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나눠 산 대구 어머니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어느 날…두 거지가 왔다…'아주머니, 도와주세요'라고 구걸하였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마음이 아팠다…내가 울면서 재차 빌자 어머니는…눈물을 닦아 주었다…'착한 아들, 난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난쳤던 거야…너의 눈물에서 동정심이 보여 엄마는 정말 흐뭇하구나. 너는 이런 동정심으로…모든 민족, 인류를 위한 마음을 키워야 한단다!'라고 말하면서 쌀을 두둑하게 거지에게 주었다…."

대구 달성군 출신 독립운동가 이두산은 1939년 3월 1일 중국에서 펴낸 잡지 '동방전우'의 '어머니의 얼굴'이란 글에서 '어머님의 가르침 아래 나의 혁명 사상은 나날이 성숙해졌다'고 썼다. 또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난관을 뚫고 나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뒷날 귀국, 고향 어머니 산소를 찾은 그는 '묘비에 박힌 글을 어루만지며 어머니를 떠올렸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대성통곡했다.'

우리 어머니에겐 이처럼 나눔의 피가 흐른 듯하다. 이미 국채보상운동 때 반찬 줄이기, 쌀 한 숟가락 모으기, 비녀와 패물 등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지 않았던가. 나라가 망하자 천도교에서는 10년 안에 나라를 찾겠다며 쌀 한 줌의 성미(誠米)운동을 벌여 3·1운동 밑자금을 모았다. 새마을운동 때, 농촌 부인네는 쌀을 모아 '좀도리 저축'에 나섰고, 전북 여성은 1980년 전국체전 때 그렇게 모은 돈에서 1억원 성금을 내놓은 사례가 오늘까지 전한다.

지난해 11월 20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31일 마감 예정으로 시작한 '희망 2020 나눔'의 '사랑의 온도탑'이 58일 만인 지난 16일, 목표액 100억2천만원을 훌쩍 넘긴 100억9천200만원을 기록했다. 마감까지 12일 남은 만큼 기록 경신은 진행 중인 셈이다. 지난해보다 14%(12억3천만원)나 목표가 늘었지만 일찌감치 앞당겨 채웠다.

대구의 이런 행적은 대구 어머니의 나눔 가르침에다 국채보상운동 같은 자랑스러운 기부 역사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심한 정치적 핍박에다 가뜩이나 전국 최악의 경제지표 같은 힘든 지역 경제 살림 속에 일군 이런 나눔의 대구 흐름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나눔이 다른 분야로까지 더욱 퍼지면 대구는 분명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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