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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조폭과 정치인

조선시대 한양 뒷골목에 '검계'(劍契)라는 왈짜패가 있었다. 도박장이나 기생들을 관리하면서 이권을 두고 폭력을 일삼았던 무리이다. 흥미로운 것은 '검계'가 상당한 조직과 규율을 갖췄으며, 몸에 칼자국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언론과 사회학자들이 분석한 우리나라 조직폭력배(조폭)의 내력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의 '낭만파 주먹 시대', 자유당 시절의 '정치 깡패 시대', 군사정권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난 조직들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 '전국구 주먹 시대', 그리고 오늘날의 '기업형 조직폭력 시대'가 그것이다.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상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자칭 '협객'이 서울 명동과 종로 거리 등에 나타났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널리 소개된 '장군의 아들' 김두한과 '시라소니' 이성순, '신마적' 엄동욱 등이 그들이다.1945년 이후 해방 공간의 좌우익 이념 대립 속에서 조폭은 정치권과 연결되었으며, 이승만 정권 때는 '정치 깡패'로 변신했다. 이정재와 유지광 등이 속한 '동대문 사단'은 정치 테러까지 자행했다. 1957년 5월 서울 장충단공원에서 발생한 민주당 시국강연회장의 폭력배 난동 사건이 그 사례이다.그러나 5·16 군사정권의 숙청으로 이정재 등 몇몇 수괴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정치 깡패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5공 신군부의 삼청교육대 시련을 겪고도 1980년대 후반에는 '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 전국구 조직이 부활했다.조직과 자금력을 확보한 이들이 정치 무대로 눈을 돌리면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인 이른바 '용팔이 사건'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조폭은 다시 된서리를 맞게 되고, '기업형 조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조직에 대한 갈증이 있는 정치인과 합법적인 외형을 갖춰야 하는 조폭의 은밀한 공생관계는 어쩌면 영화 속의 한 장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유착설 진실 공방이 어떻게 결론 날지 궁금하다.

2018-08-09 05:00:00

[관풍루] 삼성, 경제 활성화와 상생 협력 위해 3년 간 국내 130조원 신규 투자…

○…삼성, 경제 활성화와 상생 협력 위해 3년간 국내 130조원 신규 투자 및 4만 명 직접 채용 발표. “구걸 안 한다” 목에 힘주던 누구 기가 팍 살겠네. ○…7, 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도 검침일 따라 전기요금 여전히 들쭉날쭉. 고작 1만원 인하 생색내기보다 ‘덤터기’ 요금 체계 고치는 게 정답. ○…미국 TV 제조사, 트럼프 관세 부과로 부품 가격 급등하자 결국 직원 90% 넘게 해고. 중국 손보려다 자국민 먼저 손본 트럼프의 오기.

2018-08-09 05:00:00

[야고부] '성과 조급증?'

2017년 4월 JTBC 대선후보 토론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강성노조 탓만 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1~2%도 안 되는 노조입니까? 아니면 재벌입니까? 재벌 개혁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떻게 줄곧 노조만 탓합니까."당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공정 경제와 재벌 개혁은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 구호였다.대통령 취임 1년 2개월 후인 지난달 9일. 문 대통령은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보수 진영은 '투자·일자리에서 긍정적 신호'라며 환영했고, 진보 진영은 '친기업 선회, 이재용 면죄부'라며 경계했다. 급기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이재용 부회장을 방문하자, 진보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다. '구걸 행각'부터 '재벌 개혁이 물 건너갔다' '재벌-지주동맹에 넘어갔다' 따위의 탄식이 쏟아졌다.진보 진영이 정부의 재벌 개혁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달 진보 진영 학자 323명은 "재벌 개혁의 최적기를 맞았음에도 지난 1년간 정부가 한 것이 거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 정부가 관료들의 사탕발림에 빠져 재벌이 주는 즉각적인 단기적 효과, 고용을 부탁하는 그런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정부의 경제기조는 경제 회복과 재벌 개혁,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자리·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싸잡아 '재벌 개혁 후퇴'쯤으로 여긴다.문 대통령은 경기 악화, 일자리 감소로 인해 다소 초조한 모습이다. '성과 조급증' 내지 '실적 강박증'에 걸려 있다고도 한다.요즘 문 대통령은 규제 개혁을 통한 활로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지만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조차 냉소적이다. 규제 개혁은 '대기업의 먹잇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더 큰 폭의 규제 개혁을 원하는 한국당과 가까워 보이니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규제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18-08-08 05:0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청와대 비서관 6명 중 절반이 부산·경남 출신에…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청와대 비서관 6명 중 절반이 부산경남 출신에 대구경북은 전멸이라고. 그야말로 ‘문(文)고리 6인방’이 생길 절호의 기회이군! ○…자유한국당 내 지일파(知日派) 국회의원들, 일본 정계의 ‘민주당 패싱’ 분위기 전달. 그보다는 한국 사회의 ‘한국당 패싱’ 걱정부터 하는 게 순서일 듯…. ○…권영진 대구시장, 구미 삼성전자 수원 이전 막기 위해 팔 걷었다고. 한 몸인 대구경북의 상생을 위해 이번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다리를 걷어야겠네.

2018-08-08 05:0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흔적 지우기는 본능인가

초중고 시절 잘 나가던 남녀 운동선수가 있었다. 고교 졸업 후 실업 무대로 직행해 성공 가도를 이어갔다. 이들의 활약상은 매일신문을 통해서도 알려졌다.그런데 이들이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신문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신문사에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신문을 확인했으나 마땅히 잘못한 부분이 없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결혼을 앞둔 여자 선수는 신문에 실린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까맣게 탄 얼굴 사진을 혹여 시댁 식구들이 볼까 걱정이 된 것이었다.남자 선수는 경북의 산골 출신이란 꼬리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선수는 가족들이 산골 출신으로 알려지는 게 싫다고 한다며 인터넷에서 신문 기사가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두 운동선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어려운 시절의 얘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숨기려고 한다. 본능에 가까운 흔적 지우기다.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흔적 지우기는 정치 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 비효율적이며 치사하고 냉혹해 보일 정도이지만 정당의 이념을 앞세운 정치인들은 전임자 흔적 지우기를 통과의례로 여긴다.다른 사람이 의욕적으로 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의지라고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진정한 치적은 다른 사람이 추구한 일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게 아닐까. 새로움은 일시적이고 또 다른 새로움에 밀려난다.요즘 지방정치 무대가 시끄럽다. 6·13 지방선거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새판짜기가 본격화하면서 흔적 지우기와 관련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들여다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 같지도 않다.권력을 잡은 단체장들은 이전 집행부의 사업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이를 위한 포석을 하고 있다. 일종의 길들이기다.의회와 언론 등 외부의 조언과 견제가 있지만 외면하기 일쑤다. 권력을 다지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약간의 출혈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3선을 채운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치적 중 하나인 경주세계엑스포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민선 7기 경상북도의 주인이 된 이철우 도지사는 "경주세계엑스포는 공무원들의 원성이 높은 사업"이라며 손질을 예고했다.경북도뿐만 아니다. 수장이 바뀐 자치단체의 핵심 사업은 대부분 전면 재평가되고 있다.이 과정에서 정치 보복이나 전임자 치적 깎아내리기 등 사심이나 정치적인 판단은 배제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이로 인해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민초에게 돌아간다.지금 우리는 지난해 정권 교체 후 흔적 지우기에 따른 시행착오로 무수한 생활, 경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임 정부를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 쏟아내는 정책이 현장에 잘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이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폭염 사태 속에서 뒤죽박죽이 된 전력 수급 정책도 그중 하나다.무조건적인 반대에 대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집행부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혼란도 심하다. 한 지방의회 의장은 "어릴 때부터 수십 년을 함께한 친구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반대를 한다. 기초의회까지 당파 싸움을 해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새로 선택받은 권력자들이 정의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칼을 휘두르길 바란다. 4년 후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2018-08-08 05:00:00

김승호 소장

[DMZ평화시대가 열린다]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

"DMZ 내 생태계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분단의 아픔과 남과 북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군사 비용이 지금의 DMZ를 있게 했다." 지난 2004년부터 DMZ 생태계 연구와 보전에 앞장서고 있는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남북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만큼 양측 정부를 비롯한 파주, 김포, 북한의 개풍 등 지자체들이 DMZ 생태를 보전·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중 하나가 한강하구 일대를 람사르 협약에 등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호 등을 위한 국제 조약이다. 국내에선 '강원도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전남 장도 습지' 등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그는 "현재의 DMZ가 생태의 보고로 자리 잡은 데는 습지가 큰 몫을 했다"며 "만약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한강하구를 람사르에 등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다른 국제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자 DMZ를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 경제특구 유치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김 소장은 "DMZ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야 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김 소장은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이득을 위해 DMZ를 개발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특구로 지정해 공장을 짓는 일은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소장은 "앞서 말했다시피 DMZ 생태계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이 곳을 개발하는 것은 그동안의 노력을 짓밟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경인일보 취재반

2018-08-07 14:59:58

유광준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인구 비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평소 '공천=당선' 공식이 작동하는 대구경북 국회의원과 달리 여야 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을 '금메달 국회의원'이라고 자주 치켜세운다. 하지만 정작 수도권 국회의원들은 불만이 많다.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의 국회의원 선거구 유권자 수가 지방보다 대체로 2배가량 많다"며 "같은 금배지지만 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유권자 수를 고려하면 수도권 국회의원의 가치가 지방 국회의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커 유권자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기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이하(2016년 적용)로 조정했고 지난 6월에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도 4대 1에서 3대 1로 바꿔야 한다고 판단(2022년 적용)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비례의 원칙에 의한 투표 가치의 평등은 헌법적 요청으로서 다른 요소와 비교해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기준이다. 1인의 투표 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 가치에 4배가 되는 상황은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지나치고 일차적 고려 요소인 인구 비례의 원칙보다 이차적 고려 요소를 더 중시한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딱 떨어지는 논리다. 그래서 더욱 위기감을 느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1대 1을 향해 달려가면 인구가 적은 지역의 정치적 발언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응 논리가 귀에 착 감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회에선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고 국토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논리로 맞섰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1대 1로 조정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지역 대표성에 방점을 찍는 것이 타당하다. 광역의회는 그동안의 활동 실적과 존재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좀 복잡하다. 인구 편차 논의를 종결하고 권역별로 면적(국토균형발전)을 고려한 비례대표 의원을 배정하면 어떨까? 일본식(지역구비례병립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면서 각 권역에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해당 지역의 면적과 연동해 배정하자는 취지다. 단 논의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비(非)수도권역의 국회의원 총수는 기존 인구비례(소선거구제)에 의한 의석수보다 많게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만 13명인 경북의 경우 인구 편차를 1대 1로 조정하면서 감소하는 지역구 의원 정수 이상의 권역별 비례대표(경북 내 정당 득표율로 당락 결정) 의원을 배정받는 방식이다. 권역별 국회의원(지역구비례) 후보자 공천을 각 정당의 권역별 조직에서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분권 정치도 실현할 수 있다. 끌려만 다닐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인구 비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늦어지면 수도권과의 정치적 타협도 불가능하다.

2018-08-07 13:34:23

[야고부] 입추 무렵

어느덧 입추(立秋)다. 음력 6월 하순, 폭염은 여전하지만 '가을' 소리에 위안을 느낄 정도로 반가움이 앞선다. 입추는 모두 여섯 개의 가을 절기 중 첫 번째다. 말복(16일)과 칠석(17일)을 넘기고 더위가 끝난다는 처서(處暑·23일)도 지나면 아무리 고약한 기후도 풀이 꺾이고 계절의 변화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9월 백로와 추분, 10월 한로와 상강으로 이어지면 가을도 점점 깊어진다.늦은 저녁, 아파트 인근의 중학교로 걷기 운동을 나간다. 체력을 지키고 더위도 쫓을 겸 매일 빼먹지 않고 나서는 걸음이다. 그런데 그제 운동장 한쪽 풀숲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귀를 스치듯 짧게 울렸다가 지나간다. 삼복더위에 귀뚜라미라니, 잘못 들은 건 아닐까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 귀뚜라미 소리였다.속담에도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라고 했다. 모든 일에 아는 체 나서는 사람을 '칠월 귀뚜라미'에 비유한 까닭은 그만큼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먼저 움직인다는 뜻일 것이다. 귀뚜라미의 주 활동 시기 또한 8월에서 10월인 점을 감안하면 비록 지금은 희미하지만 귀뚜라미의 존재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귀뚜라미를 '가을의 전령사'로 부르는 것도 계절 변화에 민감한 속성을 잘 말해준다.1897년, 미국 물리학자 아모스 돌베어는 귀뚜라미 울음 길이와 기온의 상관관계를 계산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돌베어의 법칙'대로 요즘 밤 기온이 30℃를 훌쩍 넘기는 탓에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지거나 깊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 어둠 속에서 여름 성장기를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귀뚜라미의 움직임은 부인하기 힘들다.입추 소식에도 폭염은 그 기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속담에도 입추 즈음에는 '귀 밝은 개, 벼 자라는 소리 듣는다'고 하지 않았나. 개가 들을 정도로 벼가 쑥쑥 자라는 것은 한여름 무더위와 강한 햇볕이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 속에 조금씩 싹트는 가을 기운이 말해주듯 이제 두 계절은 서서히 겹치고 조금씩 자리를 바꿀 것이다. 당장은 폭염이 계속 어깨를 내리누르지만 그래도 입추는 입추다.

2018-08-07 05:0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정치사회

17세기 중후반 조선의 정국을 주도했던 우암 송시열과 미수 허목은 숙명의 정적(政敵)이었다. 노론의 영수와 남인의 대표였던 두 사람은 성리학적 이념 논쟁인 이른바 예송(禮訟)으로 권력투쟁을 벌이던 견원지간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우암은 중병이 들어 백약이 무용인 지경에 이르렀는데, 뜻밖에도 미수에게 처방을 구한 것이다. 그러자 비상을 넣은 극약처방이 나왔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암이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처방대로 약을 지어 먹고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것이다.이 일화의 요체는 사활을 건 당쟁 속에서도 인간적인 신뢰를 잃지 않았던 미수와 우암의 담대한 풍모와 도량이다. 아무튼 한방에서는 때로는 이렇게 극약으로 병을 다스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같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처방은 그 철학적인 이치를 음양(陰陽)의 순환 법칙에서 찾는다.양이 극하면 음이요, 음이 극하면 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극단의 상통 원리를 활용하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갖춘 고수의 영역으로, 난치병에 가끔 꺼내 드는 비방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 화염 속 같은 날씨만큼이나 극단적이다.다른 무리나 다른 것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통합과 상생으로 이루어내야 할 공동체 의식은 공염불이 되었다. 승자 독식의 논공행상만 있을 뿐이다. 정치적 사회적인 목적을 위한 노골적인 편 가르기와 분열 책동이 어디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조선시대에도 당쟁의 폐해가 극심했다. 송시열과 동시대 학자였던 박세채는 탕평론에서 정치의 판단 기준으로 옳고 그름(是非)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비론(是非論)보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한지를 가리는 우열론(優劣論)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정조시대 탕평 정치의 이념이 되었다후한서(後漢書)에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말이 나온다. 잘잘못에 관계없이 자기와 같은 무리끼리는 한데 뭉쳐 서로 돕고, 반대자를 무조건 배격하고 공격하는 것을 이른다. 우리의 정치 문화가 그렇고 우리 사회의 세태가 그렇다.문재인 정부에는 '선악(善惡) 이분법'의 안경을 쓴 인사들이 곳곳에서 완장을 차고 있다. 그들은 선한 자신이 악한 상대를 타도해야 한다는 운동권적 사고가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정치는 척결이지 협치가 아니다. 그러니 보수궤멸론과 함께 장기집권론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것이다.이른바 진보 세력이 핍박을 받던 시절 공감하고 동조했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던 슬로건도 잊은 듯하다. 극우 독재나 극좌 독재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이비 보수'도 문제이지만 '싸가지 진보'도 문제이다. 좌와 우는 보완재가 되어야지 일방이 일방을 쓸어버리는 적대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논어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구절이 있다. 자기와 생각과 노선이 달라도 함께 어울리고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대인 학자 조너선 색스는 '차이의 존중'이란 책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오늘날의 극단주의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했다.가장 높은 것이 가장 낮은 것이요, 가장 강한 것이 가장 약한 것이다. 인간의 육체이든 사회의 조직이든 건강할수록 부드럽고 탄력성이 있다. 죽음에 가까워지면 거칠고 경직되기 마련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회한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골프와 정치는 고개를 드는 순간 망한다."

2018-08-07 05:00:00

[관풍루] 국내 총생산 대비 세금 수입 비율 뜻하는 조세 부담률, 올해 사상 처음 20% 돌파 할 듯

○…국내총생산 대비 세금 수입 비율 뜻하는 조세부담률, 올해 사상 처음 20% 돌파할 듯. 일단 쓰고 보자던 돈 결국 국민 호주머니 털었다는 뜻. ○…문 대통령, 국민들이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 사용 못 하는 일 없도록 방안 강구하라 지시. 값싼 전기 생산 방법은 알고 계시겠죠? ○…폐쇄·이전 압박 받고 있는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환경단체 관계자에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데 한 표.

2018-08-06 18:21:26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갈등 권하는 정부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다툰다고 한다.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인간 사회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다투기만 했다면 오늘날 인류가 공존하고 있을 리 없다. 인간은 투쟁의 장을 공존의 장으로 바꾸는 기술을 찾았다. 바로 정치다. 이를 두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류 사상 최초의 직업이 정치'라고 짚었다. 정치인을 욕하지만 인간은 더불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상생의 장치로 정치를 택했다.정치는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하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정치는 치열한 투쟁의 장이 된다. 온갖 이해 집단들의 이해관계는 난마처럼 얽혀 갈등이 분출한다. 훌륭한 리더는 이를 뚫고 큰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간다. 이엔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한때 그것이 부족한 리더는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했다. "여기에 앉은 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 미국 대통령(하딩)도 있었다. 물론 그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엉킨 실타래를 단칼에 베어 해결하려는 시도는 현명하지 않다.요즘 국민들 마음이 편치 않다. 엉킨 실타래를 풀 생각은 않고 단칼에 베려 든다는 생각이다. 갈등은 분출하고 출구는 암흑천지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갈등 조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2년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리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해 비롯된 일이다. 소상공인들은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아우성이다. 갈등의 골은 깊어 가는데 청와대는 그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일일 뿐이란다. '최저임금 이의신청'이란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몸부림마저 가벼이 걷어차 버렸다. 물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진정한 대책은 '나를 잡아가라' 아우성치는 소상공인의 뜻을 깨우치고 연착륙 기회를 주는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조급하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할 때 밀어붙이자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득은 적고 실은 많다는 것이다. 북 비핵화를 확인도 않은 채 남북경협부터 추진하는 것이 그렇다. 덜컥 탈원전부터 선언해 잘 가동 중인 원전을 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인 기업은 후려치면서 성장과 일자리를 강조하는 대목은 코미디 수준이다. 덕분에 일자리 전광판은 싸늘하게 식었다. 내 편만 챙기는 사이 갈등은 지역, 세대, 노사를 넘어 남녀 성 간 갈등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사회 갈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다 보니 세계 경제는 호황인데 우리나라 경제만 곤두박질치고 있다.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박수소리가 크다고 그 정책이 훗날의 박수로 이어질 리도 만무하다. 갈등을 해소한답시고 막대한 예산을 들이미는 것은 임시방편은 될지 모르나 미래의 화를 키울 뿐이다.19세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나라 밖으로 유럽의 세력 균형을 주도하고, 안으로 사회주의자들을 회유하며 불만을 누그러뜨려 독일제국을 일궜다. 그의 리더십 아래 독일은 통일되고 융성했다. 그는 정치를 두고 '통치의 예술'이라 했다.문 대통령에게서 '예술 같은 통치'를 기대하는 것은 허튼 꿈인가.

2018-08-06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결정 장애

"상륙작전은 실패했고, 나는 보병부대를 철수시켰다. 지금 이곳에 공격을 지시한 내 결정은 최선을 다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 육군과 공군, 해군은 모두 용감하게 최선을 다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떤 것이든 내게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루 앞둔 1944년 6월 5일 연합군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쓴 편지다. 철저히 준비했지만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무거운 책임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The buck stops here.' 일본 원폭 투하, 마셜플랜, 한국전쟁 참전, 맥아더 해임 등 '세기적 결단'을 많이 했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나무 명패의 문구다. 이 말은 포커 게임에서 '패를 돌릴 순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뜻의 'passing the buck'에서 나왔다. 예전에 패를 돌릴 사람 앞에 수사슴(buck)의 뿔을 놓아두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의미다. 'The buck stops here'는 그 반대말로 자신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트루먼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 말을 즐겨 썼다. 책임은 내가 지겠으니 실행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부하에게는 단호했다. "나는 당신 곁에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열기(쏟아지는 비난)를 견딜 수 없으면 부엌을 떠나라." '그만 두라'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직전 일본 총리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麿)와 해군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원하는 외교 교섭 조건으로 일본군의 중국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육군이 펄펄 뛰자 고노에는 해군에게 의향을 물어왔다.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으니 총리가 알아서 하시라"는 책임 회피였다. 고노에는 더했다. 국가가 존망의 기로에 섰는데 육해군의 의견 불일치를 빌미로 사임한 것이다. 2022년 대학입시 개편안 결정이 교육부로 되돌아오게 생겼다. 교육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사안을 공론화위에 떠넘긴 결과가 이렇다. 교육부의 '결정 장애'가 낳은 시간과 돈의 낭비다. 그럼에도 교육부 장관은 '책임'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낯이 두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18-08-06 05:00:00

[관풍루]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8,350원 최종 확정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8,350원 최종 확정.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씀. ○…드루킹 특검, 수사 개시 41일만에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댓글조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 계획. 송장 빼놓고 장사 지낼 수는 없는 법. ○…이승호 신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내정자가 경북고 동기생이라고. 이제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은 따놓은 당상일세.

2018-08-06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애플 시총 1조달러

애플이 시가총액 1조달러 고지를 밟았다. 2일 종가 기준으로 1조17억달러(약 1천131조4천201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아버지 차고에서 창업한 애플이 42년 만에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그 길은 파란만장했다. 1996년엔 순손실이 8억6천700만달러, 시총은 3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이사회 쿠데타로 쫓겨났다가 이 시기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신조로 내걸었다. 그 성과물이 2007년 나온 아이폰이었다. 애플은 11년간 17종류의 아이폰을 내놨고 12억 개를 팔았다. 2007년 애플 시총은 734억달러로 현재의 10분의 1도 안 됐다. 1조달러 달성은 애플의 혁신 추구에 미국 경기 호황이 맞물린 결과다. 뉴욕 증시는 9년째 상승세다. 애플이 계속 잘나갈 것인가엔 물음표를 던지는 전문가들이 많다.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경쟁이 거세지는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열쇠는 애플 스스로 갖고 있다. 계속 혁신할 수 있는가에 애플 미래가 달렸다. 잡스도 예상치 못했을 애플의 성공을 보며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외에 먹을거리가 없는 가운데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중국에 쫓기는 처지다.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현금을 쌓아두고 엎드려 있다. 혁신의 주역이어야 할 젊은이들은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 직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엔 혁신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 반기업 정서를 가진 이들이 정부와 여당에 포진한 점도 이 땅에서 제2의 애플 탄생을 어렵게 만든다. 애플도 예외가 아니듯 기업의 잘못을 따지자면 끝이 없다. 미국은 감세 등 파격 조치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을 옥죄는 발언과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애플과 같은 기업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토끼에게서 사슴 뿔이 돋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2018-08-04 05:00:00

[관풍루] 영풍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에 등 떠밀린 환경부, 6억원 들여 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

○…영풍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에 등 떠밀린 환경부, 6억원 들여 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하기로. 면죄부 주는 조사 소리 안 나오도록 단디 하소. ○…통계청 소비자 물가 상승률 10개월째 1%대 유지하고 있다는 발표에 시민들 고개 절레절레. 물가가 통계처럼만 오른다면야 장보기가 겁날까. ○…취수원 이전 요구에 총리는 노력하겠다는데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물 정수해 먹으라’ 재 뿌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지.

2018-08-03 05:00:00

[야고부] 더위여, 더도 말고!

'대구 폭염 기록, 드디어 깨지다!'8월의 첫날인 1일 마침내 깨졌다. 이날 남북 강산에 맹위를 떨친 무더위로 지존의 자리를 한껏 누렸던 대구의 더위 명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을 많은 언론은 잊지 않고 앞다퉈 기록으로 남겼다. 이날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로, 1942년 8월 1일 대구가 세운 40.0도를 가볍게 제쳤다. 무려 76년 만에 한여름 최고 기온의 새 이정표가 세워졌다.물론 이날 폭염 기록 행진은 대구로만 끝나지 않았다. 서울 역시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6도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으니 무려 111년 만의 대기록을 세웠다.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평북 강계 경우 38.9도로 기상 관측 사상 최고였다고 조선중앙TV가 방송할 정도였다. 남북 모두 이날 폭염의 폭격에 항복한 셈이다.그런데 대구의 더위는 다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지중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올리브 열매를 대구에서도 따는 일이다. 최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아열대기후로 변할 조짐을 보이는 대구의 지금과 같은 날씨(평년 기준 연평균 기온 13.3도)가 이어지면 2041년이면 올리브 열매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불과 23년 뒤의 일이다.따뜻한 지중해의 먼 이국(異國)땅 올리브 열매를 대구서 따는 날, 그동안 대구를 대표했던 능금 즉 사과는 아련한 추억 속 과일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유명 대중 여가수인 패티김이 불러 널리 알려진, '능금꽃 피고 지는 내고향 땅은'으로 시작하며 절로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대구찬가'의 감미로운 가사조차 어쩌면 바꾸거나 새로운 '대구찬가'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그러나 이런 기록 경신보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수능시험을 치를 고교 3년을 비롯한 수험생을 둔 이 땅의 모든 부모이다. 당장 7일부터 수능 100일을 앞뒀으니 폭염에도 자녀 합격을 빌기 위해 갓바위를 비롯한 전국 산하의 여러 기도처로 몰릴 터이다. 그 뜨거운 부정과 모정의 극성을 더윈들 어찌 막으랴. 그러니 더위여, 더도 말고 이제는 그만 멈춤이 어떠할는지요! 그리고 세상의 부모님이여, 덜도 말고 이번 폭염만큼은 피하심이 어떨는지요!

2018-08-03 05:00:00

최두성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면책사유 안 될 TK 예산 홀대론

'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내년도 국비안이 부처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 1, 2차 심의까지 끝났으니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7일까지 미결·쟁점 사업 심의가 이뤄진다니 다음 주 초쯤엔 지자체의 사활을 건 국비 확보 전쟁 1차 성적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국비 확보 가능성을 점치려면 여기에 국비 요청 사업이 반영돼야 한다. 정부안에 담지 못한 사업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담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이 심의 과정에 필요사업을 언급해 놔야 그 사업은 나중에라도 다뤄질 수 있다.그래서 시도 예산 담당자들은 이 기간을 가장 긴장된 시기로 꼽는다.기재부가 함구하니 예산 담당자들은 기재부는 물론 부처에서 나오는 한마디를 듣고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를 위해 이른 시기부터 여의도로, 세종으로 '발품'을 팔아 왔다. 치열한 '첩보전'은 진행 중이다.유독 이 시기에 지자체장이 기재부를 찾아간다느니, 국회의원을 만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 것도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가 바탕이 됨은 물론이다.내년에 완공해 2020년 문을 여는 울진의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은 기재부의 '벽'에 귀를 댄 경북도 예산 실무자들이 빚어낸 성과의 한 예다. 이 사업은 2012년 말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사업의 확정 여부는 안갯속이었다.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경북도와 울진군은 사활을 걸다시피 했으나 예타의 결과를 가늠할 수 없었다. 예타가 통과되더라도 서둘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세월 될 판이었으니 답답함은 커져갔다.그때 기재부의 한 관계자가 당시 경북도 국비 담당 사무관이던 김일곤 경북도 예산담당관에게 "조금만 힘을 실으면 된다"는 팁을 줬다. 김 담당관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울진군수에게 사실을 알리며 기재부장관 등에게 매달려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리라고 귀띔해줬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기재부발(發) 짧은 이 팁 하나가 예산 확보의 결정적 '키'(Key)가 된 것이다. 그 한마디를 듣고자 김 담당관이 쏟았을 노력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무용담을 들으며 웃을 겨를도 없이, 현장에서 전해오는 지역의 내년도 국비 확보 기상도는 잔뜩 흐리다.기자가 4년 가까이 국회를 출입하며 지켜봐 왔던 예산 정국에서 국비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은 '사업의 당위성' '단체장의 의지' '정치권과의 협력', 이 세 가지 조건이 어우러질 때였다. 혹자는 합리적 설득과 건강한 채널을 꼽기도 한다.기본에 충실할 때 최고의 힘이 발휘됨은 예산 정국서도 마찬가지다.정치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주류인 대구경북이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이 대세인 권력 지형서 '예산 홀대론' 우려가 나온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 속에 유이(有二)하게 한국당 단체장을 배출한 곳이어서 지레 예산 패싱을 감내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안 될 일이다. 만약 국비 확보 성적이 나쁘더라도 '홀대론'이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그들이 예산 정국서 보여준 활약을 시·도민들은 오롯이 봐왔다. 지역 단체장·정치인이 명심해야 할 바다.

2018-08-03 05:00:00

박상전 서울정경부차장

[여의도통신] '김 아저씨'와 예산 정국

기획재정부에는 '김 아저씨'라는 제목의 유명한 일화가 내려오고 있다. 20여 년 전 재정경제부 시절 이야기다. '김 아저씨'는 전라도 바닷가 작은 마을 출신이다. 원래는 배를 타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나 지역 동사무소 청소일을 하면서 '독특한' 열정 때문에 9급 별정직으로 채용됐다. 세월이 흘러 50세가 다 됐으나 8급밖에 안 된 '김 아저씨'는 애물단지가 됐다. 해당 도청에서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 재정부에 출입하라고 서울로 쫓아 보냈다. '김 아저씨'는 실망하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일 재정부를 찾았다. 재정부 보안이 엄격한 탓에 처음엔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매일 지역의 특산품인 '김'을 양손 가득 들고 가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정문을 통과하게 되자 '김 아저씨'는 만나는 재정부 직원마다 김 하나씩을 선물했다. 그런 생활이 7년 지나고, 한 해 여름엔 강력한 태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재정부는 긴급하게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했다. 해양수산을 담당하는 부서엔 200여억원의 복구 비용이 내려왔으나 20억원가량이 남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시 반납하자니 다음 태풍부터 지원금이 줄어들 것이 뻔해 고민에 빠졌다. 이날도 회의 테이블 옆엔 '김 아저씨'가 어김없이 김을 들고 서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던 한 과장은 "'김 아저씨' 주면 어떨까?" 제안했고, 직원들도 동의했다. 당시엔 김 양식장 피해 복구를 위한 조항이 별도로 없었지만 새로 만들어 '김 아저씨' 고향으로 20억원을 내려보낸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김 아저씨' 고향만 신속히 복구해 3개월 만에 생산라인을 재가동했고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품귀 현상이 일어서 가격도 평소의 2, 3배였다. 독점하다시피 몇 년간 이익을 본 해당 양식장은 김 가공 공장을 차려 전국적인 브랜드를 가진 구운 봉지 김까지 출시했다. 나이 많은 8급 공직자의 열정이 지역을 살린 이 일화는 예산 정국 시즌에 지역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구경북 시도 서울사무소장(지사장)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 서울사무소장 모두 이달 중으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신임 소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2018-08-02 14:32:33

[야고부] 장기집권론

34년째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는 훈센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압승을 이끌어내면서 다시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앞으로 5년간의 새로운 임기를 더할 경우 38년을 집권하게 되는 훈센 총리의 이번 총선 또한 야당과 언론 탄압 그리고 정적 숙청과 인권침해의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적인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유신체제와 5공 정권의 정치적 행태를 떠올리는 대목이다.그래도 훈센 총리는 "동포들은 민주주의의 길을 택했고,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젊은 세대들은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를 경험한 국민들은 극좌 정권을 종식시킨 훈센에게 상당한 지지를 보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바야흐로 장기집권론의 시대인가? 격랑의 한반도 주변국은 너나없이 더욱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독재자나 장기집권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중국의 시진핑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주석과 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되며 절대 권력자인 '시황제'로 부상을 했다.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2024년까지 집권의 길을 열면서 사실상 '차르'로 등극했다. 이는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스탈린에 이어 두 번째의 장기 통치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올가을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2021년 9월까지 집권하며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깰 수도 있다. 하물며 북한에는 3대에 걸친 공산 왕조가 70년째 맹위를 떨치고 있다.그래서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도 장기집권론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작심하고 내뱉는 '20년 장기집권론'이다.그것도 보수의 궤멸을 통한 계속 집권의 야망이다. 유신체제와 신군부에 저항했던 운동권 세대들이 권력을 잡자 독재 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무릇 권력의 속성에는 좌우가 없는 모양이다.

2018-08-02 05:00:00

[관풍루] 이낙연 총리, 폭염에 에어컨 사용 급증하자 서민층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지시

 ○…이낙연 총리, 폭염에 에어컨 사용 급증하자 서민층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지시. 진정 사람이 먼저인지, 그냥 생색내기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 ○…‘삼성 봐주기’ 의혹 권혁태 정책관 대구고용노동청장 임명에 지역 노동계 크게 반발. 서울노동청장 지낸 이가 웬 시골, 아무래도 수상쩍어…. ○…1일 홍천 기온 41℃로 역대 최고기록, 서울도 39.6℃ 찍어 111년 만에 최악 폭염. 이제 너도나도 ‘홍프리카’ ‘서프리카’ 별명 난무하겠네.

2018-08-02 05:00:00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발등에 불

발등에 떨어진 불은 무섭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겐 벼락치기 공부로 밤을 새우게도 하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직장인들을 진절머리 나는(?) 회사에 밤늦게까지 꼼짝없이 붙잡아두기도 한다.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저력과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이는 보름 전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월드컵만 손꼽아 기다렸던 국민을 텔레비전 앞에서 떠나게 했던 1차전 스웨덴전에서의 한국대표팀과 투혼을 발휘하며 국민을 감동시킨 3차전 독일전에서의 대표팀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경기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 역시 발등의 불이었다. 3차전에서마저 지면 졸전 끝 3패, 역대 최악의 경기와 성적을 내고 귀국할 수밖에 없어 그 후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지역의 대표 프로 스포츠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K리그1 전반기 14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대구FC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1부리그(K리그1)에서 2부리그(K리그2)로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리그 12위, 꼴찌로 전반기를 마쳤던 대구FC는 지금도 여전히 꼴찌이긴 하지만 반등 가능성은 전반기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공격수를 저인망식으로 탐색한 뒤 물갈이하고 국내 공격수도 보강하는 등 2부리그 추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지난해 1부리그로 승격한 대구FC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에는 2부리그 강등권인 최하위권을 맴돌다 외국인 공격수 교체라는 강수를 둔 뒤 후반기 대반격에 나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8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리그를 마무리하기도 했다.삼성 라이온즈 발등에 떨어진 불도 만만찮았다. 7~9위를 오가며 3년 연속 9위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기 들어 가을야구가 가능한 5위(7월 31일 현재)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의 위력이었다. 삼세번. 올해까지 9위 성적을 냈다면 '삼성 왕조 몰락'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구단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감독 교체 요구까지 빗발치는 위기의 순간, 숨겨 놓았던 발톱을 드러내며 상승 곡선을 탔다. 올 전반기 90경기에 39승 2무 49패를 기록했던 삼성은 후반기 들어 지난달 31일 현재 13경기에서 9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순위와 분위기를 완전 반전시켰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투혼과 뒷심을 발휘해 순위를 반등시키는 것도 짜릿한 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바닥을 헤맨 지역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성적 탓에 우울해하고 애를 태웠던 팬들을 위해 가끔은 처음부터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프로 스포츠구단이 해야 할 팬 서비스 중 하나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잘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도 잘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내년엔 시즌 초부터 잘나가는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정들었던 체육부를 떠나며 가져본다.

2018-08-01 19:07:58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득의와 실의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기회를 놓쳐 더 큰 힘이 드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혼자 쓰는 호미와 일꾼 3명 이상 붙어야 온전히 제 기능을 하는 가래의 차이는 크다. 가래로 막는다면 그나마 다행인 게 또 세상사다. 속담 같은 일이 잇따라 터졌다. '반도체 기밀 공개'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과 BMW 디젤엔진 연쇄 화재가 그런 예다. 전자는 인과관계나 시시비비를 떠나 기업이 도리를 먼저 생각하고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을 일이다. 후자도 화재를 유발하는 불량 부품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제때 조치하지 않고 뭉개다 화를 키운 경우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정보 공개라는 곤란한 사태에 직면한 것은 2007년 기흥공장 노동자 황유미 씨의 급성 백혈병 사망이 그 출발점이다. 유족과 회사 측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급기야 고용노동부와 법원으로 옮겨붙고, 올해 2월 대전고법이 "근로자 이름을 빼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경직된 자세가 영업비밀 차원을 넘어 '국가 핵심 기술' 노출이라는 큰 위기를 부른 것이다. 결국 산업기술보호위원회와 행정심판위원회를 거쳐 겨우 '핵심 기술은 비공개' 결론이 났다. BMW 사태는 글로벌 기업의 도덕성과 고객 서비스 개념이 구멍가게보다 못함을 재확인시킨 케이스다. 미국처럼 강제 리콜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일탈 기업의 목을 바짝 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하지만 국내 환경이 나긋나긋하다 보니 BMW가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데도 사과나 보상은 뒷전이고 땜질 처방만 난무한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데이터 조작 사태에서 보듯 BMW 사태도 기업의 고질적인 생리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체면과 작은 이득에 집착해 일을 그르치고 기업 신뢰마저 잃는 수순이다. 더욱 혀를 차게 하는 것은 가래로라도 막겠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이 드물다는 점이다. 득의(得意) 때 실의(失意)가 난다는데 갈수록 '꾀하는 게 뭔지'(企業) 궁금해진다.

2018-08-01 05:00:00

[관풍루] 북 노동신문 논평서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 "부풀었던 비누 거품이 꺼지면…

○…북 노동신문 논평서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 “부풀었던 비누 거품이 꺼지면 형체도 남지 않는다” 비난. 북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되리라는 자기 고백(?). ○…군인권센터, 기무사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통화도 감청했다 의혹 제기. 이왕이면 캐낸 정보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궁금증도 좀 풀어 주오. ○…정부, LNG 제세 부담금 인하 법안 내놓은 것은 탈원전 쇼크에 2분기 연속 적자 낸 한전 구하기(?). 이런 걸 두고 병 주고 약 준다 하지.

2018-08-01 05:00:00

이주형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앞산 정상 식당 오수정화시설 설치, 다행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앞산 전망대 식당 공사를 취재하는 동안 대구 남구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내준 뒤 지켜보자'였다. 남구청이 '합법'이라고 결정하기까지 대단한 조사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업체 말을 그대로 따라 뱉는 남구청을 보며 '소를 벌써 여러 마리 잃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산 전망대 식당은 1989년 남구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 그 후 30여 년간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면에는 오수를 그대로 방류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4년여 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남구청과 업체는 하루 오수 발생량이 규제 기준치인 2t에 못 미친다며 하수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명만 내놨다.오수 방류 문제는 지난달 2일부터 업체가 식당 재개업을 염두에 둔 전면 개·보수공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식당에는 곧 유명 국수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선다. 연간 1천만 명이 방문하는 앞산 정상에 깔끔히 공사를 마친 맛집이 들어서면 장사가 더 잘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그런데도 남구청은 과거 식당의 식수 사용량에 비춰볼 때 공사를 마쳐도 하루 최대 1.4t이 안 되는 오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업자 측 주장만 되풀이하며 하수도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1.4t은 당장 과거 이 식당을 운영했던 상인이 계산한 오수 배출량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양이었다.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구청이 앞산 전망대 식당의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큰 논란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구청은 안 움직인다"는 말도 들려왔다.연속 보도를 이어가는 동안 공사업체 관계자는 "돈을 아끼려고 오수를 무단 방류한 것이 아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남구청 측 말을 믿고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오수를 방류했다"고 털어놨다.환경오염에 대한 업체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는 남구청의 모습도 모범적이라 보기 어려웠다. 오수 처리 방법에 대해 갖은 문제 제기와 의혹이 나왔지만 남구청 주무 부서는 그저 각 과에 적용되는 법령만을 확인해 보고 안도하기에 바빴다.이제라도 식당이 정화 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산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대구시는 오는 2021년까지 490억원을 들여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앞산에 올라 탁 트인 대구의 야경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곳을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앞산은 아름답고 특별한 경관을 제공한다.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과도한 개발에 따른 앞산 환경오염과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수 정화 처리시설 도입은 해묵은 의혹과 앞으로의 우려를 동시에 잠재울 만한 결정이다.남구청은 앞으로 앞산 내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남구청은 지난 3월 앞산 8경을 선정하고 앞산 관광 전략 수립에 온 힘을 쏟을 만큼 앞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소중한 것은 치열하게 지킬 줄도 알아야 가치를 잃지 않는다.

2018-08-01 05:00:00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시각과 전망] 동부청사 반대 소동

새로운 도정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포항의 경북도청 환동해지역본부를 '동부청사'로 확대 개편하려는 이 도지사의 계획에 대해 도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도청 소재지인 안동지역 여론이 반대에 나섰고 경북도의회는 관련 조례 개정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안동 여론은 도청 이전 후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고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균형 발전을 위해 옮겨온 도청의 일부 기능을 포항의 동부청사로 확대해 옮기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조례안이 통과됨으로써 동부청사 계획이 별 무리 없이 진행되겠지만, 안동의 북부권과 포항·경주의 동남권 갈등이 빚어질 뻔했다. 도청 제2청사인 동부청사는 동해안전략산업국과 해양수산국의 2개국 7과 2개 사업소 체제인 환동해지역본부에다 부지사 직속의 종합민원실과 관광마케팅과를 신설하기로 돼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 환동해 에너지 혁신성장벨트 조성, 영일만항 대형 컨테이너선 및 크루즈 추진 등의 업무 외에 조직과 기능을 점차 확대운영하기로 했다. 북방 경제협력이 구체화할 것에 대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동부청사 계획은 포항의 항만 특성을 이용해 북방 경제협력사업의 선점 효과를 노리며 에너지, IT 등의 인프라를 살려 발전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안동 도청까지 먼 길을 가야 하는 포항·경주 등지의 민원 불편을 없애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당연히 포항·경주 등지의 도민들은 환영하며 그 역할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안동 여론은 이에 대해 한 번 제동을 걸면서 경북도가 안동의 발전에도 신경을 기울일 것을 환기시켰다. 도청 이전의 목적이 그랬듯이 경북도는 앞으로도 경북 지역 내 균형 발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안동 도청이 지역 발전 가능성을 높이긴 하겠지만 도청의 존재만으로 발전이 이뤄질 수는 없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안동 원도심과 도청 신도시 직행로 건설, 유교 문화 중심의 관광 개발 사업 계획 등 이미 마련된 구상들을 실행하는 것과 별도로 북부권 산업 개발 등 좀 더 새롭고도 구체적인 권역별 발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포항과 경주 등 동남권은 동남권대로, 안동 등 북부권은 북부권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도지사의 동부청사 구상이 동남권 발전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북부권 발전은 소홀하다고 여겨 반발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간 북부권은 동남권에 비해 발전이 늦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청을 안동으로 옮겼는데 일부 기능을 포항 쪽으로 가져간다니 반대 심리가 생겨났던 것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는 언제든 있다.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이해관계의 조정, 설득, 통합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능란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2018-08-01 05:00:00

[세사만어 世事萬語] 쿠오바디스, 대한민국?  

점입가경(漸入佳境)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다. "이게 나라냐?" 분노는 촛불의 함성을 초래했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이미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을 오히려 더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 계엄 문건은 그 폭로의 정치적 속셈 여부를 떠나 대단히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로서 군의 역할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 기무사가 권한을 남용해 계엄 문건을 만들고 헌법을 위반해가면서 국회와 언론까지 통제하려고 한 '내용'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자 반역에 가깝다. 설사 참고 자료라고 하더라도 '감히' 헌법과 법률을 가볍게 여기는 주동자들의 위험한 사고방식은 엄단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헌법에 대한 모독은 지금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초·중등 역사교과서 최종 개정안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북한 도발' '북한 인권' 이 세 가지 문구를 삭제했다. 집필자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교육 과정 성취 기준에는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그대로 남겨두고, 참고 사항인 해설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려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등한 관계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다 같은 '민주주의'라는 식으로 미래 세대를 오도시킬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느낌이다. 북한인권법에 맞춰 설립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내 대표적 한지(閑地)인 용인분원으로 축소 이전하는 것 또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로 보인다. 헌법과 법률,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김정은 눈치 보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일까.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이중적 태도'는 어쩌면 현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재판 거래 의혹, 기업 원가 공개 등 거의 모든 사회적 이슈에는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있다. "대한민국이여, 대체 어디로 가시나이까?"

2018-07-31 15:13:02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마음이 빈곤한 나라

일본은 한때 '자살 왕국'이라고 불렸다. 자살자가 넘쳐나는 탓도 있지만, 봉건시대부터 내려온 '할복 문화' 때문이다. 에도막부 당시 무사 계급은 상대에게 모욕을 당했거나 무사 윤리에 어긋났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할복했다. 표면적으로는 무사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때 할복하지 않으면 더한 처벌이 내려졌다. 상부 조사를 통해 잘못이 밝혀지면 대대로 내려온 무사 신분 박탈은 물론이고, 추방·참수형까지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사의 명예를 더럽히면 스스로 할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런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얼마 전까지 조직을 보호하거나 책임을 지기 위한 자살이 횡행했다. '조직 책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이란 유서를 남긴 회사 중역, 정치인 비서, 공무원, 경찰관, 은행 간부 등의 자살 사건이 유행처럼 일어났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살을 통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잘못된 전통이 오히려 비난을 받는 분위기다. 2003년 자살자가 3만4천 명을 넘어서면서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자살 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자살대책백서 발간, SNS대면 상담 등으로 한 해 7천5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3만3천 명을 웃돌던 자살자가 2017년 2만1천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자살의 원조 국가 일본에서는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풍토가 거의 사라졌다. 한국은 일본보다 자살률이 훨씬 높다. 2016년 통계청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5.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일본은 라트비아, 슬로베니아에 이은 4위(17.3명)다. 한국 정부는 출산율에만 신경 쓸 뿐, 자살 예방에는 시늉만 할 뿐이다. 노회찬 의원 자살 사건 때에도 자살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들이 정부와 열렬 지지자의 눈치를 본 것이리라. 문재인 정부는 태생적으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에는 뭔가 쑥스러운 것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정신이 병든 나라' '마음이 빈곤한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2018-07-31 05:0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안동 봉정사 다녀가면서 안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드러냈다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안동 봉정사 다녀가면서 안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드러냈다고.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정신적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니겠지. ○…대구 K2 소음 피해 주민 소송이 정작 변호사들의 호주머니만 채워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 그게 바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격.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자살 미화는 잘못된 풍토’라는 SNS 글에 정의당과 민주당에서 발끈. 주러 와도 미운 놈 있고 받으러 와도 고운 사람 있는 법.

2018-07-31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소상공인, 이 땅의 내부 식민지

러시아혁명 뒤 볼셰비키는 조속히 산업화를 이뤄 서구 자본주의 국가를 따라잡고자 했다. 그러나 '자본'이 없었다. 서구와 단절돼 돈을 빌릴 수도 없었다. 이런 난제의 해결 방안의 하나가 천재 경제학자로 불렸던 예브게니 프레오브라젠스키가 주장한 '내부 식민화'였다. 그 개념은 이렇다. '자본주의적 축적은 식민지 약탈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러시아는 식민지가 없다. 그래서 러시아 내부를 식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농촌에 대한 계획적 약탈을 뜻했다. 변변한 산업이 없었던 당시 러시아에서 자본 축적을 가능케 할 잉여생산물이 나오는 곳은 농촌뿐이었기 때문이다. 프레오브라젠스키는 내부 식민화가 중공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농민의 노동이 창출하는 잉여가치를 남김없이 쥐어짜는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했다. 레닌 사후 권력투쟁에서 스탈린과 맞섰던 트로츠키가 축출되면서 트로츠키 편에 섰던 프레오브라젠스키도 숙청됐으나 '내부 식민화'는 스탈린에 의해 실천에 옮겨졌다. 바로 우크라이나에서만 330만 명이 굶어 죽은 농업집단화이다. 그러나 프레오브라젠스키의 '내부 식민화'는 이게 아니었다. 국가가 헐값에 농업생산물을 사들이고 공산품 값은 높이는 부등가(不等價) 교환이었다. 그러나 강제가 아니면 이런 밑지는 거래를 할 사람은 없다. 더욱이 당시 러시아에는 농민이 사고 싶은 공산품도 없었다. 결국 '내부 식민화'는 스탈린식(式)이든 프레오브라젠스키식이든 '폭력'이 본질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최저임금을 2년 만에 29.1%나 올렸다. 소득주도성장에 드는 재원을 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얻을 형편이 안되자 사용자(使用者)에게서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볼셰비키의 '내부 식민화'와 다르지 않은 발상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비판처럼 자본가가 될 수 없는 사람을 자본가로 만든 것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문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크든 작든 사용자는 자본가이고, 자본가는 악(惡)이며 노동은 선(善)이라는 도그마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국가권력의 폭력이다. 물리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망하든지 접든지 하라는 법을 강제하는 것도 폭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는 절규(絶叫)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문 정부가 의도했건 안 했건 소상공인들을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희생시켜도 될 '비(非)국민'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은 경제의 작동 방식에 대한 문 정부의 무지다. 소득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물론 '자본의 착취'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최저임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도 임금도 늘어난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하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문 정부는 깊이 사고하지 않는다. 그저 인위적으로라도 임금을 높여주면 소비 증가, 기업투자 활성화, 경제성장이 물 흐르듯 이어질 것이란 달콤한 공상(空想)에 집착할 뿐이다. 그 결과는 사상 최악의 계층 간 소득격차와 고용 감소, 2분기에 0.7%에 그친 성장률 둔화다. 이에 대한 문 정부의 처방은 재정으로 땜질하는 것뿐이다. 무능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

2018-07-31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촌놈', 일내자

"전 세계 섬유 수입상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대구로 몰려들었다…대구로 주문이 쇄도했다…대구 비산염색공단은 염색업계의 자존심…대한민국 염색의 1번지로 세계로 향하는 심장…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옷도 이곳에서 염색한 원단이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대구 섬유업계의 산증인'인 원로기업이자 '대구 촌놈'으로 한국 섬유업계에 족적을 남긴 이승주 ㈜국제텍 회장이 지난 4월 펴낸 회고록 '풍운백년'에는 대구 섬유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1972년 대구에 터를 잡았고, 전국 조직인 한국염색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으로 뽑혀서는 한낱 대구 촌놈으로 보던 연합회 풍조까지 확 바꿨던 그가 지켜본 대구는 한마디로 '섬유 메카'였다.땀 흘려 일군 회사의 터전이자, 수출로 살길을 튼 곳인 '대구는 양적으로는 최고의 물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패션은 서울이 최고'여서 '대구 옷가게 주인이 서울 동대문시장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고, 남대문시장에 가서 아동복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외쳤지만 현실은 그랬다. 아흔(1928년생)에 되돌아본 섬유 메카 대구의 겉과 속은 달랐기에 한숨이었을 만하다.이런 즈음, 마침 아시아 9개국 150여 명 등 국내외 250여 명의 주문 양복 장인들이 30일~8월 4일까지 대구에서 아시아주문양복연맹총회를 연다. 지역 맞춤 양복인들이 섬유도시 명성은 물론, 대구에 국제선 비행기가 뜨는지조차 잘 모르는 양복인들에게 대구를 알리고 수도권(2천873개) 다음인 대구경북 맞춤양복업체(283곳)의 힘을 모아 패션산업의 도약도 꾀하고자 유치한 행사다.양복명장 대구경북 1호인 김태식 한국맞춤양복협회장 말처럼 "대구는 일찍 섬유업이 발달했지만 나라 밖 양복인들은 잘 모른다"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원단은 대구, 패션은 서울'인 이 회장의 한탄 짙은 대구 섬유산업의 오늘 모습이 더 안쓰럽다. 이번 총회로 대구 촌놈의 저력을 내어 세계 총회도 열어 노기업인 바람처럼 대구 섬유의 부흥, 나아가 패션 선도 도시 대구라는 앞날 그림의 완성까지 '일내길' 빌면 지나칠까?

2018-07-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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