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경북도지사 호화 관사 논란의 아쉬움

임상준 경북부 차장 임상준 경북부 차장

'지금 집에 아버지 계셔'란 말은 금세 까치발을 부른다. '왁자지껄'했던 대청마루도 숨죽인다. 까까머리 친구들은 하나같이 총총걸음이다. '삐걱' 마룻귀틀 엇나는 소리가 날라치면 퀭한 눈만 껌뻑거린다. 당시 잘 놀다가도 과하다 싶을 때 내뱉는 '아버지 계신다'는 말 한마디는 '군기 반장'이었다. 개구쟁이들마저 긴장하고, 바르게 하고, 겸손해지게 하는 '마술 램프'와도 같았다.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고 그 또래의 아이가 있는데도 언제나 그 '아버지 계셔'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민선 7기 출범 1주년을 맞아 관사 반납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뒤편 한옥 스타일의 현 관사가 '호화 관사'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도백(道伯) 관사는 바로 옆 잡아센터(옛 대외통상교류관)와 외형상 한 건물로 보인다.

도지사 관사의 호화 논란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관사는 도청신도시 내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유력했다. 전임 도지사는 안동시에 있는 대형 아파트를 관사로 썼지만 이 도지사는 거리가 멀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대신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입방아에 오르던 대외통상교류관의 게스트 하우스(방 2칸, 거실)를 관사로 결정, 입주했다. 그러면서 같은 건물로 보이는 관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자 대외통상교류관 연회장을 '잡아센터'로 바꿨다. 지번도 떼냈다. 조례에 따라 지원하는 가스·전기·수도요금 등 주거비 일체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호화 관사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벗었고 참외밭에선 신발까지 벗어 던졌는데도 케케묵은 관사 이슈가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도지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업무를 보기로 유명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일철우'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전 6시면 관사를 나서 도청 주위 도보 순찰로 일을 시작한다. 이른 출근길에 마주하는 직원을 격려하고 야근하는 부서를 깜짝 방문해 치킨도 쏜다. 그래서 도청은 항상 깨어 있고 긴장해 있다. 도청 안에 관사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도지사가 외부에서 출퇴근한다면 여러 불리한 점이 생길 수 있다. 출퇴근 차량 유류비를 차치하고서도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영국 워릭대 이안 워커 교수는 평균 1분의 경제적 가치를 약 9펜스(180원)라고 계산한 바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청내 관사에선 걸어서 3분이면 상황실도 닿을 수 있다. 도백이 도청에 상주함으로써 오는 '공무원 긴장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중국 진(秦)나라 시황제는 아방궁을 지었다. 주왕은 주지육림(酒池肉林·사치스러운 주연)을 즐겼다. 진나라는 반백 년도 못 가 망했고 주왕은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이 됐다. 하지만 도청 안의 관사는 아방궁도 주지육림도 아니다. 도청의 한옥 풍 건축 양식과 어울리게 지었을 뿐이다. 관사 면적도 제한적이다.

안이든 밖이든 어느 관사가 도정에 도움이 될지는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보이는 것만으로 호화 관사 딱지를 붙여 논쟁만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청사 내 도백 관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 계시는 집'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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