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오케이, 부머

채정민 사회부 교육팀 차장 채정민 사회부 교육팀 차장

꼰대는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키는 은어(隱語)다. 이젠 나이 앞에 몇 마디가 더 붙는다.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이란 말이다. 작년 영국 BBC방송에서도 'kkondae'라고 소개된 적이 있다.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영미권에서도 꼰대와 비슷한 말이 유행이다. '부머'(Boomer)가 그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를 일컫는 속어. 하지만 이젠 말 안 통하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뜻으로 쓰인다. 기성세대의 부정적 행동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박이다.

'오케이(Okay), 부머.' 지난해 뉴질랜드의 20대 여성 의원이 의회에서 이 말을 내뱉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없애자는 '탄소 제로 법안'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던 도중 일어난 일이다.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현실을 지적하자 중진 의원들이 야유했고, 그에 응수한 것이다.

물론 이는 '알아듣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됐거든요, 꼰대 양반' '네, 다음 꼰대' 정도 되겠다. 오랫동안 잘못돼 온 관행과 지식 등에 대해 굳이, 힘들여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무시하겠다는 의미다. 왜 틀렸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하나 얘기하는 데 힘을 빼지 않겠다는 뜻이다.

만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준다니 말들이 적지 않다. 학교가 정치판이 될 거라고 걱정들을 한다. 돌려 말하지 말자. 교사 일부가 아이들에게 '빨간 물'을 들일까 우려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뭘 안다고 정치를 얘기하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래, 나 꼰대야'를 당당히 외치며 한바탕 막말을 쏟아낸, 한 일간지 논설위원의 글도 딱 그렇다.

해외 사례는 들지 않겠다. 조금만 찾아보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는 곳은 많다. 이에 반대하는 어른들 눈에는 18세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들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사회는 과연 '성숙한' 사회인가.

18세 청소년의 정보력과 판단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따갑다. 하지만 다른 세대가 그렇게 볼 수준이,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다. 학연과 지연, 혈연에 따라 투표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판국이다. 불쌍하다고 찍어주는 게, 같은 성씨를 쓴다며 모여 누굴 밀자고 떠드는 게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물론 나이 들어가는 자체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다만 '나잇값' 못하는 건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신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고 얘기한 아이들보다도 모자란 걸 반성해야 한다. 아이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민망해 해야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나은 판단으로 투표했는지 자문하는 게 먼저다.

학교가 선거운동으로 난장판이 되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고3이 지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더욱 조심해야 할 문제다. 그래도 그건 제도로 보완하면 된다.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선 안 되는 이유라고 하기엔 궁색하다. 대구 2·28민주운동도, 4·19혁명도 '까까머리' 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면역이 안 돼 있다는 말도 쓴웃음이 나온다. 유튜브 가짜 뉴스에 혹해 누구누구를 때려죽여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면서 18세 청소년더러 너무 어리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가 지지하는 쪽을 안 찍으면 '설익은' 것인가.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는 말에 답한다. "그런데 어쩌라고요(오케이, 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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