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부울경의 생떼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집권당으로 당선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단체장들이 3년 6개월 전의 대국민 약속을 깨고 '신공항 생떼'를 부리고 있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고향 PK 표를 의식해 이 생떼에 선뜻 부응했다. 꼿꼿해 보이던 국토교통부는 한발을 빼고, 국무총리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십수조원의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거나 되돌려 놓는다면 앞으로 어떤 국책사업인들 제대로 굴러갈 지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부울경의 속셈은 뻔하다.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아니 영남권 신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우겨 이를 폐기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울경과 정부가 명심해야 할 명약관화한 사실 하나는 김해신공항이 부울경만의 신공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해신공항은 밀양과 가덕도를 대상으로 신공항 후보지 평가를 벌이다 외국 전문기관이 대안으로 제시한 신공항이고, 또 영남권 5개 지역이 이를 수용했던 영남권 전체의 신공항이란 점이다. 따라서 김해신공항이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부울경만이 아니라 부울경과 대구경북(TK)의 공동 합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TK가 합의하지 않는 그 어떤 결정도 의미나 효력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백번 양보해 영남권 5개 지역이 김해신공항이 영남권 관문공항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대안으로 가덕도는 제외해야 한다. 가덕도를 빼고 밀양 등 다른 지역의 신청을 받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덕도는 2016년 6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용역 결과 후보지 평가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꼴찌인 데다 안전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덕도 1㎞ 이내 낙동강 하구에 국내 최대 철새 서식지가 있어 철새와 항공기 충돌,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가 높다. 또 대형 선박의 가덕 수로 통항량이 연간 4천 회가 넘어 '선박 충돌'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평균 수심 18m인 일본 간사이공항이 개항 6년 새 11m나 침하했고 지금도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 수심이 16~35m인 가덕도의 침하는 불 보 듯 뻔하다. 가덕도 해상의 비행 경로가 김해공항과 일부 겹치는 것도 안전에 치명적 요소의 하나다.

또 하나, 부울경이 김해신공항에 대한 TK의 관심을 애써 돌리려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K2 비행장의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30여 년 전부터 대구 시민들이 이전을 요구해온 숙원사업일 뿐이다. 통합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과는 상관없는 대구경북의 신공항으로, 부울경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부울경과 정부는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당장 그만 두든지, 아니면 내년 총선 이후 대구경북이 참여한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총선용 야합'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생떼'란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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