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김명수 대법원, 진짜 '판새'가 되고 싶은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관련 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관련 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명될 때부터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우고 차베스 정권의 비정(秕政)에 '법적으로 문제없음'이란 스탬프를 쾅쾅 찍어준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한국 버전을 만들 것이란 우려였다.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곡판아문'(曲判阿文·판결을 구부려 대통령에게 아부함)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면서 베네수엘라 대법원처럼 정권의 사설(私設) 로펌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오욕(汚辱)은 1999년 차베스가 입법·사법·행정부 모두에 대한 탄핵권을 제헌의회에 부여하는 새 헌법안과 부패한 판사를 해임하고 사법부를 개혁한다는 명분의 '사법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시작됐다. 이런 위협에 대법원은 제헌의회가 갖는 모든 권한에 합헌(合憲)이란 허울을 씌워주며 굴종(屈從)했다.

이에 세실리아 소사 대법원장은 "(법원은) 암살을 피하려고 자살을 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이 없다. 법원은 죽었다"고 절규하며 사임했다. 그 말대로 됐다. 두 달 뒤 대법원은 해산됐고 새 대법원이 들어섰다. 대법관들은 살기 위해 차베스에 있는 대로 꼬리를 쳤으나 보람도 없이 '팽'당한 것이다. 이것으로는 안심이 안 됐던지 차베스는 2004년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충직한 '애완견'들을 박아 넣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차베스에 반(反)하는 판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국제법학자위원회(ICJ)는 2017년 '베네수엘라 대법원: 행정부의 도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개탄했다. "행정부를 정치적으로 돕기 위해 대법원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헌법보다 하위 법령을 우선시하며, 헌법 조항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고, 적법절차와 소원(訴願) 시스템을 외면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기능과 행정부 감시 기능을 박탈하고 무효화했다."

ICJ가 김명수 대법원이 하는 꼴을 본다면 똑같은 개탄을 했을 것이다. 전교조 합법 판결이 그렇다. 한마디로 하위 법령을 우선시하는 '해석의 요술'이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는 법외노조'라는 의미가 당연히 포함돼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그게 아니면 무엇이겠나?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이 상위법에 없는데 시행령으로 그렇게 한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법을 창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과연 전교조는 합법노조인가. 대법원은 그렇다고 하지만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절대 아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을 뭉개버린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아니라고 하는데 대법원은 노조라고 하는 사상 초유의 법체계 교란을 국민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석의 요술은 김명수 대법원의 장기다.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니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는 희한한 논리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무죄 방면하고, 검찰의 항소장 부실 기재를 꼬투리 잡아 은수미 성남시장도 살려줬다. 이를 보고 조국, 정경심, 김경수, 유재수는 아마도 빙긋이 웃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를 '판새'(판사 새X)라고 했다. 이번 전교조 합법 판결에 상식을 가진 국민은 정반대의 의미에서 똑같은 소리를 할 것 같다. 맹자(孟子)는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 남이 업신여긴다"(夫人必自侮, 然後人侮之)고 했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이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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