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의 답'은?

DJ(김대중)와 YS (김영삼)를 국민 누구나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DJ는 죽을 뻔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YS는 여당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고, 23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들이라고 약점과 치부가 없겠는가. 이들이 현대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것은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이들은 한국 정치에 이러한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유산으로 남겼다. 대통령이 되려면 인물·치적도 중요하지만, 자기희생과 헌신을 필요로 함을 국민에게 알게 모르게 심어줬다.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들이대면 흥미로울 것 같다.황 대표는 반듯하고 부티 나는 느낌을 주지만, 어릴 때 무척 가난했다고 한다.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황교안의 답'에는 '월남한 고물상의 막내아들이다. 유년시절 도시락을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담임 선생님과 나눠 먹어야 했고, 산에서 나물을 직접 따와 식구들의 반찬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 책에는 보수에 대한 가치를 언급한 대목이 여럿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른 가치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 등이 있으며 이러한 바른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 바로 참된 보수다.' 황 대표의 출신, 표방하는 가치관만 보면 어느 정도 합격점이다.그러나 황 대표의 약점은 상당히 많다. 첫 번째는 희귀 피부병의 일종인 '만성 담마진'으로 인한 병역면제다. 두 번째는 법무부 장관 취임 전 변호사로 17개월간 15억6천만원의 수임료를 번 점이다. 세 번째는 음습하고 이념 편향적 분위기를 풍기는 '공안통'이라는 점이다. '실패한 정권의 총리'라든가 '특정 종교 편향' 논란은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황 대표의 삶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의 미덕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유는 보수 세력의 결집 덕분이다. 중도 세력의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는, 대선은 꿈꾸기 어렵다. 황 대표의 정치 생명은 앞으로 얼마나 자기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2019-03-08 06:30:00

[관풍루]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된지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귀가했지만 사실상 연금상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귀가했지만 사실상 연금 상태. 돌아와도 온 것이 아니요,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니라고.○…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정권 차원의 지원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라고.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니 문제….○…안심뉴타운 들어설 옛 안심연료단지 대규모 토양오염 드러났지만, 3개월 넘도록 방치. 안심뉴타운 조성이 아니라 '안심옛터'로 보존하려나?

2019-03-08 06:30:00

전창훈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지금 필요한 건 '환경 외교'다

요즘 맘 커뮤니티에는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괌이나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으로 한 달 살기에 나섰다는 체험담이나 이를 계획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또한 회원들은 이들 국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여행사 상품도 공유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미세먼지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웬만큼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맘부격차'(Mom+빈부격차)라는 씁쓸한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미세먼지로부터 자녀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맘부격차의 지표가 되는 세상이다.뿌옇고 답답한 날이 너무 잦다. 미세먼지가 참으로 재난 수준이다. 미세먼지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횟수가 거듭되더라도 고통의 절대량은 줄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공유되는 것을 보면 서글픔마저 밀려온다.요 며칠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에는 사상 유례없는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고 대구를 비롯한 전국적으로도 이 조치가 발령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방안 마련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는 모양새다.그러나 알맹이가 쏙 빠진 듯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을 따질 때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은 이번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국민은 중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낸다. 중국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미세먼지=중국'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감소하지 않으면 헛수고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반응에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몫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성 환경 문제는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없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이 안 돼 해결 방안을 마련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중국은 벌써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자국의 영향이 미미하다며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또한 같은 날 중국 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이 자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을 70%라고 하는데 사실은 15%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환경 외교'다. 외교력으로 중국을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널리 알려 관심과 지원을 받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1950년대 북유럽 산성비 오염사건에서 피해자인 스웨덴은 영국과 서독에서 날아온 아황산가스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연구 결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발표했다. 그 뒤 꾸준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애초 혐의를 부인했던 영국과 서독의 협력을 이끌었고 산성비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외교도 결국 행동이다. 이번에 환경부가 중국과 대응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비협조적인 중국의 태도에 이번 발표가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하고 치밀하게 나서라.

2019-03-07 16:50:3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미피(未避)

어김없이 절기는 경칩(驚蟄·6일)이지만 정작 천지를 놀라게 한 것은 화사한 봄기운이 아니라 불청객 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 공습으로 전국이 일주일째 가쁜 숨을 몰아쉬는 처지다. 올 들어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꼽으면 대구는 25일, 경북은 22일을 기록할 만큼 먼지 끼는 날이 일상이 됐다.한 주 전만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백두대간 너머 영동지방으로 피신한다고 해서 '피미'(避微)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더 이상 피미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제주까지 첫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상황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미는 가짜 뉴스, '미피'(未避)가 팩트인 것이다.한반도를 뒤덮은 '먼지 돔'의 원인은 다양하다. 석탄화력발전에다 2천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난방, 산업체 배출가스 등이 진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이라곤 긴급재난 문자 발송이 고작이다. 근본 해결책 마련 없이 중국 탓하며 '중국 프레임'에 기대는 사이 일회성 이벤트에 수백억원의 예산(서울시 사례)을 쏟아붓는 일이 다반사다.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다. 문제를 풀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무리한 탈원전과 값싼 석탄화력발전 확대, 경유 차량 급증 등 정책 역행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찾는 게 순서다.미세먼지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일본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단 중국과 멀리 떨어진 지형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일본 국민의 환경 의식이 희비를 갈랐다. 전 세계적인 디젤 붐으로 경유차 비중이 조금 오르기도 했지만 가솔린·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 구조는 우리와 판이하다. 2018년 기준 이륜차를 뺀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 약 7천800만 대 중 경유차 비중이 6%도 안 된다는 통계의 의미는 크다.반면 우리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나 차량 2부제,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인공 강우 등 대증요법이 전부다. 구조 전환이라는 공식 없이는 미세먼지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말로는 '재난'이라면서 비와 바람만 쳐다보는 천수답 방식이라면 '365일 초미세먼지 나쁨'도 머지않았다.

2019-03-07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6일 "우리는 위기 앞에서 혁신성을 발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어가는 국민성 있다"고 강조

○…문재인 대통령, 6일 "우리는 위기 앞에서 혁신성을 발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어가는 국민성이 있다"고 강조. 세계인, 그 국민성 이끌 지도력도 갖추면 금상첨화!○…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행안위 위원들에게 "대통령·정부가 미세먼지 조치하는데 중심에 국회 있어야"며 주문. 국민, 모여 또 싸우지 말고 그냥 노는 게 돕는 일.○…사상 첫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달성 속 대구는 7대 도시 꼴찌. 대구인, 좋은 일은 남에게 양보하고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차지하는 게 오랜 미덕이죠?

2019-03-07 06:3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물류공항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중국~동남아~유럽까지 철도길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때 전국이 신났다. 누구도 항공로가 있는데 철도까지 필요하겠냐고 초치지 않는다. 물류 통로는 많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싼값으로 옮겨줄 철도도, 빨리 옮겨줄 항공도 모두 필요하다.그런데도 유독 지역공항 건설 문제에서는 여론이 인색하다. 작은 땅덩이에 뭐하러 여러 공항을 짓느냐는 말을 논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물류에는 눈감고, 공항은 해외여행객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믿는 것인가.200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한화·SK 등도 이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은 지난 2010년 청주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한 대형 화물기 덕분이다. 당시 대한항공이 인천~상해~청주~앵커리지~애틀랜타~시애틀~인천 노선을 주 3회 취항한 것이다. 청주공항이 정기화물 노선 시대를 열면서 청주, 천안, 이천 등 중부권에 집중된 반도체·태양광 등 기존 첨단제품 수출기업의 경쟁력 상승은 물론 대기업들의 새 투자처로 충청지역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대구국제공항도 동남아 몇 개국 노선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흑자가 될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 대구경북은 미주, 유럽 노선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방문하려면 인천에서 1박을 해야 하고 귀국 후 또 종일을 달려야 집으로 돌아온다. 가격이 저렴한 경유 노선을 찾으면 편도 2회 경유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하는 이들이야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는 물류다.기업들에 '물류'는 핵심 니즈(Needs)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입지일수록 공항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첨단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지난달 지역 중견기업 CEO와 저녁 자리를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지역에 제대로 된 물류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시장·도지사에게 입이 닳도록 건의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삼성·LG가 왜 구미를 떠났나. 지역에 물류공항이 없어서다"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으로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이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된 목적도 '물류경제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여객 수송만의 목적이 아니다. 지역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할 물류공항이라는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물류통'이었던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지난해 대구시가 스카우트한 이유 중의 하나도 물류공항의 중요성 때문이다.남북 경협의 최대 화두 역시 물류길 확보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에 부산~포항~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지상 물류길'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 물류길'도 대구경북에는 절실하다. 지역의 발을 묶고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는가.

2019-03-06 18:09:06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자결로 일제 치욕 씻은 임청각의 아들

매일신문 경북본사 인근에 안동 임청각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몸부림이 태동한 곳이다. 임청각의 주인인 석주 이상룡(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선생은 99칸 보금자리를 팔아 중국에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다.임청각은 우리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곳이다. 임청각이 마련한 방명록을 보면 전국에서 꾸준히 많은 국민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스 대절한 관광객들이 들르는 코스가 됐으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손을 잡고 애국 교육을 하는 가족을 만날 수도 있다.석주 선생 일가가 중심이 된 임청각 독립운동은 지금의 안동댐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처럼 거침없었다. 독립운동 서훈자 11명을 배출한 임청각의 독립운동은 석주 선생 일대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임청각 여성들이 조명받기도 했다.조국 광복을 이끈 임청각 사람들에 대한 글과 자료를 보면서 어느 날부터 독립을 앞두고 자결한 석주의 아들 이준형 선생을 주목하게 됐다. 이준형 선생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이준형 선생의 삶을 추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단했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다.석주 선생이 1911년 54세에 일가 50여 가구를 이끌고 서간도로 망명할 때 이준형은 36세였다. 사실상 이준형은 군자금 마련 등 석주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면서 가족 살림을 책임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쓴 '선부군유사'(이상룡의 일대기)는 생생한 독립운동사로 남아 있다.이준형은 1932년 석주 선생이 길림성 서란현에서 서거한 뒤 가족들과 함께 귀국했다. 하지만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임청각 종가를 보존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일제의 감시에다 중앙선철도 건설로 종가 입구 30여 칸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된 이준형은 무너진 자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1942년 9월 이 선생은 지금 안동댐 수몰 지역이 된 월곡면 도곡리 범계정에서 동맥을 끊어 자결했다. 67세 생일날이었다."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다." 아들 이병화에게 가족 살림을 당부한 뒤 쓴 이준형 선생의 유서는 피가 묻은 채로 전해진다. 장렬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일제의 끈질긴 협박과 변절의 요구에 맞선 이준형 선생의 비분강개함이 묻어난다. 이런 아픔 덕분에 우리는 독립의 염원을 이뤘고 임청각은 일부 훼손됐지만 고성 이씨의 후손이 보존하고 있다.임청각이 원래대로 보존된다고 하니 석주 선생 일가의 독립운동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고성 이씨 21대 종손인 이창수 씨는 "집안 어른들의 희생정신이 나라 사랑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임청각이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만세운동이 재현되고 있는데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특성상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독립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우리는 분단과 6·25전쟁을 겪었고, 오랜 북한의 위협에다 최근에는 좌우 이념 갈등으로 내홍에 빠져 있다. 임청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눈앞 이익에 쫓겨 하루살이를 하는 게 아닌가. 이 시대의 대의가 무엇인가. 나라와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

2019-03-06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소망적 사고

1941년 6월 22일 터진 독소전(獨蘇戰)에서 소련은 초반에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히틀러의 침공을 강력히 암시하는 정보가 넘쳐났음에도 스탈린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스탈린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낳은 오판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탈린은 자본주의 국가는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신봉해 히틀러가 영국을 격파하기 전까지는 소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스탈린이 1939년 체결된 독소 무역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독일의 침공 직전까지 식량, 연료, 목재, 광물 등 전쟁 물자를 독일로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을 도와 영국과 끝까지 싸우도록 하고, 독일과 영국 모두 기진맥진해지면 힘들이지 않고 세계혁명을 완수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영국 침공이 좌절되자 총부리를 소련으로 돌렸다.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을 기획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도 소망적 사고의 포로였다. 물론 야마모토는 일관되게 미국과 전쟁에 반대했다. 미국 유학과 주미 일본대사관의 해군 무관 근무 경험으로 미국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전(開戰)이 결정되자 신념을 버리고 전쟁 수행으로 방향을 튼다.그의 전쟁 구상은 철저히 자기본위적이었다. 진주만 기습으로 미 태평양 함대의 전투력을 일정 기간 마비시킨 다음 미국이 기력을 되찾기 전에 강화협상으로 전쟁을 종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 오판도 이런 오판이 없었다.이런 패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다시 본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라"고 했다. 지난달 '하노이 핵 담판'에서 재확인됐듯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전혀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고민하지 않고 또다시 남북 경협 타령만 한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근거 없는 소망적 사고임이 이미 판명났다. 이젠 이런 미몽(迷夢)에서 깰 때도 됐다.

2019-03-06 06:30:00

[관풍루] 무디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정부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2.1%, 내년은 2.2%로 전망

○…무디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정부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2.1%, 내년은 2.2%로 전망. 남은 임기 계속 내리막길이면 '30년 집권'에서 5년으로 손절매할 판.○…미세먼지 공습에 전국이 먼지 지옥, 제주도까지 사상 첫 비상저감조치 발령. 미세먼지 무서워 해외 이민 떠날 사람들 점점 더 많아지겠네.○…환각제 등 마약성 물질 아무런 제재 없이 온라인으로 대거 유통돼 경고등. 허울 좋은 '마약 청정국' 지위, 부뚜막에 먼저 오른 얌전한 고양이 꼴.

2019-03-06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말과 글의 현주소

연초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일제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였지만, 조선어학회가 온 마음으로 우리말을 모아 말모이(사전)까지 만들어 낸 것은 국어학자로서 당연한 민족사적 책무였다고 치자. 과학계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조선박물연구회 사람들이었다. 일제의 우리말 탄압으로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옥고를 치를 당시에 이들은 우리 땅에서 새로 발견한 동식물에 우리말을 붙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바람꽃' '등칡' 등의 이름이 그렇게 태어났다. 일본식 이름 '야인과'(野人瓜)를 '멀꿀'로, 중국식 한자명인 '전추라'(剪秋羅)를 '동자꽃'으로 바꾼 것도 이들이다. '각시멧노랑나비' '떠들썩팔랑나비'라는 이름도 이때 생겼다.본지 2월 16일 자 '주말 돋보기' 코너에서는 '동성로 점령한 일어 간판'이란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대구 중심가의 음식점 간판과 요리 명칭에 일본식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어 우리 언어를 잠식하고 우리 언어 습관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어디 일본어뿐인가.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계열까지 국적 불명의 외래어가 횡행하는 이 땅의 '짬뽕 언어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즘 같은 국제화시대에 상당수 외래어가 혼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고 하자. 그런데 억지로 서양식 상호를 붙여야 글로벌 기업이 되고, 따라 읽기조차 어려운 외래어를 달아야 아파트가 팔리는 세태가 되었다. 구태여 서양말을 써야 품격 있는 지식인 대접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방송과 언론조차 그것을 자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되레 혼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말과 글에는 우리의 얼과 넋이 배어 있다. 선인들이 혼신으로 지키고 살려온 말과 글을 잘 가꾸고 다듬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온갖 외래어에 오염되어 표류하고 있는 우리말과 글의 혼탁하고 혼란한 현주소를 방관하고 조장하면서 3·1운동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2019-03-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조급증·갈라치기가 가져온 文정부 위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충격이자 타격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던 문 대통령은 차에서 쫓겨나 구경꾼 신세가 됐다. 국민에게 환상을 불어넣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 등 집권 세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지금껏 집권 세력은 남북한 화해 이벤트로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대북 제재 해제가 없는 한 남북한 이벤트는 쇼일 뿐이란 사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확인됐다. 국민 대다수가 김정은과 북한,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경제난이 문 정부를 위기에 빠트렸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며 매달린 북한 문제마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문 정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위기를 가져온 요인이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올인한 북한 문제, 소득주도성장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그토록 공들인 북한 문제와 경제정책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뭘까.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조급증과 갈라치기 탓이다. 트럼프가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했는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급증을 보였다. 미국에 제재 완화를 집요하게 설득하고 남북 경협까지 떠안겠다고 하는 등 서둘렀다. 문 대통령과 비서진이 북미 정상의 서명식을 TV로 지켜보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 망신을 산 것도 조급증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등 경제 주체들의 사정을 두루 살피고, 공론화를 통해 득실을 따져본 후 추진하면 될 일을 막무가내로 결정하고 밀어붙인 결과 부작용이 산처럼 쌓이고 말았다.적과 아군으로 편을 나눠 갈라치기를 하는 행태도 위기를 자초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맹신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만 몰두한 탓에 한미 공조에 구멍이 뚫렸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편을 들어 미국을 갈라치기 한 결과 미국이 우리 정부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담 결렬 후에도 집권 세력은 일본 아베 총리와 국내 비판 세력을 한편으로 묶는 갈라치기를 하고 나섰다. "(회담 결렬에)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친일로 몰아버리는 프레임 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에서 보여준 갈라치기가 급기야 대구경북을 인사예산에서 배제하는 특정 지역 갈라치기로까지 진화(?)하고 있다.조급증과 갈라치기는 정권을 계속 잡아야 한다는 강박 심리의 산물이다. 참여정부 이후 집권에 실패했을 때의 고통과 트라우마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뇌리에 각인돼 있고, 이번에는 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조급증과 갈라치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론 청산을 주장했다. 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갈라치기이자 조급증의 발로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문 정부의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19-03-05 06:30:00

[관풍루] 여야 원내지도부 4일 국회 정상화 돌연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3월 국회 성사

○…여야 원내지도부, 4일 국회 정상화 돌연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3월 국회 성사. 두 달 휴업에 '세비 반납' 여론 높아지니 개원이라, 그야말로 극한(極閑)직업.○…'검증된 인사' 표방한 청와대, 주요 공관장 인사와 함께 이번 주 중폭 개각. 검증 기준은 국가에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이라는 뜻.○…'쓰레기 산' 오명 쓴 의성군에 이어 성주군 폐기물 야적장 화재도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고. CNN도 인정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위용.

2019-03-05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협상의 기술

'인간은 하루에 수십, 수백 번 협상한다.'혹자들은 '내가 무슨 협상을?'이라고 의문을 갖겠지만, 협상 전문가들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즐겨 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협상을 벌이는 존재라고 한다. 지금 밥을 먹을지, 공부를 계속할지 결정하는 자체가 작은 범주의 협상이다. 인간관계도 끝없는 협상의 연속이다. 인간관계는 적게 주고 많이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협상을 배워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서점에는 협상과 관련한 자기계발서가 넘쳐나지만,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책은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1987년)이다. 도널드 트럼프·토니 슈워츠가 함께 쓴 이 책은 비즈니스 관련 서적으로 역대 5위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다.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었고, 한창 사업 재미에 빠져 있던 때여서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상대방이 협상을 주도하려 할 때는 끌려다니지 말고 판세를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회담 결렬을 선언한 것과 관계있는 대목이다. 결렬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측이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을 보면 협상의 키는 트럼프가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을 옆에 앉혀 놓고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교를 했다. "당신들은 거래를 모른다. 100% 확실해 보이던 거래가 깨지고,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나는 숱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나는 그 누구보다 거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문가임을 자임하고 있고, 자신감도 넘친다. 그가 향후 북한과 어떻게 협상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거래의 기술'을 한껏 발휘할 공산이 크다. 목적을 위해 판을 깰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미래가 미국 대통령의 협상력에 달려 있으니 약소국의 비애인지, 북한의 자업자득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2019-03-04 06:30:00

[관풍루]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 3일 "3월까지 여야가 '놀고먹는 국회' 만든다면 국민 분노 감당 못할 것"이라 주장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 3일 "3월까지 여야가 '놀고먹는 국회' 만든다면 국민 분노 감당 못 할 것"이라 주장. 촛불 민심, 이제라도 국회 무노동 무임금 원칙 도입하라!○…방위사업청, 우수 중소기업 혜택 확대 내용의 '방위산업육성 지원사업 공통 운영규정' 고쳐 3월 시행. 국민, 그 혜택 안 주고 '유구한 방산비리'만 없애도 될걸요.○…정연주 대구 남구의원, 서울 전시회 가서 '천민들만 보다가 양반들 만나니…'로 곤욕. 남구 주민,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던데 천민들만 본 그대는 혹 양반인가요?

2019-03-04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洑(보)를 다 허물고 나면 속이 후련할까

물 빠진 강은 을씨년스럽다. 수문을 열어젖히자 달성보의 양수장 취수구는 막혔고 유람선은 멈춰 섰다. 봇물의 낙차를 이용하던 수력발전은 접었다. 대신 모래톱을 드러낸 강엔 말라죽은 민물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수량이 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던 동식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보 담수로 인해 새로 생긴 습지는 마르고 생태계 초토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역 농민들은 가뭄과 홍수를 걱정하던 시절로 되돌아갈까 걱정이 태산이다. 성난 농심을 달래려고 여기저기 관정을 뚫어 보지만 부질없다. 사시사철 가득 찬 물을 이용해 친수공간 개발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아우성이다. 물을 빼 보니 가려졌던 보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다.보와 댐에 가둬둔 물을 풍족히 쓰다 보니 잊기 쉽지만 우리나라는 엄연히 물 스트레스 국가다. 국민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2003년 기준)이 1천453㎥에 불과하다.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다.'한강의 기적'은 이를 극복하며 이뤘다. 기적은 1960년대 한강의 물길을 막으면서 시작됐다. 북한강 수계에만 춘천댐 의암댐 소양강댐 팔당댐이 차례로 들어섰다. 물이 풍부해지자 수도권은 풍성해졌다. 홍수 피해는 덜고 용수 걱정은 사라졌다. 상류에서 하류를 연결한 댐들은 이제 수도권 주민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생태계는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적응했다.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지금 어느 누구도 댐을 허물어 재자연화하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북한은 엇길로 갔다. 북은 남에 비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1인당 수자원량이 3천366㎥로 두 배를 훨씬 웃돈다. 그런데도 북은 여전히 척박한 땅으로 남았다. 식량난은 만성이 됐다. 대부분 북한 하천은 지금도 '자연' 상태다. 치수 실패는 국민을 배고프게 했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물이 풍족한 국가 대부분이 이 대륙에 집중돼 있다. 콩고는 1인당 수자원량이 31만㎥로 세계 4위, 가봉은 12만㎥로 6위다. 이들 나라의 강도 대부분 자연 그대로다. 치수의 개념도, 능력도 없다. 국민 삶은 척박하다. 선진국은 다르다. 유럽은 수자원 이용도가 75%에 달한다. 미국은 1인당 수자원량이 1만㎥를 넘지만 보와 댐, 운하 등 수리시설이 200만 개를 넘는다.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일찍이 치수에 눈을 뜨고 성공한 것은 큰 축복이다. 22조원이란 예산을 들여 만든 4대강 16개 보 역시 밉건 곱건 역시 그 한 축이 됐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보다 물을 이용하고 친수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그런 보를 정부가 허물려 든다. 재자연화라는 명분에서다. 말은 그럴듯한데 북한처럼, 아프리카처럼 가겠다는 뜻이다. 근거로 '녹조라떼'란 조어를 만들었다. 보 설치 후 유속이 느려지며 보에 녹조가 창궐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도 보 설치와 녹조의 연관성을 밝힌 논문 한 편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 싣지 못했다. 반면 금강수계에 보 설치 후 하류 수질이 좋아졌다는 논문은 1월 SCI급 국제 학술지인 '환경공학과학'지에 실렸다.보를 허무는 일은 보와 녹조의 연관관계를 확인하는 충분한 연구결과물이 나온 후 검토할 일이다. 아무런 연구 실적도 없이 다짜고짜 보부터 없애겠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읽힌다. 그리되면 환경정치인들의 속은 후련할지 모르나 국민 속은 뒤집어진다.

2019-03-0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노동가동연한

흔히 사람 얼굴과 성격, 입맛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고 말한다. 세월의 무게 탓에 이마에는 주름살이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결같던 입맛도 시간 앞에서는 그 일관성을 장담하기 힘들다.'꼴'이라 부르는 인상의 변화도 극적이다. 정약용은 '상론'(相論)에서 상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는데 '공부하는 이는 그 상이 어여쁘다. 장사치는 상이 시커멓다. 목동은 상이 지저분하다. 노름꾼은 상이 사납고 약삭빠르다'고 했다. 즉 사람은 생긴 대로 노는 것이 아니라 노는 대로 생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느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상이 달라진다는 뜻이다.신체 능력도 마찬가지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몸을 단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체력이 낫다. 또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고 적정 수준의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신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생활 수준의 향상이 신체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대법원이 최근 육체노동이 가능한 최고 연령을 뜻하는 '가동연한'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올렸다. 1989년 60세 판결 이후 30년 만에 기준을 5년 상향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개인의 신체 능력도 개선됐다는 의미다.돌이켜보면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념은 1956년 이전은 고작 50세, 1989년 이전은 55세였다. 60여 년 만에 15년 늘어난 것은 큰 변화다. 문제는 그 후속 조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손해배상액 산정이나 보험 등은 그렇다 쳐도 연금 지급 시기나 정년 연장, 노인 연령 기준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가장 큰 변수는 저출산고령화다. 한국 사회 좌표와 꼴이 달라지는데 관련 기준은 꼼짝하지 않는다면 불일치의 문제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성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년, 30년 뒤를 보고 미리 준비하는 게 혼선을 줄이는 방법이다.

2019-03-0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비즈니스맨' 트럼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베트남에서 큰 선물을 챙겼다.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답게 23조원에 달하는 번외(番外) 성과를 거뒀다.트럼프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미국을 연내 국빈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한 답례였다.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미국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사들이는 127억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다른 항공사 뱀부에어웨이스도 30억달러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비엣젯은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도 53억달러 계약을 맺었다. 양국이 서명한 무역 거래가 210억달러(약 23조5천억원)를 넘는다.베트남에서 트럼프가 챙긴 선물은 더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베트남이 (미국의) 군사 장비(구입)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베트남으로부터 미국 농산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제거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트럼프가 "우리는 친구"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베트남에서 많은 선물을 얻어냈다.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조차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 게 트럼프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고 엄청난 양의 돈을 잃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연간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5억달러만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측 지출분을 부풀리는 꼼수까지 썼다는 비판까지 나왔다.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도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을 방불케 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여러 차례 부각하며 비핵화 합의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을 들고나왔다.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베트남처럼 번영하게 될 것"이라는 식이었다.트럼프의 비즈니스맨식 협상법이 김정은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을 수 있다. 아니면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겨본 사업가 트럼프가 합의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에서 트럼프만 선물을 잔뜩 챙겼을 뿐 한반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2019-03-01 06:30:00

[관풍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폭정에 맞서 치열한 전투 시작하겠다" 목청 높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폭정에 맞서 치열한 전투 시작하겠다" 목청 높여. 싸우면서 일하랬는데 만날 싸우다 손가락만 빠는 건 아니겠지?○…농·축·수·산림조합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앞두고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 기승. 시장군수 자리도 부럽지 않을 조합장이니 '5당 4락'이 괜히 나왔겠어.○…빌 게이츠 "돈 많은 것은 축복" "부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인터넷 댓글 달아 화제. 한국의 부자가 들으면 귀 틀어막고 기겁할 소리네.

2019-03-01 06:30:00

권성훈 디지털국 차장('야수와 미녀TV' 앵커)

[청라언덕]국민·참여 정부 때도 없던 TK 홀대

문재인 정권의 TK 홀대는 특별하다. 국민(김대중 정권)·참여(노무현 정권) 정부 때도 유례가 없던 차별을 무차별적으로 가하고 있다. '가혹하다'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예산뿐 아니라 인사에서 초토화 전략을 쓰고 있는 듯하다.국민의 정부 때는 울진이 고향인 김중권 비서실장을 기용하고, 국무위원(장관)에도 인구에 비례해 지역 출신을 배려했다. 또 흐지부지됐지만 '밀라노 프로젝트'를 섬유도시 대구에 선사하기도 했다. 참여 정부 때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에게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용 환경부 장관, 이강철 청와대 수석(일명 왕수석)을 통해 대구경북의 바람을 전달했다. 또 이들을 통해 TK의 필요한 예산도 배정하고, 악화한 민심을 달래려는 노력도 했다.문재인 정권은 어떤가. 2017년 정권 초창기부터 살펴봐도, 뭐 해준 것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홀대의 흔적은 흥건하다. 예산, 인사 곳곳에 큰 상처만 안기고, 상처가 난 곳에 소금까지 뿌리고 있다.올해 국비 예산만 해도, 타 지역은 모두 늘어난 데 비해 TK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달 발표된 예타 면제사업만 해도 TK를 모두 합해 1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도백(김경수 지사)이 구속된 경남만 해도 4조7천억원의 선물을 안겨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5일 매일신문 자체 방송인 야수와 미녀TV 속 '토크 20분'에 출연해, 대놓고 현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 선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섭섭함을 토로했다.TK의 가장 큰 바람인 통합신공항 이전과 구미 취수원 이전 문제도 국방부와 환경부의 비협조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도대체 해당 부처는 대구경북민의 강력한 바람을 알고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소 닭 보듯' 한다.인사는 더 말해 무엇하랴. 혈압이 뻗쳐 쓰러질 정도다.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TK 출신 국무위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이 재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찰 최고위 간부는 거의 없었다. 정권 초창기에 경찰 내 치안총감(경찰청장)과 치안정감 8명 중에 TK 출신은 단 1명도 없었다가, 지난해 7월 인사에서 겨우 1명(경북 청송 출신 이상정 경찰대학장)이 탄생했다.'TK 출신 장관 0명 시대 될 듯'이라는 기사를 보고는, 서글픈 마음이 들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지역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면서, 이럴 수는 없다. TK 출신 유일한 국무위원인 김부겸 장관마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내각에서 빠지면, 대구경북을 챙겨줄 인사는 아예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 내 주요 인사(3실장 9수석 체제), 국정원과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주요 권력 기관에도 'TK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주요 인사에서 TK 출신을 철저히 '왕따'시키고 있다.문재인 정권은 보수의 심장 TK에 대한 홀대를 멈춰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퍼주는 돈보다 TK에 주는 예산을 더 아까워한다"는 대구경북민의 비아냥 섞인 푸념을 멈출 수 있다. 이틀 전 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큰 표 차이로 자유한국당(제1야당) 당권을 쥔 황교안 대표도 'TK 홀대'를 저지하는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2019-02-28 18:39:23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알쏭달쏭 생활법률]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며 부양한 경우 기여분은?

Q : 갑은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혼자 남으신 어머니를 자신의 집에서 모시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산 상속과 관련하여 갑은 자신이 10년 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니 기여분이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공동상속인인 다른 형제들은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갑에게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A :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상속재산으로부터 사후적으로 보상해주기 위해 인정되는 상속분을 말하므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피상속인과 동거를 하며 부양한 경우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또한 기여분에 관한 대법원(1998. 12. 8. 97므513, 520, 97스12)판결은, "성년인 자가 부양의무의 존부나 그 순위에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에는 앞서 본 판단 기준인 부양의 시기·방법 및 정도의 면에서 각기 특별한 부양이 된다고 보아 각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그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어, 위 사례의 갑과 같이 비교적 장기간 동안 부모님과 동거하며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 피상속인에 대한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되어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한편 사례와 같은 경우라도, 갑 외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부모님 부양을 위한 돈을 모아 정기적으로 갑에게 전달해왔던 사정 등이 있다면 달리 해석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sunnnw@nate.com)

2019-02-28 06:30:00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위기의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막을 내렸다. 전당대회를 지켜본 대구경북(TK) 시도민의 마음은 씁쓸했다. 한국당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떠받드는 TK에서 당대표는 고사하고 대표 후보 한 명 배출하지 못해서다. TK는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의 30%가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위원 1명만 당선시키는 데 만족해야 한다. 한국당의 대주주로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요즘 TK에는 되는 일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으로 시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내륙에 위치한 TK에 하늘길은 숙원이었다. 밀양 신공항 유치 실패의 아픔을 딛고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던 시도민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청천벽력이었다.SK하이닉스 유치 실패는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산업도시 구미는 SK하이닉스 유치를 염원했다. 거리마다 내걸린 현수막이 구미 시민의 열망을 대변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용인행을 결정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수도권에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로 용인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절차에 들어갔다.곧 발표 예정인 원전해체연구소의 경주 유치도 불안하다. 정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부산과 울산 접경으로 정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북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방폐장과 전체 원전 24기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의 호소에는 귀를 닫겠다는 의미다.이런 암울한 소식에도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공항, SK하이닉스, 원전해체연구소 등 대형 국책사업과 대규모 기업 투자는 무조건 떼를 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TK 패싱'에 맞설 시점에서 컨트롤 타워는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맡아야 한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행정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권 시장은 한국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과 관련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시민들은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장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한다. 이 도지사는 SK하이닉스 유치전에서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두 단체장이 상생해야 한다면서 교환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보이는 데만 더 집중한다는 인상을 준다.대구경북 현안을 외면한 채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사분오열된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TK의 미래가 더 암울해 보인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오히려 TK는 보수의 이미지만 각인돼 현 정부에 더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 한국당의 본산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탈피도 어렵다. 전국 유일 한국당 광역단체장과 시도의회 의장도 TK다.이제 꽃피는 봄이 오는 3월이지만 대구경북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시장과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구경북에 '봄'을 불러올 수 있도록 분발을 기대한다. 더 이상의 충격과 고통을 감내하기에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도민이 많다.

2019-02-2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고령 운전

운전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노익장 영감님이 승용차를 몰고 나갔다. 한사코 만류하는 할머니의 손길도 뿌리친 채 기어이 차를 몰고 장거리 운행에 나선 것이다. 한참 뒤에 집에서 TV를 보던 할머니가 깜짝 놀라서 영감님께 전화를 했다. '고속도로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뉴스 속보가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할머니는 "고속도로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런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영감님의 신바람 난 목소리에 할머니는 기절할 뻔했다. 영감님의 말인즉 "알고 있어! 안 그래도 지금 나 빼고 전부가 역주행이야…"라는 것이었다. 노인 운전과 관련된 우스갯소리이다. 그런데 최근 90대 운전자의 차량에 행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지난 24일 밤에는 고속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시속 30㎞로 운전을 하다가 뒤따라오던 차가 추돌하면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60, 70대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노인 사고 비율과 사망자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고령 운전 제한론과 기본권 침해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기도 했다.운전을 잘하는 노인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고령이면 사물 인지능력은 물론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자발적인 운전 졸업자에게는 일정 기간 교통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탤런트 양택조(79) 씨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서 도로교통공단의 '어르신 교통사고 예방 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했다.가장 현실적인 정책은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인지능력 진단과 안전운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령 운전은 본인은 물론 주변 차량과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통안전과 행복추구권이란 상반된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2019-02-28 06:30:00

[관풍루] 3·1절 100돌 맞아 부패범죄 정치인과 경제인, 공직자, 음주운전자 등 뺀 4천378명 특별사면

○…3·1절 100돌 맞아 부패범죄 정치인과 경제인, 공직자, 음주 운전자 등 뺀 4천378명 특별사면. 연례행사처럼 사면했지만 바른 사회 됐다는 소식은 안 들리니….○…자유한국당, 27일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하고 전열 재정비에 박차. 수권 정당이 될지, 불임 정당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고노 일 외무장관, 문 대통령의 '친일 청산' 발언에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되풀이. 계속 막말하며 우호 관계 가로막아온 '인간'(닌겐)이 할 말은 아닌 듯.

2019-02-2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외국에서는 한국인을 어떻게 봤는가

신문사 건너편에는 산책삼아 한번씩 오를 만한 90개의 계단이 있다. 그다지 멋이 없는 콘크리트 계단에 불과하지만, '3·1만세운동길'로 불리는 역사의 현장이어서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 1919년 3월 8일 계성고·신명여고·대구고보 학생들이 3·1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간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당시 그 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곤 한다. 청년학생들의 불타는 애국심과 의기는 우리 같은 소시민을 늘 부끄럽게 한다.내일이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길이 기억하고 기념할 날이지만,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모자라 진보·보수로 갈려 싸움질만 하고 있는 후손들은 선조들의 빛나는 정신을 이어받기에 너무나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이념·정파에 따라 '진보사관'이니 '뉴라이트사관'이니 하면서 선조들의 업적을 맘대로 재단하는 풍토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는 친일파만 득실댔다는 시각이나 친일행위는 생존의 방편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시각이 대립한다.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다 보니 역사를 편향적, 단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선조들의 업적을 폄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류층·지식인 등의 친일 여부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한국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어떻게 저항했고 어떤 방식으로 투쟁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자기비하에 빠져 있지만, 한국인의 독립투쟁은 전세계가 감탄할 정도였다.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는 자서전에서 한국인의 독립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인은 일본이 한국을 통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인의 풍습, 문화, 언어를 말살하려 했지만, 민족적 자부심을 갖고 있던 한국인은 굳은 결의로 야만적인 압제자에게 항거했다. 일본은 수많은 한국인을 죽였지만, 그들의 혼은 결코 꺾지 못했다.' 이광요는 한국인과 같은 저항 사례는 흔하지 않다고 썼다. 대만, 말레이·싱가포르인들은 이민족 상전들에게 별달리 저항하지 않았고, 일본인이 새로운 보호자가 되어주길 바랐다고 했다.제국주의 연구로 이름높은 마크 피티는 저서 '식민지-20세기 일본제국50년의 흥망'에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 만주의 주민 반응이 극명하게 달랐다고 했다. '한국은 일본의 보호국이 될 때부터 전쟁 상태였으며, 깊은 증오의 불길이 서서히 격해져 3·1운동으로 다시 활활 타올랐다. 철저한 탄압, 군대의 위압, 지도자의 투옥과 추방에 의해 한국인은 묵종했을 뿐이다. 그외 식민지의 주민 반응은 대체로 온건했다. 만주는 중국인의 대다수가 거의 반발하지 않았다. 반발은 커녕, 재산이 있는 중국인들이 본토의 군벌항쟁에서 벗어나 식민지의 좋은 치안과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고 피난해왔다. 대만은 주민 다수가 일본의 지배를 환영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극적으로 받아들였다.'훗날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6년 경성으로 출발하기전 부인과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른 감은 있지만, 대한제국 각지에서 폭동이 발생하고 있고 반일감정도 높아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 못한다." 이토가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선조들의 저항은 거세고 광범위했다.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한 것도 일제 치하에서 굴하지 않은 한국인의 꿋꿋함 때문이었다. 일본의 악랄한 식민 지배에 순종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한 민족은 한국인 뿐이었다. 역사 해석에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현재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선조들을 존경하고 자부심을 가질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렇기에 3·1운동 100주년이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2019-02-27 19: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당(黨)과 파(派), 또

'이놈아! 너는 한국 북부 사람이 아니다. 너는 한국 남부 사람이 아니다. 너는 한국인이다. 알아듣겠느냐! 우리가 분열되었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정복했다. 최가 북부 출신이라서 네가 그를 증오한다면, 네가 남부 출신이라서 최가 너를 증오한다면, 우리 한국인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항상 남의 나라 노예가 될 것이다.'독립운동가 현 순의 아들 준섭이 1919년 3·1운동 뒤 상해에 머물며 한국인 자녀를 위한 인성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상해 아이들의 '망국노야!'란 놀림 속에 다닌 학교의 북부(평양) 출신 최 학생과 싸우다 들켜 통곡하며 회초리를 든 선생의 절절한 하소연이다.현준섭은 책상 위에 쓰러져 흐느껴 울던 선생님이 가르쳐 준 교훈을 언제나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기억을 모아 '만세'란 책을 남기며 후손들이 아픈 옛 식민지 과거 역사를 잊지 말기를 바랐다.독립운동가 서영해도 이런 하소연을 했다. 3·1운동 뒤 상해로, 다시 프랑스로 무대를 옮겨 임시정부를 대신해 힘들고 외롭지만 미국의 이승만과 쌍벽일 만큼 독보적인 외교 독립운동을 편 그가 1940년 3월 1일 쓴 심정이 그렇다.'나라를 잃고 왜놈의 총칼 밑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지가 30년이 되었다…통일 덕으로 강적을 대할 줄 몰랐던 우리는 3·1운동 이후…당파 싸움으로 원통한 실패를 얼마나 거듭하였더냐!…무슨 당, 무슨 파하고 아직도 당파 싸움을 하고 있는 분이 있으니 참 한심하다…제발 당파 싸움을 고치자!'일본은 한국을 '영원히, 완전하게' 지배하려 한국을 열등하고 미개한 나라로 낮췄다. 일부러 '당파'의 나라로 한·일 두 나라 사람에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앞의 글을 보면 실제 못난 당파도 더러는 있었던 모양이다. 시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다.세월이 흐른 지금은 과연 어떤가.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이 끊어지고, 남쪽은 동서로, 보수와 진보로, 또 대구경북과 그 밖으로 나뉜 꼴이다. 이제 나라도 있으니 당과 파로 맘껏 흩어지고 갈려 찢어져 싸워도 좋을 때인 모양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눈앞이다.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2019-02-27 06:30:00

[관풍루] 애국심 함양과 대한민국 기초 닦은 공적 인정해 유관순 열사에 1등급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수여

○…애국심 함양과 대한민국 기초 닦은 공적 인정해 유관순 열사에 1등급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수여. 선열의 큰 뜻, 제격 찾기까지 걸린 시간 무려 100년.○…중소기업, 불황에다 최저임금 부담에 외국인 근로자 줄이거나 고용 신청 꺼려 5년 만에 미달 사태. 세상 돌아가는 건 책상보다 현장에서 더 잘 보이는 법.○…민주당 서울시당, 동장 폭행한 최재성 강북구의원 제명하고 의원직 사퇴 권고. 여야 할 것 없이 때려도 때려도 고개 드는 '두더지 게임' 하느라 팔뚝에 힘 붙겠네.

2019-02-27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남북 명운 걸린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회담의 종착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진다.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 정보기관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이번 회담에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한미 양국이 그리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핵무기·핵분열 물질 및 영변 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완전한 핵 폐기'다.한국과 미국으로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선이지만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은 생존의 문제다. 김 위원장은 세습 왕조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핵을 만들었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핵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능력을 가지는 것은 미국을 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한반도 개입이나 북에 대한 무력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개입 저지, 억제 수단인 셈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미국 본토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핵 무력 완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반면 미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본토에 도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은 그동안 우리를 등쳐 먹었다. 다시는 수십억달러를 퍼주지 않겠다"고 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도 상원 정보위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정통성과 체제 유지 때문에 핵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이 때문에 북미 정상이 적정선에서 대충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완전한 핵 폐기 대신 핵 동결로 가고 ICBM만 없애는 수준의 합의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을 하는 경우다. 대신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을 해주는 것이다.이 경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과 반응을 보일까? 문 정부는 애써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가 구축됐다"고 자위할 것이다.그러나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점증할 것이다. 북측의 핵 동결 다시 말해 북이 기존의 핵을 보유하게 하는 어정쩡한 협상 결과가 탄생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핵무장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이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미국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둡게 하고 있다.비관적이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북측이 비핵화로 간다면 이는 결국 개혁 개방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김정은이 감당할 수 있을까? 베트남이나 중국과 달리 1인 세습 체제인 북한의 개혁 개방은 체제 수호의 가장 큰 위협이다. 이 또한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카드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기대치를 밑돈다면 문 정부는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문 정부는 북이 고립과 자멸의 길을 걷게 압박하든지, 아니면 미국으로부터는 외면받고 북으로부터는 핵 위협을 받는 상황 가운데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2019-02-26 17:56:14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GIGO

컴퓨터 공학계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용어 중 'GIGO'라는 게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것으로,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데이터도 아닌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채팅 로봇 테이(Tay)는 좋은 사례다. 테이는 지대한 관심과 기대 속에 출시됐으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조작' '히틀러는 잘못이 없다' '페미니스트는 지옥에서 불타 죽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이에 MS는 사과와 함께 출시 16시간 만에 테이를 회수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부 트위터 이용자가 테이와 대화에서 그런 악성 발언을 집중 학습시킨 것이다.이런 일이 기계인 AI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 운영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재앙이다. 1970년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사이버-신'(Cyber-Syn) 프로젝트의 실패가 바로 그랬다. 사이버-신은 '버로스 3500'이라는 슈퍼컴퓨터로 국가 경제를 관리하는 극단적 계획경제 프로젝트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그 방식은 현장 관리자가 매일 아침 생산량과 부족분 등 각종 정보를 중앙에 보고하고 중앙은 이를 버로스 3500에 입력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다음 다시 현장에 내려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입력 데이터는 말 그대로 '쓰레기'였다. 현장 관리자가 보고하고 싶은 것만 보고하고 감추고 싶은 정보는 숨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버로스 3500이 출력하는 데이터 역시 쓰레기일 수밖에 없었고 '사이버-신'의 실패는 당연했다.환경부 4대강 평가위가 금강·영산강의 세종·공주·죽산보(洑) 해체를 결정하면서 해체 때의 이익 지표는 부풀리고 보를 유지할 경우 생기는 경제적 효과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으며 보 철거 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감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를 해체해 4대강 사업 이전 상태로 돌리면 보마다 국민 편익이 100억~1천억원까지 생긴다는 결론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만하다. 역시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는 법이다.

2019-02-26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요즘 정권 차원에서 대구경북을 배제하는 소위 'TK 패싱' 논란이 화제다. 일부에서는 'TK 패싱'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했고, 일부에서는 근거 없는 피해 의식 내지 히스테리라고 반박했다. 역대 정권과 대구와의 관계를 추적하면 'TK 패싱'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겠는가.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쯤으로 기억한다.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된서리를 맞은 것은 경북고 출신이었다. 당시 대구지검 형사부를 비롯해 공안·특수부 부장검사 자리는 인사에서 물먹은 경북고 출신으로 채워졌다. 전임 노태우 정부 때 그렇게 잘나가던 TK 검사들은 YS 재임 동안 지방을 전전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관·군·경제계에서도 TK 출신을 대상으로 '피의 숙청'이 단행됐고, 빈자리는 부산경남 출신이 대거 차지했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20년 이상 TK 출신들이 승승장구했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정작 불똥은 애꿎은 곳에 튀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국책사업·예산 등에서 배제되다시피 했고, 대구경북 몫이라고 여긴 것조차 부산경남에 빼앗겼다. YS는 삼성자동차 부지를 대구에서 부산으로 바꾸고, 대신 지금은 없어진 삼성상용차를 대구에 줬다. 위천국가공단을 가로막은 것도 그때다.부산에는 5조5천억원의 신항만, 삼성자동차, 거가대교, 해양수산부 개청, 부산아시안게임 유치 등 큼직한 선물을 안겨줬으니 YS로 인한 낙수효과가 엄청났다. 얼핏 계산해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3명의 대통령이 고향인 대구경북에 내려준 국책사업을 합해도 YS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정치 보복 때문인지, 고향 사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TK 패싱'의 원조는 YS였다.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대구경북은 찬밥 신세였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 큰 선물을 안겨주지 못했지만,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유치, 북항재개발 및 하얄리아 부대 이전 등의 규모 있는 국책사업을 내려줬다. 지난 10년간 대구경북과 부산이 첨예하게 대립한 동남권 신공항을 국책사업으로 확정한 것도 2006년 노 전 대통령 집권 4년 차 때였다.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에도 부산 출신이라는 점을 찜찜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역대 부산 출신 대통령이 해온 것처럼 'TK 홀대, PK 우대' 정책을 고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동안 참고 있는 듯하더니만 고향 여론에 시달려서인지 몰라도 서서히 과거 전철을 밟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 원전해체연구소 부산·울산 입지 결정 움직임, 예타 면제 사업 비용 부산경남 편중 등은 'TK 패싱'에 가속도를 내는 촉매제가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다.문재인 정권도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부산에 큼직한 선물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그 방법뿐이다. 신공항이 될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희생자는 오롯이 대구가 될 것이다. 과거처럼 국책사업을 두고 대구와 부산을 경쟁시킨 뒤 부산에 줘버리면 그만이다. 대구는 제 밥그릇 못 챙기는 것은 고사하고, 밥그릇까지 깨먹을지 모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또다시 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계경보를 발령할 때다.

2019-02-26 06:30:00

[관풍루] 북한 김정은, 베트남 하노이 北美정상회담 위해 기차로 중국 대륙 종단 쇼

○…북한 김정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위해 기차로 중국 대륙 종단 쇼.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핵과 경제까지 챙기려는 대도무문(大盜無門)?○…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같은 강물에 같은 인물이 수질 등 경제성 평가를 했는데 7개월 만에 반대의 결과. 정권 위세에 강물도 알아서 기는 모양!○…방공식별구역을 맘대로 들락거리던 중국 군용기, 이젠 동해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당당히 진입 비행. 이러다가 독도를 일본이 아닌 중국에 빼앗기겠네.

2019-02-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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