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인과 시니어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며칠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다. 젊은 회사원인 글쓴이가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자리가 하나 비면서 옆에 서 계시던 노인에게 양보했더니 "일하느라 고생하고 힘든 사람이 앉아야지, 나 같은 사람은 조금 서서 가도 된다"며 되레 자리를 권하더라는 사연이다. 글쓴이는 이 경험을 계기로 그동안 노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되돌아보게 됐고, 젊은이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어르신'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 간 벽을 뛰어넘는 이런 훈훈한 사연은 가물에 콩 나듯 접하는 사례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노인 이미지는 이와는 정반대다. 무례하고 시끄러운 철면피의 인상이 더 강하다. 이런 노인의 공통점은 나이를 마치 훈장으로 여기거나 주변 사람과의 공감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밉상'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노년 인구는 80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5.4%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 세대가 노인 인구에 계속 합류하는데 그 수가 무려 805만 명이다. 연평균 80만 명꼴로 그동안 한 해 40만~50만 명씩 늘던 것이 올해부터는 두 배씩 늘어나는 '노인 인구붐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1천50만 명,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의미한다.

이런 현실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이미지 제고를 통한 세대 간 '격차'나 '불화' 해소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호칭을 둘러싼 고민도 그중 하나다. 법적·행정적 용어로 만 65세 이상 연령층을 흔히 '노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말 그대로 '늙은이'를 뜻하는 이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더러 '어르신'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높임말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많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고령자' '시니어' 같은 의미 중립적인 용어다. 알게 모르게 특정 용어나 호칭이 주는 선입견과 차별 의식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노인에 대한 호칭은 신중할수록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받을 만한 따뜻한 심성의 노인, 즉 시니어가 되는 길이다. 노인도 이제 연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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