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新중년 이혼

 

결혼과 이혼.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DB 결혼과 이혼.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DB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 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장석주의 시 '애인'에서 남자는 문밖에서 울고 있는 여자에게 연민과 원망이 교차한다. 백년해로하려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엇갈린 인연에 대한 회한이다. 시린 가슴에 남은 추억만으로는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가수 박강성의 노래 '문밖에 있는 그대'는 좀 더 냉정하다. '마지막 눈길마저 외면하던 사람이/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오늘은 거기서 울지만/ 그렇게 버려둔 내 마음속에 어떻게 사랑이 남아요'라며 아픈 사랑을 이제는 잊자고 울먹인다. 시와 노래에서는 그래도 최소한의 낭만이라도 남아 있다. 현실은 훨씬 더 각박한 듯싶다. 오랜 세월의 동행이 차라리 무색하다.

영국의 어느 노부부가 100세를 2년 앞두고 이혼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숱한 세월의 부부 생활이 일락서산(日落西山) 직전에 파경을 맞은 것이다. 2000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열정적 키스를 선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 부부도 40년의 동행을 황혼이혼으로 마감했다. 올봄에는 가수 혜은이(65)가 30년 부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더 늦은 나이에 동반자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결혼 60주년이 되는 회혼례(回婚禮)를 귀하게 여겼다. 그런데 100세 장수 시대를 맞은 오늘날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워졌다. 역설이다. 이제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란 말도 사라질 모양이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젊은 시절 3, 4년 함께한 부부보다 30~40년 동행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0~64세 신중년 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혼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280여 건에 불과했던 실제 이혼 건수도 1천340건으로 늘어났다. 월간 샘터에 소설 '가족'을 오랜 세월 연재했던 작가 최인호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공동체"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이 또한 허사(虛辭)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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