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상식은 힘이 세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상식은 물이나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비상시에는 본원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공기나 물처럼 상식도 하루아침에 완성된 작용 원리나 가치는 아니다. 상식이 오류의 함정을 전부 비껴갈 수는 없으나 상식은 인식과 판단의 밑거름이자 현상과 구조에 대응하는 인간 행동에 유의미한 기제다.

국제 비상사태로 급부상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위기에도 상식의 기제는 유용하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이 사태로 인해 10일 기준 29개 나라·지역에서 4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9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의 양상만 놓고 봐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전파력과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당시 전 세계에서 8천273명이 감염됐고 775명이 죽었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피해가 계속 확산 중이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제 보건에 큰 위협이자 중국·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아웃브레이크'(집단 발병) 사태임은 분명하다.

대구경북 지역도 이 위기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귀국한 17번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구에 이틀간 머물렀다는 뉴스에 지역사회는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집 안에서도 철저히 마스크를 쓴 덕에 가족 등 접촉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사람의 상식과 소양이 피해 확산을 막은 것이다.

반면 상식이 외면받는 사회 구조도 엄연히 존재한다. 허락없이 질병을 발설한 죄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결국 감염돼 목숨을 잃은 리원량(李文亮) 사건이 그렇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악마'로 규정해 비판의 화살 머리를 세균에 돌려버린 권력자의 시각에서는 반동 분자다. 의사로서의 진실과 상식 차원의 문제 제기가 되레 독배가 된 것이다.

비상식의 정점은 '크루즈 감옥' '크루즈 국가'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붙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유람선 케이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리포트에서 이 유람선 탑승객 확진자들을 '기타(other) 지역'으로 분류했다. 영국 국적의 이 대형 유람선에는 3천700여 명이 탑승 중인데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격리된 채 대책없이 2주간의 잠복기와 검역 종료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일 현재 130여 명이 감염됐는데도 일본 정부는 거의 방관 중이다. 이 배에는 한국인 승객 등 14명이 격리돼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일본 상륙 전에 발생했다"는 이유를 대며 일본 확진자 명단에서도 제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우리에게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다. 2009년 76만여 명이 발병해 270명이 숨진 신종플루와 2015년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희생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다. 당시 정부와 의료기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의료시설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확산됐고 보건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 위기는 늘 우리 곁에 있다. 계속된 학습의 결과로 인식 수준도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으나 결국 우리가 기댈 것은 과학과 상식의 힘이다. 가치 있는 경험과 이성적 판단으로 차분히 위기에 대처할 때 어떤 힘이 발휘되는지 이번 사태가 증명한다. 기억할 것은 '공포 마케팅' 등 고약한 상혼이 판을 치는 혼란 중에도 모든 가치는 본원 가치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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