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구미 여아 사망’ 사건에 대한 불편한 마음

지난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구미가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2월 10일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 파장 때문이다. 당초 아이 엄마는 재혼하면서 전 남편의 아이를 빈집에 두고 이사간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어졌다. 유전자(DNA) 검사에서 사망한 아이의 친모가 외할머니로 밝혀진 것. 딸과 친정엄마가 비슷한 시기에 혼외 출산을 하고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두 모녀가 낳은 아이 한 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은 행방을 모른다.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 또한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 착수 두 달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모두 4차례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 관계가 확인됐음에도, 죽은 아이의 친모는 "출산 사실이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모르쇠'에 수사 당국은 무기력한 모습이다. 구미경찰서와 경북경찰청의 수사력을 동원하고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막장 불륜과 함께 아이 바꿔치기 후 방치·살해 가능성 등 스릴러 요소까지 다 갖춘 엽기적 사건이라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전국의 매체들이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여과 없이 쏟아진다. 한 매체가 특정 사실이나 의혹을 전하면 진위와 관계 없이 줄줄이 따라 쓰는 양상이다. 단서 하나에 기자의 추리력과 상상력이 더해져 어느 기사가 맞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혼란과 의혹 증폭 보도엔 경찰 당국이 한몫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브리핑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지난달 18일 구미경찰서가 사망 아이 친모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 유기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다. 이후 수사 전개에 대해서는 브리핑 없이 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이 전국 기자의 취재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아이가 죽었고 한 명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중대 사건을 공개 수사로 전환하지도 않으면서 수사 내용은 언론에 찔끔 흘리는 식의 대응은 경찰 수사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수사 상황이 릴레이 중계로 알려지다 보니 피의자 가족 측에서도 적절한 매체를 통해 '짜맞추기 수사'라는 논리로 맞서는 언론 플레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일 검찰이 친모를 기소하고, 재판을 거쳐야 하지만, 결국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지역에서 발생한 첫 중요 사건에서 체면을 구겼다. 수사 상황 공개에 대해서도 매끄럽지 못했다. 중간중간 브리핑을 해서 혼란을 막든지, 아니면 끝까지 보안을 유지하면서 물증을 확보했어야 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구미시의 대응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엔 '어떤 막장 드라마도 따라올 수 없다'며 구미에 대한 조롱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한다. 젊은 층은 아이 키우기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앞서 모녀 투신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아동친화도시를 내세우는 구미시는 정작 태연하다. 대책이라고는 원룸 밀집 지역 6개 동장,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등이 모여 취약계층 발굴·보호 간담회 개최가 전부였다. 실질적인 아이 안전 정책을 내놓아야 했다. 의료기관 및 조산원의 출산 신고를 의무화하고 보육, 취학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아이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구미형 아동 친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대구가 상인동 가스 폭발, 지하철 방화 참사 등을 겪으면서 씌워진 '고담 대구'라는 이미지는 아직도 잊힐 만하면 등장한다. 구미도 자칫하면 '엽기 도시'라는 오명(汚名)이 유령처럼 떠다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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