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외교 결례

과거 전두환 대통령 내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부부와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를 가졌다. 웨이터의 주문 요구에 레이건 대통령이 "Coffee please"라고 하자, 낸시 여사가 "Me too"라고 했다. 그러자 전 대통령이 "미쓰리"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이순자 여사가 "왜요? 나 여기 있는데…"라고 했다.김영삼 대통령의 방미 때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How are you?"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클린턴이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하면, "Me too"로 마무리하라고 영어 자문을 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그만 "Who are you?"라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이를 조크로 받아들인 클린턴 대통령이 "I'm Hillary's husband"라고 받아넘겼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Me too"라고 해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 후 유행한 우스갯소리다.최근 동남아 3국 순방을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말실수가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비화했다.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하고, 낮 행사에서 밤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체코를 방문했을 때도 뒷말이 무성했다. 방문국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고 없는데 정상외교를 한다고 가서는 국내에서 적폐 취급하는 원전을 팔려고 했다는 것이다.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차관보가 공항 영접을 나오는 푸대접에 이어 외교부장이 팔을 툭툭 치는 결례를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는 기자들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참사까지 겪었다. 베이징에 머물던 대통령이 열 끼 식사 중 중국 관계자들과 함께한 것은 두 끼에 불과해 '혼밥'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현 정부 출범 이래 외교 결례와 의전 엇박자가 빈발하고 있다. 실수를 범하든 박대를 당하든 외교 결례는 나라 망신이다. 경험을 갖추고 능력이 검증된 외교관들을 적폐로 내몰고 코드 인사에 집착한 결과라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2019-03-2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차라리 DMZ(비무장지대)가 낫겠죠!

"답답하지요. 숱하게 건의했지요. 그러나 우리가 힘이 없으니, 동네 사람 가운데 잘난 사람도 살지 않으니 누가 농민 뜻을 알아주나요? 오로지 미군이 좀 더 배려(?)해주길 바랄 뿐이지요."경북 칠곡군청이 위치한 왜관읍 한 고을의 미군 부대기지 공사는 1953년 한미 방위조약이 체결되고 1959년 시작됐다. 이듬해 부대가 머물며 편입 자연부락 농민은 농토를 다른 곳으로 대토(代土)하거나 삶터를 옮기고 떠나야만 했다.붙박이처럼 남은 사람은 미군 부대를 지나 '자유롭게' 농로를 오가며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농로는 19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시멘트로 포장됐고, 지금처럼 농로가 철조망으로 싸여 갇히지도 않았고 통행 제한도 별로였다.그러나 새벽별을 보고 집을 나서고, 달빛 아래 밤늦도록 일하다 귀가하는 옛 영농 방식을 그대로 잇던 시절은 사라졌다. 20여 년 전부터다. 미군 부대 울타리를 따라 수㎞를 빙 둘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200~300m 지름길 농로 사용 시간을 제한해서다.거의 자유롭던 통행은 농로 주변 철조망 설치 뒤 줄어 올 1월부터는 오전 7시~오후 7시까지 12시간으로 제한됐다. 마을 입구 설치 농로 첫 철문부터 농지 입구 마지막 철문까지 4개를 지나야 한다. 통과에 걸리는 시간은 늘 다르다.가운데 2개 철문 통과 때문이다. 통과를 위해 두 철문 사이 초소에 힘껏 소리쳐 근무자를 불러야 한다. 초소 시설 안 사람이 듣지 못하면 마냥 외칠 뿐이다. 목청 외 달리 연락할 수단이 없어서다. 초인종도, 전화선도, 연결 끈조차 없다.사정이 이래도 그나마 철조망 지름길이 고맙기만 하다. 이마저 막히면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찻길로 다닐 판이다. 게다가 찻길을 잇는 마을길은 심한 경사의 비탈진 언덕길이다. 맨몸 걷기는 물론, 차량이나 농기계는 드나들기 위태롭고 아찔하다.휴전선 비무장지대의 농사도 이렇지는 않다. 우리 땅을 내주고도 겪는 왜관 땅 이들 농민의 비애는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다. 주민까지 줄어도. 농사철이면 "하늘의 해라도 좀 더 머물기를 바란다"는 '칠곡 비무장지대' 농민의 한숨이 현실이 되길 비는 마음이다.

2019-03-22 06:30:00

[관풍루] 경기도의회가 일본 전범(戰犯)기업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조례 제정을 추진

○…경기도의회가 일본 전범(戰犯) 기업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조례 제정 추진. 일제가 가장 먼저 침략해 통치했던 수도권 땅부터 딱지를 붙여야겠군!○…대구국제공항이 신규 국제노선 포함해 하루 평균 운항 항공 편수가 개항 후 첫 100편을 돌파할 전망. 장사는 잘되는데 가게가 작은 게 한이로다.○…전국무용제 앞둔 대구무용계에 폐쇄적이고 편파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 비등. 예술을 위한 무용보다 쇄신을 위한 몸부림이 우선일 듯….

2019-03-22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10대 국가대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만큼 유머러스한 인물도 드물다. 1980년대 어느 날 은퇴한 축구선수 펠레를 접견했다. "제 이름은 로널드 레이건입니다. 저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본인이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펠레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축구 황제' 펠레는 타고난 천재다. 실내축구팀에서 성인들과 뛰기 시작한 것이 14세 때였고, 명문 산토스 클럽에 입단한 것은 15세 때였다. 1958년 17세의 나이에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하마터면 스웨덴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브라질 대표팀에 동행한 심리학자가 펠레와 '드리블의 마술사' 가린샤를 놓고 '선발 불가'라며 가로막고 나섰다. 이유는 두 사람의 정신 수준이 10대 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비센치 페올라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반박했다. "당신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신은 축구를 알지 못하고, 나는 펠레의 플레이를 보았다." 펠레가 스웨덴월드컵 8강전 웨일스전에서 월드컵 최연소 골(17세 244일), 4강전 프랑스전에서 최연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우승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대 선수 멀티골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19세)가 기록할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17세 때인 197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 선발되지도 못했고, 리오넬 메시도 18세 때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3경기에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영국의 웨인 루니는 18세 232일의 최연소 기록으로 유로 2004에서 4경기 4골의 경이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3차례의 월드컵에서는 단 1골에 그쳤다.18세에 축구 대표팀에 선발된 이강인(발렌시아)이 화제다. 22일 볼리비아전에 출전하면 18세 31일로 한국 최연소 기록이다. 10대가 발군의 활약을 보이는 이유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무학력에 가까운 이들은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아 창의성 있는 플레이가 가능했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도 운동과 학벌, 두 마리 토끼를 좇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2019-03-21 06:30:00

[관풍루] 文대통령, 지난해에 "물 들어온다"더니 이번엔 "우리 경제 견실하게 흐른다"고

○…문 대통령, 지난해에 "물 들어온다"더니 이번엔 "우리 경제 견실하게 흐른다"고. 경기 악화로 한숨짓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탄식도 '건전가요'로 들리겠네!○…박영선 장관 후보자, 야당 시절 어느 장관 후보의 '생활비 과소비'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더니 이번에 본인이 그 타깃. 그때 차라리 입 다물고 있을 걸….○…대구경북 의회 대부분 국민권익위의 '겸직 및 영리거래 금지' 권고에 3년 넘도록 '나 몰라라'. '내로남불'에 '감탄고토'라. 중앙 정치에서 좋은 걸 배웠군.

2019-03-21 06:30:00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디팍, 대팍, 대파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신천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이런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둘째 애 이름을 지을 때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첫째 애는 태어나기도 전 집안 어른들이 미리 이름을 지어 놓았던 터라 둘째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짓고 싶었다. 그러나 다짐과 달리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칫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작명 책을 놓고 며칠을 끙끙거리기도 했고 밤새 이름 수백 개를 만들어 나열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마음에 딱 드는 이름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작명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처럼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둘째를 볼 때마다 작명소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대구FC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K리그와 ACL리그에서의 맹활약에다 '새집'까지 마련해 경기 보는 재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져서다. 그러나 이곳도 이름이 문제다. '새집'의 명칭에 대해 일부 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FC 축구 전용구장의 이름은 'DGB대구은행파크'. 그러나 ACL에서는 '대구포레스트아레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명을 넣을 수 없는 아시아축구연맹 규정 때문이다. 당초 대구시는 '포레스트 아레나'(Forest Arena)로 이름을 붙이려 했다. '도심 속 숲'이라는 테마로 경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역명 뒤에 구장, 경기장 등이 붙은 틀에 박힌 이름이 아니라 유럽의 축구 경기장들 명칭처럼 신선해서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악한 예산 탓에 대구은행에 명칭 사용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DGB는 대구은행의 영어 이니셜이고, 여기에 대구은행을 더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아레나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투표 결과,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명칭 논란은 창단 때도 있었다. 2002년 창단 당시, '지역명+FC'라는 형식은 대구FC가 최초였다. 처음에는 '대구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정해졌으나 시민들이 반대했다. 독수리라고는 달성공원에 있는 두 마리가 전부였던 시대에 '뜬금 없다'는 이유였다.최근에는 '애칭' 문제까지 논란이 될 조짐이다. '전용구장에 애칭을 붙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축구팬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식 명칭이야 DGB대구은행파크이지만 삼성라이온즈 구장을 두 글자로 줄여서 '라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긴 공식 명칭을 대신할 애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팬들 사이에는 '대팍'이나 '디팍' 또는 '대파'라고 부르는 세 부류가 형성돼 있다. 언론 역시 '대팍', '디팍'을 혼용하고 있다. 대팍을 주장하는 팬들은 디팍은 어감이 좋지 않고 대파는 채소 이름 같다는 이유에서, 디팍은 라팍처럼 부르기 쉬워서, 대파는 상대를 대파하자는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모두 이유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이왕이면 축구 팬들과 대구 시민이 하나 되어 부를 수 있는, 발음도 좋고 뜻도 좋고 어감도 좋은 애칭이었으면 좋겠다. 디팍, 대팍, 아니면 대파. 몇 번이고 이름들을 소리내 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어디 애칭도 잘 짓는 작명소는 없을까.

2019-03-20 16:34:22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진짜' 혁신과 벤처의 시대 가 왔다!  

지난 15일 경북도의 '경제현장진단 및 정책조정회의'가 경산시청에서 열렸다. 경북지역 과학·산업 분야 사업들을 5대 권역별로 프로젝트화하고, 각 시·군 주요 사업을 반영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자리였다. 경북도는 민선 7기를 맞아 형산강 메가사이언스밸리(동부권), 낙동강ICT융합산업벨트(서부권), 금호강지식산업벨트(남부권), 백두대간네이처생명산업특구(북부권), 혁신도시드림모아프로젝트(혁신권) 등으로 전략 프로젝트안을 마련하고 있다.이날 회의는 영천, 경산, 군위, 청도, 칠곡이 포함된 금호강지식산업벨트 구축 방안에 대한 논의 자리였다. 경북도를 비롯해 각 시·군 공무원, 대학과 기업지원기관·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예상대로 지역 주력인 자동차부품산업과 전반적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감이 화두로 떠올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업 제안이 뒤따랐다. 이미 추진 중이거나 상당히 진척된 사업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나 구상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들도 엿보였다. 향후 구체적 안을 완성하는 데 이번 회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금호강지식산업벨트는 대구와 맞붙은 인접 시·군으로 이뤄져 있다. 비록 행정구역은 나눠져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대구와 완전한 한 몸이다. 그래서 대구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공무원이 '옵저버'로 참석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경북도와 시·군이 추진하고 계획하는 사업들은 대구 기업 및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구가 어떤 사업과 전략을 추가함으로써 대구경제권을 더욱 활성화 시켜 대구경북 시도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상생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일 수 있다.공무원 조직 간 칸막이가 얼마나 견고한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다른 기관의 회의에 '옵저버 참석'이라는 건 전통적인 공무원 사고방식으론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 시·도민은 묻는다. 대구와 경북이 과거 관행과 사고에 안주할 만큼 그렇게 여유롭고 한가한가? 재원과 자원은 부족하고 해결해야 할 난제는 쌓여 있는 곳이 대구경북이다.경북 각 기관과 시·군이 제안한 사업과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치열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업과 관련된 밸류체인이 있거나 형성·발전할 수 있는가? 기술을 갖추고 있거나 기술력을 가진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가? 주도할 기업이 있거나 핵심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이 사업이 우리 지역 산업과 발전에 '진정' 기여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혹시 기관의 생존과 지자체 생색을 위한 '사업을 위한 사업'은 아닌가? 되물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붐', 노무현 정부의 '혁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거치면서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이제 사활을 건 '진짜' 혁신과 벤처(도전)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2019-03-20 16:24:21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먹방

거센 조세 저항 때문에 벽난로세(Hearth Tax)를 폐지한 영국 의회는 세금 징수에 큰 타격을 입자 1696년 '창문세'를 신설했다. 건물의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는데 당시만 해도 유리 가격이 매우 비싸 창문 있는 집에 사는 서민이 드물었다고 한다.그런데 부자들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창문을 아예 없애거나 창문 수를 줄이면서 박쥐 소굴처럼 어두컴컴한 건물이 크게 늘었다. 불합리한 조세 정책이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창문세는 1851년 주택세 도입과 함께 150여 년 만에 폐지됐다.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먹방'이 사회·경제적 현상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먹방은 창문이 없어 컴컴한 방이나 실내 공간을 지칭하는 속어다. 신호가 끊긴 전화기를 두고 먹통이라고 하듯 햇빛이 들지 않아 깜깜한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먹방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시원이다. 빈민가 쪽방이나 PC방·만화방·찜질방 등 비주택 거주민 숙소들의 형편도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고시원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독신 저소득층 주거시설의 대명사다. 벌집처럼 수십 개의 방을 촘촘하게 잇댄 탓에 최소한의 주거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곳이 더 많다. 보안이나 건축비 절감을 이유로 창문을 따로 내지 않기 때문이다. 고시원은 현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자 기형적인 주거 공간 현상의 하나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서울시가 고시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고시원 주거기준'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그제 발표했다. 고시원 화재로 인명 피해가 계속 이어진 때문이다. 방 면적은 7㎡(2.12평) 이상 되어야 하고, 창문 설치도 의무화했다. 노후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도 지원한다. 현재 전국 1만2천 곳 고시원의 절반이 서울에 몰려 있는데 74%가 먹방이다.먹방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둔한 방향 감각을 잘 보여준다. 국민 주거 복지를 위해 세금을 아끼지 않는 게 바로 선진국이다. 고시원 등 다중생활시설의 구조 개선은 인간다운 주거 공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라는 점에서 건축법 개정도 서둘러야 할 때다.

2019-03-20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경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밝히라고 강력 지시

○…문재인 대통령,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경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밝히라고 강력 지시. 섹스 스캔들을 정국 돌파용 카드로 선택한 신(神)의 한 수?○…김경수 경남도지사, 항소심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였다고 진술. 이번 재판은 '이래도 무죄, 저래도 무죄'가 되는 게 정상이겠군.○…경북도, 원자력해체연구소 입지로 '부산울산 내정설'이 나온 가운데 이달 말 발표 앞두고 막판 총력전. 짬짜미 발표에 들러리만 서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2019-03-20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시니어 안전운전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

#이달 초 광주에서 73세 할머니가 몰던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동승한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도시에서 75세 할아버지가 운전하던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기 때문.#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96세 할아버지가 몰던 차에 30대 여성이 치여 숨졌다. 할아버지는 기둥을 들이받은 뒤 후진하다가 이 행인을 치었다.#최근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72세 운전자의 트럭을 뒤따르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해 뒤차 운전자가 사망했다.최근 우리가 접한 대표적인 시니어 교통사고 사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천590건에서 지난해 2만6천651건,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시니어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급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75세 이상의 경우 면허 갱신 때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고,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그러나 단순히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일회성 교육만 추가한다고 고령 운전자 사고가 감소할까.시니어 교통사고 줄이기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답답해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묘안 짜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서울시는 15일부터 면허증을 반납하는 만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1천 명을 선발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한다.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면허증 반납자에게 10만원 교통카드와 대중목욕탕, 음식점 할인카드를 제공, 반납 인원이 5천 명을 넘었다. 경기도도 면허증 반납 시니어에게 하반기부터 10만원대 교통카드 지급을 검토 중이다.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산 서울 경기 등과는 달리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그래서 대구시와 경북도에 제안해본다. 이미 일본이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들이니 의심은 거두시라.먼저 고령 운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장애우·임산부·초보 운전자를 배려하듯이 시니어 운전자도 보호받아야 한다. '시니어 운전 스티커'를 달게 하고 일반 운전자들이 이 차를 배려하도록 하자.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사업을 펼치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나아가 관공서, 공공기관, 대형마트 등에 시니어 주차 구역도 설치하자. 시내버스를 타면 노약자 좌석이 있듯이 스티커를 단 시니어 운전 차량들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 성과를 봐가면서 점차 아파트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이런 배려를 한 뒤에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면 훨씬 많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면허증 반납도 타 시·도가 하고 있는 10만원 대중교통권 이외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적성검사 주기가 단축된다고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시니어 운전자를 보호하고, 이를 토대로 고령 운전 인구를 줄여나갈 때만이 시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지자체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정부도 지금처럼 마냥 책상 앞의 정책만 내놓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2019-03-20 06:0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집권 3년 차 징크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쫄 것 없다"고 했지만 중도층 이탈 등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데 있다. 시쳇말로 북한 이슈는 '약발'이 다 떨어졌다. 오히려 악재로 바뀌었다. 경제·민생에서 성과를 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문 대통령이 여러 난관에 봉착하자 문 정부 역시 역대 정부처럼 집권 3년 차 징크스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여러 악재가 돌출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심 이반이 일어나는 현상이 앞선 정부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김영삼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및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와 의약분업 사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이 집권 3년 차에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박근혜 정부는 '정윤회 문건 파동'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 사태'로 몰락을 재촉했다.집권 3년 차 이후 선거에서 여당이 대부분 패한 것도 징크스로 꼽힌다. 네 번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모두 패했다. 다섯 번의 총선에선 여당이 네 번을 졌다. 노무현 정부는 3년 차인 2005년 27곳 재·보선에서 전패(全敗)했다.이 같은 이유에서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앞날이 달렸다. 민주당이 두 곳 모두 패하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문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텃밭을 내주게 돼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역대 정부의 집권 3년 차 징크스에서 챙겨야 할 교훈이 하나 있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국민의 시선이 냉철해진다. '남 탓'만 해서는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들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것만이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피하는 비결이다.

2019-03-19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짓을 한 적이 있습니까?" 독일이 소련으로 쳐들어간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보라는 스탈린의 지시로 소련 외상(外相) 몰로토프가 소련 주재 독일대사 슐렌베르크에게 한 하소연이다. 폴란드에 이어 프랑스까지 집어삼킨 독일이 영국마저 굴복시키기 전에는 소련을 치지 않을 것이란 스탈린의 소망적 사고가 초래한 굴욕이었다.스탈린은 당시의 세계정세를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틀에 맞춰 '해석'했다. 자본주의 국가는 시장 확보와 식민지 획득 경쟁을 멈출 수 없어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자멸적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여기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자본주의 진영을 삼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스탈린의 생각에 그 전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그 승리는 최후의 승자까지 멸망으로 이끄는 '피루스의 승리'일 터였다.이런 계산은 철저히 자기본위적이었다. 히틀러의 세계 정복 계획에서 소련을 식민지로 만드는 '레벤스라움'(생활공간)은 상수(常數)였다. 이는 비밀도 아니었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스탈린은 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에 막대한 군수물자를 보냈다. 영국과 독일 모두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소련은 독일과 피투성이 싸움을 벌여야 했고 천신만고 끝에 이기기는 했지만 2천만 명이 희생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문재인 정부의 행태도 이와 똑같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으며 북한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할 유력한 수단은 대북제재가 아니라 남북경협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안타깝게도 이런 믿음은 한 번도 입증된 적이 없다. 소망적 사고일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부터 그렇다. 실패한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은 북한은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나긴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1·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그 깨달음의 고통스러운 반복이었다.그럼에도 문 정부는 여전히 미몽(迷夢) 속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절망적 확증 편향이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했다.남북경협의 맹신도 마찬가지다. DJ의 '햇볕정책'은 처절하게 실패했다. DJ의 '햇볕'은 핵 개발을 저지한 것이 아니라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밑천이 됐다. 25년간의 북핵 협상도 마찬가지다. 중유 제공 등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지불했지만 허사였다. 모두 경제적 유인책으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구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식 비핵화'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식 비핵화'란 '무늬만 비핵화', 곧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런 북한에 남북경협은 핵 능력을 늘리라고 돈을 보태주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남북경협에 안달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핵 담판'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뜻이 없음이 재확인됐는데도 "남북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 운운했다. 남한 국민을 북핵의 인질로 내줄 작정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2019-03-19 06:30:00

[관풍루]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공개질의에 청와대 또 팩스 답변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공개 질의에 청와대 또 팩스 답변. 이젠 이쪽과는 아예 말도 붙이기 싫다는 건가!○…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보도한 외신기자에 민주당이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 겁박. 외교 안보 정책이 온통 북한 위주로 가는 건 호국(?).○…최전방 GOP 근무 병사들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확대 계획. 혹여 실전 훈련과 전투 태세 확립보다는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

2019-03-19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미국에 이어 가장 높았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 1위를 기록할 것이고, 내년은 미국을 앞설 것이다." "1월 이후 주요 산업 활동 및 경제 심리 관련 지표들은 개선된 모습이다.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제지표를 두고 내놓은 해석이다. 단서를 달기는 했다.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30-50클럽(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 소속 7개국을 비교해 봤더니 그렇더란다. 긍정적 모멘텀은 1월 생산, 투자, 소매 판매와 2월 고용, 소비자심리지수 등 월별 지표가 반등한 것을 강조한 결과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미래도 장밋빛이다. 그야말로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실상도 그럴까.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는 발표 때마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월 3.0%던 것이 4월 2.9%, 7월 2.8%, 10월 2.7%로 줄었다. 올해 전망치도 2.6%로 내놓았지만 신뢰도는 바닥을 긴다. 지난해 그랬듯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1%로 잡았다. 전 기관을 통틀어 가장 비관적이다.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 부진에다 수출 악화, 고용 위축이 겹쳐 있다고 했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무디스의 판단은 맞아떨어진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3개월 계속 감소했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액은 24.8%나 줄었다. 고용 지표는 발표 때마다 최악이라는 꼬리말이 붙어 다닌다. 올 1월 실업자 수는 122만4천 명으로 1월 기준 2000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50대 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은 10년 만에 최대로 감소했다. 30·40 세대 취업자 수는 지난달 전년 대비 30대는 11만5천 명, 40대는 12만8천 명 줄었다. 2월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7.7%, 10.8% 고꾸라졌다.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못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고, 잘사는 사람들은 더 잘살게 됐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국민들의 유일한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원금 5조9천억원을 까먹었다. 2016년 3조원이 넘는 흑자를 냈던 건강보험은 지난해 1천7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요율을 더 올리지 않으면 탄탄하던 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사 역시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국민들 호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더 가벼워질 일만 남았다. 이런데 경제가 긍정적이라 한들 믿을 국민은 없다. 경제 현장은 매일이 전쟁터다.국민은 전쟁터에 던져두고 정부가 들춰 보고 싶은 통계 수치만 들먹이며 남 탓을 한다면 그것은 확증 편향이다. 내 생각이나 신념만 옳다고 여기려는 잘못된 확신은 국민뿐만 아니라 정권도 벼랑 끝으로 내 몬다.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역전됐다. 국민들은 경제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이는 정부가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대통령은 국가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코드에 맞는 악기만 듣고 지휘하려 들면 불협화음이 생기고, 연주는 엉망이 된다. 지금 정부가 그런 모양새다. 연주가 엉망이 되면 이는 연주자 잘못이 아니고 지휘자의 탓이다. 문 대통령이 꼭 알았으면 한다.

2019-03-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송사, 대통령과 그 사람들

"할아버지는 8형제 가운데의 여섯 번째이다…하동 지방에선 8형제 8천 석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내가 태어날 무렵엔 거의 몰락 상태에 있었다…중부(仲父)의 독립운동이 그 원인이었다. 3·1운동에 관여하여 대구 감옥에 수감된 중부를 구출하기 위해…자금을 일본인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빌렸다…변호사 사례금 등 꽤 많은 돈을 백 두락 이상의 토지를 저당 잡히고…속수무책으로 빼앗겼다."소설가 이병주는 1921년 태어나 부자 집안이 몰락한 까닭을 글로 남겼다. 작은아버지를 구하려다 일본인 농간에 말린 사연이다. 돈을 기일에 맞춰 갚으러 갈 때마다 일본인이 자리를 피했고, 결국 기일을 넘겨 땅은 강제 차압됐고 오늘날 공탁제도처럼 달리 길이 없어 땅을 앗긴 사연이다. '그 무렵 일본인들은 그런 술책으로 조선인의 토지를 빼앗은 모양'의 '그 술책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늦었다'.당시 이런 일은 그럴 만했다. 일제가 만든 겹겹의 족쇄 탓이다. '새 법령이 매일 비 오듯이 쏟아진다'는 말과 총독부 기관지 보도처럼 '오늘에 한 법이 나오고 내일에 또 한 법이 나오'니 미처 적응할 틈조차 없던 백성은 그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큰소리를 내도', '솔잎을 긁어도' 죄가 되니 온통 죄인이지만 돈 없으면 변호사는 그림의 떡이고, 그냥 볼기짝 맞는 태형(笞刑)만이 해결이었다.게다가 393명의 변호사 자격인(1932년 기준)도 일본인 173명, 한인 220명이나 한국인조차 통감부와 총독부 판·검사 출신이 122명이었으니 재판은 이미 기운 운동장이었다. 소송에 말린 백성이 몸과 재산을 지키기는 그야말로 독립운동만큼 난제였을 것이다.지금도 소송은 늘 돈 싸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호사 비용을 대느라 자택(95평)을 팔았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택(83평)을 내놓고 거제도 집(25평)은 넘겼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집(43평)을 판 모양이다.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여럿 사람들이 송사로 부동산 매각 등 돈 마련에 나선 소식이다. 이병주의 증언과 다르지만 소송의 재산 손실 결과는 고금이 같은 듯하다. 송사! 돈 없으면 피하고 멀리 하라는 가르침인가, 경책인가?

2019-03-18 06:30:00

[관풍루] 김부겸 행자부장관, 개각 때 장관 출신지를 고등학교로 분류한 것을 두고 '치졸하다'고 일침

○…김부겸 행안부 장관, 개각 때 장관 출신지를 고등학교로 분류한 것을 두고 '치졸하다'고 일침. 전라도 출신 장관 4명→0명으로 만든 잔꾀에 같은 편까지 고개 절레절레.○…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국회에서 '김해 신공항 확장 반대·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동성명. '억지만 부리면 만사형통하리라'는 지역이기주의의 결정판.○… 클럽 '버닝썬'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을 둘러싸고 관심 집중. 여자와 돈, 공권력이 버무려진 섹스 스캔들은 파면 팔수록 구정물만 나오지.

2019-03-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00년 전 그랬듯이

"지금 어떤 사람이 남의 땅을 빼앗았다고 합시다. 빼앗긴 사람이 땅을 다시 찾으려고 한다면, 빼앗은 사람이 도적이오 찾으려는 사람이 도적이오? 찾으려는 사람과 빼앗은 사람이 재판소에 와서 송사를 한다면, 재판관은 장차 누구를 도적이라 하겠소?"(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 2019년)한국의 독립을 외치는 글 서명으로 일제는 1919년 3월 16일(음력) 국법을 어겼다며 유학을 배운 경북 성주의 장석영을 감옥에 가뒀다. 검사가 '죄'를 묻자 그가 '도적'인 일제에 들려준 대답이다. 사실 일제 도적은 주인 노릇이었고 친일파를 뺀 백성은 '짐승보다 못한' 삶이었다.19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호국의 고을답게 대구경북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는 불교 1월 17일, 기독교 2월 22일, 천주교 3월 5일 각각 기념 학술행사를 가졌다. 저마다 만세운동에 나선 교계 사람들의 활동과 용기를 기리고 그날의 함성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대구경북은 여러 종교가 어울려 지내고, 믿음을 위해 목숨조차 버린 흔적과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탠 역사적 자산을 가진 곳이다. 불교의 이차돈 순교, 평등 세상을 바란 동학 최제우의 순도, 천주교 신자들의 희생이 그랬다. 일제 시절엔 여러 종교인들이 뛰어난 독립운동을 펼쳤다.유림도 빠지지 않는다. 137명이 서명한 파리장서운동이 그렇다. 서명자에는 대구경북 사람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 출신은 13명으로 성주(15명) 다음이다. 이처럼 대구의 종교인들은 믿음은 달라도 바라는 독립은 같았던 셈이다.이런 대구경북의 종교 자산은 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해가 엇갈린 사회 갈등을 풀고 종교 간 화합으로 이을 고리가 됨직하다. 이를 엮어 또 다른 힘으로 바꾸는 일은 '도적'을 쫓고 '주인'이 된 오늘의 우리들 몫이다. 정치적으로 어두운 요즘, 이런 역사적 자산을 잘 쓰는 지혜가 기다려지는 대구경북이다.

2019-03-1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관치 미학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TV 프로에서 한 외국인 출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을 둘러보고 느낀 첫인상을 그는 '거칠다'고 표현했다. 맥락상 고층빌딩 등 건축물에서 자연미나 세련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로 들렸다.그가 사는 북유럽 도시의 공간 구성과 미학이 서울과는 차별되고 생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 아름다움과 개성이 결여된 우리의 건축 감각에 대한 솔직한 평가라는 점에서 한국적 공간 건축에 대한 해석과 표현, 디테일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개인적으로 지방 소도시 중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무주군이다. 우선 덕유산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주 곳곳에 들어선 공공건축물이 제시하는 여유로움과 정결한 소읍 풍경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무주 나들이만도 10여 차례가 넘는다.무주는 6개 읍면에 인구 2만4천 명의 작은 농촌 지역이다. 대구로 치면 동(洞) 인구 규모와 비슷하다. 그런 무주가 공공건축의 실험장이 된 것은 2001년 무렵으로 건축가 정기용이 '작은 사회운동'으로 평가한 '무주 프로젝트'가 배경이다. '진도리 마을회관'을 처음 설계하고 완성하면서 마을과 사람과의 관계 재편 등 새로운 공간 해석에 골몰했다.정기용은 한 보고서에서 '무주 프로젝트는 고통스러운 노동과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고통의 결실은 컸다. 공공건축과 디자인의 힘이다. 단순히 멋이 아니라 사람이 주체가 되는 공간, 그런 철학을 반영한 건축의 중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사람이 중심에 서는 도시공간 재창조를 모토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영주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서울시가 최근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 구획과 층수, 디자인 등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허가를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건축물에까지 도시계획 결정권을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도시 경관의 관치(官治) 우려가 불거지며 논란이 거세다. '성냥갑' 오명을 벗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자고나면 불쑥 솟아오르는 대구시내 '닭장' 아파트 단지들을 보면서 문득 대구의 도시공간 전략이 궁금해진다.

2019-03-15 06:30:00

[관풍루] 한국당 황교안 대표, 14일 취업자 26만여명 증가 고용 동향에 "대한민국이 알바천국"이라 주장

○…황교안 한국당 대표, 14일 취업자 26만여 명 증가 고용 동향에 "대한민국이 알바 천국"이라 주장. 정부, "그럼 알바 지옥 만들란 말이오? 그래도 지옥보다 천국이 낫지!"○…국방부 장관, 14일 "연예인·특정 신분의 차별적인 특별대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 국민, 설마 대한민국 군대 이야기는 아니겠지요?○…대구은행 전 행장 3명, 대구 수성구청 펀드 보전 사건으로 13일 동시 법정 등장. 손실 소액 투자자들, '큰손'은 비호하고 '조막손'은 외면했으니 사필귀정이지.

2019-03-15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다시 읽게 된 취임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읽게 된 건 13일 날아든 부산발(發) '여권의 동남권 관문공항 적극 지원 약속' 소식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부산을 찾아 "수도권 일극 체제를 양극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남북 평화시대에 인천공항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므로 부산·울산·경남에서 힘을 모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비공개 협의회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의제로 꺼내며 김해공항 확장안의 국무총리실 이관 재검토 지원 등의 약속도 있었다고 한다.부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부울경 검증단의 결과가 발표되면, 김해 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결정한 국토부보다 총리실을 주관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후속 조치 등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며 총리실 검증 이후까지 민주당의 지원 사실을 부각했다.국토부가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스스로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니 총리실이 이를 맡아 정책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요지다. '총리실 검증 논의'로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불을 지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꼭 한 달 만에 민주당이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은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 때 부산경남(PK)에서 압승하기 위한 계산된 카드로 보인다.PK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정치 인생을 건 곳이자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PK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근 자유한국당에 역전당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PK에서 밀리면 내년 총선이나 2022년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니 대형 국책 결정을 뒤집어서라도 지지를 받겠다는 심산인 셈이다.대통령과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프로세스는 정국의 시계를 '갈등의 시대'로 되돌려 놓을 만하다. 5개 시도의 합의로 외국 전문업체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국책 사업을 뒤집어서라도 '잇속'을 챙기겠다는 발상은 '갈등' '분열'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대구공항 이전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부지 확정도 못 했다. 이럴 때 나온 대통령여당의 가덕도 힘 싣기는 대구경북(TK)을 '패싱', '홀대'하다 못해 아예 지도에서 오려내겠다는 것을 공고히 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지지 세력만 챙기겠다는 분열의 정치를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정략적인 TK-PK '갈라치기'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약속 또한 어기는 행보다.지난 8일 단행한 개각은 '지역 편중' '코드 인사' 'TK 배제'가 키워드였다. 내년 총선 출마자 땜질용이라는 비판도 있다."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탕평 인사 원칙 역시 취임사의 미사여구(美辭麗句)였는지.

2019-03-14 17:27:47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권위주의자의 시대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년 작)에는 지능이 떨어지고 달리기밖에 할 줄 모르는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포레스트가 성장하면서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큰 사건에 연관되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화면 곳곳에 비유와 풍자가 가득 들어 있다.포레스트가 군에서 제대해 첫사랑 제니와 만났는데, 제니는 남자친구 웨슬리를 데리고 나온다. 웨슬리는 버클리 대학의 SDS(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 리더로 진보적인 학생운동가였다. 웨슬리는 포레스트를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살인자'라고 모욕하더니만, 제니와 말다툼을 하다가 제니의 뺨을 세게 때린다. 웨슬리가 다음 날 제니에게 사과하면서 내뱉은 말이 압권이다. "미안해, 때릴 맘이 없었던 것은 알잖아. 이게 다 망할 놈의 월남전과 정권 때문이야!"권위 의식에 물든 진보주의자는 어디에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조차 남 탓이나 정치적 음모로 여긴다. 지난해 말 김포공항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달라는 24세 직원에게 갑질을 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범주다. 김 의원은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경력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진보 정치인이다. 이 사실이 보도되고도 며칠 동안 사과조차 하지 않고 버텼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이러했다.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의 일환이다'.요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연설한 것을 두고 난리다. 이 발언이 대통령을 폄하한 점에서 지나친 것은 분명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의 반응이다.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흥분했고,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탈권위, 탈독재를 외쳤던 이 대표의 행동치고는 참으로 유치찬란하다. 발언이 옳든, 그르든 간에 남의 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권위주의의 최고봉이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가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2019-03-14 06:30:00

[관풍루] 대구시, 강정고령보 수문 완전개방 때 식수난 대책비 1천200억원 필요 분석

○…대구시, 강정고령보 수문 완전 개방 때 식수난 대책비 1천200억원 필요 분석. 정부, 토목공사 벌여 일자리 만들고 대신 하늘에 기우제 지내면 되겠군.○…권익위, 승리의 성 접대 의혹 관련 자료 요청한 경찰 아닌 대검에 전달. 국민, 경찰 못 믿겠다는 정부 기관의 양심 고백 같은데 과연 검찰은 어떨지!○…민주당, 14일 '한반도 새 100년위원회' 출범시키며 자문기구 '국민 100년위원회' 설치. 김정은, 50년 집권 외치더니 설마 저처럼 3대 세습 계획은 아니죠?

2019-03-14 06:30:00

이상헌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저 꽃들이 지고 나면…

'不是看花卽索死(불시간화즉색사·꽃을 보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라) 只恐花盡老相催(지공화진노상최·꽃이 다 지면 늙음이 재촉할까 두려울 뿐) 繁枝容易紛紛落(번지용이분분락·꽃 무성한 가지는 쉽게 분분히 떨어져 내리니) 嫩葉商量細細開(눈엽상량세세개·여린 꽃잎이여, 상의해서 부디 천천히 피려무나)'.봄을 노래한 시 한 수 읊어보자.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가 761년에 지은 연작 칠언절구(七言絶句) '강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다'(江畔獨步尋花) 제7수다. 밝은 느낌은 그리 없다.당시 그의 나이 쉰은 요즘 50과 천년 세월만큼이나 차이가 클 테다. 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은 매한가지 슬픈 일이다. 쉬이 질 봄꽃을 바라보며 즐겁기만 하다면 아직 청춘이라 해야 할까, 철부지라 해야 할까?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가 피자마자 소소리바람에 떨어진 봄꽃 처지다. 꽃샘추위 기세에 밀려 얼어붙은 꽃봉오리 신세인지도 모른다. 연일 쏟아지는 암울 일색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경착륙이 우려된다.우리는 투자 악화, 고용 침체, 양극화 심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성장은 투자 및 세계 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다. 가계 부채 비율은 증가하고 있고, 부정적인 인구 변화와 생산성 증가 둔화가 향후 전망을 저해한다"고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기관의 쓴소리라 그런지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한때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았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세계경제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한국을 '넥스트 11'에 포함시켰다. 2020년 1인당 소득이 4만6천860달러에 이르러 캐나다, 이탈리아를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장밋빛 전망대로는 아니지만 국내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골드만삭스가 14년 전 예측했던 4만달러 돌파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란 자조가 팽배하다.최근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며 또다시 '데스 크로스'를 이룬 건 당연한 일이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데 곳간이 비어가니 박수쳐줄 리 만무하다. 내년 총선 결과는 보나 마나란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1편이 망했는데 속편이 제작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 했다.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 여당에도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2벤처 붐 확산, 대규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수소 경제를 외치며 부산을 떨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말한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리액션은 기대 난망이다.2009년 1월 새떼와의 충돌로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여객기 사고 실화를 다룬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탑승객 전원을 구한 뒤 "We did our job"(우리는 제 할 일을 했어)이라고 말한다. 신년사에서 국가는 평범한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친 뒤 그런 멋진 한마디를 남기길 바란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9-03-14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조선(造船)의 운명

기원전 480년 그리스 함대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왕이 이끄는 대전함을 무찔렀다. 그렇게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그리스는 황금기를 구가한다. 당시 집정관이었던 테미스토클레스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하고 전함을 구축해 전투를 지휘한 결과였다.1592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한산도에서 학익진을 펼치며 일본 함대와 싸워 대승을 거뒀다. 임진왜란의 전세를 크게 바꿔 놓은 이 대첩에 등장한 전함이 거북선이었다. 1805년 넬슨 제독의 영국 함대는 나폴레옹의 전선을 트라팔가 해전에서 물리쳤다. 나폴레옹의 날개를 꺾은 싸움이었다. 이때 활약한 주력 전함이 98개의 대포로 무장한 테메레르호이다.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해전과 그 승전의 배경에는 해군력을 뒷받침한 조선술(造船術)이 있었다. 서양의 조선술과 항해술은 신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를 건설했다. 해양력을 상실한 동양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중국은 명나라 때 인도양을 거쳐 이슬람권에까지 이른 정화의 대원정 이후 바다를 외면하고 말았다. 한반도의 백제가 해양세력을 구축하고, 통일신라의 장보고가 해상왕국을 건설한 것도 조선술이 바탕이 되었다.거북선도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닐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조선(造船)의 DNA가 흐르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그것이 무역 대국 대한민국을 견인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조선업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수주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친다는 빅뉴스도 들린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면서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과 고품질의 후판(厚板)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철강 업체도 있어야 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자재 업체의 지원과 창의적인 엔지니어들의 손재주가 필요한 종합예술이다.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국과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일본 조선업을 누르고 다시 조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2019-03-13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미세먼지 해결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 제안 적극 수용 지시

○…문재인 대통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미세먼지 해결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 제안 적극 수용 지시.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다음엔 공론위원회 만들겠군!○…외교부,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에 '북측의 현명한 선택' 촉구. 김정은 국무위원장, "글쎄, 내 멋대로 해도 별로 할 말 없을걸."○…주한 미군, 지난달 사드 부지 사업계획서 정부 제출로 세부 실무협의. 성주 주민, 미군에는 득달같이 하면서 성주 지원 약속은 하(何) 세월이니 우린 뭐지요?

2019-03-13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조합장 선거, 조용한만큼 깨끗할까

조용해서 더 불안하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 선거가 치러지는데,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지난달 말 후보자 등록을 받기 전부터 '돈 선거' 얘기도 나왔고, 적발 사례도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했다.조합원 28명에게 현금 1천290만원을 뿌린 혐의로 한 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등 2명이 구속됐고, 한 농협 조합장 후보자의 장모는 사위의 출마 사실을 알리고 지지를 부탁하면서 조합원 10명에게 30만원씩 300만원을 돌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한 조합원이 선관위에 자수하면서 금품 살포가 밝혀졌고, 선관위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자수 권유와 탐문 조사에 나서자 나머지 9명도 차례로 자수했다.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넘쳐난다. 하기야 전국 1천344곳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런 불·탈법이야 예상 못 했던 바도 아니다. 경북 180개 조합(농협 148곳, 수협 9곳, 산림조합 23곳)과 대구 26개 조합(농협 25곳, 산림조합 1곳)도 오늘 새 조합장을 뽑는다.그런데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4년 전인 2015년 치러진 제1회 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시만 해도 첫 동시조합장선거였던 탓에 세간의 관심도 매우 컸다. 그 때문에 얼핏 시시콜콜해 보이는 일들까지 이면을 들추고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이 적잖았다. 그 배경에는 이전투구식 내부 고발이 한몫했다.조합장 선거는 예비 후보자를 뽑거나 후보자 토론회를 여는 등의 예열 기간이 아예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워낙 짧은 데다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없다. 조합 내부 사람이 아니면 유권자가 누구인지, 후보로 나선 사람이 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인지도 모를 정도다.조합장의 성추문, 공금 횡령, 조합 판매상품 입점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직원 채용 및 승진을 둘러싼 인사 청탁 등을 내부 고발 없이는 알 수 없다. 기존 조합장뿐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조합 이사나 주요 보직자들이 출마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부 직원들만큼 훤히 아는 사람도 없다.그런데 올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는 이런 내부 고발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선관위나 검·경이 발표한 선거사범 통계치를 보면, 지난 선거보다 금전 살포 등 불·탈법 사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어두운 면을 들춰봐야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보니 결국 용기 낸 사람만 찍혀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은 아닐까. 워낙에 기존 조합장들이 유리한 선거판이다보니 괜스레 파열음을 냈다가 자기 자리 보전도 힘들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돈, 식사, 물품 등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 최고액은 3억원이다. 2015년 제1회 동시선거 때에는 83명에게 4억9천800만원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리고 제1회 선거 당선인 중 52명이 위법행위로 당선 무효 처리됐다.부디 이번 선거에선 당선 무효 처리가 적게 나오기 바란다. 그런데 사법 처리 당선인이 적어졌다고 해서 과연 선거가 그만큼 깨끗했다고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9-03-13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들의 비극

영화 '벤허'에 나왔듯이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황제가 있는 곳까지 행진했다. 개선식에서 장군을 뒤따르며 노예가 계속 외친 말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의역하면 '너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잊지 마라'는 뜻이다. 전쟁에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교만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23년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며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떠올랐다. 제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들은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또 나왔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거지 및 접견·통신 제한을 받아 '자택구금' 신세다.유일하게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옥중에 있다. 탄핵 2년째인 10일 지지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속 재판 기간이 끝나거나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들이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부하에 의해 시해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독재 집권을 하다 4·19혁명으로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청와대 본관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보면서 현직 대통령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나간 대통령들의 영광만 기억했을 뿐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은 돌아보지 않았지 싶다. 그랬다면 대통령들의 비극은 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메멘토 모리'를 외쳐줄 수도 없고, 역대 대통령들의 비참한 순간을 청와대에 초상화로 남겨둘 수도 없고…. 대통령들의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마음이 무겁다.

2019-03-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트럼프, 칠곡 비무장지대(DMZ) 비애(悲哀) 아시나요?

'한국은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국에 양여하고, 일본국은 이 양여를 수락하고 한국의 병합을 승낙한다.' '한국은 미국의 육·해·공군의 한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앞은 1910년 8월 22일, 일본의 강압으로 억지로 맺은 한일합방조약으로 나라를 주고받는 내용의 조항이다. 뒤는 1953년 10월 1일, 미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가운데 우리 땅에 미군을 둘 권한을 다룬 내용이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나라도, 땅도 우리 것이지만 주니까(양여·허여) 두 나라가 받는 듯한 겉모양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삶터인 공간과 땅이 그들 차지가 된 사실이 그렇다. 이런 치욕과 굴욕의 조약이 이뤄진 까닭도 같다. 외침(外侵)과 우리 실정(失政)으로 힘을 잃은 탓이다.그리고 두 조약의 체결 배경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다. 앞은 '테디'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과 1905년 몰래 맺은 미일밀약의 결과물이다. 한미방위조약은 일제 35년간 식민 잔재가 낳은 1950년 한국전쟁의 부산물로 생긴 족쇄다.방위조약 이후 우리는 그 족쇄로 전국이 신음이다. 미군 주둔에 따른 숱한 민원, 규제 불만, 후유증 호소가 차고 넘쳐서다. 행정안전부가 2008년부터 관리, 지원하는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즉 13개 시·도, 66개 시·군·구, 338개 읍·면·동 주민이 바로 그 피해자들이다.전국 89곳(2016년)의 미군 기지 가운데 대구는 5곳, 경북은 10개 시·군 54개 읍·면·동에 4곳 미군 부대가 있는데, 경북은 경기도 다음으로 넓다. 특히 경북 1위인 칠곡 미군 기지는 그 면적만도 약 330만㎡(100만 평)로 군청 소재지 왜관읍 중심지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고 드넓다.1959년 공사, 이듬해 부대 배치로 왜관 도심 알짜배기 땅을 깔고 앉은 탓에 칠곡 발전 저해와 주민 불편, 불만은 마땅하다. 미군 주둔 주변은 많게는 10개쯤 규제가 겹치니 피해도 숱하다. 칠곡군이 매년 감수해야만 하는 64억원 지방세 감소, 1천억원 넘는 기회비용 부담도 그렇다.또한 미군의 초교생 성폭행, 고엽제 매립 소동, 부대 창고 폭발, 한밤 사이렌 오작동 소동 등으로 칠곡 지역 사회 불안도 여럿이다. 부대 기지 이후로 옛 농지와 삶터를 잃은 한 마을은 마치 휴전선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삶이다. 부대 너머 있는 논밭 농사는 미군 허락 때만 철조망 따라 네 철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이는 미군의 배려(?) 덕분이기도 하다. 불과 200~300m 철조망 농로를 막으면 위험한 찻길 수㎞를 목숨 걸고 빙 둘러 다닐 판이다. 그런데 부대는 갈수록 일일 허용 시간을 줄여 올해는 12시간뿐이다. 농민은 해가 좀 더 하늘에 머물거나 미군의 허용시간 연장을 바랄 뿐이다.이런 농민과 칠곡의 가려진 손실과 고통은 잴 수 없다. 그래도 지금껏 참고 견딘 까닭은 국가 안보와 혈맹(血盟)으로 맺은 두 나라를 위해서였다. 이런 사정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막무가내다. 북핵 협상과 남북 관계를 업고 미군 철수, 안보무임승차론 등으로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늘리라고 떼를 쓰니 말이다.비록 정부가 주민 피해를 위해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로 흉내에 그치고 끝없는 희생만 요구할 뿐이다. 미군 부대 주변 한인이여! 이 비애, 어찌하리오?

2019-03-11 19:39:01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비핵화의 정의(定義)

미국의 군사전략가 버나드 브로디는 1946년 핵무기를 "절대무기"(absolute weapon)라고 했다. 핵무기의 위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극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핵무기의 '절대성'은 이런 의미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래식 무기처럼 양이 많고 위력이 클수록 우위에 서는 '상대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도 '절대적'이다.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침발라는 이런 핵무기의 절대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매우 작은 핵무기라도 목표물을 뚫을 수 있고 그 목표물이 아주 정밀하게 설정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극단적으로 단 한 발만 적국의 인구 밀집 지역에 명중시킬 능력만이 있어도 핵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이다.프랑스와 영국의 핵무장은 이런 '절대성'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어차피 소련의 핵전력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소련을 멸망시키지는 못해도 고통을 줄 정도의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른바 '모스크바 기준'은 이런 전략 개념을 잘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스크바 하나는 확실하게 파괴할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뜻이다. 영국이 선제 핵공격에 가장 생존성이 뛰어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만 남기고 나머지 핵전력은 모두 포기한 이유다.('전쟁의 경제학' 권오상)이런 사실은 무엇이 '북한 비핵화'인지 분명히 정의(定義)하게 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과거·현재·미래를 통틀어 핵탄두·핵물질·핵시설을 포함한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의 폐기이다. 지금까지 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비핵화를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명시한 2005년 6자 회담 '9·19 공동성명'이다.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비핵화의 본래적 정의는 물론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비핵화할 뜻이 없다는 소리다. 더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평스러운 인식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전역에 널린 핵시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란 말뜻부터 다시 공부하기 바란다.

2019-03-1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송영길 의원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보다 석탄·LNG발전 먼저 중단해야" 소신 발언

○…민주당 송영길 의원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보다 석탄·LNG발전 먼저 중단해야" 소신 발언. 정책에 문제 있으면 바로잡으라고 말하는 게 국민 대표의 소임.○…홍남기 경제부총리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 발언에 월급쟁이들 "사실상 증세" 반발. 이제는 유리지갑을 넘어 '빈 지갑' 만들겠다는 그런 뜻?○…대구FC, 신축 개장한 홈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누르고 의미 있는 승전 기록. 새집에다 관중도 늘었으니 좋은 성적 쭉~ 이어갈 일만 남았네.

2019-03-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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