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국민을 빚더미에 앉힌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이번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그리고 경제 실패로 세수 손실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15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메르스 추경 편성을 요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었다. 이젠 문 정부가 11조7천억원+α의 대규모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최소 10조3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적자 추경이다. 문 대통령이 던졌던 말이 4년여 만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랏빚을 내는 데 거침이 없다. 지난해 정부 예산을 9.5% 증액했고 올해 또 이보다 9.3% 늘렸다. 2017년 401조원이던 예산이 올해 512조원까지 치솟았다. 예산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4~5배 웃돈다. '일자리' '보편적 복지' 같은 정책 실패를 세금을 풀어 해결하려 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쓸 데는 많으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올 예산 중 빚이 60조2천억원이다. 지난해 연말엔 불용 예산을 남기지 말라고 각 부처를 닦달하기까지 했다.

예산을 허투루 쓰면 정작 필요할 때 돈이 없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금이 그렇다. 진작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해 지금 같은 때 쓰면 됐을 터인데 대규모 적자 추경이 불가피하다. 또 빚으로 때워야 한다. 메르스 추경을 편성했던 2015년 591조원이던 국채가 추경을 더하면 815조원으로 늘어난다.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60조원이던 나랏빚이 3년 만에 150조원 더 늘었다.

국채가 급격히 늘면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는 불문율처럼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이를 언급했던 이 역시 문 대통령 자신이다. 4년 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국가채무비율 40%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 했다. 2017년 34.2%던 이 비율은 추경을 반영하면 올해 41.2%로 치솟는다. 대통령은 이를 허물면서도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세금이라도 잘 걷히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다. 3년을 지속한 경제 추락은 세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해 세수는 정부 목표보다 1조3천억원 줄었다. 올해는 더하다. 1월 세수만 지난해보다 6천억원이 줄었다. 코로나 영향을 받기도 전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년 래 최악이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0.4%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경제성장이 반토막, 반의 반토막 나면 세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빚을 내서라도 추경' 효과를 기대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비관론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내리 4년째 추경을 했지만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이번 추경도 나랏빚만 늘리고 기대는 접으려는 분위기다. 오히려 선거 후 증세를 통한 경기 악순환을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세금을 덜 풀어 경제가 나빠진 것이 아니다. 정책 실패로 인해 경제가 어렵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설상가상이다. 건전재정을 자랑하던 나라가 이제 빚으로 버티는 나라가 됐다. 나랏빚은 국민들이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현세대가 당겨 쓰는 과도한 빚은 미래세대엔 폭탄이다. 물론 그 폭탄이 터지는 것은 문 대통령 퇴임 이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랏빚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문 대통령을 미래세대를 빚더미에 앉힌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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