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일본이 '역(逆)청구권' 주장하면 받아들일 수 있나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이 칼럼은 '문빠' 등 현 정부 지지자들에겐 더 말할 나위 없고 균형 감각을 가진 분들께도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일본 식민지배라는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가 우리에게 씌운, '일본은 나쁜 놈, 우리는 좋은 사람'이라는 사고의 틀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진실이라도 일본에 '유리'(!)하면 거부하도록 부추긴다. 그렇지 않고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면 '토착 왜구' '매국노'로 몬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이 짓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될 수 없다'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반발하자 "사법절차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판결 뒤로 숨었다. '삼권분립'을 내세워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확인한 협정을 부인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는 문 정부의 자기부정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 협정과 개인 청구권의 관계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일본에게 받은 청구권 자금 중 무상 3억달러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 말고 다른 '해석'이 끼어들기 어려운 결론이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 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이었다.

이런 결론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동원 피해자 7만2천631명에게 위로금지원금으로 6천184억원을 지급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문빠'도 마찬가지다. 왜 알고 봤더니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토착 왜구'였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해 일본을 편들었는데도 말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자. 일본 최고재판소가 1945년 당시 한국에 남겨두고 간 일본인의 '재산, 권리 및 이익'(청구권 협정 제2조의 표현)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판결하고 아베 정부가 그 뒤로 숨는다면 문 정부는 용납할 수 있나? 물론 일본의 개인 청구권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협정에서 포기됐고 청구권 협정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대법원의 해석 방식대로라면 일본 법원도 얼마든지 '해석의 요술'을 부릴 수 있다.

대법원의 '해석'의 요지는 '청구권 협정이 있었다 해도 일본의 식민지배는 불법이니 그 과정에서 있었던 강제동원 등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원용해 일본 법원이 "샌프란시스코 협정과 이어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없어졌다고 하나 그것은 국가의 일방적 결정으로 불법이다. 그러니 한국 내 재산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국내 기업이 일본인의 적산(敵産)을 불하받아 성장했다. 일본 법원이 역청구권을 인정하면 그것을 다 돌려줘야 한다.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결국 '개인 청구권'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해결 방법은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 협정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2005년 민관공동위의 결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못 하겠다면 남은 길은 청구권 협정을 폐기하고 재협상하는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에 그럴 힘, 아니 그럴 용기나 있을까? 대법원 판결 뒤에 숨어 한다는 소리가 고작 '죽창가' '의병'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이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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