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창업도시, 대구의 미래

아스트로젠 사옥 전경.
아스트로젠 사옥 전경.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대구에 이런 숨은 보석 같은 기업이 있다니 놀랍네요."

최근 만난 바이오헬스 분야 모 대구 기업인이 회사를 방문한 중앙 부처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이 기업인은 기자에게 "보석이 한 종류는 아니잖아요. 돌아보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대구에 유망한 기업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 섬유업 등 대구 경제를 지탱했던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대구의 기반 산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쉽게 되겠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부터 약 7개월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대구에 뿌리를 둔 여러 창업기업을 만났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방 도시, 그것도 대구에서 되겠냐'는 편견에 맞서 각자의 신념으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 기업들이 분명 대구에서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 신약 개발 기업 ㈜아스트로젠은 바이오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임상 2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해당 소식을 접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을 보이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세계적 기업이 되길 기원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창업 3년의 대구 기업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지역의 창업 생태계 변화는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스트로젠 외에도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임플란트 등 치과용 기기 제조업체 ㈜덴티스, 대구시 Pre-스타기업으로 선정된 단열재 및 패키징 솔루션 제조기업 에임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표 아기유니콘 ㈜쓰리아이, 영상정보 암호화 전문업체 ㈜우경정보기술 등의 수많은 유망 창업기업이 대구에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구는 앞으로 지식, 정보, 기술산업을 특화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하며 "아직 많은 사람의 눈에 띄진 않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지난 6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취임한 이재일 전 삼성전자 상무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인 C-LAB 액셀러레이팅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를 창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대구는 비교적 창업 인프라가 탄탄하고 창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의 관심도 많아 긍정적인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견해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테크노파크 등 기업 지원사업 담당 기관에 대한 창업기업 관계자들의 좋은 평가도 창업도시 대구의 미래를 그리는 데 중요한 요소다.

"대구에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수의 창업기업 관계자는 "지원기관이 창업기업에 주는 관심과 혜택이 수도권보다 크다. 소통을 더욱 쉽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한 가지 과제는 대구 시민을 비롯한 소비자의 관심이다. 창업기업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지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꾸준히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역민이 응원과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다면, 대구는 역동적인 창업도시로의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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