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는데 바람이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윤석열 검찰총장 수족을 잘라낸 '대학살'에 이어 그를 항명(抗命)으로 몰아세워 사퇴를 압박하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서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이 구절이 떠올랐다. '나무=윤 총장, 바람=정권'으로 바꿔 읽으면 문 정권의 후안무치한 민낯을 잘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을 때, 문 정권 출범 후 앞선 정권에 칼을 휘두를 때만 해도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등 집권 세력에게 '영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장 임명장을 주며 "우리 윤 총장"이라고 했고, 정권 사람들은 "진짜 검사"라며 '윤비어천가'를 불렀다.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과 가족 비리, 친문(親文) 인사들이 개입한 의혹 등을 모른 척하고 넘어갔으면 정권은 윤 총장에게 계속 훈풍(薰風)을 쏟아냈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사(檢事) 윤석열'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 본연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윤 총장에게 삭풍(朔風)이 닥쳐온 이유는 단 하나. 문 정권을 향해 칼을 들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계속 놔뒀다가는 정권 안위마저 위태롭게 되자 그를 찍어내려 정권이 총동원됐다.
'문재인 대(對) 윤석열 전쟁'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 인사란 칼을 휘둘렀다. 역설적인 것은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더 큰 인물로 키워주는 것은 문 정권이란 사실이다. 윤 총장을 겁박할수록 정권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까지 무도할까 의문을 품는 국민이 많아질 것이고, 법치에 대한 원칙·소신으로 정권을 수사하는 윤 총장에게 지지를 보내는 국민은 더 늘어날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현직 대통령과 대척점(對蹠點)에 선 인사가 대권을 거머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이 딱 그렇다. 윤 총장이 정권을 제대로 단죄한다면 대권주자로 '민심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같은 난세엔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사람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망론'이 피어오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유민주 진영에 마땅한 구심점이 없던 차에 윤 총장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문 정권에 "땡큐"라고 인사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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