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군의 진짜 실력

군대가 진짜 강군(强軍)인지 무늬만 그런지는 평소에는 알기 힘들다. 전투 그것도 강적(强敵)과 조우(遭遇)했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1939년 5월부터 9월까지 만주국과 소련, 외몽골 접경지역에서 일본 관동군과 소련군이 맞붙은 노몬한 전투가 바로 그런 경우다.이 전투 직전까지 일본군은 무적이었다. 근대화 이후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국 군벌과의 전쟁 등 크고 작은 전투에서 모두 이겼다. 그러나 노몬한 전투에서는 박살이 났다. 병력의 3분의 1이 죽거나 다쳤다. 사실상 궤멸이다. 최신예 전차, 중포(重砲), 항공기로 무장한 소련 기계화부대에 백병전(白兵戰)으로 맞섰으니 당연한 결과였다.이렇게 무모했던 것은 전력이 뒤진 중국군과의 전투 경험 때문이었다. 중국군에게는 그런 전술로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기계화부대가 대세인 시대로 바뀌고 있었다. 일본군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것이다.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사건이 군의 실력을 폭로하는 경우도 있다. 1987년 5월 28일 마티아스 루스트란 서독의 19세 괴짜가 경비행기를 몰고 소련 영공을 유유히 통과한 뒤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 착륙한 사건이 바로 그렇다. 이는 소련 군부에 재앙이었다. 1만여 개의 레이더와 요격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이 겹겹이 쳐진 소련 방공망(防空網)이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소련의 치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무자헤딘 전사의 게릴라전술에 고전했던 사실이 보여주듯 소련군 전체가 덩치만 큰 약골이란 의심까지 받았던 것이다.북한 어선의 '노크 귀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항 앞바다로 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 한마디로 '안보 참사'다. 우리 군의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더 참담한 것은 청와대가 정확한 실상을 알고도 군의 거짓 발표를 방조했다는 사실이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

2019-06-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급한' 부산 제쳐

우리 땅은 좁다지만 지역마다 사람 기질(氣質)은 같지 않다. 특히 경상도 울타리 안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이뤄진 경상도 사람 기질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 흔히 부산 사람의 손꼽히는 특징은 '(성격이) 급하다'이다. 반면 대구가 낀 경북은 대체로 '느긋하다'는 반응이다. 경험적으로 수긍할 만하다.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둘러싼 부산의 움직임은 더욱 좋은 사례다. 과거 영남의 5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백지화 뒤집기와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무시하고 스스로 만든 절차를 내세워 관철을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히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속담마저 무색할 급함이다.부산이 정치적 터인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아직 '힘'이 펄펄할 때 뒤집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정권이 바뀌더라도 결코 되뒤집을 수 없도록 대못을 박자는 속셈이리라. 20일 부산·울산·경남도 세 단체장의 국토부 방문과 장관 면담은 '불가역적' 쐐기를 박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부산판 '도원결의'라면 지나칠까.느긋한 대구경북 국회의원이 비록 뒤늦게 이런 부산을 막겠다지만 이를 겁낼 부산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핀란드 방문길에 문 대통령은 부산~헬싱키를 잇는 하늘길까지 내년부터 열겠다고 할 만큼 부산 사랑이 남다른지라 대구경북 국회의원 목소리에 부산 요구를 내칠 까닭이 없지 않은가.그런데 부산 사람의 이런 급함에 뒤진 대구 사람이 위안(?) 삼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대구의 집값이다. 인구나 경제력 등을 따지면 대구와 비교가 힘든 부산의 집값보다 대구 집값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5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부산보다 989만원이 비쌌다.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지는 집값이겠지만 여러 경제지표에서 부산보다 떨어질 터인데 집값만큼은 부산을 제쳤다니 다행인가, 불행인가. 미래가 달린 현안에 대해서는 느긋하기만 한 대구가 집값 올리는데는 부산보다 급했던 결과인가. 느긋해도 될 만한 대구의 집값 오름 같은 불청객 소식에 마음은 날씨보다 덥다.

2019-06-21 06:30:00

[관풍루] 정경두 국방장관, 북한 어선 '대기 귀순' 관련 기자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대국민 사과문만 낭독

○…정경두 국방부 장관, 북한 어선 '대기 귀순' 관련 기자 질문은 받지 않은 채 대국민 사과문만 낭독. 질문받지 않겠다고 한 박상기 법무장관을 멘토로 모셨나?○…자유한국당, 내년 총선 대비한 인재 영입 계획에 박찬호 전 야구선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등도 들어 있어.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소리 저절로 나오는군.○…통일부, 대북 지원 쌀 5만t 군량미 전용 방지대책이라는 게 쌀 포대에 '대한민국' 명기(銘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기한 포대로 바꾸면 어떻게 할 거요.

2019-06-21 06:30:00

이창환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태극기 신당, 가능성 있나?

태극기 신당이 꿈틀거리고 있다. 태극기 집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애국당과 자유한국당 친박계 탈당 국회의원이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4선인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당보다 태극기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더 유리하다는 민심이 있다. (이런 민심이) 서울에 북상하면 태극기 신당 공천받는 게 한국당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며 TK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태극기 신당을 두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소위 '대박'을 친 친박연대를 떠올리고 있다.2008년 18대 총선 즈음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은 친이계가 진두지휘했다.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분강개해 "살아서 돌아오라"며 힘을 실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이름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었다. TK 민심은 오락가락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탈락 친박 후보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였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친박 후보 지원도,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도 애매모호했다. 선거 기간 달성에 칩거했다.그런 박 전 대통령이 선거일을 16일 앞둔 3월 24일 한마디를 던졌다.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분들은 당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라 쫓겨나서 그렇게 한 것이다. 다시 들어와야 한다." 소위 복당 허용 발언이었다. 한마디의 힘은 컸다. 갈팡질팡하던 여론은 급속히 친박 후보로 쏠렸다.대구경북에서 친박연대 후보자 4명(박종근·홍사덕·조원진·김일윤)이 당선됐고 전국적으로 6명이 배지를 달았다. 친박 무소속 후보도 5명이 등원했다. 더 놀라운 건 정당 득표율이었다. 친박연대는 13.2%를 얻어 한나라당(37.5%), 민주당(25.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표율을 얻었다. 비례대표 54석 중 8석을 차지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었고, 일부 후보들은 '짝퉁 친박'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사실상 한나라당 차기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민심이 만들어낸 성적표였다.지금은 어떤가? 태극기 세력이 중심이 된 대한애국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표는 초라했다. 대구경북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이 1%를 조금 넘었다. 보수 분열의 비난을 감수하고 태극기 신당이 친박연대 이상 성과를 내려면 박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돕는 게 아니라 자칫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친박연대만큼 성공을 거둔다고 가정하자. 십수 명의 국회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다시 모실 수 있나? 그렇지 않으면 명예 회복이라도 가능한가? 정치인이 당을 만들고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는 건 자유다. 다만 무엇을 위한 신당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19-06-20 15:43:24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지방기상청 승격

일본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시는 도쿄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인구 20만명의 소도시다. 그런데 구마가야는 매년 여름이면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가장 더운 지역이어서다. 구마가야가 뜨거운 이유는 사이타마현 서쪽의 지치부(秩父) 분지에서 발생하는 푄 현상과 도쿄 도심의 열섬 현상에 따른 무더운 계절풍 때문이다.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구마가야시 기상 자료를 보면 7, 8월 두달 평균 최고 기온은 각각 30.1℃, 31.9℃였다. 우리로 치면 봄과 가을인 4월과 10월에도 최고 기온이 30℃를 넘길 정도다. 지난해 7월 23일 구마가야시 최고 기온은 무려 41.1℃를 기록했다. 일본 기상관측 사상 최고다. 지난 5월 최고 기온이 이미 35℃를 넘어서자 물안개 분사장치 가동과 열사병 예방 키트 홍보 캠페인 등 구마가야시 폭염 대책을 소개하는 보도가 그제 우리 지상파TV에도 등장했다.구마가야시와 비슷한 '열도'(熱都)가 바로 대구다. 근래 들어 다른 도시에 그 타이틀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상청 예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분지라는 지리적 특성에다 250만명의 대도시인 점 등 기상에 관한한 대구의 중요도나 위상은 무시할 수 없다.하지만 그동안 부산지방기상청 산하 대구기상지청이 제한적인 기상관측 업무를 담당해왔다. 대구 지청 관할 면적이 국토 면적의 19.8%로 가장 넓은데도 인력과 예산은 뒤따르지 못한 것이다. 대구시가 10년 넘게 행정안전부에 지방기상청 승격을 건의해왔지만 여건탓에 계속 무산됐다. 광역시·도를 모두 관할하면서도 유일하게 지청으로 남은 곳이 대구다.대구기상대가 그제 대구지방기상청으로 마침내 승격했다. 1907년 대구기상대 설립 이후 112년 만이다. 2013년 효목동으로 청사를 신축 이전하면서 시설을 크게 확대했고, 경주·포항 등에서 지진이 빈발해 대응 수요가 커진 것도 승격 배경의 하나다. 이제 숙제가 풀린만큼 양질의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만 남았다. 분야별 전문성을 더욱 키우고 예보 적중률을 높여야 한다. 대구지방기상청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기대한다.

2019-06-20 06:30:00

[관풍루] 국회 앞 폭력시위를 주도한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

○…국회 앞 폭력 시위를 주도한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노동자의 손발을 묶는다"고 반발. 그 손발에 경찰이 폭행당한 건 아니겠지….○…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투기 목적이 아니라 문화에 미친 것"이라 변론했던 정당, 검찰의 투기 혐의 기소에는 어떤 변명이 나오려나?○…대구경북 사립대학들이 횡령 또는 회계 부정을 저지른 건수가 206건에 이르며 비위 금액이 300억원 넘는다고. 상아탑인 줄 알았던 대학이 복마전이었군!

2019-06-20 06:30:00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궁즉통(窮則通)

암중모색(暗中摸索)이다. 자고 나면 말과 입장이 바뀐다.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얘기다. 말 그대로 '오락가락'의 연속이다.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4월 철강업계의 블리더 개방 관련 회의를 열고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행정처분 의지도 강력해 유권해석 직후 전남도(광양제철소), 충남도(당진제철소), 경북도(포항제철소)는 앞다퉈 조업 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난리가 난 한국철강협회는 이달 6일 '블리더 개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며 처분 철회를 요청했다.환경부는 지난 12일 지자체들과 다시 회의를 열고 '민관환경전문가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자리에서 해당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행정처분을 유보해 달라는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경북도도 16일 '행정처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며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그랬던 경북도가 이틀 뒤 보도 자료를 내고 '시간을 두고 행정처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환경부와 지자체의 요지는 제철소가 용광로(고로) 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용으로 설치해 놓은 블리더를 비상시가 아닌 고로 정비 시 열어 오염물질이 섞인 가스를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저감 장치나 조치 없이 말이다.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정비 중 블리더가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스 대부분이 수증기로 오염물질이 많지도 않고, 이를 저감할 장치나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이쯤 되면 기본으로 돌아가 쟁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먼저 '고로 정비를 꼭 해야 하느냐'다. 안 해도 되는 데도 정비를 이유로 오염물질이 든 가스를 배출했다면 환경 사범이다.그런데 고로 정비를 반드시 해야 하고, 폭발 가능성이 있어 블리더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비상시로 볼 수 있다.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데이터로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업계의 말대로 대부분이 수증기요, 크게 문제될 오염물질이 없다면 호들갑을 떤 것이다.만약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릴 정도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면 왜 50년 동안 알고도 묵인했는지 정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물론 확인 결과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 처분을 내려야 한다.이왕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면 업계에 오염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와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지금까지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굳이 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젠 조업 정지 처분이라는 태산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고로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여과·저감 장치나 기술을 개발해 낼 수도 있고 수출도 가능하다. 정부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좋다.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최상의 해법과 결과를 기대해본다.

2019-06-19 19:05:04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지역주의라는 망령의 부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일부에서 '좌파'니 '빨갱이'니 하면서 극단적으로 공격하지만, 필자가 볼 때는 '고지식한 정치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고집이 세고 자신의 생각을 거두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이 신봉하는 '북한 중시, 친(親)노동'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민주개혁 세력'으로 자칭하는 이들이 밟아온 길을 답습하고 있을 뿐, 문 대통령 개인의 독창성이나 개성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잘것없다. 차별성이 있다면 앞의 두 대통령은 정치·경제 상황, 국제 관계를 고려해 자신의 이념과 지향점을 일시 멈추거나 우회하는 융통성을 발휘했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그만한 유연성이나 폭넓은 사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지지파는 '원칙주의'라고 칭송하고, 반대파는 '불통 정권'이라 비판한다. '원칙'과 '불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사상가·직업 운동권이라면 모를까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문 대통령이 '골수 좌파'가 되기 힘든 이유는 퇴행적인 지역주의 세례를 받은 정치인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선언은 애초부터 지키기 불가능했다. 현 정권은 호남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전라도 정권'이다. 인사·예산이 호남에 편중되고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연합 대표 시절 정계 은퇴를 고심할 정도로 호남 사람들에게 혼쭐난 경험이 있다. 당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에 불과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뒤졌는데, 이유는 '호남 인사 홀대론'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광주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고, 문 대통령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숙 여사가 광주에 상주하며 봉사활동을 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호남에 진력한 결과,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문 대통령이 올해 5·18 기념식에 참석해 '독재자의 후예'라는 강성 발언을 쏟아낸 것은 개인적인 신념도 있지만, 내년 총선에 대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은 그야말로 정권의 명운을 거는 선거인 만큼 호남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5·18 기념식에서 봤듯 호남의 지지가 견고한 탓에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을 절망적으로 보는 여권 인사는 많지 않다. 여권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 호남 출신과 30, 40대 지지층만으로 승산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PK 지역을 중점 공략 대상으로 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세가 강한 TK 지역을 독재와 적폐, 친일파 프레임을 씌워 고립·분리시키려는 움직임마저 있다. 관가에서 'TK 출신은 씨가 말랐다'는 말은 역겨운 지역 차별의 결과물이다.지역주의를 한국 정치의 숙명이니 구조니 하면서 애써 간과하려 해서는 안 된다. 호남 출신은 민주 세력이고 영남 출신은 수구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특정 세력에서 나온 논리다. 문 대통령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한때 사라진 듯한 지역주의가 되살아나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특정 지역과 출신에 자리와 특혜를 몰아주는 정치는 적폐와 같지만, '적폐를 척결하겠다는 정권'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진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알맹이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분열의 정치일지 모른다. 지역주의는 선동과 유언비어, 증오, 분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내년 총선에 지역주의의 망령이 휩쓸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019-06-19 18:0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공무원은 죄가 없다'

1504년 연산군은 생모 폐비 윤씨의 사사(賜死)에 관련된 인물들을 처형했다. 폐비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물론 사약으로 비상을 추천했거나 사약을 들고 갔던 신하들에게 죽음을 내렸다. 산 자는 조각을 내 죽였고 죽은 자는 관을 부수고 시체를 조각냈다. 사약을 들고 갔던 한 신하의 부인이 "우리 자손은 씨도 남지 않겠구나"란 말이 현실이 됐다.연산군 입장에서 보면 생모에게 사약을 들고 간 신하는 적폐(積弊)를 넘어 원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하 입장에서 보면 사약을 전하라는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의 명을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불충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때 그 자리를 맡았던 것이 불행한 죽음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관료가 문제"란 말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바짝 엎드린 채 열심히 일하지 않고 소신도 없는 공직사회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공무원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청와대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전전 정권 정책에 관여한 관료들을 '부역자'로 몰아세운 것이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경제 부처 공무원들이 정책 보고서를 만들 때 '과수'(과장 수정), '국수'(국장 수정) 등 누구 지시로 수정했는지를 표기한 파일을 만들어 두는 것은 후환을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하나다.적폐청산 과정에서 공무원을 옭아매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 직권남용죄가 이제 집권 세력을 향한 부메랑이 됐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관련 문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한국당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공무원이 '정권 교체 리스크'까지 고려해서 일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정권 입맛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식으로 공무원을 단죄하는 행태부터 사라져야 한다. 21세기에 연산군 때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야 말이 되는가.

2019-06-19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차기 검찰총장에 적폐 수사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명

○…문재인 대통령, 차기 검찰총장에 적폐 수사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명. 아직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얼마나 남았기에.○…한국전력기술이 20여 년간 독자 개발한 한국형 원전 핵심기술, 미국·UAE에 유출된 정황. 설마 '탈원전 정책'에 못 쓰는 기술인 줄 알고 넘겼을까?○…대한애국당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을 공동대표로 내세우며 차기 총선에서 TK 전 지역구에 후보자를 낼 계획. 그게 바로 현 정권이 바라는 일!

2019-06-19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험한 충성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왔다.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윤 후보자는 그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때 윤 후보자는 저는 (검찰)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윤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유착 의혹 등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윤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 기저에는 '적어도 검찰 조직에 대한 충성은 하지만 힘 있는 검찰 상사나 인사권자를 보고 충성은 하지 않는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그러나 윤 후보자가 주도한 적폐청산 수사 결과를 보면 그가 향한 충성의 끝이 어디인지 반문케 한다. 적폐청산 수사의 30%가량은 무혐의로 판결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내 현안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던 정모 변호사가 자살했다.'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방산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명예살인을 하고, 별건수사를 통한 압박으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쯤 되면 형식은 자살이지만 검찰의 타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윤 후보자가 진정 '특정인을 향한 충성'을 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이 된 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그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충성론에 대한 진실성을 입증하는 것이다.충성은 그 자체로 목적인 덕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눈먼 충성'으로 변질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리고 충성을 받는 자 또한 '맹목적 충성'을 요구할 때 그 충성은 길을 잃고 '위험한 충성'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에릭 펠턴이 자신의 저서 '위험한 충성(Loyalty)'에서 환기시키고 있듯이, 충성의 본질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그저 느끼고 발동되는 감정적 반응에 더 가깝다. 바로 이 때문에 충성은 눈멀기 쉽다.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윤 후보자에게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한 야권의 공격과 개혁 의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취임 후 권력의 눈치를 보는 눈먼 충성을 청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검찰총장은 오로지 국민을 향한, 국민에 대한 충성으로 일관해야 한다. 검찰총장은 윤 후보자 자신이 강조했듯이 수사권을 가지고 정치 보복을 하거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하는 '깡패'가 되지 않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2019-06-18 17:01:3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알아서 기는 우상화

스탈린은 키가 작았다. 공식적으로는 168㎝이지만 실제로는 163㎝였다. 이보다 더 작다는 설도 있다. 소련 붕괴 후에도 공산당원으로 남았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60㎝로 봤다. 그리고 왼팔이 오른팔보다 짧았으며 왼손은 오른손보다 눈에 띄게 컸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오른손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겼다고 한다.스탈린은 이런 신체 조건을 있는 그대로 그린 초상화가 여럿을 총살했다. 아마도 작은 키가 큰 콤플렉스였던 듯하다. 드미트리 날반디안(Dmitri A. nalbandian)이란 화가는 이를 감지한 듯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를 잡아 키가 커 보이게 그려 스탈린을 만족시켰다.('모던 타임스Ⅰ' 폴 존슨) 이후 소련의 선전기관들은 알아서 기었다. 각종 영화와 연극에서 스탈린은 키가 크고 잘 생긴 인물로 등장한 것이다.이런 일화는 구소련의 스탈린 우상화가 그의 지시나 암시는 물론 그의 충복(忠僕)들이 알아서 긴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1940년대 '스탈린그라드' '스탈린스크' '스탈리노고르스크' '스탈리노그라드' '스탈리니시' '스탈리나오울' 등 스탈린의 이름을 딴 지명(地名)이 대거 생겨난 것은 대표적인 예다. 모두 지역 관리들의 충성 경쟁의 산물이다.스탈린이 거부한 우상화 시도도 있었다. 모스크바를 '스탈리노다르' 또는 '스탈린다르'(스탈린의 선물이란 뜻)로 바꾸자는 청원이나 역법(曆法)을 바꿔 예수 탄생 연도가 아닌 스탈린의 생일을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스탈린 자신도 낯 간지러웠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북한 김정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낸 조화를 특수 처리를 거쳐 김대중 도서관에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김정일이 2009년 김 전 대통령 타계 때 보낸 조화도 같은 과정을 거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한다. '최고 존엄'의 흔적은 털끝 하나까지 간수하는 북한의 우상화를 빼다 박았다. 김정은에게 알아서 긴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다. 이런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019-06-1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경찰의 굴욕

채만식의 단편소설 '맹순사'는 광복 전후에 걸친 순사의 삶을 통해 혼란한 사회상을 그렸다. 8·15 광복과 함께 8년간의 순사 생활을 그만둔 맹순사는 한몫 챙기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해먹은 게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돌팔매질 당하는 곤욕은 피할 수 있었다고 자위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맹순사는 비록 친일 행위를 했지만 경력을 내세워 해방된 조국의 새 경찰이 된다.그런데 근무처에서 만난 동료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는 바로 일제강점기 때 자신이 감시했던 강력범으로 정치범과 함께 풀려나면서 경찰로 변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맹순사는 '저런 놈들까지 순사가 되니 순사가 욕을 먹지…'라고 중얼거린다. 채만식은 해방 후 혼돈과 모순된 사회를 이렇게 풍자적으로 그렸다. 사실 대한민국 경찰의 출발은 이렇게 친일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순사'(巡査)란 치안을 담당했던 일제강점기 계급이 낮은 경찰관이었지만, 공포와 증오의 상징적 대상이었다.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 하는 것도 호랑이나 곶감이 아닌 바로 '순사 온다'는 말 한마디였다. '순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통칭되던 경찰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이른바 민주화 이후 경찰의 모습은 영화 속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처음으로 흥행한 경찰 영화가 바로 '투캅스'이다.YS의 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개봉한 '투캅스'는 5공 시절 만연했던 경찰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속편 '투캅스'에서 타락한 선배 형사(안성기)에게 비판적이던 젊은 형사(박중훈)가 선배의 모습을 닮아가는 모습에서는 개혁의 좌절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명박 정부 첫해에 개봉한 '추격자'는 '투캅스'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투캅스'가 '공권력의 부패'를 주제로 다뤘다면, '추격자'는 '공권력의 부재'가 핵심이었다.박근혜 정부 때 등장한 영화 '베테랑'은 재벌 3세의 갑질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는 베테랑 형사(황정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부패한 권력에 대한 분노와 대안 권력에 대한 시민적 열망이 녹아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촛불 시위 이후의 경찰 영화로는 '범죄도시'가 주목을 받았다. '범죄도시'에서는 괴물 형사(마동석)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적나라한 공권력에 대중이 박수를 보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경찰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연출이야말로 무능한 경찰에 대한 국민적 욕구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역설이 아닐까.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경찰의 공권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집회나 시위 또는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고 부상을 입고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사례가 일상화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민중의 지팡이'가 어쩌다가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동네북'이 되어버렸는가.특히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 되어버린 민주노총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부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가해자 앞에 경찰은 피해자가 되고도 항변조차 못하는 어불성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말이 좋아 '인권친화적 경찰'이지 '무능한 경찰'에 다름 아니다. 누가 민생 치안의 최일선이요 국가권력의 모세혈관인 경찰의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있는가. 울던 아이가 웃을 일이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2019-06-18 06:30:00

[관풍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국회 찾아 "기업과 국민 모두, 오랜 세월 골병"이라며 국회 정상화 호소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국회 찾아 "기업과 국민 모두, 오랜 세월 골병"이라며 국회 정상화 호소. 국민, 국회는 골병 무풍지대인데 그런 말 하시니 너무 순진하시네요.○…일부 연예인 출신 군인, 일반 병사보다 최대 2배 이상 휴가일수 누려 특혜 의혹. 국방부, 그럼 특혜 시비 없도록 모든 병사들 휴가를 똑같이 늘리면 되겠지요?○…866억원 넣고도 7년째 보수공사 반복하는 대구 상리음식물폐기물처리장 운영에 업계 불만. 실패에서 배운다 하니 국민 여러분, 대구서 돈 쓰는 법 배우세요.

2019-06-1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폭로자

영화 '트럼보'(2016년)는 1950년대 '빨갱이'로 몰려 고난과 좌절을 겪은 천재 시나리오 작가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달튼 트럼보는 먹고살기 위해 11개의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작품이 여럿이다. '로마의 휴일' '카우보이' '영광의 탈출' '스파타커스' '빠삐용' '추억'….그는 13년 뒤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고는 회한과 슬픔으로 가득한 소감을 밝혔다. "이 작고 값어치 없는 금 조각상은 내 친구들의 피로 뒤덮여 있다."트럼보는 당시 공직·일자리에서 쫓겨난 1만 명 중 한 명일 뿐이다. 1950년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내 손에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은 10년 가까이 공포의 시대를 보냈다.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폭로가 얼마나 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는지 알 수 있다. 출세를 위해 인격 살인을 서슴지 않은 매카시는 미국의 수치로 남았다.매카시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순실 재산을 300조원이라고 폭로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경기 오산)이 떠오른다. 안 의원은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8조9천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원이 넘고, 최순실 일가로 흘러 들어갔다"고 했다. 300조원은 세계 최고 부호 1~4위 재산을 모두 합한 금액이고 보면 터무니없는 액수다.안 의원은 지난 6일 "최순실 재산에 대해 독일 검찰을 통해 확인해 보니 돈세탁 규모가 수조원대"라고 했다. 최순실 재산을 2년 새 300조원에서 100분의 1로 줄인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은 '민주당 최고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붙였다.안 의원이 이번에는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 결성을 주도해 네티즌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SNS에 "선한 의도였다.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을 만큼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자는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정치 선동과 비뚤어진 가치관에서 비롯됐기에 자신의 폭로를 진실이라고 믿는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평했다. "의도가 선하다고 모든 게 정의롭다는 생각부터 틀려먹었다."

2019-06-17 06:30:00

[관풍루] 예산 문제로 차일피일한 울릉공항, 타당성 조사 통과 6년 만에 2025년 개항 목표로 곧 착공

○…예산 문제로 차일피일한 울릉공항, 타당성 조사 통과 6년 만에 2025년 개항 목표로 곧 착공. 주민 1만 명에 연 100만 명 찾는 울릉도 50년 숙원인데도 뒷맛이 쓴 이유.○…정부, 수출 부진에다 기업 투자 줄자 올해 성장률 목표 2.7%에서 2.5%로 낮춘다고. 벅차다며 목표 수준 낮추면서도 건강 되찾는 약재 처방은 없으니 문제.○…U20 한국 축구대표팀, 16일 사상 첫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해 준우승. 이번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정상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쓴 약.

2019-06-17 06:30:00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TK는 PK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2016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A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유치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A씨는 '박근혜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것은 부산의 판정승 아니냐'는 질문에 'NO'라고 했다. 그는 "신공항 입지는 경제논리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정치적 결정을 했다. 김해공항 확장 사업은 소음 문제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 가덕도 신공항 요구가 다시 나올 것이다"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이미 끝난 문제인데 왜 미련을 가지냐고 되묻고 싶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인터뷰의 주제가 아니었기에 화제를 돌렸다.끝난 게 아니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은 국책사업(김해공항 확장) 판을 뒤집으려고 한다. 김해공항 확장을 없던 일로 하고, 부산 가덕도에 관문공항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는 알 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울경 3개 단체장은 '부울경 민심이 바닥'이라며 당정청을 바짝 죄고 있다. 여당 고위 인사들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부울경에 힘을 싣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재검증 불가'를 고수하던 국토교통부와 총리실도 부울경의 기세에 눌린 듯하다. 대구경북은 그들의 주장을 현실성 없는 억지 주장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좌시하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공공기관 추가 이전' 에서도 부울경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1순위로 정한 대구는 부산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부산은 지난해부터 알짜 금융공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부산은 혁신도시 중 금융 중심지로 지정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의 목표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유치. 전북도 이들 은행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지역의 경쟁이 치열하다. 불똥이 대구로 튈지 모른다.TK는 숙원사업과 관련해 PK와 이해충돌을 겪은 일이 많았다. 삼성자동차 반쪽 유치,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무산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당초 승용차, 상용차 생산기지 모두 대구에 설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노태우 정부-김영삼 정부)가 되면서 알짜인 승용차 분야는 부산으로 갔다. 위천국가산단 조성은 부산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대구의 한 경제원로는 "경험으로 볼 때 TK는 PK를 따라잡을 수 없다. PK는 지역 이익을 위해 단체장, 정치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잘 뭉치고, 단체행동으로 목소리를 높인다"고 했다.부산의 기업인 B씨는 이렇게 말했다. "부산은 항구도시의 특징인 개방성, 다양성과 함께 특이한 기질이 있다. 그것은 6·25전쟁 때 전국에서 모인 피란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면서 형성된 '억척스러운 생활력'이다. 이것이 부산의 저력이다"고 했다.고개가 끄덕여진다. PK는 지역 현안이 있을 때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똘똘 뭉친다. 둘째, 저돌적이다. 셋째, 명분보다 실용을 우선한다. 넷째, 남의 눈치 안 본다. 다섯째, 끈질기다.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꼽을 만하다.TK는 어떤가? 실용보다 명분에 집착하고, 체면만 차리지 않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2019-06-16 15:57: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소·닭·돼지

황해도 안악 고분에는 검고, 누렇고, 얼룩진 세 마리의 소 그림이 등장한다. 소의 뿔과 코뚜레, 고삐도 선명하다. 357년에 쌓은 고구려 무덤인 만큼 우리 소 역사가 유구함을 말하는 그림이다. 물론 구석기 때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소가 새겨졌으니 소의 역사는 깊다.닭도 그렇다. 특히 닭에는 신라 시조 설화와 왕이 얽힌 계림(鷄林), 인도인이 우리를 '귀한 닭'이란 뜻인 '구구타 설라'로 부른 사연 등이 있다. 우리 닭은 밖에도 알려져 중국 의서에 나올 정도였다. 꼬리가 90~120㎝에 이르는 장미계(長尾鷄)는 맛 좋고 기름지기로 이름이 높았다.돼지도 같다. 고구려는 제천 행사에 돼지를 바쳤고, 부여는 돼지를 길러 고기는 먹고 가죽은 옷을, 털은 짜서 베(布)를 만든 기록을 남겼다. 발해는 돼지 가죽 1천 장을 당나라에 수출했다. 돼지는 풀을 뜯는 소와 달리 곡물을 먹고 농사 쓰임새가 적어서인지 푸대접도 받았다.이런 가축은 민족적 특징을 가졌는데, 일제강점기 자료는 그 우수성과 장단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일제에 집중 수탈된 한우의 뛰어난 점은 지금도 새길 만하다. 먼저 품성이 한민족처럼 선천적으로 온순하고 영리했다. 암수 섞여도 싸우지 않고 사람과 배를 타도 조용했다. "세계 제일"이라 불린 까닭이다.우리 가축의 시련은 일제 수탈과 경제성만 외친 사육 정책으로 가혹했다. '한'(韓)이란 글자를 앞세울 만한 숱한 고유의 우수 유전자 보유 가축들이 사라졌고, 수입고기 홍수는 이를 부채질했다. 우리 또한 '돈 되는' 가축만 길렀다. 뒤늦게 온 나라를 뒤져 없어진 옛 가축 종자 복원에 나서지만 차 떠난 뒤와 같다.이를 안타깝게 여겨 우리 가축에 관심을 쏟다 퇴직한 여정수 영남대 명예교수가 여섯 제자와 8일 '재래 닭·재래 돼지·한우'라는 책을 내고 '한민족 고유의 유전자원' 보호를 호소했다. 칠순(七旬)을 겸해 제자들과 조촐한 모임을 연 그의 "재래 가축은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말이 절박하다.

2019-06-1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은퇴 자금

나이가 들고 은퇴하면 많을수록 좋은 게 건강과 친구다. 또 소일거리나 취미, 평생학습도 젊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라 해도 노후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경제력이다. 여러 노후 대책 가운데 은퇴 자금 부족은 불안한 노후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26%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이 전혀 없었다. 더 세부적으로 45~59세 중년층의 17%, 60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13%만 '노후 준비가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비교해 중년층 이상은 나름 준비가 잘돼 좋은 대조를 이뤘다.일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해 전 한 경제주간지가 60~65세 정년퇴직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은퇴 자금이 1천만엔(약 1억900만원) 미만이고, 연금에 의존하는 은퇴빈곤층이 전체의 41.3%였다. 또 노후 자금 1천만~3천만엔 아래로 준비한 은퇴중산층이 29.7%로 상대적으로 처지가 낫지만 불안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부류로 꼽혔다. 반면 3천만엔 이상 저축한 은퇴부유층은 29%에 불과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수'(長壽)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100세 시대'를 맞으면서 지금과 같은 은퇴 준비로는 노후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노후 자금으로 2천만엔을 더 모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는데 자민당 정권이 '100년 안심'을 내세우더니 말을 바꿔 공적 책임을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속사정이 어떻든 수명이 길어질수록 불안한 경제력이 노년의 최대 위협 요인인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한때 '노후 자금 10억원' 신드롬이 크게 돌출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금융사가 과장된 '공포 마케팅'으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개인저축률과 저금리는 65세 이상 노후빈곤율이 48.6%에 이르는 우리 현실은 큰 고민거리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걱정 없는 노년에 대해 정부가 더 고민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커져야 할 때다.

2019-06-14 06:30:00

[관풍루] 대구 출신 U20 축구 정정용 감독과 영화 봉준호 감독, BTS 가수 2인 맹활약에 한국이 들썩.

○…대구 출신 U-20 축구 정정용 감독과 영화 봉준호 감독, BTS 가수 2인 맹활약에 한국이 들썩. 위기 땐 나라 구하고 힘들 땐 희망 주는 사람들, 바로 대구경북인.○…황교안 한국당 대표, '의원 정수 10% 줄여 일하는 국회 되게 하자'는 당 입장 강조. 갈수록 인구도 줄어드는데 국회의원 수는 그대로이면 이상하지!○…호주의 경제·평화연구소, 국가별 평화 수준 평가에서 한국 55위, 북한은 149위로 꼴찌. 누가 봐도 정상적인 남북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

2019-06-14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경북도지사 호화 관사 논란의 아쉬움

'지금 집에 아버지 계셔'란 말은 금세 까치발을 부른다. '왁자지껄'했던 대청마루도 숨죽인다. 까까머리 친구들은 하나같이 총총걸음이다. '삐걱' 마룻귀틀 엇나는 소리가 날라치면 퀭한 눈만 껌뻑거린다. 당시 잘 놀다가도 과하다 싶을 때 내뱉는 '아버지 계신다'는 말 한마디는 '군기 반장'이었다. 개구쟁이들마저 긴장하고, 바르게 하고, 겸손해지게 하는 '마술 램프'와도 같았다.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고 그 또래의 아이가 있는데도 언제나 그 '아버지 계셔'는 묵직하게 다가온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민선 7기 출범 1주년을 맞아 관사 반납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뒤편 한옥 스타일의 현 관사가 '호화 관사'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도백(道伯) 관사는 바로 옆 잡아센터(옛 대외통상교류관)와 외형상 한 건물로 보인다.도지사 관사의 호화 논란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관사는 도청신도시 내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유력했다. 전임 도지사는 안동시에 있는 대형 아파트를 관사로 썼지만 이 도지사는 거리가 멀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대신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입방아에 오르던 대외통상교류관의 게스트 하우스(방 2칸, 거실)를 관사로 결정, 입주했다. 그러면서 같은 건물로 보이는 관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자 대외통상교류관 연회장을 '잡아센터'로 바꿨다. 지번도 떼냈다. 조례에 따라 지원하는 가스·전기·수도요금 등 주거비 일체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결론적으로 호화 관사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벗었고 참외밭에선 신발까지 벗어 던졌는데도 케케묵은 관사 이슈가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도지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업무를 보기로 유명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일철우'라는 별명이 붙었다.오전 6시면 관사를 나서 도청 주위 도보 순찰로 일을 시작한다. 이른 출근길에 마주하는 직원을 격려하고 야근하는 부서를 깜짝 방문해 치킨도 쏜다. 그래서 도청은 항상 깨어 있고 긴장해 있다. 도청 안에 관사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도지사가 외부에서 출퇴근한다면 여러 불리한 점이 생길 수 있다. 출퇴근 차량 유류비를 차치하고서도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영국 워릭대 이안 워커 교수는 평균 1분의 경제적 가치를 약 9펜스(180원)라고 계산한 바 있다.긴급 상황 발생 시 청내 관사에선 걸어서 3분이면 상황실도 닿을 수 있다. 도백이 도청에 상주함으로써 오는 '공무원 긴장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중국 진(秦)나라 시황제는 아방궁을 지었다. 주왕은 주지육림(酒池肉林·사치스러운 주연)을 즐겼다. 진나라는 반백 년도 못 가 망했고 주왕은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이 됐다. 하지만 도청 안의 관사는 아방궁도 주지육림도 아니다. 도청의 한옥 풍 건축 양식과 어울리게 지었을 뿐이다. 관사 면적도 제한적이다.안이든 밖이든 어느 관사가 도정에 도움이 될지는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보이는 것만으로 호화 관사 딱지를 붙여 논쟁만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청사 내 도백 관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 계시는 집'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2019-06-13 19:59:07

이대현

[야고부] 툭하면 역사 타령

영국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말에 경도(傾倒)된 탓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집권 세력은 신물이 날 정도로 과거와의 '대화'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대단히 정략적이다. 과거에서 어떤 것을 가져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하기 때문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역사 타령'은 끝 간 데가 없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띄우기 발언을 했다.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 모두 부적절한 추념사였다. 6·25에서 순국한 영령들을 모신 곳에서 그것도 현충일에 '6·25 전범'인 김원봉을 들먹인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기념일마다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다 보니 걱정이 될 정도다. 3·1절 경축사에선 빨갱이 발언, 5·18 기념사에선 '독재자의 후예'란 표현을 썼다. 다가오는 제헌절·광복절에도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게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한술 더 떴다. 그는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고 했다. 편향된 그의 역사관에 어안이 벙벙하다.지금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슴에 새겨야 할 과거는 100여 년 전 조선이 당한 망국(亡國)의 역사다. 그때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열강의 다툼이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다툼과 똑같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에 따라 강대국이 이합집산을 하는 와중에 자칫하면 우리가 조선처럼 어느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하면서 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당시를 뛰어넘을 정도로 미·일은 밀착됐고 한국은 외톨이 신세가 됐다.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진정으로 대화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역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2019-06-13 06:30:00

[관풍루]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완전한 비핵화 이전 제재완화는 없다는 미국 입장은 비현실적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완전한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 입장은 비현실적이다". 김정은이 수석 대변인에 이어 차석 대변인도 뒀군.○…박주민 민주당 의원, "김원봉은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에도 나온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정치 공세 중단 요구. 거기에 "국군 창설의 뿌리"라는 표현도 있나?○…5월 고용동향, 제조업 취업자 14개월째 감소에다 주당 근로시간 17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 37년 만에 최대. '소주성'을 관(棺)에 넣어 대못 치라는 소리.

2019-06-13 06: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매일신문은 왜 방송을 시작했나

"영상시대를 맞이해 매일신문이 '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TV'를 개국했습니다. 지면으로 보던 매일신문 뉴스를 영상을 통해 찾아뵙고자 합니다."매일신문은 지난 1월 24일 0시 7분 '매일신문 읽어주는 미녀와 야수(매미야)' 첫 방송을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첫 시작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핀 마이크, 프롬프터, 조명 등 기본적인 장비 없이 시작한 방송이라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방송 경험이 없는 진행자에다 신문을 직접 오려서 붙인 삐뚤빼뚤한 배경 화면 등 어느 것 하나도 정상적인 방송은 아니었습니다.종이신문을 만들던 매일신문이 왜 방송을 시작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줄기 때문입니다.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신문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젊은 독자층을 빼앗기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판매, 광고 수입 등이 격감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의 80~90%를 차지한 유튜브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인 사용률을 보이는 서비스로 발돋움했습니다. 유튜브의 위력은 날로 높아졌고, 이제는 동영상 소비를 위한 창구뿐만 아니라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등 10대부터 60대이상까지 전 연령이 즐기는 포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TV매일신문'(www.youtube.com/user/MaeilShinmun)은 종이신문을 떠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찌 보면 망망대해 유튜브 시장에서 무모한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첫 방송이 나가자 매일신문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창간 73주년을 맞는 '올드미디어' 매일신문이 미지의 영역인 방송, 특히 젊은 감각의 세계인 유튜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하지만 1월 24일 첫 방송 이후 하루 평균 300~500회의 조회 수를 올렸고, 시청자들의 격려와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월에는 하루 평균 500~1천 회가 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시작 전 매일신문의 유튜브 구독자는 1만5천 명이었으나 3개월 만에 2만8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구독자 5만 명, 올 연말까지 10만 명(유튜브 실버버튼)이라는 거창한 목표까지 세웠습니다.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매미야 뉴스만 전달하기에는 프로그램이 너무 단순해 '토크 20분'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뿐만 아니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홍준표 TV 홍카콜라 MC 등을 섭외, 조금씩 구독자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보수 성향의 인물뿐만 아니라 김부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출연시킬 예정이며, 앞으로 바른미래당, 정의당 의원들도 섭외할 계획입니다.'TV매일신문'은 매일신문이 방송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유튜브 TV매일신문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자체 방송국을 가진 신문사로 나아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TV매일신문에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디지털 퍼스트' 정신이 날로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어설픈 시작이었지만 독자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더 많은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2019-06-12 16:05:42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완전범죄의 종언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다."명탐정 셜록 홈스의 말이다. 작가 코난 도일은 첫 소설 '주홍색 연구'(1887년)에서 홈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문학·철학: 전혀 모름, 정치학: 허약함, 식물·지리학: 특정 분야·관심 분야만 박식함, 화학·응용공학: 권위자, 범죄 관련 문헌: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홈스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통찰력과 관찰력을 동원해 증거를 찾아냈다. 추리소설이 지적 유희의 산물이 된 것은 홈스에서 비롯됐다.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보듯, 신기막측한 과학 기술은 홈스 이래 여전히 추리소설의 매력적인 도구로 쓰인다.영미문화권, 일본에서는 유명 추리 작가와 작품이 쏟아지는 데 반해, 한국의 추리소설계가 빈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 차이, 사법 체계 확립 정도, 비순수문학 천대 등으로 설명한다. 그보다는 아래의 속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해 강압 수사, 고문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면 충분했으므로 증거나 과학수사는 상대적으로 중시되지 않았다. 증거를 과학적 이성적으로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토양이 한국에는 없는 셈이다." 물론 1970~90년대 얘기다.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는 증거물이나 목격자, 과학수사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CCTV의 천국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통계로 공공기관의 CCTV 숫자는 95만 대가 넘고 사업장에만 800만 대, 모두 합하면 1천3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민 한 사람이 CCTV에 하루 평균 수십 번 찍힌다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펜션에 혈흔을 남기기도 했지만, CCTV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완전범죄를 꿈꾸긴 했으나 ▷범행 3일 전 제주시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범행 후 펜션에서 무언가를 들고나오고 ▷완도행 여객선에서 봉투를 바다에 버리고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의 일부가 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어디에선가 범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CCTV 앞에서는 수수께끼가 존재할 수 없다.

2019-06-12 06:30:00

[관풍루] 고(故) 이희호 여사,10일 별세하며 "하늘나라 가서 평화통일 기도하겠다"고 유언

○…고(故) 이희호 여사,10일 별세하며 "하늘나라 가서 평화통일 기도하겠다"고 유언. 대통령 남편(김대중)과 김일성·정일 부자 만나 김정은의 '핵 꿈' 없애 주실거죠?○…청와대 강기정 수석, "4월 임시국회 통과법안 0건, 추경안 48일째 심사 못해"라며 국회 비판. 의원들, 실컷 놀고 고액 월급 잘 받는데 당신이라면 일하겠소!○…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대구 수성갑 총선 출마설로 관심. 시민들, 다양한 대구의 여야 정치지형도 위해 다른 험지 출마'당선돼 대구 돕길 바라오.

2019-06-12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정년 연장 논의와 국가의 책무

최근 읽은 책이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120년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세. 의학 발달 속도로 볼 때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늘어난다니 사고나 특정 질환만 없다면 생물학적으로 100세를 넘어 120세도 불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이게 축복일까. 60세가 되면 싫든 좋든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만큼 앞으로 살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 2025년에는 전체의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반면 생산가능인구는 10년간 연평균 32만5천 명씩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감소 폭이 50만 명대로 커진다. 이 속도면 2050년에는 취업자가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게 된다.바꿔 말하면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60대 젊은 노인'은 일할 곳이 없는데도, 생산활동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든다는 얘기다.해결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 장년 퇴직자들은 퇴직 전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다.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은 생활 수준의 급락을 의미한다.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근로소득이 월등하게 높은 공공기관 및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으로 인해 여생이 엉망이 돼버린다.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기한 정년 연장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정년을 늘리면 국민연금 지급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복지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의 부담도 급증한다. 정년 60세를 지키는 사업장도 20%에 불과한데 다시 정년 연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지적도 당연하다.그렇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다시 70세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의무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기업 부담의 최소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력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다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가장 먼저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등이 고스란히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 반대 진영 상당수는 가진 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까 우려한다. 월급도 많이 받고, 보장도 엄청난 데 정년까지 늘려주는 것에 결사반대다.정년 연장 목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사회복지 강화에 있다. 정년 연장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직종보다는 정년 연장이 생존에 필수적인 중소사업장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9-06-12 06:30:00

경북부 전병용 기자

[취재현장] 구미형 일자리에 거는 기대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침체 길만 걷던 경북 구미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구미형 일자리 만들기에 ㈜LG화학이 6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2021년 하반기까지 구미5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5산단)에 건설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시장 수요·기술 경쟁력 유지를 고려했을 때 국내에선 완제품인 '배터리 셀'보다는 양극재 등 소재 공급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에 경북도와 구미시는 LG화학의 투자 입맛에 맞는 유치 계획도 내놓았다. 11일부터 경북도와 구미시, LG화학 등은 구미5산단에 배터리 양극재 생산 공장 신설을 두고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장세용 구미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때와는 달리 구미는 고임금 문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던 공장 건설 사업을 국내 투자로 돌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고무됐다. LG화학의 구미 투자는 구미형 일자리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 얻어낸 산물이다.구미는 올해 초 12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 실패의 쓴잔을 맛봤다.그만큼 구미 경제 부활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이 컸다. 비록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는 실패했지만, 구미형 일자리 사업에 LG화학이 투자하기로 결정한 만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먼저 구미형 일자리 사업 성공을 위해서 시민의 환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들불처럼 일어났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 운동처럼 시민이 합심해야 한다.또 구미시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친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구미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LG와 논의를 시작할 때 LG 측이 과거 구미에 대한 서운했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적이 있다"며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데다 마치 '갈 테면 가라'는 식의 행정이었다. 어떠한 요구를 해도 수용해 주지 않고 무관심했다"며 구미시에 일침을 놨다.또한 김 의원은 "LG가 정주 여건 개선에 관한 투자와 지원을 구미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LG화학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구미를 기업친화적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구미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해 왔지만, 김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LG화학이 구미5산단에 유치되기 위해서는 폐수처리장, 전력 공급, 부지 제공, 정주 여건 및 교육 환경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이제는 구미 경제 부활이 절박한 시점에 다다랐다. 이러한 시민들의 절박함에 구미시가 답해야 한다.구미시는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스톱으로 가장 먼저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어렵게 구미 투자를 확정한 LG화학이 구미 경제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도록 구미시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지원 사격에 나서야 한다.

2019-06-11 11:10:4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비선 실세

조선시대 상궁 김개시(金介屎)는 광해군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온 인연으로 왕의 신임이 두터웠다. 왕실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했는데, 드러내놓고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해악이 컸다. 대신들이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도리어 역공을 당하곤 했다. 광해군의 실정을 부추겼던 김개시는 인조반정이 일어나고서야 제거되었다.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정책 결정을 황후 알렉산드라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그 황후를 배후 조종한 인물은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었다. 최면술을 활용한 신비주의 종교인이었던 그는 황태자의 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황후에게 '성자' 대접을 받았다. 전쟁과 혁명의 경고음을 무시한 채 국정을 농단하던 라스푸틴은 귀족들에게 암살되었고, 황제 일가족의 최후도 성큼 다가왔다.진령군이라는 무당은 임오군란으로 충주에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환궁을 예언하며 국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궁궐에 들어와 정사에 관여하게 되자,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종과 황후를 쥐락펴락하며 매관매직을 일삼고 굿판을 벌여 국고를 탕진하는 요녀를 충신들이 목숨 걸고 탄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천출의 무당으로 군호(君號)까지 받은 진령군 또한 인과응보의 사슬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망조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운명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엉뚱한 여인이 무도하게 국정에 관여하면서 사익을 챙기다가 국가와 국민을 일대 혼란에 빠트린 일이 또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추가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정황은 참담하다. 누가 대통령이었는지…?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어찌 이 같은 근거 없는 샤먼과 하찮은 인간에 의해 농락당할 수가 있는가.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역사는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원한 재야(在野)운동가 장기표 씨는 '박근혜에게 최순실이 한 명이라면, 문재인에겐 열 명일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2019-06-1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김원봉의 최종 목표는 김일성과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좌파들이 활개 칠 공간을 활짝 열었다. 그 공간에서 좌파들이 벌이는 언동은 이해 못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둔갑시키려는 기획도 마찬가지다.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그 기획이 이제 실행 단계에 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이 기획은 러시아 혁명의 주역 중 하나로 스탈린과 권력투쟁에서 패한 뒤 암살당한 레온 트로츠키의 복권(復權)운동과 빼닮았다. 진실의 왜곡이자 모욕이라는 것이다.1936년 숙청당하기 전까지 언행을 보면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도플갱어'였다. 1932년 그는 이렇게 썼다.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과업에 위배되는 범주를 설정하고 이에 위배되는 자유는 가차 없이 제거돼야 한다." 스탈린의 통치가 바로 이랬다. 반대자를 무자비하게 압살한 것도 스탈린과 똑같다. 1923년 크로시타트 수병들이 볼셰비키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며 봉기했을 때 진압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 트로츠키였다.이런 불결(不潔)한 과거는 1937년 미국 철학자 존 듀이가 이끈 국제 민간조사위원회의 모의재판으로 덮어졌다. 위원회는 1936년 소련이 궐석재판에서 트로츠키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적용한 반혁명죄를 무죄로 판결했다. 이때부터 서구 지식인들은 트로츠키를 민주적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다 스탈린에게 희생당한 불운한 혁명가로 세탁하기 시작했다. 이런 재평가는 1940년 그의 암살로 '확정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는 멋대로 상상해 만들어낸 것에 불과했다.그런 점에서 트로츠키가 권력을 잡았어도 스탈린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의미 없는 '역사의 가정'으로 치부할 수 없다. 마르크시즘 역사에 정통한 폴란드 출신 영국 역사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의 결론이 바로 그렇다. "트로츠키가 책임을 떠맡았어도 그의 권위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되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스탈린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했다…모두 자신만이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적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김원봉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항일 무장투쟁의 최종 목표에서 김원봉은 자신을 숙청한 김일성과 하나였을 것이란 얘기다. 그 목표란 한반도 적화(赤化)다. 김원봉을 '판에 박힌 공산분자'라는 고(故) 장준하의 결론, 6·25 남침 수행 공로로 1952년 김일성에게 최고 상훈(賞勳)의 하나인 '노력훈장'을 받은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그러나 좌파들은 "숙청당했으니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설(妖說)로 이런 증거들을 '물타기' 한다. 트로츠키가 스탈린에 숙청당하고 살해된 것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것으로 분칠한 서구 지식인 사회의 '몰(沒)지성'의 재판(再版)이다. 트로츠키는 권력을 놓고 스탈린과 다투었지 자유를 위해 다투지 않았다. 김원봉이 숙청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결과일 뿐 대한민국 건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했다. 김원봉의 항일 무장투쟁을 애국이란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좋다. 다음이 문제다. 그는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남침전쟁에서 공을 세웠다. 그것도 애국인가?

2019-06-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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