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강지첩?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

일상 대화가 아니다. 1884년 미국 제22대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공식으로 채택한 구호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혼전 관계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맞받아쳤다.

미혼인 클리블랜드는 젊을 때 과부와 관계를 맺어 아들이 있었고, 생활비까지 주고 있었다. 공화당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흠집내는 데 진력했다. "미국인은 창녀를 데려와 백악관 근처에 살림을 차릴 저속한 난봉꾼을 뽑지 않을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간신히 승리해 다음 해 백악관에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부가 친구 딸이자 27세 연하의 프랜시스(22세)였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과부인 프랜시스의 엄마가 신부인 줄 알고 있다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둘은 사이좋게 살았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근엄한 교수 출신이다. 재임 중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인 이디스에게 열중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15년 1면 기사에 코미디 같은 오보를 냈다. "대통령은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이디스에게 '삽입'(entering)하는 데 보낸다." '즐겁게 하는 데'(entertaining)의 오자였다.

미국인은 가정을 '사회의 기초' '가치의 원천'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동거녀를 세상에 공개한 용기 있는(?) 재벌 총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참석해 "저와는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말라' '동거인이 아니라 첩이다' '노소영 씨에게 회사를 넘겨라' 등등…. 공인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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