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정년 연장 논의와 국가의 책무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근 읽은 책이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120년까지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현재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세. 의학 발달 속도로 볼 때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늘어난다니 사고나 특정 질환만 없다면 생물학적으로 100세를 넘어 120세도 불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

이게 축복일까. 60세가 되면 싫든 좋든 대부분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만큼 앞으로 살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 2025년에는 전체의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10년간 연평균 32만5천 명씩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감소 폭이 50만 명대로 커진다. 이 속도면 2050년에는 취업자가 전체 인구의 36%에 불과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60대 젊은 노인'은 일할 곳이 없는데도, 생산활동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해결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처한 장년 퇴직자들은 퇴직 전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은 생활 수준의 급락을 의미한다.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근로소득이 월등하게 높은 공공기관 및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으로 인해 여생이 엉망이 돼버린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기한 정년 연장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정년을 늘리면 국민연금 지급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복지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데 무슨 정년 연장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업의 부담도 급증한다. 정년 60세를 지키는 사업장도 20%에 불과한데 다시 정년 연장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지적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다시 70세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의무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

기업 부담의 최소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력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가장 먼저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등이 고스란히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년 연장 반대 진영 상당수는 가진 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까 우려한다. 월급도 많이 받고, 보장도 엄청난 데 정년까지 늘려주는 것에 결사반대다.

정년 연장 목표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와 사회복지 강화에 있다. 정년 연장 없이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직종보다는 정년 연장이 생존에 필수적인 중소사업장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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