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마사(馬死)의 길 계속 가는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災殃)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Misfortunes never come single'이란 영어 격언도 있다. 여러 재앙들이 한꺼번에 닥쳐와 위기에 빠진 이 나라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수해(水害)로 국민 고통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폭등, 경제난 고통 가중, 나랏빚 폭증, 탈원전 폐해, 구멍 뚫린 안보 등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찾기 어렵다. 총체적 난국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적힌 A4 문서를 줄줄 읽으며 염장을 지르는 대통령에 국민은 절망하고 분노한다. 대통령 리더십 실종이 이 나라에 닥친 또 하나의 재앙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자초(自招)한 재앙들로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그를 감싼 여권, 국정 독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따른 민심(民心) 이반으로 지지율이 3개월 만에 3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199주 만에 미래통합당에 역전당했다. 청와대 수석 몇 명을 갈아 치웠지만 민심은 더 냉랭해질 뿐이다. 총선 압승 불과 넉 달 만에 문 대통령은 집권 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민심의 경고(警告)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역시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해법을 선택했다. 조국 사태 때 써 먹었던 수법을 들고나왔다. 정책 실패 인정, 국민에 대한 사과, 국정 기조 전환이 아닌 정반대 길을 골랐다. "집값 안정" "경제 선방" 등 현실과 괴리된 주장에 야당·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경제 사령탑으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잘못을 인정 않고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이렇게 하면 민심이 돌아올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는 문 대통령의 대단한 착각(錯覺)이다.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민심 이반을 불러온 부동산 문제는 세금·주거비 증가 등 재산과 직결돼 있다. 주택 보유자는 세금 폭탄, 무주택자는 집값 폭등, 전세자는 전세 상승에 분노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재산을 뺏은 사람은 용서 못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정권이 내 호주머니에 손을 대는데 가만히 있을 국민은 없다.

국민의 각성(覺醒)도 빼놓을 수 없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 국회 5분 연설에 국민이 박수를 쳤다. 정권 탄압에도 책무를 다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촛불이 일렁였던 광장에서 '문재인 타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지율 격변과 함께 문 정권 실체를 깨달은 국민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문 대통령은 수해 상징이 된 전남 구례의 '지붕 위의 소'를 두고 "큰 희망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 소는 물에 잠긴 외양간을 빠져나와 헤엄쳐 지붕 위로 피난했다. 헤엄이 서툰 소는 물살에 몸을 맡겨 떠내려가다가 물가에 닿아 목숨을 구한다. 반면 말은 제 헤엄 실력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가다가 지쳐 끝내 익사하고 만다. 여기에서 우생마사(牛生馬死)란 말이 나왔다.

최대 위기에 직면한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힘을 믿고 민심을 거슬러 마사의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우생의 지혜를 깨닫고 그 길을 걷기 바란다. 마사의 운명을 맞는 것은 문 대통령은 물론 이 나라에도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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