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다시 고개 드는 '추억의 감염병'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발열과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세를 보인 사스는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몇 달 만에 중국 대륙을 넘어 인근 국가로 확산됐다. 중국에선 5천3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사스 감염을 두려워한 중국 의료진들이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세계는 이 낯선 질병 공포에 떨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망자 없이 3명의 감염자만 발생해 국제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국에 비해 한국인의 사스 감염 비율이 낮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에선 한때 김치 열풍이 일기도 했다.국내는 이듬해인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는 감염병이 유행했다. 그러다 2015년 5월 사스의 사촌 격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추억까지 빼앗았다. 당시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며 186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사스는 세계적으로 8천여 명이 감염돼 그중 770여 명이 사망해 10% 가까운 치사율을 기록했다. 주로 중동지역이 발병 거점인 메르스는 치사율이 사스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았다.'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한다. 14, 15세기 흑사병 페스트가 휩쓸어 유럽을 중심으로 7천500만 명이 숨졌고, 1918년 처음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2년에 걸쳐 최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거 역병이 돌았다하면 기본이 1천만 명 단위였다.현대에 들어서도 1968년 홍콩독감으로 100만 명, 러시아 콜레라 80만 명, 2009년 신종플루가 2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과거 전염병이라 불린 '감염 질환'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웬만한 전쟁보다 많은 희생자를 유발한다.감염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명 복제가 가능한 만큼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도 사스와 메르스 파동에서 드러나듯 전염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홍역, 백일해, 소아마비 등 1950~80년대 예방백신 도입 이후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거나 퇴치 수준까지 갔던 '추억(?)의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재유행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국외 유입 감염병은 2010년 이후 해마다 400명 안팎으로 신고되다가 최근 1, 2년 새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았던 홍역은 해외여행, 외국인 입국 등을 통한 국외 유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산발적 홍역 발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 토착화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A형 간염 환자도 올해 벌써 1만 명을 넘겼다. 취약 계층은 20~40대 환자라고 한다. 20대 이하는 A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이 1997년부터 의무화되면서 항체를 지니고 있고, 50대 이상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자연면역이 많다는 것.지난해 말 대구 몇몇 종합병원은 홍역 환자로 홍역(?)을 치렀다.이들 병원에 걸린 '동구 주민 분리 진료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예방 분야 교수가 혀를 끌끌찼다. "동구 주민 떼놓는다고 홍역이 줄어들까요?"깨끗한 환경이 면역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위생의 역설'이 추억의 질병을 소환하는 것이 아닐까? 백신 접종이 근본 예방법이라고 한다.

2019-07-31 10:18:54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이러면 지는 건데…

'그들이 나의 건강을 좀먹었나 봅니다. 이러면 지는 건데….'저항시인 이육사.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나 17세 때 대구에 와 17년을 살았고, 1927년 10월 18일 터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사건으로 첫 옥살이를 했다. 이후 열 여섯 번이나 더 붙잡히고 옥에 갇혔다. 1944년 1월 16일 중국 북경 감옥에서 40년 삶을 마칠 때까지 17차례나 체포 투옥 고문으로 온몸은 만신창이였다.그의 이런 독백은 최근 발간된 고은주의 소설 '그남자 264'에 나온다. 시와 글을 통한 항일로는 모자라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원이 되어 무장투쟁으로 독립의 소원을 이루려 했던 그였다. 그러나 고문에 망가진 몸을 어찌할 수 없어 경주 한 사찰에서 요양할 때, 위로 방문한 서울의 한 서점 여사장에게 한 말이다.그의 신음처럼 일제는 그랬다. 한국을 삼키고 먼저 한국인의 건강한 신체를 망치고 좀먹는데 나섰다. 매일 새 법령을 냈고 어긴 한국인을 처벌했다. 한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새 법(조선태형령)으로 다스렸다. 볼기를 때려 불구로 만들기 일쑤였다. 항일 뜻을 꺾고, 감옥도 덜 늘려 돈을 아낄 수 있었으니 딱이었다.고문은 더했다. 혹독하고 악명 높았던 고문에 대한 공포는 착한(?) 한국인이 독립운동가를 밀고하게 만들고, 배신과 변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이었다. 중국에서 의열단에 가입, 군사교육을 받고 귀국한 뒤 이육사가 또다시 붙잡힌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가까운 처남의 자수 때문이었으니 말이다.'그남자 264' 속 이육사가 고문과 악형으로 끝내 목숨을 잃는 과정은 최근 벌어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날, 한국인 몸을 망쳐 재기할 수 없도록 만신창이로 만들 듯, 이제 일본은 한국 경제의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상처를 덧나게 하여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자 하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지금, 분명 옛날과 다르다. 한국의 겉은 건강하다. 속조차 그럴까. 경제, 소비도 그렇다. 올해 상반기 일본 차 3만 대 수입에 한국 차 수출은 32대였다. 차뿐이랴. 일본에 기대 우리 산업 체질과 맷집을 키우는 데 소홀하고 경제 독립의 뜻을 느슨히 한 결과이리라. 일본인 200만 명이 한국에 올 때, 일본을 찾는 700만 명 넘는 한국인에게 묻고 싶다. '일본 NO'라고 외치기만 하면 될까.

2019-07-31 06:30:00

[관풍루]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이 잘 하는게 문재인 정권 욕하는 것 말고 뭐 있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이 잘하는 게 문재인 정권 욕하는 것 말고 뭐 있나?"고 맹비판. 정권 욕이라도 제대로 잘했으면 이 꼴이 났을까.○…대구시, 출장비 부정 수급한 각 구청 공무원 무더기로 적발해 환수. 푼돈 챙기려다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못된 버릇 고치시길….○…한국 노동생산성, 일본보다 20%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노동생산성 높이는 것이 진정한 극일(克日)일 텐데 강성 노조 때문에 가능할까.

2019-07-31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쓰레기 산'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의성'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의성 쓰레기'가 나온다. 빙계계곡, 자두, 마늘 등 청정자연과 특산물로 이름 높은 경북 의성이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산'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CNN까지 보도한 10m 높이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 때문이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처리에 나섰지만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수년째 방치한 쓰레기 산은 좀처럼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전국 235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가 12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버려진 분량까지 합치면 200만t이 넘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민간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0만~30만원 정도. 120만t을 전량 소각 처리하려면 최대 3천600억원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확보한 추경은 313억원에 불과하다.전국에 쓰레기 산이 넘쳐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고,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처리 시설들이 여러 이유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t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t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1.9㎏)은 벨기에(85.1㎏)에 이어 세계 2위로, 미국(48.7㎏)이나 중국(24.0㎏)보다 많다.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간편식, 온라인 배송 이용 등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의 경우 2015~2017년 3년 새 인구는 5% 줄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5% 늘었다. 2017년 대구경북에선 가구당 5.88㎏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악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악성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가 없어진다고,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스티로폼 용기, 라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 봉지, 접착용 테이프로 온통 둘러싸인 포장재 등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포장재와 용기가 넘쳐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자르고 뜯어내서 올바른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바로 종량제봉투에 마구 넣어서 버린다.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책임 떠넘기기 심리로 상태가 어떻든 플라스틱, 비닐, 종이로 나눠서 그저 시늉만 내는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현재의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개인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고,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산이 어느 순간 우리 집 옆에 생겨날 수도 있다.

2019-07-30 16:01:34

김근우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택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SNS에서 택시에 관한 비난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어. 특히 '택시는 구시대의 유물이자 도태돼야 할 대상'이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 매일 이른 아침부터 차를 깨끗이 청소하고, 온종일 고되게 일해 온 아버지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거든."택시 운전기사의 아들인 친구는 어느날 모임에서 이런 울분을 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말부터 택시업계가 뒤집어쓴 일방적 비난이 떠올랐다.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기사들이 저지른 범죄와 바가지 요금, 불친절한 서비스를 증언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외에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앱을 써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구시대의 유물'인 택시업계의 발목잡기 때문에 세계적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보였다.그들의 말대로 택시는 정말 구시대의 유물일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렇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7년부터 뉴욕 시내의 우버 승객 수는 택시를 앞질렀다. 뉴욕 택시 '옐로 캡'의 면허 가격은 5년 전보다 90% 가까이 급락했다. 2018년에만 생활고에 시달린 택시 기사 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보다 더 편리하고 저렴하기에 경쟁에서 승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틀린 말이다. 우버와 미국 택시업계는 애당초 경쟁이 불가능했다. 차량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택시와 달리 어떤 통제도 없이 운행 비용조차 기사에게 전가하는 우버와 경쟁할 수는 없었다.우리나라 택시업계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규제 속에서 요금이나 서비스 형태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기존 택시업계에 '자유 경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대구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택시요금은 올릴 수 없었고,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려고 해도 규제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택시와 달리 차량 유지비는 모두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앱 서버 관리 등에만 최소한 투자해 큰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라며 "우버 기사들의 수를 통제하지 않은 미국은 차량 폭증으로 택시·우버 기사 양측 모두 생활고에 처했고 결국 본사인 플랫폼 사업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로 고착됐다"고 지적했다.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도 결국 이런 공멸을 막는 데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권에 넣어 '불법 운송' 논란을 탈피하고, 대신 기존 택시업계와의 제휴·결합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 택시업계의 생존권 문제도 챙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대구 택시업계도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10월부터 '마카택시'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관광택시나 통학택시, 여성전용택시 등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양해진 승객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하지도 못했고, 간혹 시도했더라도 홍보 미흡으로 이용률이 떨어졌던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T' 등 플랫폼과 택시 산업이 결합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손을 맞잡은 것이다.과연 '도태 대상'이자 '구시대의 유물'이라던 택시는 다가올 신산업의 시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플랫폼 사업자들과 택시업계의 '교통 실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2019-07-30 14:49:48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트로트 르네상스

우리 대중음악에서 '트로트'만큼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랜 사랑을 차지해온 장르도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망향가이자 저항가로 등장해 겨레의 곡절 많은 여정과 함께하며 영욕의 세월을 건너온 트로트. 그것은 고단한 서민의 애환을 위무해온 슬프고도 흥겨운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다. 격동의 현대사를 관류하며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온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일본 엔카의 한국 버전인 트로트가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통해서였다. 그 후 '애수의 소야곡' '나그네 설움' 등과 함께 망국의 한을 달래며 명실공히 대중가요의 주류로 등극한 것이다. 광복 후 한국의 역사 속에서도 트로트는 부활을 거듭했다. 6·25전쟁 당시의 '단장의 미아리고개'와 '굳세어라 금순아'는 전쟁의 고통을 어루만졌다.19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트로트 선풍을 다시 일으켰지만, '왜색'으로 몰려 무더기 금지되는 파란도 겪었다. 1970년대 '트로트 고고'와 1980년대 '메들리 붐'으로 변신한 트로트는 '뽕짝'이라는 비속어를 낳기도 했다. 트로트의 '국적 논쟁'이 벌어진 것도 이때였다. '뽕짝은 청산해야 할 일제의 문화적 잔재'라는 일각의 주장에 관련 전문가들의 반박과 재반론이 한동안 전개되었다. 하지만 결말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1970년대 일본에서도 '엔카 논란'이 있었다. '일본 엔카의 천황'이라 불렸던 고가 마사오(古賀政男)가 "엔카의 뿌리는 조선이다"라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었다. 그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우선 그는 청소년기를 식민지 조선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 가락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인들의 음악적 재능에 굴복한 심리적 상황에서 돌출한 발언이 아니었을까?그는 쇼와시대 최고의 히트곡인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를 만든 자신보다 식민지 조선의 히트 가요 '애수의 소야곡'을 작곡한 박시춘의 음악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1950, 60년대 일본 열도를 풍미한 불세출의 엔카 여왕 미소라 히바리도 한국 혈통이었다. 사실 일본 엔카계의 스타급 가수와 작곡가의 절반 이상이 한국계였던 것이다.트로트는 한국인의 음악적 감수성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장된 감성을 표출하기 마련인 트로트 음악이야말로 감정을 자제하는 일본의 미학보다는 농현(弄絃)과 요성(搖聲)의 진폭이 깊고 유장한 한국인의 흥취에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트로트는 서구 문화의 일본식 퓨전이고, 일본에서 들어온 음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세월 따라 한국인의 정서로 자리 잡은 트로트는 그 음악적 완성도 또한 일본을 추월했다. 트로트가 우리 전통음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할 이유도 없고, 왜색 논쟁에 휘둘릴 까닭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 잘한다는 것이다.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정치와 경제도 이렇게 일본을 넘어설 수 없을까 하는 하소연을 해본다. 문화도 그렇다.21세기 '뉴 트로트' 바람에 힘입어 바야흐로 '트로트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스 트롯'이라는 방송 프로그램과 신세대 트로트 스타 탄생에서 보듯이 다시금 전 세대가 공감하는 대중가요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악성 향상을 위한 형식과 내용의 혁신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고유의 정서와 한국의 멋을 담은 '트로트의 한류'도 기대해볼만하다. 이것이 곧 극일(克日)이다.

2019-07-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하찮은 벌레'

"처음에 상대는 권총을 뽑아들고 1파운드를 요구했습니다. 그걸 주니까 또다시 총을 꺼내 들고 2파운드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독재자는 1파운드 17실링 6펜스를 받고서 나머지는 미래에 대한 호의의 약속이라고 둘러댔습니다."히틀러의 요구대로 독일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합병키로 한 1938년 9월 29일 뮌헨협정 6일 후인 10월 5일 처칠은 영국 하원에서 체임벌린 총리와 히틀러 간의 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뮌헨 협정과 그에 앞선 9월 15, 16일의 베르히테스가덴 회담, 같은 달 22, 23일 고데스베르크 회담 등 3차례의 정상회담 모두 외교 협상이 아니라 노상강도를 당한 것이라는 소리였다.그도 그럴 것이 회담에서 체임벌린 총리는 말 그대로 히틀러에 질질 끌려다녔다. 무조건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협상으로 히틀러를 달랠 수 있다는 소망적 사고, 히틀러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목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오판이 결합한 결과였다.베르히테스가덴 회담에서 체임벌린은 주데텐 독일인들에 대한 자율권 보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자율권 보장에서 주데텐란트의 할양(割讓)으로 문제의 '차원'을 바꿔버렸다. 체임벌린은 회담 시작 2시간 만에 이를 받아들였다.이후 회담도 같은 양상으로 흘러갔다. 고데스베르크 회담에서 체코슬로바키아 군대의 주데텐란트 철수 시한이 10월 1일로 확정됐다. 3차인 뮌헨회담은 할양 지역이 조금 줄어드는 등 약간의 세부 조정이 있었지만, 본질은 2차 회담과 다르지 않았다.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청와대가 "9·19 남북 군사합의에는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했다. 도발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도발과 그에 이은 김정은의 '겁박'에 함구한 채 "지금까지 남북, 북미 관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26일 불교계 인사 초청 청와대 오찬)고 했다. 이런 모습이 김정은에게 어떻게 비칠까?히틀러는 1939년 8월 폴란드 침공을 앞두고 장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적수들은 하찮은 벌레에 지나지 않아. 난 그들을 뮌헨에서 보았어."

2019-07-30 06:30:00

[관풍루] 대통령·총리의 여름 휴가 취소 소식과 7월 임시국회 개회에도 국회는 여야 할 것없이 차례로 휴가행

○…대통령·총리의 여름휴가 취소 소식과 7월 임시국회 개회에도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차례로 휴가행. 차라리 사표 쓰고 휴가 가면 욕이라도 덜 먹지, 물때를 몰라요….○…마늘·양파에다 복숭아·자두 등 과일값 작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역 농가들 한숨. 비쌀 땐 적게 먹고 쌀 때 많이 먹으면 되는데 소비자 가격이 열중쉬어.○…국토부, 광주 클럽 붕괴 사고 나자 다중이용건축물 불법 증축 긴급 점검한다고. 4년간 불법 눈감고 있다가 일 터지고 나서야 또 호들갑 떠는 뒷북 행정.

2019-07-30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쪽바리 근성

한국은 욕이 발달한 나라다. 온갖 육두문자가 난무하지만, 그중에 잘 쓰이진 않지만 치명적인 욕설이 하나 있다. '쪽바리 근성을 가진 놈'이 그것이다. '쪽바리'는 일본 사람을 비하하는 속어이지만, 그런 근성을 가진 사람으로 공인되면 인간관계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쪽바리 근성'은 얍삽하고 이중적인 인간성을 가졌다는 뜻이다.실제 일본인은 어떠할까? 과거 일본의 전쟁 방식을 보면 이중적이고 비겁한 모습을 유감없이 연출했다. '진주만 공습'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9일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는데, 선전포고 없는 기습이었다. 청일·러일전쟁도 그러했듯, 기습 공격은 일본의 전매특허였다.미국은 '진주만 공습'을 사전 통고 없는 '비열한 전쟁'(sneaky war)으로 인식하며 2001년 '9·11테러'와 비슷하게 간주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은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가 같이 취급받는 데 분개한다는 점이다. '진주만 공습'은 정상적인 군사행동이며 선전포고는 사정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당시 일본은 공습 30분 전에 주미대사관을 통해 선전포고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암호 해독과 타이핑이 늦어져 공습 1시간 뒤 통고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내세운다. 선전포고문이 전달된 시각은 일본 육군이 2시간 30분 전에 영국령 말레이 반도에 상륙한 뒤였다. 일본인은 눈앞의 이익을 취하면서도 명분을 쌓고 변명을 하는 데 익숙한 민족이다.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전쟁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일본인론(論)이 가능하다. 전쟁이라는 것은 아주 전형적인 정치 행위로서 그 인간, 그 민족을 알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장이므로 설명하기 쉽다"고 했다. 섬나라 특성 때문에 타 민족을 무시·배척하고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는 근시안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루스 베네딕트는 명저 '국화와 칼'에서 '아름다운 국화를 키우면서 무시무시한 칼을 휘두르는' 일본 문화의 이중성을 진단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아베 정부가 우방국에게 자행하는 '등에 칼 꽂기' '뒤통수 때리기'의 전형이다. 힘을 기르지 않으면 일본의 이중성과 거짓 핑계에 번번이 놀아날 수밖에 없다.

2019-07-29 06:30:00

[관풍루] 북한 김정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에 대한 엄중 경고'라고 공언

○…북한 김정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에 대한 엄중 경고'라고 공언. '주적' 개념도 없는 우리 군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다한 게 아닌지?○…조국 전 민정수석 '퇴임의 변'에서 "촛불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직진했다"고 자평. 그건 해석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은 게 문제!○…충북 충주시의 말도 안 되는 청송사과 폄하 소동에 청송사과 관계자들 항의 방문. '청풍명월' 대신 '아전인수'라는 액자라도 하나 써서 선물로 전달했더라면….

2019-07-29 06:30:00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개싸움과 소비 주권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정부가 선동한 적 없다. 사회단체가 나선 것도 아니다. 그냥 국민 한 명 한 명이 빡쳐서(화나서) 스스로 하는 운동이다. 밖으로 큰 내색 않고 조용히, 언제나 그러했다는 듯 일상적으로 쓰던 것 안 쓰고, 꼭 써야 하는 것 다른 제품을 씀으로써 실행하게 될 것이다.삼성, 애증이 교차하는 우리 대표 기업이다. 우리 경제의 대표 주자이면서 범법행위도 많이 저질렀다. 그런 삼성의 옆구리에 비수를 들이대고 무너뜨리려 했다. 아무리 미워도 우리 기업에 부당하고 비겁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은 못 참는다. 때려도 우리가 때릴 것이다.우리 국민들이 개싸움을 할 테니 정부는 당당하게 WTO 제소도 하고, 국제사회에 일본의 후안무치함과 편협함을 널리 알려라. 외교적으로 당당하게 나가라."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글의 일부다.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적이 총칼을 앞세워 공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어라'고 하는 이들은 첩자이거나 무기력한 패배자와 다름없다.더욱이 적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총부리를 내부로 겨누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의 굴욕을 다시 부르는 지름길이다. 무역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겨냥하지 않은 채 '토착 왜구'니 '토착 종북'이니 하면서 내부에서 서로 헐뜯기에 급급한 일부 진영의 행태를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물을 퍼내거나 구명장비를 챙길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는 꼴이다.일본은 비겁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도발했다. 우리 정부가 타깃이면서도 애먼 우리 기업에 총칼을 들이대고 있다. 외교적 불만을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지 않으니 비겁하다. 도발의 이유로 여러 핑계를 들이대는 구차함과 치졸함도 엿보인다.일본의 도발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란 것은 이제 국제사회에까지 알려지고 있다.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두고 한국 정부의 개입을 압박하거나 기업에 보복규제를 가하는 것은 상당히 무례하고 외교 관례나 국제 무역 질서에도 어긋나는 짓이다.일본이 이렇게 무리한 보복 조치를 밀어붙이는 저변에는 한국을 동등한 국가 간 관계로 보지 않고 '아래로 보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힘이 커진 데다 현 정부가 과거처럼 일본에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점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여기에다 아베 총리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고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도 다분해 보인다.이런 마당에 우리 대통령이 먼저 아베에게 머리를 숙이라거나 제3국의 중재에 기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은 치욕적이고 안일하게 들린다. 우리의 힘을 과신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거나 비하할 필요는 더욱 없다.특히 민간에서 조용히, 그러나 온라인·오프라인 양동작전으로 세련되게 펼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폄하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로 보기가 어렵다.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외교와 국제관계에 적용될 뿐 민간 부문의 운동에서는 감정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 없는 싸움은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에서 국민의 무기는 소비 주권이다. 기업은 자생력, 정부는 외교력이 무기다.이런 면에서 소비 주권을 지혜롭게 행사하는 국민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2019-07-28 16:13:5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동네북 한국'

해방 직후 "소련놈에 속지 말고 미국놈 믿지 말라. 되놈은 되나오고 일본놈은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라"는 동요가 유행했다. 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민족의 고달픈 처지를 한탄한 노래다. 70여 년이 흘렀지만 한국은 이들 강대국에 치이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을 머리맡에 이고 사는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더 나빠졌다.강대국에 핍박당하면서도 호기(豪氣)는 있었던 모양이다. 강대국 사람을 지칭하면서 비하하는 말을 많이 썼다. 러시아인은 로스케라 불렀다. 러·일 전쟁 때 일본 군인들이 러시아인을 지칭하는 '루스키'를 음역해 '로스케'(露助)라 부르며 러시아 군인들을 조롱했다. 이 말이 한반도에 전파돼 러시아인 비하 표현으로 쓰였다. 중국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되놈, 일본 사람을 비하하는 쪽발이도 마찬가지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인이 북군 병사에 대한 모멸적 칭호로 썼던 양키를 미국 사람을 지칭하며 흔하게 썼다.구한말, 해방 직후처럼 한반도가 강대국이 맞서는 격랑으로 들어갔다. 러시아는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부인하고 한국 조종사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일본은 경제 보복에 이어 독도 영유권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한·일 갈등에 미국은 동맹인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며 파병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청구서를 내밀었다.이 와중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을 향한 무력시위라며 대남 경고장을 날렸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풀이되는 '남조선 당국자'를 거론하며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향한 문 대통령 노력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로 돌아왔다.한국이 네 강대국과 북한의 '동네북'이 된 원인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흔들린 탓이다. 한국이 계속 외톨이로 남으면 두고두고 동네북 신세가 되는 것은 물론 나라 안위마저 위태롭다. '조선사람 조심하라'는 동요는 아직 이 땅에서 유효하다.

2019-07-2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마음과 말의 척화비

대구에는 한 천주교 신자의 독백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지만 나오는 발걸음은 그렇게 가볍지는 않은' 곳이 있다. 조선조 죄수를 처형했던, 도심 반월당에 있는 관덕당(관덕정)이란 바로 그 역사 현장에 1991년 천주교대구대교구가 개관한 관덕정순교기념관이 그렇다.1860년 나라의 첫 토종 종교로 평가받는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1864년 죽음으로 순도(殉道)했고, 천주교 신자 24명이 을해(1815)·정해(1827)·기해(1839년) 박해로 순교(殉敎)한 곳이니 피의 성지(聖地)와 같다. 일본에 맞선 의병들도 순국(殉國)한 곳이니 기릴 만하다.동학 창시자와 서학(西學)의 천주교 신자, 맨손의 의병까지 목숨을 잃은 슬픈 사연의 관덕정이 순교기념관이 된 까닭을 알 수 있다. 종교인이 사형된 프랑스 파리 시내 몽마르트르(Montmartre·프랑스 말로 '순교자의 언덕'이란 의미)가 사람들 발길을 끄는 것처럼 말이다.기념관 안에는 또 다른 아픈 역사가 있다. 대원군이 1871년 전국에 세운 척화비(斥和碑)이다. 겉에는 '서양 오랑캐가 쳐들어오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고, 화친의 주장은 나라를 파는 것'이라 새겼다. 다시 옆에 '우리 만대 자손에 경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그러나 대원군 뜻과 달리 조선은 외세를 막지 못했다. 되레 나라와 백성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신음만 했다. 이후 척화비는 없어지거나 땅에 파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척화비가 다시 기념관 한쪽을 지키며 악몽의 옛일을 되새겨주니 발걸음이 어찌 가볍겠는가.7월, 일본의 경제 보복 도발로 나라 안팎이 심상찮다. 안에서는 대통령을 에워싼 진영 세력의 말잔치가 그렇다. 갈수록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각료, 여당 인사가 대열을 갖춰 일본 공격의 강도를 높인다. 이런 흐름에 맞서거나 토를 달면 '친일'로 몰거나 마치 적처럼 본다.나라 밖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뭉쳐 한국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 하늘을 제 나라 공간처럼 멋대로 휘젓고 다닌다. 미국은 일본과 싸우는 한국이 마뜩잖은 모양이다. 이런 즈음, 국민을 '친일'과 '애국'의 잣대로 편을 가르는 모양새가 마땅할까. '마음의 척화비'를 세우면 될 일을 '말의 척화비'를 세우려다 되레 역풍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7-26 06:30:00

[관풍루] 구한말이나 다름없이 동해에서 중·일·러 열강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구한말이나 다름없이 동해에서 중·일·러 열강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무능한 정부·여당은 이순신과 의병 타령만 하고 있으니. 역사의 반복이란 이런 것인가!○…북한이 우리 정부가 애써 지원하려던 쌀 5만t도 단호히 거부. '오지랖' '생색내기' '시시껄렁' 등 갖은 모욕에 국민은 속이 끓는데, 문재인 정권은 참 속도 넓소.○…일본의 경제 보복이 촉발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와 마트노조도 가세. 애국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라 꼴은 왜 이 모양이지?

2019-07-26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명분 없는 '잠룡'들의 대구행

'총선은 대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은 당선을 의미해 일찍부터 공천 전쟁이 벌어지는 까닭에서다.21대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대구가 총선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을 울렸다.한국당 주자들이 대구에 깃발을 꽂고자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잦은 대구행으로 출마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홍준표 전 대표의 대구 입성설도 나돈다.김 전 위원장은 보수 진영 내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출마 의향을 내비친다. 대구를 선택지로 두고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홍 전 대표는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대구도 고려 대상"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노크'를 한다.실제로 이들이 도전장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여론 탐색전에 들어간 건 분명해 보인다.정치인의 손동작 하나를 보고 '소설책'을 쓰는 곳이 정치권이니 이들의 행보에 호사가들은 벌써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김 전 위원장과 홍 전 대표의 '몸집'을 감안했을 때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의 매치를 필두로 해 이들의 특정 지역구 정착 시 일어날 주자들의 이동 전망 등이 쓰여지고 있다. 그럴듯한 이유가 붙으니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거물급' 인사의 대구 입성이 꼭 나쁠 건 없다. 선수(選數), 경력 따지는 국회, 정치권에서 중량감은 소위 '말빨'이 먹혀 지역에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명분이다. 저마다 무너진 보수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하나 뻔한 속셈만 보인다.대구는 전국 어느 곳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높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 선다.대구를 지원군으로 둔다는 것은 또한 보수 진영에서 힘을 갖는다는 의미다. 앞선 여러 대통령의 사례가 그랬다. 당선만 되면 보수층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니 이만한 선택지도 없다.그럼 보수 재건은? 한국당은 지난 총선 패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 등 계속된 '카운터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로 내몰렸다. 이제 겨우 링의 줄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가 된 한국당에 내년 총선은 다시 링을 지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승부처다. 그 힘은 의석수 확보다.한국당은 여당이던 지난 20대 총선에서 122석(비례 17석 포함) 확보에 그치며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다. 많은 의석이 걸린 수도권에서의 부진이 원인이 됐다. 한국당은 122석(서울·경기·인천)이 걸린 수도권에서 27대 82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패했다.그렇게도 외친 보수 재건의 운명이 걸린 전선을 놔두고 소위 '장수'라 불렸던 이들이 국지전에 나서는 건 누가 봐도 모양새 빠지는 일이다.그 과정에서의 반발과 분란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총선 패배는 공천 실패에서 비롯됐다. 감별사까지 등장해 '진박'(진짜 친박) 공천을 자행했고, 그들의 행선지가 대구가 되면서 비난과 반발을 사지 않았던가.그런 이유에서 지역 민심의 '낙하산 공천' 경계심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정부에 대한 민심이 사납지만, 내년 총선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입한 민주당 의원들의 역할, 덧붙여 한국당 공천이 불러일으킬 낙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2019-07-25 17:18:33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청와대 오찬에서 추경과 한일관계 대응에 협치의 중요성…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청와대 오찬에서 추경과 한일 관계 대응에 협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 아쉬우면 협치이고 못마땅하면 적폐 청산인가?○…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 계속 수사 결정은 자승자박이 될 수도. 피의사실 흘리기와 여론재판 몰이는 사실상 검찰의 전매특허인데….○…한국당 김석기 국회의원의 공치사가 되었던 '신라왕경 복원 특별법'이 뜻밖의 '알맹이 논란'에 직면. '알맹이가 빠졌는지' 여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일!

2019-07-25 06:30:00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하이퍼 글로컬 시대, 청년과 대구경북학

하이퍼 글로컬 시대의 도래는 생소한 듯하지만 현실의 한 단면이다. 각종 SNS는 이미 국경을 허물어 버렸고 직원 3, 4명의 지방 벤처기업조차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한다. 로컬(지방)에서 서울(중앙)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와 직접 교류·소통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지방민을 서울·수도권에 뒤이은 3류 시민으로, 지방의 산업을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하청 구조 또는 수도권에 뒤진 열등한 기업군으로만 인식하는 데 익숙한 분들에게는 퍽이나 낯설다. 더군다나 하이퍼 글로컬 시대 지방민은 곧 세계시민이다.그러나 또 다른 지방의 엄혹한 현실은 소외되고 외면받는 3류 시민으로서의 지방민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지금은 혁신성장·포용성장으로 외투를 갈아입었지만) 정책은 그 의도와는 반대로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그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지리적 소외(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경쟁력 약화 요인) 탓이다.사실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 청년, 특히 대구경북 청년이 겪는 상실감과 암담함·박탈감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복학왕의 사회학(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에서는 지방 대학생의 내면을 '적당주의' '알지 않으려는 의지' '가족만이 최고의 가치' 등으로 분석했다.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3류주의에 빠진 우리의 청년을 어떻게 대구(경북)에 사는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바꿔 갈 수 있을까. 올봄 경북대와 계명대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한 지역학(대구경북학) 강의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와 정체성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자기 정체성과 세계화가 균형 있게 형성·발전하지 않으면 세계화는 비극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지금 지방 청년은 '국가 중심의 중앙적(서울) 획일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3류 시민이고, 실패한 인생이 된다. 대구경북학 강의는 지역의 역사·경제·사회·문화·행정 등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서울 중심 획일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돕는 셈이다. 대구(경북) 청년이 지역을 자신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의 주요 단위로 인식하고, (공간, 문화 감성, 시대 가치, 생활 실감 등을 통해) 지역과 개인 간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지역에 대한 감각의 다양화가 생겨나게 되고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년들의 자기활동이 일어난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대구(경북) 청년'은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재탄생한다. 세계가 그들의 무대이고, 지역에서 세계를 보며,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대구(경북)는 마음의 고향이다.이미 가능성의 싹은 틔웠다. "…수강의 가장 큰 성과는 막연함·무지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는 것과, 내 지역을 온전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는 안 좋은 것만 보이니 점점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쌓였는데, 정확히 바라보니 비로소 우리 경북·대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경북대 학생의 후기 중 일부)

2019-07-24 08:17:31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사회적 건강

SNS에 떠도는 '없다' 시리즈는 우리나라 사람이 각 연령대별로 처한 보편적 상황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 우스갯소리다. 풀어보면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고, 50대는 일이 없다. 또 60대는 낙(樂)이 없고, 70대는 이(齒)가 없다는 식이다.이를 뒤집어보면 저마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이상적인 기대치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금전적 여유나 일거리, 건강, 취미, 원만한 사회적 관계나 심리적 안정 여부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노년으로 갈수록 건강과 사회적 관계에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이런 관점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년이 더 긴 82.7년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OECD 보건통계 2019'를 인용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 기대수명이 79.7년, 여자는 85.7년으로 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84.2년)과 비교해 1.5년 차이가 났다.그런데 본인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사람의 비율은 29.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실제 몸이 아픈 사람이 많거나 아니면 '건강염려증'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는 얘기다. 2017년 기준 우리 국민 1명이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였다. 이는 OECD 최다이자 평균 7.1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18.5일을 병원에 머물러 OECD 평균 8.2일을 크게 웃돌았다.이런 수치가 국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명과 달리 건강지수나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은 눈여겨볼 문제다. 기대수명은 '사람마다 몇 살까지 사는 게 적정한지 기대하는 수명'이라는 점에서 통계와 심리적 기대치 간의 차이도 이해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건강이 좋은 사람의 기대수명이 훨씬 높았다. 사회적 건강이란 개인이 사회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일을 적절히 수행하는 상태를 말한다.태풍이 지나가고 절기상 대서(大暑)를 맞아 연일 폭염경보가 핸드폰을 울린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건강이 주요 관심사다. 계절과 기후에 맞춰 규칙적인 걷기 운동 등으로 꾸준히 몸을 움직이면 건강지수는 비례해 따라온다.

2019-07-24 06:30:00

[관풍루] 정부, 한·미 '19-2 동맹 연습' 명칭에서 '동맹'을 빼는 방안 검토 중

○…정부, 한·미 '19-2 동맹 연습' 명칭에서 '동맹'을 빼는 방안 검토 중. 한·일 간 갈등 국면에다 한·미 간 동맹 관계마저 와해되면 믿을 것은 '김정은의 자비심'뿐!○…주주총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현대중공업 노조와 간부들에게 법원이 30억원대 재산 가압류 결정. 무소불위의 민노총 안중에 과연 사법부가 있으려나…?○…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낡은 보수 정당의 업보인가.

2019-07-24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라

우리나라 산림 자원의 보고(寶庫)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울진과 봉화, 영양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몇 군데에 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 최고 심장부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자리한다.남부지방산림청은 소광리 일대의 보석 같은 금강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금강소나무의 가치를 알리려고 7개 구간의 숲길 탐방로를 설정해 개방하고 있다. 탐방 인원은 구간별로 하루 80명으로 제한하며 시기도 4~11월에 한정하고 있다.소광리를 품은 울진군과 경북도는 금강소나무 알리기에 좀 더 적극적이다. 2015년 울진군 서면을 아예 금강송면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지난달 17일 소광리에 테마 전시관과 숙박시설을 갖춘 '금강송 에코리움'을 개관했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울진군은 금강소나무 군락지 접근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개방하는 탐방로로 가는 길(임도)을 포장하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소광리를 가려면 일단 봉화~울진을 연결하는 36번 국도를 타야 한다. 이어 917번 지방도와 임도를 따라 12㎞ 이상 더 가야 한다. 이 가운데 500년 소나무와 미인송 등을 볼 수 있는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7㎞ 이상이 비포장길이다.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비포장길은 산림청 탐방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하지만 금강소나무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비포장길은 산림 훼손의 주범인 인간과 기계 장비의 접근을 줄이고 있다. 소광리 금강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마구 베기와 송진 채취 등 수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쉬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광리보다 접근이 편한 울진 덕구온천 계곡만 해도 많은 금강소나무가 송진 채취로 훼손돼 있다.기자가 최근 두 차례 참가한 금강소나무 숲길 탐방에서 남부지방산림청 직원들과 소광리 주민, 탐방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를 얘기했다."불편해도 옛날 보부상들이 다닌 십이령로는 흙길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가족탐방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포장을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그럼에도 도로 공사가 이미 시작된 만큼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까지 진입로는 말끔하게 단장될 것으로 보인다. 황토 등 친환경 재료로 포장될 것으로 여겼으나 계곡으로 이어지는 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스팔트로 포장된다고 한다.더불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펜션 등 숙박시설도 여기저기 생겨날 것이다. 부동산업자의 눈에는 좋은 투자처로 보일 수도 있다.관광 활성화 등 경제 관점이 아닌 금강소나무를 눈과 공기로 즐기려는 탐방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금강소나무 숲길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광리 주민의 민박과 점심 제공이면 충분하다. 금강소나무를 지키는 남부지방산림청과 주민들의 공존이 빛을 내고 있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소광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자연을 보존하는 원리는 자명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된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2019-07-23 19:33:40

서광호 매일신문 기자

[취재현장] 데이터가 보여주는 삶을 눈여겨보자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바꿔 부르는 요샛말이다. 소비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 대한 정의다.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소비 기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상의 요구를 지출이라는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비와 지출에 대한 축적된 정보가 신용·체크카드 사용 데이터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물론 미래 소비를 예측하고, 다가올 기회를 준비할 수 있다.지역민의 삶을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고자 지난 2월부터 대구은행과 함께 대구의 BC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이달부터 기획 기사 형태로 지면에 싣고 있다.데이터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지역 내 특징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삶의 변화가 뜨는 업종에서 확인됐다. 또 온라인 쇼핑 등 달라진 구매환경으로 고전하는 업종들도 있었다.최저임금 인상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의 처지도 엿볼 수 있었다. 대구 주요 역세권 분석에서 전년 대비 카드 소비가 2017년에는 12곳 중 11곳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8년에는 2곳만 늘었다. 시민 씀씀이가 한 해 사이에 위축된 것이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하소연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대구 내 소비 불균형이 명확했다. 구군의 구매력 격차가 났다. 수성구 주민의 소비 금액이 가장 컸고, 동구와 달성군 등의 구매력은 낮았다. 또 동네마다 거주 인구 규모와 소비 시설 여부에 따라 다른 구·군 주민을 끌어오는 매력도 차이가 났다.이제 데이터는 삶을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카드 소비뿐만 아니라 인구와 교통, 관광, 의료, 복지 등 각종 데이터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민원 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최적지를 찾는다. 또 지역축제와 관광, 전통시장 등을 활성화할 방법도 데이터를 통해 얻고 있다.다행히 대구시는 올해 '제1회 빅데이터 분석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안을 해결하고자 '데이터 분석 지원 계획'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청년 인구 유입·유출 원인 종합분석' '지역 자영업자 현황 분석' '대구시 제조업체 변화와 GRDP(지역내총생산) 추이 분석' '공원 증감 및 이용현황 종합분석' 등 데이터 분석 8개 과제를 선정했다. 앞서 대구시는 2017년 행정안전부 지원 사업의 하나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치 입지 선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변 확대는 미흡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스마트시티 선도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데이터 활용은 물론 관련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선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움직이는 핵심은 데이터다. 행정과 산업, 생활 등 각 영역에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스마트하게 활용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그동안 석유가 자원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13조3천555억원에서 지난해 15조1천545억원으로 13.5% 성장했다.공공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데이터는 산업을 포함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역사회가 서둘러 준비해야 할 미래다. 데카르트의 명제를 "데이터는 보여준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꿔야 할 날이 머지않다.

2019-07-23 15:40:03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괴벨스의 부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대인 생존자들이 가장 증오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얼핏 총통 아돌프 히틀러나 게슈타포 수장인 하인리히 힘러일 것 같지만, 의외의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나치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1897~1945)다."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성주의'다." 괴벨스는 치밀한 선전선동을 통해 대중의 분노와 증오를 폭발시켜 유대인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지식, 상식 따위를 앞세워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자는 '국가의 적'으로 취급했다.'선전을 일종의 예술'로 여긴 괴벨스는 지식인이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아 나치당 초창기에는 거의 유일한 박사였다. 그는 유능한 참모들을 동원해 대중의 심리와 선전 기술을 연구했다. '괴벨스는 자신의 주위로 야심만만하고 능력 있는 참모들을 대거 모았다. 그들의 절반 이상이 대학을 다녔고, 많은 수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었다.…괴벨스와 참모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와 국가를 도박판에 내몰았다.'〈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저,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괴벨스를 언급한 이유는 요즘 한국 사회에 대중선동을 일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연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친일파로 불러야' '애국이냐 이적이냐' '전쟁은 전쟁이다' 따위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주타깃이다. '언론은 정부의 피아노가 돼야 한다'는 괴벨스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진보 지식인 김규항 씨는 "이견은 모조리 이적이며 매국이다.…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개소리일 뿐이다"고 썼다. 김 씨의 표현대로 '개소리'를 하는 분은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이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거기다 언행을 조심해야 할 고위 공직자 신분이다. 청와대까지 "법리적인 문제는 법조인으로서 민정수석이 충분히 발언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애국의 길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애국이고, 따르지 않으면 매국이라니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같다. 다원화 시대에 케케묵은 애국 논리를 선동하는 분들이 민주화 세력이라니 가슴 답답하다.

2019-07-23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일본이 '역(逆)청구권' 주장하면 받아들일 수 있나

이 칼럼은 '문빠' 등 현 정부 지지자들에겐 더 말할 나위 없고 균형 감각을 가진 분들께도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일본 식민지배라는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가 우리에게 씌운, '일본은 나쁜 놈,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는 사고의 틀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진실이라도 일본에 '유리'(!)하면 거부하도록 부추긴다. 그렇지 않고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면 '토착 왜구' '매국노'로 몬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이 짓을 하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될 수 없다'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반발하자 "사법절차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판결 뒤로 숨었다. '삼권분립'을 내세워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확인한 협정을 부인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이는 문 정부의 자기부정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 협정과 개인 청구권의 관계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일본에게 받은 청구권 자금 중 무상 3억달러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 말고 다른 '해석'이 끼어들기 어려운 결론이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 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이었다.이런 결론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동원 피해자 7만2천631명에게 위로금지원금으로 6천184억원을 지급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문빠'도 마찬가지다. 왜 알고 봤더니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토착 왜구'였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해 일본을 편들었는데도 말이다.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자. 일본 최고재판소가 1945년 당시 한국에 남겨두고 간 일본인의 '재산, 권리 및 이익'(청구권 협정 제2조의 표현)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판결하고 아베 정부가 그 뒤로 숨는다면 문 정부는 용납할 수 있나? 물론 일본의 개인 청구권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협정에서 포기됐고 청구권 협정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대법원의 해석 방식대로라면 일본 법원도 얼마든지 '해석의 요술'을 부릴 수 있다.대법원의 '해석'의 요지는 '청구권 협정이 있었다 해도 일본의 식민지배는 불법이니 그 과정에서 있었던 강제동원 등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원용해 일본 법원이 "샌프란시스코 협정과 이어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없어졌다고 하나 그것은 국가의 일방적 결정으로 불법이다. 그러니 한국 내 재산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많은 국내 기업이 일본인의 적산(敵産)을 불하받아 성장했다. 일본 법원이 역청구권을 인정하면 그것을 다 돌려줘야 한다.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결국 '개인 청구권'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해결 방법은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 협정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2005년 민관공동위의 결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못 하겠다면 남은 길은 청구권 협정을 폐기하고 재협상하는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에 그럴 힘, 아니 그럴 용기나 있을까? 대법원 판결 뒤에 숨어 한다는 소리가 고작 '죽창가' '의병'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이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2019-07-23 06:30:00

[관풍루] 만들고도 공개 않은 '경북대학교 70년사'에 이름 올린 전 총장들, 명예훼손 우려해…

○…만들고도 공개 않은 '경북대학교 70년사'에 이름 올린 전 총장들, 명예훼손 우려해 학교 측에 사실 검증 요청. 사서에 사실은 안 싣고 사감을 실었나.○…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공원 면적의 78%를 차지하는 사유지 소유주 반발이 걸림돌. 앞서 무등산 국립공원 이뤄낸 광주 땅 부지런히 찾아가 보소.○…내년 공천에 '지방선거 결과' 신상필벌 분위기에 낙선자 공천했던 지역 금배지들 전전긍긍. 될성부른 나무 싹을 자르려다 제 발등 찍게 생겼네.

2019-07-23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나라

불과 반세기여 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 1955년 IMF에 가입할 때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65달러로 필리핀은 물론 아프리카 가봉보다 적었다. 같이 전쟁 참화를 겪은 북한도 우리보다는 한참을 더 잘살았다.외국의 평가 역시 냉혹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는 한국에 막대한 원조금을 쏟아부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자 원조를 줄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pouring water into a sieve)라고 냉소했다. 같은 해 UN한국재건위원회 인도 대표 메논은 보고서에 '쓰레기통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겠는가'라고 썼다. 영국의 '더 타임즈' 역시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간 데 없고 가난하고 더럽고 무질서한 나라에 대한 조롱은 넘쳐났다.이런 조롱을 박차고 기적을 일구는데 적어도 50년 세월이 걸렸다. 기적은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자'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시작됐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했다.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이었다. 65달러던 소득이 어느덧 1만달러, 2만달러를 넘었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993년 한국의 경제성장을 다룬 논문을 쓰며 '기적 만들기'(Making a miracle)란 제목을 붙였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그 어떤 경제정책이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기적이라 했다.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은 '한국의 경제발전사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치켜세웠다.경제 규모가 커지자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달라졌다. OECD에서 나아가 2009년엔 OECD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멤버가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 2010년엔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렸다. 당시 G20을 개최한 나라로는 미국, 캐나다, 영국이 전부였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 첫 G20 개최국 지위를 얻은 것이다. 모두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주목하지 않았다면 어림없을 일이다. 일본도 올해에야 G20을 유치했다.혐한론으로 들끓던 일본에서조차 '한국을 배우자'는 말이 나온 것도 그때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금은 더 이상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시대'라고 인용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세계에서 약진하는 한국 기업에 배우자'는 사설을 실었다. 한국을 쓰레기 더미에 비유했던 더 타임즈도 '한국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며 "인구는 인도의 20분의 1인데 영국보다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향후 영국이 추구해야 할 완벽한 롤 모델'로 한국을 지목했다.그로부터 10년이 안 지났다. 한국을 벤치마킹하려는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경계심은 허물어졌다. 대신 한국 패싱이 똬리를 틀었다. 한국을 다시 조롱거리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속의 한국은 초라해졌다. 각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세계 성장을 견인하던 한국이 오히려 세계 성장률을 갉아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수출은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의 원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반면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후 29년 만의 최장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다시 만만한 나라가 됐다. 이러다가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 대신 빚만 물려주게 생겼다.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여 만에 벌어지고 있다.

2019-07-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일본인과 대구 사람

1893년 9월, 지금 대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히로시마시 옆 오카야마현 출신 2명이 대구에 왔다. 물론 불법이다. 당시 한국 정부가 허용한 일본인 거주지에 대구는 없었다. 그렇지만 대구읍성 남문 밖 한국인 집을 빌려 의약과 잡화 가게를 열었다.불법체류자였지만 대구 이주 첫 일본인으로 둥지를 틀게 된 것은 대구 사람의 인심 덕분이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싸움 지휘를 위한 자신의 막사를 대구에 지으라는 지시로부터 시작된 악연에도 대구 사람은 두 불법 일본인을 같은 '사람'으로 봤기에 받아들였으리라.약령시로 유명한 대구에서 의약 가게를 냈으니 주변 한약상과의 나쁜 사이는 그럴 만하다. '저녁을 먹을 때 돌이 날아오는 일은 거의 매일 밤같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비록 그랬지만 당시 관찰사 이용직은 오히려 '동정하고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큰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이후 일본인이 대구에 물밀 듯 몰렸고 힘과 군대를 앞세워 나라와 대구를 삼키려는 침탈로 두 나라 사람은 원수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일제는 대구 여성 1명 등 한국 남녀 4명을 1903년과 1907년 일본 박람회에 동물처럼 '전시'하고 돈을 받고 관람시키는 만행도 자행했다.이런 아픈 대구 역사에는 임란 때 조국에 반기를 들고 투항, 왜군에 맞서고 뒷날 청나라와 싸움에서 충성을 바친 귀화 일본인 김충선도 있다. 이런 잊을 수 없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지난날을 살피면 뒷사람이 깨달을 가르침은 너무나 분명하다.같은 흑역사(黑歷史)를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다. 일제 침탈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음만큼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런 즈음, 대구에서 한국인 남편과 단란한 삶을 잇는 일본인 부인과 자녀의 속앓이도 덩달아 깊어가는 모양이다.민간 차원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국 내의 일본인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어서다. 하지만 민간에서 한국과 대구에서 헌신하는 일본인 활동은 숱하다. 팔순의 일본 여성인 오카다 세쓰코 할머니가 공직을 떠나 10년 넘게 대구에서 힘든 이웃에 봉사하는 사례도 그렇다. 대구를 아끼고 대구가 삶터인 선량한 일본인과 그들 자녀가 이번 일로 상처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들을 배려하는 사람들, 대구여서 가능하리라.

2019-07-22 06:30:00

[관풍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이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을 찬양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이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을 찬양한다. 신(新)친일이다"고 공격. 내년 총선 향한 '친일 대 반일' 프레임 착착 진행 중?○…심상정 정의당 대표, 한국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안 된다고 하자 "비루함과 나약함"이라고 비판. 이참에 민주당 1중대로 옮기는 것이 어떨지.○…일본 경제 보복 시작 이후 이달 들어 현재까지 일본 여행 예약 건수 70% 줄고 일본 맥주 매출액도 30% 감소. 그렇게 해서 일본이 꼬리 내린다면야….

2019-07-2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아베의 뿌리

반골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靑木理)가 쓴 '아베 삼대'(安倍 三代)는 일본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베 가문 3대의 가족사를 통해 침략과 패전 그리고 전후 부흥의 일본 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그저 좋은 집안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일본 '세습 정치'의 산물로 정계에 들어와 최장기 집권 총리로 '평화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우익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신조의 할아버지 간(寛)은 양조업을 하는 지주의 후손으로 동경제국대를 나와 반전·평화주의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고향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신조의 아버지 신타로(晋太郎)도 동경제국대 출신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에 지원했지만 출격 직전 전쟁이 끝났다.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겪었다.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중 후일 총리가 되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딸과 결혼했다.기시의 후광으로 승승장구하며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외무상 등을 지낸 보수주의자이면서도 평화헌법 옹호론자였다. 처가인 기시 가문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아버지 간을 존경했다. 신타로의 차남으로 태어난 신조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바쁜 아버지와 소원했던 반면 외할아버지인 기시를 무척 따랐다. 동경대를 못 가서 아버지의 질책도 받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외무상이 된 아버지의 강요로 비서관이 되어 정치에 입문했다.그러나 신조는 정치적으로 친가를 외면하고 외가의 계보를 택했다. 한국의 불행이다. 외조부 기시는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했던 군국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신조는 "나는 신타로의 아들이지만 기시의 DNA를 이어받았다"고 공언한다. 신조는 정치 명문가인 외가와 외교관 아버지를 자양분으로 잔뼈가 굵었다. 능수능란한 현실주의자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일 경제 전쟁으로 누란의 시국이다. 우리에게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프로 정신이 절실하다. 상대는 얼치기 전문가들의 우왕좌왕과 감상적 민족주의로는 대적할 수 없는 제국의 첨병이다.

2019-07-2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반도체와 '역사타령'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로 올라선 세 가지 요인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여고 출신 생산직 사원, 경북대 전자공학과라는 분석은 탁견(卓見)이다. 이 창업주의 선견지명과 결단, 60㎞ 행군까지 하면서 우수한 제품 만들기에 매진한 생산직 사원들의 땀과 눈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를 생산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한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생들이 한국을 30년 이상 먹여 살린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다.이 창업주가 1983년 '우리가 왜 반도체 산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도쿄 선언'을 발표하자 삼성 안팎은 물론 정부마저 한국 경제가 망한다며 반대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이 창업주는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어렵더라도 전력투구할 때가 왔다"며 적자를 보면서도 반도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좌우명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올곧게 실천했다. 그는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며 임원들을 독려했다. 이 창업주의 '도쿄 선언'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결정으로 꼽히고 있다.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6%에 달했고 국내총생산(GDP)의 7.8%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반도체 산업을 정밀타격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를 공격하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반도체 위기는 한국 산업, 나아가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확실한 트리거(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위기를 돌파하려고 혈혈단신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공들여 쌓은 '반도체 제국'이 무너질지도 모를 위기 앞에 이 부회장의 심경은 절박할 수밖에 없다.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기업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해법 찾기보다 '일본 때리기'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30년 넘게 한국 경제를 이끈 반도체 산업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12척의 배'와 같은 '역사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세계 일류로 꼽히는 한국 경제를 삼류·사류 정치가 망가뜨리는 우매한 짓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2019-07-19 06:30:00

[관풍루] 민주당 최운열 의원, 18일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에 "문제 해결 위한 대안 아니다" 비판

○…민주당 최운열 의원, 18일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에 "문제 해결 위한 대안 아니다" 비판. 국민, 일본 경제침략 맞서 의병 일으킬 참에 적전 분열이니 이야말로 설상가상!○…일본 제품 불매운동, 한 여론조사에서 참여율 50% 중반으로 확산 분위기. 일본인, 한국인 특유 낙천성과 잘 까먹는 망각 성향에 미뤄 결국 스스로 지칠테니 걱정없소.○…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 대구 망월지, 개인 소유 땅 주인 재판 승소로 존폐 위기. 동물 세계, 사람만 살려고 동물 몰아내면 그 다음은 누구 차례?

2019-07-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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