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더부살이 동물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라고 한다. 국내 전체 2천만 가구 중 대략 25%인 500만 가구가 각종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한 민간 연구소가 조사해보니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의 양육 비중이 약 75%로 가장 많고 고양이가 30%, 열대어 등 어류가 약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천만 명 시대'가 말해주듯 반려동물의 개체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좀체 접하기 힘든 희귀 동물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의 영역 가까이에서 더부살이하는 동물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비둘기나 까치, 까마귀, 멧돼지 등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난 길고양이나 들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문제는 야생동물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사람을 해치거나 각종 시설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멧돼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도심 외곽이나 농촌지역의 경우 고압 전류가 흐르는 펜스나 미끼를 넣은 대형 포획 틀을 설치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는 보도다.송전선에 피해를 주고 단전을 야기하는 까치에 이어 요즘에는 까마귀도 큰 골칫거리다. 울산과 제주도 등에서는 까마귀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마다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 피해가 큰 유럽의 도시들은 그물망 포(砲)까지 동원해 비둘기 포획에 나서는 등 유해 조수 문제가 이제 지구촌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최근 경북대 본교 캠퍼스에 서식하는 수많은 비둘기 때문에 불편이 커지자 대학 측에서 '참매'를 방사해 화제다. 천연기념물인 참매는 청둥오리·멧비둘기 등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로 대학 구내에 모습을 드러낸 참매에 비둘기가 쫓겨가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물론 참매를 동원한 것은 야생 조수 피해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대응책의 하나이지만 그 효과나 지속성에서는 회의적이다. 평소 야생 조수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먹이 공급을 조절하는 등 근원적인 대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연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시적인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2019-12-02 06:30:00

[관풍루] 50년 만의 최저 실업 등 미국 경제 견조한 성장세 덕에 연말 쇼핑 시즌 맞아 기록적인 쇼핑 행렬

○…50년 만의 최저 실업 등 미국 경제 견조한 성장세 덕에 연말 쇼핑 시즌 맞아 기록적인 쇼핑 행렬. 경제 한파로 쓸 돈 없는 우리나라 서민들에겐 그저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필리버스터' 카드 꺼내 든 한국당 향해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 비판. 공존이나 협상할 생각 갖고 있기는 했던가.○…국민 한 명이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 1천400만원 넘어, 1초당 나랏빚 200만원씩 늘어. '작고 유능한 정부' 버리고 '크고 무능한 정부' 택했을 때 알아봤던 일.

2019-12-02 06:30:00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욕망의 바벨탑, 아파트

"시인, 예술인까지 서너 명 모이면 아파트값 얘기를 한다. 누구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 몇 년 만에 3억원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서민들이 평생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 아무리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지만…."시를 쓰는 친구의 푸념이다. 그는 아파트는 욕망의 화신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똘똘한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 로또가 따로 없다. 부동산 정책은 헛발질만 한다. 정책이 일관성 없고, 꼼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은 갈수록 오른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신기루다.대구에서 입주 1년 미만인 새 아파트(올해 3분기 기준)가 분양가보다 평균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매매됐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3분기(7~9월) 대구의 입주 1년 미만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분양가보다 1억1천811만원 상승했다. 이 상승가는 서울(3억7천480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분양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월 기준 대구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454만원. 1년 전(1천254만원)보다 15.9% 올랐다.아파트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한국은행 자료는 이를 입증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 아파트 수익률은 59.5%로 정기예금(41.0%), 주식(41.3%)보다 훨씬 높았다. 또 부자일수록 부동산 투자 비중이 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3.3%이다. 특히 30억~50억원대의 부자는 그 비중(57.4%)이 더 높다.아파트는 삶을 무섭게 바꾸고 있다. 아파트는 장례식장은 물론 결혼식장까지 거부한다. 주민들은 자녀 교육, 환경 훼손이나 교통 체증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지만, 더 큰 이유는 집값 때문이다.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학교 설립도 '결사 반대' 한다. 장애 학생 부모들이 눈물로 호소해도 외면한다. 집값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아파트는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들도 사는 아파트에 따라 친구를 구별짓는다. '휴거'(휴먼시아 거지의 준말), '임대충'(임대아파트 사람을 비하하는 말), '대출거지'(대출 받아 집 한 채 마련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 등 주거지(형태)를 차별하는 조어들이 생각 없이 쓰이고 있다.가진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불로소득(不勞所得)이라고 하면 화를 낸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반발한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노후를 보장받고, 자식에게 물려준다. 부의 대물림과, 빈부 격차의 골은 깊어간다.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면 부자들은 돈을 벌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가난한 원주민과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밀려난다. 서울특별시 행복동 난장이 가족의 소외된 삶(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에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 토지공개념 등을 주장하면 좌파나 사회주의자로 몰린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를 잡을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멈추지 않는 한, 정책이 확고부동하지 않는 한, 대통령의 공언은 공허하다.

2019-12-01 1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선거 독재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산 독재국가에서도 선거는 한다. 정부가 지정한 1인에 대한 찬반투표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독재체제에 민주적 정당성이란 외피를 씌우기 위한 사기(詐欺)일 뿐이다. 이를 '선거 독재'라고 부를 수 있겠다.이렇게 노골적이지 않고 좀 더 세련된 선거 독재도 있다. 다당제를 허용하면서도 공산당 지배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구 동독이 좋은 예다. 1963년 동독은 인민의회 의석을 재배분했다. 지배 세력인 독일사회주의통합당은 100석에서 110석, 사통당 2중대인 대중조직 대표체는 110석에서 144석으로 각각 늘리고 자유민주당 등 3개 비공산주의 정당은 이전과 똑같이 각각 45석을 배정했다. 범(汎)공산당이 비공산당을 압도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공산국가 출현 이전에도 선거 독재는 있었다. 재산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불균등 배분하는 것이다. 재산이 많은 극소수의 첫 번째 계급과 이들보다 재산은 적고 수는 더 많은 두 번째 계급, 재산이 거의 없는 대다수의 세 번째 계급이 각각 동일한 수의 대표를 갖는 프로이센의 '3계급 투표제'가 대표적이다.이는 과두(寡頭) 지배 체제의 유지가 목적으로, 당연하지만 극단적인 정치적 차별을 낳았다. 1913년 선거에서 지지율 17%인 보수당은 50% 의석을 차지했지만 28%의 지지를 받은 사민당의 의석은 2%에 불과했다.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선거법 개정안도 '선거 독재'를 겨냥하고 있다. 명분은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속셈은 범여권 군소정당을 장기 집권을 위한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다. 그 미끼가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이다. 어떻게 조정하든 지금보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군소정당 특히 정의당은 어쨌든 득을 본다.정의당이 28일 선거법 개정안 원안보다 지역구를 약간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석수 욕심에 선거 독재 구축에 합세하려는 그 모습이 참으로 역겹다. 이러니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2019-11-29 19:54:27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소환되는 새마을운동

"임자, 잠깐 기차를 세워! 내가 뭐 좀 봐야겠어. 뒤쪽으로 후진시켜. 여기가 어디야?" "청도군 신도리라는 곳입니다."1969년 8월 4일. 기습 폭우로 전국 농촌이 신음하던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용열차로 경부선을 타고 청도를 지나 홍수 피해가 컸던 경남지역을 둘러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창밖에 비친 농촌 모습이 어딘가 달랐다. 수행원들이 둘러본 마을은 청도읍 신도리였다.마을 주민들이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고 동네 안길을 고치고 있었다. 마을 뒷산은 산림이 우거졌고, 집은 개량된 지붕으로 말끔히 단장됐다. 마을 안길도 비좁지 않아 우마차가 시원스레 지날 정도였다. 흔히 보는 그런 농촌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전한 그 비결은 '주민 스스로' 총회를 거쳐 마을을 가꾼 데 있었다.이어 1970년 4월 22일. 한해(旱害)대책 전국 지방장관회의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새마을가꾸기 사업'을 제안했다. '5천년 묵은 가난을 몰아내도록'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이렇게 '새마을가꾸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청도군이 지난 5월 펴낸 책 '청도사람들의 새마을운동'에는 이런 일화와 새마을운동에 앞장선 40명의 지도자·주민·출향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자부하는 청도로선 책을 펴낼 만큼 자랑스러울 터이다.우리 역사 속 새마을운동은 나라 밖에 수출도 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찬밥 신세였다. 박정희·근혜 전 대통령 부녀의 흔적이 어린 탓이었으리라. 홀대의 새마을운동은 그러나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회의 방문으로 대접받았다. 그나마 이들 나라의 남다른 새마을운동 평가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그리고 부산에서 25~27일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이 다시 소환됐다. 문 대통령이 27일 아세안 10개국 중 베트남·태국 등 메콩강 인접 5개국 정상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을 전파한 농촌개발사업 등도 전개할 것"이라며 새마을운동을 끄집어내서다.비록 나라 밖에서 인정받아 다시 나라 안으로 소환되기에 이르렀으나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늦었지만 새마을운동의 끊임없는 소환으로, 나라 밖으로 훨훨 널리 퍼지길 기대하면 헛된 꿈일까.

2019-11-29 06:30:00

[관풍루] 인구쇼크,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수 합계인 합계출산율 0.88명으로 곤두박질.

○…탈원전에다 겨울철 석탄발전 중단으로 발전비용 증가 뻔한 데도 정부, 전기요금 인상은 아직 안한다고. 내년 총선이후 국민에게 전기료 폭탄 안길 속셈 누가 모를까.○…인구쇼크,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수 합계인 합계출산율 0.88명으로 곤두박질. 집도 없이 결혼하고 아이 나으면 지옥문이 열린다 하니.○…경제 한파에 체감 경기 '꽁꽁' 얼어붙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 경기 전망 19개월째 이어져, 금융위기 이후 최악. 정부-물들어 올 때 노를 안 저어서 그렇다고.

2019-11-29 06:30:00

전창훈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오징어의 귀환을 바라며

오징어는 참 친숙하고 만만했다. 한때 땅콩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맥주의 대표적인 안주로 이름을 날렸다. 오징어회 한 접시는 꽁치구이와 함께 횟집에서 대표적인 '쓰키다시'였다.그러나 몇 년 사이 오징어는 '금(金)징어'가 됐다. 이제 한 마리에 1만원은 우습다. 오징어회를 '쓰키다시'로 내는 횟집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가끔 오징어회가 먹고 싶어 횟집에 가도 허탕치는 경우가 잦다.이런 현상에 대해 '덜 잡히니 자연스레 비싸졌겠지'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그 배경에 중국 어선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 서해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동해상에서도 수산자원을 초토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오징어의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을 통해 북한 수역과 울릉도 인근을 기습적으로 오가며 오징어의 씨를 말리는 것이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차 북중어업협정 체결로 북한 수역에 들어간 중국 어선은 114척에 불과했지만 매년 그 수가 급증해 지난해에는 2천161척에 달했다. 북한은 대가로 중국 어선들로부터 수역 입어료를 받는다. 그 수입이 최대 7천만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과 중국이 '짝짜꿍'하는 동안 우리 어민들과 국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것이다.어처구니없는 것은 중국이 싹쓸이한 오징어 상당수를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동해안 오징어를 닥치는 대로 잡은 뒤 오징어값이 비싸진 우리나라에 되팔아 큰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통계청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서의 오징어 수입량은 6만9천889t으로 우리나라 어획량(4만6천274t)의 1.5배를 넘었다.중국 어선들의 조직화·과학화도 위협적이다.오징어는 군집의 크기와 위치 추적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인공위성과 탐사선 등을 활용, 오징어에 대한 정보를 대량 수집해 중국 어선들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잡이 추적 정확도는 최대 9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선들이 이에 맞서 오징어잡이 경쟁을 한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다.어민들이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절로 한탄이 나온다.울릉도의 한 어민은 "중학교 졸업 후 60여 년간 오징어산업에 종사했지만 올해처럼 오징어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이들은 관련 산업의 공멸까지도 우려하고 있다.어민들은 스스로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전국 일선 수협장과 어업인단체, 국회 농수산위원회 위원 등은 최근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등 수산업의 위기 타파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작정이다.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정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과 중국의 행태는 국제적으로 명백한 위반행위인데도 눈을 감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어업권 판매가 주요 외화벌이 창구로 지목되자,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로 북한의 어업권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 어선들이 북한과 우리 수역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포항의 한 수협 관계자는 "동해에는 서해보다 어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표로 연결이 덜 되다 보니 정부에서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가뜩이나 북한과 중국에 편향된 정부인데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애써 이런 문제를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날 선 지적이 부디 허투였으면 좋겠다.

2019-11-28 17:19:3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가야(伽倻)문명과 아리랑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아직 임금이 없던 가락국의 추장 9명이 구지봉에 백성들을 모아놓고 이 노래(龜旨歌)를 부르니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내려와 귀공자로 변했는데 그들이 각각 6가야의 왕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알에서 나온 사람이 수로왕이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는 난생설화이다.어떤 학자는 이 난생설화에서 우리 겨레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아리랑의 어원 중 '아리'가 알(卵)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다. 고대의 난생설화에서 '알'은 태양을 상징하며 우두머리를 나타낸다. 알은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다. '아리랑'을 '왕이랑'으로 해석하고, '아라리요'를 '아프다'는 우리 옛말 '알흐리요'와 연계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따라서 '아리랑 아라리요'는 '왕과 함께 앓으리요'란 뜻으로 왕과 민중의 하나됨을 의미한다. 제정일치였던 고대에는 나라의 흥망이 구성원인 민중의 생사를 가름했다. 유랑 민족의 심리적 격동과 승화된 한(恨)의 집단 반응이 아리랑을 낳았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가야 제국의 멸망 또한 그랬을 것이다. 기원 전후에서 6C에 이를 무렵, 한반도 남쪽 낙동강 일대에 번성했던 가야 연맹 왕국은 신라에 병합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분군 발굴과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가야의 재조명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이다. 2010년에는 드라마 '김수로왕'이 등장하고, 학계의 연구와 출판도 잇따랐다. 동아시아 고대사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철의 제국'이 '잃어버린 왕국'에서 '제4의 제국'으로 부상할 태세이다. '철의 강국' '해상교역 대국' '다문화 문명국'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가야 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가 가야의 역사·문화 복원을 위한 국회의 특별법 통과를 재촉하는 가운데, 12월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야본성-칼(劒)과 현(絃)' 특별전을 개최한다. 상당수 가야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벼농사와 토기 제작 그리고 철기문명과 가야금으로 한반도 역사와 일본 문화에 깊게 스며든 가야인의 아리랑을 새삼 주목한다.

2019-11-28 06:30:00

[관풍루]대구 상용근로자,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오래 일하고 월급은 가장 적게 받아.

○…대구 상용근로자,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오래 일하고 월급은 가장 적게 받아. 많은 젊은이들이 버리고 떠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민주당 홍의락 의원, 한국당내 TK다선 의원 물갈이론에 '장기판의 졸' 키운다 비판. 다선 중 열심인 의원 찾기 어렵고 초선 중 열심인 의원 많은 것은 어찌 설명하오.○…올들어 조세·준조세 부담 증가로 가계소득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못미쳐. 파이 키울 생각은 않고 있는 파이 잘게 쪼게 나누는 소득주도성장의 그늘.

2019-11-28 06:30:00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지공'을 어찌 할꼬

70대 중반인 ㅂ씨는 가급적이면 이른 아침 시간에는 외출하지 않는다. 지인 만날 약속을 잡을 때도 오전 시간은 피하려 한다. ㅂ씨가 아침에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자신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굳이 복잡한 시간대에 나갈 이유가 뭐 있느냐는 거다. "바쁜 출퇴근 시간 젊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요. 괜히 눈총까지 받아가며-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런 분위기도 느껴진단다-버스 탈 필요는 없으니까요."ㅂ씨처럼 자발적으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을 삼가려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는 한편으로,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한 세대 간의 갈등도 심심찮게 들려온다."바쁜 출근 시간 안 그래도 복잡한데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나도 좀 앉아서 가보고 싶거든요." "자리 양보를 안 해주면 호통을 치기도 해요.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니 싫죠." "경로(노약자)석이 엄연히 마련되어 있는데 왜 일반석 쪽으로 오셔서 눈치를 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땐 자리를 양보해드리고 싶지 않아요."이들 불만의 저변에는 "공짜로 타는 주제에…" 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전국 6대 도시의 지난해 도시철도 적자액이 6천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 적자액의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었다는 목소리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그 적자액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점차 증폭되는 모양이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교통 복지이니 당연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도시철도가 없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며 국비 지원은 어림없다며 버틴다.적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도 누구 하나 먼저 나서 선뜻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전면 무임승차는 이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이 불가피한 데도 노인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폭탄 돌리기만 계속되고 있다.몇 십 년 내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 인구로 채워지게 된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는 하루바삐 매듭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복지 비용으로 생각하고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당수는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제도는 유지하면서 수혜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도 한다.무임승차가 노인들의 이동권과 관련한 복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적자 폭을 지자체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적자를 보전함과 함께 출퇴근 시간에 한해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복지도 지키고 적자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침저녁 2, 3시간 정도씩 무임승차를 폐지하면 대중교통 이용객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어르신들의 이동권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운영 적자를 줄이는 데도 조금은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이런 방식으로 무임 혹은 할인을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으니 연구해봤으면 좋겠다.

2019-11-27 17:50:2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이순신, 회초리 들다

이순신 장군을 뵐 면목이 없어지고 말았다. '열두 척의 배'를 들먹이고 '거북선횟집'에서 오찬을 하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큰소리가 빈말이 됐다. 나라를 뒤흔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소동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일본엔 타격도 못 줬고 한·미 동맹만 균열이 갔다. 국론 분열에다 국민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바둑·장기에서도 몇 수 앞을 내다봐야 승산이 있다. 하물며 국가 간 분쟁에서는 몇십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전략이 있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에 대한 보복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를 들고나왔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애초부터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지소미아를 한·일 간 단순한 협정 정도로 오판(誤判)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 잘못이 크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동맹을 지탱하는 축이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틀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도 지소미아 파기가 3국 동맹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를 한 일본에 대한 맞불 조치로 지소미아 종료를 꺼내 들었던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의미를 잘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했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미 동맹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청와대는 참으로 무지했다. '죽창가'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파기 이후 몰려올 후폭풍이 보일 리 만무했다.'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란 말이 있다. 미리 이겨 놓고 싸운다는 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23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과를 올린 핵심 전략이 선승구전이다. 이미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들어 놓고 전투에 나선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나라를 이리저리 끌고 가는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탓에 국민은 불안하다. 지소미아 파기 소동과 같은 오판과 전략 부재, 그로 말미암은 실패, 구차한 변명이 나라 곳곳에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열두 척의 배와 같은 이순신 장군의 겉만 봤을 뿐 선승구전의 지혜와 전략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이순신 장군이 회초리를 들 지경이다.

2019-11-27 06:30:00

[관풍루]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일자리 안정자금 벌써 바닥.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일자리안정자금 벌써 바닥. 정부는 실적 좋다고 웃을지 모르겠다만 국민은 나라 꼴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문재인 대통령,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로 아세안을 주변 4강(미·중·러·일) 수준 관계로 구축하겠다는 구상. 있는 4강 다 떨어냈으니 신4강으로 보강한다(?).○…아파트 가격 가파르게 오른 대구의 9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29조5천억원, 증가율 11%포인트로 전국 최상위권. 대구야말로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인공.

2019-11-27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에 스포츠영화제가 필요한 이유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 지난 8~14일. 강릉시 공무원 및 강릉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부 우려 속에서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기 때문이다.일주일 동안 8만245명의 유료 관객이 찾았고 131회 상영 가운데 27회가 매진되면서 좌석 점유율이 83.75%에 이르렀다.고무된 강릉시는 사업비를 올해 18억원에서 내년 28억원으로 늘리고, 국·도비 확보 등을 통해 40억원 규모로 만들기로 했다. 추진 주체도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세계 10대 영화제로 키우기로 했다.다수 도시가 영화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릉시가 국제영화제를 추진한 것은 특화된 영화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울산시도 2021년부터 국제영화제를 만들기로 했다. 울산시 산하 울주군이 국제산악영화제를 하고 있지만 울산시가 자체 영화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영화제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것이 울산시의 구상이다.울주군은 영남알프스가 있는 지역에서 '울주 국제산악영화제'를 연다. 순수 군비만 23억원을 투입할 정도다.우리나라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 통상 행사가 열리는 4월 말~5월 초 전주는 영화 열기로 가득 찬다. 올해 유료 관객 수는 전년보다 5천 명이 늘어난 8만5천 명. 이 기간 한옥마을에는 20만 명이 더 찾아왔다. 전주시는 전주 인구가 65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대부분 외지인들로 추산하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매년 10월 첫째 주 목요일부터 열흘간) 서울서 부산가는 KTX는 빈자리 찾기가 어렵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2017년부터 전국 영화제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있지만 부산의 연구기관들은 부산국제영화제(예산 145억원) 파급효과가 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영화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의 손익보다는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 때문에 영화제를 하고 있다.대구에서도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의미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2019 대구스포츠영화제'가 그것. 대구스포츠영화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모두 9편의 스포츠 영화를 상영했다.첫해 민간이 주도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두어 편을 제외하곤 관객이 70% 이상 차는 열기가 있었다. 스포츠는 감동, 환희, 용기, 화합, 영광을 상징한다. 그 스포츠가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전해질 때 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9편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9년 고 김수철 감독과 13명뿐인 삼례여중 축구부 소녀들이 일궈낸 눈물 겨운 전국대회 우승의 감동 실화를 그린 '슈팅걸스'는 온통 눈물과 감동의 바다였다.테니스 스타인 이형택 감독은 스포츠영화제를 찾아 영화 관람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한 후 "내년에는 '뭉쳐야 찬다' 팀을 초청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그만큼 스포츠영화제는 여타 영화제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번 스포츠영화제도 '또 하나의 영화제'가 아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제'였다.스포츠도시 대구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포츠영화제에 대구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한다.

2019-11-26 19:26:08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두 음악이 물처럼

"14살에 소리 공부를 시작했으니, 벌써 육십여 년을 우리 음악과 함께 산 셈이다. 철부지 코흘리개 소녀가, 대구극장에서 명창 소리를 들으면서 시작한 나의 국악 인생도 이제는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하고 싶은 일도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1921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국악 공연을 보며 우리 음악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았고, 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로 살다 1993년 73세로 삶을 마치기 전인 1992년, 60년 국악 인생을 돌아본 박귀희 명창이 자서전 '순풍에 돛달아라 갈길 바빠 돌아간다'에 남긴 회고담이다.박귀희는 뒷날 대구에서 대학 3년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을 만큼 대구에 국악 인생의 흔적을 남겼다. 물론 국악인의 대구 인연은 숱하다. 조선 8도에서 가장 넓은 경상도 중심으로, 감영이 자리하고 관찰사(감사)가 머문 데다 국악에 밝은 '귀명창'도 많은 곳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특히 대구 국악은 이름난 예기(藝妓)를 통해 맥을 이어갔다. 기생조합과 달성권번(뒷날 대동권번)은 이들 양성소였다. 이들은 국악 공연은 물론, 국권을 되찾는 항일 항쟁과 교육 투자 등에 나선 의기(義妓) 활동도 이어갔다. 염농산 자매를 비롯해 김울산, 정칠성, 현계옥, 김연수 등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무엇보다 대구의 국악은 오랜 역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 대구를 둘러싼 경북은 신라 만파식적의 대금과 옛 가야의 가야금을 낸 땅이었다. 숱한 국악기 가운데 탄생 출처가 분명한 대금과 가야금의 발상지가 경북이다. 그런 경북의 중심이 대구였으니 대구경북은 국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을이다.이런 대구가 지난 2017년 11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이후 음악을 화두로 '일'을 벌이고 있다. 음악회를 열고, 정책을 개발하고, 지난 22일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포럼'도 개최했다. 정치·경제 등에서 활력을 잃은 대구 모습을 음악으로 바꾸는 일, 생각만 해도 반갑고 설렐 만하다.이왕이면 대구의 풍부한 국악 자산과 오랜 역사를 활용하자. 국립국악원 같은 전문기관의 유치도 좋다. 대구만의 국악 시설이라도 갖춰 동서의 음악이 물처럼 고루, 새의 두 날개처럼 짝이 되어 흐르는 음악창의도시로 거듭나면 좋지 않겠는가.

2019-11-26 06:30:00

[관풍루]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시위 사태 후 치러진 홍콩 18개구 구의회 선거서 친중파 의원들 줄줄이 낙선.

○…내년 총선 공천 두고 한국당에서 'TK 총선 물갈이 명단인 살생부' 떠돌자 일부선 'TK 대학살'이라며 호들갑. 바꿔도 TK, 안바꿔도 TK인데 웬 'TK 대학살(?)'.○…6개월 가까이 이어진 시위 사태 후 치러진 홍콩 18개구 구의회 선거서 친중파 의원들 줄줄이 낙선. 천하제일 경찰력으로도 진압할 수 없는 것이 민심.○…부산 한·아세안 정상회담 때맞춰 북 서북5도 최접경서 해안포 도발하자 정부, 구체적 사실 함구. 도발을 하려면 발표나 하지 말든지.

2019-11-2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공모의 역설, 누가 키우나

요즘 대구 문화예술계의 관심은 문화예술 기관장 공모에 온통 쏠려 있다. 지난달 대구오페라하우스 제4기 대표 선임 절차가 이런저런 루머 속에 마무리된 데 이어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공모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다.대구시는 지난 5년간 자리를 지킨 이형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후임자를 뽑는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0월 12명이 지원한 공모 심사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을 낸 이후 한 달 만에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자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왜 개방형 직위 공모 때마다 재공모나 3차 공모가 공식처럼 되풀이되느냐는 불만이다.과거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가 최근 들어 불만의 강도를 크게 높이는 까닭은 10여 년 동안 '적격자 없음→재공모→외지 인사 선임'이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인데 출신지를 떠나 역량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지역 문화계 입장에서는 마치 고정 메뉴처럼 굳어진 이런 공모 과정이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지나친 거리두기로 비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만큼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올해 초 마무리된 대구미술관장 공모도 이런 '고정 패턴'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최승훈 관장 퇴임에 앞서 후임자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선발시험위원회 심사에서 '적격자가 없다'고 결정한 데 이어 8월 재공모에서도 똑같은 결정이 나면서 6개월 넘게 자리를 비워두었다. 해가 바뀌고 올 2월 3차 공모에 들어갔는데 당시 지원자가 무려 24명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졌다. 1차 공모 때 7명, 2차 때 1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핵분열 현상이다.결국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이 제4대 대구미술관장에 선임됐다. 2010년 초대 관장을 맡은 김용대에 이어 2대 김선희, 3대 최승훈 관장 등 내리 4대째 외지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이 선임되자 지역 미술계 불만이 치솟았다. 1, 2차 공모 때 22명의 지원자 중 과연 대구미술관을 이끌어나갈 마땅한 지역 인사가 없었는지 아니면 대구시가 명분쌓기용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술계 내부에서 치열한 자리 경쟁이 벌어지다보니 잡음을 피하기 위해 번거롭게도 재공모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지난달 박인건 전 KBS교향악단 사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에 선임되자 예술행정 전문가라는 평가와 상관없이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도 사실이다. 만약 대구콘서트하우스 공모도 같은 수순이라면 문화계 내부의 불만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데는 무엇보다 지역 문화인들의 잘못이 크다. 자리만 나면 불문곡직 나서고 '내가 아니면 될 사람 있나' 식의 태도도 여전하다.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누가 내정됐다느니 등 군불때기가 난무한다. 자연히 잡음과 구설을 피하려는 반대 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10년 넘게 이를 반복해왔다. 서로 치고받다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 것이다. 대구시도 이제는 너무 원칙만 내세울 게 아니다. 지역 인사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성과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2019-11-25 19:24:16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김천과 철도

조선 중종 때 대제학까지 지낸 묵계 강혼은 경상감사로 지방을 순행하다 성주 관기 은대선과 각별한 정이 들었다. 작별이 아쉬웠던 두 사람은 김천 부상역까지 올라가 애틋한 밤을 함께 보냈다. 강혼이 그날의 정취와 정념을 '부상역춘야(春夜)'라는 시로 남겼는데 그 내용이 농염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도 김천도역 찰방으로 부임했다가 당쟁에 휘말리는 바람에 관직을 포기하고 팔도 유람에 나섰다.그렇게 실의와 좌절의 방랑길 끝에 탄생한 것이 '택리지'라는 인문지리서이다. 김천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사모바위' 얘기도 김천역과 관련이 있다. 용두산(모암산) 위에 사모(관복 입을 때 쓰는 모자) 형상의 바위가 있어 과거 급제자가 많았다. 자연히 고관대작들의 고향 나들이가 잦아 역리들의 고초가 심하자 그 바위를 떨어트려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김천의 내력에서 역(驛)을 빼면 임자 없는 명월이 된다.고려시대부터 김천역, 부상역, 작내역, 장곡역 등이 등장했으며, 조선 초기 역참제 정비에 따라 김천역은 20여 개의 속역을 관장하는 도역(道驛)으로 부상했다. 중심 역인 도역에는 종6품 관리인 찰방이 부임해 역무를 관장했던 까닭에 김천에는 '찰방골'이라는 지명도 생겨났다. 퇴역한 역마들을 모아 연자방아를 돌리게 했다는 '뒷방마'도 역에서 비롯된 마을 이름이다.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한반도 남부 중앙에 위치한 김천은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로 더욱 발전하게 된다. 역촌(驛村)의 생성과 함께 시장이 형성되면서 김천시장은 전국의 5대 시장으로 번성했다. 삼도봉(三道峯) 자락의 김천은 경상·전라·충청 3도 특산물과 남해안의 해산물이 집결하는 백화점이었다. 김천의 철도와 역 특수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위축되었다.KTX 시대를 맞이한 김천은 혁신도시 유치와 더불어 재도약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또한 철도와 역의 역사적인 배경 덕분이다. 김천과 철도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최근 김천시가 철도 관련 기업을 잇따라 유치하면서 철도산업의 메카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해와 서해 쪽으로 철도 연결도 추진하고 있다. 역참(驛站)의 내력이 1천 년에 이르는 김천의 굴기(崛起)가 예사롭지 않다.

2019-11-25 06:30:00

[관풍루] 통합신공항 토론 위해 구성한 시민참여단 2박3일 합숙 끝에 주민투표 방식과 선정기준 확정.

○…이종걸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 단식 조롱하는 "위장(胃腸) 탄압" 풍자 글 올려 논란. 사리 분별 못 하고 마구 내뱉는 정치인의 글과 말은 '뇌신경세포 탄압'.○…비건 대북특별대표, 여야 원내대표 만나 "한·미 동맹, 선진국 간 동맹으로 재설정" 언급하며 방위비 압박. 돈 더 받아낼 때만 선진국, 이제 동맹이 알아서 등 돌릴 판.○…통합신공항 토론 위해 구성한 시민참여단 2박 3일 합숙 끝에 주민투표 방식과 선정기준 확정. 합의까지 말은 많았어도 탈은 더 이상 없기를 학수고대.

2019-11-25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우리나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중병에 들어 있다. 그 징후가 심각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렵다.주요 경제지표는 올 들어 급락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다. 과거 정부가 사수했던 GDP 대비 국채 비율 40%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온 국민이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한다.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기업들의 사기는 바닥이다. 탈한국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기업은 널렸어도 돌아오겠다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자영업자 소득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로 떨어졌다. 생산성을 고려 않은 임금 인상과 고용 강요는 만성병을 일으킨다. 직격탄을 맞은 공기업은 속속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건보료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기료 인상은 시간문제다. '역대 정부 중 단기간 내 최고로 집값을 올린 정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집값은 폭등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없는 집일수록 더 쓸 돈이 없도록 만들었다. 50년 이상을 승승장구해 온 한국 경제에 '역대 최저'니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일상이 됐다.북한은 남한을 하대(下待)한다. 남한을 향한 비방과 무시가 갈수록 도를 더해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밀리에 보낸 부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냥 거절한 것이 아니라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비아냥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평화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가 왔다는 자화자찬은 빛이 바랬다. 그 사이 북핵은 더욱 공고해졌다.한미동맹은 파열음이 요란하다. 지소미아 파기를 임시 봉합하고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드 보복을 내세우며 중국은 한반도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사드로도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둥펑-17 미사일로 한국의 목줄까지 거머쥐었다. 동맹이 약화되자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잃었다. 구한말 조선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국민은 늘었다.중병의 원인은 리더십에 있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방향도, 방법도 틀렸다. 문 대통령보다 사흘 뒤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업적은 시사적이다. 마크롱 취임 후 '저성장 고실업'으로 대변되는 프랑스병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과감한 노동 개혁과 감세를 지목했다. 국민과의 집요한 소통도 한몫을 했다.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았기에 국민 설득이 가능했다. 우리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에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 정책'이라 표현했다. 애초 방향을 거꾸로 잡았으니 기대할 게 없었다. 프랑스는 독일을 제치고 유럽 경제 모범국으로 거듭날 기세다. 반면 한국은 주변국으로부터 동네북 신세거나, 패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말 따로 행동 따로 요설(妖說)은 국민을 일시적으로 기망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국민은 허망한 말보다 실적을 내는 정부를 원한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정상화했다"고 한다. 남북 관계는 여전히 '굉장히 보람을 느끼는 분야'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자신 있다"는 장담도 늘어놓았다.중국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명의로 이름을 떨친 편작은 어느 명의도 고칠 수 없는 6가지 병을 들었다. 그 일불치(一不治)가 교만하고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는 환자다. 주관적 판단만 갖고,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환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물며 병든 줄도 모르는 환자라면 어찌 고쳐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2019-11-24 20:47:09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한민국 서민

"주로 서민들이 내놓았습니다. 잘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1천200억달러 나랏빚 갚자는 금모으기운동 당시 서울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며 국민은행의 금 감정 위촉인으로 활동했던 이광재 전 대표의 말이다. 지난 15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가 연 'IMF 외환위기 극복 금모으기운동 학술행사'에 앞서 1998년 1월 13일 자 국민은행의 '금 감정인 위촉장'을 사업회에 기증한 자리에서다.이날 행사는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운동과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주년 조명 및 국채보상운동기념일(2월 21일)의 대구시민의 날 지정 기념, 그리고 내년 2월 말까지 기념사업회가 벌이는 금모으기운동 관련 자료 수집과 정리, 보관 활동 홍보를 위해 마련됐다.이날 행사에서는 금모으기운동 때 225t을 모아 22억달러 상당을 수출했고, 이는 2019년 한국은행 금 보유량 104.4t보다 많다는 발표(심재승)도 있었다. 또 금모으기운동은 국채보상운동처럼 사실상 대구에서 출발했고, 대구의 금모으기운동은 전국적인 명성의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덕분에 성공적이었고, 이는 김대중 정부의 '제2 건국운동'의 표본이 됐다는 일화(한수구)도 소개됐다.1907년 빚 1천300만원을 갚으려 일어난 국채보상운동과 1천200억달러 외채로 빚어진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운동의 시작과 끝은 나라 잘못으로 진 빚을 백성이 호주머니를 털어 갚으려 나선 점과 모인 돈 규모에서 닮았다.1907년 인구 1천700만 명에 참여자 31만7천 명과 성금 20만원(추정)을 바탕으로, 1998년 4천700만 명 인구 중 351만 명이 동참해 모은 22억달러를 비교하면 그렇다. 국채보상운동 참여 인구 비율은 1.8%, 금모으기운동은 7.5%로 참여 인구는 늘었지만 모금된 돈은 1907년 전체 빚의 1.5%, 1998년은 1.8%였으니 말이다.참여자는 늘었지만 빚 규모에 비해 모인 정성의 비율은 비슷하다. 이광재 기증자의 증언처럼 '큰손'보다 서민이 많았다는 증언이 맞는 듯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서민이여, 그대들은 위대하도다.

2019-11-22 21:10:5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지소미아 파기 이후?

2002년 9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영남대에서 강연했다. 한 청중이 "왜 미국에 가지 않느냐. 반미주의자 아니냐"고 물었다. 노 후보는 "바빠서 못 갔다. 미국 한 번 못 갔다고 반미주의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한마디를 덧붙였다. "반미 좀 하면 어떠냐."자주 외교를 표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안 된 2003년 3월 미국으로부터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예상을 뒤엎고 노 전 대통령은 비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일종의 거래였다"고 했다. 미국에 '반미주의자'로 낙인 찍힌 노 전 대통령이 이를 탈피하려고 미국 요청을 들어줬다는 분석도 있다.문 대통령 집권 2년 반 동안 망가지고 깨진 것이 숱한데 그중 하나가 한·미 관계다. 한국은 미국 요청을 뿌리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할 방침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올려 6조원을 내놓으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한국이 방위비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협상 결렬을 핑계로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를 할 것이란 추측이 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한·미 동맹(同盟)이 흔들리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잘못이 크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돈을 더 내라고 막무가내로 압박하는 '장사꾼' 트럼프 탓에 한국이 골병들게 생겼다. "미군, 갈 테면 가라" 등 한국에서 반미 분위기가 크게 확산한 것도 트럼프 탓이다.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역시 한·미 동맹 균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믿음을 스스로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청와대는 "미국이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지만 미국이 우려와 실망을 표시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한·미·일 3국이 연계된 안보 현안인 지소미아를 일본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쓰는 잘못을 저질렀다. 김정은에 경도된 대북 자세도 미국의 신뢰를 잃게 했다. 미국이 대한민국 기둥뿌리를 뒤흔들 카드를 50개 넘게 가졌다고 하는데 지소미아 파기 이후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2019-11-22 06:30:00

[관풍루] 경기 부진 장기화로 자영업자들 폐업 늘며 올 3분기 가계 사업 소득 통계작성 후 최대폭 감소.

○…문 정부들어 소득주도성장한다며 각종 재정지출 늘린 결과 가구 비소비지출 증가, 소비여력 위축. 국민 쓸 돈 다 거둬다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져보니 어떻소.○…수출도시 경북 구미의 대기업들이 올해 최악의 실적부진에 대규모 감원 바람. 물들어 올 때 노 저으라던 분한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고 그저 한 숨만 쉬지요.○…경기 부진 장기화로 자영업자들 폐업 늘며 올 3분기 가계 사업 소득 통계작성 후 최대폭 감소. 고용인 줄고 피고용인도 줄었으니 공정사회 실현했다 하면 되겠네.

2019-11-22 06:30:00

지난 7월 영남대의료원 응급센터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 왼쪽이 송영숙 부지부장. 매일신문 DB.

[청라언덕] 당신의 관심을 조금만 이웃 가까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겨울이 훌쩍 다가오면서 괜스레 마음이 더 후달린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 중 가장 마음의 빚이 큰 사건 중 하나가 영남대의료원 사태이기 때문이다.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뭐 하나 도움된 것이 없다. 그저 날이 궂기만 하면 내내 하늘만 쳐다봤다.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이들이 별 탈 없이 안전하기만을 기원했다.여성 해고노동자 2명의 고공 농성은 한창 더위가 심해지는 7월 1일 시작됐다. 이들은 장마와 이글거리는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고, 불어닥치는 태풍을 맨몸으로 그대로 받아냈다. 이후 낙엽이 다 떨어지고 영하의 찬바람이 불어닥친 지금까지도 고공 농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2명의 고공 농성자 중 1명이 건강 문제로 중도에 내려오면서 1명만 홀로 남아 외롭고 위험천만한 나날을 버티고 있다. 오늘로 벌써 144일째다. 이대로라면 해를 넘길 기세다.영남대의료원 사태에 유달리 미안함이 쌓이는 이유는 목숨 내놓고 투쟁하는데도 영 시민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언론의 탓도 있는 것 같아서다. 지역 언론조차 지속적인 조명을 이어가진 못했다.반면 이들에게 미안함이 커질수록 모든 것을 함몰시키는 정치 이슈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모든 것이 서울 중앙 집중 일색인 우리나라지만, 이 중에서도 유독 정치 분야는 거대 담론이 모든 것을 잠식하는 현상이 빈발하는 곳이다.얼마 전 모든 정국을 휩쓸어 버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그랬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개혁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논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뉴스만 틀면 친정권과 반정권의 세력 다툼이 쏟아지고 또 쏟아진다.사람들은 모여 앉았다 하면 나랏님과 정권 이야기다.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기 바쁘고, 정치와 국정 운영,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적인 식견을 과시한다. 그 와중에 편 가르기도 곧잘 벌어진다.이 틈바구니 속에서 정작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미시 정치'는 그 존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정작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일들에 관심을 쏟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져 봤자 잠시의 가십으로 지날 뿐이다.'공정함'을 논하는 시대지만 의외로 내 바로 주변에 누가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는 관심 밖이다. 내가 사는 동네 의원들은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직접 혜택을 받는 청년정책은 지역 실정에 맞는지, 재개발로 인해 내쫓긴 사람들은 어디로 떠나갔는지를 논하기에 이미 우리의 스케일은 너무 크다. 워낙 시대적 담론에 익숙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되다 보니 거창한 세상 이야기를 하면 통찰력과 사고가 깊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현실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를 꺼내 들면 시시껄렁하게 여기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세상사는 복잡다단하다. 거대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세상이 확 바뀔 것 같지만 수많은 일들은 거미줄처럼 미묘하게 얽혀 있다. 더욱이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이념 논리에 매몰돼서는 현실의 모든 문제를 절대 '한 방'에 해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시 정치, 생활 정치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제발 중앙으로만, 특히 정치 편향된 당신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내 가까운 곳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큰 정치판 바꾸기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작은 불공정함, 불편, 비리, 악습 등을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진정으로 좀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2019-11-21 16:11:4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대통령의 '쇼통'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對)국민 소통'으로 평가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fireside chat, 爐邊情談)은 1933년 3월 12일 라디오 전파를 탄 '은행 위기에 대하여'가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루스벨트는 민주당 소속 뉴욕주지사로 있던 1929년부터 그렇게 했다. 그 목적은 매우 정략적이었다. 주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도록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성격이 확 바뀌었다. 정적에 대한 정략적 공격의 수단에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노변정담은 엄밀히 말해 대담이 아니라 연설이었다. 이것이 '벽난로 앞에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편안하게 이야기한다'는 뜻의 노변정담으로 불리게 된 것은 루스벨트의 참모 스티븐 얼리의 아이디어로 언론인 해리 버처가 두 번째 담화인 '유럽 전쟁에 대하여'의 보도자료에 그렇게 표현하면서부터다.루스벨트의 연설은 이런 명칭에 꼭 맞았다. 친구를 대하듯 정감 어린 말투로 주요 정책과 미국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실 상황을 유리하게 포장하거나 정책 실패나 불리한 문제에 대해 변명하거나 궤변을 늘어놓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1942년 2월 23일 방송된 '전쟁의 경과에 대하여'는 좋은 예다. 연설에 앞서 루스벨트는 전 국민에게 세계지도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미국이 세계 어디에서 싸우고 있으며 현재 전황은 어떻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변정담의 청취율이 평시 18%, 전시 58%로 당시 인기 절정의 라디오 쇼보다 높았던 것은 이런 진정성 때문이었다.19일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인내심을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끄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억누르게 한, 시쳇말로 '자뻑'의 '쇼통'이었기 때문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첫 단어만 들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게 됐는데 똑같은 말로 국민을 다시 '고문'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 권한다. 진정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싶으면 노변정담의 원고라도 구해 읽어보라고 말이다. 어떤 것이 '소통'인지 알게 될 것이다.

2019-11-21 06:30:00

[관풍루] 대구 경북 생산·수출·고용 지표 모조리 나빠지고 청년 층 중심 인구 유출도 가속화.

○…대구 경북 생산·수출·고용 지표 모조리 나빠지고 청년 층 중심 인구 유출도 가속화. 이래도 '원하는 나라 만들 수 있다'는 대통령 말만 믿고 따르면 되는 거야.○…한·중·일 첫 공동조사 결과 한국 초미세먼지 중 국내영향이 51%,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 32%. 그렇다면 이제 자체 대책부터 세워놓고 중국 욕해야지.○…각본 없이 진행했다던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행사'서 질문했던 17명중 4명이 대통령과 구면이었다는 주장 나와. '팬 미팅'이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겐가.

2019-11-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금호강 수달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에는 수많은 생물이 산다. 어떤 종류의 동식물이 얼마만큼 아마존에 서식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학계에서는 대략 200만 종의 생물이 아마존에 기대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종은 어림잡아 1천5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학계는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록된 종은 약 170만 종에 불과하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확인한 생물보다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미지의 생물이 지구에 훨씬 더 많다는 소리다. 이로 볼 때 아마존은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은 열대우림지역 이른바 '핫 스팟'(Hot Spot) 가운데 하나다.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아마존 서부, 동남아 열대우림 지역이 대표적인 핫 스팟이다.그러나 아무리 많은 생물종이 지구에 존재하더라도 그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 부지기수다. 20세기 들어 생물종의 멸종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50~100배 빨라졌다는 보고는 지구의 생물종이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구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꼽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수달'도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하나다. 수질오염 등 환경의 변화와 남획이 수달 개체수 감소의 주원인이다. 현재 대구 주변 하천에서 사는 수달은 모두 24마리다. 지난해 대구시가 조사했더니 신천 8마리, 금호강 7마리, 동화천 7마리, 팔거천 2마리로 확인됐다.특히 서식지 면적 대비 수달의 개체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개체수가 적다는 말은 유전자 다양성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이런 차에 작년 8월 전남 무안과 여수에서 구조된 암수 수달 두 마리가 그제 금호강 안심습지에 방사됐다는 소식이다.국립생태원과 대구시는 풍부한 먹이 자원과 양호한 서식 조건을 들어 안심습지를 수달 방사 최적지로 판단했다. 현재 11만㎡ 규모의 안심습지에는 수달과 삵, 백로, 황조롱이 등 동물 176종, 식물 198종이 산다. 대길이와 구순이, 새 수달 가족의 대구 이주는 금호강 생물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곳 환경에 잘 적응하고 식구 수도 빨리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11-20 06:30:00

[관풍루] 경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 소송 걸린 한전, 나주 본사 떠나 서울에 별도의 법무팀 설치키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한국당내 중진 용퇴론 등 물갈이 요구에 "난 당을 살린 사람이다"며 "나를 끼우지 말라"고. 기껏 살렸다는 당이 이 모양이니 AS라도 하시려나.○…경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 소송 걸린 한전, 나주 본사 떠나 서울에 별도의 법무팀 설치키로. 정권 눈치에 원전 팍팍 돌리지도 못하고 고민이 많겠소.○…38노스, "북 영변 핵시설 인근 도심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핵단지 근무인원도 늘었을 것"이라 진단. 그래도 핵과 ICBM 실험만 않으면 평화가 오는 거야?

2019-11-2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또 망가진 유시민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언제 체포·구금될지 몰랐다. 하지만 그 감시망의 구축은 게슈타포 정규 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치즘을 전공한 미시시피 주립대학의 로버트 젤라틀리 교수에 따르면 1939년 게슈타포의 전체 인원은 독일 전체로 7천 명밖에 안 됐다.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독일 국민 모두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게슈타포는 엄청나게 잘 돌아갔다. 바로 일반 국민의 끊임없는 제보와 밀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감시 체제를 떠받친 기둥은 일반 국민이었던 것이다.구 동독도 다르지 않았다. 동독의 보안기관 슈타지(Stasi·국가안전보위성)의 규모는 매머드급이었다. 동독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10월 31일 현재 정규 요원은 9만1천 명이었다. 이는 국민 180명당 1명으로 세계 최대였다. 절대 규모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관인 소련의 '카게베'(KGB·국가보안위원회)는 600명당 1명이었다.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일반 국민인 '비공식 요원'이었다. 동독 주민 10명당 1명이 이들이었으며, 가장 많을 때는 17만4천200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11살짜리도 있었다. 슈타지는 이들을 사회 곳곳에 심어 놓은 목적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훌륭한 비공식 요원이 있으면 우리는 풀이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다 알아야 한다."('슈타지: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통일연구원)'조국 사태' 와중에 제대로 망가졌다는 비아냥을 듣는 유시민 씨가 또 망가지는 소리를 했다. 16일 대구에서 한 강연에서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우리 검찰이 게슈타포나 슈타지 정도 밀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 검찰이 그런가?더 못 참겠는 것은 유 씨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을 범죄자로 몬다는 점이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그런 죄가 있어야 한다. 조국 일가는 죄를 지은 것은 물론 증거를 인멸하려 했기 때문에 구속됐다. 유 씨의 '우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구속을 걱정하지 않는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2019-11-19 06:30:00

[관풍루] 문정부 출범후 빚내서 만든 복지성격 의무지출 급격히 늘며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더불어민주당 부·울·경의원들,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 요청해 조속한 김해신공항 재검증 요청. 아무리 선거가 급해졌다지만 그런 카드로 이길 수 있을런가.○…문정부 출범후 빚내서 만든 복지성격 의무지출 급격히 늘며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가정은 마이너스 통장 함부로 쓰면 망하는데 정부는 미뤄 조지면 그만(?).○…전 남편 시신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재판 넘겨진 고유정, 결심공판서 "검사님 무서워 진술 못하겠다"해 공판 미뤄져. 누구한테 배웠나, 진술거부권.

2019-11-1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막춤 유감

베트남 다낭 여행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 코스가 있다. 다낭에서 30㎞ 떨어진 호이안 투본강에서 경험한 이른바 '바구니배 타기'이다. 마른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 둥근 모양의 바구니배가 2인승 관광 유람선으로 변한 것부터가 신기하다. 고즈넉하던 어촌 마을에 한국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생긴 신풍속도라고 한다.바구니배에 오르기 위해 선착장에 들어서면 벌써 귀에 익은 노래가 진동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한국 사람들로 득시글하다. 수상 투어는 야자나무들이 줄지어 선 좁은 물길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배가 넓은 강 한가운데에 이르면 실로 진풍경이 벌어진다. 고성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대중가요 리듬을 따라 베트남 뱃사공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곳곳에서 관광객이 합세한 춤판이 벌어지고 1달러짜리 팁이 난무한다. 수상 노래방이 따로 없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가 못마땅했다. '뽕짝' 음악에 '막춤'이라는 품격 없는 광경과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그랬지만,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 광경이 어떻게 비칠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호이안의 대다수 뱃사공들이 라이따이한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어쩐지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막춤 솜씨마저 그리 낯설지 않다 싶었다. 호이안은 베트남전쟁 당시 우리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적군의 아들딸로 태어난 숱한 서러움과 모진 박대를 견뎌내고 라이따이한은 그렇게 아버지 나라 관광객의 발길을 모아 온 마을을 명물 관광코스로 바꿔 놓은 것이다. 베트남 고유의 풍광을 한국인 특유의 이벤트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물론 베트남 정부의 배려와 우리 관광업계의 상술도 작용했을 것이다.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우리 한국 문화의 미래는 막걸리, 막사발, 막춤 등 토박이 문화에 달렸다는 파격적인 담론을 제시한 적이 있다. 우리 문화의 동력과 지정학적 여건에 관한 분석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대륙 문화의 영향권에 속해 있던 한반도는 100년 전부터 해양 문화를 통해 근대화를 추구하고 글로벌화에 성공하면서 오늘의 한류(韓流)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앞으로의 100년은 대륙 문화도 해양 문화도 아닌 우리의 '막 문화'가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해답이 바로 '막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상반된 요구를 다 거절할 수 없는 모순적 현실을 토박이 문화로 융합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이 전 장관은 이것을 한자로 쓰면 잡(雜)이 되지만 우리말로 부르면 '막'이라고 했다. 하긴 조선의 막사발이 일본의 국보가 되었고, 한국의 막춤이 오늘날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지 않은가. 싸이의 말춤과 BTS의 몸짓은 노래방과 관광버스에서 벌어지던 그 막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근사하게 평가하면 중국의 대륙 문화에서도 서양의 해양 문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독창성인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한국의 막장 정치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의 우리 정치판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막춤에도 일정한 규칙과 가락이 있는 법인데, 이런 막장 놀음은 처음이다. 안면몰수의 천둥벌거숭이 짓을 거듭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오히려 고개를 쳐들고 대중을 가르치려 한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적 피로와 시름을 달래주는 막걸리 한 사발과 같은 순박한 정치가 그립다.

2019-11-18 19:41:14

제21대 국회의원선거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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