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쓰게구치' 칼럼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일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잇쇼겐메이'(一生懸命)다. 목숨을 걸고 평생 하나에 몰입하겠다는 뜻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일본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백이면 백, 가장 먼저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과 반응이 재미있다. 이 말만 꺼내면 덮어놓고 겸손하고 진지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입에 발린 이야기인데도 일본인은 이 말에 거의 최면상태에 빠지는 듯하다. 반면 조금 다른, 튀는 말을 하면 '아주 잘났군' 투의 비판이 여지없이 뒤따른다. 메이저리그 투수인 다르비시 유가 대표적 사례로 그는 일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상투적인 대답을 좀체 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

이런 사례는 언어가 의사 표현의 수단을 넘어 인간 심리와 관념을 통제하는 사회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일본말 중에는 말의 본뜻보다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심리가 먼저 개입되는 용어가 수두룩하다.

'구로다 망언' 근거지인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신문이 또다시 한국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내년 도쿄올림픽 때 경기장에 전범기 반입을 허용한 일본의 결정을 문제 삼고 나서자 "쓰게구치(告げ口·고자질)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나무라(名村) 서울지국장은 그저께 칼럼에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공개 비판하며 우려를 과장하는 것은 고자질을 넘어선 노골적인 선동"이라며 불평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을 겨냥해 '쓰게구치 외교' 용어를 들먹이며 국제사회에 과거사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유독 한국만 일본의 잘못을 들춰내자 거꾸로 '고자질' 프레임을 씌워 분풀이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 성향 시사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가 최근 자기 트위터에 올린 글은 산케이의 불만에 대한 답이 될 듯하다. 그는 '일본인이 세계에서 가장 예의 바르고 정직하다는 명제는 구역질나는 거짓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개의치 않는데 어떻게 국민성이 좋은 건가'고 되묻는다. 결국 '혐한 비즈니스'로 먹고사는 3류 신문 산케이의 '고자질' 운운은 혐한이 판을 치는 일본 국내용 '쓰게구치 칼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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