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화이트리스트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검은색과 흰색은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사물과 자연현상 등 환경의 산물이다. 쉽게 말해 밤과 낮처럼 매일 일정하게 바뀌는 천문 현상에서 검고 희다는 지각이 생기고 이를 부호화한 것이 바로 흑과 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은 단지 색(色)의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양처럼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수록 인간 행동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해의 주기적 변화에서 파생된 검거나 흰 것의 특성이 모든 사물에 투영되고 관념으로 굳어진 것도 '문명 현상'의 하나다.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와 같은 용어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식별 기호다. 블랙리스트는 영국 극작가 필립 매신저가 1639년 발표한 '이상한 전투'(The Unnatural Combat)에 처음 나온다. 하지만 실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청교도혁명으로 불리는 영국의 내란 때부터다. 혁명으로 찰스 1세가 처형되자 그의 아들 찰스 2세는 크롬웰에 쫓겨 프랑스로 망명한다. 이후 공화정이 와해되면서 1660년 왕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의 처형을 주장한 의원과 재판관 명단을 작성하고 박해하는데 바로 '블랙리스트'다. 기피 또는 요주의 인물을 담은 목록이다.

이와 반대되는 용어인 '화이트리스트'는 19세기 중반부터 사용됐는데 어떤 권리나 서비스 등에 접근이 허용된 사람과 기관의 목록을 가리킨다. 화이트리스트에 들면 어떤 규제나 법령, 조건 등을 서로 면제하는데 쉽게 말해 주의나 경계가 필요하지 않는 우호적 관계라는 의미다.

일본이 2일 한국을 수출 간소화 대상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어긋난 부당한 조치이자 양국 관계를 수렁에 빠뜨린 어리석은 결정이다. 지금은 비록 국력에 강약은 있더라도 모든 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초(超)연결' 시대다. 당장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에 따라 내린 결정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피해와 부작용에서 일본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혼란과 불신 등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아베 정부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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