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가덕도, 정치에 무릎꿇은 정책

지난 2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현장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 경선대회를 마치고 이낙연 대표와 김영춘 예비후보가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현장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 경선대회를 마치고 이낙연 대표와 김영춘 예비후보가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국토교통부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동남권 허브공항의 대안으로 5년간 검토해 온 김해신공항 건설을 폐기하고,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거센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향후 법적, 행정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도 '가덕도 카드'를 오는 4·7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득표를 겨냥한 꽃놀이패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 카드는 거꾸로 현 정권과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지도 모르겠다. 불탈법·특혜 시비로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환경 훼손,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 등을 수차례 지적하며 가덕도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상황 변화에 대한 어떠한 논리나 설명도 없이 정치권의 힘에 밀려 국책사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가덕도 불가 논리를 고수하다 가덕도신공항 본격 추진을 내세우며 자가당착에 빠진 국토부의 입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토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해신공항 전략환경평가 용역을 비롯해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즉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대신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동남권신공항 계획의 경우 김해신공항에서 가덕도신공항으로 대체된다는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입지평가점수에서 꼴찌를 받은 가덕도신공항을 김해신공항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대형 국책사업이 제대로 된 정책적 판단 없이 정치에 놀아난 꼴이다.

지난달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특혜법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이번 결정을 특별법에 의한 것이라고 둘러대더라도 그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정치권에 휘둘린 국토부는 한 발 더 나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가속도를 낼 모양새다.

특별법을 빌미로 예비타당성조사는 아예 거치지 않는다. 서둘러 용역 발주 절차를 마치고 5월 안에 사전타당성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해서 내년 3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복안이다.

여당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울경 시도민들에게 또다시 가덕도 카드를 내밀기에 안성맞춤인 추진 일정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 방향이 정권에 따라, 정당에 따라 수시로 뒤집힌다면 국민들이 도대체 어떤 정책을 믿고 따르겠나.

가덕도신공항 추진이 정책적 판단은 내팽개쳐진 채 오로지 정부 여당의 정치적 고려만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행정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따져 봐야 하겠다. 특혜성이 농후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위헌 여부가 우선 가려져야 한다. 여기에다 김해신공항 추진과 폐기 과정, 가덕도신공항 추진 절차 및 결정의 행정·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도 불가피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은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정치적 판단으로 밀어붙인 끝에 수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은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되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부당성이 제대로 규명되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라야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로 갈 수 있다.

정부 여당은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당장에는 지역 표심을 얻는 달콤한 사탕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망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하루빨리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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