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야당생활!

정욱진 정치부장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 세미나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 세미나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욱진 정치부장 정욱진 정치부장

지난 15일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의 미래통합당, 무소속, 비례대표 당선인 26명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당선을 축하하고 상생과 지역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귀결된 지난 총선 결과 때문이다.

행사 시작부터 당선이라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 왜 보수 야당이 이렇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한 중진 당선인은 "추상같은 꾸짖음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번엔 보수를 위해 울면서 미래통합당을 찍었지만, 이런 식이면 2년 뒤, 4년 뒤엔 떠나겠다'는 유권자를 만났다"며 솔직히 고백하는 당선인들도 있었다.

총선 직후 통합당 한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의 보수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야당이란 건 이미 심판받은 상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심판 대상은 권력을 가진 여당이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 심판론이란 게 나왔고, 거기에 국민 절반이 공감했다. 이건 야당이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1979년 이후 18년 만에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 영국 노동당과 통합당을 비교했다. 1979년의 노동당과 지금의 통합당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1900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며 만들어진 노동당은 1920년대에 자유당을 제치고 양대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70년대까지 보수당과 정권을 주고받던 노동당은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에 패배한 뒤 선거에서 연달아 져서 만년 야당이 됐다.

오랜 야당 생활과 내분으로 지쳐 있던 1994년 당권을 장악한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새 노동당'(New Labor)이라는 기치 아래 노동당의 상징이던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를 폐지하는 등 당을 완전히 개조했다. 그리고 3년 뒤 총선에서 '새로운 영국'(New Britain)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압승했다.

이런 성공적 변신의 배후에는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주창한 기든스 교수가 있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념적 노력을 통해 노동당은 핵심 지지 세력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영국 중도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강 교수는 1900년대 후반 절치부심과 환골탈태를 이뤄냈던 영국 노동당의 경험을 통합당에 제시한 것이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한 보수 인사는 "2년 뒤 대선에선 상황이 확 바뀔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정당 득표율만 따지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로 비슷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그는 또 "대선 때까지 경제는 더 어려워질 테고, 번듯한 대선 후보를 내세우면 돌아선 20~50세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웃고 넘겼지만, 진보·좌파가 지난 20년간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어떤 혁신과 몸부림을 쳤는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말로 들렸다.

통합당 당선인들이 혹여 이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2년 뒤는 물론 4년 뒤 또 '추상같은 꾸짖음'을 들을지도 모른다.

지금 보수 우파 정치 세력에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 논란'이나 '지역·정서의 갈등'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가슴속에 뿌리 깊이 박힌 '비호감'을 떨쳐 내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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