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쓰레기산'에 던진 게 어디 쓰레기뿐일까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몇 해 전 번역 출간된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책이다. 지방소멸과 자원, 에너지, 환경 등 위기의 현대사회에 재생(再生)의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독서의 울림이 꽤 크다. '산촌자본주의'라는 생소한 주제를 다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지방 도시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넘치지 않는다. 산촌자본주의는 쓸모없이 버려지는 휴면 자산을 이용해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되살리고 위축된 전통산업을 일으키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다.

책이 다룬 사례 중 하나가 일본 건축재 제조사인 메이켄(銘建)공업이다. 목재를 다루는 이 지방기업이 산촌자본주의를 어떻게 실현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메이켄공업이 자리한 오카야마현 마니와(眞庭)시는 인구 4만5천 명의 지방 소도시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시설과 이로 인해 활기를 띠는 지방 도시를 체험하는 견학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 등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돗토리현과 경계를 이룬 마니와시는 히루젠(蒜山) 등 고원 산림지역답게 면적의 80%가 산림이다. 이 때문에 '목재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때 목재 가공업으로 호황을 이뤘으나 수입 목재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시민들은 어려움에 처했다. 이런 마니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즉 목질바이오매스 산업이다. 나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나무껍질과 토막, 톱밥 등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메이켄공업은 쓰레기로 버려지던 연 4만t의 목재 부산물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공장을 돌린다. 또 시청·공공기관은 물론 주민 2천 가구가 쓸 전기를 생산하는데 폐기물 처리 비용 절약 등 매년 40억원의 이득을 본다. 이들이 재활용하는 것은 시설 폐기물이나 생활 쓰레기가 아니다. 100% 목재 부산물이다. 이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지만 공해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7만t의 불법 폐기물이 쓰레기산을 이룬 의성군을 찾아 연내 처리를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빠른 처리 지시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의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235곳에 흩어진 쓰레기산 규모가 120만t에 이르고 처리 예산만 3천600억원이 필요하단다. 엄청난 혈세로 악덕업자의 뒤를 닦아주게 생겼다.

게다가 전국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폐기물은 약 22만t가량이다. 소각 시설도 부족하고 대기오염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소각은 약 16%에 그친다. 나머지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 외국에 쓰레기를 내보내는 길도 막혔고, 현재로서는 땅에 묻거나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가치와 기술을 쌓는데도 우리는 자연과 사람을 위태롭게 하는 '머니자본주의'가 설쳐댄 결과다. 지난 3월 미국 CNN방송은 의성군의 쓰레기산 사태를 보도하며 '한국의 쓰레기 문제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쓰레기산보다 더 위험하고 참담한 것은 바로 우리의 몰가치와 삶에 대한 그릇된 태도다. 지역과 사람을 살려나가기는커녕 적폐를 쌓고 강산을 더럽히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다. 길은 멀어도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한다. 쓰레기산에 우리의 얼까지 내팽개치는 게 과연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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