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개, 돼지 취급 받지 않으려면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은 '10년 집권'을 꿈꾼다. 그러나 내년 총선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이 그렇다. 경제는 꼬꾸라졌고 대북정책은 파탄났다. 선거 공작과 인사 개입, 태양광 사업 등 각종 이권 개입 의혹이 자아내는 악취는 참으로 고약하다. 여론 조사는 이런 비정(秕政)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지만 그게 실상이 아님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려면 무슨 수든 써야 한다. 바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다. 목적이 이렇게 불순하니 내용이 불순한 것은 당연하다. 선거법 개정안은 표심(票心)을 인위적으로 왜곡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공수처법은 정권의 비리를 꼭꼭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정안의 명분은 소수 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실제 목적은 '10년 집권'을 위한 범(汎)여권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개정안'은 전문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내 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려 하지 말고 그냥 표만 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한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미리 배분하고, 거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의석수의 절반(이른바 50% 연동)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우선 배분하며, 나머지 절반은 현행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는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당득표율로 배정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를 더 많이 낸 정당은 '연동'으로 받는 비례대표 의석이 '0', 즉 이 정당의 정당 득표가 대거 사표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지지율보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런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사표를 막는다면서 더 많은 사표를 구조화하는 모순의 극치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를 지역구 당선자에게까지 확대하려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생기는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비판 그대로다. "전 세계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전무후무하게 희한하고, 두고두고 선거법 개악 사례로 소개되어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될 선거법 개정안이다."

개정안대로면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든다. 이런 '자해'를 하는 이유는 의석수 증가라는 미끼로 군소정당을 꼬드겨 장기집권을 위한 '2중대'로 세운다는 계산에서다. 그런데 민주당이 뒤늦게 '본전 생각'이 났는지 "비례대표 의석수 전체를 줄이자" "연동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도 줄이자"고 나섰다. 그렇게 하면 군소정당 의석수는 기대치보다 적어진다.

군소정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4+1 협의'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군소정당에 떡고물을 줘 선거법 처리에 나설 것이다. '10년 집권'을 위한 또 하나의 기둥인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서는 이들과 '야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을 어떻게 달래든 선거 민주주의의 제도적 파괴이다. 이를 그냥 보고만 있으면 국민은 정말로 개, 돼지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1919년 독일군부의 실세로 왕정주의자인 루덴도르프와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대담은 그 대답이 될 듯하다.

"인민은 그들이 신뢰하는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다음 그 지도자는 말한다, '지금 당신들은 아무 소리 말고 복종하라. 인민과 정당들이 지도자와 상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베버) "그런 민주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이다."(루덴도르프) "그런 다음에 인민은 심판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가 잘못한다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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