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백에서 만나자"

197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 외관(사진 왼쪽), 7월 영업을 중단하는 대구백화점 본점.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97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 외관(사진 왼쪽), 7월 영업을 중단하는 대구백화점 본점.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상준 경제부장 이상준 경제부장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질 위기다. 오는 7월 1일, 1969년 개점 이후 52년 만에 영업을 중단하는 '대백'(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얘기다.

30대 이상 대구 사람들에게 대백은 장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매일신문이 29일 보도한 '"대백에서 만나자" 동성로 대구백화점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기사에는 대백을 추억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대백에서 보자' 추억이 생각나 코끝이 찡합니다" "대백 정문 말고 남문에서 보자. 참 그리운 말이 되었네요" "추억의 대구백화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돌이켜보면 지난 십수 년간 대구 도심을 지탱해 왔던 향토 상권이 하나둘 고사하면서 그 속에 녹아 있던 추억, 땀과 문화도 함께 사라져 갔다.

지역 서점 '제일서적', 지역 극장 '아카데미·만경관', 지역 백화점 '동아백화점' 등이 차례로 문을 닫거나 대기업에 팔렸다.

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를 둔 유통 대기업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도심 상권을 점령하면서 토종 업체의 생존 기반이 무너진 결과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대구백화점마저 결국 본점 영업 중단을 결정하고, 앞으로 대백프라자 하나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즈음에서 '지역 사랑, 지역 소비'라는 화두를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돈이 지역 투자와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유통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현실 , 이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가?

'지역 사랑, 지역 소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 상권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발 비대면 유통 혁명이 지역 상권에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오면서 지역 경제 주체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 기업이 생산하고 지역 상인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구시가 도입한 '지역화폐'(대구 행복페이)는 '착한 소비'의 진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출시 4개월여 만에 조기 소진되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한 해 행복페이가 생산유발효과 3천582억 원, 부가가치 효과 1천870억 원을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지역화폐 등 착한 소비 운동이 향토 기업 장수(長壽)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은 대구백화점 유통 60년사에는 "긴 세월 동안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기에 역사의 값어치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는 글귀가 있다.

대구백화점 등 향토 장수 기업은 오랜 기간 지역의 우수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에서 이뤄낸 이윤을 지역에 재투자하며 지역 경제를 묵묵히 떠받쳐 왔다.

앞으로 대구백화점이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업종 전환, 매각, 폐점 등 7월 1일 영업 중단 이후 본점의 운명 또한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대백이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매일신문 기사 댓글에는 대백을 추억하는 글 못지않게 "끝까지 살아남아 대구의 상징이 됐음 좋겠네요" "대백프라자만은 대구인들이 살리자" 등 응원글이 이어졌다.

"대백에서 만나자", 향토 기업의 추억과 가치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그다음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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