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공산주의의 비인간성에는 눈을 감고 자본주의의 문제는 무섭게 비판한 위선자였다. 그는 불소친선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된 1954년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한 뒤 '리베라시옹' 신문과 인터뷰에서 소련의 현실을 정반대로 전했다. 그는 "소련 시민은 우리보다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그들의 정부를 비판한다"며 "소련에는 완전한 비판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영국 역사가 폴 존슨은 1930년대 초 조지 버나드 쇼의 '소련 찬양' 이후 서구 주요 지식인의 입에서 나온 소련에 대한 가장 굴욕적인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훗날 자기 말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자 사르트르는 1976년 출간된 저서 '상황Ⅹ'에서 이렇게 자신을 비호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내가 믿지 않은 소련에 대한 우호적인 사실들을 몇 가지 말했다…그렇게 한 이유는 고국에 돌아오기 무섭게 나를 초청해준 나라를 모욕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부분적으로는 소련과 내 사상 사이의 관계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말장난은 그의 전매특허다. 서구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왜 소련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전형이다. 그는 "자신의 실천 원칙은 '지금 여기'(now and here)이고, 자신의 삶의 현장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 않아도 소련에 대한 비판은 넘쳐나는데다가 자신까지 소련을 비판할 경우 그것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나은 것'이란 식으로 현실을 정당화하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침묵하다 29일 입을 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막상막하다. 그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조국을 꺾어야 한다는 욕망이 지배하고 있다"고 했으며,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일부 참가자가 마스크를 한 것을 들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거라고 본다"고 했다. 우리 편은 무조건 선이라는 진영 논리에 갇혀 '상식'과 '균형 감각'을 상실한 궤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눈을 씻고 귀를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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