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북, "신형 전술무기 위력 시위에 질겁한 남조선 당국이 또 평화 타령한다"며 문 대통령 비아냥

○…북, "신형 전술무기 위력 시위에 질겁한 남조선 당국이 또 평화 타령한다"며 문 대통령 비아냥. '평화경제' 허망함은 북도 알고 남도 알 건만 한사람만 모르지.○…방위비 분담금 협정 논의 시작되자 트럼프, '한국이 방위비 더 내기로 했다'고 트윗. 억울하면 우리도 핵개발하고 미군 철수하라고 큰소리치든가.○…여당의 일본 가지 말고 국내 관광 활성화하자는 주문에 관광업계, "민간 교류 금지는 안 된다" 쓴소리.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법도 몰라.

2019-08-09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反일본이 아니라 反아베다

여기 한 장의 흑백사진이 있다. 때는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잔뜩 흐린 하늘에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애도를 표하다가 갑자기 차가운 대리석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과거 나치 독일에 상처받은 폴란드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다.이날 사진은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고, 서독 총리의 진심 어린 참회와 사죄에 전 세계가 환호했다. 독일의 진정성이 유럽연합 창립으로 이어지는 등 유럽의 평화와 발전에도 기여했다.이에 반해 일본의 역사 인식은 어떠한가. 1945년 패전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일본 지도자들의 진심 어린 참회와 사죄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오히려 2012년 재취임 이후 장기집권에 성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른바 '극우 포퓰리즘'을 통해 식민 지배의 정당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그는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2014년 위안부 피해자의 강제 동원을 부인했다. 2015년 패전 70주년 담화에선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급기야 아베 정부는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한국과의 역사 갈등이 이슈로 떠오르자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경제 보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배타적 민족주의를 기저에 깔고 외부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권력을 공고화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전형이다.안타까운 현실은 이 같은 아베 정권의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한국 정서가 '반(反)아베'가 아니라 '반(反)일본'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정봉주 전 의원이 공개한 '일본 가면 코피 나' 티셔츠 사진이다. 정 전 의원은 SNS에 "2020년 올림픽도 참가하면 방사능 세슘 오염 때문에 코피 나고 암 걸린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고도 적었다.응원글 못지 않게 비판글이 달렸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벼움이 무기가 되는 국면이 아닌데도 상황 파악도 못하고 눈치도 없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SNS에는 대구도시철도 승강장이나 열차에서 방송하는 일본인 대상 안내 방송을 중지해 달라는 주장도 나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지난 3일 대구도시철도공사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듯 대구 지하철도 일본어 안내 멘트를 확 빼내자"는 글이 올랐다.해당 게시물을 공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 대구'의 댓글창에서 "공용어도 아닌 일본어 방송은 필요없다"는 주장과 "한국에 넘어와서 열심히 살고 있는 좋은 (일본) 분들도 있다. 잘못에 대해 곱절로 보복하는 게 맞지만, 같은 국적이라고 무작정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극단으로 치닫는 반일 감정은 '여권'이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것을 '제2의 독립운동'으로 규정한 데 이어 '일본 전역 여행 금지 구역 설정 검토' '내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고려' 등 자극적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친일(자유한국당)·반일(민주당) 구도를 내년 총선에 유리하게 이용하자는 민주당 내부 보고서까지 나왔다.아베 정권과 일본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개념적인 반일과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정치권 행태는 우리 국론만 분열시킬 뿐 국익과 한·일 관계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잘못된 역사 인식과 경제 보복의 당사자가 '아베 정부'이지 선량한 '일본 국민'은 아니지 않은가.

2019-08-08 16:13:34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신청사 입지, 시민들에게 맡기자

도쿄에 가면 신주쿠 고층빌딩 숲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도쿄도청사다. 1991년 3월 완공된 이곳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된 것은 남쪽과 북쪽 타워에 각각 들어선 전망대 때문이다. 입장료가 무료인 45층 전망대에서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물이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보이는 시원한 전경에, 밤에는 도쿄의 낭만적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설계한 도쿄도청사는 부지 4만2천940㎡, 건평 2만7천500㎡, 총면적 38만1천㎡ 등 규모도 압도적이다.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 남단에 있는 런던시청은 2002년에 완공된 현대식 돔으로,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외관이 독특하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런던 고유의 느낌과 달리 시청 건물은 현대식이라 유독 시선을 압도한다. 특히 미래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져 과거 도시의 모습과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느낌을 준다. 타워 브리지, 런던 탑과 더불어 런던 관광 3대 명소다.2012년 새로 지은 서울시청은 도심 한복판 대규모 건물 전면에 파도 치는 형상의 유리를 덮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고층 만능주의를 떨치고 유려한 디자인을 도입한 점, 세계 최초로 청사 공간 10% 정도를 개방해 시민청으로 조성한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위에 소개한 3곳은 대구 시민이 신청사를 지을 때 벤치마킹해야 할 곳으로 선택한 곳이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대구시 신청사는 어느 지역의 시청처럼 건립됐으면 좋겠습니까'라는 물음에 1천494명의 대구 시민이 응답한 결과다. 시민들은 또 미래 대구시청 신청사 이미지로 ▷상징·랜드마크·명소 ▷휴식·문화·공원 ▷친근·함께·접근·소통·편안함 등을 꼽았다.시민들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현재 대구시청은 너무 낡고, 대구의 미래를 상징하기엔 모자라며, 일을 처리하기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1993년 준공한 대구시청사 연면적은 고작 2만5천㎡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비좁은 청사로, 대한민국 3대 도시로서의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낡고 좁은 공간 문제 때문에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청사를 이원화하면서 업무차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본관, 별관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옆 동네 부산만 해도 1998년 이전·신축한 부산시청(지하 3층~지상 26층, 연면적 13만1천590㎡)은 3만9천797㎡ 규모의 시청광장을 마련했다. 시민광장, 동백광장, 녹음광장, 등대광장, 잔디광장을 구성해 사랑받고 있다. 시청사 규모만 대구시청의 5배가 넘는다.이런 까닭에 대구시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입지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다시 한 번 신청사 건립에 나섰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과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적 입김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신청사를 주제로 한 대구시민원탁회의에 일반 시민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 유치를 위해 대거 참석하는 등 빗나간 열정으로 시민원탁회의의 취지를 거슬렀다는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정정당당하게 유치를 홍보하고, 마지막 결과에 승복하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또 대구시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도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할 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청사 입지는 제발 대구 시민들에게 맡겨두자. 일부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며 물을 흐리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다.

2019-08-08 06:30:00

[관풍루] 삼성 이재용 부회장 "긴장하되 두려워 말고 반도체 등 핵심사업 소재 다변화로 위기 넘자"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긴장하되 두려워 말고 반도체 등 핵심사업 소재 다변화로 위기 넘자" 강조. 근데 "돕겠다" 큰소리치는 '관군'(정부)이 길을 막지는 않을지 그게 걱정.○…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삼분된 보수 우파, 하나로 뭉쳐야 산다"며 통합 강조. 돈 없어 '특별 당비'까지 걷는 처지다 보니 그런 소리 나올 법도 하네.○…한·일 갈등에다 미·중 경제 전쟁 악재로 안전자산 투자 쏠리면서 한국금거래소 금(金) 없어서 못 팔 정도. 무일푼이라 돈 걱정, 투자 걱정 않으니 만사형통-서민.

2019-08-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己亥倭亂(기해왜란)

이스라엘 민족은 나치 독일에 의해 수백만 명이 학살당하는 참혹한 시련을 겪었다. 그 수난의 대가로 1948년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와 독립국가를 세웠지만, 이집트를 비롯한 주변 아랍국들은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1967년 6월 5일 일어난 이른바 '6일전쟁' 또한 그 연장선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의 인구는 250만 명인데, 아랍권은 1억5천만 명이었다. 신생국가인 이스라엘은 군사력 또한 한참 열세였다.그러나 전쟁은 불과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기적이었다. 승리의 비결은 지도자들의 치밀한 작전 계획과 허를 찌르는 기습 폭격으로 제공권을 장악한 데 있었다. 지상전에서도 이스라엘군은 무기의 열세를 운영 능력과 정비 기술로 만회했다. 무엇보다도 승리의 신화는 탁월한 정신 전력의 결과였다. 전쟁이 터지자 미국의 유대인 유학생들은 참전을 위해, 아랍권 학생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사라졌다는 유명한 얘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아랍 연합군이란 거대한 골리앗이 다윗의 이스라엘에 패배한 것은 군사력이 아닌 정치적·전략적 실패의 결과였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하나로 아우르지 못했고, 나태한 국민은 정치권을 불신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6일전쟁에서 졌다면 2천 년 만에 세운 나라는 다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밀려나 '디아스포라'의 운명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백의종군의 고난을 겪은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되었을 때 조선 수군은 궤멸한 상태였고 지상군도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고작 40여 일 만에 12척의 군함으로 330척의 왜군과 맞섰다. 명량해전이었다. 그 짧은 기간 장군은 백성들을 위무하며 희망을 복원하고, 전장을 치밀하게 분석해 적을 무찌를 전술을 세웠다. 가능한 한 승산 있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신 있는 전술로 싸운 것이다.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라 하여 덮어놓고 달려든 게 아니었다. 백성들과 함께 총력전 체제를 구축한 뒤 최선의 전략 아래 사력을 다해 싸워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일본의 선전포고로 기해년 '경제왜란'이 발발했다. 왜란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과 민족의 자존이 걸린 전쟁이다. 틈만 나면 이순신 장군과 12척의 배를 입에 올리는 문재인 정권의 전략은 무엇일까.

2019-08-0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진보세력의 자기 고백

개인적으로 자서전 읽기를 좋아한다. 개인의 굴곡진 삶과 시대상을 일별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자서전을 읽을 때 주의할 것은 자기 미화와 과장으로 포장돼 있어 이를 헤아릴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치인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생전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평한 적이 있다. "YS는 절반쯤 사실과 달라. DJ는 그보다 낫지만 미화와 과장이 아주 많아."필자가 좋아하는 자서전은 시인 김지하의 '흰 그늘의 길'이다. 이 자서전은 꾸밈이나 가식이 없고 솔직하다. 그의 사상적 궤적과 고난은 익히 아는 바이나, 자신의 약점이나 여자·가족 문제, 방탕한 생활까지 가감 없이 써놓았다. 공술 얻어먹고 술주정 부린 다음 날의 허탈감, 타인을 욕한 뒤의 후회, 남에게 신세 진 부끄러움 같은 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 들어있다. 심지어 정신병 병력이나 국정원에 끌려가 덜 맞기 위해 잔꾀를 부린 부분까지 나온다.김지하 선생이 19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세력에게 영웅에서 경원시되는 인물로 급전직하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NL이니 PD니 하면서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가 판치는 시대에 생명·개벽사상이라는 '낭만적 사회주의'를 주창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꾸밈없고 소탈한 시인의 감수성은 가식과 음모·조직생활 따위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애시당초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는 인간형이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설전을 벌인 일이 있다. 황 대표가 "임종석 씨가 무슨 돈을 벌어본 사람인가"라고 하자, 임 전 실장이 "아직도 좌파 우파 타령을 하니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 걸음도 진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별것 아닌 일을 끄집어낸 이유는 여기에 진보세력의 모순이 담겨 있는 듯해서다.황 대표가 '진화 못 한 공안검사' 비판을 받는 것은 처신을 볼 때 당연하다. 그보다 눈여겨볼 점은 임 전 실장은 남을 탓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고백이나 반성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은 자신이 한때 주사파였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 대학 시절 임 전 실장이 김일성주의를 신봉했음을 증언할 사람은 아마 작은 교실 하나 채우고 남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강철서신'의 저자이자 주사파의 대부였던 김영환 씨는 "임 전 실장 등 전대협 핵심은 주사파 언더조직의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임 전 실장이 아직도 주사파일 리 없고, 한동안 학생운동권을 휩쓴 사상에 경도됐다고 해서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과거 행적은 미화와 찬양으로 일관하면서 남의 허물만 손가락질하는 '내로남불'은 볼썽사납지 않은가.'반성 없는 자기 미화'는 임 전 실장만이 아니라 진보세력 모두가 비슷하다. '죽창가'를 외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노맹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한때 공산주의를 신봉했음이 분명하지만, 한 번도 그런 고백을 한 적이 없다.그저 민주화운동이니 학생운동을 내세울 뿐이지만, 본질은 공산주의 신봉자였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대가 다르니 '한때 공산주의자'가 아닐 개연성이 높지만, 당시의 지식인 그룹처럼 독재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을 가능성이 있다.이들은 젊은 날의 사상을 온전히 갖고 있지 않지만, 새 시대의 새 사상으로 갈아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옛날 젊은 시절의 사고·사상 가운데 무장혁명 같은 극단적인 요소만 제거한 채 남은 찌꺼기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친북, 친중, 반미, 반일' 이데올로기가 대표적이다.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도 없고, 토론할 수도 없으니 내면에서 고체화되고 수구화되는 것은 필연이다. 보수정권보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약간의 비교우위가 있어 정권을 잡았지만, 낡고 진부한 생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자기 고백과 반성이 없다면 한국의 진보세력도 보수세력의 행로와 비슷해질 것이다. 이들이 훗날 자서전을 쓸 때 김지하 선생처럼 솔직하게 자기 고백을 할 용기나 있을까.

2019-08-07 18:0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강남 좌파의 이중성

환경운동가이자 전 미국 부통령인 엘 고어가 2010년 아내 티퍼와 이혼했다. 사이가 좋기로 소문난 고어 부부가 갈라선 것은 의외였다. 부부 싸움 중 티퍼가 "나는 지구온난화 같은 것은 믿지 않아"라고 말하자, 엘 고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거부이자 명문가 출신이면서 환경운동에 매진하는 엘 고어의 이중성을 비꼬는 유머였다.엘 고어는 전 세계에서 수천 회의 강연을 하면서 친환경, 친자연 생활 습관을 외치는 환경전도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였지만, 위선 논란에 시달렸다. 테네시정책연구센터는 엘 고어가 아내와 둘이 사는 저택에 20개의 방과 8개의 화장실이 있으며 월평균 전기료는 130만원(일반 가정의 20배)에 달해 환경적으로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 후 엘 고어는 집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해 태양열, 지열을 이용한 난방시설과 빗물 사용 설비, 친환경 단열재를 갖춰 체면을 가까스로 지켰다.미국에서는 엘 고어처럼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공감하는 사람을 두고 '블리딩 하트 리버럴'(Bleeding Heart Liberal·동정심이 과도한 민주당 지지자)이라고 비꼬곤 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처음 쓴 '강남 좌파'와 같은 의미다.현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인사들은 전형적인 고학력 부자들이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지난 4월 103억9천88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장 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나면서 토지 2억2천여만원, 건물 17억9천여만원, 예금 82억5천여만원 등을 신고한 바 있다.'죽창가'를 외치고 서울대 재학 시절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건으로 구속됐던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재산 신고액은 54억7천645만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억1천601만원이다. 토지·건물은 공시지가 기준이므로 실제 재산은 훨씬 많다.우리 사회에서 부자라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변호사·교수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입만 떼면 '노동자' '소외계층'을 외치는 모습은 왠지 어색하고 공허하게 들린다. 그들의 주의·주장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현 정부 들어 서민생활이 훨씬 나아졌는가?

2019-08-07 06:30:00

[시각과 전망] 8·15 경축사에 담겨야 할 내용

매일신문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전계완 씨가 5년 전 출간한 '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가 다시 관심을 끈다고 한다. 사료 연구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이 다시 한국을 경제적으로 침략한다고 했는데 작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란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일본은 끊임없이 준비하며 기회를 노린다. 기회가 오면 범처럼 달려든다. 조선 침략,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등이 그랬다. 미국을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도 그랬다. 그러나 준비가 됐음에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을 막으려면 우리가 강해져서 공격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 보듯 일본은 이번 경제 전쟁에 돌입하면서 세밀히 준비했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비하지 못했다.여기서 오버랩 되는 일화 한 토막.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며칠 뒤.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일본이 그럴 줄 알았냐고 물었다. '미리 대처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리 빨리 행동할 줄 몰랐다고 했다.이게 경제 전쟁 국면에 들어가 있는 우리의 현주소다. 일본이 교활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무지하고 무능력한 것이다. 아베의 경제 전쟁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면서 시작됐다. 아무리 적폐로 낙인찍혀 탄핵당한 정권이지만 협상에 고민이 없었을까. 타결은 적폐 정권의 산물로 넘기고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가야 했지만 국가 간 합의를 깨버렸다. 국가 간 합의 폐기는 한미 FTA 사례에서 보듯 미국 같은 패권 국가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다.이 정부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외교적 해결 노력도 등한시했다. 아베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했는데, 강하지 못한 우리는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선전포고를 받았다.이제야 내놓는 대책이 '5년 내 주요 부품 국산화', '남북경협' 같은 먼 산 불구경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남북경협은 우리 힘으로 할 수도 없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때부터 적폐 수사와는 별개로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상소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다는 결기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국민들은 불안해진다. 지금은 준비된 수만 척의 군함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정부는 이달 내 독도상륙훈련을 한다고 한다. 경찰이 아닌 해병대에 독도 경비를 맡기는 것도 검토한단다. 악수의 연속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경제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한일 관계 복원은 요원해지고 우리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도 그걸 인정하고 있다. 망언망발을 하는 건 그들의 입장이고, 우리는 우리 땅 독도를 지금처럼 지켜내면 된다.극일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면서 집권 여당과 지지 세력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우리가 강해져야만 극일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때론 수모도 견뎌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면 지지 세력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다음 주가 광복절이다. 대통령 경축사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분명 삼가야 한다. 흥분한 지지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아닌 다수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기기를 기대한다.

2019-08-07 06:30:00

[관풍루] 청와대, 공무원 기강 해이 차단을 위한 특별감찰에 착수하며…

○…청와대, 공무원 기강 해이 차단을 위한 특별감찰에 착수하며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언동 등에도 엄정 조치할 예정. 전임 민정수석의 망발부터 단속하는 게 순서일 듯.○…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 전쟁의 악재가 겹치며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양상. 그런데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나 일삼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도 패닉 상태!○…대구경북이 텃밭인 자유한국당, 초미니 우리공화당과의 관계 설정에 머릿골이 지끈지끈. 끌어안자니 표 떨어질까 걱정이고, 갈라서자니 표 흩어질까 걱정이니….

2019-08-07 06:30:00

강은경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승자 없는 싸움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한일 관계는 나라 간 경제전쟁으로 비화되면서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연일 우리 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는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예견된 사태를 진작 대비할 순 없었냐'는 우리 정부의 무능과 외교 부재를 지적하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순 없다'며 결속을 다지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격화일로에 있다. 불매운동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된 관련 소비 제품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더 손해라는 주장도 나온다.하지만 두 나라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피해를 보고 이득인지 분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손해만 보는 전쟁, 승자에게도 '상처뿐인 영광'만 남을 듯한 이 거대한 전쟁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도 있다.보름 전, 서울의 한 일본 관련 국내 기업에 입사해 2년째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름의 성과를 올리며 잘 적응해가던 친구였다. 하지만 친구는 요즘 일이 없어 힘이 빠진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제품은 일본이지만 담당자는 한국인'이라는 말이 회사 유행어라고 한다. 매출 급감과 일자리 걱정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이자 불안이 내재된 뼈 있는 말이었다.현실은 막막한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까만 터널에 들어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가볍게 들리진 않았다. 국내 기업 상당수가 이처럼 비상경영 상태이지만 기업 차원에서 당장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경제 전문가들은 불매운동과 별개로 정부는 현실을 냉엄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대학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지만 소재 개발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며 "결국 일본도 죽고 우리도 죽는 게임이다. 정치적으로는 감정 풀이를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했다.불매운동도 심증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판단하면 결코 쉽지 않고, 수십 년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도 하루아침에 쉽게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급한 문제로 인식은 되지만 뾰족한 수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일본 조치의 대상이 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액이 일본 총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1%, 한국 총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했던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의 말에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리 현실이 있다.지난 5일 정부는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100개 전략 핵심 품목을 선정하고 업종별 자금 지원, 각종 세제와 행정적 지원, 규제 완화 등 지원 대책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시행으로 옮겨졌을 때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분간 정부가 내놓는 대책과 재정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건 정부 스스로 약속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다.여야 정치인들도 정쟁을 멈추고 오히려 상황을 더 아프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내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한 어설픈 진단과 이기적인 선동은 국민들의 힘만 더 빠지게 할 뿐이다.

2019-08-06 16:36:49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실리와 명분

한·일 외교는 조선 세종(재위 1418~1450)과 세조(재위 1455~1468) 때 빛이 났다. 이는 무엇보다 두 임금의 대일 외교를 뒷받침한 탁월한 외교관인 충숙공 이예(1373~1445)와 문충공 신숙주(1417~1475)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국가 기틀을 다지던 15세기 조선 전기 외교의 중심 인물이자 대일 외교의 황금기를 연 이들에게 내린 시호에 나란히 충(忠)이 들어갈 만큼 충성을 인정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사람의 업적은 많다. 일본 파견이 46년간 40차례 넘은 이예와 1회에 그친 신숙주였지만 공통점은 조선의 부국강병과 실리(實利) 외교였다. 특히 일본과의 교린(交隣) 외교 정책을 중시했다.이예는 세종에게 일본에서 구해온 무쇠로 된 화통완구(火㷁碗口)라는 무기를 바치며 구리로 된 조선의 화통완구를 대신해 무쇠로 만들 것을 건의했다. 당시 조선에서는 무기에 절실한 구리(銅)와 유황(硫黃)은 물론, 금은(金銀)이 생산되지 않거나 적어 일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어 금수(禁輸) 등 만약을 대비한 조치였다. 실제 뒷날 정부는 조선 내 구리 생산과 납품 정책을 폈다.실리 외교는 신숙주도 이었다. 신숙주는 이예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8도(道) 66주(州)의 일본 등의 지리정보를 담은 '해동제국기'를 만들 때 일본의 구리와 유황 등 조선에서 나지 않는 광물의 생산지까지 적어 만약을 대비토록 했다. 특히 신숙주는 30여 년간 사신 파견, 여진족 토벌군 사령관, 영의정 등 국정 경험으로 일본과의 관계에 관심을 쏟았다. 죽으며 성종에게 "일본과 실화(失和)하지 말 것"을 진언했고, 문집에서 "우리나라는 사방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왜(倭)의 접대는 더욱 어려워 한 번이라도 그 기미를 잃으면 남방은 지키기 쉽지 않다"며 일본을 경계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세월이 흐르면서 실리보다 명분이 앞섰다. 일본과 관계도 나빠졌다. 일본 등 사방에 대한 경계 역시 무너졌고, 임진왜란과 정묘·병자호란, 한일병합의 국치(國恥)만 남았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터졌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하나 되어 일본과 싸워 이기자'고 외친다. 대통령은 5일 남북 경제협력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공감하지만 이런 외침이 왜 이리 공허하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2019-08-0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기억, 망각을 뛰어넘다

한·일 양국의 기질을 비교할 때 예로 꼽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하고 싶은 말의 120%를 말하지만 일본인은 70% 정도만 말한다'는 표현이다. 이는 정치사회적 환경이나 국민성, 인간관계 구조, 집단의식의 차이가 빚어낸 갈래라는 점에서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대체로 솔직하게 또 직선적으로 말하는 기질이다. 반면 일본인은 상대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늘 내심을 감춘다. 이런 불분명한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질 만큼 특유의 '찜찜하고 요령부득'의 언어 문화로 굳어진 것이다.일본인이 내뱉는 70%의 말도 이해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그런데 특히 주목할 것은 나머지 30%의 '남겨둔 말'이다. 대다수 일본인이 좀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30%의 말 중에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는 게 함정이다. 개인과 조직, 집단, 국제 관계에서 곧잘 드러나는 일본인의 기질적 특성 즉 '맺고 끊음이 없는 어정쩡한' 화법과 '감춰진 속내(혼네)'라는 변수는 늘 논란이 되고 마찰과 혼선의 화근이다.아베 정부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에 관한 우리 대법원 판결에 발끈해 내지르는 품위 없는 말과 행동에도 그런 독가시들이 삐져나온다. 한국에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고 경제 보복의 포문을 열었지만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뻔한 변명을 쏟아내고 거짓말로 분칠하기 시작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 차원의 '수출규제'라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한국의 불충분한 수출관리에 따른 안보 문제', '안전 보장을 위해 무역관리제도를 재검토한 것' 등 포장지가 계속 바뀌고 혀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써온 일본 신문 방송들이 이번 사태에 계속 갈팡질팡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적당히 명분을 만들기 위해 끌어대고 덧대는 전형적인 일본식 화법이 빚은 소동이다.이런 수법을 뻔히 아는데도 일본 정부와 일부 극우 언론은 여전히 낡은 화법을 되풀이한다. 3일 우리 정부가 일본의 도발에 맞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결정하자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이야말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참 뻔뻔하고 경우가 없는 췌언이다.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난동' 등 일련의 행위에서 그동안 숨겨온 일본의 '본심'이 충분히 읽힌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꺼리는 '메이와쿠'(迷惑) 의식에 깔린 이중성과 일본 사회의 비틀어진 집단 심리도 확인했다.지난 반세기 일본이 우리에게 보인 갖가지 무례와 무도함은 그들이 앞세우는 메이와쿠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초계기 도발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반발한 WTO 패소 사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에 이성을 잃고 난리를 친 쪽은 일본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 실패 보고서이자 반성문인 '일본 반도체 패전'을 쓴 유노가미 다카시의 진단처럼 심각한 '과잉 기술병(病)'에 걸려 반도체 산업에서 도태된 일본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양국 관계를 파탄내고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는 도발뿐이다. 억지 논리와 말 돌리기, 진실 가리기 등 얕은 수의 프로파간다는 그들이 늘 써먹는 양념이다.'왜구'는 늘 한반도에서 노략질을 일삼았다. 1510년 조선의 중종은 삼포(三浦)에 살던 왜인들이 불법을 일삼자 왜관을 폐쇄했다. 이에 불만을 품고 대마도 왜구들과 합세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 군민 272명이 피살되고 수백 채의 민가가 불탔으며 왜적 295명도 죽거나 사로잡혔다. 기억은 망각을 일깨운다. 누가 제 악행을 계속 망각하고 있나?

2019-08-06 06:30:00

[관풍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일 경제전쟁을 불러온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말은 이순신인데 행동은 선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일 경제 전쟁을 불러온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말은 이순신인데 행동은 선조"라고 일갈. 그렇다면 자신은 이순신일까, 원균일까?○…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식당 '사케 오찬' 놓고 야당이 '이율배반'이라 공격하자, "국산 청주 마셨다"고 발끈. 코미디도 이 정도면 막장급….○…영천시, 수억원대 민간단체 지원 보조금 비리 의혹으로 연일 시끌. '내 돈 아니니 일단 쓰고 보자'는 행태는 세금 아낌없이 쓰고 보는 정부 빼닮은 듯.

2019-08-06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때도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다. 대통령의 뜨거운 열정은 실현됐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한일 관계가 이토록 얼어붙은 적은 없었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라더니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만 콕 집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북이 연일 신형 미사일을 쏘아대도 꿈쩍도 않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로 일전을 독려했다.한일 지도자들이 서로의 나라를 두고 '적반하장',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노골적으로 능멸하는 상황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양국 리더십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반세기 넘도록 쌓아온 한일 신뢰 관계는 한순간 적대 관계로 전락했다. 대통령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기업인은 없고, 불안해하는 국민은 많다. 저지레는 두 나라 정상이 하고, 걱정은 국민이 한다. 일찍이 없던 일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안보는 시계 제로다. 북은 연일 신형 무기를 과시한다. 물론 한국이 '과녁'이다. 북은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로 잡을 수 없는 신형임을 감추지도 않는다. 액체 연료던 미사일이 고체 연료로 바뀌었다. 고체 연료라면 우리 정부가 믿고 의지하는 킬 체인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과시하고, 이를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잠수함을 건조해도 정부는 무덤덤하다.반면 북은 악착같다. 사사건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을 거론한다. 우리가 F-35기를 들여올 때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할 때도 어김없이 '자멸' '불바다' 운운하며 딴죽을 걸었다. 정부가 한 일은 그때마다 스스로를 무장해제한 것이다. 우리 군은 더 이상 북을 주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사실상 중단됐다. 한미일 동맹은 더 이상 굳건하지 않다.동맹이 흔들리니 영해와 영공도 흔들린다. 주변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건드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7분 동안을 헤집고 다녔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우리나라 KADIZ를 연합해 침범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툭 하면 우리 안보를 시험하고 능멸한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대신하는데 돈을 내라며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락없는 동네북 신세다. 그런데도 이를 경계하면 반평화주의자로 낙인찍힌다. 우리는 분명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경제성장률은 뚝뚝 떨어진다. 우리가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보았지만 세계 성장률을 갉아 먹는 꼴은 처음이다. 수출이 쑥쑥 늘어나는 상황엔 익숙해도 두 자리로 감소하는 꼴은 경험하지 못했다.어쩌면 우리는 이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계속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2013년 미국의 석학 엠마뉴엘 페스트라이쉬가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말한 그 나라다. 그는 책에서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이 된 특이한 국가 발전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그 세상에서 우리는 소득 수준 60달러에서 3만달러를 이루는 기적을 일궜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서 주는 나라가 됐다.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기대하기보다 차라리 과거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꿔 나가는 편이 나을 뻔했다.

2019-08-05 06:30:00

[관풍루]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 음주 추경 심사에다 비상시국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일식집' 오찬으로 구설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 음주 추경 심사에다 비상시국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일식집' 오찬으로 구설. 정치인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문제 없는데, 제 버릇 개 못주니….○…당정청, 범정부 차원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 구성하고 홍남기 부총리 위원장에 낙점. 말만 꺼내고 또 흐지부지 말고 배수진부터 친 뒤 시작하도록!○…기상청, 북상하는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 7일쯤 제주도와 남해안에 영향 줄 것이라고 예보. 입추(立秋) 무더위 확 식혀주고 사뿐히 지나가면 대환영.

2019-08-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박정희 때리기'

#1.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이 40년 만에 그가 거쳤던 부대에 다시 걸렸다. 내란죄로 사형되고서 김의 사진은 군에서 사라졌었다. 그의 사진을 부대에 걸려는 움직임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계속됐다. 재작년 기무사 국감에서 한 여당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사진도 있는데 사령관을 지낸 김의 사진은 왜 없냐"고 따졌다.#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이어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트남 피해자들을 대리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한국 군인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한 잘못에 대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사과·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이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두 사건은 별개인 것 같으나 지향하는 바에서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박정희 시대' 폄하 의도가 도사려 있는 것이다. 사진이 군에 다시 걸린 것을 기화로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머지않아 유신 독재를 끝낸 '민주투사'로 둔갑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덮자고 베트남 정부가 강조한 마당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베트남 파병을 한 박 대통령에 비판의 칼을 들이대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일본에 단호히 대응해야 총선에 유리하다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나라가 기울어도 경제가 파탄 나도 그저 표, 표, 표만 챙기면 그뿐인 저열한 권력지향 몰염치 정권의 추악한 민낯"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살든 죽든,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고 야당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대통령 등 집권 세력이 그렇게도 반일을 부르짖은 것이 총선 승리를 노린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문재인 정권의 지난 2년 3개월은 '과거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 대한 부정, 폄하, 단절, 파기, 파괴에 열을 올렸다. 한·일 경제 전쟁 원인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보 진영에서 한·일 국교 단절 주장까지 나왔는데 양국 국교 정상화는 박 대통령이 했다. '50년 집권'을 노린 집권 세력의 보수 결집 구심점 타격을 목표로 한 '박정희 때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2019-08-0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화이트리스트

검은색과 흰색은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사물과 자연현상 등 환경의 산물이다. 쉽게 말해 밤과 낮처럼 매일 일정하게 바뀌는 천문 현상에서 검고 희다는 지각이 생기고 이를 부호화한 것이 바로 흑과 백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인식은 단지 색(色)의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양처럼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수록 인간 행동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해의 주기적 변화에서 파생된 검거나 흰 것의 특성이 모든 사물에 투영되고 관념으로 굳어진 것도 '문명 현상'의 하나다.'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와 같은 용어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식별 기호다. 블랙리스트는 영국 극작가 필립 매신저가 1639년 발표한 '이상한 전투'(The Unnatural Combat)에 처음 나온다. 하지만 실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청교도혁명으로 불리는 영국의 내란 때부터다. 혁명으로 찰스 1세가 처형되자 그의 아들 찰스 2세는 크롬웰에 쫓겨 프랑스로 망명한다. 이후 공화정이 와해되면서 1660년 왕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의 처형을 주장한 의원과 재판관 명단을 작성하고 박해하는데 바로 '블랙리스트'다. 기피 또는 요주의 인물을 담은 목록이다.이와 반대되는 용어인 '화이트리스트'는 19세기 중반부터 사용됐는데 어떤 권리나 서비스 등에 접근이 허용된 사람과 기관의 목록을 가리킨다. 화이트리스트에 들면 어떤 규제나 법령, 조건 등을 서로 면제하는데 쉽게 말해 주의나 경계가 필요하지 않는 우호적 관계라는 의미다.일본이 2일 한국을 수출 간소화 대상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어긋난 부당한 조치이자 양국 관계를 수렁에 빠뜨린 어리석은 결정이다. 지금은 비록 국력에 강약은 있더라도 모든 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초(超)연결' 시대다. 당장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에 따라 내린 결정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피해와 부작용에서 일본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혼란과 불신 등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아베 정부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9-08-03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자작극

상대방을 악으로 몰기 위한 가장 비열한 방법이 상대방이 악임을 각인시키는 '자작극'이다. 나치가 폴란드 침공 명분을 만들기 위해 1939년 8월 31일 독일-폴란드 국경에 접한 독일 도시 글라이비츠(Gleiwitz)의 방송국을 공격한 자작극이 그런 경우다.나치의 국가보안부 수장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지시한 이 자작극은 폴란드 육군으로 변장한 독일 요원들이 방송국을 급습해 직원들을 제압한 뒤 독일에 대한 전쟁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4분 만에 끝났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폴란드의 소행으로 굳어져 있었지만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하이드리히의 지시를 받아 자작극을 벌인 친위대 장교 알프레트 나우요크스의 증언으로 실체가 드러났다.소련과 핀란드 간의 '겨울전쟁'도 소련의 자작극으로 시작됐다. 소련은 침공 나흘 전인 1939년 11월 26일 핀란드와의 국경지대인 마이닐라(Mainila)에서 소련 초소가 핀란드군의 포격을 받아 다수의 소련 병사가 폭사(爆死)한 것처럼 꾸몄다.그러나 당시 핀란드군의 장사정포는 국경에서 20~25㎞ 떨어진 지점에 배치돼 있었다. 이는 핀란드군 장사정포의 사정거리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피격당했다는 소련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미실행 자작극도 있다. 1962년 3월 미국 군부가 쿠바 침공 명분을 만들려고 계획한 '노스우즈'(Northwoods) 작전이다. 여러 실행 계획이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쿠바가 저지른 것으로 위장한 테러를 벌인다'였다. 여기에는 미국 최초의 지구 궤도 비행을 시도하는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 로켓 폭발 등의 사고로 사망하면 이를 쿠바의 소행으로 몬다는 황당한 시나리오도 있었다. 이 작전은 당시 라이먼 렘니처 합참의장을 거쳐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까지 올라갔으나 케네디 대통령이 거부해 무산됐다.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실에 '태극기 자결단'이란 이름으로 커터 칼과 죽은 새, 협박 편지가 담긴 소포를 보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유모(35) 씨가 구속됐다.그의 행동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진보' 전체에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진보는 기껏 이런 음모밖에 없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치소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

2019-08-02 06:30:00

[관풍루]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모른척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별일 아니라고 딴청.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모른 척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별일 아니라고 딴청. 북한 김정은이 이젠 미사일 운용 '국제면허증'을 취득한 꼴.○…민주당 싱크탱크의 '한일 갈등 총선 유리' 보고서에 한국당이 "나라 기울어도 표만 챙기면 그만인가"라고 항변. 집안이 망해도 사촌 논 사는 꼴은 못 보겠다는 얘기!○…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나 재판 계류 중인 복지재단 전 이사장 일족이 6개월째 핵심 보직에 앉아 행정소송까지 남발. 속칭 '배째라'는 말은 이때 쓰는 것이렷다.

2019-08-02 06:30:00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청라언덕 ] 황교안 대표의 희생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가 확정적이란 소식이다. 고향인 그곳은 험지가 아니고 안방 격이다. 그는 최근 출마 결심을 하면서 "일단 원내에 들어와야 훗날을 도모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자유한국당 내에 '일단 금배지를 단 뒤 앞날을 도모하자'는 주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가 대구 텃밭에서 호미질하는 모양새다.대권 주자 대상을 좀 더 넓혀보면 권영진 대구시장이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하고 있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보수 주자로 부상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정계 개편 결과에 따라 언제든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여권을 포함하면 영남권은 그야말로 대권 잠룡들의 온상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남의 맏형 노릇을 하면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기 주자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김경수 경남지사, 김영춘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넘쳐난다.이런 가운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2월 한국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한국당 강세 지역인 영남권을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그런 황 대표에게 영남권 대권 주자가 많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첫째는 차기 대권 주자로 영남권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수많은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잠룡들과 치르는 예선도 버겁지만 여권 주자들과의 본선 경쟁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두 번째는 총선 결과의 중요성이다. 황 대표의 경쟁자들은 대부분 안정권 지역에서 원내 복귀를 노리지만 황 대표는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비참한 총선 성적표를 받는다면 책임론에 휩싸이게 된다.결국 어려운 상황 속에서 총선 승리를 완수한 뒤에도, 수많은 경쟁자들과 결전을 치러야만 보수 정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안착할 수 있는 현실이다.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황 대표와 측근들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중진 의원이 탈당을 하고, 친박 회귀를 비판하는 여론이 늘고 있으나 모두 남 탓으로 일관하면서 여유롭다.한 측근은 "어차피 대선이 다가오면 황 대표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남권 구심력을 예로 들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우리가 남이가' '그래도 한국당'이란 정서가 되돌아올 것이라는 자의적 해석이다.하지만 황 대표는 자신의 정치 스토리 부재 현실을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처럼 총탄으로 부모님을 여읜 적도 없고 백주대낮에 면도칼로 좌상을 입으면서 '대전은요?'라며 당을 걱정하는 희생정신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보수 정권에서 장관·국무총리 등 따뜻한 자리를 거쳐, 특별한 기여 없이 대표 자리까지 무혈입성한 수준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다.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희생적 모습을 보일지는 황 대표 본인의 몫이겠으나 많은 지지자들과 의원들은 황 대표가 당을 위해 뭘 던질 수 있을지 고대하고 있다.그것이 대선 불출마든지 비례대표 후순위든지 상관 없다. '그 정도면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황 대표가 자신을 던지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황 대표의 팬들이 늘어나고 총선 결과까지 만족스럽다면, 싸늘해진 당내 의원들의 시선도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2019-08-01 19:07:32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우지마라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겠지만/…/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어느 시인은 '소주 한잔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라는 시에서 고단한 삶에 지쳐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를 이렇게 위로했다. 이 친구는 우선 경제적인 어려움이 원인인 듯하다. 경제난은 가정의 해체를 초래한다. 한 여류 시인이 남긴 '겨울 풍경'이라는 제목의 시구는 그런 정신적인 아픔을 절절히 토로한다. '헐벗은 나무/ 둥지튼 새들은 떠나갔다/ 허둥대는 바람같이/ 떠도는 마음 하나 못 붙들고/ 삶은 종종 살얼음판이었다/….'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재앙이 연못 속 고기에 미친다'는 의미로, 까닭 없이 화를 당하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성문에 불이 붙었다. 거센 불길을 잡느라 성안 백성들이 모두 동원되어 연못 물을 퍼날랐다. 그런데 막상 불을 끄고 나니 연못 안 고기들이 모두 말라죽게 생긴 것이다.대한민국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동해의 독도 영공에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무단으로 침범하고,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데, 우리와 관계가 소원해진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예로부터 못난 지도자를 만나면 물 밖에 가장 먼저 나뒹굴게 되는 것은 힘 없는 민초들이다.'우지마라 우지마라/ 사랑이란 다 그런거다/ 저마다 아픈 사연 가슴에 묻고 살지/ 우지마라 우지를 말어라/….' 고단한 가족사를 지녔던 가수 김양의 노랫말처럼 가난한 서민들은 삶의 애환을 이렇게 스스로 달래고 있다. 그래도 인생의 봄을 다시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라가 어려워지건 말건 만면에 웃음이나 흘리고 다니는 철없는 위정자들이 그 눈물과 아픔을 어찌 알겠는가.

2019-08-01 06:30:00

[관풍루] 이해찬 민주당 대표 "부·울·경 주장 타당하면 신공항 재선정하고 아니면 종결" 발언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 "부·울·경 주장 타당하면 신공항 재선정하고 아니면 종결" 발언해 또 물의. 이미 가덕도 점찍고 억지 재검증판 벌이고는 무슨 염장 지를 일 있나?○…대구지검, 대기오염물질 농도 상습 조작한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임원 등 관계자들 구속. 이왕이면 구치소보다 '비소(As)방' '미세먼지방'으로 특별히 모시면 어떨지….○…'NO 일본' 분위기에 동남아·중국 등에 관광객 몰려도 제주에는 고작 2% 늘었다고. 평소 손님 대접 잘했으면 대박 났을 텐데 지붕 쳐다보며 손가락 빨 일만 남았네.

2019-08-01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다시 고개 드는 '추억의 감염병'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발열과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세를 보인 사스는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몇 달 만에 중국 대륙을 넘어 인근 국가로 확산됐다. 중국에선 5천3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사스 감염을 두려워한 중국 의료진들이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세계는 이 낯선 질병 공포에 떨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망자 없이 3명의 감염자만 발생해 국제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국에 비해 한국인의 사스 감염 비율이 낮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에선 한때 김치 열풍이 일기도 했다.국내는 이듬해인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는 감염병이 유행했다. 그러다 2015년 5월 사스의 사촌 격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추억까지 빼앗았다. 당시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며 186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사스는 세계적으로 8천여 명이 감염돼 그중 770여 명이 사망해 10% 가까운 치사율을 기록했다. 주로 중동지역이 발병 거점인 메르스는 치사율이 사스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았다.'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한다. 14, 15세기 흑사병 페스트가 휩쓸어 유럽을 중심으로 7천500만 명이 숨졌고, 1918년 처음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2년에 걸쳐 최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거 역병이 돌았다하면 기본이 1천만 명 단위였다.현대에 들어서도 1968년 홍콩독감으로 100만 명, 러시아 콜레라 80만 명, 2009년 신종플루가 2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과거 전염병이라 불린 '감염 질환'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웬만한 전쟁보다 많은 희생자를 유발한다.감염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명 복제가 가능한 만큼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도 사스와 메르스 파동에서 드러나듯 전염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홍역, 백일해, 소아마비 등 1950~80년대 예방백신 도입 이후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줄거나 퇴치 수준까지 갔던 '추억(?)의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재유행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국외 유입 감염병은 2010년 이후 해마다 400명 안팎으로 신고되다가 최근 1, 2년 새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았던 홍역은 해외여행, 외국인 입국 등을 통한 국외 유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산발적 홍역 발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 토착화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A형 간염 환자도 올해 벌써 1만 명을 넘겼다. 취약 계층은 20~40대 환자라고 한다. 20대 이하는 A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이 1997년부터 의무화되면서 항체를 지니고 있고, 50대 이상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자연면역이 많다는 것.지난해 말 대구 몇몇 종합병원은 홍역 환자로 홍역(?)을 치렀다.이들 병원에 걸린 '동구 주민 분리 진료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예방 분야 교수가 혀를 끌끌찼다. "동구 주민 떼놓는다고 홍역이 줄어들까요?"깨끗한 환경이 면역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위생의 역설'이 추억의 질병을 소환하는 것이 아닐까? 백신 접종이 근본 예방법이라고 한다.

2019-07-31 10:18:54

[관풍루]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이 잘 하는게 문재인 정권 욕하는 것 말고 뭐 있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이 잘하는 게 문재인 정권 욕하는 것 말고 뭐 있나?"고 맹비판. 정권 욕이라도 제대로 잘했으면 이 꼴이 났을까.○…대구시, 출장비 부정 수급한 각 구청 공무원 무더기로 적발해 환수. 푼돈 챙기려다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못된 버릇 고치시길….○…한국 노동생산성, 일본보다 20%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노동생산성 높이는 것이 진정한 극일(克日)일 텐데 강성 노조 때문에 가능할까.

2019-07-3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이러면 지는 건데…

'그들이 나의 건강을 좀먹었나 봅니다. 이러면 지는 건데….'저항시인 이육사.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나 17세 때 대구에 와 17년을 살았고, 1927년 10월 18일 터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사건으로 첫 옥살이를 했다. 이후 열 여섯 번이나 더 붙잡히고 옥에 갇혔다. 1944년 1월 16일 중국 북경 감옥에서 40년 삶을 마칠 때까지 17차례나 체포 투옥 고문으로 온몸은 만신창이였다.그의 이런 독백은 최근 발간된 고은주의 소설 '그남자 264'에 나온다. 시와 글을 통한 항일로는 모자라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원이 되어 무장투쟁으로 독립의 소원을 이루려 했던 그였다. 그러나 고문에 망가진 몸을 어찌할 수 없어 경주 한 사찰에서 요양할 때, 위로 방문한 서울의 한 서점 여사장에게 한 말이다.그의 신음처럼 일제는 그랬다. 한국을 삼키고 먼저 한국인의 건강한 신체를 망치고 좀먹는데 나섰다. 매일 새 법령을 냈고 어긴 한국인을 처벌했다. 한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새 법(조선태형령)으로 다스렸다. 볼기를 때려 불구로 만들기 일쑤였다. 항일 뜻을 꺾고, 감옥도 덜 늘려 돈을 아낄 수 있었으니 딱이었다.고문은 더했다. 혹독하고 악명 높았던 고문에 대한 공포는 착한(?) 한국인이 독립운동가를 밀고하게 만들고, 배신과 변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이었다. 중국에서 의열단에 가입, 군사교육을 받고 귀국한 뒤 이육사가 또다시 붙잡힌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가까운 처남의 자수 때문이었으니 말이다.'그남자 264' 속 이육사가 고문과 악형으로 끝내 목숨을 잃는 과정은 최근 벌어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날, 한국인 몸을 망쳐 재기할 수 없도록 만신창이로 만들 듯, 이제 일본은 한국 경제의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상처를 덧나게 하여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자 하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지금, 분명 옛날과 다르다. 한국의 겉은 건강하다. 속조차 그럴까. 경제, 소비도 그렇다. 올해 상반기 일본 차 3만 대 수입에 한국 차 수출은 32대였다. 차뿐이랴. 일본에 기대 우리 산업 체질과 맷집을 키우는 데 소홀하고 경제 독립의 뜻을 느슨히 한 결과이리라. 일본인 200만 명이 한국에 올 때, 일본을 찾는 700만 명 넘는 한국인에게 묻고 싶다. '일본 NO'라고 외치기만 하면 될까.

2019-07-31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쓰레기 산'은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의성'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의성 쓰레기'가 나온다. 빙계계곡, 자두, 마늘 등 청정자연과 특산물로 이름 높은 경북 의성이 언제부터인가 '쓰레기 산'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CNN까지 보도한 10m 높이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 때문이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처리에 나섰지만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수년째 방치한 쓰레기 산은 좀처럼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환경부 실태 조사 결과 전국 235곳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가 12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 버려진 분량까지 합치면 200만t이 넘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민간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0만~30만원 정도. 120만t을 전량 소각 처리하려면 최대 3천600억원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확보한 추경은 313억원에 불과하다.전국에 쓰레기 산이 넘쳐나는 이유는 많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고,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처리 시설들이 여러 이유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t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t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61.9㎏)은 벨기에(85.1㎏)에 이어 세계 2위로, 미국(48.7㎏)이나 중국(24.0㎏)보다 많다.특히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음식, 간편식, 온라인 배송 이용 등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대구경북의 경우 2015~2017년 3년 새 인구는 5% 줄었지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5% 늘었다. 2017년 대구경북에선 가구당 5.88㎏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악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악성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 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쓰레기가 없어진다고,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는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음식물이 묻어 있는 스티로폼 용기, 라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 봉지, 접착용 테이프로 온통 둘러싸인 포장재 등 도무지 분리수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포장재와 용기가 넘쳐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자르고 뜯어내서 올바른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바로 종량제봉투에 마구 넣어서 버린다.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책임 떠넘기기 심리로 상태가 어떻든 플라스틱, 비닐, 종이로 나눠서 그저 시늉만 내는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현재의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개인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고, 실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악취를 뿜어대는 쓰레기 산이 어느 순간 우리 집 옆에 생겨날 수도 있다.

2019-07-30 16:01:34

김근우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택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SNS에서 택시에 관한 비난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어. 특히 '택시는 구시대의 유물이자 도태돼야 할 대상'이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 매일 이른 아침부터 차를 깨끗이 청소하고, 온종일 고되게 일해 온 아버지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거든."택시 운전기사의 아들인 친구는 어느날 모임에서 이런 울분을 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말부터 택시업계가 뒤집어쓴 일방적 비난이 떠올랐다.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기사들이 저지른 범죄와 바가지 요금, 불친절한 서비스를 증언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외에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앱을 써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구시대의 유물'인 택시업계의 발목잡기 때문에 세계적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보였다.그들의 말대로 택시는 정말 구시대의 유물일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렇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7년부터 뉴욕 시내의 우버 승객 수는 택시를 앞질렀다. 뉴욕 택시 '옐로 캡'의 면허 가격은 5년 전보다 90% 가까이 급락했다. 2018년에만 생활고에 시달린 택시 기사 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보다 더 편리하고 저렴하기에 경쟁에서 승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틀린 말이다. 우버와 미국 택시업계는 애당초 경쟁이 불가능했다. 차량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택시와 달리 어떤 통제도 없이 운행 비용조차 기사에게 전가하는 우버와 경쟁할 수는 없었다.우리나라 택시업계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규제 속에서 요금이나 서비스 형태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기존 택시업계에 '자유 경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대구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택시요금은 올릴 수 없었고,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려고 해도 규제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택시와 달리 차량 유지비는 모두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앱 서버 관리 등에만 최소한 투자해 큰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라며 "우버 기사들의 수를 통제하지 않은 미국은 차량 폭증으로 택시·우버 기사 양측 모두 생활고에 처했고 결국 본사인 플랫폼 사업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로 고착됐다"고 지적했다.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도 결국 이런 공멸을 막는 데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권에 넣어 '불법 운송' 논란을 탈피하고, 대신 기존 택시업계와의 제휴·결합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 택시업계의 생존권 문제도 챙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대구 택시업계도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10월부터 '마카택시'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관광택시나 통학택시, 여성전용택시 등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양해진 승객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하지도 못했고, 간혹 시도했더라도 홍보 미흡으로 이용률이 떨어졌던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T' 등 플랫폼과 택시 산업이 결합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손을 맞잡은 것이다.과연 '도태 대상'이자 '구시대의 유물'이라던 택시는 다가올 신산업의 시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플랫폼 사업자들과 택시업계의 '교통 실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2019-07-30 14:49:4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하찮은 벌레'

"처음에 상대는 권총을 뽑아들고 1파운드를 요구했습니다. 그걸 주니까 또다시 총을 꺼내 들고 2파운드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독재자는 1파운드 17실링 6펜스를 받고서 나머지는 미래에 대한 호의의 약속이라고 둘러댔습니다."히틀러의 요구대로 독일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합병키로 한 1938년 9월 29일 뮌헨협정 6일 후인 10월 5일 처칠은 영국 하원에서 체임벌린 총리와 히틀러 간의 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뮌헨 협정과 그에 앞선 9월 15, 16일의 베르히테스가덴 회담, 같은 달 22, 23일 고데스베르크 회담 등 3차례의 정상회담 모두 외교 협상이 아니라 노상강도를 당한 것이라는 소리였다.그도 그럴 것이 회담에서 체임벌린 총리는 말 그대로 히틀러에 질질 끌려다녔다. 무조건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협상으로 히틀러를 달랠 수 있다는 소망적 사고, 히틀러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목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오판이 결합한 결과였다.베르히테스가덴 회담에서 체임벌린은 주데텐 독일인들에 대한 자율권 보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자율권 보장에서 주데텐란트의 할양(割讓)으로 문제의 '차원'을 바꿔버렸다. 체임벌린은 회담 시작 2시간 만에 이를 받아들였다.이후 회담도 같은 양상으로 흘러갔다. 고데스베르크 회담에서 체코슬로바키아 군대의 주데텐란트 철수 시한이 10월 1일로 확정됐다. 3차인 뮌헨회담은 할양 지역이 조금 줄어드는 등 약간의 세부 조정이 있었지만, 본질은 2차 회담과 다르지 않았다.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청와대가 "9·19 남북 군사합의에는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이 없다"고 했다. 도발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도발과 그에 이은 김정은의 '겁박'에 함구한 채 "지금까지 남북, 북미 관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26일 불교계 인사 초청 청와대 오찬)고 했다. 이런 모습이 김정은에게 어떻게 비칠까?히틀러는 1939년 8월 폴란드 침공을 앞두고 장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적수들은 하찮은 벌레에 지나지 않아. 난 그들을 뮌헨에서 보았어."

2019-07-30 06:30:00

[관풍루] 대통령·총리의 여름 휴가 취소 소식과 7월 임시국회 개회에도 국회는 여야 할 것없이 차례로 휴가행

○…대통령·총리의 여름휴가 취소 소식과 7월 임시국회 개회에도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차례로 휴가행. 차라리 사표 쓰고 휴가 가면 욕이라도 덜 먹지, 물때를 몰라요….○…마늘·양파에다 복숭아·자두 등 과일값 작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역 농가들 한숨. 비쌀 땐 적게 먹고 쌀 때 많이 먹으면 되는데 소비자 가격이 열중쉬어.○…국토부, 광주 클럽 붕괴 사고 나자 다중이용건축물 불법 증축 긴급 점검한다고. 4년간 불법 눈감고 있다가 일 터지고 나서야 또 호들갑 떠는 뒷북 행정.

2019-07-30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트로트 르네상스

우리 대중음악에서 '트로트'만큼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랜 사랑을 차지해온 장르도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망향가이자 저항가로 등장해 겨레의 곡절 많은 여정과 함께하며 영욕의 세월을 건너온 트로트. 그것은 고단한 서민의 애환을 위무해온 슬프고도 흥겨운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다. 격동의 현대사를 관류하며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온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일본 엔카의 한국 버전인 트로트가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통해서였다. 그 후 '애수의 소야곡' '나그네 설움' 등과 함께 망국의 한을 달래며 명실공히 대중가요의 주류로 등극한 것이다. 광복 후 한국의 역사 속에서도 트로트는 부활을 거듭했다. 6·25전쟁 당시의 '단장의 미아리고개'와 '굳세어라 금순아'는 전쟁의 고통을 어루만졌다.19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트로트 선풍을 다시 일으켰지만, '왜색'으로 몰려 무더기 금지되는 파란도 겪었다. 1970년대 '트로트 고고'와 1980년대 '메들리 붐'으로 변신한 트로트는 '뽕짝'이라는 비속어를 낳기도 했다. 트로트의 '국적 논쟁'이 벌어진 것도 이때였다. '뽕짝은 청산해야 할 일제의 문화적 잔재'라는 일각의 주장에 관련 전문가들의 반박과 재반론이 한동안 전개되었다. 하지만 결말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1970년대 일본에서도 '엔카 논란'이 있었다. '일본 엔카의 천황'이라 불렸던 고가 마사오(古賀政男)가 "엔카의 뿌리는 조선이다"라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었다. 그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우선 그는 청소년기를 식민지 조선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 가락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인들의 음악적 재능에 굴복한 심리적 상황에서 돌출한 발언이 아니었을까?그는 쇼와시대 최고의 히트곡인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를 만든 자신보다 식민지 조선의 히트 가요 '애수의 소야곡'을 작곡한 박시춘의 음악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1950, 60년대 일본 열도를 풍미한 불세출의 엔카 여왕 미소라 히바리도 한국 혈통이었다. 사실 일본 엔카계의 스타급 가수와 작곡가의 절반 이상이 한국계였던 것이다.트로트는 한국인의 음악적 감수성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장된 감성을 표출하기 마련인 트로트 음악이야말로 감정을 자제하는 일본의 미학보다는 농현(弄絃)과 요성(搖聲)의 진폭이 깊고 유장한 한국인의 흥취에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트로트는 서구 문화의 일본식 퓨전이고, 일본에서 들어온 음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세월 따라 한국인의 정서로 자리 잡은 트로트는 그 음악적 완성도 또한 일본을 추월했다. 트로트가 우리 전통음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할 이유도 없고, 왜색 논쟁에 휘둘릴 까닭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 잘한다는 것이다.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정치와 경제도 이렇게 일본을 넘어설 수 없을까 하는 하소연을 해본다. 문화도 그렇다.21세기 '뉴 트로트' 바람에 힘입어 바야흐로 '트로트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스 트롯'이라는 방송 프로그램과 신세대 트로트 스타 탄생에서 보듯이 다시금 전 세대가 공감하는 대중가요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악성 향상을 위한 형식과 내용의 혁신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고유의 정서와 한국의 멋을 담은 '트로트의 한류'도 기대해볼만하다. 이것이 곧 극일(克日)이다.

2019-07-30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