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정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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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빚 독촉에 쫓기며 사는 40대 평범남에게 황당한 소송장이 날아든다. 20년 전 철부지 때 기증한 자신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생물학적 자녀'들이 소송 당사자들이다. 그렇게 태어난 자녀가 533명이나 되고 그중 130여 명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겠다고 나서면서 남성의 고민은 깊어진다.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 미국 영화 '딜리버리 맨'(2013)의 내용이다. 영화에서처럼 외국에서는 정자 기증자의 신상 보호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과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정자 기증자는 생물학적 자녀에 대한 법적·재정적 책임이 없지만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신의 신상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일본도 정자 기증이 활발한 편인데,

반면, 우리나라는 정자 기증에 대한 통념이 엄한 편이다. 정자 기증 임신이 불법은 아니지만 정자의 상업적 거래는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공공 정자은행이 없는 나라이다. 민간 병원에서 운영하는 정자은행이 몇 곳 있을 뿐이다.

방송인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발적 비혼모가 사회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 공동체 구성에 대한 통념도 서서히 바뀌고 있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한지라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유연해지고 있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자녀를 원하는 여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련 사회적 법규도 손질할 필요가 높아졌다.

하지만 마냥 박수 칠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비혼모에 대한 편견과 규제는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비혼모를 둔 아이들의 행복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큰 책임을 떠안는다는 말과 같다. 좋은 부모라는 전제 아래, 편부모 슬하보다 양친의 품이 더 좋은 양육 환경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여성에게 결혼이 '인생의 무덤'이 되지 않는 사회, 여성들이 비혼모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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