을 교란하라'는 것이었다.그러나 때마침 동해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배가 암초에 걸린 가운데, 빗발치는 인민군의 총탄 속에 필사적인 상륙이 감행되었다. 10시간의 악전고투 끝에 고지를 점령하면서 보급로 차단과 교란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140명에 이르는 학도병이 꽃잎처럼 스러져갔다. 학도병뿐만 아니었다. 선원 10여 명도 함께 싸우다 총탄에 쓰러지고 파도에 휩쓸렸다. 그중에는 열아홉 살 소년도, 백일 된 딸을 둔 스물네 살 선원도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전사자 명단에 없었다. 선원들의 이름을 찾아 69년 만에 훈장을 안겨준 사람은 6·25 참전 용사로 문산호에 함께 있었던 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었다. 지난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6·25전쟁 장사상륙작전 문산호 전사자 서훈식'에서 해군은 바닷속에 잠겼던 선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참석한 유족들은 "우리 아부지 69년 잠수 타다 이제 올라와 빛을 보네"라고 했다. 국가는 이렇게 무심했다. 전사(戰史)에서조차 외면당했던 장사상륙작전 현장에 전몰용사위령탑을 세운 것도 살아남은 학도병 전우들이었다. 총성과 포연으로 얼룩졌던 문산호, 그리고 학도병과 선원들의 선혈이 낭자했던 장사리 해안을 기억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2019-07-03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인구는 늘지 않는다

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2019-07-02 17:18:38

김근우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몇 살까지 운전대를 잡으시겠습니까?

지난 4월 19일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의 한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놨다. 올해 87세인 전직 고위 관료 이이즈카 고조(飯塚幸三) 씨가 모는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시속 100㎞에 이르는 고속으로 횡단보도를 덮쳐 길을 건너던 여성(31)과 딸(3)이 그 자리에서 숨진 사고였다.백발이 성성한 피의자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경찰관의 부축을 받은 채 조사를 받으러 나타나 공분을 샀다. 그는 "가속 페달이 눌린 채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다. "고령인 피의자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숨진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마츠나가(松永) 씨는 영결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딸과 아내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사고를 계기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져 교통사고 희생자가 줄어들길 바라며 사진을 공개한다"며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운전을 하지 말아달라.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기사로 고령 운전자 문제를 짚어 나가며 독자들이 이런 의문을 갖길 바랐다. 신체·정신적으로 몇 살까지 운전을 해도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적어도 나이가 들수록 반응속도나 순발력, 시력 등 운전에 필요한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에 가깝다.2006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부터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 등록된 전체 면허 소지자 156만3천551명 가운데 약 10%인 15만3천263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지난 5월에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서 A(75) 씨가 순간적인 착각으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2명이 숨지는 사고를 일으켜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정부는 뒤늦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인지능력 진단 등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흐름이 그저 노인을 운전을 해선 안 되는 '잠재적 교통사고 피의자'로 취급하는 감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이는 결국 노인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예컨대 지난달 초 당진~대전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역주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이는 40대였지만, 조현병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결국 사고를 일으켰다. 고령 운전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부적격 운전자'를 걸러낼 실효성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작고한 기자의 할아버지는 80세가 되던 해까지 구형 '씨에로' 승용차를 몰고 '마실'을 나가시곤 했지만, 어느 순간 운전대를 놓으셨다. 브레이크를 살짝 늦게 밟아 정지선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모든 고령자가 이런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결국 사회문화를 바꾸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이다. 안전한 도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2019-07-02 14:21:08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집권플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첩을 통해 인물을 발탁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독서가 인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 인사'란 말까지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보좌관 등 많은 인사가 이런 방식으로 문 대통령 부름을 받았다.문 대통령의 '독서 인사' 원조는 조국(曺國)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2010년 책 '진보집권플랜'을 낸 조 수석은 이 책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문 대통령이 정계 투신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 끝자락에 '진보집권플랜'을 "아주 좋은 책"이라고 칭찬했다. 2015년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 수석을 발탁했다.'진보집권플랜'은 이명박 정권이 한국 사회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으로 진단하고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분노 표출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를 평가한 대담집이다. 2012년 혹은 2017년을 대비해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플랜과 함께 집권했을 때 써야 할 정책이 분야별로 망라돼 있다.조 수석의 그동안 행보에 대한 연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책 곳곳에 담겨 있어 흥미롭다. 조 수석은 "5년 임기 대통령 경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 따라서 초기 1, 2년 내에 진보를 위한 '제도적 말뚝'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 조 수석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안들이 오래전부터 그의 뇌리에서 잉태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 수석의 '제도적 말뚝'은 노 전 대통령의 '대못'과 닮았다. 조 수석 자신도 "노 전 대통령은 '대못'이라고 했는데 나는 '말뚝'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나오는 조 수석을 두고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 '조국집권플랜'이란 책이 이미 들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9-07-02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부울경의 그물에 걸린 권 시장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의 생떼가 점입가경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분탕질'을 놓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부울경의 요구가 관철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울경은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했으니,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떼쓰기가 결국 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국토부 관료들이 "2016년 결정된 국가사업을 되돌려선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청와대·여당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 공무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에 대해 애초부터 국토부를 패싱하고 총리실로 이관하는데 사활을 걸었으니 자신들의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여권 내부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다만 백지화 이후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가덕도로 될지, 다른 곳으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청와대·여당은 대강의 시나리오를 짜놓고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필자가 이 얘기를 듣고 '놀랍다'고 하지 않고 '흥미롭다'고 표현한 이유는 신공항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2월 문재인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검증' 발언, 3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 적극 지원' 발언도 있지만, 현 정권의 속성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현 정권은 '정권 유지'라는 지상 명제에 부합하는 일 빼고는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일'에 몰두할 뿐, 국가 운영의 원칙이라든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책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달콤한 꿈에 젖어 있는데 반해 대구는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에 온통 매달려 있다. 대구시는 몇 달 전만 해도 정부가 이전 후보지 선정에 아예 꿈쩍도 하지 않더니, 이제는 오히려 적극적이라며 즐거운 표정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방문 후 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권영진 시장이 잘해서도 아니고, 시민의 정성에 감동했기 때문도 아니다. 지역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는 길을 열려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부울경이 'TK는 TK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 공항을 하면 그만'이라고 논리를 펴는 만큼 대구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다.대구시는 엉뚱하게도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는 순풍에 돛 단 듯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야 무슨 일을 할까. 어디에서 나온 낙관론인지 모르겠으나, 대구의 미래를 망치는 길로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군위·의성에 들어서는 통합신공항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한다.권 시장은 이전 추진 작업을 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하기도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지만, 성향에 비춰 '계속 추진'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권 시장이 새로운 투쟁 방향을 세우고 공론을 모으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우환을 남길지 모른다. 공항 이전은 K2 부지를 팔아 짓는 만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한 템포 쉬며 대세를 관망하는 것도 지혜다.

2019-07-02 06:30:00

[관풍루] 트럼프 대통령,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에 투자 많이 한 재벌 총수들 칭찬하는 비즈니스 행보

○…트럼프 대통령,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에 투자 많이 한 재벌 총수들 칭찬하는 비즈니스 행보. 안에서 박대받는 기업인이 밖에서 칭찬 듣는 나라!○…일본의 첨단 재료 수출 규제 방침에 우리 경제 큰 손실 우려. 중국 화웨이 압력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처하라던 정부, 이번에는 또 뭐라고 할까?○…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불가' 예측이 빗나간 강효상 한국당 의원, "예상이 틀려서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변명. 달성공원 앞에 돗자리 깔 뻔했는데….

2019-07-02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기본소득 실험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모든 사람이 직장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단지 필요한 것은 소득일 뿐이다'고 정의했다. 노동과 일자리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의 예측대로 지금은 소득이 발생하면 일자리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노동과 실업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는 게 현실이다.눈에 띄는 예측이 또 하나 있다. '실업자는 고용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들은 보편적인 기본 생활비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본 생활비는 핀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험중 인 '기본소득'과 맥이 닿는다. "인공지능(AI)과 기본소득 도입은 인류 최대의 혁명"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기본소득 개념은 핫 이슈다.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최초로 실험한 사례가 핀란드다. 2017년부터 2년간 25~58세 장기 실업자 2천 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이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는 600~900명의 시민을 유형별로 나눠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고, 바르셀로나시도 950명에게 매달 1천유로를 지급했다. 알려진 대로 스위스는 2015년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반대표가 훨씬 더 많았다.청년실업이 심각한 우리도 기본소득과는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정책 실험이 활발한 편이다. 2016년 서울과 성남시가 도입한 청년수당, 올해 6월 말 전남 해남군이 도입한 농민수당이 그렇다. 해남군은 1만2천487명에게 연 2회, 각 30만원씩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봉화군과 청송군도 가구당 연간 5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기본소득의 전제는 빈곤과 실업, 소득 격차 등 문제점의 해소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재원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지급 규모나 방식 등에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고, 기본소득이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떻든 저성장·고실업 시대에 기본소득은 유용한 정책 대안임은 분명하다. 모든 복지 시스템은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의 불균형 해소가 출발점이다. 그렇다해도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실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9-07-01 06:30:00

[관풍루] 일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

○…일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 북핵은 묵인하면서 사드는 철폐하라니. 미국이 그랬다면 촛불시위감!○…국방부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절차에 동참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에 끌려가는 분위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박원순 서울시장과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서울 광화문 천막 철거 과정의 충돌 사태를 두고 검·경에 서로 고소·고발 경쟁. 언제부터 그렇게 법을 따졌지?

2019-07-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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