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로나 오소리와 원숭이

원숭이 꽃신. 인터넷 캡처 원숭이 꽃신. 인터넷 캡처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원숭이골에는 먹을 것이 많다. 봄의 망개와 덩굴딸기, 여름엔 머루와 다래, 가을 잣 등이 풍성했다. 어느 날 오소리가 원숭이에게 오색 꽃신을 그냥 줬다. 처음 어색했던 꽃신은 편하고 걷기도 좋았다. 신이 헤질 때면 또 공짜 신을 받았다. 이러기를 반복했고, 원숭이는 폭신한 신발 없이 맨발로는 아파 걷지도 못했다. 오소리는 잣을 받고 신을 주었고 개수도 늘자 원숭이는 직접 신을 만들려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이윽고 원숭이는 1년 네 켤레 신발 값으로 500개 잣을 달라는 오소리에게 가진 300개를 주고 부족한 잣 대신 오소리 집을 쓸고 개울을 업어 건너기로 했다. 오소리를 업고 내를 건너던 원숭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기어코 스스로 신발을 만들 것을 다짐한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3월 3일 대구에서 세상을 떠난 정휘창 아동문학가가 1968년 펴낸 동화집에 실린 '원숭이 꽃신'의 줄거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여러 차례 소개돼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정 작가가 동화로 어린이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뜻은 분명하다. 공짜를 조심하라고.

실제 우리는 광복 이후 혼란과 한국전쟁의 피해로 미국 원조를 받았다. 특히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쏟아졌고 밀가루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수입 밀가루로 당장의 허기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입맛은 밀가루에 길들여지고 농산물 생산 지도조차 크게 바꿔 놓았다. 값싼 수입 밀가루가 식탁을 점령하면서 우리밀 생산은 사라졌고 미국산 밀가루 수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조짐이 코로나 이후 번지고 있다.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그냥 주자고 결정하고 나서 비슷한 일이 다반사이다. 국가가 앞서고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다퉈 돈 푸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공짜 돈을 맛본 국민도 이젠 언제 또 나오려나 하고 있고, 돈 준 이를 자식보다 나은 효자로 여긴다.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소문에 지급 시기 맞추기에 바쁘다.

코로나 이후 쏟아지는 온갖 공짜 세례와 급조된 일자리 창출에 세금이 마구 헛되이 쓰이면서 눈먼 나랏돈을 타낸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빚어낸 공짜 선물 공세에 대통령부터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이니, 코로나 오소리와 원숭이의 꽃신 놀이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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