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민이 암행어사'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치솟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가. 지난 13일 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축하 파티를 열었다. 서울 한 남도 음식점에서 '2020 신년 만찬'이란 명분으로 열린 파티엔 여당 지도부와 의원 50여 명이 모여 "검찰 개혁" "총선 압승"을 소리 높여 외쳤다. 한 의원은 "총선에서 우리가 다 당선돼서 17개 시·도에서 맛있는 것을 다 가져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이 파티를 연 2020년 1월 13일은 문재인 정권엔 '환희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여당과 위성 야당들은 이날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 대학살에 이어 이날 검찰 수사 조직을 대거 폐지하는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권 심장부를 향해 칼을 겨눈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성공한 정권으로서는 축배의 잔을 들기에 충분했다.

여당의 축하 파티 소식을 듣고 춘향전에 나오는 변사또 잔치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저들이 변사또처럼 잔치를 벌이며 웃음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를 날이 도래하고 말 것"이라며 변사또 잔치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지은 한시를 인용해 민주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天人血·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락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촛대에 촛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 소리 드높도다)'. 국민은 눈물, 원성을 쏟아내는데 교만한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잔치판을 벌이는 현실. 참담 그 자체다.

이몽룡은 암행어사 출두로 춘향을 구해내고, 변사또를 엄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이 나라엔 암행어사가 보이지 않는다. 사분오열된 야당들은 정권 폭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검찰은 손발이 잘렸다. 4월 총선에서 표를 가진 국민이 암행어사가 돼 정권을 치죄(治罪)해야 하는 지경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