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겨낼 수 있다"는 말, 설득력 얻으려면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국을 뒤덮었다. 설 연휴 직후인 1월 말부터 슬금슬금 고개를 쳐든 코로나19는 무섭게 퍼졌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곧 잠잠해질 거라던 장밋빛 전망에 기대기도 이젠 힘들어졌다.

코로나19를 다루는 정부를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라"는 입장과 달리 대응은 한발씩 늦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각계 의견에도 '경계'를 유지하다 23일에서야 뒤늦게 결정을 내렸다. 확진자가 1천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현실에 비춰보면 아쉬운 상황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사태가 악화일로에 접어들자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둘 다 놓친 상태다. 더군다나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 대응'이란 용어를 쓰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역명을 쓰지 말자는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에 우한 폐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바뀌는 상황에서 나온 어이없는 실수였다. 결국 정부는 "축약 과정의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비판은 숙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지역 경제는 초토화됐다. 특히 25일 오전 11시 현재 국내 확진자 893명 중 731명이 발생한 대구경북 경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손님이 급감해 내달 1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모든 점포가 문을 닫는 것은 서문시장이 태동한 조선 중기 이후 처음"이라는 상가연합회 관계자의 말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게 한다.

대남병원 집단 감염의 직격탄을 맞은 청도 한재 미나리단지에는 미나리가 제철을 맞았음에도 손님이 없어 상인과 농민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청도군 각남면에서 미나리농장을 운영하는 허영수(58) 씨는 "평소 하루에 200~300㎏ 택배 주문이 있었는데 최근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미 주문을 받은 사람은 청도에서 난 농산물은 먹기가 꺼려진다며 반품 요청을 한다"고 토로했다. 허 씨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농산물의 바이러스 위험이 없는지 증명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대구경북민은 '셀프 자가격리'에 나서며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종식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구입 과정은 험난하지만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 생활 필수품의 대구경북 수급에도 전 국민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역 기업의 도움의 손길도 잇따라 대구은행과 금복주가 각각 10억원씩의 성금을 냈고, 이월드를 운영하는 이랜드그룹도 10억원을 기부했다. 대구 시민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민간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며 "소중한 성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경북민은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부에 기대지 않고 위기 상황을 극복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또한 시민의 힘으로 이겨낼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부터 대구에 상주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한다고 한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대구 시민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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