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판단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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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앞날이 창창한 두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전해졌다. 한 명은 여행 미디어 공유 플랫폼인 '여행에 미치다'의 조준기(30) 대표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학생 A(21) 씨다. 조 씨는 '여행에 미치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A씨는 소위 '디지털 교도소'에 악성 범죄자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여기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통제받지 않는 온라인 심판의 부작용이다. 둘 다 견디기 힘든 악플에 시달렸다. 음란 동영상을 SNS에 올린 조 씨의 행위 및 극단적 선택을 두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저질렀다는 잘못이 고귀한 목숨과 맞바꿀 만큼 악질적이거나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학생 A씨의 경우는 문명사회에 있어서 안 될 린치(lynch·사적 처벌)를 당한 셈이다. 악성 범죄자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 방침이 위태로웠는데 결국 생사람을 잡고 말았다. 단 한 명으로부터도 면전에서 비난을 받으면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인데 온라인 공간에서 공개 망신을 당하고도 정신줄 온전히 붙들어 맬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부처(佛)다.

게다가 폭로된 내용이 허위라면 억울함에 멘탈이 붕괴되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음란 동영상 구매자로 잘못 지목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올라간 한 대학교수는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시달린 나머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 디지털 교도소가 올린 내용이 허위로 드러났지만 그가 받은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오로지 인간만이 '판단'을 한다. 하지만 판단은 양날의 칼이다. 섣부른 판단은 타인을 해친다. 그런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일에 쉽게 격분하고 공격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생각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기질이 온라인 환경을 만나 증폭된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자기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다양성의 꽃이 피어날 수 없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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