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삼국지] 황교안의 보수통합, 원소의 반동탁연합군

황교안(1957~), 원소(?~20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황교안(1957~), 원소(?~20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정치권에 통합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2020년 4월 15일, 그러니까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바른미래당부터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까지 보수 야당은 물론, 최근 바른미래당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유승민 의원, 그리고 세계를 돌며 마라톤에 탐닉하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에게까지도 향한 메시지였다.

◆반문반조연대와 뭐가 다르나?

그런데 황교안 대표는 비슷한 얘기를 2개월쯤 전에도 한 바 있다. 조국 정국을 한창 지나고 있던 지난 9월 10일 보수정치권에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연대'(이하 반문반조(반 문재인, 반 조국)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반문반조연대 구성은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러니까 반문반조연대는 실은 만들어지지 않은 단어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특히 조국 장관이 예상 밖으로 빨리 사퇴하면서 연대의 동력이 약해졌다. 이어 이번에 황교안 대표가 '긴급'이라는 수식을 붙인 기자회견을 열면서 다시 한번 '보수 빅텐트'를 제안한 것이다. 불과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번엔 제대로 이뤄질까?

'그때는 틀린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왠지 맞는 것 같다'는 썰이 가능하다. 불과 두 달 차이지만, 당시엔 총선이 꽤 멀었는데 이젠 꽤 가깝다. 그땐 '조국 찬성 대 조국 반대'라는 강렬한 프레임을 이용해 평범한 보수는 물론 극우와 부동층의 지지까지 그러모을 수 있었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고 만 지금은 그때만큼 선명한 틀은 없으나, 대신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인들의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황교안발 '보수통합' 격문 향방은?

이게 삼국지연의 초반에 결성된 반동탁연합군을 떠올리게 만든다.

서량의 군벌이었던 동탁은 후한의 수도 낙양에 입성한 후 정권을 잡고 폭정을 일삼는다. 그러자 1년여 뒤 각지 군벌들이 모여 동탁을 치는 반동탁연합군을 조직했는데, 총대장을 가리키는 맹주가 바로 원소였다.

원소는 동탁을 친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거병해 각지 군벌들에게 동탁을 토벌하자는 격문을 보냈다. '선빵'이었다. 황교안 대표도 보수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보수통합을 제안하며 선빵을 날린 셈이다. 원소는 그랬던 덕분에 맹주로 추대돼 명망을 높였다. 황교안 대표 역시 향후 보수통합이 이뤄질 경우 맹주 역할을 노릴만하고, 이게 잘 안 되더라도 적어도 총선에서 국회의원 첫 당선 도전을 할 때 이런저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당장은 최근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등 인재 영입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봉착한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재차 보수통합을 외칠만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노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이 좀 닮았는데, 향후 같을 지 다를 지 예단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보수통합이 총선 즈음까지만 유효할 지, 아니면 하나의 정당 내지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수 정치권이 뭉치는 결과까지 만들어낼 지이다.

우선 반동탁연합군은 결성될 때 해체될 운명도 동반했다. 후한 말기 혼란기가 이어지자 각지에서 실력을 기른 군벌들은 가장 큰 적 동탁을 없애고자 힘을 모았을 뿐이고, 실은 이런저런 갈등 탓에 동탁이 괴멸되기도 전에 재빨리 흩어져 경쟁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황교안 대표가 주도해 보수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총선용일뿐, 지금처럼 여러 보수 정당이 각개로 활동하는 구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민국 보수는 과거와 달리 참 꼬여있다. 가장 최근 보수 정권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는 이른바 '탄핵의 강 건너기'에 대한 입장 차이가 핵심이다. 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보수통합이 이뤄진다면, 모래성처럼 이합집산한 역사 속 반동탁연합군과 다를 게 없어진다.

◆일단 '판' 깔리면 해 볼만하다?

그러면서 반동탁연합군에 참가한 군벌들의 목표가 동탁 제거가 아니라 동탁과의 전쟁 자체에 향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까, 사실 역사에선 동탁을 없애고 말고보다는, 반동탁연합군이라는, 기회를 잘만 얻으면 천하도 노릴 수 있는 '판'에 끼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다는 얘기다. 예컨대 유비, 조조, 손견(손권의 아버지)은 반동탁연합군 참가를 계기로 세력을 키워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유승민과 안철수 등 과거 대선 후보로까지 나섰지만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인물들이 보수통합이라는 판 위에서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 판이 꽤 커지면 요즘 자유한국당에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조차도 솔깃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보수 정치권의 '잠룡' 내지는 '잡룡'들이 모여들어 공천 시즌부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기대효과들 때문에 보수통합은 사상누각이라 하더라도 해 볼만한 시도라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물론 황교안 대표의 이번 보수통합 제안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꽤 있다. 앞서 반문반조연대 구성에 실패한 선례가 있다. 만일 이번에 보수 정치권 각지에 보낸 격문이 또 다시 반송된다면, 황교안 대표는 지금보다 더 큰 리더십 위기에 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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