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얻어맞고도 꼬리 치는 문 정권의 조현병

문재인 대통령. 자료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자료 사진.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나는 당 중앙을 대신하여 사과합니다. 옌안(延安) 전체가 과오를 범했습니다. 여러분에게 훌륭한 목욕을 시켜줄 의도였지만 약품이 너무 많이 뿌려져 여러분의 예민한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편 사람을 다치게 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들을 때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앙심을 품지 마십시오. 이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싸우러 나갑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장제스(蔣介石)의 토벌에 쫓겨 옌안으로 도망간 뒤 현지에서 벌인 '정풍(整風)운동'(1942~1945)의 희생자들에게 한 말이다. 정풍운동은 말하자면 육체적·정신적 고문을 동원한 '사상의 외과수술'로, 훗날의 '반우파투쟁'(1957~1959)과 '문화대혁명'(1966~1976)의 원형(原型)으로 일컬어진다.

그 희생자는 지독한 후유증을 앓았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확고한 공산주의자로 자부했는데 '반동'으로 몰렸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옌안을 떠나지도 못했다. 전면적 자기부정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남은 길은 아서 쾨슬러의 소설 '한낮의 어둠'의 주인공 루바쇼프처럼 숙청됐음에도 더 철저히 당에 충성하는 것뿐이었다.

이를 위한 미끼가 마오의 '사과'였다. 대성공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청년 당원들은 비애와 안도감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그들을 잔혹하게 학대한 공산 체제를 위해 싸웠고, 그다음에는 중국인민을 고문하는 기계로 작동했다."('새로 쓰는 중국혁명사 1911-1949', 나창주)

북한 김정은이 '4대 군사행동'을 '보류'하겠다고 한 직후 문재인 정권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를 빼다 박았다. "항구적 평화 시대 전환을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수적"이라고 하고, "정전 협정 상태를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며, "유엔 대북 제재 위원들을 만나 제재 일부 완화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하고, "미국이 반대한다고 우리가 (대북 지원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열흘도 안 돼 이런 소리들을 쏟아냈다. 주인에게 얻어맞고도 금방 좋다고 꼬리 치는 충견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남북 관계가 '화해'냐 '긴장'이냐를 결정하는 상수(常數)는 '북핵'이다. 북핵이 존재하는 한 '종전선언'도 '항구적 평화 시대'도 '대북 제재 완화'도 잠꼬대이다. 자명한 사실이고 기본 상식이다. 문 정권 사람들에게는 이런 상식을 찾을 수 없다. 어리석거나 '종북'-기분 나쁘다면 '친북'이라고 해주겠다-이거나.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종전'을 강조하면서도 북핵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장은 사실상 완성됐다. 남은 것은 탐지와 요격이 어려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데 이것의 완성도 임박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은 "비핵화는 개소리"라고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예고한 도발을 '철회'도 아닌 고작 '보류'한다는 김정은의 말에 감읍(感泣)했다는 듯 종전과 평화 체제로 가자고 하는 것은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현병'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단계라는 문 대통령의 주장을 '조현병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을 순화한 표현이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은 나치와 협상을 강요하는 전시 내각 각료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처넣고 어떻게 호랑이와 대화를 하라고 하나!" 문 정권이 바로 그렇게 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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